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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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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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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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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시작은 미약하지만...!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금성전자는 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업체인 JHO디렉TV와 제휴해 안테나, 셋톱박스, 리모컨 등 위성방송 수신기 세트를 미국시장에 판매한다고 26일 발표했다. 또한 JHO디렉TV로부터 위성방송 수신기의 상표 제조·판매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미국시장에서 JHO디렉TV의 규격에 맞춘 위성방송 수신기 판매를 시작해 매년 10만대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HO디렉TV사는 92년에 톰슨을 비롯해 소닉 도쿄시바우라 유니텐 등을 위성방송 수신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했으며, 이번에 금성전자와 함께 오성전자 산요 등 대형가전업체들을 추가로 선정했다.]

- YNTV 사회부 송일성 기자.


금성전자와 오성전자의 JHO/DirecTV 라이선스 계약을 놓고, 한국의 가전업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위성방송 수신기를 제조하는 대유전자와 경일전자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SANYO를 탈락시키고 경일전자가 들어갔어야 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JHO/DirecTV의 오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쨌든 세계적인 브랜드를 꿈꾸는 한국의 대기업들에서는 연이어 영화 PPL 계약과 이번 JHO/DireTV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JHO 그룹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로인해 미국 현지법인 사장들의 웨스트우드 JHO 본사 방문이 부쩍 늘어났다.

트라이-스텔라는 몰라도 JHO Pictures가 제작하는 영화에서 한국 브랜드가 꽤 많이 등장하게 됐다.

<Remo : The Destroyer> 후속편에서는 치운이 ‘쿡쿡‘ 밥솥으로 쌀밥을 해먹고, 금성전자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밥상을 차리며, 타고 다니는 차는 올해 출시된 경일자동차 ’산타페‘가 될 예정이다.

다만 윌리 워커는 일본제 튜닝 스포츠를 탈 예정이다.

일본제 튜닝카인 이유는 <분노의 질주>와 관련되어 있다.

<분노의 질주>의 두 캐릭터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차량을 타게 되는데, 빈센트 디젤은 아메리칸 머슬카 닷지 튜닝카를 타게 되고, 윌리 워커는 날렵한 DOYODA 수프라 튜닝카를 탈 예정이다.

이미 PPL 패키지 계약이 되어 있는데다가 한국 자동차를 주인공이 타기에는 인지도와 성능 등에서 적절하지 못했다.

암튼 <Remo : The Destroyer> 후속편에는 금성전자 가전제품이 꽤 노출될 예정이며, <스파이더맨>에서는 피터 파커가 거미줄을 타고 맨해튼을 날아다닐 때 오성 로고가 명확하게 인지될 수 있도록 촬영될 예정이다.

참고로 <Remo : The Destroyer> 후속편의 PPL은 10여 개, <스파이더맨>의 PPL은 20여개에 달했다.

그 외에도 Timely Studios 영화마다 한국 브랜드가 노출될 예정이다.

한국 브랜드라고 해서 우선권은 없다.

언제든지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교체될 수도 있다.


“<Nowhere To Hide>의 배급 스케줄은 확정 되었어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영문 타이틀이다.

알버트 마샬 ParaMax Films 회장이 대답했다.


“내년 1월 뉴욕과 LA 등 6개 스크린에서 제한상영으로 릴리즈 될 예정이네.”


이명수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 월드시네마부문에 초청되었다.

예정된 5번의 상영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화제를 불러 모았다.

추가 상영까지 할 정도였다.

무대인사에서 이명수 감독의 말도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 어떤 사람들은 내 영화를 보고 누굴 닮았다 어쨌다 하겠지만, 나는 나, 단 하나의 이명수일 뿐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지고, 폭소가 터지는가 하면, 주요한 장면마다 연신 박수가 터졌다.

선댄스 영화제 시사회에는 <뉴욕타임즈>, <LA타임즈> 등에 기고하는 쟁쟁한 평론가들이 총출동해 영화를 관람했다.

