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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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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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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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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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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미시소거에 머물며 <복수의 꽃> Eye-Max 포맷 최종 믹싱작업을 확인했다.

Eye-MAX 포맷 전문 사운드 엔지니어 다니엘이 류지호에게 물었다.


“토론토에서 프리미어를 하지 그랬습니까?”

“안타깝게도 접수기간을 맞추지 못했어요.”

“내년으로 미루면 되지 않습니까?”

“베를린 영화제에서 초청을 못 받게 되면 토론토를 기대해 봐야겠죠.”


전 세계 영화제 가운데 Eye-MAX 포맷을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있는 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단 둘이다.

토론토 온타리오 플레이스와 독일 포츠담의 소닉센터 두 곳뿐이다.

온타리오 플레이스 상영관은 두말 할 것도 없는 Eye-MAX의 유서 깊은 상영관으로 지난 1971년에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의 Eye-MAX 전용 상영관이다.

독일의 소닉센터는 작년 개장했다.

베를린 영화제는 팔라스트 극장을 본부극장으로 이용했다.

그런데 씨네스타 멀리프렉스가 소닉센터에 입점하면서 그곳으로 베를린 영화제 메인 상영관을 옮겼다.

씨네스타 멀티플렉스에는 Eye-MAX MPX 입점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 주요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류지호에게 출품을 요청해 왔다.

베를린과 토론토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은 직접 Eye-MAX 본사를 찾아와 <복수의 꽃> Eye-Max 포맷을 보고 갔다.

두 영화제에서 모두 영화를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것도 경쟁부문에.

류지호는 영화제 흥행에 도움이 되는 유명인이다.

그의 참석으로 영화제 화제성과 작품 수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류지호에게 우호적인 국제영화제는 단연 토론토 국제영화제다.

할리우드 입김이 워낙 강해서 한국영화 출품이 큰 메리트는 없겠지만.

영화제 조직위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모셔가고 싶은 감독 리스트에 항상 들어있는 이름이 류지호다.

아쉽지만 배급 스케줄 때문에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포기했다.

따라서 내년 2월에 개최되는 베를린 영화제에 <복수의 꽃>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경쟁부문에.

다니엘은 콘솔을 만지며 간간이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Eye-MAX를 이렇게 이용할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어떤 면에서요?”

“상업영화에 Eye-MAX가 사용된다면, <아폴로13>이나 3D 애니메이션 또는 <벤허> 같은 영화가 어울릴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스펙터클이 없는 장르에서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충분히 Eye-MAX가 통할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아요.”


다니엘의 말에도 류지호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다니엘은 Eye-MAX 관계자나 마찬가지다.

오너에게 아부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닐지라도, Eye-MAX가 최고라고 믿는 사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단 의미다.


“베를린에서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은 것과 Eye-MAX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국제 영화제마다 특색이 있다.

베를린 영화제는 실험적이면서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영화가 주목받는 편이다.

이전 삶에서는 거의 매년 한국영화가 초청되었다.

아쉽게도 은곰상 수상은 있어도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 수상작은 없었다.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고, 시원한 영상과 사운드는 무조건 먹히겠네.’


알록달록한 단풍이 물든 한국의 가을 풍경.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한국의 웅장한 산맥.

속리산, 내장산, 지리산 그리고 한반도 곳곳의 수려한 강과 들녘.

그 위에 얹어진 전통음악과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하모니.

일본 사무라이 영화나 홍콩 무협과는 다른 정서.

허세나 군더더기를 뺀 처절하면서 절도 있는 검술액션.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거기에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암시는 독일 지성인 맞춤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어 번역이 얼마나 우리말의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WaW 영화의 북미 배급을 책임지고 있는 ParaMax와 계약한 번역가가 몇 명 있다.

류지호는 그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번역가에게 <복수의 꽃> 영어 번역을 의뢰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국학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UCLA 한국학 연구소 연구원인 앤 홀브룩(Anne Holbrook)은 한국어에 능통했다.

한국 소설을 번역 출간한 경험도 있는 미국인이다.

최근에 미국에 소개된 한국영화 대부분 그녀의 손을 거쳤다.

그 중에 몇 편은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앤 홀브룩은 한국어의 영어번역에 진심이었다.

자주 류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장면의 의도와 인물의 심리상태를 묻곤 했다.

류지호는 영어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막까지 관여할 여력은 없었다.

번역이 제2의 창작이기도 하고.

