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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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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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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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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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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y Cinematic Universe!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에 돌아온 김에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언제까지 LA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복수의 꽃> 준비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야 했다.


“러시아 사하 공화국에 살고 있는 야쿠트인(Yakuts) 속담에 ‘대장장이와 샤먼과 도공은 한 형제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LA를 떠나 전, 류지호는 Hues & Rhythm Studios를 방문했다.

휴즈 사장을 만나 그간 자신이 수집한 한국의 도깨비, 야쿠트의 전설, 켈트족에서 보이는 도깨비문양, 일본의 요괴 등 방대한 자료들을 건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불을 다룬다는 거죠. 고대에 있어서 불을 다룬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아요. 한국의 신화 중에 도깨비라는 것이 있어요. 도깨비의 주문에 이런 것이 있지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그 신화에서 도깨비는 주문을 외어서 금과 은을 만들어 내지요. 재밌는 건 금과 은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대장장이의 능력이라는 겁니다. 고대에는 금과 은, 철 등을 생산하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잖아요.”


류지호는 자료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시놉시스도 하나 전달했다.


“개발팀에서 검토해 주길 바랍니다.”

“......?”

“아, 제작해보라고 권하는 건 아니에요.”


휴즈 사장은 영문을 몰라 멀뚱히 류지호만 쳐다봤다.


“애니메이션 개발팀의 냉정한 평가와 의견을 듣고 싶어요.”

“....알겠네.”

“그나저나 지금 직원이 몇 명이에요?”

“500명 조금 안 될 걸?”

“그 인원으로 모든 작업이 가능 한 겁니까?”

“단순 반복 일감은 외주를 주고 있으니까.”


미국 VFX 업계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Hues & Rhythm Studios다.

<해리포터>, <매트릭스> 시리즈, <블레이드> 시리즈, <X-Man>, <Remo : The Destroyer> 시리즈 등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줄줄이 계약되어 있다.


“아무래도 인건비 문제도 있고, 슬슬 해외 지사를 준비해야겠어요.”

“아직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야.”

“제 생각을 한 번 들어보실래요?”


휴즈 사장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본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적용할 소프트웨어 연구개발과 고급기술 위주로 작업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의 적당한 업체를 인수해 작업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사실 광고와 방송 일감은 단가가 맞지 않아 영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네.”

“그러니, 이제 Hues & Rhythm도 VFX 스튜디오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애니메이션 부서를 만들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하겠죠.”

“아마 트라이-스텔라에서도 비슷한 기술력이라면 좀 더 저렴한 업체에게 일감을 주려고 하겠지?”

“맞아요. 피할 수 없어요. 그래서 더더욱 해외지사 설립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라고 봐요.”

“알겠네.”


영화 시각효과만 해서는 제법 덩치가 커진 회사를 굴릴 수가 없게 됐다.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새로운 사업 진출로 수입선 다변화를 꽤하거나.


“잠깐 보니까 방마다 아시아계 직원들이 꽤 많이 늘었네요?”

“한국계들이 대거 들어왔네. 보스도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재주가 참 많아. 작업도 굉장히 빠르고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이 합류해서 작업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네.”

“한국에서 온 직원도 있어요?”

“WDL에서 파견 나온 친구들도 있고, 미국 대학에 다니며 인턴을 경험한 후에 졸업 후에 이력서를 내는 한국 청년도 많이 늘었지.”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고요?”

“영어가 문제겠나? 열정과 실력이면 충분하지. 결과로 말하는 거잖아.”


휴즈 사장의 한국계 직원 칭찬이 류지호는 싫지 않았다.

더 듣고 있다가는 실실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은 것 같네요. 이만 가볼게요.”


류지호는 사장실을 나와 작업자들의 칸막이 사이를 걸어갔다.

‘숀 킴’이라는 명패가 걸려있는 방 앞에 멈췄다.

노크를 하려하다가 살짝 열려진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봤다.

방의 주인 숀 킴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교포2세 숀 킴은 UCLA 졸업생이다.

Hues & Rhythm Studios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아티스트들의 맏형 격인 인물이다.

졸업 학기에 학교에서 작업한 것을 중심으로 데모릴을 만들어 여러 VFX회사에 이력서를 냈는데, 처음에는 150명이 근무하는 중견 프로덕션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Hues & Rhythm Studios로 옮겨와 <타이타닉>에 참여했다.

이후로 <매트릭스>, <Remo : The Destroyer> 등 블록버스터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동물 특수 효과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휴즈 사장은 숀 킴이 애완견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용해주었다.

