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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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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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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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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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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쉽게 될 리가 없겠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 한국신문.

[도박의 도시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 실상은 문화 스포츠 의료 휴양 최첨단 도시....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는 실제로 관광과 휴양, 스포츠, 문화, 쇼핑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쾌적한 휴양의 도시이며, 세계적인 최첨단 현대문화를 창출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 제일신문.

[샌 디에고, 휴양도시이자 실버 휴양산업 중심 기업도시.]

- 백원일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재개. 가온그룹 새만금을 세계적인 기업형도시로 개발하고 싶다!]

- 동양일보.

[독일 레버쿠젠, 제약사 바이넬과 100년 상생!]

- 코리아경제.

[캐나다 온타리오 주 워털루, 블랙베리의 리서치모션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식경제 기반 도시로 발돋움.]

- 경제신문.

[가온그룹 새만금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20만 개 창출 자신!]

- 일간이코노미스트.

[일본 도요다, 1959년 도시명까지 바꾸고 각종 문화시설은 물론 공업대학, 기념병원을 세워 지역사회에 기여.]

- 한양경제.

[유럽의 실리콘밸리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 겨레일보

[류지호 의장, 새만금 프로젝트를 지역균형발전에만 한정해선 안 돼. 미래세대가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큰 그림 그려야.]

- 일간경향.


장마철 즈음이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신문에서 기업도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레임 싸움이다.

누구와?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 VS 가온그룹의.

새만금간척사업을 두고 상황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와 감사원 특별감사로 인해 새만금간척지 공사를 중단했다.

최근에 정부는 3년 간 중단됐던 새만금 사업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가온그룹의 개발안을 90% 이상 반영한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간척사업 안을 들고 나왔다.

공업단지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환경단체가 봤을 때 간척지 개발로 인해 갯벌이 사라지고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전북 지자체 관계자들은 매번 ‘식량 안보론’을 들고 나와 새만금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가온그룹 새만금사업 TFT는 그 입을 꿰매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당시 남아도는 쌀의 보관비용만 연간 1,000억 원이 넘은 상태였다.

그로인해 차기 정부에서 남아도는 쌀을 가축용 사료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까지 한다.

새만금에서 쌀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 0.7%에 되지 않는다.

90년대 이전 수립한 농지 개발이라는 명분은 이제 와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런 인식들을 가지고 있으니 새만금 간척사업에 구체적인 방향성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한국의 환경정책은 세계경제포럼 환경지속성 지수 평가에서 146개국 가운데 122위일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친재벌 성향의 정부는 언제나 대형 토목사업에 열을 올리고 그에 맞서 환경단체는 환경보존을 주장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철학과 비전이 명확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태평 대통령조차도 환경 이슈를 놓고 의견이 달라지는 개발 진영과 보존 진영 사이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류지호가 보기에 정부 정책만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었다.

한국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할 것 같았다.


- 토목사업이 곧 성장과 개발로 이어진다!


과거의 사고방식이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히 한국사회에 짙었다.

대규모 토목 사업은 1980년대 들어 그 규모가 더욱 커졌는데, 이는 당시 중동 건설 경기 퇴조에 따른 유휴 장비 활용이라는 건설업계의 요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겼다.

이후로도 주요 재벌들이 모두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수출이 부진하거나 내수가 얼어붙을 때마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일으켜왔다.

정부의 경제지표를 들썩이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건설경기이기도 하고.


“농림부 내부에서 삐딱한 말이 나온다고요?”

“예.”


류지호는 공사가 재개된 새만금간척지 방조제에 와 있었다.

공사가 곧 재개할 예정이라서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는데, 영화 <민중의 적> 로케이션 헌팅을 근거로 허락을 얻어냈다.

현재는 포장도로조차 없는 흉물스러운 흙더미에 불과해 영화 도입부 장면을 찍기에는 그림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암튼....


