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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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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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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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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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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Surfin USA!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신나게 서핑을 즐기고 해변 카페에서 저녁까지 해결했다.

느지막이 벨에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

“큰오빠!”


류아라와 레오나가 류지호를 맞이했다.

영문 모를 얼굴을 한 채 류지호가 물었다.


“너희들이 웬일이야?”

“오빠가 안 오니까 레오와 내가 올 수밖에 없잖아!”


레오나가 얼굴을 찡그리고 류아라를 타박했다.


“언니, 레오는 좀....”


레오나의 애칭은 레오니다.

레오는 레오나르도, 레오파드 같은 남자 이름의 애칭으로 주로 사용된다.

그러니 레오나가 질색할 수밖에.


“오빠.... 엄청 까매졌어. 또 영화 촬영했나 봐?”

“서핑을 배우고 있거든 저절로 선탠이 되더라.”

“서핑?”

“저녁은 먹었어?”

“샤니스 아줌마가 챙겨줘서 먹었어.”


류지호는 동생들과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대학은 결정했어?”


류지호가 묻자 레오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UCLA에 지원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동부에 좋은 대학들을 놔두고 서부로 와? 왜?”

“그게... 왜냐면...”


레오나가 우물쭈물했다.


“굳이 주립대학에 입학할 이유가 있어? 그것도 UC로?”

“.....”

“레오나?”

“응?”

“예일이나 프린스턴 두 대학은 조기전형에 지원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아마도....”


IVY League는 조부나 부모 등이 해당 학교 졸업생이면, 그 자녀에게 입학 할당을 주는 제도가 있다.

레오나의 부모 두 사람은 예일과 프리스턴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당연히 자녀인 레오나는 입학 가능성이 높았다.

졸업생 자녀 할당이 아니더라도 레오나의 성적과 스펙이라면 충분했고.


“로스쿨? 의대? 외교? 뭘 전공하고 싶은데?”

“최종적으로 로스쿨을 생각하고 있어. 엄마처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게 일차 목표야.”

“로스쿨은 예일, 프리스턴 다 세계적이고, 뉴욕대도 마찬가지. 파커 가문 사람들의 본거지인 중부에는 시카고대학도 있고, 정치·국제·외교 방면에서는 조지타운 대학도 명성이 높고, 레오나라면 다 가능할 것 같은데?”


류아라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초를 쳤다.


“성적이 안 되나 보지 뭐.”

“아라는 안 되도 레오나는 돼.”

“나 무시하는 거야? 나도 UCLA 입학 할 수 있었거든!”

“나중에 석사는 UCLA에 받으면 되겠네.”

“귀찮게 뭘.... 아씨, 미국까지 와서 학위를 받아. 난 졸업하면 곧바로 현장으로 직행할 거야.”


레오나가 하늘색을 닮은 파란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큰오빠. 내가 서부로 오는 게 싫어?”

“나야 싫을 이유가 없지.”


류지호의 대답에 레오나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주말마다 여기에서 지내다가 기숙사로 돌아가도 되고.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있냐는 거야. 동부와 중부에도 좋은 대학이 많은데, 이 먼 곳까지 올 필요가 있어?”

“어차피 대학에 진학하면 아빠엄마랑 떨어져 지내야 하고, 큰오빠 곁에서 살면... 살면... 힘들 일 있을 때 의지가 되지 않을까?”

“푸하하. 그게 뭐야 레오!”


류아라가 배를 잡고 웃었다.


“언니!”

“오빠가 얼마나 바쁜데 널 챙겨주겠어. 으이구 이 바보..... 차라리 네가 오빠를 챙기면 챙겼지 그럴 일 없을 걸? 안 그래 오빠?”

“얀마, 아무리 일이 중요해도 동생만 하냐?”


류지호가 슬그머니 류아라의 머리에 알밤을 먹여줬다.


“쳇, 오빠가 아빠가 되고 아빠가 여보가 되는 거 몰라?”

“뭐래. 자식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멍충이....!”


류아라의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는 류지호다.

솜털과 젖살이 조금 남아 있긴 했지만, 레오나는 엄마를 그대로 쏙 빼닮아 무척 예뻤다.

배시시 웃을 때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다.

꽃이 만발하듯 활짝 펴질 이십대가 되면 어떨지.....


“캐서린은 뭐라고 해?”

“내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했어. 아빠도.”