평상시에도 애완동물을 늘 곁에 두고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숀 킴은 근무 중에도 강아지와 산책을 할 수 있다.

괜히 숀 킴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휴즈 사장은 Hues & Rhythm Studios의 경쟁력을 동물 CG에 두고 있다.

따라서 점차 직원들도 애완동물과 함께 출근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여담으로 몇 년 후 Hues & Rhythm Studios는 개발이 완료된 Playa Vista로 옮겨간다.

더 넓고 더 쾌적한 캠퍼스 스타일의 회사에서 직원들이 애완동물과 같이 출근하고 같이 산책도 하는 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심지어는 강아지들이 쓸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따로 배정하기까지 한다.

이런 회사 분위기는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두 차례나 받을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 된다.

동물관련 CG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게 되니까.


“......”


류지호는 미국에서 인연을 맺은 한국인들을 생각해봤다.

한인사회에는 동포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는 교포도 분명 존재한다.

상종하기 싫은, 같은 한국인이란 사실을 부끄럽게 만드는 한국인들도 많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때로는 극찬을 하는 미국인도 많았다.

손재주가 좋다, 성실하다, 책임감이 있다.

그럴 때면 자신이 칭찬 받은 것도 아닌데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해외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 믿지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미국 주재 한국의 대기업 지사들은 PPL 부분에서 지금까지 여러차례 류지호를 실망시켜왔다.

최근 한국의 대기업 세 곳의 미국 법인 홍보마케팅 이사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순차적으로 웨스트우드를 방문했다.

오성전자의 휴대폰, 경일자동차의 SUV, 금성전자의 위성수신 안테나.

그들은 류지호와의 면담에 앞 서 정성 가득한 PPL 제안서를 보내왔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죠.”


이제야 대화가 조금 통하기 시작했다.

오성전자 PPL 제안서는 <매트릭스> 프로듀서에게, 경일자동차의 SUV PPL 제안서는 JHO Pictures에, 금성전자 위성수신 안테나 제안서는 JHO/DirecTV로 보냈다.

이후 오성전자는 <매트릭스Ⅱ>에 등장하는 특수 휴대폰을 제작하고, 경성자동차의 SUV는 <분노의 질주>에 몇 초 등장하게 되며, 금성전자 위성 수신안테나는 품질 테스트 끝에 JHO/DirecTV에 새로운 파트너로 채택된다.

한국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도와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들의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해당 계열사에 추천한 것이다.

Give and Take.

기업 대 기업으로 한국기업에 인센티브를 줄 생각은 없었다.


“<스파이더맨> 화면에 잡히는 뉴욕 광고판에 오성전자를 넣어준다고 하면 제작비 좀 넉넉히 지원해주려나....?”


이전 삶에서 오성그룹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수백억 원 효과의 PPL을 돈 한 푼 안들이고 할 수 있었다.

그 영화가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뉴욕 맨해튼 장면에서 타임스퀘어 빌딩에 설치된 오성 영문 로고 광고판이 4차례에 걸쳐 약 7초간 노출되었다.

투자제작배급사 소닉-콜롬비아스는 경쟁사 로고를 영화에 쓰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오성 광고판을 CG 기술을 이용해 USA투데이 광고로 바꿨다.

극장용 예고편 말고 TV광고에서는 타임스퀘어의 오성 광고를 무선전화회사 광고로 대체했다.

그 같이 바뀐 광고판으로 홍보가 진행 된 후 타임스퀘어빌딩과 주변 빌딩 소유주들이 광고비가 떨어질 것과 권리 침해를 이유로 영화사 측에 소송을 걸었다.

미국의 경우 공공장소의 건물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건축물을 노출할 때 의도를 훼손했을 경우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건물주에게 있다.

오성 광고가 걸린 건물의 주인은 소닉-콜롬비아스가 실제 건물에 걸려 있던 광고판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타임스퀘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며 건물소유주의 배타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노발대발했다.

미국에서는 건축물도 저작권법처럼 보호를 받는 대상이다.

무단으로 도용해서도 안 된다.

건물을 훼손하는 것도 당연히 위반사항이다.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되고 만약 불가피하게 손을 대야 한다면 건물주의 승인이 필요하다.

동일한 건물에 이미 존재하는 광고와 간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판례까지 있다.

콜롬비아스는 모회사인 소닉의 눈치를 보며 오성 로고를 빼려다가 소송에 휘말리면서 어쩔 수 없이 원래대로 복구시켰다.

그렇게 해서 돈 한 푼 안 내고 오성 로고가 영화에서 노출됐다.

