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629
추천수 :
118,688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3.28 09:05
조회
3,409
추천
119
글자
22쪽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JHO Company 그룹 뉴욕 사업체 직원들이 휴가를 보내고 있던 크루즈가 급히 뉴욕으로 돌아왔다.

허드슨강 크루즈 터미널로 회항해 정박한 채 사태파악에 나섰다.


“Jay...."


매튜 그레이엄과 사장들이 류지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침착하세요.”


류지호가 사장들과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침착한 음성으로 말했다.


“여러분이 우왕좌왕하면 직원들과 가족들이 더욱 큰 공포에 휩쓸립니다.”

“......”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크루즈에서 대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흩어져서 직원들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다독여주세요.”


류지호의 지시를 받은 사장들이 크루즈 곳곳으로 흩어졌다.

충격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직원과 가족은 없는지 확인했다.

일부 공포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제기랄!


90년대 내내 자신이 온갖 일들을 벌였기에 세상사에 뒤틀림이 있었을 터.

나비의 날갯짓 축에도 끼지 못하기 때문일까.

불행한 사건들은 변함없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마 행운은 쉽게 잊어도 불행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하지만 세상사의 흐름이 뒤틀린다는 생각은 조금 위험했다.

예상 가능한 사고가 터지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세상사가 온통 뒤죽박죽 틀어져버린다면 류지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전의 삶보다 더 큰 혼란과 불행이 닥치게 될지 몰랐다.

예상 가능하고 대비를 할 수 있어야 단 한 명의 희생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LA폭동, 삼봉백화점 붕괴 사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 ✻ ✻


휴가를 떠났다 급하게 뉴욕으로 돌아온 JHO Company 뉴욕 사업체 직원들은 이틀 동안 크루즈 안에 머물러야 했다.

온 종일 TV 앞에 모여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를 확인했다.

이번 테러 사건은 또 다른 부분에서 미국을 강타했다.

테러와 거의 동시에, 미국 지도부가 일시적으로 마비 수준에 처했던 것이 알려졌다.

국무부에도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가 감행되었다느니 국회의사당 및 연방대법원 건물에서도 폭탄이 터졌다느니... 일어나지도 않은 테러 루머가 대대적으로 퍼졌다.

그로 인해 주요 정부기관이 일제히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황을 통제해야 할 대통령은 외부행사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하던 중에 급거 항로를 바꿔서 안전 벙커로 들어가 버렸다.

미 상하원 양당 지도부는 테러 직후 급히 전용 방탄차량을 타고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교외의 핵전쟁 대비 시설로 이동했다.

급히 전시 상황에 준하는 매뉴얼이 가동됐다.

처음으로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은 것이기에 혼란은 불가피했다.

뉴욕항으로 항모 2척이 입항했다.

준계엄령과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 모든 항공기들이 지상에 착륙해 군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는 세계무역센터 빌딩, 미 국방부의 펜타곤, 그리고 백악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중 납치되어 백악관으로 날아가던 비행기는 승객들의 강력한 저항에 결국 목적지와는 다른 펜실베이니아 주 생스빌 벌판으로 추락했다.

테러 사건이 터지기 전 비행 거리 3분 거리의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출동 명령이 하달되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게다가 미국 영공 방어와 자국 항공기 공격에 대한 어떠한 매뉴얼도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미공군은 이번 항공기 납치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항공기 공중납치가 벌어진 시각부터 계속해서 뒷북만 쳤다.

한편 지상의 재난 대책 업무를 맡은 뉴욕시 경찰 및 소방당국 역시 일시적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세계무역센터의 붕괴라는 희대의 재난상황이 벌어진 상황이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을 것 같은 미국이었지만, 허술함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 소방, 기타 행정부서들이 모여서 합동으로 사건을 수습하는 훈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경찰서가 업무 불능상태에 빠져 맨해튼의 한 맥도날드 가게에 임시 경찰서를 차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그나마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소방 인원들을 통합 지휘하는 기관인 커맨드 센터는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이 기관이 세계무역센터 로비에 있었다.

붕괴 직전까지 그 역할을 다했다.

결국 붕괴 직전 인원들이 급히 철수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을 야기했다.

JHO Security Services로부터 내밀한 이야기들이 속속 보고되었다.