“내가 캐서린과 네 대학진학을 의논하면 지나친 간섭이야?”

“전혀. 대신 내 편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네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네게 가장 좋은 미래를 고민해야지.”


피이!


레오나 짐짓 토라진 시늉을 했다.

류지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서부로 오면 네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데 괜찮겠어?”

“방학 때 만나면 돼.”

“캘리포니아로 올 생각이라면 내 생각엔 스탠퍼드가 좋을 것 같아. UC계열엔 버클리도 좋고. 물론 학부는 캘리포니아에서 다니고 로스쿨을 예일이나 프리스턴에서 마쳐도 되고.”


류아라가 손뼉을 짝 치고는 끼어들었다.


“와아! 두 사람 지금 그 대학교 입학은 따 놓은 당상처럼 이야기 한다?”

“언니, 선생님이 적어도 7개 대학에서는 합격통지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

“우리 레오가 정말 열심히 공부했나 보네.”

“레오니라고 해주면 안 될까?”

“어차피 애칭인데 레오나 레오니나... 레니라고 부를까? 그건 마음에 들어?”


류지호가 티격태격 대는 두 동생을 정리하려고 했다.


“아라야, 지금 레오나의 대학 입학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잖아.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오빠는 요새 사귀는 여자 없어?”


류아라가 화살을 류지호에게 돌렸다.


“어머니가 물어보라 시든?”

“그렇긴 한데, 나도 궁금해.”

“없어.”


류아라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럴 리가. 전에 파티에서 만난 언니는? 서로 연락 주고받았잖아.”


레오나가 움찔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흐응. 서부 남자들은 날라리라던데. 큰오빠도 그렇겠지?”

“인석들이 오빠를 놀려?”

“레니, 오빠는 은근히 순정파야. 서부인 답지 않을걸!”

“큰오빠도 할리우드 사람인데?”

“그런데 섹스는 몇 명이랑?”


류지호는 참지 않고 류아라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아얏!


꽤나 아팠는지 비명을 지른 류아라가 이마를 잡으며 눈물을 그렁그렁 거렸다.

류지호는 무시했다.

여우짓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우, 옛날의 자상한 오빠는 더 이상 없어. 여동생에게 폭력 쓰는 나쁜 오빠!”

“시끄러.”


류지호가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언제 여우짓을 했냐는 듯 류아라가 헤실 거렸다.


“헤헤헤.”


남매를 지켜보는 레오나의 얼굴에 부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언제 돌아갈 예정이야?”

“일 주일 쯤.....”

“뭐하고 놀지 정했어?”

“서핑 재밌어?”

“오빠랑 맞는 것 같아. 아주 좋은 취미를 발견한 것 같다.”

“우리도 배울 수 있어?”

“배울 수야 있지. 해볼래?”

“특별히 할 걸 정하고 온 건 아니라서.”

“레오나도?”

“큰오빠가 가르쳐 주는 거야?”

“나도 초보라서 남을 가르쳐줄 수준은 아니고, 전문 강사 붙여줄게.”


레오나가 남몰래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올라가서 쉬어. 내일은 오후에 둘이 시내 나가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어. 모레 오빠랑 바닷가에 놀러 가자.”

“좋았어!”


류지호는 두 여동생을 가볍게 안아주고, 마스터룸으로 향했다.

여동생들과는 자주는 아니지만 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받고 있다.

레오나는 이메일에 ‘영혼으로 연결되었다’느니 ‘운명의 사슬로 엮였다’느니 같은 표현을 써가며 류지호와의 관계를 설정했다.

판타지 로맨스를 꿈꾸는 십대 소녀의 감성이었다.

류지호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맺혔다.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 ❉ ❉


서핑은 안전을 상당히 요하는 수상스포츠다.

어디서 타느냐가 안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해변에 따라 파도의 크기나 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파도가 일정하고 천천히 이는 곳이 좋았다.

자갈이 아닌 모래로 이루어진 곳이 부상의 위험이 적은 것이 당연하다.

캘리포니아 해변을 따라 무수히 많은 서핑 스팟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초보 서퍼들을 위한 스팟이 꽤 많다.

윌리 워커는 부드러운 파도와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있어 롱보드를 타는 초보자들에게 최적의 장소만 골라서 류지호를 안내했었다.

다른 스팟에 비해 덜 붐비는 것도 초보자들에게는 이점이다.

