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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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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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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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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화끈하게 갑시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연회장에 안 가십니까? 모두가 의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곧 닥칠 일들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한참을 멍때릴 때가 있다.

이번에도 너무 깊게 생각에 잠겼던 모양이다.


“감독님, 극장 개관 축하드립니다!”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류지호는 호스트는 아니었지만 연회장 곳곳을 누비며 감사를 전했다.

백순이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류지호가 물었다.


“뭐 좀 드셨어요?”

“우리 후배들이 이것저것 챙겨줘서 잘 먹고 있어요.”


류지호가 김영찬과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에게 눈으로 감사를 표했다.


“대길의 처가 서영이라고요?”

“이서영 선배 모시기 정말 힘들었어요.”

“인연이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 이서영 선배님이 에로배우인 줄 알고 동시상영관에 어른인 척 속이고 가서 영화 참 많이 봤어요.”


데뷔작 <무릎과 무릎 사이>도 그렇고 베를린 국제영화제 본선 경쟁작인 <땡볕>, 결말이 충격적인 영화 <티켓>까지 어린 류지호는 에로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서영이가 노래를 참 잘했어요.”

“저는 이 선배가 뮤지컬 하는 걸 못 봐서 잘 몰라요. 선생님.”


이서영 배우는 아버지가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만추>를 비롯해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겨질 다수의 작품을 남긴 거장이다.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1981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이후로 불꽃 같이 정열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다.

뛰어난 연기력,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달리 대중들에게는 과감한 노출연기와 강렬한 외모로 각인된 배우다.

지금까지 30여 편의 영화·드라마에 출연했는데, 1995년 <헤어드레서>를 끝으로 프랑스로 떠난 후 그곳에서 유학생과 결혼했다.


“서영이는 언제 한국으로 돌아왔대요?”

“임신을 하는 바람에 재작년에 들어와서 아이를 낳았대요.”

“이제 맘 잡고 다시 연기를 한대요?”

“본인은 연기를 놓은 적이 없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안 찾아줘서 연기를 하지 못한 것뿐이라고.”

“그런 애가 외국으로 떠나버렸대요?”

“누구나 사연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서영이는 인상이 강렬해서 시골 아낙처럼 안 보일 텐데....”

“이 선배가 사극도 은근히 좀 해봐서 금방 캐릭터를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몇 년 쉬어서... 감이 떨어지진 않을 런지. 감독님한테 폐가 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

“이 선배가 기본기가 탄탄하잖아요.”

“감독님이 고생할까봐 그렇지요. 미국하고 달라서 우리 예술계가 많이 척박하다우.”

“하하. 제가 힘내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중환이 특유의 건들거리는 듯한 걸음으로 테이블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유. 그래요.”

“저 좀 앉아도 되죠?”

“그럼요.”


박중환이 옆 테이블에서 의자를 빼와서는 류지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왜 안 불렀어?”

“.....?”

“아예 책도 안 줬더라?”

“형.... 요새 미국에서 인기 많다며?”

“명수형이나 그렇지.”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올해 선댄스 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초청작으로 선을 보여 현지에서 격찬을 받았다.

스콧 형제가 이명수 감독에게 할리우드 후원자가 되어주겠다며 러브 콜을 보내는가 하면, 20세기 PARKs 계열의 서치라이트 필름에서 반담 주연의 영화 연출까지 의뢰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양들의 침묵>을 연출한 조던 데미 감독은 주연배우 박중환에 큰 관심을 보이며 차기작에 출연시키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형은 할리우드 가서 놀아.”

“네가 불러줘야 찍지. 내가 또 B급 영화 찍어야 쓰것냐?”

“영화는 다 같은 영화지. 할리우드에서는 신인 주제에.... 초심을 잃은 거야?”

“초심은 무슨 샤프심이냐? 시끄럽고. 공 좀 치냐?”

“골프?”

“그럼 야구공이겠냐?”

“공을 맞춰서 날릴 정도.”

“언제 정기형이랑 공 같이 치자. 시간은 되냐?”

“안 선배와 셋이서?”

“후배들 몇이 더 올 거야. 가끔 모여서 골프 치는 모임이 있거든.”

“싱글벙글?”

“어떻게 넌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게 없냐?”

“형님, 내가 가온그룹 오너요.”

“그래, 잘났다.”


류지호는 일정을 확인해보고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겠다는 말로 박중환을 쫓아버렸다.