류지호는 뉴욕의 한복판에서 911테러 재난수습과정에서 손발이 맞지 않아 혼란을 겪는 미국의 민낯을 똑똑히 봤다.

그렇다고 해서 비웃을 수만은 없었다.

미국이 이런 데 한국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 ✻ ✻


테러사건이 벌어진 지 하루가 지났다.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던 직원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한동안 불통이었던 전화도 다시 열렸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직원들이 뉴욕에 거주하는 친인척, 친구, 이웃들의 생사를 확인하며 눈물을 흘렸다.

뉴욕 치안당국과 지휘부의 통제력이 약간 회복되면서, 크루즈 터미널로 JHO Security Services가 준비한 대형 버스 두 대가 들어왔다.

JHO Security Services 직원들의 통제에 따라 크루즈에서 하선한 직원들이 대형 버스에 탑승했다.

질서정연한 크루즈 하선과 귀가를 위해 류지호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며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먼 곳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조금만 양보해 주세요!”


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버스를 타고 크루즈항을 떠났다.

하선이 시작되고 꼬박 10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직원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류지호와 고위임원들은 끝까지 터미널에 남아 마지막 직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했다.

오너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자, 고위 임원들도 끝까지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직원들 중에 혹시 피해자가 있던가요?”


맨해튼 테러 현장 주변에서 사태를 지켜봤던 데본 테럴이다.

혹시나 JHO Company 그룹 산하 금융사 직원들이 다치거나 재산상 피해가 있을까 싶어 특별편성 된 대응팀과 함께 맨해튼에서 대기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없습니다. 그룹 산하 재산상의 피해 역시 보고된 것이 없습니다.”

“뉴욕의 현재 상황은 어때요?”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초고층 빌딩이 무너졌다.

이전 삶보다는 대폭 줄었다고 해도 사상자가 엄청났다.

혼란이 금방 수습될 리가 없다.

게다가 미국 역사상 무능하고 멍청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디 워커가 대통령이다.

컨트롤 타워가 엉성한데 사태가 빨리 수습되길 기대하는 것도 우스웠다.


“뉴욕경찰과 행정부서가 다시 정상 가동되고 있어서 이르면 내일 중으로는 상당 부분 안정을 찾을 것 같습니다.”

“후우. 정말 이 놈에 나라는 바람 잘 날이 없네요.”

“불행한 소식이지만, WTC에서 200여 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보스는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내 사람들만 챙겼어요. 고생은 데본과 JHO Security에서 했지요.”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데본.... 그들이 영원히 미국 땅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만 달러면 충분합니다.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런가요.”

“안심하십시오.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


세계무역센터와 주변 대형건물에 협박전화를 걸었던 남자들은 데본 테럴의 정보팀이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JHO Company 그룹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다.

불법체류자들이었는데, 10만 달러의 거금을 받고 협박전화를 걸고 잠적했다.

류지호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뉴욕경찰이 제대로 움직여 주었다.

릭 레스톨 같은 사람들과 책임감 있는 경찰 간부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덕분에 많은 사람을 테러가 터지기 직전 대피시킬 수가 있었다.

데본 테럴이 물러나고 매튜 그레이엄이 다가왔다.


“호텔로 갈 거야? 아니면 내 아파트로 갈래?”

“롱아일랜드로.....”

“그래, 가서 좀 쉬어.”

“형.”

“응?”

“올해 안에 1,000만 달러 마련해 봐.”

“뭐에 쓰게?”

“이번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과 경찰, 소방관, 자원봉사자들 도우려고.”

“1,000만 달러씩이나?”

“10억 달러를 기부하는 에드윈 터너 같은 사람도 있는데, 겨우 1,000만 달러가지고....”

“생활비 지원이나 위로금으로 주게?”

“함께 고민해보자. 일정 부분은 의료비 지원에 써야 할지도 몰라.”

“부상자들 보살펴주는데?”

“수많은 생존자들이 무역센터가 공격받은 장면과 무너지는 장면을 봤어. 아마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거야. 구조작업과 생존자 수색에 나선 사람들의 건강과 정신적인 후유증도 걱정이 되고.”


매튜가 류지호의 어깨에 탈을 두르며 칭찬했다.


“내 동생은 참 착해.”


류지호는 가슴 한쪽이 묵직했다.

이전 삶에서 TV로만 보던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직접 개입했다.