암튼 한국어 번역이든 영어 번역이든 또는 독일어 더빙이든...

외국영화제에 출품하거나 영화를 수출할 때 번역의 퀼리티는 매우 중요하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이 진부한 말이 왜 이렇게 크게 다가올까...?”


복수에는 또 다른 복수가 기다리는 법이다.

현자는 최고의 복수는 복수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용서라고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슬람 테러조직의 수괴는 지난 80년대 초 이스라엘 공군이 베이루트 시내를 공습하는 TV뉴스를 보며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원수(원수의 후원자)에게 복수하고 돌아온 것은 같은 동족 수십·수백만의 피와 눈물이었다.

힘없는 자들의 몸부림.

그 결과로 얻게 되는 무거운 피의 무게.

어리석게도 그들은 피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피의 난폭함에 잡아먹혀 목적을 잃은 피의 복수를 반복할 뿐이다.

승자는 없고, 오로지 패자만 남기는 복수의 무한반복이다.


“행운을 빕니다.”

“고마워요. 다니엘.”


다니엘이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완성된 사운드 디자인을 Eye-Max 음향시스템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정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그 작업이 일주일이나 걸렸다.

류지호의 꼼꼼함도 한몫 거들긴 했지만.


❉ ❉ ❉


9월 8일,

캐나다 미시소거에 머물던 류지호가 뉴욕으로 날아왔다.

롱아일랜드부터 들러 윌리엄 파커에게 문안인사를 드린 후, 곧장 뉴욕 소재 JHO Company그룹 계열사들을 돌았다.

이틀에 걸쳐 사업체들의 현안을 들어보고, 파커 가족과 회포를 풀었다.


9월 10일 이른 아침.

파커 부부가 캘리포니아로 휴가를 떠났다.

부부를 배웅한 류지호는 허드슨 강 하류에 위치한 크루즈 항구에 도착했다.

건물 7층 높이를 자랑하는 10만 톤급 중형 크루즈선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미국 크루즈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Caribbean Cruise Line이 소유한 크루즈다.

크루즈의 선사명은 아자마라(Azamara).

‘깊고 푸른 바다 위에 빛나는 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뉴욕 소재 JHO Company 계열사 직원들의 휴가를 위해 임대한 크루즈다.

참고로 뉴욕에서 떠나는 크루즈는 세 개 노선이 있다.

바하마(와 플로리다), 버뮤다, 뉴잉글랜드(와 캐나다) 노선이다.

이 가운데 여름 한 철만 운행하는 노선이 뉴잉글랜드 & 캐나다 노선이다.

여름 기간 노선 운행을 마치고 마이애미 본사로 돌아가려던 크루즈를 류지호가 임대했다.

무려 350만 달러를 지불했다.

JHO 뉴욕 직원들을 위해 특별히 뉴잉글랜드의 노선이 아닌 버뮤다로 노선을 잡았다.

중간 기항지에서 반나절을 머물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우리 배는 수준 높은 서비스로 고품격 디럭스 크루즈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하하하.”


류지호는 크루즈 함장의 자랑을 한 귀로 듣고 그대로 흘려버렸다.

원래가 말이 많은 것이지.

류지호가 억만장자라서 떠버리가 되는 것인지.

크루즈 여행은 돈 낸 만큼 대접을 받는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류지호는 직원들이 최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통 크게 지갑을 열었다.

승선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출항은 오후 4시가 되어야 할 수 있었다.

다른 주나 해외 출장 중인 직원들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들이 이번 크루즈 여행에 참석했다.

뉴욕 소재 JHO Company그룹 계열사의 업무가 정지되었다.

크루즈 선상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고 있는 류지호에게 매튜 그레이엄이 말했다.


“언론에서 너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더라.”

“뉴욕 시민들은 나한테 별명 붙이는 것에 재미가 붙였나봐. 이번에는 크레이지야?”

“파업을 해도 일부는 업무에 남겨두는 법인데, 계열사 전부를 비웠잖아. 당연히 정신 나간 짓이라고 욕먹을 만하지.”

“하루 이틀 회사가 멈췄다고 손실이 수십억 달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진짜 뉴욕에서 테러가 벌어진다고 확신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기도해야지.”


매튜 그레이엄은 류지호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속사정을 알고 있는 유일한 뉴욕 거주 인물이다.

언제 어떤 방식의 테러가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CIA 같은 정보기관에서도 이미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고 하니 매튜 그레이엄으로서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민간군사조직에 의뢰해서 알카에다 수괴를 암살이라도 했어야 했나....?’


