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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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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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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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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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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199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만든 것이 있었다.

바로 ‘Y2K’(밀레니엄 버그) 공포다.

그리고 새해가 밝으며 달력이 2000년으로 바뀌었다.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언론의 호들갑이었을 뿐일까.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철저한 대비를 해왔기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JHO Company만 해도 수천 만 달러를 들여 Y2K 버그를 대비했다.

그로인해 아무런 일이 없었다.

어쨌든 다행스러운 일이다.

Y2K 혼란은 없었지만, JHO Company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미국식 완전지주회사로 개편하며 마침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정식 출범했던 것.

복합미디어 그룹을 표방한 JHO Company는 크게 영화·텔레비전 및 위성방송, 호텔 & 리조트와 테마파크, 경비 및 보안 서비스, 영화장비 및 기술지원, 게임, 금융 분야로 사업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 테크놀로지의 복합그룹 형태다.

서른 개가 넘는 숫자의 자회사와 계열사들을 중간지주회사 형태의 기업이 관리하는 수직계열화된 지주회사였다.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개편되면서 새롭게 추정한 JHO Company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대략 247억 달러야.”


매튜 그레이엄이 뿌듯한 표정으로 류지호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한화로 대략 29조원이다.

대단한 거다.

매년 전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의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지가 ‘글로벌 500대기업(Global 500 World's Largest Corporations)’을 선정한다.

그 순위에 따르면 350위권이다.

참고로 한국의 금성전자가 매출 16조원으로 308위에 랭크되어 있다.

좋은 분위기에서 모리스 메타보이가 초를 쳤다.


“그럼에도 기존의 빅 식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지.”


끄덕끄덕.


매튜 그레이엄이 버블헤드인형처럼 고개를 흔들어댔다.

최근 JHO Company가 Hughes/DirecTV를 품에 안았다고는 하지만, 다른 빅 식스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케이블망과 해외 네트워크도 광범위하게 보유하고 있다.

UOL과 워너-타임의 합병규모가 1,650억 달러(한화 18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것을 생각했을 때 JHO Company는 여전히 다윗이었다.

암튼 지주회사 JHO Company Holdings는 모든 계열사의 지분 백퍼센트를 보유한 완전지주회사다.

그런 지주회사 지분율은 류지호(61.3%), 매튜 그레이엄(17.2), G&P(13.1%), 모리스 메타보이(2.4%), 기타(6%) 순이었다.

그동안 G&P의 지분을 줄이기 위해 애쓴 결과다.

JHO/DirecTV의 지분과 JHO Company 지분을 맞바꾼 매튜 그레이엄이 2대 주주가 됐다.


“Moe, 앞으로도 트라이-스텔라 컴퍼니 그룹 잘 부탁해요.”


류지호는 여전히 이사회의장을 맡게 되고, 그룹 회장이자 대표이사는 모리스 메타보이가, 금융 사업과 보안 및 테크기업 사업부문의 부회장은 매튜 그레이엄이 맡기로 했다.

매튜 그레이엄은 40대 후반 나이에 부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레이엄 가문의 후계자 구도는 앤서니 그레이엄으로 확정되는 부수효과를 낳았다.


“총수인 자네가 있는데 내가 크게 할 일이 있을까 모르겠군.”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따라서 총수라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오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류지호처럼 기업 지분의 과반 이상을 보유하면 사실상 소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와 맷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자네 혼자만 편한 것은 아니겠지?”


그러려고 JHO Company를 개편했다.

말이 길어지면 속내를 들킬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형은 진짜 괜찮겠어?”


그레이엄 가문의 후계구도가 정리된 것에 대해 물은 것이다.


“아주 속이 다 시원해. 마치 목을 옥죄고 있는 개줄을 끊어버린 기분이야.”

“패밀리 오피스 신탁의 상속재산까지 포기한 건 아닌 것 같아.”

“그보다 더 한 걸 얻어왔잖아.