연회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1시 30분 정도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 가온그룹 관계자들만 남았다.

나용근 사장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경쟁사 극장 매니저급들은 다 다녀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지방 극장 진출이 더 빨라지겠죠?”

“일단 종로 쪽 극장가가 즉각 반응할 겁니다. BGV도 강남진출을 서둘 것 같습니다.”

“BGV는 당장 강남으로 진출 못할 겁니다. 들어올 자리가 없어요.”

"백설은 광성처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 큰 장애요소입니다.”

“그룹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고, 합작사의 든든한 자금줄도 있고. 지금이야 우리와 큰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작정하고 달려들면 금방 따라올 겁니다.”

“브랜드 강화 방안에 대해 좀 더 힘을 쏟아보겠습니다.”


류지호는 코엑스몰을 떠나기 전 극장 로비로 향했다.

시사회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과 대화를 엿들었다.

대체적으로 좋은 소리만 들려왔다.


[G.O.M 코엑스점은 굉장한 노력과 야심을 내보인 극장이라 하겠다. 13일 개관 전야제 시사회에 참여했던 관람객들은 의자의 편안함을 최고로 꼽았다. 극장의 분위기가 기분을 상승시킨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앞으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전통적인 종로 극장가가 아닌 코엑스 몰로 오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것을 마냥 좋아하고 있을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겠다. 우리는 IMF가 끝난 것이 아니다. 또한 한국영화의 마지막 보루라고 하는 스크린쿼터를 무너뜨리려는 미국 측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이다. 지난 98년 미국은 한국정부가 외자 유치에 적극적인 것을 이용하여 '멀티플렉스극장 합작투자'를 미끼로 스크린쿼터의 완화를 꾀했음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제시하는 합작투자는 'GOM 강남점‘과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이었다. 그 당시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복합관들이 운영되려면 그 만큼 많은 영화가 있어야하고 우리영화뿐 아니라 직배영화도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일본영화마저 개방된 시점에서 점점 복합관이 많이 생기는 것을 조금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외국의 투자가 마냥 좋은 떡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GOM 극장체인이 순수 국내 자본인 것에 안도감이 드는 건, 그들이 벌어드린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지 않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IMF로 수많은 국내 알짜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부동산 시장마저 외국자본에 잠식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았을 때, 건실한 국내 기업이 영화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건 그 나마 우울한 현실에서 한 줄기 희망이라 할 수 있다.]

- 겨레 신문 거대한 어미 ‘곰’ 극장업계의 공포와 희망‘ 칼럼 중에서-


✻ ✻ ✻


며칠 전 G.O.M 코엑스점 개관 행사에 참석했던 류지호는 조용히 한국을 떠났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제트기를 탔다.

다만 지난번 Pacific Aero의 777계열이 아닌 Atlantic stream G200을 타고 김포공항을 떠났다.

원래 미국에 다녀오긴 해야 하지만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정이 조금 복잡했다.

지난 3월 초순이었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태평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로 남북한 특사가 수차례 접촉한 끝에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원역사대로 흘러가는 바람직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북한 지도자가 류지호를 정상회담 특별수행원단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해왔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지도자가 영화광인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오죽하면 남한 최고의 영화감독 부부까지 납치를 했을까.

류지호는 나래안전과 다온 로펌으로부터 그 같은 정보를 듣자마자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쫓아갔다가 북한에 억류될 까봐?

자신의 개입으로 역사가 바뀔까 봐?

모두 아니다.

그냥 귀찮았다.

영화에 집중한다면서 글로벌 기업의 CEO자리까지 마다한 류지호다.

게다가 올해 늦여름부터 한국에서 영화도 찍어야 한다.

쓸데없이 역사의 흐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미국에서 닷컴버블 핵폭탄이 터졌다.

그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핑계가 생겼다.


“369억 달러... 미쳤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나스닥 주식을 처분하고 얻게 된 총수입이다.

무려 44조 원이다.

그 중에서 류지호와 GARAM Ventures는 83억 달러(약 10조 원)를 손에 쥐었다.

JHO Company 금융투자 부문에서 거둔 실적 가운데 역대 최고 규모의 실적이었다.

예상했던 금액에서 70억 달러를 더 벌었다.

SanCisco 덕분이다.

류지호와 GARAM Invest는 각각 700만 주 3,7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몇 주 전 블록딜을 통해 200만 주, 1,000만 주를 처분했다.

