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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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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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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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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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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어리광은 그만 부려야 하지 않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 옆 길가.

1981년 문을 연 브런치 레스토랑 사라베스(Sarabeth's).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말마다 주인공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뉴욕커들 사이에서 브런치 메뉴가 유명했다.

맨해튼에서는 보기 드물게 한적한 오후.

류지호가 여성 두 명과 사라베스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다.

한명은 여동생 레오나 파커, 다른 한 명은 샤논 챔버스다.

레오나가 팬케이크를 깨작거렸다.

불만 가득한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레오나가 힐끗 샤논을 바라보았다.


‘....톡스 가문의 딸이란 말이지?‘


뽀얀 피부 진한 갈색의 머리카락.

예쁘단 말을 많이 듣고 살았을 법한 외모다.

게다가 큰오빠와 엄청나게 친해 보였다.

레오나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꽉.


대체 어디서 이런 여자와 알게 된 건지....

큰오빠와 엄청 친근하게 구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으으....!’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레오나가 신음 소리 비슷한 소리를 냈다.


“레오나.”

“...응?”

“음식이 별로야?”

“......”

“팬케이크가 입에 안 맞으면, 에그 베네딕트 먹어볼래?”

“아니야.”


매튜 그레이엄 삼촌과 도널드 제이콥 수석참모를 통해 큰오빠에게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큰오빠를 남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도 무수히 날렸고.


‘그 정도 했으면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닌가?’


목석도 아니고.


‘설마 알고 있는 건가? 근데 왜? 지금 Jay는 양다리? 어장 관리?’


어장 관리라는 한국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류지호에게 배웠다.

레오나가 표정을 확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곧 얼굴을 풀고는 씨익 웃었다.

어장관리... 좋다 이거다.


‘내가 어디 가서 꿀릴 게 없는 사람이다, 이거야. 흥!’


외모 좋지 집안 좋지 곧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다닐 예정이지.


‘내가 저 톡스의 여자에게 꿀릴 게 뭐가 있어! 제임스 파커의 무남독녀! 예비 스탠퍼드생! Jay와는 이미 가족인데....!’


레오나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샤논 챔버스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오락가락 하는 레오나를 보며 샤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응?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니에요. 아무 것도.....”


레오나의 눈이 샤논 챔버스의 외모를 다시 한 번 훑었다.

아름다운 외모, 늘씬한 키, 환상적인 몸매....

아무리 봐도 자신이 그녀 보다 앞섰다.


‘......!’


헌데, 레오나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모든 것이 샤논과 비교해 자신이 월등했다.

가슴만큼은.... 패배다.

그때 묘한 소리가 들렸다.


훗.


레오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샤논을 바라보았다.


‘.....?’


분명 미소다.

그것도 승자의 미소.

샤논이 고개를 돌려 샐러드를 입에 가져가는 류지호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샤논이 얼른 입을 열었다.


“톡스 미디어에서 JHO 그룹과 협력을 제안하려고 했대요. 아쉽게도 한 발 늦었네요.”

“그랬습니까?”

“검토할 가치가 없었나 보군요?”

“대규모 투자에만 관여하고 있어서 나는 회사 사정에 대해 세세한 건 잘 모릅니다. 알았다면 톡스 미디어와의 협력을 진지하게 검토했겠죠.”

“JHO Company 그룹이 위성방송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겠죠.”


샤론 챔버스는 집안의 여러 사업 중에서 자동차 딜러 사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 일했다면 류지호와의 인연을 통해 케이블 사업에서 협력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류지호가 JHO/DirecTV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협력의 여지가 사라졌다.

물론 두 그룹의 협력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트라이-스텔라가 케이블 채널 사업을 시작했으니까.

Tox Enterprise 그룹은 미국 250여 개의 케이블 업체 가운데 톱 5에 드는 거대 미디어그룹이다.

부동의 1위는 TCI와 MediaOne을 인수합병한 BT&T, 2위는 워너-타임, Komcast, Charper Communications, Tox Tox Enterprise 순이다.

이들 톱 5의 총 가입자 수는 약 5,000만 명,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77%에 달한다.


깨작깨작.


비즈니스 이야기가 주를 이루자 레오나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류지호는 레오나를 챙길 수 없었다.

단순한 점심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가 아니다.

류지호의 말이 샤논 챔버스를 통해 Tox Enterprise는 물론이고 주요 케이블 업체에 전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 동안 미국의 텔레비전 네트워크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70년대까지는 뉴욕에 본거지를 둔 NBC, ABC, CBS 3개 네트워크가 도합 시청률 90%를 자랑하며 광고비를 독점해 왔다.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이라고 하면 이 3개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986년에 들어와 지상파 세계에 새로운 기업이 참여했다.