“농림부도 원칙적으로 우리의 개발계획을 동의한 것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농지가 대폭 줄어들게 되면 다른 부서와 달리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테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김우영 비서실장이 말끝을 흐렸다.

어차피 그 정도만 말해도 다 알아들었다.


“전북에서는 뭐래요?”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 전북이 가지고 있는 권한과 역할이 제한적이라서. 저희 측에서 입단속을 하기도 했고. 현재는 중앙정부가 명확하게 정리를 해주길 바라고 있는 처지입니다.”


새만금간척지 사업 주체는 농림부다.

전라북도는 농림부의 위임을 받아 보상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었다.

물론 농림부 마음대로 사업을 진행할 순 없다.

해수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국토부 등 여러 부처가 관여돼 있다.

예산문제는 재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새만금과 관련해 선거공약을 내놓았다.

개발 업무 추진 시 조율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얼굴을 바꿨다.

이번에는 가온그룹이 완벽에 가까운 플랜을 제시했다.

정부와 여당은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반재벌 성향의 여당 국회의원과 농림부의 태도가 영 떨떠름한 상황.


“그 놈에 공무원들이란.... 쯧.”


새만금간척사업 민간 주도에 호의적인 것은 대체로 행정부들의 고위 공무원들이다.

특히 건설교통부, 국토부 같은 경우는 고위간부들이 정년퇴임 후 새만금간척 사업 쪽 업체들의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참여할 수가 있다.

퇴임 후 직장을 예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경우는 꽤나 모순적이다.

갯벌 보존을 외치고 오염 부분을 철저히 따져보아야 하지만, 가온그룹이 제시한 개발방향을 열렬히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가온그룹이 내세운 신재생에너지 백퍼센트 자급 도시 명분이 매우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조력, 풍력, 태양광, 심지어 해수담수화 플랜트까지.

심지어 하수를 재처리해서 공원이나 화장실 용수로 재사용하기로 한 계획은 환경부의 중장기 계획에 부합했다.

게다가 환경부 간부들 역시 퇴임 후에 새만금간척지 환경관련 업체로 높은 몸값을 받고 취업할 수가 있다.

공무원들이 굳이 지금 당장 가온그룹으로부터 뇌물 따위를 받지 않더라도 그 보상 이상을 퇴임 후에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소위 ‘전관대우‘라는 한국 특유의 로비문화 때문이다.

새만금간척지가 가온그룹 계획대로 진행되면 송도국제도시 몇 배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관계될 업체가 수백 수천 개가 될 터.

유관 부서 고위공무원들의 퇴직 후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경제 관련 시민단체는 또 왜 그런데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국책사업을 왜 민간에게 넘겨주냐고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특혜 부분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넘어 검찰수사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있었다.


“그 동안 시민단체에서 의장님을 못 건드렸습니다. 이번에 본 떼를 보여주자고 의욕들이 대단합니다.”

“거 참 웃긴 사람들이네....”


다울재단을 통해 진보계열 시민단체에도 후원을 많이 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싱크탱크 역할 일부를 해주길 기대하면서.

이 당시만 해도 보수진영의 싱크탱크에는 엘리트가 발이 치일 정도로 수두룩했다.

정치·경제·사회 부문에서 괜찮은 정책들을 잘 만들어냈다.

그 정책을 정치인들이 법률과 행정으로 실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반면에 진보계열 싱크탱크는 민주화운동, 반미 및 반재벌 구호에만 매몰되어 대국적인 생각이 부족하거나 정무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서 소위 386세대라 불리는 운동권 출신들이 젊은 피 수혈차원에서 정치권으로 대거 들어왔다.

보수진영에도 미래연대라고 하는 소장파 모임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들 젊은 정치인들은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열정적이었다.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만, 대부분이 정치인으로 자격미달이 많았다.

이 당시만 해도 국제외교와 관련한 진보진영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진보시민단체들이 고인물화 되어 관료주의에 물들기 전이다.

아직까지는 시민단체로서의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는 시기다.