때마침 SanCisco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82달러)를 찍고 시가총액 5,554억 달러를 달성하던 시점이었다.

모든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이유는 SanCisco가 배당귀족주라서 그렇다.


‘혹여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상관없겠지. 배당을 잘 줄 때는 분기별로도 주니까.’


주식 보유량이 늘어난 기업들도 두 페이지에 걸쳐 보고서에 요약 정리되어 있다.

McIntosh, Exco Mobil, 4M, FN City Bank NY, The Coke, 파이저, 이캐하 기타 등등.


“응? General Digital...?“

“어바인 소재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입니다.”


약칭으로 ‘쥐디‘라고 불리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분야 원톱 회사다.


“올해 20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혹시 Shuggart도 나스닥에 상장되어있다고 하던가요?”

“...예.”


3대 하드디스크 제조사하면 Shuggart, General Digital, 도쿄시바우라를 꼽는다.


“돈이 돈을 번다고.... 참 무섭네요.”

“보스의 머니 파이프라인이 얼추 갖춰졌습니다.”


산업이나 생활 인프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일일이 자원을 실어 나르지 않아도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원활하게 자원을 이동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머니 파이프라인은 그 같은 개념에 따라서 노동과 시간을 적게 투입하고도 돈이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류지호는 영화 연출과 제작을 하며 근로소득이 발생하고, 소유한 기업을 통해 사업소득을 얻는가 하면, 부동산 소득 및 금융투자소득, 이자 소득, 영화 및 2차 창작 저작권수입, 주식배당 소득, 초상권 수입 등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그 수입들은 투자회사로도 들어가고 주거래은행 예금으로 들어가며 각종 펀드로도 흘러간다.

자선재단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세금혜택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때론 조세회피처의 법인에 잠시 잠겨있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곳으로 재투자가 벌어지기도 한다.

소득구조가 다변화된 재테크 개념이 아니다.

서로가 철저한 계산 하에 연결되어진 알아서 돈을 버는 완벽한 파이프라인이 갖춰져 있었다.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투자하는 부문과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 체계가 갖춰지면 더욱 완벽해 질 것입니다.”


류지호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보고서에 집중했다.

보고서에서 익숙한 기업이 나오거나, 영화·TV 부문에서 익숙한 영화나 TV시리즈 제목이 나오면 반가움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류지호가 기억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향후 수년 간 꽤 잘 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닷컴버블로 폭락한 주식시장에서 쓸어 담은 후에 기다리면 2008 금융위기 전으로 또 한 번 재산이 수십 배 불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자팀에 주식을 보유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이젠 류지호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투자팀이 알아서 잘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투자전문가를 대폭 보강했네요?”

“각 분야 별로 30명 정도 보강한 것으로 압니다.”

“한국계로 보이는 이름이 꽤 많이 보이네요?”

“한국과 관련된 업무가 많아지면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국계를 많이 채용했다고 들었습니다.”


여전히 한국은 IMF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경제에서 한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가는 만큼 월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한국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월가의 중심에서 핵심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코리아펀드나 한국 관련 업무 분야에 편중되었다고 해도, 20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단독으로 운영하면서 입지를 굳히는 인물도 있다.

타이거스나 베어스턴스 등 월가에서도 큰 규모의 금융회사에서 이사급에 오른 인물도 있다.

애널리스트 그룹에선 아직 상위그룹까지 진출한 사람은 없지만, 주니어그룹에 한국계가 상당수가 포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각 미국 회계법인에 한국 관련 업무와는 관계없이 젊은 한국인들이 상당수 진입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엘리트사회에 한국계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JHO Company 그룹에도 TV방송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실리콘밸리에서 IT벤처를 꿈꾸는 한국계 청년 창업가들까지 10여 명의 중간관리자급이 스카우트 되었다.


“그리고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요?”


류지호가 보고서를 덮으며 물었다.


“보스가 타고 다니실 전용기에 대한 건입니다.”

“이번에 돈 좀 생겼다고 맷이 전용기 구입하자고 그럽니까?”

“보스뿐만 아니라, 임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보스의 허락 없이도 매튜 회장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Don?”

“네. 보스.”

“19인승 자가용 비행기로 한국까지 날아갈 수 있어요? 중간에 급유를 받기 위해 하와이에 한 번 들려야하려나?”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이 구입해 타고 다니는 737 PBJ 정도를 적정 탑승인원을 줄여서 연료탱크를 몇 개 추가로 장착한다면 한 번 경유로 가능할 것 같습니다.”