즉 오성전자는 타임스퀘어빌딩에 광고판을 임대했다가 추가 비용 없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에서 공짜로 광고효과를 봤다.

이번에는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

그 같은 사연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류지호가 <스파이더맨> 제작에 관여하고 있으니까.


❉ ❉ ❉


프로덕션 헤드(Production Head).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총책임자를 이른다.

이 직책은 영화제작사에 따라 다양하게 불린다.

어떤 회사에서는 생산담당 부사장(Vice President in Charge of Production)이라고 하고, 어떤 회사에서는 총괄프로듀서(Head Producer) 혹은 최고책임자(The Big Chief)라고 부르기도 한다.

JHO Company 계열 영화제작사의 공식 직책은 프로덕션 헤드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에서는 예외 없이 이 직책 존재하고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프로덕션 헤드가 매년 몇 개의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지, 누가 그것들을 제작할 것인지, 그리고 그 제작된 작품들의 예산은 얼마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다.

스토리를 검토하는 회의부터 그린라이트를 확정하기 직전단계까지 전 부분에 관여를 하기에.

류지호는 그런 자리에 개빈 페이지를 임명했다.

Timely IP 기반 영화를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실로 파격적인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영화 경력이라고는 <X-Man>을 포함해 단 두 작품만 있는 이제 갓 스물 일곱 살에게....”

“키우고 싶다면 차근차근 권한과 직위를 올려주시지요.”


Timely Entertainment 임원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자회사 Timely Studios에는 개빈 페이지보다 훌륭한 커리어와 유능한 프로듀서가 분명 존재했다.

JHO Company 전 계열사로 넓혀보면 후보자는 차고 넘쳤다.


“잘해낼 겁니다.”

“보스!”

“개빈을 믿지 못하겠다면 나를 믿어보세요.”

“......”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린라이트를 켜는 건 나와 샘 리버먼 회장이란 걸 잊지 마세요.”

“......”

“내가 책임집니다. 개빈은 결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겁니다. 지켜봅시다.”


능력이 된다면 누가 어떤 직책에 앉든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개빈 페이지는 경력도 보잘 것 없었고, 결정적으로 빅 보스의 낙하산이다.

납득할 만한 구석이 전혀 없는.

그러니 반발은 당연했다.


“만약 개빈이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나 역시 Timely 영화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그건....!”


류지호의 폭탄발언에 임원들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류지호가 누구던가.

트라이-스텔라 인수초기부터 다섯 편의 영화선택에 있어서 완벽한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게다가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영화 10편 중 3편만 흥행해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류지호는 10편 중 8편에서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손대는 영화마다 성공한다고 해서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다.

혹자는 ‘행운의 부적‘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런 류지호가 Timely 영화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류지호는 임원들을 어르고 달랜 끝에 개빈 페이지를 Timely Studios 프로덕션 헤드에 앉힐 수 있었다.

개빈 페이지는 평범하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프로덕션 헤드는 자신의 업무를 분담해줄 개별 영화에 협력프로듀서(Associate Producer)를 임명하고, 프로덕션 각 파트에 장(Heads of department)을 임명해 프로젝트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작가와 감독을 선임한다.

그런데 개빈 페이지는 창작위원회(Creative Committee)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했다.

보통 고예산 대작 영화를 제작할 때는 외부에서 명망 높은 프로듀서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Timely Studios는 그 같은 방식에서 탈피해 Timely 내부 임원들로 구성된 6인의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의 수장인 개빈 파이가 Timely Comics 덕후인 데다가 나머지 위원들 역시 Timely 세계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했다.

프로덕션 헤드 개빈 페이지, 출판 부문 사장 대니 버클리, 창작 총괄 조셉 케사다, 스토리 작가 라이언 밴디스, 토니 건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매덕스 할로웨이 등이다.

현재까지 <X-Man>, <스파이더맨> 3부작에 대해 최종 유니버스 구상을 마쳤다.

두 개의 세계관은 이전 삶과 동일하게 ‘어벤저스’ 세계관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세계관으로 실사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개빈, <스파이더맨>과 <X-Man>이 창작위원회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마.”

“....예.”

“잭 워든은 유능한 프로듀서야. 또한 Timely Comics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X-Man> 유니버스는 JHO Pictures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프로듀서는 <Remo : The Destroyer>에서 함께 일한 잭 워든이 맡았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은 류지호가 한다.

참고로 <스파이더맨>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서 제작한다.

