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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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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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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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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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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 센 영화가 있으면 무조건 피해라.

- 최소 앞뒤로 2주 간격을 유지하라.

- 같은 장르끼리 경쟁할 시, 자신의 영화가 약하면 무조건 한참 뒤로 피해라.

- 장르를 떠나 되도록이면 같은 날 개봉시키지 마라.


언덕을 등지지 말라고 했다.

센 영화가 있으면 앞보다는 뒤로 가는 것이 좋다.


- 내 영화가 많다고 해서 상대 영화를 포위하는 식으로 개봉시키지 마라.


궁지에 몰린 적을 악착같이 쫓지 말라.

궁구물박(窮寇勿迫)이라는 고사성어에서 따온 말이다.

앞서 개봉된 영화를 극장이 스스로 내리지 않는 이상 그 영화를 쳐내고 내 영화를 걸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영화를 내리고 올리는 것은 극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까.

영화 배급에 있어 격언이라고 할 수 있는 말들이다.

11월 첫 주가 지났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기 시작했다.

먼저 소닉-콜롬비아스의 <본 콜렉터>를 시작으로, 17일 패러마운틴의 <슬리피 할로우>, 19일 LOG와 PIXART의 <토이 스토리Ⅱ>, 그리고 <Remo : The Destroyer>의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MSM의 <007 언리미티드>, 24일에는 유니벌스의 <엔드 오브 데이즈>가 차례로 개봉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는 워너-타임의 <애니 기븐 선데이> 개봉도 예정되어 있다.

11~12월에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두 편을 개봉한다.

록 캐슬 엔터테인먼트의 <그린 마일>과 JHO Pictures의 <Remo : The Destroyer>다.

어떤 것 하나 만만한 영화가 없다.

11월 마지막 주에 열린 <Remo : The Destroyer> 프리미어에 언론과 평단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미 개봉한 <007 언리미티드>와 <엔드 오브 데이즈>가 매우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평단의 엄청난 혹평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브랜드 파워만으로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고 있다.


[<Remo : The Destroyer>의 최고의 미덕이라면, 역시 파격적인 빠른 편집으로 보여주는 마샬아츠, 인간 VS 탱크, 대규모 군중 격투, 습격씬 그리고 추격씬의 박진감이다. 등장인물들은 원작소설과 84년 영화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훨씬 생동감이 있게 그려진다. 갈등은 단순하지만, 놀랍도록 생동감 있는 액션 장면들을 통해서 오히려 그들의 감정과 갈등도 고양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스승과 제자의 연대감은 우정보다는 동질감에 더 가깝지만, 그들이 발산하는 아드레날린은 군더더기 없는 플롯과 액션 장면을 통해 매우 잘 보여준다. 관객들이 특히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완벽하게 설계된 습격씬과 격투 장면이다. 컴퓨터 그래픽까지도 고도로 계산된 편집 하에서 영화의 박진감을 부여한다. R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강력한 장면임에도 유머, 생략 혹은 압축을 통해 등급을 낮출 수 있었고, 피가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격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다. 또한 핸드헬드 카메라가 없이도, 빠른 편집과 영리한 연출로 그 어떤 영화에서의 액션장면 못지않은 박진감을 보여준다. 인간과 탱크의 대결이라는 허무맹랑한 발상을 그럴듯하게 풀어낸 아이디어도 높게 사줄만 하다.]

- 할리우드 리포트.


[이 영화가 펄프픽션과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물론 이미 <007>을 본 관객은 상관없다. 제임스 본드의 개연성 없는 활약에 실망했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emo : The Destroyer>는 <007 언리미티드>와 달리 SF 만화임을 노골적으로 또 떳떳하게 밝히고 있으니까.]

- LA 타임즈.


[작가가 될 것인가. 장사꾼이 될 것인가. 지호 류는 갈림길에서 후자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그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디지털 시네마의 연장선인 CG에 대한 탐구심 외에는 별달리 평가해줄만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 버라이어티.


<Remo : The Destroyer>의 프리미어가 열린 그 날 저녁부터 다양한 영화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호평은 물론이고 아쉬움을 표하는 리뷰도 간간이 보였다.

<007 언리미티드> VS <Remo : The Destroyer>.

두 영화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성급한 기사까지 등장했다.

제작비 1.4억 달러 VS 5,400만 달러.

전 세계적인 팬층을 거느린 영화 VS 북미에서 탄탄한 원작팬을 보유한 영화.

장수 프랜차이즈 시리즈 VS 전작이 처절하게 실패한 리메이크 영화.

관록의 배우 VS 기대주 신예배우.

