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554
추천수 :
118,687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4.13 09:05
조회
3,311
추천
123
글자
25쪽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대형로펌이 한양반도체의 법률적 분쟁을 도맡기 시작했다.

곧바로 대기업에 능히 맞설 법률자문단을 구축했다.


“기술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온그룹은 아직 최고 기업은 아닙니다만 10대 그룹 수준의 연봉을 주고 있죠. 헤드헌팅 쪽에서도 꽤 많은 돈을 쓰고 있어요. 작은 회사일 때부터 그렇게 했죠. 과도한 인건비 지출이라고 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돈을 아낄 생각이 없어요.”


이상훈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많은 월급쟁이들이 부러워하는 점이었다.


“연구개발이든 소송이든 다 지원하겠습니다. 기술개발과 특허를 계속해서 늘려가다 보면 반드시 한양반도체에게도 퀀텀점프할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작은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결국 기술력밖에 없습니다. LED 한 분야에만 10년 넘게 집중 투자한 덕분에 해외 경쟁사들보다도 훨씬 다양한 제품으로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게 됐다고 자부합니다."


기술력 덕분에 국내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한양반도체는 전체 매출의 40%를 독자 브랜드로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아직 한양은 돈과 사람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단 우리가 잘하는 핵심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1위가 될 때까지는 패키지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자체 연구센터 외에 해외 대학과 공동개발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자외선을 발생시키는 UV LED 부문은 미국, 일본 대학과 공동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류로 구동 가능한 LED와 질화갈륨(GaN) 기판을 사용한 LED 역시 서울대, 카이스트와 함께 공동으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류지호는 이상훈 사장의 설명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전문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조명 완제품까지 하는 업체는 다른 완제품 업체 패키지를 구입하기를 꺼리는 편입니다. 때문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경영방침 중 하나입니다.”


그런 경영방침 덕뿐일까.

한양반도체는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 100여 개 이상의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근시일 내에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국내에는 알아서 잘하는 강소기업도 많다.

괜히 도와주겠다고 정책적으로 혹은 정치권에서 집적거렸다가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곳 안산공장과 광명의 생산체계를 갖춤으로써 회사는 LED칩부터 최종 제품인 모듈까지 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양산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LED는 단품이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색감, 휘도 등 다양한 기술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 공정을 다하는 기업이 유리합니다. 공정 초기단계로 갈수록 기술 장벽과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같은 LED 업체라도 품질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따라서 칩 생산체계까지 갖춘 올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류지호와 래리 킴이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씨익.


절로 미소가 맺혔다.

한양반도체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천 개의 특허가 증명하고 있다.


푸슈슈슝!


방진복을 입고 있는 류지호에게 공기가 쏘아졌다.

옷에 묻은 티끌까지 털어낸 에어샤워실을 통과한 류지호는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공장에는 한양반도체의 찬란한 미래를 밝혀줄 LED가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서울에서 생산된 LED칩은 이 공장에서 다이어태치, 와이어본딩, 몰딩, 소팅, 테이핑 작업을 거쳐 쌀알 크기만 한 LED 패키지로 완성된다.

특히 류지호가 신기했던 작업은 ‘소팅’이었다.

한 기판에서 생산된 같은 칩이라도 미세하게 색이나 밝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측정해 재분류하는 작업이다.

패키지 하나하나를 미세한 진동을 이용해 일렬로 세우고 하나하나 불을 켜서 밝기와 색상을 측정한 뒤 결과에 따라 얇은 튜브를 따라 다시 분류된다.

이렇게 생산된 LED는 전구로, 간판으로, 모니터에 들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기술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아직 LED가 쓰이는 곳은 제한적이었다.


“현재 수율은 평균 95%를 넘어섰고, 각 공정마다 수율 99.99%를 목표로 계속 개선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조명생산팀장은 수율이란 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로 불량률의 반대말이라고 덧붙였다.

가온그룹 산하에도 스펙트럼DVD 타이틀 생산시설이 있다.

한양반도체 공장에 비하면 가로등 앞에 반딧불이다.


“.......”


래리 킴 회장은 D-Cinema의 완성을 위해 LED 회사까지 인수하는 류지호를 보며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적당한 영화조명 장비 업체를 싸게 구입해 가지고 놀면 될 것을.’