미국 정보기관도 하지 못한 걸 일개 민간군사조직이 해낼 수 있을까.

설사 성공한다 한들, JHO Company 그룹에 득 될 것이 전혀 없었다.

이슬람 테러단체의 표적이 될지도 모르니까.

911 테러라는 세계사적 사건은 LA폭동이나 삼봉백화점 붕괴와는 차원이 다른 국가 간의 문제, 특히 전쟁이 걸려 있다.

함부로 끼어들었다가는 미국이 짊어져야 할 죗값을 류지호가 옴팡 뒤집어 쓸 수도 있고.


쏴아아아~


뉴욕의 허드슨 강을 출발한 크루즈선이 대해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수백 명의 직원과 그들의 가족들이 크루즈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즐겼다.

뉴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리 없는 직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호화로운 크루즈 여행을 만끽했다.


9월 11일 오전 9시.

로건 국제공항을 이륙해 LA 국제공항을 향하던 UA175편 비행기를 뉴욕주 올버니 상공을 지나갈 때, 다섯 명의 테러범들이 하이재킹했다.

그리고 항로를 뉴욕시로 틀어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에 비행기를 충돌시켰다.

비행기의 우측 엔진을 포함한 잔해들이 빌딩의 동쪽과 북쪽 측에서 떨어져나가 여섯 블록 떨어진 땅에까지 낙하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최악의 테러 사건.

9/11 attacks이다.


“함장, 뉴욕으로 돌아갑시다.”

“예?”

“뉴욕의 무역센터가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무너졌습니다.”

“오 마이 갓!”


버뮤다에서 하루 패키지여행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취소됐다.


❉ ❉ ❉


테러가 있기 두 시간 전.

세계무역센터 73층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리모웬 본사.

오늘도 이 세계적인 투자은행에는 직원 2,700여명이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고객 250여명이 내방해 투자상담을 받고 있다.

스탠리모웬의 안전담당자 릭 레스콜은 평상시처럼 본사의 안전시스템을 점검 했다.


“오늘 따라 유독 깐깐하게 구는 것 같아요.”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아내와 싸우기라도 했어요?”

“비상 대피훈련이라도 해야 이 불길한 기분을 털어낼 수 있으려나....?”


부하직원들이 상관의 의욕 넘치는 모습에 제동을 걸었다.


“릭, 참아줘요.”

“직원들에게 큰 미움을 받아 회사에서 쫓겨나고 싶어요?”


릭 레스콜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무역센터의 테러 가능성을 예상했다.

관계당국에 수차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문의했다.

1988년 팬암 비행기 폭발사고를 보고 세계무역센터도 테러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뉴저지 항만관리청에는 더 철저한 안전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의 꾸준한 문제제기는 비용 문제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기각됐다.

최근에는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탠리모웬 본사를 안전한 뉴저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경영진에게 줄기차게 주장하기도 했다.

1993년 무역센터 지하에 테러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닉 레스콜은 스탠리모웬의 본사 역시 테러공격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테러 당시 직원들을 구하는데 4일이나 걸림으로써 당국의 재난대응이 쓸모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에 따라 자체적인 재난대응 매뉴얼을 수립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훈련을 주기적으로 받도록 했다.

1분1초에 수백만 달러가 오가는 투자은행 본사다.

릭 레스콜의 계획을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결국 직원들은 1년에 4차례 긴급 대피하는 훈련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5년째 정기적으로 닉 레스콜의 지휘 아래 스탠리모웬 직원들은 긴급 피난 훈련을 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맡은 바 소임을 철저하게 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릭 레스콜 역시 그런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같은 시각, 110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맨해튼 길거리의 공중전화.

히스패닉계 남자가 어디론가 전화 걸었다.

그의 손에는 휴대용 소형 녹음이가 들려있다.


- 안녕하세요. 스탠리모웬입니다.


히스패닉 남자가 소형녹음기 플레이버튼을 누른 후에 수화기에 가져다 댔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아랍어였다.

알라, 폭탄, 죽음....

영어 단어도 간간이 섞여있다.

30초의 짧은 통화를 마친 남자가 급하게 공중전화를 떴다.

그길로 케네디 공항으로 이동해 남미 어딘가로 향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수년 동안 남자의 행방은 묘연했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 CIA도 찾지 못할 정도로.