대니얼 그레이엄이 Hughes Aircraft에서 Hughes/DirecTV를 분리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매각했다.

삼남인 매튜 그레이엄의 몫을 떼어준다고 명분이다.

Hughes/DirecTV를 매튜 그레이엄에게 증여를 했고, 그렇게 얻게 된 지분을 JHO Company 주식과 맞바꿨다.

그 사이에 증여, 양도 같은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재산상속을 대신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JHO Company 지분을 대폭 늘릴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매튜 그레이엄의 재산을 늘려주는 셈이 되었다.


“동생아~ 내가 Hughes/DirecTV에 대한 권리를 아까워할 거라고 생각하면 크게 잘 못 생각한 거야. 난 남는 장사를 한 거라고. Hughes/DirecTV는 성장 한계가 있지만, JHO는 성장한계라는 게 없잖아. 안 그래요, Moe?”


모리스 메타보이가 단박에 동의했다.


“그럼. 말이라고. 호텔&리조트와 테마파크 사업까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으면 워너-타임의 합병을 뛰어넘는 초거대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성장하지 말란 법도 없어. 아니, 난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해.”


매튜 그레이엄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류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들었지?”

“두 사람 모두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 보기는 좋네요.”

“한국의 그룹 개편도 완전히 끝난 거지?”

“응.”

“가온 그룹의 오너라든가 총수라던가 그런 명칭을 받아들인 것은 네가 방패역할을 하려고?”

“그렇지, 뭐.”


류지호는 여전히 JHO Company 이사회의장이다.

전과 달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다.

이사회 소집과 진행, 감사와 인사권 등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업에는 적극 관여할 생각이다.


“글로벌 기업 오너가 가온까지 소유하고 있으니까, 까불지 말라?”


류지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수틀리면 한국 사업을 철수하거나 JHO로 흡수시키겠다, 뭐 그런 사인 정도는 줄 수 있겠지.”

“그게 먹혀?”

“먹힐 걸?”

“왜?”

“한국의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은 이상하게 미국을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고. 미국 쪽에서 콧바람만 불어도 찔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것에 반작용으로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도 많고.”

“건드리지 마라. 시끄러워진다?”

“내가 한국 사업을 철수해도 문제, 미국 법인에 흡수시켜도 문제지.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이번에 한국방문에 메타보이 회장도 동행하는 거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회장의 공식적인 첫 한국방문. 폼 좀 날 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회장이 세계 3대 영화 시장을 보유한 일본에도 방문한 적이 없다.

헌데 세계적으로 봤을 때 별 볼일 없는 한국을 빅 세븐의 회장이 방문할 계획이다.

방문목적은 가온그룹과의 협력강화와 한국투자를 위한 대통령 면담이다.


“영화 홍보는 톰 메이포더가 하고, 가온 영화사업의 위상은 메타보이 회장을 통해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그레이엄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JHO 금융사업의 회장 자리에 오른 전직 망나니도 있지.”

“내 발로 나온... 아니, 독립한 거라니까!”

“나이 마흔 일곱에 독립은.... 그게 자랑이야?”

“왜 한 살 올려?”

“한국식이야.”


허허.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웃었다.


Big 7.

메이저 스튜디오라는 칭호는 어느 정도 매출과 라인업을 갖추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Big'이 붙으려면 어느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다.


‘빅 세븐의 소유주들이 십대처럼 저러고 노는 걸 알면 다들 놀라자빠지겠군.’


한 때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쳤던 그레이엄가의 망나니.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을 일군 젊은 사업가.

거기에 최연소 오스카 작품상 수상자 타이틀까지.


‘더 무서운 건, 이 녀석들이 이제 시작이라는 거지.’


작년부터 소닉-콜롬비아스와 유니벌스 등 몇 군데 회사에서 모리스 메타보이 영입제안이 있었다.

NBC, PARKsTV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 회장 제의도 있었다.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별 것 없다.