샌 오노프레(San Onofre) 해변, 데이나 포인트(Dana Point), 주립공원에 있는 도허니(Doheny) 해변은 파도가 길고 천천히 쳐서 초보 서퍼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말리부(Malibu)도 빼놓을 수 없는 캘리포니아 서핑의 유명 스팟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길고 천천히 파도가 쳤다.

헌팅턴(Huntington) 비치는 서프시티로 불린다.

그 정도 서퍼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모래가 잘 깔려 있어 초보들이 타기에 나쁘지 않다.

다만 피어 인근은 파도가 높고 거칠어 상급자들만 즐긴다.

류지호가 여동생들을 말리부로 데리고 갔다.


부우웅.


류아라가 차창을 열었다.

바닷바람이 와르르 차 안으로 몰려들었다.

류아라가 고양된 흥분감을 마음껏 드러냈다.


“우와! 그래 이 느낌, 캘리포니아다! 오늘 콧바람 한번 제대로 쐬겠어!”


아직 아침인데도 해변에 많은 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일행은 말리부 해변의 서핑장비 렌털숍에 들러 웨트수트를 빌렸다.

서핑은 체력 소모가 심하다.

초보의 경우 2시간 렌트로 충분했다.

해변으로 나가니 이미 파도에 몸을 싣고 있는 서퍼들이 여럿 보였다.

대부분 초보들이다.

웨트수트를 입은 류아라는 빼빼 말라보였다.

집안내력인 듯 삼남매는 어릴 때부터 통통한 적이 없었다.

반면에 레오나는 부모의 장점만 골고루 이어받은 것 같았다.

키도 제법 크고 팔다리로 길쭉길쭉했다.

외모의 완성은 얼굴이란 말처럼 미모가 폭발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류아라가 오빠의 웨트수트를 벗길 듯이 달려들었다.


“오빠, 레니에게 빨래판 한 번 보여줘 봐봐.”

“까불지 말고.”

“얼른! 플레이보이에서 화보 찍자고 했다며?”


플레이보이지가 아니라 미국의 3대 남성잡지 중에 하나인 Esquire와 최근 인터뷰를 했다.

편집국장이 상반신을 노출한 사진을 표지에 싣겠다고 했다.

거절했다.

연예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싫어서 품격이 느껴지는 사진을 싣도록 했다.

암튼.


꺄악.


“징그러~”


류아라가 난리법석을 떨었다.

류지호는 태권도 품세와 겨루기만 죽어라 하진 않는다.

티노와 말릭이란 뛰어난 트레이너가 경호원이다.

그들로부터 웨이트트레이닝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우락부락한 근육질은 아니다.

최근 서핑을 하면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몸매 좋기로 유명한 EPL 축구선수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근육을 자랑했다.

두 여동생이 류지호의 초콜렛 복근을 보며 법석을 떠는 사이 에일린이 다가왔다.


“Jay!"

"어, 왔어?“


두 여동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롭게 에일린을 살폈다.

혹시 류지호의 여자 친구인가 싶어서.


“이 어린애들은 혹시 Jay의 딸?”

“여동생.”

“아기들로 보이는데?”

“늦둥이지.”

“막내에 늦둥이면 정말 애지중지 컸겠네....”


류아라에게 늘 따라오는 선입견이다.


- 귀하게 자랐겠다.

- 다들 오냐오냐했겠네.

- 딱 봐도 공주님 스타일이구만.

- 그럼 근성 없겠는데.


이런 말들을 귀 따갑게 들었다.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제작자이자 감독이며, 수십조의 자산가 오빠를 둔 재벌 막내 딸.

류아라는 억울했다.

15년 전만 해도 달동네에서 살았다.

오빠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학창시절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색안경을 쓴 시선으로 본다.


“약골은 골치 아픈데....”

“말괄량이야. 둘 다 근성도 있어. 가르치는 맛이 있을 거야.”


여동생들의 강습은 에일린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정식 서핑 강습 자격증 보유자다.

자신이 직접 배워봤기에 의심 없이 맡길 수 있었다.

여동생 둘이 모래 위에서 간단한 주의 사항과 동작을 연습했다.

속성 강습이다.

어차피 물장난 정도 수준의 맛보기만 경험만 하게 해 줄 생각이다.

파도도 거의 일지 않는 허리 높이의 수심에서 놀기로 했다.

20분 정도 모래위에서 연습을 하고 곧장 바다로 들어갔다.