바로 영화사인 20세기 PARKs를 인수·합병한 News INC 그룹이다.

PARKsTV는 미국 전역의 독립 방송국들을 사들이기 시작해 제4의 지상파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지상파 업계에 갑자기 출현한 PARKs는 기존의 지상파 3대 네트워크를 상대로 처음으로 도전장을 낸 방송국이었다.

20세기 PARKs는 영화사를 모체로 콘텐츠 제작 능력이 뒷받침된다는 강점이 있었다.

그 것을 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워너, UPN 등)들이 지상파 네트워크에 참여해 현재는 6개 네트워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6개 지상파 네트워크 중 5개가 할리우드 자본을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는 데 드라마와 코미디 등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영화 스튜디오의 제작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 미디어 그룹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손을 잡은 결과를 낳았다.

즉 콘텐츠 공급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콘텐츠)와 하드웨어(방송국)의 통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케이블 채널로 진출한 것은 지상파의 시청률 저조 때문인가요?”


시청률을 독점해 온 지상파 네트워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절반이 넘는 시청자를 잃었다.

1978년도 NBC, CBS , ABC 3대 네트워크의 시청률 합계는 무려 91%였다.

1997년도에는 47%로 감소하여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특히 주 시청 시간대의 지상파 시청률이 뚝 떨어졌지요. 인기 TV시리즈를 보유한 트라이-스텔라로서는 고민이 많았지요.”


1998년부터 주말 주요 시간대의 4대 네트워크 시청률은 케이블TV와 역전된 상황이 발생했다.

지상파 네트워크의 수입원인 광고를 보면 사정을 파악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지상파 텔레비전은 미국 경제의 호조를 배경으로 순조롭게 광고 수입이 증가했다.

문제는 유료 서비스인 케이블TV 채널의 광고비가 1989년에 20억 달러였던 것에서 1998년에는 90억 달러로 지상파를 웃도는 세력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시청률과 광고 수입 모두에서 지상파 네트워크는 다채널 케이블TV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지상파의 장점이 단점이 되어 가고 있죠. 오랫동안 미국 텔레비전의 주역을 맡아 온 NBC, ABC, CBS 등 3대 네트워크는 종합 편성 즉 영화, 스포츠, 코미디, 드라마, 뉴스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해서 한 채널이 모든 장르를 다 포함했죠. 그 가운데서 자체 제작을 통해 저작권과 2차 이용권을 모두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뉴스 정도에요.”


영화는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방영권을 사오고, 스포츠는 각종 단체에서 방영권을 사고, 드라마와 코미디는 대부분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그런데 영화, 스포츠, 드라마, 코미디 네 분야는 모두 케이블TV의 도전을 받고 있다.

스포츠는 ESPN, 영화는 TBO를 비롯한 영화전문채널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최신 TV시리즈는 지상파가 여전히 우위를 보이곤 있지만 저작권은 제작사가 가진다.

1년 뒤에는 방영권이 케이블TV 채널에 팔려 방영되고 있다.


“그나마 뉴스도 CNN 등 뉴스 전문 채널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죠.”

“맞아요. 외부 조달 콘텐츠에 의존하는 3대 네트워크의 입장은 콘텐츠 제공자인 제작자와 계열 지국 사이를 연결하는 중계자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어요.”

“외부에서 조달되는 소프트웨어인 영화, 스포츠, 드라마의 제작비와 방영권료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죠. 특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스포츠와 드라마는 이런 경향이 심화되고 있고요. 히트한 TV시리즈가 다른 네트워크로 이적하는 것을 막으려면 제작사가 청구하는 거액의 제작비를 지불해야만 하죠. 특히 지호와 스티븐 아들러가 기획제작하고 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경우에는 4대 지상파 방송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트라이-스텔라TV가 자체 제작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방송사와 Tox 같은 케이블 업계에서 더욱 골치가 아파졌지만요.”


류지호는 남 일이라도 되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트라이-스텔라TV가 제작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편 당 제작비는 1,250만 달러다.

10부작으로 예정 된 이 시리즈의 전체 제작비는 무려 1.3억 달러.

모두가 미쳤다고 수군거렸다.

그럼에도 모든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단 스티븐 아들러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대감을 주기 충분한데, 흥행불패의 전설을 쓰고 있는 류지호가 참여하고 있다.

제작 전부터 화제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지상파 혹은 케이블 채널에서는 경쟁사에 절대 넘겨줄 수 없는 시리즈다.