트라이-스텔라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훨씬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트라이-스텔라 회장에 앉아있는 기간이 길어야 5년 정도라는 것을.

류지호에게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다.

Timely의 샘 리버먼,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댈런 맥컬리와 스탠 크레이그, 트라이-스텔라TV의 얀 호퍼, ParaMax의 알버트 마샬, 매튜 그레이엄까지.

모두 자신의 뒤를 이어 최고 경영자를 맡겨도 무리 없이 그룹을 이끌만한 인재들이다.


“.....”


모리스 메타보이가 류지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은근히 정도 많다.

한 번 마음을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는 타입이다.

어릴 때는 그 모습이 불안했었다.

그런데 그것 때문인지 트라이-스텔라에서는 이직률이 높지 않았다.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모리스 메타보이다.

트라이-스텔라를 위해 헌신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았다.

단적인 사례가 버나드 휴즈다.

트라이-스텔라에서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고 재물 관리나 하던 그는 선셋가의 종합촬영소 부사장이 되었다.

스탠 크레이그는 또 어떠한가.

지방 극장을 돌며 트라이-스텔라 영화를 걸어달라고 애원하고 다니던 애송이가 트라이-스텔라 해외 사업부문 총괄 사장이 되어 글로벌 영업을 모두 책임지는 위치에 올라가 있다.

굳이 임원이 아니더라도 연봉 수준, 복지 모두 업계 최고다.

미니 메이저에서 스카우트하고 싶어도, 트라이-스텔라에 받던 수준을 맞춰줄 수 없다.

올해 랜초 팔로스 베르드의 최고급 리조트와 한국의 무조리조트까지 인수해 파격적인 직원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무슨 영화사가 컨벤션을 열어?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라면 모를까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류지호처럼 경영하지 않는다.

기업가로서 류지호는 빵점이다.

그런데, 돈을 번다.

그것도 무지막지 하게.

유능한 인재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다가 운도 좋다.

건드리는 것마다 이익을 보는 걸 보면, 신의 은총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암튼, 누가 보더라도 트라이-스텔라에서 제 발로 뛰쳐나가는 건 미친 짓이다.

연봉 좋지, 경력 쌓기 좋지, 기업 문화도 자유롭지, 어지간한 사고만 치지 않으면 임원으로 올라갈 가능성 높지.

그렇다고 직원들이 방만하고 게으름을 피우냐.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혜택도 많이 주지만, 철저한 성과주의다.


“최고를 모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으니 최고의 성과를 내라!”


게다가 어린(?) 오너가 비현실적인 생활을 수년 간 하고 있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트라이-스텔라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실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오너의 처절한 생활을 비웃거나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그 비웃음의 대상이 할리우드에서 뭐만 했다하면 최초거나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새 천년을 맞이한 현재는 세계적인 영화 브랜드가 되었다.

아무리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고 할리우드라고 할지라도 직원들의 자부심이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떠나기 전까지 오스카를 적어도 두 개는 더 받아야겠지?’


모리스 메타보이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LA 중심가에서 할리우드를 관통하여 그 끝자락에 이르면 가톨릭 교회풍의 아담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학교로 유명한 AFI(American Film Institute) 캠퍼스다.

이따금씩 사슴이 머리를 힐끔 내밀며 낯선 손님의 침입에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학교 근처에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많이 살고 있다.

캠퍼스도 여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고딕양식의 스페인풍 건물들이었고, 1·2학년 전원을 다 합쳐도 학생수가 200여 명에 불과해 오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할리우드 한복판에 건물 하나로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재정 기부에 힘입어 이곳으로 이주해왔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 영화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는 1967년 존슨 대통령의 국가예술장려법에 의해 정부기금으로 설립된 이래 영화정책개발, 영화인에 대한 교육훈련, 영화와 관련된 신기술 전파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기관으로서의 AFI는, 정확히 표현해서 ‘Center for Advanced Film& Television Studies’(CAFTS)를 가리킨다.