막상 한양반도체를 인수한 후에는 그 같은 생각이 사라졌다.

잘만 키우면 DALLSA Corp.에 이어 반도체 산업에 발을 좀 더 깊숙이 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만금간척사업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첨단산업 업체를 많이 유치해야 할 터.

반도체 산업이 안성맞춤이다.

공장시설을 둘러본 류지호와 래리 킴 회장이 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온로펌의 특허소송 전문 변호사와 변리사들이 서류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신효정이 류지호를 맞이했다.


“언제 오셨어요?”

“좀 됐어요. 공장을 좀 둘러보느라.....”


류지호는 변호사와 변리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LED는 전기, 전자, 광학, 화학, 반도체, 디자인 등 다양한 기술이 집적된 종합부품이다.

이 기술에는 제각각 특허도 다양했다.

그렇다 보니 LED는 IT부품 산업 가운데 특허 분쟁이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LED 업체들은 원천기술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직접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현재 들어서 일본 니치케미컬의 원천특허를 중심으로 지배적 시장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나고야 고세이(일본), RPR 루미레즈(미국), 오스람 옵토(독일), 크리(미국) 등 메이저 업체들끼리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허 블록을 구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허 블록을 통해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은 장벽을 치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국내 LED분야의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한 곳인 한양반도체 역시 니치케미컬과 수많은 특허분쟁이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허분쟁은 많은 소송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니치케미컬과의 특허 소송이 장기화 될수록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다.

가온그룹은 다온로펌을 비롯해 뉴욕의 캐서린&윌슨 법률사무소 두 곳과 계약해 변호사와 변리사 서른 명으로 구성된 한양반도체 특허전담팀을 만들었다.

팀의 첫 번째 소송은 일본의 니치케미컬과의 특허 소송이다.

여담으로 이 특허전담팀은 전 세계 곳곳을 직접 다니며 특허 보호에 매진하게 되고, 200여건이 넘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며, 결과가 나온 판결은 모두 승소해 무패신화를 이어가게 된다.

각종 소송에 투입하는 금액만 무려 6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소송에 져서 망하는 거나, 소송을 하지 않아 경쟁기업보다 전문기술에서 밀려 망하는 것이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면 돌파해서 반드시 메이저 기업들이 까불지 못하도록 본 떼를 보여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이미 뉴욕 C&W 특허팀과 저희 다온은 DALLSA와 GMG Lab의 법적분쟁마다 손발을 맞춰가며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상훈 사장이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이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양반도체 기술 전체에 대한 위기라고 자체적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소송을 당한 제품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명운이 걸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효정이 이상훈을 안심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회사의 명운까지 걸 일은 절대 아니니 소송 관련해서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들이 굳이 특허소송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소송을 거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한양반도체라는 위협적인 ‘싹’을 자르려고 하는 겁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모든 기술을 다 빼앗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어린 아이가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어른에게 빼앗기게 된다고들 하죠. 하지만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모든 특허를 지키는 것을 넘어 한양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한 곳으로부터 손해배상도 받아낼 테니까요.”


패키징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국내 중소 LED 업체들의 경우는 기술 및 비용상의 문제로 원천기술 보유기업이 아닌 협력사를 통해 우회적인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글로벌 선두 업체의 공세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니치케이컬은 국내 LED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디자인 소송을 내왔다.

이 당시 한양반도체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고사하고 방어하기 급급했다.

니치케미컬의 공세가 워낙 거세서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한양반도체는 연간 40%의 성장률을 거두며 글로벌 LED 시장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기존 LED 시장을 지배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견제의 수단을 들고 나와 방해를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일본 니치케미컬뿐만 아니라 2~3위 기업들까지 특허소송에 가세할 태세다.

소송은 LED 기술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포장재 등 디자인 침해부터 시작됐다.

작은 것부터 소송을 시작해 말려죽이겠다는 의미다.


“니치케미컬과의 소송에서 승리하면 그간 그들이 자행한 부적절한 경쟁제한 행위에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고 다른 업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어줄 겁니다.”


신효정이 드물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든 해외든 특허소송은 결국 돈과 인내의 싸움이다.

수년 간 소송전을 진행하고, 그 시간을 버틸 자금이 필요했다.