"패들링, 패들링!"


류아라가 열심히 팔을 허우적거렸다.

에일린에게 배운 대로 파도가 보드를 밀어 올릴 때쯤 상체를 들어 올렸다.

보드 위에 서는 동작을 시도해봤다.

두려움과 함께 짜릿함이 몰려왔다.

물론 서는 데는 실패다.

당연한 결과다.


풍덩.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20여 분 정도나 탔을까...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레오나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서핑 보드에 설 수 있는 류지호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무리하지 마. 물놀이 한다고 생각해.”


에일린이 거들었다.


"Jay 말대로 해. 서핑은 체력을 상당히 요하는 스포츠야.“

“....쫌 무서운데....!”

“물을 무서워하지 마. 둘 다 수영을 할 줄 알잖아.“


류지호는 보드 위에 레오나를 엎드리게 하고 바다로 이끌었다.


“한 번 서볼래?”

“부탁해!”


강사들은 서핑 초보에게 바다가 아니라 무조건 단단한 모래 위에서 일어서는 법부터 가르쳤다. 그런데 류지호와 에일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차피 허리 높이 수심의 해변에서 멀지도 않다.

보드에서 자빠져도 다칠 일도 거의 없다.

20분 정도 패들링을 열심히 하다보면 지쳐 나가떨어질 터.

특별한 경험 해보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


“에일린이 요령 알려준 것 기억하지?”


레오나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엎어진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빠르게 무릎을 꿇으면 되는 거야. 이렇게.”


류지호가 가볍게 보드 위에서 일어서 자세를 잡았다.


“와~”

“내가 잡아 줄 테니까 해봐.”


류지호는 레오나를 보드에 올리고,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보드에 올릴 때부터 얼굴이 붉어졌던 그녀는 허리에 류지호의 손이 얹어지자 헛숨을 삼켰다.


“집중해!”

“엇! 아앗!”


풍덩!

허우적거리다 일어난 레오나가 울상을 지었다.


“흐잉.”

“하하하.”


류지호는 그녀가 바다에 빠질 때 잡아주지 않았다.

잡아주었다가는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 그런 과정의 반복되었다.

일반인이라면 열 번 이내에 보드에 무릎 꿇는 과정을 해낸다.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 일어서기까지 한다.

중심을 잡지 못해 떨어지더라도 평균적으로 그렇다.

레오나는 제법 운동신경이 있는 모양이다.

여섯 번 만에 무릎을 꿇었다.

여러 차례 물에 빠지면서도 레오나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승부욕인가....? 아니면 오기?’


꼬맹이 때부터 보아온 레오나다.

승부욕이 있는지 몰랐다.

류아라도 일반인 수준은 되는 모양인지 열 번 언저리에서 보드 위에 무릎을 꿇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판단한 거 같은데?’


류지호는 동생들이 감수성이 풍부한 여린 성격인 줄 알았다.

관심 없는 분야에서까지 열과 성을 다하는 성격들이 아니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물놀이로 치부해도 될 만한 것에 쉽게 포기하지도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 흡족했다.

물론 서핑이 꽤나 매력적인 스포츠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한 번 일어서 볼까?”

“준비 됐어.”

“무릎 꿇는 건 혼자 해봐. 서는 건 내가 도와줄게.”

“좋았어!”

“자, 그럼 하나 둘, 셋!”


레오나가 불안정하긴 하지만, 보드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어 류지호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일어서는 걸 도왔다.

1초 정도 보드 위에 서있던 레오나가 곧바로 물속에 빠져버렸다.


“어때, 할 만해?”


레오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를 없애는 게 중요해. 보드가 흔들린다고 겁먹지 마. 보드는 쉽게 뒤집어지지 않으니까.”


류지호가 레오나가 타고 있던 보드에서 손을 때고 물러섰다.

때마침 밀려온 파도에 보드가 출렁이자, 레오나는 비명을 지르며 보드를 꽉 잡았다.


“.....어?”


얼굴이 때린 바람이 갈라져 멀어지고, 몸이 파도를 타고 미끄러져 나가는 것 같았다.


“레오나, 지금!”

“어!”


류지호의 외침에 레오나가 반사적으로 보드 위에서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

슬그머니 눈을 뜬 레오나는 파도와 함께 미끄러지는 보드에 놀랐다가 이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저 만치에서 류지호가 팔짱을 끼고 웃고 있었다.