때문에 진보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주기 기대하면서 진보시민단체에 지원하고 있었는데, 딴에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한편으로 가소롭기도 하고.


“환경단체와 전북주민 일부가 소송을 걸었다고요?”

“공사중지(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착공 때만 해도 환경단체를 비롯해 어떤 곳에서도 반대나 이의제기가 없었다.

1996년 시화호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 후로 정치권과 환경단체에서 새만금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는 모든 환경단체가 연합해 새만금간척사업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2개의 배수갑문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2006년 말까지 방조제공사를 끝낼 계획이랍니다.”


이 소송이 이전 삶에서도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류지호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있다.

방조제가 완공되었다는 것이다.

세계 최장 길이이라며 떠들썩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어차피 바다를 막아야 간척지를 매립할 수 있을 테니까, 가온은 몇 년을 끌 수 있는 법률적 분쟁에 휘둘리지 말고 계획대로 준비하라고 하세요.”


참고로 이전 삶에서 새만금관련 소송은 5년을 끌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까지 느긋하게 개발계획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면 된다.

갯벌을 보호하자는 명분은 매우 타당하다.

그럼에도 환경에 대한 우려와 이에 기초한 새만금사업 반대는 ‘등 뜨신’ 먹물지식인들의 배부른 투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류지호다.

호남의 낙후와 지역주민들의 발전 열망을 생각할 때, 충분히 개발 사업을 이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이제 와서 새만금사업을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그걸 최연소 억만 장자이자 10년 안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될지도 모를 류지호가 해내겠다고 나섰다.

국가적으로 혈세 몇 조원을 아낄 수가 있다.

주먹구구식 개발이 아니라 나무 한그루를 심더라도 치밀한 계산 하에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얼마나 ‘친환경적’인 개발을 추구하느냐는 것이다.

20년 후의 세계를 얼추 알고 있는 류지호는 단군 이래 최대의 공사라는 새만금개발에서 개발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 ✻ ✻


장마철에도 류지호는 열심히 <민중의 적> 로케이션 헌팅을 다녔다.

두 주인공이 강원도 로케이션 헌팅에 함께 했다.

배우가 로케이션 헌팅에 함께 가겠다고 하는 것은 감독과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다.

간혹 확정된 촬영예정지를 가보는 배우들도 있다.

공간과 미리부터 친숙해지기 위해서다.


“<신라의 달밤>은 크랭크업 했어요?”

“예. 감독님!”


이훈재 배우는 <신라의 달밤>을 찍고 있으면서 <민중의 적>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찍고 있는 영화를 홍보해야 하는데, 틈만 나면 차기작인 <민중의 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악역이라서 더 끌리는 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근데 시나리오도 진짜 잘 나와서 빨리 촬영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사심도 있었다.

류지호와 인연을 맺고 싶다는.

왜 안 그럴까.

류지호는 현역 할리우드 감독이다.

언젠가 할리우드 영화에 불러주지 말란 법도 없다.

반면에 설형기 배우는 그런 욕심까지는 없었다.

그저 영화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믿음도 컸고.

류지호는 두 배우와 강원도 일대를 돌며 로케이션 후보지들을 둘러봤다.

저녁에는 속초항의 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전국의 방파제와 항구를 돌아봤다.

최종적으로 강원도 옥계의 신라시멘트 공장 방파제를 촬영지로 확정했다.

영화의 실질적인 첫 장면, 즉 강철중의 사수 송 형사가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로 했다.

공장 시설인데다가 일대가 군사지역이라서 이틀의 촬영기간을 간신히 얻어낼 수 있었다.

류지호가 <민중의 적> 프리프로덕션에 열중하고 있던 시기, 밀레니엄 힐턴 펜트하우스와 관련해 가온그룹 호텔&리조트가 대유개발에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부속조항에 매년 5,000만 원 매출 보장이 들어가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2년 간 부속조항과 관련한 매출은 고작 129만 원.

