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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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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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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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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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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곧.... 필름은 죽습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NAB2001 행사 기간 중에 CBS에서 마련한 디지털 영화 대담 프로그램에 류지호와 조지프 루카스가 출연했다.


“새로운 미디어 산업은 중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뉴테크놀로지로 고객을 위협하거나 또는 반대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좀 더 쉽고 친숙하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소비자 중심의 창의적 콘텐츠 개발이 중요합니다.”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다가오는 뉴테크놀로지에만 몰입하는 업계에 대해 류지호가 경고를 보냈다.


“불안한 정치·경제 상황에 좌우되거나, 테크놀로지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싶습니다. 창작의 자유와 합리적 판단력을 토대로 관련 종사자들이 본연의 자세를 확고히 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조지프 루카스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신앙처럼 열렬한 맹신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점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이며, 테크놀로지가 이를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뉴테크놀로지는 오로지 효율적인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번 컨벤션에서 크고 작은 회사 수십 개가 저마다 성공 사례를 들고 나와 발표하고 토론하고, 담론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다소 교과서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역시 성공을 위한 출발점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는 결론이 반복되었죠. NAB를 참관하면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혹시나 뒤처지지 않을까 강박을 갖게 됩니다. 최선두에 서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 때로는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일 수 있다는 것, 결국 선택과 판단은 업계가 아니라 소비자 즉 영화팬이나 시청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조지프 루카스가 낮고 느릿한 말투로 류지호의 말에 반론을 펼쳤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코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영화팬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해야 합니다. 현실에 안주해 기존의 영화만을 고집하다보면 영화팬들이 등을 돌릴 겁니다.”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을 볼 것인지 또 언제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떤 채널과 어떤 플랫폼을 통해 볼 것인지는 결국 사람들의 선택에 달렸으며, 우리는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주목하고 이를 토대로 테크놀로지를 선택하는 시기와 적용하는 정도, 그리고 발전의 속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대담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D-Cinema와 뉴미디어에 대한 영화 산업의 대응 및 전략 등 폭넓은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업계 종사자들에게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실제 일반인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말들의 잔치일 뿐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소수의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일반인들에게까지 옮겨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그야말로 영화의 홍수시대에 살게 될 겁니다. 일각에서는 영화 한 컷에 대한 소중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영화라는 소수가 독점한 대중예술 분야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진정한 평등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환영합니다. 여러분 누구나 할 수 있으면 아무도 돈을 내고 봐주지 않습니다. 뉴미디어, 뉴테크놀로지 다 좋습니다만, 업계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조지프 루카스가 조금은 쓸쓸한 어조로 류지호의 말을 받았다.


“과거 영화인들이 필름 통에 담뱃재를 털며 멋을 부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챙겨두었던 필름 통은 몇 년 후에 가서 우리의 추억 보관함이 될 겁니다.“


그리고 방송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이제 곧.... 필름은 죽습니다.”


필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류지호는 입을 다물었다.

방송이 끝나고 류지호와 조지프 루카스는 조용한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늦은 식사를 하며 방송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피소드 3편에서는 OriginⅡ를 써볼 수 있을까?”

“촬영 전까지 완벽한 4K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할게요.”

“내가 Eye-MAX 본사를 방문해 봐도 되겠어?”

“언제든지요. Eye-MAX 작업 해볼 생각이 있으세요?”

“70mm 포맷의 리마스터링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조지가 미시소거로 직접 전화를 한다면 그들은 크게 환영할 겁니다. 방문하시려면 에피소드 Ⅲ 프리프로덕션 전에 가실 것을 추천해요. 70mm 시네마스코프와는 완전히 개념이 다르니까요.”

“그렇게 하지.”


DALLSA Corp.은 이번 NAB 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반면에 Eye-MAX는 일부 업계 사람들을 제외하고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류지호는 만나는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Eye-MAX DMR 영업사원처럼 열심히 홍보했다.

스티븐 아들러를 만나 <쥬라기공원Ⅲ>의 DMR을 추천했고, 제이미 캐머론에게 <타이타닉> Eye-MAX 3D DMR을 넌지시 제안하기도 했다.

주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최고 임원과 일일이 미팅을 하며 Eye-MAX 3D를 열심히 어필했다.

나름 영업사업 노릇을 한다고 했는데, 스튜디오 관계자들은 대체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폴로13>, <복수의 꽃>, <블랙호크 다운> 등 Eye-Max로 촬영된 상영영화를 직접 확인해보고 프로젝트를 논의하겠다며 한 발을 빼는 분위기였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방송장비 박람회 행사가 끝났다.