“방영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글쎄요.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이 알아서 하겠죠.”


유료케이블 TST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또한 위성방송 JHO/DirecTV로도 서비스 된다.

유선과 위성 모두 PPV(Pay Per View, 시청 횟수 과금)로 서비스된다.

이 시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시리즈는 <ER>이다.

워너-타임 계열 프로덕션에서 제작해 CBS에서 방영했다.

현재 20%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광고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자체 기록을 경신하면서 제작비가 계속해서 상승했다.

특히 출연배우들의 출연료가 시즌이 바뀔 때마다 엄청 상승했다.

CBS는 방영권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새로운 시즌부터 NBC로 이적되었다.

워너-타임은 산하에 지상파 네트워크 The WB를 운영하고 있다.

NBC는 라이벌사가 제작한 인기 드라마를 빼앗아 오는 셈이 됐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의 모든 프로그램 시청률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진 지금, 위성방송 사업진출이란 모험을 감행한 건 어떤 확신이 있어서겠죠?”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확신 같은 건 없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콘텐츠를 직접 시청자에게 서비스하고 싶은 것뿐.”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그렇고, 네온 부룩하이머하고 함께 기획 중인 TV시리즈도 있다면서요?”

“트라이-스텔라TV가 준비 중인 수많은 드라마 가운데 두 편일 뿐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될지는 방영해봐야 알겠죠.”


레오나는 큰오빠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샤논 챔버스라는 경쟁자(?)에게 살갑게 대하는 투가 아니었으니까.

전형적인 비즈니스 말투라서 안심이 된다고 할까.


“듣기로 워너-타임에서 <ER>의 회당 제작비를 400만 달러에서 1,300만 달러로 대폭 인상했다고 하더라고요. 덩달아 NBC는 <ER>을 방송하기 위해 연간 3억 달러나 부담하게 된 셈이죠.”

“자동차 딜러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집안의 사업이 미디어가 주력이다 보니.... 저절로 관심이 가더라고요.”

“언젠가 미디어 계열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겠군요?”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모르죠. 앞 일이 어떻게 될지는.....”


샤론 챔버스가 말끝을 흐리며 레오나를 슬쩍 의식했다.

두 여성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류지호는 계속해서 미국의 방송업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화는 극장 박스오피스와 부가시장에서 돈을 번다.

TV 프로그램은 단연 광고수입 중심이다.

시청률이 두드러지게 높은 프로그램에 광고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90년대 중반부터 특정 인기 TV시리즈는 쇄도하는 광고료를 감안해 제작사들이 회당 제작비를 두 배 가량 대폭 인상했다.

최고 시청률 TV 시리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이 그 선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R>이 회당 1,300만 달러에 제작된 것처럼 <X-파일> 역시 한때 그와 비슷한 예산으로 제작된 적이 있었으니까.

주인공과 출연료 및 기타 사안으로 소송전을 벌이기까지 할 정도로.

흥행 대박을 친 TV시리즈는 항상 ‘돈‘ 문제가 발생한다.


“TV시리즈 이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가 스포츠에요. NFL의 지상파 방영권이 지난 8년간 180억 달러나 되죠.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방송업계에 청구되고 있죠. 광고주한데 케이블TV와는 수준이 다른 시청률을 요구받는 지상파 네트워크는 고액의 킬러 콘텐츠를 사지 않을 수도 없고.”


지상파 네트워크가 콘텐츠 소유자들을 위한 시장이 되고 말았다.

저작권을 가진 콘텐츠 제작사가 칼자루를 쥘 수밖에 없다.

지상파가 보유한 저작권은 뉴스와 다큐멘터리 정도 밖에 없다.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없는 지상파는 콘텐츠 조달 비용으로 인해 경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


“광고업계의 압력이 대단하다던데, Tox는 영향이 없어요?”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광고료가 낮게 책정되어 왔잖아요. 아직까지는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는 모양이에요.”


광고업계는 지상파 네트워크의 시청률(10%대)에 비하면 광고료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이 많았다.


“케이블TV 업계가 시청료와 광고비라는 두 가지 수입원을 갖는데 비해 수입원이라고는 광고료밖에 없는 지상파 네트워크는 딱한 상황이 아닐 수 없죠.”

“최근 광고업계에서 시청률이 높은 인기 프로그램과 비인기 프로그램 광고료를 노골적으로 차별화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야기 해 줄 수 있나요?”


Tox 그룹 회장인 삼촌에게 물어보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터.