류지호가 일어서보라고 손짓을 해보였다.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레오나가 입을 굳게 다물며 보드 위에서 일어섰다.


“해, 해냈다. Jay! 나 해냈어! 나······꺄악!”


풍덩!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곧 얕은 바다에서 멍하니 하늘을 봤다.

그의 팔에서 늘어진 줄에 매달린 보드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다가온 류지호가 손을 내밀었다.


“잘했어.”


류지호가 레오나의 머리를 슥슥 부드럽게 쓸었다.


“...최고야!”


레오나는 ‘Jay에게 칭찬 받았어’ 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류아라는 레오나처럼 보드 위에 쉽게 올라서진 못했다.

보드에 엎드려 양팔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즐기려고 하는 서핑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레오나는 지치지 않고, 서핑에 도전했다.

끝내 가슴까지 오는 바다에서 보드를 탈 수 있게 됐다.

일어서지는 못했다.

무릎을 꿇고서 작은 파도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며칠만 더 연습하면 물놀이 정도는 할 수 있겠어....’


그렇게 반나절을 놀다가 서프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재잘재잘.


점심식사 내내 여동생 둘이 에일린에게 바짝 붙어 서핑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을 퍼부었다.


“얘들 말려야 하지 않을까?”

“호호호. 왜 말려? 권장해야지.”


벨에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두 여동생은 퍼져버렸다.

류지호는 스포츠 마사지사를 집으로 불렀다.

여동생들이 마사지를 받으며 잠에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웨스트우드 헤드쿼터 집무실에서 몇 가지 보고를 받고 Hughes/DirecTV 인수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엘 사군도에도 다녀왔다.

저녁식사는 자주 가는 회원제 레스토랑에서 유니벌스 픽처스 사장과 먹었다.

그 자리에서 PolyGram Working Title Films 인수와 관련된 경쟁에서 유니벌스 픽처스가 발을 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노의 질주> 관련 합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니들 용돈 한 푼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이렇게 안 보이게 일을 하고 있단다. 큰오빠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주절거린 류지호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X-Man>의 프로덕션 오피스를 기습 방문했다.


“열여덟 먹은 소녀도 파도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보드 위에 서보려고 최선을 다하는구만. 수천 만 달러짜리 영화는 하는 사람들이 하는 꼬라지 봐라.....!”


류지호는 라이언 징거에 대하여 무척 실망했다.

직접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진면목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게으르다.

게다가 핑계가 많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소인배다.

어떻게 그런 인간이 블록버스터를 연이어서 하게 되는 것인지 미스터리다.

데뷔작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유대계 인맥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류지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감독 선임의 기준에서 혼란을 겪었다.


‘뽕이 장난이 아닌데.....?’


겨우 영화 두 편 연출한 주제에 대감독처럼 굴고 있다.

류지호는 이런저런 성적인 스캔들에 불구하고 가능하면 좋게 봐주려고 했다.


‘못 쓰겠네.’


무능한 것은 당연히 문제다.

게으른 것은 더 큰 문제다.

게으른데다가 핑계까지 많으면.... 구제불능이다.

류지호는 추후 <X-Man> 프랜차이즈에서 라이언 징거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

이전 삶의 기억은 기억이다.

똑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못 믿을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하고 싶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천재도 아닌 주제에 천재인 척 하는 같잖은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니까.’


그걸 알면서도 대우해주는 풍토도 어이가 없었고.

야근하고 있는 <X-Man> 제작진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은 류지호가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귀가했다.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십시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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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3) +4 23.02.07 3,815 124 23쪽
414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2) +6 23.02.06 3,861 129 25쪽
413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1) +29 23.02.04 3,949 132 23쪽
412 화끈하게 갑시다! (2) +5 23.02.03 3,817 129 21쪽
411 화끈하게 갑시다! (1) +4 23.02.02 3,837 125 24쪽
410 꿈의 직장이잖아요. +11 23.02.01 3,962 140 30쪽
409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3) +9 23.01.31 3,774 141 27쪽
408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2) +5 23.01.30 3,782 129 26쪽
407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1) +7 23.01.28 3,852 131 20쪽
406 예술 한 번 해보자고! +8 23.01.27 3,971 139 25쪽
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7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5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4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9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3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1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7 149 26쪽
398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10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2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6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7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2 148 27쪽
» Surfin USA! (3) +8 23.01.13 3,921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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