<양들의 침묵>의 조나단 데미를 비롯해 감독들도 많이 찾았다.

또한 상영이 끝난 뒤, 극장 앞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 관계자들이 서로 명함을 내밀며 관심을 나타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제2의 응위쌈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시사회가 끝나고 수많은 배급업자들과 기자들이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몰려와 이명수 감독의 소개를 부탁하기도 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작년 캐나다 밴쿠버영화제를 비롯해 런던국제영화제 등 30여개 영화제와 올해 열렸던 선댄스 영화제, 팜스프링스 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 등 10여개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을 정도로 해외영화제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일부 과장된 보도도 있었고, 한편으로 낮춰보는 경향도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할리우드에서 이명수 감독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응위쌈 감독 데뷔 초기 분위기 못지않다는 점이다.

WaW 픽처스로 할리우드의 정식 연출 오퍼들이 여러 차례 들어올 정도로.

그리고 스콧 형제가 자신의 프로덕션을 통해 이명수 감독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지난달에 미국으로 들어와 뉴욕에서 머물고 있었다.

스콧 형제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와 계약이 임박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었다.

WaW 픽처스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세계배급 계약을 ParaMax와 체결했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배급만 WaW 픽처스가 담당한다.


“박스오피스는 얼마나 예상하고 있지요?”

“최대 20만 달러, 손익분기점은 박스오피스 5만 달러.”

“프로모션에 좀 더 비용을 쓴다고 해도요?”

“영화제 관객과 일반 영화팬의 성향은 다르니까.”

“주 타깃은 한인타운과 독립예술영화 애호가 위주가 되겠죠?”

“응.”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오랜만에 북미에서 주목 받는 한국 영화가 등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는 것과 할리우드 안에서 보는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북미에서 아시아 영화는 중국영화와 일본영화다.

그들 국가 영화마저도 북미시장에서는 비주류다.

한국영화는 비주류에서도 더 비주류다.

극장 개봉을 통한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몇 백만 달러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부가시장에서의 수익.

영화팬층이 두터운 만큼 제3세계 영화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워낙 많기에.


“지상파 판매는 힘들겠죠?”

“4대 영화제 수상작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수상작이 아니면, 미국의 지상파 네트워크에 한국영화 판권을 파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내년에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오면, 트라이-스텔라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고, IVE와 비디오·DVD 판권계약을 통해 최대한 수익을 보전해 봐야겠지.”

“ParaMax Home Enterainment가 아니라요?”

“DVD와 패키지로 계약을 하기 위해 그렇게 조치했다네.”


TBO와 먼저 방영권 논의가 있었다.

트라이-스텔라TV의 조건이 조금 더 좋았다.


“PPV로 어는 정도나 벌 수 있을 까요, 대략?”

“최대 200만 달러.”

“세계 배급 상황은 어때요?”

“유럽에서는 프랑스 와일드 사이드, 필름 오피스, 프래쉬 피라미드 인터내셔널, 올라이트 필름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보고 받았다네.”

“대략 20~30만 달러 사이에서 계약이 이루어지겠죠?”

“그 정도 가격이면 만족. 이탈리아 미카도와 10만 달러 내외의 금액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군.”

“모두 한 번씩은 WaW가 제작·배급한 영화를 자국에 배급한 경험이 있는 영화사들이네요.”


세계배급을 맡은 ParaMax는 필름마켓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바이어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북미에서도 파인 라인 시네마, 타이거스 게이트가 직접 전 세계 배급을 맡겠다고 WaW 엔터테인먼트에 제의하기도 했는데, 이미 ParaMax와 계약이 되어있기 때문에 제의를 정중히 거절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국영화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ParaMax Films는 WaW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매년 북미지역에 한국영화 3~5편을 꾸준히 배급하고 있다.

주로 6~10개 예술영화극장에서 제한상영으로 개봉되고 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극장 개봉과 케이블TV 방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영화가 미국에서 나름 주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다.