명도소송으로 ‘앗 뜨거워‘한 대유개발 측에서 올해부터 2년 치 매출까지 올려주겠다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어림도 없었다.

류지호가 강경대응을 주문해서 인지 당시에 계약을 주도한 대유개발 최고위층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관련해 대유개발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여기저기서 가온그룹 회장실로 전화가 쏟아졌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적당히 하자고.

래리 킴 회장에게 일명 ‘대유맨’들이 귀여운 협박전화까지 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가온그룹에 압력을 넣기까지 했다.

1~2년 안에 총수가 국내로 돌아올 텐데, 지낼 곳이 필요하지 않겠냐면서.

류지호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칠 일이다.

전 대유그룹 총수가 쉽게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삼촌이 어쩐 일이세요?”


심재우가 되물었다.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어?”

“잘 오셨어요.”

“류 감독은 테헤란로의 G-Tower로 안 가?”

“한국보다 미국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잖아요. 나중에 빈 방 있으면 하나 주겠죠.”


의장비서실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 그때서야 의장실도 G-Tower로 옮겨가기로 했다.


“요새 대유 출신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아.”

“무슨 말이요?”

“밀레니엄 호텔의 펜트하우스 때문에.”

“외삼촌도 제 처사가 너무 하다고 생각하세요?”

“딴에는 나도 대유맨이지.”

“사원이었잖아요. 일개 사원도 대유맨 프라이드가 있어요?”

“대유자동차에 있을 때는 간부가 아니었지만 나와서 사장이 됐잖아. 대유맨들 모임에서 나름 중추 멤버야. 왜 이래보여도.....”

“우리 외삼촌, 출세 하셨네.”


빈정거림이 아니었다.

몰라보게 상승한 외삼촌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류지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 국내외 임직원 35만여 명.

해체되기 전 대유그룹의 규모였다.

대유그룹이라는 이름은 지워져 가고 있으나, ‘대유맨’들의 활약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했다.

전 총수가 해외영업 인력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특히 대유증권과 건설 출신들의 활약이 눈에 띤다.

2010년에 가면 해체된 대유그룹 출신들이 재계 곳곳에서 최고경영자로 올라가며 전방위적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참고로 전 회장이 사망한 후에 대유맨들이 모여 ‘세계경영연구회’라는 친목단체를 만들게 되는데, 무려 5,000명에 가까운 대유 출신들이 참여하게 된다.

대유그룹의 모토인 세계경영의 취지를 계승한다면서 청년들의 해외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게 된다.

아직은 대유맨들이 응집된 모습을 보여줄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뭐요? 외삼촌도 펜트하우스 문제에서 가온이 양보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아니야. 나도 가온 사람인데 그쪽 편을 들겠어?”

“그럼 뭐요?”

“혹시 타협점은 없는 거야?”

“정 펜트하우스 쓰고 싶으면 제대로 재계약을 해야겠죠.”

“회장님이 한국 재계 어른이기도 했고, 한국 경제에 기여한.....”

“분식회계가 무슨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미국이었으면 지금처럼 도피생활 못해요. 당장 잡아다가 수백 년 선고 받았을 걸요.”


류지호 역시 전경련 최고위 인사로부터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유그룹 전 총수가 도대체 한국 재계에서 어떤 위치이기에 겨우 펜트하우스 문제로 그러는지 류지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가온그룹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강경하게 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회장인 래리 킴은 한국 기득권과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

심지어 오너인 류지호조차 대유그룹 총수를 재계의 큰어른이라고 여기지 않았고.

굳이 편의를 봐줄 만한 어떤 인연도 없다.

호텔 매각계약 직전에 대유개발 고위임원들끼리 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시에는 엉터리 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펜트하우스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김자영이 사과전화를 걸어왔다.

사장과 상무 두 명만 재계약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변명했다.