환락의 도시를 뒤로 하고 류지호가 다시 한국으로 향했다.


고오오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힘차게 활주로를 박찼다.

마치 화장을 지운 술집 작부처럼 천한 얼굴을 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가 비행기 창문 너머로 펼쳐졌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조용하고 쓸쓸한 라스베이거스의 아침 풍경을 보자니.

화려한 미디어 산업의 실패한 뒷모습 같았다.

뉴테크놀로지와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구.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새 천년의 미디어 산업은 라스베이거스의 밤풍경처럼 화려할 수도 있지만, 도박에서 판돈을 잃은 다음날 아침처럼 허망할 수도 있다.

마치 신화를 써내려가던 정보통신 산업의 대표주자 UOL과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워너-타임의 인수합병이 최악의 실패로 남겨지는 것처럼.

또한 OTT의 역사를 써내려갈 정도로 각광 받는 StreamFlicks가 매년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는 것처럼.

엄청난 덩치 때문에 몸이 무겁지만 먹는 걸 멈추는 순간 죽어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매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LOG처럼.....


❉ ❉ ❉


LAX를 출발한 비행기가 영종도를 매립해 건설한 인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올해 3월 29일 오전 4시에 방콕 발 금호서울항공의 첫 착륙과 오전 8시 마닐라 행 KAL항공의 이륙을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수치로 본 인천국공항은 단군 이래 최대의 공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진기록들로 가득했다.

부지면적 1,700만평은 여의도의 18배 크기이며, 45만장의 설계도면을 쌓으면 15층 건물 높이에 이르고, 연건평 15만평 크기의 여객터미널은 여의도 63빌딩의 3.1배이며, 축구장 60개 크기였다.

또 바닥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의 건축물이자 단일 공항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관제탑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100.4m로 지진이 일어날 경우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복합 내진장치가 설치돼 있다.

몇 달 먼저 개통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는 2층 왕복 6차선 도로, 1층에 철도와 4차선 도로가 함께 붙어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교량이었다.

더 넓고, 더 쾌적하고, 더 친절한 서비스.

그 같은 모토를 내세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류지호와 NAB2001 참관단이 입국했다.

GOM Cinemas 나용근 사장이 류지호의 곁에 바짝 붙어 활기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인천공항처럼 WaW 영화도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곧 그런 날도 오겠죠.”

“의장님!”


입국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온그룹 의장비서실 직원들이 후다닥 달려왔다.

김우영 비서실장이 류지호의 여행용 캐리어로 손을 뻗었다.


“캐리어 제게 주십시오.”


여행캐리어 노 룩 패스는 없었다.

류지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여행캐리어를 끌었다.


“사람들이 다 쳐다봅니다. 빨리 공항을 빠져나갑시다.”


아차 싶은 비서들이 류지호 주위를 둘러싸며 잰 걸음을 옮겼다.

일행 중에서 류지호가 먼저 공항을 떠났다.

나머지는 회사로 갈 사람은 가고, 집으로 갈 사람은 가는 등 뿔뿔이 흩어졌다.

WaW 스튜디오 장비렌탈 사업부는 공항에 남았다.

화물기편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두 대의 Origin 카메라 풀 세트의 통관절차를 밟았다.

통관을 마치고 나면 WaW 스튜디오 기술지원팀의 점검을 거친 후에 김영복 촬영팀이 테스트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중의 적> 크랭크 인 전까지 영화의 주요 로케이션 장소를 돌며 수십 차례 촬영과 포스트프로덕션 워크플로우 점검을 하게 된다.

류지호는 <민중의 적> 작업을 위해 이전에 들여온 DALLSA Origin까지 모두 세 대의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를 준비했다.

실질적으로 사용할 기종은 이번에 들여온 Origin Ⅱ다.

테스트 촬영부터 한국 기후, 날씨, 환경에서 촬영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또한 장편영화 작업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문제들에 대한 피드백 역시 기대하고 있었다.

류지호가 한남동 집으로 들어서며 활기차게 외쳤다.


“저 왔어요!”


심영숙이 냉큼 현관으로 달려와 장남을 맞이했다.


“아이쿠 우리 아들, 어서 와.”


아픈 데는 없느냐, 밥은 잘 챙겨 먹느냐, 얼마나 한국에 머물 것이냐.

입에 모터라도 달린 듯 심영숙이 말을 쏟아냈다.