실상은 교포들과 일부 예술영화 애호가 위주로 티켓판매가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내 독립·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은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다른 문화권의 예술작품을 접하려는 목적으로 극장을 찾기도 한다.

따라서 비주류 영화중에서 그 완성도가 높은 편인 한국영화는 비주류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아시아 영화는 중국영화나 일본영화라는 고착화된 북미 대중들의 인식을 하루 빨리 깨트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문화적인 이질성이 낮은 추리물, 공포물, 구성이 강조되는 액션물 같은 장르물을 진출시키면서 미국 주류시장의 이종 문화에 대한 낮은 수용도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장기 전략이 필요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국영화의 북미시장 진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쉬리>, <춘향뎐>, <JSA> 등이 북미에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만이 다룰 수 있는 영화들이다.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배급에서 3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것도 같네.”


참고로 WaW 엔터테인먼트는 이들 영화를 일본에 50만 달러, 중국 30만 달러, 대만 21만 달러, 홍콩 16만 달러 그 외에 동남아 국가들에 총합 13만 달러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만 이들 영화로 130만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디렉터 리는 어디에서 지내고 있어요?”

“퀸즈의 아파트를 렌트해 지내고 있다고 들었네.”

“호텔이 아니고요?”

“응.”

“RSC가 제공하는 건가요?”


RSC(Reed Scott Creative)는 스콧 형제가 설립한 광고 및 영화 프로덕션이다.


“아닐 걸. 디렉터 리의 사비로 부담하고 있을 걸세.”

“이 양반이....!”


미국에 도착하면 JHO 의장비서실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명수 감독은 고집스럽게도 홀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에이전트는 OAA와 계약했고요?”

“존 슈월츠과 계약했지 아마...”

“ISM에서 웡자웨이나 라르스 트리에 같은 해외감독 담당하다가 독립한 그 슈월츠요?”

“맞네.”


미국의 대표적인 메이저 에이전시라고 하면 OAA(Ovitz Artist Agency), 윌리 모리스(Willy Morris Agency), ISM(International Star Management), Endeavor Talent Agency, UTA, Paradign 등을 꼽을 수 있다.

규모가 큰 에이전시라고 하면 대략 200명의 전문적인 직원과 약 2,000명 이상 되는 배우 및 연예계 종사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류지호는 캐스팅 디렉터 수잔 베일리가 소속되어 있는 Endeavor Talent Agency와 주로 일을 하고 있다.

말썽꾸러기 동생 배런 렌프로가 소속되어 있는 에이전시이기도 했다.

미국의 에이전시는 한국처럼 연예인의 모든 것을 관리해주고 심지어는 차운전에 심부름까지 해주는 개념이 아예 없다.

당연히 계약금 제도도 없다.

단지 의뢰인들이 원하는 작품을 먼저 선점해서 정확히 소개하고, 또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끌어내며, 그 계약에 따른 법적인 장치들을 철저히 점검해서 의뢰인들에게 불리함이 없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의뢰인들의 상품성에 손상이 가는 일이 벌어지면 홍보적인 측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전문화된 업무만을 처리하는 것으로 업무가 한정되어 있다.

한국식 매니저가 필요하면 배우 본인이 따로 고용한다.

에이전시 없이는 할리우드에서 일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에이전시에 소속되는 것이 할리우드 입성의 필수적인 첫 단계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존이라면 평판이 그렇게 나쁘지 않죠.“

“ParaMax도 그와 많은 작품을 함께 했지. 비교적 정직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


류지호에게 에이전트의 능력은 두 번째 문제다.

대형 에이전시 소속은 물론이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대부분이 쓰레기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다.

일반적이라면 류지호도 3대 에이전시(OAA, WMA, ETA)와 계약해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했을지도 몰랐다.

의장비서실에 전문 에이전트보다 뛰어난 비서들이 있기에 따로 계약할 필요가 없었다.