1960년 데뷔 후 연출한 영화 25편의 베테랑 감독 VS 장편 영화 단 세 편의 신인감독.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될 수 없는 박스오피스 대결이다.

살짝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007 어나더데이>와 붙을 걸 그랬나.....?”


류지호는 역대 최악의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007> 스무 번째 영화와 경쟁할 걸 그랬다는 후회를 잠시 해봤다.

부질없다.

어차피 그때 가면 더 강력한 경쟁작들이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 ❉ ❉


<Remo : The Destroyer> 티저 예고편(Teaser Trailer)이 배포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부터다.

사실상 홍보마케팅은 그 이전부터 진행됐다.

티저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영화제목과 주인공을 숨기기도 한다.

이미 영화에 대한 정보가 언론을 통해 노출된 경우에는 스토리 비공개에 중점을 둔다.

<Remo : The Destroyer >의 정식 예고편보다 먼저 공개된 티저에는 본편 장면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1984년 영화에 나왔던 자유의 여신상 액션 시퀀스와 Timely Comics에서 출판한 코믹스 영상들을 주로 보여줬다.

아르칸 반군에게 쫓기는 레모 윌리엄스의 파쿠르와 탱크와 대결을 펼치는 치운의 모습이 아주 짧게 들어가 있을 뿐이다.

첫 티저가 방송전파를 탈 때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스타가 나오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홍보마케팅 부서에서도 윌리 워커와 사무엘 잭슨을 내세워야 할지, 감독인 류지호를 전면에 세워야 할지 혼선을 빚었다.

사실 <007 시리즈>의 19번째 영화와 아놀트 슈발츠네거의 <엔드 오브 데이즈>에 비해 덜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정식 예고편이 나왔을 때도 <Remo : The Destroyer>는 두 영화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Timely와 협의해서 특별판 코믹스를 미리 배포하는 건 어떻습니까?”

“예고편 편집을 다시 해서 근사한 액션장면을 더 노출해봅시다.”

“계약서에는 한 달 전부터 홍보하기로 했지만, 배우들을 앞당겨서 노출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렵습니다. 계약서에는 한 달 전부터 홍보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빅보스를 TV 버라이어티에 더 많이 출연시켜야겠습니다.”

“매체 광고 외에 옥외 광고를 늘려야겠습니다.”


스타가 나오지 않고, 감독도 신예다.

기록적인 제작비나 노이즈 마케팅에 써먹을 사건사고도 없다.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그에 따라 홍보방향을 수정하고 보완했다.

안타깝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염두에 둔 개봉영화들의 홍보 경쟁은 전쟁이다.

홍보마케팅 부서는 마케팅에서 애를 먹었다.


“스크린을 3,000개로 늘리는 건 어떻습니까?”

“5,400만 달러 영화의 스크린을 3,000개로 맞추자고? 자네 미쳤나?”


무조건 스크린을 늘린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그 만큼 배급비용이 상승하고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더 힘들어진다.

메이저 스튜디오는 P&A 비용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현재 1억 달러 이상 할리우드 영화의 P&A는 제작비의 최대 65%를 쓴다.

<Remo : The Destroyer>의 전체 예산은 P&A 포함 8,600만 달러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1.6억 달러를 거둬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출 수가 있다.

박스오피스는 부가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스오피스에서 최소 1.2억 달러의 성과는 거둬야 부가시장을 통해 간신히 제작비를 건질 수가 있다는 계산이 선다.

참고로 <007 언리미티드>의 제작비는 1.4억 달러.

P&A 비용은 공개하지 않지만, 대략 6,000만 달러 이상 썼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4억 달러를 거둬야 돈을 번 것이고, 3.5억 달러를 거뒀다면 본전치기로 이해하면 된다.

박스오피스 수입의 절반을 제작사가 가져가지 않는다.

모든 총수입에서 가장 먼저 배급비용을 빼고, 배급수수료를 그 다음에 계산하고, 극장부터 배분한 다음에 나머지 것이 제작사 몫이다.

그 제작사 몫에서 투자자에게 먼저 떼어주고 세금을 계산해야 하며 제작과정에서 쓴 기타 비용을 또 공제해야 한다.

부가시장 수익 배분은 또 다르게 구성된다.

세계 어떤 나라나 제작사는 돈 벌기 쉽지 않은 것이 영화흥행산업이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 돈을 버는 것은 유통을 쥐고 있는 곳이다.

영화업계에서는 배급사다.


“월드와이드 1억 달러만 넘으면 좋겠다.”

“무슨 소리! 2억 달러!”