최초 설립할 때만해도 AFI는 대학이라기보다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자금을 지원해 영화현장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을 조달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일종의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재교육기관이었다.

때문에 학부 없이 대학원만 있다.

학위를 주니까 학교는 학교이되 학력에 관계없이 수학능력만 인정되면 누구든지 입학해 교육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조건이 쉽진 않다.

입학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에세이와 함께 자기가 만든 16㎜나 35㎜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해야 한다.

학사학위 없이 입학한 학생은 졸업할 때 석사학위는 받지 못하고 수료증만 받을 수 있다.

AFI는 무조건 실기위주의 교육이다.

1학년은 짧은 길이의 영상작품 3편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하고, 2학년은 16㎜ 필름으로 졸업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할리우드 영화제작처럼 각기 다른 분야 전공자들이 하나의 작품을 위해 팀을 이뤄 작업(수업)하게 한다.

실기 분야 최고의 학위인 MFA는 졸업논문이 아닌 작품심사로 결정된다.

학생들의 졸업작품은 3차례로 나뉘어 교내극장에서 상영되는데, 이때 할리우드의 각 전문가들이 초청돼 유능한 인재를 눈여겨 봐둔다.

당연히 트라이-스텔라 인사부 임원은 AFI 졸업작품전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졸업생은 현재 4명 정도였고, 재학생은 3명, 교포학생은 4명이었다.


“실기가 안 되면 학기마다 제적이라는 벼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휴학도 허용되지 않아서 군대가 걸려 있으면 골치가 좀 아파요.”


AFI에서 촬영전공 중인 유학생 김병민이 열심히 학교 자랑을 했다.


“UCLA도 예전에 비해 실습교육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정말 강도가 높아요.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다면서 제작·실습 교육을 빡세게 시키죠.”

“시험이나 논문은 없지?”

“예. 입학하기 전에 대충 한 30권 필독 서적을 알려줘요. 그 거 다 읽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게 이론공부라고 치는 거죠.”

“촬영전공도 MFA 인정되나?”

“예. 감독, 편집, 제작디자인, 극작가에다가 제가 입학 할 때 디지털미디어도 추가됐어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디지털미디어 센터 건물을 AFI에 기증하면서 과정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병민이 너도 Origin으로 단편 찍어봤다고 했지?”

“예.”

“어때?”

“소닉 업무용보다 뛰어나긴 한데.... 아직 룩이나 그런 것에서 필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DALLSA. Corp 말고도 GMG Lab에서도 디지털 단편영화 지원하고 있어. 잘 써먹어 봐.”

“감사합니다!”


김병민이 넙죽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UCLA도 그렇지만 AFI 역시 외부에서 촬영기자재 등을 풍족하게 지원받고 있다.

JHO Company 계열에서도 관련 장비들을 기증하고 있다.

또한 트라이-스텔라가 디지털미디어센터 건물을 기증하고, 소닉사가 그 건물에 들어가는 각종 디지털 기자재 등을 기증했다.

AFI가 배출한 졸업생들 면면도 대단했는데, 류지호와 친분이 두터운 에디 즈워크, <The Killing Road>를 촬영한 롭 리차드슨이 대표적인 졸업생이다.


“감독님도 자주 학교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가끔 와서 고전 영화 스크립트를 읽곤 했지.”


AFI는 미국영화자료원으로 출발한 기관답게 방대한 영화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영화·비디오 자료보관센터는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광범위한 미국 영상문화 유산을 자료화해 보존하고 있는데, 1940년대 영화 스크립트부터 최근 것까지 모두 비축돼 있다.

류지호는 UCLA에 없는 자료들은 AFI에 와서 찾아 읽거나 영화를 감상했다.


“다 왔습니다. 저 건물이 행사장입니다.”

“진짜 영화 안 하고 광고 할 거야?”

“저는 스토링텔링보다는 짧고 임팩트 있는 이미지 작업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졸업하고 한국 들어 갈 거지?”