류지호는 비밀도 아니기에 사정을 이야기 해주기로 했다.

신변잡기로 식사시간을 소모하는 것도 재미없는 노릇이고.


“<ER>을 보면 알죠. 현재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ER>의 30초 광고비가 56만 달러라고 들은 것 같아요.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다른 방송국 드라마의 광고료는 6만 달러 정도일 겁니다.”

“<X-파일>도 그 정도 하나요?”

“시즌이 계속 될수록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어서 <ER> 정도는 아닐 겁니다.”

“지상파 네트워크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시청률을 올리려고 애쓸 수밖에 없겠네요.”

“들어보니까 광고업계에서 시청률이 저조한 지상파 네트워크를 외면하고 차라리 광고료 일부를 케이블TV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하더군요. 광고 수입에 의지하는 지상파 네트워크는 갈수록 어려운 현실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적어도 TV 부분에서는 플랫폼이냐 콘텐츠냐의 논쟁에서 콘텐츠가 우위를 점한 모양새다.


“이제 방송 네트워크들의 주요 기능이 직접적인 이윤의 창출보다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복합기업 내에서 다른 부분들을 받쳐주는 안정추의 역할로 축소될 거라고 전망하더군요.”


JHO Company 미디어 부문 보좌관들의 진단이다.

지상파 네트워크의 추세는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던 프로그램들을 종영하고 그 대신 실화에 바탕을 둔 저렴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실화에 바탕을 둔 저예산 프로그램 제작, 다큐멘터리 및 토크 프로그램의 활성화, 청소년 드라마 및 성인 애니메이션의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뉴스의 경우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

드라마의 50∼75%에 해당되는 제작비로 만들 수 있다.

콘텐츠의 권리도 오로지 방송사의 몫이다.

다큐멘터리와 토크쇼 역시 저렴한 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톱스타들의 터무니없는 고액 출연료 요구로 TV시리즈 제작비가 폭등하면서 다큐멘터리로 방송사들의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도 다큐멘터리에 관심과 호응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기에 미국은 토크쇼의 천국이다.

많은 토크쇼들이 새롭게 런칭 되고 기존의 토크 프로그램들도 그 강세를 이어갔다.


“CBS가 광고주들과 갈등에 휩싸여 있죠. CBS의 시청자들은 전통적으로 다른 네트워크들에 비해 많은 장년과 노년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CBS의 프로그램들은 요즘 젊은층의 취향에 제대로 초점을 못 맞추고 있죠. 그들은 전체적인 시청자 규모에서는 1위이지만 18~49세 사이 젊은 시청자 군에서 지상파 가운데 꼴찌에요.”

“맞아요. 사실 그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계층이에요.”


10대와 20대 초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청소년 시청자들을 겨냥해 제작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거두고 있다.

설립 후 적자에 허덕이던 워너-타임 산한 네트워크 The WTB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의 인기를 통해 엄청난 광고 수입을 거둬 적자폭을 줄이고 있다.

자신의 주 업무인 광고마케팅 분야여서인지 샤논 챔버스가 신나서 떠들었다.


“광고주들이 젋은층 선호 프로그램들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지불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장년과 노년층은 일관된 구매 경향을 보인다는 거예요. 텔레비전의 상품광고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기존의 소비 습관을 견지하죠. 60세 이상의 노년층들은 홀로 사는 경우가 많아서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을 이루고 사는 층에 비해 소비량이 적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하고요.”


무엇보다 텔레비전을 통해 광고되는 대부분의 상품(영화, 패스트푸드, 음료수 등)들은 젊은층이 주로 소비한다.

당연히 광고주들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광고주들이 젊은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상품 이미지를 각인시키면 그들의 기대 수명이 장년층에 비해 길기 때문에 상품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판매가 기대된다는 점이에요.”


교과서적인 말이다.

그럼에도 레오나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하지도 않을 것이고.

레오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부전공으로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 수업을 들어야 하려나....’


재미도 없고 기분만 싱숭생숭하고.

애틀랜타에서 인연을 맺은 미모의 여성을 만난다고 해서 쫓아왔는데.... 괜히 쫓아왔다 싶고.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식사가 마무리 됐다.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나요?”


샤논 챔버스의 음성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올해는 한국에서 영화를 한 편 찍을 예정이라....”

“영화 기대할게요. 돌아오면 LA에서 재회하길 기대할게요.”

“네. 조심히 가세요.”


샤논 챔버스를 배웅하고 류지호가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돌아왔다.

레오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반응이 없다.


“집으로 갈 거야?”

“.....”

“레오나?”

“.....흥.”