류지호는 본전치기 정도에서 만족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블록버스터 데뷔로 큰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을 적정선이라고 봤다.

반면에 돈을 벌어야 모두의 경력에 좋다는 면에서 앨런 포스터는 2억 달러 달성을 기원했다.

홍보마케팅은 프리미어가 열리는 주부터 개봉 2주차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광역개봉을 할 경우 홍보마케팅 예산의 대부분을 개봉 한 달 전부터 쏟아 붓는다.

3주차에 새로운 홍보마케팅 비용이 발생한다면, 스튜디오 CEO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결재서류에 서명한다.

새로운 비용이 발생했다는 말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의미였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소송 건으로 법률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은 소식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 ❉ ❉


연예인들은 공식석상에서 언제나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럴 때마다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한다.

어떤 무례하고 경솔한 질문에도 웃음으로 넘겨야 한다.

자칫 평정심을 잃고 인터뷰어와 기싸움을 하거나 화를 내면 좋지 않다.

<Remo : The Destroyer> 개봉에 맞춰 류지호와 배우들은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가십성 질문이 빠지질 않았다.

인터뷰 현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호주의 해롤드 선과 앨리나 와츠가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중도에 중단됐다.

영화와 관련한 질문을 잘 이어가다가 말도 안 되는 가십성 질문을 연속해서 했기 때문이다.


- 디렉터 류와 여러 영화에서 함께 했는데, 그와 관계는 어때요?

“우리는 국적, 나이, 성별을 떠나서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 여배우로서 감독과 로맨틱하게 연결되길 바란 적은 없었나요?


리포터는 앨리나 와츠와 류지호를 엮고 싶었던 모양이다.

관련해서 억지 유도질문을 이어갔다.


“지호와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을 너무나 사랑해요. 우리의 사랑을 영화작업에 모두 바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죠.”

- 혹시 디렉터가 앨리나를 유혹하지는 않던가요? 당신은 굉장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배우인데 말이죠.

“......”

- 미스터 류가 사적으로 데이트를 하자고 한다면 그럴 생각이 있나요?


앨리나 와츠는 아직 스타가 아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다.

리포터의 질문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류지호 감독은 신사에요. 모두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감독입니다. 굉장히 불쾌하네요.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질문의 요지가 뭐죠?”

- 다른 의도는 없어요. 사람들은 당신을 둘러싼 빅스타(Big-Star)들에도 관심이 많아요. 난 그들의 관심사를 대신해서 물어보는 것 뿐이지요.

“사람들은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죠. 하지만 저는 관심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인터뷰는 중단됐다.

참고로 호주의 일간지 해롤드 선은 뉴스콥 계열사다.

미디어로 세계를 선동하고 있는 권력욕의 화신, 바로 그 로버트 폭스가 소유한 언론이다.

한 편 크리스 워컨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할 때였다.


- 원작 소설은 읽어 봤나요?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영화이고 소설이니까.”

- 너무 바빠서 피곤해서 그랬을까요?


다작을 비꼰 것이다.

즉 돈이 된다고 판단되면 크리스 워컨이 가리지 않고 영화를 찍고 있다는 뉘앙스다.


- 언제쯤 크리스에 어울리는 배역을 연기하는 걸 볼 수 있을까요?


사회자는 이미 합의된 질문 대신 엉뚱한 것만 물었다.

심지어 방송 스튜디오에서 지들끼리 낄낄거리기까지 했다.

크리스 워컨은 참지 않았다.

사회자들의 태도를 두고 본인도 비아냥거렸다.

한 동안 설전이 벌어졌다.

그것이 고스란히 생방송 전파를 탔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사회자들은 설전에서 크리스 워컨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방송이 나간 후 연예매체에서 생방송 인터뷰와 관련된 가십성 기사가 쏟아졌다.


“도대체 프로그램 선정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류지호가 드물게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에게 화를 냈다.

반면에 모리스 메타보이는 천하태평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흥분하지 말게.”

“내 배우들이 계속해서 무례한 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요!”

“누가 Jay의 배우야?”

“몰라서 물어요?”

“크리스는 멋지게 한 방 먹여줬잖아.”

“윌리 역시 인종차별주의자 사회자로부터 곤란을 겪었단 말입니다!”


윌리 워커는 ABC의 한 토크쇼에 출연했는데, 사회자가 샘 잭슨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했다.

또한 류지호를 언급할 때는 동양인 비하로 들릴 법한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발끈한 윌리 워커가 사회자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회자는 애송이 배우에게 연예계를 가르쳐주려는 듯 빈정거렸다.