부속조항에 매년 5,000만 원 매출을 보장한다고 했기에 가온그룹 호텔 경영진조차 재계 어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서비스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


“외삼촌도 대유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있어요?”

“나한테 뭐 하나 해준 것도 없는데 무슨 충성심?”

“근데 왜 펜트하우스 문제에 끼어들어요?”

“안 끼어들었어. 네 입장을 확인하고 싶은 것 뿐.”

“대유 사람들은 김 회장이 곧 국내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쉽게 못 들어와요.”

“정권 바뀌면.....”

“보수정치인들과 김 회장이 별로 안 친한 것으로 아는데요?”


밀레니엄 힐턴 호텔 경영진이나 대유그룹 사람들은 김 회장의 해외도피가 10년 가까이 길게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유개발 사람들이 너무하긴 했어. 배임으로 잡아 처넣어도 할 말 없지.”

“펜트하우스는 일 년에 며칠 임대도 안 되지만, 호텔의 상징이에요. 그룹을 말아먹고 범죄까지 저지른 사람의 집무실로 장기 임대한다는 것이 호텔 이미지에 어떻게 비춰지겠어요? 그깟 숙박비 1억 원이 아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유개발을 혼내주는 것은 그럴 수 있는데 사모님과 그 자재들까지 건드리는 것은 좀.... 다른 건 몰라도 대유맨들 사이에서 그건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온로펌은 대유개발 측에서 재판을 질질 끌 것을 대비해서 전 회장의 부인과 자식들의 몫으로 빼돌려진 것들에 대해 손을 쓸 수도 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가온그룹이 억하심정을 갖고 대유개발과 총수 가족들의 재산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얼마 못 가 털릴 수도 있다면서.


“본보기야?”

“뭐가요?”

“정부 요직에 앉아 있던 전 대유출신 인사의 비리를 터트려 자리에서 끌어내렸잖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류지호도 모르는 일이다.

함부로 나대지 말라고 측근 중 누군가 손을 쓴 모양이다.


“암튼! 외삼촌이 그쪽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다니까 가서 확실히 말씀 좀 전해주세요.”

“.....”

“대유의 건설과 금융부문 그리고 무역 부문 살려준 게 누구냐고. 자동차부터 중공업 전자까지 외국 사모펀드에 넘겨버리면 속 시원하겠냐고.”


협박이다.

워크아웃 중인 대유그룹 계열사 수십 곳을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하게 되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질 수가 있다.

구조조정을 핑계로 갈가리 찢어 팔아치울 수도 있고.

가온그룹은 대유그룹의 주요 채권은행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부 대유 계열사에 대한 인수 여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었고.


“알겠어. 밀레니엄 호텔 펜트하우스 건과 관련해서는 입 다물고 있으라고 분명히 전달할 게.”


사실 류지호는 새만금간척지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단단히 뿔이 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펜트하우스 문제에 노발대발 했다는 말을 일부러 흘렸다.

다소 느슨했던 고위임원진들의 군기가 바짝 잡혔다.

매사 호인처럼 굴다보면 호구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잡도리까지는 아니어도 한 번씩 긴장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굳이 류 감독이 욕을 먹을 것까지는 없잖아.”

“어차피 뭘 해도 욕할 사람은 해요. 이번에도 보세요. 억만장자가 그깟 1억도 안 되는 돈이 아까워서 매정하게 군다고 그러잖아요. 내막도 잘 모르면서.”


류지호는 여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여론이라는 것이 언론에 의해 왜곡된 면이 많기에.

그럼에도 빠짐없이 보고서가 올라오니 동향은 파악하고 있다.


“싫든 좋든 저는 재벌이에요. 대한민국에서는 악당 포지션이죠. 뭘 해도 제 성과를 헐뜯을 거고 옳은 일을 해도 삐딱하게 볼 걸요.”

“흔들리지 마.”


세상에는 가면 쓴 악당도 많다.

그 가면에 속는 사람은 더 많고.

이전까지 재벌들은 은둔했다.