한양반도체가 가온그룹의 그늘로 들어온 이상, 소송에 쓸 자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반도체 회사를 보유한 대기업에 합병된 것이 아니었기에 모기업에 특허를 모두 넘길 이유도 없었다.

가온그룹 역시 한양반도체 특허로 장사를 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고.


“확보한 기술을 지키는 건 더 이상 걱정 마세요.”


류지호가 잠시 일손을 놓은 변호사와 변리사들을 잠시 눈으로 훑었다.


“신 변호사 장담처럼 특허소송 전문 변호사들 실력은 나도 보증합니다.”


변호사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경쟁업체들의 연구개발 방향, 사업화 방향 및 출원된 특허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그룹 전략기획실에서도 할 겁니다. 한양반도체 임직원분들은 현재의 위치를 분석, 독자 개발 가능한 공백기술 영역에 연구개발을 집중하도록 하세요. 핵심·원천특허 같이 강한 특허를 보유함으로 향후 치열하게 진행될 LED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과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술개발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연구개발에 목숨을 걸었으니까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목숨까진 걸지 마세요.”


하하.


잠시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올해부터 매출의 15%를 R&D에 투자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갑작스럽게 올리는 것은.....”

“가온 산하의 디지털 연구센터와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모회사에서 매년 3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겁니다.”

“30억 원씩이나...요?”


류지호가 래리 킴 회장을 돌아봤다.


끄덕.


래리 킴이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JHO 컨벤션에 참석하게 되면 디지털연구센터 소장과 미국의 IT 전문가들과 대화를 해보세요. 그리고 일본 대학에 의존하던 공동연구도 미국과 캐나다 대학들로 확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 부분에 대해 GMG Lab CEO에게 조언을 구해보세요.”

“예. 의장님!”


한양반도체는 가온그룹에 편입됨으로써 좀 더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 분야 전문기업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력 확보와 그 기술을 뺐기지 않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류지호는 LED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크게 관심을 기울일 것 같지도 않았고.

다만 LED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확신했다.

10년만 지나면 전 세계적으로 백열등이 퇴출되고 LED로 교체되기 시작한다.

이전 삶에서 겪어봤다.

류지호가 탐을 내는 LED 영화 조명장비 분야는 아주 사소한 부분일 뿐이다.

2010년에 가면 LED 시장규모가 20조 원에 이르게 된다.

한양반도체는 특이한 경우다.

한국에서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대기업 등쌀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잘해봐야 하청업체로 연명할 뿐이다.

이상훈 사장은 가온그룹의 경영철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투자하거나 소유는 하되 지배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가 나래안전시스템과 아네모네 프랜차이즈다.

류지호는 두 회사에 대해 관여할 수 있음에도 전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

가장 최근 인수한 건설사와 금융사들에게 대해서도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해주고 있다.

가온그룹의 래리 킴 회장 역시 한양반도체와 관련해서 감사 외에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너인 류지호 역시 매출, 이익, 배당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오로지 연구개발과 신기술에 대해서만 호기심을 드러냈다.

류지호의 LED에 대한 관심을 진심처럼 보였다.

영화 조명기와 스튜디오 바텐 조명을 대체할 첨단 LED 조명에 대한 관심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LED 분야에 많은 관심과 기대감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한양반도체 임직원들은 LED에 대한 오너의 관심과 열정이 반갑기만 했다.


“잘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따로 당부는 안 할 게요. 회사가 내건 비전대로 회사를 잘 운영해주길 바랍니다.”

“하던 대로 할 뿐입니다.”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은 연관 분야의 기업을 합병하지 시너지를 낼 수 없는 기술제조 기반 기업을 인수하지는 않는다.

또한 유명한 영화인들의 취미는 필름 카메라를 수집한다거나, 스포츠카나 요트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데, 류지호는 많이 특이했다.

영화와 조금이라도 관련되었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 수집이 취미처럼 되어버렸다.


‘JHO가 21세기 ARiCH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ARiCH는 1917년 설립된 독일의 영상장비 전문업체로, 올해로 85년 된 전 세계 촬영장비 시장을 Panaflex와 양분하고 있는 업체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카메라’와 '조명'을 꼽을 수 있다.