그 같은 이상한 움직임은 맨해튼의 세 곳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9월 11일 오전 8시 25분.

부하직원이 긴급히 릭을 호출했다.


“릭!”

“무슨 일이야?”

“또 세계무역센터를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매뉴얼대로 해.”


부하직원이 곧장 협박전화가 접수되었음을 뉴욕 경찰에 신고했다.


- NYPD 테러 대응팀과 폭발물 처리반이 도착할 때까지 일단은 대피하십시오.


이 협박전화는 건너편 쌍둥이 빌딩에도 똑같이 걸려왔다.

사실 건물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전화는 뉴욕 월가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장난 전화일 경우가 많다.

투자 실패로 돈을 잃은 고객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해댔다.

그렇다고 적당히 대응하는 법은 없다.

각 빌딩의 안전담당 직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비상이 걸렸다.

세계무역센터 안전담당 책임자 릭 레스콜은 협박전화를 핑계로 대피훈련을 겸한 긴급 피난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도 돈을 잃고 분노를 참지 못한 사람의 장난전화 아니겠습니까?”

“한창 바쁜데 무슨 긴급 피난훈련입니까?”

“난 빼줘!”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릭 레스콜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이미 건너편 쌍둥이 빌딩에도 똑같은 협박전화가 걸려왔고, 경찰이 출동해 건물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


“20분입니다!”

“그 시간이 내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시간이란 말입니다!”


릭 레스톨이 확성기를 입에 대고 외쳤다.

반발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며 피난 훈련을 시작했다.


“만약 단순 장난전화가 아니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자, 이번 대피훈련에는 새로운 레퍼토리가 추가 되었습니다. 재미있을 테니 한 번 해보세요.”


릭 레스콜은 훈련 때마다 확성기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O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What so proudly we hailed at the twilight’s last gleaming....“


이 날 아침 훈련에서 릭 레스콜은 미국 국가를 불렀다.

스탠리모웬 직원들은 평소 숙지한 비상시 매뉴얼에 따라 대피통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스탠리모웬이 혹시 모를 폭탄테러에 대비해 대피 훈련을 시행하자 뉴욕경찰은 다른 쌍둥이 빌딩에도 똑같이 대피를 권고했다.

사람들의 원성이 컸지만, 뉴욕경찰의 권고를 거스를 순 없었다.

쌍둥이 빌딩에서도 사람들이 대피를 시작했다.


8시 50분.


쌍둥이 빌딩의 대다수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건물 안에는 폭발물 탐지반과 대피를 거부하고 업무를 보는 소수의 사람만 남게 되었다.


“클리어!”


폭발물 탐지반이 첫 번째 쌍둥이 빌딩의 수색을 마쳤다.

그런 후 스탠리모웬 본사가 있는 빌딩으로 이동했다.


9시 2분.

(실제 역사에서는 8시 42분)


고오오오!

꽝!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아메리칸 항공소속 AA11편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북쪽 빌딩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오 마이.....!”

“왓 더 퍼.....!”

“지저스....!”


폭파협박 전화로 출동한 뉴욕 경찰과 건물을 빠져나온 시민들은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신을 찾고,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울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두 번째 공중 납치된 중형 여객기가 남쪽 동 즉 스탠리모웬 본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과 충돌해 거대한 화염을 내며 폭발했다.

30여 분 후.


꽈과과과광!


높이 419m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건물 두 동이 완전히 붕괴했다.

첫 번째 공격 직후에는 경비행기가 실수로 건물에 부딪힌 사고라는 추측 보도가 쏟아졌다.

두 번째 공격 이후 '테러'임이 명확해졌다.

온갖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퍼졌다.

워싱턴의 펜타곤에서도 비행기가 충돌한 후 폭발했다.

그로인해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도 비행기가 떨어졌다.

의사당 건물도 항공기 충돌 공격을 받았다.

국무부 건물에선 자동차 폭발테러가 발생했다.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에서도 폭발사고가 벌어졌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이다.

온갖 루머들로 인해 뉴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스탠리모웬의 기적으로 불리는 릭 레스콜 안전담당자의 긴급 대피훈련.

뉴욕 경찰 당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몇 통의 건물 폭파 협박전화.

우연인지.

하나님의 보호하심인지.

이전 삶과 달리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 비행기 충돌이 있기 직전 대피를 완료했다.

빌딩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다만 폭발물 탐지팀, 첫 번째 충돌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 건물잔해와 비행기 잔해를 맞은 사람 등은 안타깝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이전 삶에서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서는 무려 2,6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이번에는 사망자가 그 100분의 1로 줄었다.