“디렉터 리의 숙소 주소는 누가 알고 있죠?”

“내 비서가 연락처를 알려줄 걸세.”


류지호는 알버트 마샬의 비서에게서 이명수 감독의 연락처를 받았다.


❉ ❉ ❉


뉴욕의 한인타운은 1990년대 말까지만해도 맨해튼의 32번가 지역과 퀸즈(Queens)의 플러싱(Flushing)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퀸즈의 플러싱지역은 중국인의 진출에 밀려 점차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1960년대 뉴욕으로 온 한국이민 1세대의 상당수가 뉴욕에서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경제활동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퀸즈 플러싱에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플러싱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출발한 한인 상가는 동쪽으로 영역을 넓혀나갔고, 자연스럽게 한인타운이 형성됐다.

그 한복판엔 공영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어 주차가 편리하다 보니 한인타운은 플러싱 상권의 핵심이 됐다.

한인 상가가 밀집한 메인 스트리트는 뉴욕시에서 세 번째 번화한 거리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경제사정과 생활이 안정되자 한국인들은 자녀교육문제로 플러싱을 떠나기 시작했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예민한 한인들은 좋은 학군을 찾아 옮겨가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뉴욕시 한인 인구의 72%가 퀸즈에 거주했으나, 2000년에는 24%로 크게 줄어든다.

한국인이 떠난 자리에는 중국인들이 들어와 틈을 채운다.

그래서 한국어 간판이 즐비하던 거리는 낯선 중국어 광고판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플러싱을 중국인들에게 내줬다고 해서 한인들의 거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맨해튼 중심가 더 큰 상권에 한인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암튼 할리우드 진출의 꿈을 안고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 온 이명수 감독이 뉴욕 퀸즈 플러싱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류지호와 만났다.

우중충한 아파트 분위기와 달리 이명수 감독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뉴욕으로 언제 옮기셨대?”

“얼마 안 됐어.”

“미국에서는 지낼 만 하세요?”


이명수 감독이 검게 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게 살아봤는데, 뭘 알겠어.”


한국에서는 이명수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복잡했다.

이명수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할리우드 영화를 연출할 상황이긴 했다.

문제는 본인의 고집이다.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가 아니면 메가폰을 잡지 않으려는 그의 고집이 할리우드 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LA에서 할리우드 사람들은 많이 만나보셨어요?”

“호의적인 제작자들을 많이 만났어. 스콧 형제의 초청으로 LA에 갔을 때 에이전트인 존을 통해 유니벌스, PARKs 서치라이트 포함해서 한 20개 제작사를 접촉했고···. 사실 처음에는 나도 당장 무언가 될 줄 알았지.”


시간이 지나면서 곤란을 겪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명수 감독은 할리우드가 녹녹치 않음을 토로했다.


“스콧 형제가 운영하는 광고회사 RSC 프로덕션과 작업은 어떻게 되고요?”

“배우들 파업 때문에 딜레이 되고 있지 뭐. 그래도 올해 안에 첫 메가폰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해.”

“미국에서 첫 작업이 CF가 될 공산이 크겠네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영화 한 편 들어가기 더럽게 빡세니까... 뭐.”


스콧 형제는 이명수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고 매료되어 그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광고 프로덕션을 통해 이명수 감독이 CF로 먼저 미국에서 데뷔하도록 돕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뭐 마실 것 좀 줄까?”

“짐이 많아요?”

“류 감독이 보고 있는 게 다야.”

“짐 챙기세요. 아니에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류지호가 한쪽에 놓여있는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와 거실 중앙에 펼쳤다.


“시내 쪽에 위치한 숙소를 마련해 드릴 테니까, 옮기시라구요.”

“자네가.... 왜?”

“한국 영화감독 최초로 미국 진출하는 거잖습니까. 궁상맞게 이런 곳에서 지낼 순 없죠.”

“불편한 거 없이 잘 지내고 있어.”