“예.”

“졸업하기 전에 찾아와."

"감사합니다.“


김병민이 다시 한 번 허리를 납작 숙였다.

취직자리를 소개시켜주는 거란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한동안 김병민과 노닥거린 류지호가 행사가 열리는 AFI 교내극장으로 들어갔다.

매주 수요일에 교내극장에서 유명한 감독·시나리오작가·프로듀서·촬영감독 등을 초청, 그들의 작품을 시사하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다.

그 프로그램에 류지호의 <The Killing Road>가 초청되었다.


짝짝짝.


영화 상영이 끝나고 학생들의 엄청난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학생 가운데는 류지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류지호는 엄연한 할리우드 현직 영화감독이다.

게다가 <The Killing Road>는 각종 영화제 수상작이며 흥행에도 성공한 독립영화다.

겸손을 떨 필요가 없었다.

류지호는 AFI 재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 질문자와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질문자가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걸 꿰뚫어 이야기하면 류지호가 배우는 것도 있었다.

오늘 참석한 재학생 중에 미래에 제2의 데이브 린치, 롭 리차드슨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학도라고 해서 무시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영화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익한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


짝짝짝.

학생과 교수들이 류지호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류지호는 교수들과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Remo : The Destroyer>에 관한 리뷰를 들었다.

상업영화를 찍었다고 비난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교수는 없었다.

비평가와는 다른 논지의 감상을 들려줬다.


‘무슨 표현주의가 나오고, 몽타주 이론이 등장하고, 사실주의까지 나오냐....?’


류지호는 내심 어이가 없었다.

누가 영화과 교수들 아니랄까봐.

장르영화에 온갖 영화이론을 끌고 와서 <The Killing Road>를 해부했다.

너도나도 영화이론 지식 대방출의 장이었다.

교수들 말만 들으면 류지호는 <시민 케인>을 연출한 오손 웰즈에 버금가는 위대한 영화감독이었다.

무려 두 시간 동안 이루어졌던 토론이었다.


“나쁘지 않은 영화였어.”


<The Killing Road>에 대한 결론이었다.


❉ ❉ ❉


파커 가족은 겨울휴가를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며칠 전 출국했다.

류지호는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 처리해야할 일로 바빴다.


“마지막 일정은 라스베이거스였죠?”

“예!”


오랜만에 도널드 제이콥이 류지호를 수행하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 건 때문이 아니다.

이번 한국행에서 류지호는 모리스 메타보이, 매튜 그레이엄, 래리 킴 회장들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오찬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원수를 만나는 일정이기에 도널드 제이콥이 직접 챙기기로 했다.

한국행에 앞서 먼저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퍼티 형제를 만났다.

퍼티 형제는 얼마 전 200만 달러에 UFC를 인수하고 친구이자 전직 복싱선수 댄 화이트를 회사의 대표로 임명했다.

류지호는 UFC의 새로운 주인에게 30%에 대한 지분투자를 약속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UFC를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CEO 댄을 보좌할 임원들은 전문경영인들로 채울 생각입니다.”

"나의 전략기획팀에는 기존의 프로격투기 대회를 벤치마킹한 기획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류지호의 조언을 참견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퍼티 형제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반드시 현재의 야만적인 경기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룰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JHO/DirecTV를 통해 PPV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류지호는 퍼티 형제를 압박하는 동시에 논쟁 때문에 중단된 PPV를 재계할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자 수익사업에 대해 골몰하던 퍼티 형제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류지호는 전략기획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최고급 럭셔리 객실에 머물며 퍼티 형제와 UFC의 미래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에 따라서 헤비급, 라이트헤비급, 미들급, 웰터급의 체급이 새롭게 생겼고, 세세한 규정들이 추가되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미지의 제고였다.

과도한 폭력성 때문에 방송사들이 중계방송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주의 체육위원회의 대회 승인 역시 쉽지 않았다.