보다 못한 류민상이 아내를 말렸다.


“장시간 비행기 타고 온 사람한테 그만 물어봐.”

“내가 뭘 얼마나 물어봤다고 그래요? 엄마가 그 정도도 못 물어요?”

“지호는 얼른 올라가서 씻고 좀 쉬어라. 이야기는 저녁 먹으면서 하자.”

“네. 저녁에 뵈어요.”


류지호가 얼른 여행 캐리어를 챙겨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사도우미들까지 달라붙어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가족생일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류지호는 등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아시아 몇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음식이 입에 맞았겠어?”


류지호는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다.

물갈이도 안하고.

그럼에도 어머니의 정성을 성심성의껏 받아들였다.

푸짐하게 자려진 저녁을 먹은 류지호는 소화를 시킬 겸 마당으로 나왔다.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잔이 들려있었다.

한남동에서 가장 큰 마당을 가진 주택은 아니었다.

식사 후에 거닐 만 한 넓이는 됐다.

류민상도 마당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당 한편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한동안 부자지간에 말없이 커피만 음미했다.

류민상이 고개를 돌려 마당과 집을 훑어보다 입을 열었다.


“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 줄 알았어.”

“이 집이 마음에 드세요?”

“처음에는 과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집이려니 한다.”


류지호의 부모님은 내년 봄에 여주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두 아들은 외국에서 생활 중이고, 막내인 류아라는 대학교 근처 아파트를 얻어 독립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류아라의 독립에 대해 모든 가족이 반대했다.

류아라는 독립하겠다는 뜻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

결국 혼자 사는 것은 절대 안 되고, 외사촌 언니와 함께 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정 아쉬우시면 이 동네 근처로 좀 더 넓은 마당 주택을 다시 알아볼까요?”

“아니다. 차라리 경기도로 나가서 사는 게 편할 것도 같다.”

“다울재단 일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시는 건 아니죠?”

“재단도 이제 체계가 잡혀서 나는 사무실에 나가봐야 크게 할 일이 없어.”


다울재단의 재정은 류지호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족했다.

한국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고, 외환위기 시기에 은행이자가 최대 18%를 기록하기도 해서 이자수익도 꽤 거두었다.


“내가 서울에 없어야 사람들이 그만 괴롭힐 것 같기도 하고.”

“누가 아버지를 괴롭혀요?”

“여기저기서 부르는 데가 많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 나를 초대하더구나. 막상 가보면 얼굴마담이나 하고 돌아오기 일쑤지.”

“선별해서 참석하시지....”

“꼭 참석해달라고 사정하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겠냐. 취지도 좋고, 다 의미가 있는 행사들인데.”

“여주로 이사 간다고 초대가 줄지 않을 걸요.”

“내게 직접 부탁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겠냐? 최근에 전화번호도 바꿨다.”

“그 정도에요?”

“모두 잘난 아들을 둔 덕분이지.”


아들의 재력과 유명세로 밖에서 위세를 떨 정도로 류민상이 막돼먹은 사람은 아니다.

대신 사람들이 류민상을 가만 두지 않았다.

다울재단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곳도 많았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일일이 그런 곳을 다 다니신 거예요?”

“명색이 이사장인데 초대를 받았으면 응당 참석하는 것이 도리지.”

“그래도 선별해서 가시지. 사무국장을 보내시지 그러셨어요.”

“앞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

“다울이 처리하기 곤란한 일은 없어요?”

“사무국장이 십 원 하나 허투루 쓰는 법 없이 재단을 잘 운영하고 있다. 기부자들도 조금 늘어서 매년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라와 레오나가 건의한 평화캠프는 잘 진행되고요?”

“국가보훈처 출신을 자문으로 데리고 왔다.”

“....음.”

“사람 됨됨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구나. 장문식 이사가 충분히 검증했다고 하니 걱정 말거라.”

“....예.”


대답은 했지만, 류지호는 따로 확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보훈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선입관 때문이다.


하하하.


류지호는 커피가 식은 줄도 모르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나중에는 심영숙이 다과를 가져와 합류했다.


호호호.


오랜만에 부모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두 분 다 건강하신 것 같아 다행이다....’


내년 3월 초순에 경기도 여주의 WaW 스튜디오가 정식 오픈한다.

멀지 않은 곳에 대유(가온)건설이 조성하는 고급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100세대가 살 수 있는 3개동 아파트 단지도 조성되고 있다.

WaW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게 될 직원이 입주할 예정이다.