레오나는 류지호를 한 번 노려본 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류지호가 눈을 껌뻑였다.


‘단단히 삐졌네....’


류지호는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녀를 잃지 않기 위해 친구로 남아 곁에 있겠어.]


남녀 삼각관계의 고전이며, 삼각관계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의 모티브가 된 영화.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영화 <쥴과 짐>에서 나오는 대사다.

류지호는 사람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단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됐다.

사람마다 각자 고유의 사랑의 방식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사랑은 둘이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사랑의 주체는 각자니까.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결혼에 실패했었다.

그것을 거울삼아 그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랑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 같은 방식이 이기적으로 비춰질지라도.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지 내가 더 행복한 쪽을 선택하리라....

암튼 류지호는 당장 토라진 레오나의 마음을 풀어줘야 했다.

파커 저택으로 돌아가는 내내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캐나다 미시소거는 언제 출발하는데?”

“3일 후.”

“그렇게 빨리?”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일은 Jay 혼자 다 하는 것 같아.”

“JHO나 가온에서 내가 제일 한가할 걸?”

“갔다가 언제 돌아오는데? 아니, 뉴욕에 다시 돌아올 거야?”

“캐나다에서 곧장 한국으로 갈 거야.”

“스탠퍼드 기숙사 입주 날.... 올 거지?”

“스케줄 보고.

“히잉~”

“자꾸 콧소리 낼래?”

“흥!”

“이제 대학생이야. 어리광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쳇. 여자로 봐주지도 않으면서....”


류지호는 그저 웃기만 했다.


"혹시 같은 일을 하는 여자가 좋아?"

"글쎄......"

"할리우드 업계에 관해 대화가 통하는 여자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힝, 미디어 관련 수업은 하나도 신청하지 않는데..."

"전공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수업을 들어 보는 것도 좋지만, 너무 이것저것 건드리는 건 안 좋아."

"쳇!"


쓰담쓰담.


류지호가 레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 만지지마!”

“....!”


레오나가 시트 끝으로 떨어져 앉았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또 토라졌다.

어떤 의미로 죄 많은 남자 류지호다.


‘...음.’


이전 삶의 결혼 생활을 떠올려보았다.

작품을 함께 하며 눈이 맞았고, 여차저차 사귀다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충무로에서는 아주 진부한 결혼 스토리다.

한 눈에 반했다거나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여차저차....

술을 좋아하고, 지방 촬영이 많아 집 비울 일이 많은 조감독.

역시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고 지방 촬영이 많았던 영화 헤어팀장.

서로 얼굴 보는 날보다 못 보는 날이 많은 결혼 생활.

그리고 다른 스태프와 아내의 외도.

누구의 잘못을 따져봐야 하등 쓸모없는 심력소모들.

사랑에 빠진 순간,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누가 말했다.

그것이 진짜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배, 친구, 후배들은 류지호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녀가 류지호의 짝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에는 청개구리 같았다.

모두가 한결같이 아니라고 하니 류지호는 결혼을 서둘렀다.

그리고 맞게 된 갈등들.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영원하지 않은 것은 결국 파멸의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다.

굳이 아내의 외도가 아니더라도.

결과는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순간은 갑작스러웠다.

그 갑작스러움이 오래토록 류지호의 가슴에 자국을 남겨 놓았다.


‘선영이는 조 기사와 끝까지 잘 살았을까?’


류지호는 전처가 외도의 상대로 의심되는 조명기사와 살림을 차렸다는 소식을 끝으로 관심을 끊어버렸다.

시댁 근처에서 미용실을 차렸다는 소문을 얼핏 듣기는 했었다.

세월이 하도 많이 흐르다보니, 그녀에 대한 어떤 의심도 실망감도... 악감정까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어리석은 결정에 대한 후회만 희미한 자국으로 남아있을 뿐.

그 자국이 때때로 화끈거리긴 하지만.


‘선영이도 언젠가 마주치게 되겠지?’


충무로 어딘가에서 영화를 하고 있을 터.

그녀가 하고 있을 영화 모두를 꿰고 있는 류지호다.

일부러 그녀를 혼내주고 싶지도, 도와주고 싶지도 않다.

그저 소 닭 보듯이....

알아서 잘 살면 된다.

각자의 인생을.


[남자와 여자 두 사람만으로는 아무런 드라마가 없다. 열차의 탈선과 같은 놀라움이 드라마에는 필요하다. 탈선과 전환이 없으면 영화가 되지 않는다.]


바람둥이 기질이 농후했던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이 한 말이었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겁고 활기찬 불금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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