류지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격투기 유망주를 훈련시키는 과정을 소개하는 리얼리티 쇼를 제작해 방영해봅시다.”


류지호가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본래 역사에서도 2005년 TUF(The Ultimate Figter)를 통해 당시 미국에 불어 닥친 리얼리티 쇼 열풍을 타고 초대박을 치게 된다.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며 대중들의 UFC 이미지를 재고시키게 된다.

동시에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의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다양한 UFC 관련 콘텐츠로 인해, 대회 입장료 수익이 오르기 시작해 마침내 2007년부터 2,000억 원의 순이익을 내게 된다.

그 전까지는 매해 적자에 허덕인다.

결국 복싱과 WWE를 위협하는 격투스포츠로 자리 잡게 된다.

아직은 먼 이야기다.


“UFC의 발전과 관련한 실무는 댄과 내 비서들이 좀 더 논의하는 것으로 합시다.”


언제 시큰둥했냐는 듯 퍼티형제가 류지호에 대해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은 태도를 취했다.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미스터 류.”

“함께 술 한 잔 합시다. 마침 괜찮은 와인을.....”

“미안합니다. 나는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가봐야 합니다.”

“LA에 돌아오게 되면 내가 파티에 초대하겠습니다.”


퍼티형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할리우드 거물의 투자를 받은 것도 호재인데, UFC를 살릴만한 방안이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돈 버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퍼티 형제와 헤어진 류지호는 LA로 돌아가지 않고 라스베이거스 공항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JHO는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는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 포춘(Fortune) Global 500 World's Largest Corporations, Forbes' 100 list of the largest private companies를 통해 기업의 규모를 비교할 예정입니다. 공개기업의 시가총액 기준 순위와 단순 비교하기 힘든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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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Quantum Jump! +5 23.02.15 3,733 134 21쪽
421 시작은 미약하지만...! (3) +8 23.02.14 3,690 123 21쪽
420 시작은 미약하지만...! (2) +6 23.02.13 3,763 116 21쪽
419 시작은 미약하지만...! (1) +6 23.02.11 3,826 121 24쪽
418 어리광은 그만 부려야 하지 않을까? +7 23.02.10 3,808 131 25쪽
417 Timely Cinematic Universe! (2) +7 23.02.09 3,822 121 24쪽
416 Timely Cinematic Universe! (1) +5 23.02.08 4,012 130 23쪽
415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3) +4 23.02.07 3,815 124 23쪽
414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2) +6 23.02.06 3,861 129 25쪽
413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영화 했어? (1) +29 23.02.04 3,949 132 23쪽
412 화끈하게 갑시다! (2) +5 23.02.03 3,817 129 21쪽
411 화끈하게 갑시다! (1) +4 23.02.02 3,837 125 24쪽
410 꿈의 직장이잖아요. +11 23.02.01 3,962 140 30쪽
409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3) +9 23.01.31 3,773 141 27쪽
408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2) +5 23.01.30 3,781 129 26쪽
407 너희가 삼류를 아느냐? (1) +7 23.01.28 3,851 131 20쪽
406 예술 한 번 해보자고! +8 23.01.27 3,970 139 25쪽
405 그 양반들 간이 많이 커졌네. +2 23.01.26 3,986 144 24쪽
404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5) +6 23.01.25 3,954 142 23쪽
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4 145 23쪽
402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3) +6 23.01.23 4,019 149 20쪽
401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 +17 23.01.21 4,143 161 29쪽
400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1) +18 23.01.21 3,891 127 26쪽
399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2) +12 23.01.20 4,097 149 26쪽
» 태풍을 예고하기라도 하듯이.... (1) +6 23.01.19 4,110 145 23쪽
397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3) +14 23.01.18 4,042 146 28쪽
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6 156 27쪽
395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6 23.01.16 4,087 149 24쪽
394 좀 더 자신을 믿어보게. +10 23.01.14 4,091 148 27쪽
393 Surfin USA! (3) +8 23.01.13 3,920 14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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