고급전원주택 단지는 부자들을 위한 주택가로 설계됐다.

일차적으로 류지호의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이 입주하고, 가온그룹에서 정년퇴임한 임원들도 입주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고 남는 주택들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게 팔 계획이다.

WaW 스튜디오가 건설비 투자회수 방안의 일환으로 수립한 개발사업이다.

궁극적으로는 LA의 버뱅크, 컬버시티처럼 스튜디오 시티로 만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류지호는 고급전원주택 단지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의 야산을 구입해 부모님이 거주할 6,500평 대지의 주택을 짓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 모 유명 여자영화배우가 가평에 지었던 초호화 주택을 능가하는 리조트형 대저택으로 설계했다.

류지호의 직업상 굳이 서울생활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부모님 역시 건강을 돌보면서 유유자적 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덤으로 WaW 스튜디오 일대의 유휴부지에 다른 시설을 만들 수도 있고.


‘데이터 센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VR 연구소... ’


새만금간척지사업을 가온과 대유(가온)건설 컨소시엄이 주도할 수만 있다면 그곳으로 모두 옮겨가야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JHO Company그룹과 달리 가온그룹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무수히 많았다.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모여 있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대규모 단지를 처음부터 계획해서 도시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일명 가온 시티 프로젝트다.

가온 그룹 전략기획실이 입안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새만금간척지에 수변도시 아리울과 함께 가온그룹 주요 사업체들이 모두 모여 있는 도시 가온이 이르면 20년 후 만들어지게 된다.


❉ ❉ ❉


류지호는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민중의 적> 프리프로덕션 중에도 처리할 사안이 끊이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영화 투자에 대한 결재부터, 제휴영화사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결정, 자체 제작 영화에 대한 내년 라인업 확정, 새로운 멀티플렉스 체인에 대한 승인, 케이블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확정, 종합촬영소 오픈 일정 확정 등.

한국영화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안들을 잇달아 처리했다.

류지호는 힘든 것도 모르고 업무를 처리했다.

WaW가 투자·제작·배급하는 영화마다 좋은 흥행성과를 내고 있다.

무비 서비스와 BS 엔터테인먼트가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었지만, 가온그룹의 영화사업부문은 그들의 추격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었다.


“...음!”


류지호는 차창 밖의 종로 극장가 풍경을 보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

이전 삶보다 더욱 암울한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종로 극장가는 영화상영의 메카였다.

대형 단일관이 주류였던 시절, 이곳이 아니면 화제작이나 명화를 볼 수 없었다.

종로 극장가 이외의 지역 극장들은 재개봉관 일색이었다.

종로 극장가에서 상영이 끝나야 영화를 다시 걸 수 있었다.

중구 일대 극장가에는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가 있고, 종로 2가 쪽으로 오면 허리우드와 시네코아, 코아아트홀 중앙시네마가 있고, 좀 깊숙이 들어가면 명보극장이 있다.

모든 제작사들은 자신의 영화를 종로 극장가에서 상영되길 바랐다.

그러니 종로 극장가의 권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담합하면 아무리 '날고 긴다'는 영화도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미국 직배사도 종로 극장가에서 고개를 숙이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중반 멀티플렉스가 생겨날 때도 그 기세는 여전했다.

관객이 몰리니 돈이 몰렸다.

돈이 있으니 가장 빠르고 좋은 시설로 탈바꿈했다.

지리적인 유리함도 있었고.


- 영화는 종로에서!


모든 영화들이 몰리고, 그러니 관객이 찾고, 그로인해 흥행의 잣대가 되었다.

관객이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야 하는 불편함에도,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소비하는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종로 극장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와야만 보고 싶은 최신 개봉 영화가 상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보기 싫으면 말아’는 식의 배짱도 내밀었고, 영화 상영을 두고 뒷거래가 무성했다.

모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실시한 영진위 관객조사를 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여전히 종로 일대는 서울 전체관객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1999년 조사 때의 47%에 비해서 엄청나게 줄었다.

반면에 다른 곳들은 모두 늘어났다.

신촌이 6%에서 9%로,

강남이 17%에서 25%로, 강(남)서가 3%에서 9%로, 강북동이 3%에서 7%로, 신촌이 6%에서 9%로 바뀌었다.

일산과 분당도 3%와 4%나 됐다.

재미있는 것은 관객 점유율이 인구비율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강남만이 인구비율(20%)에 비해 관객이 많은 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했다.

이제는 거주지 부근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덕분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75개 상영관(스크린)이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 수가 1,000개를 돌파했다.