1948년 이후 지금까지 2,000여 편 이상 영화가 ‘ARiCH’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심지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어떤 감독과 배우들은 계약 사항에 'ARiCH 카메라로 촬영할 것'이라는 조항을 넣기까지 한다.

미국의 자존심 Panaflex 카메라를 거부하고 굳이 ARiCH 카메라를 쓰는 것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의 디스플레이 방식에 대한 관심을 당연한 것이다.

특히 카메라나 조명과 같은 영상장비 분야의 발전이 미칠 영향에 대해 살피는 것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관련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에 담을 수 있는 것이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1970년대 이전에는 70mm 카메라를 통해 영상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70mm 포맷이 시들해지고 Eye-MAX가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앞으로는 Eye-MAX가 영화 시장에서 디지털과 함께 중요한 포맷이 된다.

이후 시네마 LED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영상장비 분야의 대변혁 과정에도 ARiCH는 살아남는 것을 넘어 그 지위를 탄탄하게 유지한다.

카메라 제조사는 조명은 물론 촬영한 영상을 최고의 수준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사시스템이 발전하길 원했다.

영상이 ‘무엇’을 통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영상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LED 조명, 더 나아가 시네마 LED 스크린은 새로운 도구이며 궁극적으로 시네마 LED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은 감독의 의도에 최대한 근접한 영상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류지호가 기억하고 있는 영상장비의 발전 흐름이다.


‘이제 하다하다 라이트하고 시네마 LED까지 건드리는구나.’


과연 그 정도로 끝날까?

이전 삶에서 한양반도체는 LED 분야 글로벌 3위를 넘보던 기업이었다.

가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 한양반도체가 LED 분야에서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 ❉


한동안 사업체를 챙기던 류지호는 한남동 본가에서 휴식을 취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가온 원더러스 경기를 관람했다.

야구, 농구, 축구와 비교할 때 아이스하키 경기 자체는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더러스는 류지호의 팀이다.

아이스하키 자체에 재미는 붙이지 못했어도 우리 팀, 내 팀 경기는 종목 불문하고 피가 끓어올랐다.


“보디 첵! 첵! 슛! 슈웃! 레프리 파울! 쉿! 머더 X커... 맨!”


류지호는 몰래 온 것도 잊은 채 목청껏 가온 원더러스를 응원했다.


“감독님?”

“저기 류지호닷!”


결국 가온 원더러스 응원단에 정체가 발각됐다.

오너가 찾아와 관람했지만 안타깝게도 가온 원더러스가 패배하고 말았다.

승패와 상관없이 원더러스 팬들과 류지호가 호프집으로 몰려가 뒤풀이를 했다.


“요새 저희 원더러스 경기 보러 다니고 계셨습니까?”

“꼬박꼬박 챙겨보는 건 아닌데 시간 나면.....”

“마라톤에도 신경 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겨울에도 마라톤 대회를 엽니까?”

“전지훈련 중인 것으로 압니다.”

“혹시 스포츠지원단에 있어요?”

“아닙니다. 본사 총무부 소속입니다. 제가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좀 더 관심을 가져볼 게요.”

“감사합니다!”


원더러스 팬 대부분은 가온그룹 직원이다.

하도 류지호가 격 없이 생맥주를 마시자, 직원들도 긴장감 없이 대화를 나눴다.

회사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한 생각들을 터놓기도 했다.

안주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배부르게 류지호에 대한 칭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스펙트럼 홈엔터 영업부 박영호 과장입니다. 한국프로게임협회라는 곳이 생겼는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비서실로 만나자는 연락이 몇 번 왔다고 하더군요.”


류지호는 철저히 무시했다.

되도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익단체 하나 만든 것에 불과했으니까.

한국E-스포츠협회 전신이 한국프로게임협회다.

21세기프로게임협회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올리온 계열 게임채널 올게임 넷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연합해 발족한 협회다.

자기들 딴에는 프로게이머의 등록과 관리(매월 랭킹 고지 등), 공인 종목의 선정, 인프라 구축, 국가대표 선수단의 조직과 파견, 게임방송 콘텐츠 사업 등을 하겠다고 하는데.


“스펙트럼이 거기 회원사가 됐습니까?”

“아닙니다. 계속 들어오라고 윗분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스펙트럼 홈 엔터테인먼트는 Snowstorm Entertainment 게임의 한국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게임 리그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E-스포츠 리그는 Snowstorm Entertainment과 다솜방송 둘만이 운영주체다.

