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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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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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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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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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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민중의 적.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911테러로 인해 미국 영공이 3일간 폐쇄되었다.

모든 노선의 운항이 전면 금지되면서 대략 100만 명이 탑승했던 6,000편의 항공기가 도착지를 변경했다.

미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역시 전면 취소됐다.

13일이 되어서야 운항이 조금씩 재개되었는데, 미국 안보국이 제시한 새로운 보안규정을 항공사들이 받아들여야 했다.

문을 닫았던 공항들도 하루 뒤 업무를 재개했다.

<민중의 적> 촬영을 앞 둔 류지호는 911테러로 인해 뉴욕에 발이 묶였다.

소수의 직원들이 테러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업무를 보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서 긴급히 휴가를 줬다.

류지호는 뉴욕에 머물며 충격을 받았을 직원들을 챙겼다.

하늘 길이 열리자마자 뉴욕으로 복귀한 파커 부부와 부모님은 류지호를 죽다 살아난 아들 대하듯 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라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레오나는 류지호의 품에 안겨 엉엉 울기까지 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구역에서 건물이 붕괴되는 테러가 발생했다.

크게 놀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파커 가족이 진정되고 나서야 파커 저택이 안정을 찾았다.

류지호와 제임스 파커가 맨해튼 G&P CEO 집무실에서 마주앉았다.


“JHO Security Services 사업 확장 계획은 없어?”

“911 사태 이후로 경비의뢰 건이 폭주하고 있어요. 선별 계약해야 할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9.11 테러 후로 골프장에도 1급 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다.

그만큼 다양한 장소까지도 보안업무와 경비업무가 강화되고 있었다.

9.11 테러가 발생하지 전까지는 주요 시설 외에는 테러 공격을 대비하거나 매뉴얼이란 것이 없었다.

세계무역센터 항공기 테러로 인해 쇼핑센터 같은 대형 상업시설, 발전소, 기타 공공장소에 대규모 민간경비요원들이 긴급 투입되었다.

미국에서 1~2위를 다투는 보안경비업체가 JHO Security Services다.

보안경비경호 계약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수많은 민간 경비업체가 존재한다.

이번 테러사건으로 인해 민간 경비업계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시적인 호황이 아니다.

향후 10년 간 미국에서는 대략 100만 명이 넘는 경비요원들이 밤낮으로 미국 주요 시설에서 순찰을 돌게 되고, 미국인들은 이런 풍경을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911 테러는 미국인 일상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은 덤이다.


“경비인력을 늘리시려고요?”

“파커 산하 모든 사업장의 경비인력을 적어도 지금의 두 배까지는 늘려야겠어.”

“두 배씩이나요?”

“그걸로 부족할 듯싶지만, 일단은 그 정도로 늘려봐야지.”


한국인이 볼 때는 호들갑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의 63빌딩이 항공기 자폭테러로 무너진다고 상상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공포심이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발생한 삼봉붕괴나 지하철가스폭발 사건과는 체감되는 공포가 달랐다.


“중부에도 메이저 보안업체가 여러 군데 있는데....”

“신뢰가 없어. 가족만 할까.”

“JHO Security Services도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아요.”

“인력을 새로 충원하면 되잖아.”

“데본과 의논해 볼게요.”


911테러는 자국 내 민간경비업체들에게 호재이기도 하지만, 민간군사기업의 해외 활동도 부쩍 늘어나게 된다.

조디 워커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때문이다.

여담으로 한국에서는 2007년에 가서 민간군사기업 설립이 활성화된다.

해적 출몰 지역에서의 민간 선박 경호,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서의 주재원 경호 등의 업무를 일부 맡게 된다.

2010년에 들어서면 12개 업체가 국내외에서 활동하게 된다.

데본 테럴 사장은 한국에서 민간경비경호업이 개정되어 준군사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 여주 WaW 종합촬영소와 인근 타운에 테러대응팀에 해당하는 SWAT팀을 별도로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여주에는 류지호의 부모님이 거주할 전원주택이 있었고, 종합촬영소는 류지호에게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민간의 총기소유가 불허되는 한국 사정상 실탄이 아닌 가스총이나 고무탄 혹은 최루액 가스분사기 정도 밖에는 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민간 테러대응팀은 범인의 살상이 아닌 제압 후 관계기관의 출동시간을 버는 정도일 수밖에 없다.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되어도 심하게는 4시간 늑장 대응하는 한국 치안당국의 모습을 보았을 때 최소한 폭발물 탐지견과 민간소방대 정도는 갖출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의 특수부대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화기 외에 폭발물을 취급할 수 있다.

비상시 연락망 유지·개척이 가능하다.

부상자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훈련까지 받은 사람들이다.

유사시가 아니라도 평시 재난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십 만 평 규모의 시설 보호를 위해 대테러 작전 인력을 상시 구비해달라고 여주와 경기도에 요청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가온그룹 자체적으로 경찰보다 빠르고 수월하게 투입할 수 있는 인력들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가온그룹만 유별난 것 아니다.

한국의 대규모 사업장에는 자체 소방 및 테러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암튼 데본 테럴이 궁리 중인 대테러대응팀은 살상력 있는 화기만 장비할 수 없다뿐이지, 일반적인 보안 요원들과는 다른 목적으로 운용되는 인력으로 일반 보안 요원들이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인력이다.