Atlantic stream G200, 글로벌 익스프레스 역시 한국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순 없다.


“그룹 차원에서 2대 정도 구입해 운용할 여력이 된답니까?”

“충분합니다. 3대까지 가능합니다.”

“그렇단 말이죠?”

“통상 전용기 구입 예약을 하면 2~3년 후에 인수하게 됩니다. 그런 것을 감안했을 때 올해 구입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빨라야 2년 후에나 운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내 개조 작업과 도색까지 한다면 몇 달 더 소요됩니다.”

“작정하고 말하는 것 보니까 내가 반대한다고 전용기 구입 건이 없던 일이 될 것 같지 않네요.”


도널드 제이콥이 짐짓 헛기침을 했다.


“좋아요. 화끈하게 3대 구입하라고 하세요. 하나는 내 전용으로. 다른 하나는 회장 전용으로 나머지 하나는 임원들이 출장 시에 이용하는 것으로.”

“좋은 결정입니다.”


도널드 제이콥의 표정이 밝아졌다.


“Don이 왜 좋아해요? 그간 나를 따라다니느라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보스의 동선이 장거리가 많아서.... 그간 비서실에서 전용기 구입에 대한 꾸준한 건의가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구입하죠 뭐. 해외 로케이션이나 프로모션 때 이용할 수도 있겠네요.”

“오랜만에 제가 잔소리 좀 해도 되겠습니까?”

“언제는 물어보고 했어요?”

“전용기는 사치가 아니라 자산입니다. 세계무대를 뛰어다녀야 하는 경영진의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원의 휴대전화처럼 기업 경영진에 전용기는 필수품입니다.”


JHO Company의 영업력은 전 세계에 걸쳐 있다.

향후 해외 법인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예정이다.

신속한 현지 경영을 위해 비즈니스 제트기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다.

그 동안 류지호가 재력이 됨에도 전용기 구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부의 과시라거나 사치라는 생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돈 백 달러라도 탈탈 털어서 사업에 투자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스닥 주식 처분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린 김에 전용기를 구입해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기종은 데본 테럴 사장과 의논해 보세요. 그쪽이 전문가들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보스.”

“이제 볼 만한 것은 다 본 거겠죠?”

“혹시 Bilderberg Meeting이라고 아십니까?”

“음모론에 등장하는 그림자 정부.....?”

“그림자 정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미국과 유럽의 권력자들이 모여서 세계적인 이슈를 진단하고 논의하는 비밀 모임입니다.”


빌더버그 미팅(Bilderberg Meeting)은 1954년부터 유럽·북미의 정·재계 실력자 130여 명이 모여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비밀모임이다.

매년 5~6월 사이에 개최되는데, 미국과 유럽 즉 서방세계의 힘이 있는 자들의 입장에서 세계 질서를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인지를 논의한다.

음모론에 등장하는 그림자 정부는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삼각위원회(trilateral.org), CFR(cfr.org), 로마클럽(clubofrome.org) 등 알려진 것만 여러 개다.

그들이 세계의 이면에서 에너지, 금융, 언론, 바이오, 곡물, 군수 등을 쥐고 흔드는 것은 음모론과 관계없이 사실이다.

세계 지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맞으니까.


“갑자기 빌더버그 미팅은 왜요?”

“유럽의 정보라인에서 올해 미팅에 보스를 초대할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 모임은 백인 유력자들끼리 비밀스럽게 모여서 음모 꾸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진 않습니다. 자문 위원에 락커펠로 가문만 유일하게 들어가 있어서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사실 주최는 네덜란드 왕실이 합니다. 메인 참석자들도 대부분 유럽 왕실이 차지하고 있죠.”

“그러니까요. 나는 아시아계죠. 그것도 일본이나 중국인도 아닌 저 변방의 한국인일 뿐인데....”

“초청자는 조정 위원회에서 선별한다고 하는데, 보스는 한국인이라서 초청 대상으로 검토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권력자이자 위성방송까지 소유하게 됨으로써 미디어 권력까지 쥐게 된 것을 높게 본 것입니다. 보스는 적어도 영화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파워맨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흥국 출신이 초청장을 받은 유례가 없습니다.”

“중국도?”

“유럽의 왕실과 G7 국가 최고위급 인사, 세계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군사 및 경제 강국 등 신흥국 출신은 단 한 번도 초청을 받을 적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일본 역시 멤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북미에서 파워맨이다.