다솜방송은 한국프로게임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Snowstorm 게임의 정규리그를 운영하고 있었고, 오성전자와 함께 WCG(World Cyber Games)를 후원하고 있다.


“우리보고 계속 협회에 들어오라고 압력을 넣는다고요?”

“예.”

“일 없다고 하세요.”

“저쪽에는 양대 통신사와 올게임 넷, MBS 게임 채널도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요?”

“......”

“그들이 만든 팀이 참여 안하면 리그가 돌아가지 않던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막말로 E-스포츠의 발전 같은 대승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단체 아니에요. 거기나 우리나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속해있는데, 뭘 신경 써요?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회사 들어가면 임원들에게 그쪽 신경 쓸 거 없다고 하세요.”


대기업들이 E-스포츠 협회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체육단체처럼 뭔가 큰 비전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체 하나 만들어서 감투 좀 나눠 쓰고, 발언권 좀 얻고, 유관기관 로비에도 써먹고 하려고 하는 것이다.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 업체의 목적은 자사 게임을 공식 종목으로 집어넣기 위함이 컸고.

또한 대한통신, 선경텔레콤 양대 통신사는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니 E-스포츠의 발전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을 수밖에.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초창기 팀들은 시간이 지나자 전부 해체됐다.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해 이해가 전혀 없는 협회 구성원들은 인기 게임 리그에 빨대 꽂고 단물 빨면 그만.

더 이상 단물이 안 빨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을 뺄 터.

어차피 프로게이머협회라는 곳이 규모가 큰 곳도 아니고,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자사 이미지 쇄신과 홍보만 하다가 나가면 그만이다.

이것이 협회 회원사 기업들 마인드다.


“현재 스타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 자격정지라도 내리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소송 걸라고 하세요.”

“예?”

“만약 다솜방송과 Snowstorm이 개최하고 있는 리그에 조금이라도 딴죽을 건다면 협회고 뭐고 소송 걸란 말입니다. 그래서 협회 나부랭이들이 지난 3년 간 한 짓거리 모두 까발려 봅시다.”


류지호의 과격한 발언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직원들이 얼음이 됐다.


“의, 의장님.....!”

“선수 권익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류지호가 취한 줄 알고 몇몇 직원들이 일반 직원들과 자리를 분리시키기 시작했다.

공연히 의장의 취한 모습을 하급 직원들에게 보여서 좋을 것이 없었으니까.


“일단 가온이 하고 있는 게임리그와 대회에 관해 불온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사인을 저쪽에 보내는 것이 좋겠죠. 그래도 수작을 부린다면 소송과 함께 언론 플레이 들어가고.”

“협회에 가입한 곳에는 대기업 상당수가....”


가온그룹 임직원들에게 10대 재벌은 여전히 딴 세상 사람들이었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가온이 그들과 정면으로 맞설 체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원사 그룹 회장과 임원들이 E-스포츠 신경이나 쓰는 줄 압니까? 우리가 소송을 건다면 자존심에 금이 가는 꼴이니까 대응은 하겠죠. 그러면 Snowstorm은 어떻게 할까요? 한국에서 철수할 겁니다.”


설마...

그런데 말하고 있는 사람이 Snowstorm의 실질적인 오너다.


“향후 출시되는 Snowstorm 게임 타이틀을 한국에서 서비스 하지 않을 수도 있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한국정부에서 불법복제와 유통에 방관만 하고 있다고 강력 항의하는 그림이 그려지네요. 미국통상부는 그러겠죠. 한국의 몇몇 대기업들의 횡포로 인해 미국 기업이 불가피하게 한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매우 유감이다. 우리는 그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와아...

탄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듣고 있던 직원들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우리 직원들 왜 쫄아요. 양대 통신사나 10대 재벌이 무슨 정승이고 우리가 머슴입니까? 선경텔리콤 7.2%, 오성전자 11.8%, 올리온 3.1%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BS그룹의 경우는 부회장과 관계가 나쁘지 않고. 가온그룹도 너끈히 20대 그룹 안에 들어가는데 뭐가 부족해서 그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합니까?”