프로듀서에는 20세기 PARKs 계열 영화사 CEO로 재직 중이던 라라 지스킨(Lala Ziskin)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언 브라이스(Eoin Bryce)를 데리고 왔다.

특히 라라 지스킨은 트라이-스텔라에서 <이 보다 더 좋은 순 없다>를 함께 한 인연이 있었다.

암튼 <X-Man>과 <스파이더맨>은 Timely 창작위원회의 어떤 간섭도 없이 독자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하도록 했다.

다만 코스튬을 비롯해 원작 고증 부분만큼은 창작위원회의 의견을 따르도록 했다.

‘덕후‘들이 그렇듯 창작위원회 멤버들은 지독한 ’콘셉충‘이자 ’설정충‘들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감독들과 충돌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과도하게 설정과 과학적인 고증에 매몰되어 서사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창작위원들은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코스튬의 디자인 등 지엽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오죽하면 덕후라고 자부하는 류지호조차 질려 버렸을까.

<X-Man>을 준비는 과정에서 울버린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다만티움 칼날의 너비와 길이, 강도 같은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류지호가 진을 뺀 적도 있었다.

어쨌든 90년대까지 Timely Comics 기반 영화들은 감독이나 제작사에 따라 스토리와 설정이 중구난방이었다.

창작위원회가 구성됨으로써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류지호는 개빈 파이기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중재 및 조정을 해주면 된다.

2000년.

4년여 간에 걸쳐서 6,000개 넘는 Timely 캐릭터들의 역사와 스토리를 재검토 및 재정비했다.

마침내 본격적인 자체 제작 Timely Cinematic Universe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 ❉ ❉


“헤이. 태권 보이~”


뉴욕으로 날아온 류지호에게 매튜 그레이엄이 대뜸 새로운 별명으로 놀려댔다.


“그놈에 보이는....”


몇 달 전 제이크 멜란이 주최했던 허드슨강 선상 파티에서의 일이 뉴욕 사교계에 퍼졌다.

시작은 크리스 앤더슨을 재수 없어 하는 이들의 뒷담화부터였다.

당시에 술대결에 사용된 술은 압생트였다.

‘녹색 악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술이다.

화가 고흐가 즐겨 마셨던 술로 압생트에 취한 고흐가 '녹색 악마'를 보고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환각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1913년 유럽 전역에서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는 전 세계에서 시판되고 있다.

쑥 성분으로 만들어졌는데, 도수는 45부터 85까지 다양하다.

그 날은 55도짜리를 마셨다.

그 내용까지 기사화가 되었다.

그저 사교계에서 떠도는 가십성 루머였을 뿐인 술대결 에피소드가 타블로이드에 실리면서 왜곡되기 시작했다.

녹색 악마를 마신 류지호가 환각 때문에 가드들과 결투를 벌였다는 황당한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

술에 취한 류지호가 가드에게 뒤돌려차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환각에 빠졌다거나 결투를 벌인 사실은 없다.

심지어 한 번 왜곡된 사실이 계속해서 이야기가 붙더니 가장 최근 타블로이드 기사에서는 류지호가 UFC 출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고등학교 시절 아네모네 술집에서 박광렬 패거리와 패싸움을 벌인 일까지 신문에서 다시 조명됐다.

JHO Companay 의장 비서실에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곤 있지만, 계속애서 왜곡되고 살이 붙으면서 마치 무협소설의 한 에피소드처럼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각종 타블로이드나 선정적인 가십을 다루는 매스컴에서 한동안 줄기차게 다뤘다.


“가십에 시달리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라지만.... 하다하다 별 걸 다 기사로 쓰네.”


한편으로 미국이 여러모로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술집에서 우스갯소리로 회자될 소문이 버젓이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지고 있으니.

유명인의 사생활 폭로로 인한 인권침해는 개나 줘버리는 미국이다.

특히나 뉴욕은 미국 언론의 가장 큰 시장이다.

온갖 황색언론이 난무한다.


“그 만큼 네가 대중들의 관심 대상이란 뜻이지.”

“난 연예인이 아니잖아.”

“영화감독도 셀럽이지. 게다가 넌 최연소 억만장자에 신동소리까지 듣고 있잖아. 성공한 아시아계. 황색언론에서 팔아먹기 딱 좋지. 백인 루저들의 먹잇감으로.”


왜 연예인들이 각종 정신적인 질환에 시달리는지 류지호는 알 것도 같았다.

억울하지만 하소연 할 데 없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

류지호가 이런 지경이니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오죽할까.

그들의 숨 막힐 것 같은 기분이 이해가 갔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중들 앞에서는 밝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류지호에게 아주 익숙한 신문과 언론의 모습들이다.