매체에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는 업무만 전담하는 비서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앞으로는 아니다.

재벌들이 점차 매체 노출을 늘려가게 된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너의 이미지가 또 Personal Identity 관리가 꽤 중요한 변수가 될 세상이 곧 펼쳐진다.

따라서 류지호 역시 적재적소에 사용할 가면을 여럿 준비해야 한다.


“처음부터 감독이란 호칭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은 탁월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냥 감독이라고 불리는 게 좋아서 그랬어요. 어린놈이 사장이네 회장이네 불리는 게 좀 그랬고.”

“그래서 감독 전에는 실장이라고 불렸지.”


의장비서실에서는 류지호의 PI를 영화감독 이미지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영화감독이라는 이미지로 모든 이미지를 빨아들이도록.

앞으로는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호칭도 의장에서 감독으로 바꿀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법정 다툼으로 가면 항소심까지 최대 3년까지 가잖아요. 그렇게 끌기 전에 대유개발이 작살이 나든 밀레니엄 호텔이 작살이 나든 결판을 낼 겁니다.”


호텔이 입게 될 손해가,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은 혜택이 매우 특별한 혜택인 줄도 모른다.

대유개발은 몰래 계약을 해놓고, 가온그룹이 감히 문제를 삼을 것이란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재계 2위 대기업의 일원이었으니까.

똑똑한 것들이 고집을 피우면 정말 곤란하다.

대유그룹 사람들이 딱 그 모습이다.

정당한 거래로 되돌리자고 하는 가온그룹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문제 삼는다고 그만 하라고 하는 이들이 이상한 것이다.

대유그룹은 저문 해다.

가온그룹은 새롭게 떠오르는 해고.

그런 사실을 한국 사회에 똑똑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 ❉ ❉


장마가 지나가고 어느덧 8월이다.

류지호에게 한 가지 좋은 소식과 한 가지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먼저 좋은 소식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 195억 달러를 조기 상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1997년 말 긴급자금 지원요청으로 시작된 IMF 신탁통치체제를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나쁜 소식은 알카에다의 미국 본토 테러에 대한 긴급보고다.

FBI가 용케도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로 건물에 테러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단다.

JHO Security Services 데본 테럴 사장이 그간 수집한 정보보고와 미국 정가 및 정보기관의 대응에 대한 보고를 위해 급거 한국으로 들어왔다.


“정말 미국이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게 맞긴 해요?”

“최고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백악관에 보고가 들어갔다면서요? 근데 왜 아무 조치도 없죠?”


데본 테럴로서는 대답할 말이 궁색했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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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3.24 10:50
    No. 1

    하이마트생각나네요. 선종구가 차명주식 삼킨거 알려주면 계약무효해줄려나.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24 11:28
    No. 2

    저래서 전쟁 일으키려고 무시했더는 음모론이 나왔죠. 미국은 외부공격에 대해 편집증적으로 대응해 왔거든요. 잘 봤어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24 14:01
    No. 3

    백막관 CIA 모두 정보가 들어갔죠.
    모두 무시 당하고
    그당시 쌍둥이 빌딩에 있던 금은 보석 등이
    잔해 치울때 까지 안나와서
    더 더욱 음모론 확산했습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24 14:03
    No. 4

    대우맨 삼성맨은 유명하죠.
    자기들은 다른 종족인줄 알아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막걸리먹자
    작성일
    23.03.24 15:58
    No. 5

    부상하고 해고 부상하는 부상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3.25 13:14
    No. 6

    수정/보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7 18:57
    No. 7

    하수도 재처리는 그렇다해
    해수담수화는 왜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7 19:11
    No. 8

    테러정보는 일주일에도 몇개씩 올라오죠
    그때마다 셧다운 시켰으면 미국 시스탬망가지죠

    성룡의 폴리스스토리2에도 폭탄테러전화에
    백화점 대피시키려는데 백화점관계자가 난리나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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