류지호 개인과 투자사를 빼고 가온, JHO, G&P, 지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합하면 언급한 지분율의 두 배가 된다.

주요 재벌 알짜 계열사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적대적 인수합병도 가능한 수준이다.

따지고 보면 오너의 개인기라고 볼 수도 있다.

실상 가온그룹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의 위상에 대해 실감을 잘 못했다.

비상장기업이기도 하고, 계열사 상당수가 독립경영에 가까운 체제 때문이다.

몇 달 전 G-Tower로 옮겨간 본사직원들 정도가 체감하고 있을까,


“죄송하지만 의장님... 협회와 진흙탕 싸움하면 우리도 피해를 보게 됩니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구현하려고 하는 것은 LED 월(디스플레이)을 기반으로 하는 버추얼 스튜디오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마존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X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는 신기한 개념은 아닙니다. 하지만 20년 전까지만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상상의 영역이었을 겁니다.

즐겁고 행보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4.13 09:27
    No. 1

    버추얼스튜디오 투자하는거보니 페이스북처럼 가상증강현실게임도 만들고 메타버스쪽으로 투자하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일
    23.04.13 09:37
    No. 2

    이번 기회에 한번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해서 서열정리를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4.13 09:46
    No. 3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문연판타
    작성일
    23.04.13 09:52
    No. 4

    쥔공 기업 소속인원들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한번의 실력행사 정도는 필요할듯 싶네요.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65 북두천군
    작성일
    23.04.13 11:09
    No. 5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가 얼마나 힘 있는지 모르네요; 한번 실력 행사를??!!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3.04.13 12:11
    No. 6

    led월을 이용해 영화촬영하는 영상보니 진짜 신기했습니다.
    그린스크린으로 떡칠했던걸 led월로 바꾸니 배우들도 더 좋아하고 연기에 집중되었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4.13 15:49
    No. 7

    버츄얼 스튜디오 공부하면서 개념이 안잡혀서
    혼났습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고요?
    초창기 영상 화상 배율 기준이 없을때 그걸로도
    많이 다투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너울가지
    작성일
    23.05.14 00:40
    No. 8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수집하다니~ 지호의 플렉스 멋지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2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1) +9 23.04.24 3,377 122 23쪽
481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2) +4 23.04.22 3,474 122 27쪽
480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 +10 23.04.21 3,410 113 24쪽
479 베를린영화제. (6) +5 23.04.20 3,331 124 26쪽
478 베를린영화제. (5) +8 23.04.19 3,252 113 24쪽
477 베를린영화제. (4) +14 23.04.18 3,172 143 23쪽
476 베를린영화제. (3) +9 23.04.18 2,957 110 30쪽
475 베를린영화제. (2) +6 23.04.18 3,024 108 30쪽
474 베를린영화제. (1) +6 23.04.17 3,320 124 27쪽
473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2) +11 23.04.15 3,388 117 27쪽
472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1) +2 23.04.14 3,271 126 26쪽
»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4) +8 23.04.13 3,312 123 25쪽
470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3) +4 23.04.12 3,312 126 23쪽
469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2) +4 23.04.11 3,334 120 26쪽
468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1) +7 23.04.10 3,388 123 25쪽
467 민중의 적. (10) +3 23.04.08 3,260 120 23쪽
466 민중의 적. (9) +4 23.04.07 3,214 116 25쪽
465 민중의 적. (8) +6 23.04.06 3,130 117 23쪽
464 민중의 적. (7) +3 23.04.05 3,125 114 23쪽
463 민중의 적. (6) +7 23.04.04 3,208 120 24쪽
462 민중의 적. (5) +2 23.04.03 3,235 115 22쪽
461 민중의 적. (4) +3 23.04.01 3,266 117 22쪽
460 민중의 적. (3) +3 23.03.31 3,404 116 23쪽
459 민중의 적. (2) +5 23.03.30 3,458 115 23쪽
458 민중의 적. (1) +9 23.03.29 3,508 116 24쪽
457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3) +4 23.03.28 3,409 119 22쪽
456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2) +5 23.03.27 3,307 118 21쪽
455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1) +5 23.03.25 3,450 113 21쪽
454 쉽게 될 리가 없겠지..... +8 23.03.24 3,317 112 24쪽
453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2) +6 23.03.23 3,315 108 2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