남의 나라 일이다.

류지호와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은 회사 직원들뿐.

자신의 사람들을 혹시나 모를 위험으로부터 빼낸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회귀자라고 해서 신으로부터 어떤 사명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고.

어떤 마음의 짐을 짊어질 필요까지는 없었다.

영웅의 인격을 가지지도,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인격 수준과 이기심을 가진 류지호다.

그럼에도 모른 척 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일종의 징크스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뭔가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일들이 순탄하게 흐르지 않을 것 같다던가.

자신을 과거로 보내 준 어떤 존재로부터 벌을 받지는 않았을까 싶은 일말의 두려움도 있고.

그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징크스 같은 행동이랄까....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보스.”

“그래요. 롱아일랜드로 갑시다.”


류지호를 픽업하기 위해 준비된 차량은 미국 대통령이나 탈법한 육중한 방탄차량이었다.

평소라면 과하다고 투덜댔을 터.

이번에는 군소리 없이 방탄차량에 올라탔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방탄차량 준비가 결코 과도한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미국의 심장이라는 뉴욕에서 테러가 벌어졌다.

VIP를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경호팀의 최우선 임무이자 책임이다.

사장들도 각자의 회사로 움직였다.

최고위 책임자로서 사업체의 현재 상황을 확인·점검해야 했다.


❉ ❉ ❉


파커 저택에 도착하자, 현관에서 윌리엄 파커가 맞이했다.


“JHO와 G&P에 별일은 없는 게지?”

“....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구나.”

“.....”

“피곤할 텐데 올라가서 조금 쉬어라. 이야기는 나중에 나누는 것이 좋겠다.”


류지호가 꾸벅 인사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집사 브래드가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드실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할까요?”

“괜찮아요.”

“위스키 한 잔 드릴까요? 아니면 차라도 한 잔?”

“그냥 얼음물이면 될 것 같네요.”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브래드.”


류지호의 부름에 방을 나서려던 브래드가 돌아봤다.


“저택 식구들은 별 일 없죠?”

“침실을 관리하는 마리아의 아들이 테러 직후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했지만, 다행히 무사합니다. 그 외에는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다행이네요.”


브래드가 방을 빠져나가고, 류지호가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 난간에 걸터앉아 그림 같이 펼쳐진 저택 정원에 시선을 던졌다.

공중 납치한 민항기를 사용해서 자폭 테러를 한다는 발상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작전이다.

웃긴 것은 올 초 <X-파일>의 스핀 오프 시리즈 <론 건맨> 1화에서 민항기를 납치해 무역센터에 충돌시키려 한다는 내용이 방영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스핀오프 시리즈에 류지호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또 유명한 첩보소설 <적과 동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일본인 기장이 여객기를 몰고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 중인 미국 국회의사당에 돌진하는 내용이 나온다. 비행기 돌진으로 인해 정부 요인 절반이 사망한다고 묘사했다.

사실 하이재킹은 아니지만. 비행기를 훔쳐서 자폭 테러에 이용하려 했던 시도는 예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알제리에서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이 공항에서 프랑스 여객기를 납치한 일이 있었는데, 테러리스트들은 파리로 날아가 에펠탑에 자폭테러를 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비행기 조종사와 프랑스 정부의 대응으로 마르세이유에서 중간기착을 한 후 프랑스 국가 헌병대 소속 GIGN를 투입시켜 막아냈다.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프랑스에서 GIGN의 활약을 중심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번 911 테러는 이미 정보당국에서 수차례 상부와 백악관에 보고를 했다.

여러모로 테러가 일어날 징후도 명확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최고 권력자가 사소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걸 무시했다.

그 결과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벌어졌다.


“그나저나 이번에 개입한 것 때문에 골치 아플 것 같은데....”


큰 사건 때마다 뭔가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류지호다.

매스컴에서 다양한 견해를 쏟아낼 것이 자명했다.

다만 쌍둥이 자매가 2년 전 이번 테러를 예언했었고, 불가리아의 예언자 역시 미국 언론에서 집중 조명되면서 JHO 뉴욕 직원들이 때마침 크루즈 여행을 다녀 온 것은 크게 주목 받지 않았다.

CNN은 사건 초기 방송에서 첩보소설 작가 레오 클랜시와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하루에도 수차례 내보냈다.