펜타곤에서는 125명이 사망했다.

4대의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총 256명은 전원 사망했다.

테러로 인한 총 인명 피해는 600여 명.

부상자는 그보다 많은 1,100명에 달했다.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대피훈련을 관철시켜 위기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안전하고 질서 있게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한 릭 레스콜, 최초 비행기 충돌 후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물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용감하게 건물로 들어간 소방관과 경찰들... 그들의 수고로 희생자를 대폭 줄일 수가 있었다.

물론 정체모를 협박범의 폭탄테러 전화로 인해 사전에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고, 경찰 당국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한 것도 있었지만.

하루 만에 일어난 큰 테러사건으로 인해 미국 전역이 비상사태에 빠졌다

뉴욕은 미국 경제의 상징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부이다.

그런 뉴욕이 공포에 휩싸였다.

테러 발생 직후 CNN을 시작으로 상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리고 911 테러는 순식간에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전체 영공이 봉쇄되었다.

모든 비행기의 이륙이 금지되었다.

미국으로 접근 중이던 모든 민항기도 회항시켰다.

뉴욕항 역시 봉쇄되었다.

모든 여객선, 화물선들이 정박하거나 회항하고 부두에는 미합중국 해군 항모전단이 입항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ㅠ.ㅠ 연재예약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일
    23.03.27 10:15
    No. 1

    새롭게 시작되는 에피소드가 흥미롭네요. 그동안은 재미는 있지만 살짝 지루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Britz9
    작성일
    23.03.27 10:20
    No. 2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27 16:28
    No. 3

    새벽인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오른쪽에 틀어놓은 TV ( 음소거 )에서
    빌딩에 비햄기 가 충돌 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와 영화 광고 인줄알고
    신경도 안썼는데 나중에 이상해서
    음을 켜보고 멍했던 기억이 사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27 17:18
    No. 4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루루에오
    작성일
    23.03.27 19:00
    No. 5

    저 시간에 스타크래프트 하고있었는데 넷상에 북한이 미국에 테러했다고 전쟁난다고 루머퍼짐. 이례적으로 북한의 즉각적인 해명 우리 아니에요ㅠㅠ 테러 나뻐요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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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1) +9 23.04.24 3,377 122 23쪽
481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2) +4 23.04.22 3,474 122 27쪽
480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 +10 23.04.21 3,410 113 24쪽
479 베를린영화제. (6) +5 23.04.20 3,331 124 26쪽
478 베를린영화제. (5) +8 23.04.19 3,252 113 24쪽
477 베를린영화제. (4) +14 23.04.18 3,172 143 23쪽
476 베를린영화제. (3) +9 23.04.18 2,957 110 30쪽
475 베를린영화제. (2) +6 23.04.18 3,024 108 30쪽
474 베를린영화제. (1) +6 23.04.17 3,319 124 27쪽
473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2) +11 23.04.15 3,388 117 27쪽
472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1) +2 23.04.14 3,271 126 26쪽
471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4) +8 23.04.13 3,311 123 25쪽
470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3) +4 23.04.12 3,312 126 23쪽
469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2) +4 23.04.11 3,334 120 26쪽
468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1) +7 23.04.10 3,388 123 25쪽
467 민중의 적. (10) +3 23.04.08 3,260 120 23쪽
466 민중의 적. (9) +4 23.04.07 3,214 116 25쪽
465 민중의 적. (8) +6 23.04.06 3,130 117 23쪽
464 민중의 적. (7) +3 23.04.05 3,125 114 23쪽
463 민중의 적. (6) +7 23.04.04 3,208 120 24쪽
462 민중의 적. (5) +2 23.04.03 3,235 115 22쪽
461 민중의 적. (4) +3 23.04.01 3,266 117 22쪽
460 민중의 적. (3) +3 23.03.31 3,404 116 23쪽
459 민중의 적. (2) +5 23.03.30 3,458 115 23쪽
458 민중의 적. (1) +9 23.03.29 3,508 116 24쪽
457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3) +4 23.03.28 3,409 119 22쪽
»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2) +5 23.03.27 3,307 118 21쪽
455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1) +5 23.03.25 3,450 113 21쪽
454 쉽게 될 리가 없겠지..... +8 23.03.24 3,315 112 24쪽
453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2) +6 23.03.23 3,315 10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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