“그가 정말 당신의 친구라고요? 아, 당신은 서퍼라고 했죠? 건강한 피부색이 멋지군요. 그렇다면 샘과 어릴 때부터 서핑을 했겠네요. 미스터 류는 서퍼도 아닌데 이미 잘 익었죠. 아마. 하하.”


샘 잭슨과 류지호의 피부색을 빗대어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했다.

방청객들은 그 농담에 낄낄거렸다.

윌리 워커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편집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트라이-스텔라가 항의를 했지만 그들은 작은 착오가 있었다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ABC는 이대로 놔둘 겁니까?”

“놔두지 않으면?”

“조치를 취해야죠.”

“자네 영화에 대해 삐딱하게 나오는 매체가 어딘지 확인해보게.”

“NBC와.... ABC....?"

“공교롭지?”

“트라이-스텔라를 견제라도 한다는 겁니까?”

“유니벌스와 LOG. 안 그런 게 이상하지. 유니벌스는 우리에게 여러 차례 물 먹었지. 최근에는 워킹타이틀 건에서 경쟁했고.”

“LOG는 갑자기 왜요?”

“JHO의 기세를 꺾고 싶은 모양이야.”

“Mr. LOG가 겨우 그 정도의 인물입니까?”


LOG Company 회장 마이크 아이즈너는 뛰어난 경영자로 칭송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권위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으로 우수한 인재들을 내치고 안팎으로 분란을 조장하면서 욕도 많이 먹는다.


“그의 독단적인 성격과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 경영 방식은 아주 유명하지.”

“치졸한데요? 그렇다고 아무 힘도 없는 배우에게 시비를 건답니까?”

“지금처럼 자네가 흥분하길 바라는 거겠지.”

“흥분하면요?”

“말실수를 하게 되지. 그럼 또 다시 공격 빌미가 되는 것이고.”

“참, 치사하네....!”

“이 정도는 애교야. JHO Company 그룹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에는 안 보이는 곳에서 꽤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걸?”

“근데 왜 하필 내 영화죠?”

“만만하니까.”

“.....!”

“토머스 행스를 가지고 장난을 칠 순 없잖아.”


류지호는 곧바로 납득했다.

12월에 트라이-스텔라가 배급할 영화는 <Remo : The Destroyer>와 <그린 마일>이다.

천하의 Mr. LOG라고 하더라도 토머스 행스를 도발할 순 없었다.

토머스 행스는 그저 그런 배우가 아니라 할리우드를 넘어 미국을 대표하는 대스타였으니까.


“그렇단 말이죠?”


류지호는 내심 이를 박박 갈았다.


“큭큭. 미디어 업계의 넘버 원 치고는 품위가 없지?”

“내가 출연하는 토크쇼는요?”

“PARKs TV와 CBS에 단독 혹은 배우들과 출연해야 할 거야.”


PARKs는 몰라도 CBS는 류지호 혹은 JHO Company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생방송은 아니겠죠?”

“응.”

“알겠어요.”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두 팔을 벌려 보이며 말했다.


“Jay, 환영해.”

“뭘요?”

“진짜 연예계에 들어온 걸.”

“언제는 가짜 세계에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아기였지. 독립영화나 만드는 어린 돌아이. 트라이-스텔라라는 스튜디오에서 한 발 걸치고만 있는... 말하자면 파커와 그레이엄이라는 보모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탄 아기.”


한때 월스트리트를 비롯해 주요 경제지에서 류지호를 두고 했던 독설들이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겁주는 척 한데요?”


하하.


모리스 메타보이가 배를 잡고 웃었다.


“어차피 견제가 심해질 건 알고 있었어요. 다만 이런 식으로 유치할 줄은 몰랐네요..”

“원래 그래. 할리우드는 어린아이들의 유치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지.... 월가와 달리.”

“난 월가 사람도 아닙니다만.”

“Mr. LOG와 NBC 이사회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


미국은 기회의 나라다.

그것을 국가차원에서 선전한다.

류지호는 아메리칸 드림을 거둔 대표적인 신세대다.

비록 이민자는 아닐지라도.

문제는 류지호가 차지하는 밥그릇의 크기가 날로 커져만 간다는 점이다.

유대계 기득권이 쥐고 있는 거대 미디어의 견제를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다.


“여전히 비상장 기업으로 남겨둘 텐가?”

“적어도 10년 안에는 주식시장에 상장할 생각은 없어요.”

“앞으로 주식상장 압력을 많이 받을 거야.”

“누구로부터요?”

“온 사방에서...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파커나 카질 같은 거대한 기업도 비상장입니다만.”