썬밸리 컨퍼런스 같은 미국 유력인사들만 초청받아 가는 모임에도 초청을 받을 정도다.

이제는 음모론 단골 소재인 유럽의 비밀모임에서까지 초청을 받게 생겼다.


“대강 의도는 추측해 볼 수 있겠네요. 혹시나 이번 미국 증시 폭락에 대해 내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겠죠. 늑대 소굴로 초대해서 어떤 놈인가 파악해 보고 만만해 보이면 잡아먹겠다?”

“그 반대일수도 있습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양과 음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도 되니까요.”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구골, 아마조니아닷컴, 페이스노트 창업자들도 빌더버그 미팅에 참석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Don과 데본의 의견은요?”

“유럽 왕실과 네트워크를 이을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영화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경영권까지 내려놓으려고 하는 판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도 안 가려고 하는데.... 내가 빌더버그 미팅 같은데 참석해야겠어요?”


풋.


좀처럼 웃질 않는 도널드 제이콥이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임에 초대받느냐 마느냐는 누군가에게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데 자신의 보스는 귀찮고 성가시다는 투다.

정보기관 출신으로 그런 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초청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지켜봅시다.”

“예. 보스.”


2000년 빌더버그 미팅에 류지호는 초대를 받진 못한다.

그렇다고 초대 리스트에서 이름이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다.

위성방송이라는 미디어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류지호는 음모론에 등장하는 그림자 정부 모임마다 초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류지호의 국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국제적인 이익 카르텔의 멤버로서 손색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할 뿐.


작가의말

빌더버그 미팅이 언급되었다고 해서 주인공이 음모론에 휘말리는 일은 없습니다. 서방세계 유력자들의 비밀행사에 주인공이 초청받을 수 있는 거물이 되었다는 의미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설 진행 상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는 국제적 비밀모임에 주인공이 참석할 수도 있습니다. 돈과 미디어 권력을 가진 것도 모자라 예지력(?)까지 있는 주인공을 세계 경제와 정세를 좌우하는 이들이 가만 놔줄리가 없겠죠. 선밸리 컨퍼런스 때처럼 알짜 회사의 빅딜이 벌어질 수도 있고. 영화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불금 맞이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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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일
    23.02.03 09:22
    No. 1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감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2.03 09:35
    No. 2

    중국극장업 찾아보니깐 cgv는 성공했던데요. 한국에서 바로 투자하면 50:50 인가해서 중국측에 끌려다녀야해서.. 홍콩에 법인을 세우고 중국 전체를 대상으로하는 부동산개발업자하고 손잡고 지분율도 올리고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닌 경쟁이 덜 치열한 2선급도시에 진출해서 극장이 백개되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2.03 10:31
    No. 3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쥬논13
    작성일
    23.02.03 11:07
    No. 4

    737 올인보다는 회사의 팀단위 운용을 위해 757/767 전용기도 좋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2.03 12:06
    No. 5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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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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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Quantum Jump! +5 23.02.15 3,731 134 21쪽
421 시작은 미약하지만...! (3) +8 23.02.14 3,689 123 21쪽
420 시작은 미약하지만...! (2) +6 23.02.13 3,762 116 21쪽
419 시작은 미약하지만...! (1) +6 23.02.11 3,826 121 24쪽
418 어리광은 그만 부려야 하지 않을까? +7 23.02.10 3,807 131 25쪽
417 Timely Cinematic Universe! (2) +7 23.02.09 3,821 121 24쪽
416 Timely Cinematic Universe! (1) +5 23.02.08 4,012 130 23쪽
415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3) +4 23.02.07 3,815 124 23쪽
414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2) +6 23.02.06 3,861 129 25쪽
413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1) +29 23.02.04 3,948 132 23쪽
» 화끈하게 갑시다! (2) +5 23.02.03 3,817 129 21쪽
411 화끈하게 갑시다! (1) +4 23.02.02 3,836 125 24쪽
410 꿈의 직장이잖아요. +11 23.02.01 3,962 140 30쪽
409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3) +9 23.01.31 3,773 141 27쪽
408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2) +5 23.01.30 3,781 129 26쪽
407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1) +7 23.01.28 3,850 131 20쪽
406 예술 한 번 해보자고! +8 23.01.27 3,969 139 25쪽
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6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4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3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8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3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0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6 149 26쪽
398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09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1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6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7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1 148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20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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