또한 <적과 동지>의 여객기 테러를 거론하는 대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릭 레스콜 같은 영웅들이 속속 드러났다.

영웅에 환장하는 미국답다고 할까.

시일이 지나고 911 테러의 본질보다는 테러현장에서 활약한 소영웅들과 예언자들에게 집중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류지호는 롱아일랜드 파커 저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 ❉


테러가 벌어진지 일주일이 흘렀다.

칩거 아닌 칩거를 하던 류지호가 월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911 테러가 터진 날부터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던 뉴욕증시가 1주일 만에 재개장했다.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묵념으로 평소보다 30분 늦게 개장한 이날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개장 초부터 일찌감치 9000선이 무너진 채 출발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16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어떤 긴급처방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미국 심장부를 강타한 사상 최악의 테러사태로 인해 경제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무차별적인 매도세를 부추겼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684.81포인트(7.13%)나 폭락한 8920.70으로 마감했다.

지수 9000선이 무너진 것은 2년9개월 만이었다.

대부분 종목에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항공사와 보험사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이번 여객기 충돌테러에 자사의 비행기가 사용된 유나이티드팬암항공과 USA에어라인의 주가는 각각 42% 39%나 폭락했고, 이밖에 Huff-Daland Air도 44% 폭락하는 등 연쇄 폭락세가 이어졌다.

미국 최대보험사들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였다.

또한 GTE 같은 다우지수의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지수폭락을 부추겼다.

반면에 반면 경기방어주라고 할 수 있는 제약-담배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고, 테러 수혜주로 꼽히는 방위산업체들의 주가도 오름세를 탔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IT버블 붕괴에도 무너지지 않던 1600선이 붕괴됐다.

지수 1600선이 무너진 것은 3년 만이었다.


“Yaaho! 등의 약세로 아멕스 인터넷지수가 8.33% 폭락했고, InTech가 9%나 떨어진데 영향 받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8.77%나 추락했습니다. SanCisco를 비롯해 주피터네트워크 등도 큰 폭으로 하락해 아멕스 네트워킹지수를 5.60% 끌어 내렸습니다.”


Amazonia.com, A-Web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주가를 조금 끌어올려놨더니.

911 테러 사건으로 또 다시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장기보유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락세를 지켜보는 동시에 재작년과 작년에 처분한 UOL, SanCisco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수가 급등락 없이 일정 수준에서 횡보세를 보인 점. 또한 올 들어 여덟 차례나 이루어진 금리인하 조치가 곧 효과를 발휘해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급하게 주식 매입에 나서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SanCisco GTE InTech 등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계획하고 있어 수급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돼 증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조금 더 주식시장을 주시하자는 쪽과 당장 하락하고 있는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저마다의 전망과 분석을 내놓는 직원들의 대화를 류지호는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했다.

911 사태는 미국 주식시장 개장 전에 벌어졌다.

월가에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 정부가 1주일동안 주식 시장을 닫아버리도록 조치를 취했으니까.

그럼에도 재개장과 동시에 주식이 폭락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테러 장면이 여과 없이 생중계로 전 세계에 전파됐다.

그로인해 세계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폭삭 무너져버렸다.

안 그래도 IT버블 붕괴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한국의 코스피 시장과 버블 붕괴로 인해 이미 쪽박 나버린 코스닥 시장은 종목 89.7%가 하한가, 종목 98%가 하락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무너졌다.

한국증시와 일본증시는 물론이고 인도증시, 중동증시 등이 싹쓸이로 폭락하고, 결국 유럽증시까지 폭락하는 등 도미노 폭락 사태가 1주일 간 지속되었다.

쏟아지던 의견들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매튜 그레이엄이 입을 열었다.


“테러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폭탄이 있잖아.”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에 대한 지적이었다.


“주식투자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에 우리는 돈을 풀지 않는 것으로 하지. 엔론을 포함한 요주의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냉철한 눈과 머리로 지켜보는 것으로 해.”


끔찍한 테러가 벌어졌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도도히 흘렀다.

새로운 역사 역시 변함없이 쌓여갔다.

여담으로 911 테러는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무슬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사건 이후 미국에서 1년 동안 400여 명의 무슬림들이 증오범죄를 당했다는 보고서도 나온다.