그가 죽기 전 한국의 언론은 수많은 인터넷 신문까지 가세해 증권가 ‘찌라시’보다 못한 기사를 양산했었다.

독자 하기 피곤하고 지친 한국인이 한 둘이 아니었다.

젊은 세대는 점차 뉴스 자체를 기피하기도 했고.

미국은 한국보다 더 한 것 같았다.


‘언론의 탈을 쓴 쓰레기 매체가 워낙 많아야지.’


황색언론의 괴롭힘이 너무도 익숙해서 우울해지곤 한다.

그러다 보니 정신에 문제가 생길 판이다.

괜히 유명인들에게 공황장애가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형, 오프로드 드라이브나 다녀옵시다!”

“낚시가 아니라?”

“지금 내 정신 상태는 고요보다는 역동성을 원해.”


머슬카의 나라 미국답게 픽업트럭에서는 4기통 엔진은 취급도 안 한다.

보통 6기통 이상이다.

헨리 모터스의 픽업트럭 F-시리즈는 미국의 국민차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류지호의 의전비서 제니퍼 허드슨이 헨리 모터스 전문 튜닝업체 아메리칸 셜비에 연락해 최신 F-150 고성능 모델을 구입했다.

무려 700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슈퍼카도 때려잡는 고성능 픽업트럭이었다.

류지호는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슈퍼차저까지 튜닝 된 괴물 같은 픽업트럭을 타보기 위해 펜실베니아주까지 가서 유명한 오프로드 코스를 하루 종일 질주했다.


“바다는 서핑, 산은 역시 오프로드야.”

“낚시는....?”

“뭘 물어? 계곡이지.”


좌대에 앉아서 하는 민물낚시나 바다낚시를 자주 해본적도 없다.

플라이 낚시처럼 직접 계곡물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는 것이 취향에 맞는 것 같았다.

암튼 좋은 기분으로 뉴욕에 왔다가 엉뚱한 소문을 듣고 상했던 마음을 오프로드 드라이브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몇 번 타보지도 않을 픽업트럭을 구입하는데 10만 달러 이상 썼다.

누구도 사치라고 하지 않는다.

류지호의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신을 안정되었다면 그만이니까.

그것이 백인 루저들이 배가 아파 살인충동까지 일으킬 아시안 슈퍼리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여담으로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슈퍼 픽업트럭을 몰고 오프로드를 질주하는 파파라치 컷이 타블로이드가 아니라 할리우드 리포터 같은 유력 매체에 비싼 가격에 팔렸다.


작가의말

잡설 - 포드 픽업트럭 F-150시리즈는 미국의 국민차라고 불릴 정도로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튜닝업체에서도 개조차량을 많이 내놓는다고 합니다. 백인 서민들이 주로 타는 차량의 대명사 픽업트럭, 인종차별의 타깃인 주인공은 백인 서민이나 타는 싸구려 픽어트럭이 아니라 억 대에 육박하는 개조 픽업트럭을 몇 번 타고 팔아버리거나 직원들에게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파파라치에게 슈퍼급 픽업트럭을 여흥거리로 타는 모습을 노출합니다. 인종차별하는 백인 루저를 비웃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취향의 문제일까요? 습작에서 살을 조금 붙인 것 뿐인데 개인적으로 묘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잡설을 늘어놓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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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시작은 미약하지만...! (1) +6 23.02.11 3,826 121 24쪽
418 어리광은 그만 부려야 하지 않을까? +7 23.02.10 3,808 131 25쪽
417 Timely Cinematic Universe! (2) +7 23.02.09 3,822 121 24쪽
» Timely Cinematic Universe! (1) +5 23.02.08 4,013 130 23쪽
415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3) +4 23.02.07 3,815 124 23쪽
414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2) +6 23.02.06 3,861 129 25쪽
413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1) +29 23.02.04 3,949 132 23쪽
412 화끈하게 갑시다! (2) +5 23.02.03 3,817 129 21쪽
411 화끈하게 갑시다! (1) +4 23.02.02 3,837 125 24쪽
410 꿈의 직장이잖아요. +11 23.02.01 3,962 140 30쪽
409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3) +9 23.01.31 3,773 141 27쪽
408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2) +5 23.01.30 3,781 129 26쪽
407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1) +7 23.01.28 3,851 131 20쪽
406 예술 한 번 해보자고! +8 23.01.27 3,970 139 25쪽
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6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4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4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9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3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1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7 149 26쪽
398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10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2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6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7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1 148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20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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