“그들 집안과 자네를 감히 비교하는 건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감히‘라는 표현을 쓸 만했다.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누가 뭐라던 내 마음대로지만, 자본주의 미국에서는 이익을 나눠야 한다네. 많은 이들이 그러길 바라고.”

“공산주의 아닙니까?”

“똑같아.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나. 공평하게 인민은 가난하지.”

“이제 막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했어요. 암튼 기업공개는 신중하려고요.”

“기업공개도 다 때가 있다네. 잊지 말게.”

“네.”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는 이유는 그 만큼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증시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쉽다.

심지어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기업 신뢰성이 높아진다.

특히 외국에서 사업할 때 좋다.

상장은 적어도 해당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업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기업 임직원 사기가 높아진다.

기업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는 질문을 받을 때 난처했던 임직원들에게 상장사라는 그럴싸한 답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富)다.

현실적으로 상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기업 주식이 공개적으로 값이 매겨지고 환금성이 생긴다.

주식 증서를 돈으로 바꿀 수가 있다.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져야 하는 의무도 있다.

기업은 투명하게 경영 상황을 밝혀야 하는 공시(公示) 의무를 가진다.

물론 비상장 기업에도 공시의무가 있다.

그에 비해 상장사는 밝혀야 하는 범위도 넓고 더 엄격하다.

공시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강제로 상장폐지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공시사항이 분기별 사업보고서다.

비상장 기업은 1년에 한 번만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상장사는 분기별로 어느 정도 실적을 거뒀는지 재무제표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밝혀야 한다.

상장사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얼마나 되고, 대주주 외에 5%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는 누가 있는지 알려야 한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사진에 대한 정보와 주주총회 내용도 공시 대상이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 때도 공시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기업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보도되었을 때도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누구든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은 회사가 일정 부분 공공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러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주들의 경영 간섭이 생긴다.

또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된다.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과 돈만 있으면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대적인 세력이 아니더라도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등이 기관투자가로 들어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주가를 관리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또한 공시를 통해 회사 정보가 경쟁사에 노출된다는 점도 있다.

주식상장 혹은 IPO(기업공개)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기간도 길며 내야할 서류 역시 많다.


‘사실 JHO나 가온 정도 사이즈의 기업 규모에서 나처럼 무식하게 유상증자하는 기업은 없지.’


지금까지 두 기업에서 유상증자가 있을 때마다 류지호가 돈을 넣었다.

G&P의 지분율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류지호는 JHO Company와 가온의 주식 상장에 대해 큰 이점을 찾지 못했다.

일단 두 기업의 증권을 통한 환금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숨만 쉬고 있어도 재산이 증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작권 수입과 금융소득이 막대하다.

게다가 두 기업은 공모주를 통한 유상증자를 해야 할 만큼 연구개발비 혹은 투자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연히 주식을 상장해 기업비밀이 외부에 노출되고, M&A을 방어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느니 비상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에드윈 터너처럼 이사회에서 치고 박고 경영권 싸움을 하느니 마음 편하게 가자.’


류지호는 ABC와 NBC에 엿 먹일 방법을 강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방법 중에 하나는 그들의 M&A을 가로채거나 방해하는 거다.

시기는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어딜 탐내는지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10년만 기다려, 내가 너희들 회사를 먹어주지.’


두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제 아무리 자금력이 따라준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주주가 되어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도 소용없다.

미국 매스컴의 이사회는 유대계 일색이거나 그들의 대리인들이 장악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인수합병하려는 회사를 가로챌 순 있다.

ABC의 경우 모회사 LOG 컴퍼니가 먹어치웠던 Skywalker Films와 20세기 PARKs가 있다.

NBC의 경우는 Koncast와 합병을 방해한다던가, 합병 이후에 그들이 탐내는 케이블 회사를 가로챈 후 경쟁사에 되팔아도 된다.

류지호가 아무리 거물이 되어도 그들과 정면대결은 필패다.

대신 그들의 힘을 빼거나 이익을 가로챌 순 있다.

20여년 후, 그들과 대등한 부와 영향력을 확보하고 나서 오늘의 빚을 돌려주면 된다.


작가의말

뭉게12님께서 추천을 해주셨네요. 과분한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미 완결을 했던 습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이기에 연중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400화 이후부터 새로 추가되는 내용이 꽤 있어서 글이 흔들리지나 않을까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긴 합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습작을 이미 읽어보신 분들께서도 완결까지 재미있게 따라오실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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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4) +9 23.01.24 4,014 14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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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월스트리트 저널 테스트. (2) +13 23.01.17 4,046 15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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