알카에다의 테러 때문에 애꿎은 무슬림들까지 피해를 본 셈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911 테러 이후로 '테러리스트'라는 아랍인들을 칭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이 하나 더 생기게 된다.

테러와의 전쟁.

조디 워커 행정부는 중동 테러조직에 대한 응징을 선포하게 된다.

다시 피의 복수가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을 끝이 없는 수렁으로 빠트린다.

그 같은 결정이 미국의 국력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또한 그로 인해 20년 후 경찰국가라는 위선을 벗어던지고 깡패국가로서의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도 이 당시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몇 달 후 류지호가 한국에서 <민중의 적>을 한창 촬영하고 있을 때 미국방성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 가능한 모든 미국 본토 침공 시나리오를 작성해 제출하시오!


펜타곤에서 할리우드 유명 시나리오 작가들을 불러 모아 이런 지시를 내리게 된다.

미국 시민권자도 아닌 류지호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것에 어이가 없지만, 이미 LA폭동을 다룬 단편영화부터 <Collapse>, <The Killing Road>, <Remo : The Destroyer> 등에서 미래 예시 같은 에피소드와 대사를 썼던 류지호였기에 순순히 펜타곤의 협조(명령)요청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크나이트>의 미식축구장 폭발물 설치, 기후 조작 같은 SF식 아이디어, 마라톤 대회나 올림픽 같은 대규모 체육행사 테러, 독극물 유포, 마약시장 장악,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 살포 등...

할리우드 작가들로부터 별의 별 미국 본토 테러 시나리오가 쏟아진다.

류지호의 시나리오 키워드는 단 두 개다.

인터넷을 통한 테러조직의 선전선동.

미국 본토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하는 알카에다 추종자들.

현재 펜타곤 관료들은 인터넷의 위력을 체감하지 못했다.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인들이 알카에다를 추종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따라서 류지호가 제출한 아이디어들은 고려 대상에 빠진다.

현실성은 류지호의 아디이어가 가장 높았지만, 펜타곤은 할리우드 방식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전략을 짠다.

민주당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그 같은 대비책조차 없던 일이 되어버리지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2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1) +9 23.04.24 3,377 122 23쪽
481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2) +4 23.04.22 3,474 122 27쪽
480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 +10 23.04.21 3,410 113 24쪽
479 베를린영화제. (6) +5 23.04.20 3,331 124 26쪽
478 베를린영화제. (5) +8 23.04.19 3,252 113 24쪽
477 베를린영화제. (4) +14 23.04.18 3,173 143 23쪽
476 베를린영화제. (3) +9 23.04.18 2,957 110 30쪽
475 베를린영화제. (2) +6 23.04.18 3,024 108 30쪽
474 베를린영화제. (1) +6 23.04.17 3,320 124 27쪽
473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2) +11 23.04.15 3,388 117 27쪽
472 한국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1) +2 23.04.14 3,271 126 26쪽
471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4) +8 23.04.13 3,312 123 25쪽
470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3) +4 23.04.12 3,313 126 23쪽
469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2) +4 23.04.11 3,334 120 26쪽
468 한 판 크게 벌여봐야겠어요. (1) +7 23.04.10 3,388 123 25쪽
467 민중의 적. (10) +3 23.04.08 3,260 120 23쪽
466 민중의 적. (9) +4 23.04.07 3,214 116 25쪽
465 민중의 적. (8) +6 23.04.06 3,130 117 23쪽
464 민중의 적. (7) +3 23.04.05 3,125 114 23쪽
463 민중의 적. (6) +7 23.04.04 3,208 120 24쪽
462 민중의 적. (5) +2 23.04.03 3,236 115 22쪽
461 민중의 적. (4) +3 23.04.01 3,266 117 22쪽
460 민중의 적. (3) +3 23.03.31 3,404 116 23쪽
459 민중의 적. (2) +5 23.03.30 3,458 115 23쪽
458 민중의 적. (1) +9 23.03.29 3,509 116 24쪽
»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3) +4 23.03.28 3,410 119 22쪽
456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2) +5 23.03.27 3,307 118 21쪽
455 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1) +5 23.03.25 3,450 113 21쪽
454 쉽게 될 리가 없겠지..... +8 23.03.24 3,317 112 24쪽
453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2) +6 23.03.23 3,315 108 2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