“후배가 보기 불편해요. 뭐하세요? 얼른 짐 싸시지 않고.”


류지호는 한사코 거부하는 이명수 감독을 설득했다.

허름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던 이명수 감독을 대로변에 위치한 고급호텔의 쾌적하고 넓은 숙소로 옮겨주었다.

영화 연출계약을 맺게 되면, LA로 옮길 수도 있다.

따라서 임시로 3개월만 장기 임대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참 막무가내구만.”

“할리우드는 전 세계에서 감독과 배우가 모여들어요. 감독님은 한국 대표이시기도 한데, 궁상맞게 지내시면 되겠어요?”

“한국 대표는 자네지.”

“프로야구로 치면 저는 마이너리그부터 차곡차곡 올라온 케이스고, 감독님은 한국 리그를 뛰다 오신 거죠. 다릅니다. 신세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영화 계약할 때까지 편하게 지내세요.”

“자네 호의는 고맙게 받아들일게.”


은근히 고집이 센 이명수 감독이다.

그럼에도 류지호의 호의를 거절할 순 없었다.


“RSC 말고 진지하게 협상하는 곳 따로 있어요?”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고는 있어. 지금이라도 나만 좋다면 할 작품은 있지만 당장 급하게 시작하기는 싫어. 가능하다면 내가 만든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고 싶거든.”


할리우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ParaMax에서 <폰부스>라는 시나리오 보냈다고 들었는데, 혹시 읽어보셨어요?”

“아이디어는 좋아. 근데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또 뭐가 있어요?”

“장클로드 바렌버그가 출연하는 영화 한 편하고, 팍스 서치라이트로부터 <히트맨> 연출의사를 타진 받았어. 그 외도 한 10편 넘게 에이전트를 통해 받아본 것 같아.”


확실히 할리우드에서 주목을 받긴 하는 것 같았다.


“서치라이트 회장과 부사장이 <인정사정...>을 보고 올해 본 영화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고. 꼭 같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접촉해 오고 있어.”


뉴욕의 대표적 스릴러 작가 로렌스 블록 원작의 <히트맨>은 살인을 밥 먹듯 하면서도 엉뚱하게 길 잃은 개나 열대우림의 환경파괴를 걱정하는 살인청부업자의 내면풍경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미스터리와 현실풍자가 어울려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 되겠다싶어 욕심이 나더군. 킬러 얘기가 나오지만, 만약 내가 하게 된다면 <인정사정···>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거야.”


류지호가 이전 삶에서 듣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 진출 초기에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겠다고 고집을 부려 시간을 까먹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었어야 했다.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알게 되고 몇 편의 영화를 골라 영화사에 연출제안서를 넣었을 때는 이미 배는 떠난 후였다.

할리우드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이명수 감독은 미국에서 외로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서는 응위쌈 감독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부득불 본인 영화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으려고 했고,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충무로는 이명수 감독을 기다려줄 수 있다.

헌데 할리우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할리우드가 아시안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흥행 공식에 맞는 '뻔한 이야기'이더라고.“


처음부터 고예산 영화를 맡기지도 않는다.


“난 내 영화를 하고 싶어. 그걸로 승부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지금도 시나리오 작업 중이지. 자금 여유가 있다면 어떻게든 1년만 버틸 수 있으면 좋겠어.“

“지금 쓰고 있는 영화는 뭔데요?”

“공포.”

“그 장르는 한 번도 안 해보셨잖아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


허세는 아니다.

세상 물정을... 할리우드 무서운 것을 너무 몰랐다.


“공포영화는 여전히 가능성이 많아. 나는 영화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 그런 영화적 표현을 담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 그래서 <Miriam>이라는 공포영화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어. 아웃라인을 만들면 PARKs 서치라이트에 가장 먼저 넘겨주기로 했고.”


그렇게 아웃라인(시놉시스)이 접수되고 나서 영화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면, 에이전트가 협상을 벌여 시나리오 작업에 대한 투자를 받아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서치라이트, 스콧 형제의 프로덕션, 프레스먼 피디 그렇게 셋이 내 아웃라인을 기다리고 있어.”