좋은 시설에, 서비스도 좋고, 보고 싶은 영화가 가까이 있다.

굳이 종로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강남에 관객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삼성동에 17개 상영관을 갖춘 동양 최대 멀티플렉스인 GOM코엑스몰, 센트럴6 등 최첨단 복합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 해 초 서울시내 극장들이 일제히 극장관람료를 천 원 인상해서 7,000원이 됐다.

관객들은 입장료를 올려도 기꺼이 근처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그래도 먼 종로로 가는 것보다는 이익이니까.

멀티플렉스가 자연스럽게 관객 분산을 유도한 셈이다.


‘도시 분산화, 대도시 인구집중방지라는 것도 별 것 아니네....’


균형 있는 개발만 하면 절로 이뤄지지 않던가.

서울의 기능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문제 몇 가지가 단숨에 해결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알지만 모두의 이기심으로 쉽지 않다.

암튼 기존의 대형 단관을 운영하던 극장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영화사업에 발을 깊숙이 담근 대기업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BS 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에 등록하기 위해 준비한다면서요?”


동승하고 있는 박건호 대표가 대답했다.


“스타맥스와 양성규 필름도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BS 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이 된다면 영화업종이 제조업이나 IT 못지않게 수익성과 안정성을 보장받는 분야라는 것을 시장에서 인정받는 셈이지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영화업종 때문이 아니라 백설그룹의 후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BS가 제작, 배급, 상영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코스닥 등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 중 한 부분이라도 부족하다면 코스닥에 등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시는군요?”

“아직 시장이 작아요. 영화 몇 편이 전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를 견인하고 있고.”

“메이저가 최소 3개는 되어야 경쟁, 발전이 가능할 텐데 말입니다. 그만큼 시장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도 크고....”

“강은석 감독 쪽은 어때요?”

“한국영화 라인업은 겉으로 봤을 때 썩 훌륭합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대작 수입배급이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BS 엔터테인먼트 매출은 어느 정도 수준이죠?”

“작년 400억 매출에 36억 쯤 벌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주로 DreamFactory 영화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요.”

“한국영화는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BS는 대부분 배급과 극장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 해도 한국영화 제작은 그리 많지 않죠?”

“3편 정도일 겁니다.”


WaW 엔터테인먼트가 치고 나가서 백설그룹의 마음이 급할 줄 알았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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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1) +9 23.04.24 3,377 122 23쪽
481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2) +4 23.04.22 3,474 122 27쪽
480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 +10 23.04.21 3,410 113 24쪽
479 베를린영화제. (6) +5 23.04.20 3,331 124 26쪽
478 베를린영화제. (5) +8 23.04.19 3,252 113 24쪽
477 베를린영화제. (4) +14 23.04.18 3,172 143 23쪽
476 베를린영화제. (3) +9 23.04.18 2,957 110 30쪽
475 베를린영화제. (2) +6 23.04.18 3,024 108 30쪽
474 베를린영화제. (1) +6 23.04.17 3,320 124 27쪽
473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2) +11 23.04.15 3,388 117 27쪽
472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1) +2 23.04.14 3,271 126 26쪽
471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4) +8 23.04.13 3,312 123 25쪽
470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3) +4 23.04.12 3,312 126 23쪽
469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2) +4 23.04.11 3,334 120 26쪽
468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1) +7 23.04.10 3,388 123 25쪽
467 민중의 적. (10) +3 23.04.08 3,260 120 23쪽
466 민중의 적. (9) +4 23.04.07 3,214 116 25쪽
465 민중의 적. (8) +6 23.04.06 3,130 117 23쪽
464 민중의 적. (7) +3 23.04.05 3,125 114 23쪽
463 민중의 적. (6) +7 23.04.04 3,208 120 24쪽
462 민중의 적. (5) +2 23.04.03 3,235 115 22쪽
461 민중의 적. (4) +3 23.04.01 3,266 117 22쪽
460 민중의 적. (3) +3 23.03.31 3,404 116 23쪽
459 민중의 적. (2) +5 23.03.30 3,458 115 23쪽
458 민중의 적. (1) +9 23.03.29 3,508 116 24쪽
457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3) +4 23.03.28 3,409 119 22쪽
456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2) +5 23.03.27 3,307 118 21쪽
455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1) +5 23.03.25 3,450 113 21쪽
454 쉽게 될 리가 없겠지..... +8 23.03.24 3,317 112 24쪽
453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2) +6 23.03.23 3,315 10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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