“확실히 마음의 결정은 내리신 거죠?”

“내일의 일을 어찌 알 수 있겠나?”


이명수 감독이 허허 웃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 온 것도 맨 처음에는 그저 구경왔다가 기회가 오면 한번 해본다는 정도의 생각뿐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지. 근데 이게 1, 2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10년 정도 걸리는 긴 싸움이 되지 않을까?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문제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 같아.”

“한국에서 준비 중이던 작업들이나 충무로 제작사와는 어떻게 하고요?”

“일단 어디서 활동을 해도 해외진출을 중심에 두고 할 생각이야. 충무로에서 진행하던 작업을 일단은 보류했지만 내가 이곳에서 데뷔해서 결과가 좋다면 어디서든 영화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이제 응위쌈은 할리우드에서 투자를 확보할 수 있는 감독 중 하나가 됐잖아. 그렇다면 미국 돈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지. 해외진출뿐 아니라 투자유치도 가능할 것 같아.”


이명수 감독은 의욕에 차 있었다.

류지호는 그 같은 의지를 꺾지 않기 위해 가만히 들어주었다.

올해가 지나면 저 생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확신했음에도.

지금 아무리 이야기 해줘봐야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터.

이명수 감독이 할리우드의 환상을 남이 알려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겪어보며 깨길 바랄 뿐.


“저도 감독님께 한 편 제안해 봐도 될까요?”

“ParaMax Flims의 <폰부스>?”

“Timely Comics라고 아시죠?”

“만화책 회사 아닌가? 요 몇 년 만화책을 영화로 만들어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잘 알지.”

“Don....”


류지호가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도널드 제이콥을 호출했다.


“가져온 것 꺼내 봐요.”


도널드 제이콥이 가방 안에서 코믹북 수십 권을 꺼내 놓았다.

이명수 감독이 쌓여가는 코믹북과 류지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작가의말

이X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서 당시에 고집을 꺾고 폭스 계열 서치라이트에서 히트맨을 연출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의견과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서 할리우드에 갔는데 저예산 액션영화를 찍는 것은 재능 낭비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에서 허송세월한 시간 동안 충무로에서 영화를 준비했다면 ’형사‘가 되었든 공포영화가 되었든 썩 괜찮은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이X세 감독이 미국에서 헤맨 공백이 안타깝네요.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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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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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Quantum Jump! +5 23.02.15 3,733 134 21쪽
421 시작은 미약하지만...! (3) +8 23.02.14 3,690 123 21쪽
420 시작은 미약하지만...! (2) +6 23.02.13 3,763 116 21쪽
» 시작은 미약하지만...! (1) +6 23.02.11 3,827 121 24쪽
418 어리광은 그만 부려야 하지 않을까? +7 23.02.10 3,808 131 25쪽
417 Timely Cinematic Universe! (2) +7 23.02.09 3,822 121 24쪽
416 Timely Cinematic Universe! (1) +5 23.02.08 4,013 130 23쪽
415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3) +4 23.02.07 3,816 124 23쪽
414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2) +6 23.02.06 3,862 129 25쪽
413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1) +29 23.02.04 3,949 132 23쪽
412 화끈하게 갑시다! (2) +5 23.02.03 3,817 129 21쪽
411 화끈하게 갑시다! (1) +4 23.02.02 3,837 125 24쪽
410 꿈의 직장이잖아요. +11 23.02.01 3,963 140 30쪽
409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3) +9 23.01.31 3,774 141 27쪽
408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2) +5 23.01.30 3,782 129 26쪽
407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1) +7 23.01.28 3,852 131 20쪽
406 예술 한 번 해보자고! +8 23.01.27 3,971 139 25쪽
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8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6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4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9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4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1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7 149 26쪽
398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10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2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7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8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2 148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21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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