“일단 시카고의 파커필드 본사의 보안팀장에게 말해둘 테니, 테러대응팀을 시카고로 파견 보내줘.”

“SWAT팀을 시카고로요?”

“지금까지 우리는 자국민 테러에 대응하는 매뉴얼만 가지고 있었지, 외국의 적들로부터 본토가 공격받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어.”

“알겠어요. 데본에게 시카고로 가보라고 이야기 해 놓을게요.”


류지호는 LA폭동 때는 군에 있었다.

삼봉백화점 붕괴는 사전에 여러 준비를 해두어서 딱히 나서서 수습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테러는 달랐다.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해도 테러 후 수습과정에서 많은 일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당장 사태가 진정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류지호는 사후조치들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관련한 알리바이도 데본 테럴과 꼼꼼하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 ❉ ❉


한국으로 떠나기 전, 류지호는 뉴욕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총영사가 면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정보를 얻는데 고생하는 모양이다.

류지호에게까지 연락을 취해 도움을 청하는 것을 보니.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에 뵙네요.”


뉴욕총영사가 류지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총영사의 태도는 매우 깍듯했다.

마치 상전 대하듯이 했다.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회사에는 피해가 없었습니까?”

“걱정해주신 덕분에 피해는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어제오늘 새롭게 한국인 피해접수 된 건 없죠?”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근무하던 한국인이 다수 있었다.

대부분은 사건 발생 전 대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 실종자만 30명이다.

사건 발생 첫 날에는 수백 명이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파악되어 주미대사관과 영사관 관계자들을 잔뜩 긴장시켰다.

통신망이 정상을 되찾고 실종자들 대부분이 무사한 걸 확인했다.

2주가 지난 현재 15명 실종자의 생사는 아직까지 알지 못했다.


“최소한 실종자의 생사여부라도 파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미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미국 사회가 혼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사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사실 나도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류지호가 총영사에게 911테러와 관련해서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 미국정부도 다 파악하지 못한 것까지 섞어서 정보를 줬다.

한국정부가 대미외교에 있어서 잘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적절한 시점이 아닌 줄 알지만 의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는 것은 다 말씀드렸어요. 그것으로 뭘 할 지는 한국 정부와 외교부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 부분까지 신세 질 순 없죠.”

“그럼 또 뭔데요?”

“국제교류재단이라고 아십니까?”

“미국에는 아직 한국국제교류재단 사무소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아니었어요?”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도쿄사무소가 작년에 개설되었습니다.”

“미국에도 사무소가 새롭게 들어서는 모양이죠?”


국제교류재단에 기부를 요청할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 재단 창립 10년을 맞이했습니다. 2주 전 뉴욕의 비극은 우리에게 국제적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란 이제 먼 앞날을 내다보며 여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치스런 일이 아니며 인류의 생존을 위해 긴박한 과제라 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전 세계가 경제적 단위로는 단일화 되어 가면서도 문화나 사고방식, 그리고 생활수준이나 양식에서는 엄청난 간극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끔찍한 테러사건이 용의주도한 준비 끝에 시행에 옮겨질 수가 있었고 그 비극은 또 다른 비극으로 꼬리를 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돈 좀 달라고 이야기 하면 될 것을.

무슨 말을 이리 빙빙 돌리나.....

명색이 총영사다.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류지호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기금관리기본법이 수정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재단 재정에 대한 위협이 상당 정도 완화되었습니다. 국무위원, 국회의원, 언론계 인사 등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에서 국제교류재단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진 결과라서 더욱 반가운 일입니다. 이제 재단 역사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활동 계획, 장학제도의 확충, 개발도상국들과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일.... 그 간의 숙원사업을 보다 활발히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가온그룹은 언제든 해외교류 사업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JHO 그룹 역시 미국에서 수많은 자선활동과 문화교류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도 JHO재단의 변함없는 협조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주재 법인들은 좋든 싫든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활동에 지원을 한다.

때론 강압적으로 돈을 각출하기도 한다.

그래도 총영사가 직접 예의를 차려서 요구하면 다행이다.

대부분 실무자들 선에서 협조를 빙자한 소위 ‘삥‘을 뜯어간다.


“총영사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됩니까?”

“답해드릴 수 있는 사안이라면 뭐든 말씀드리겠습니다.”

“워싱턴에서 일본 민간외교의 움직임을 어떻습니까?”

“일단 일본국제교류기금은 지난 96년 워싱턴 사무소를 폐쇄했습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일본경제연구소 워싱턴 사무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반면에 우리 한국은 한미경제연구소의 워싱턴에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왜 워싱턴에서 철수한 겁니까?”

“자국 내 경제사정과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워싱턴 조야에서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정책연구능력이 지난 90년대에서 쇠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로비가 워싱턴 조야에 예전만한 결정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부가 눈 뜬 장님인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일본이 한국보다 로비자금을 두서너 배는 쓰고 있을 텐데요?”


미국은 외국로비공개법이란 것이 있다.

때문에 법무부에서 외국인이나 기업의 로비활동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 당시 한국은 미국 로비비용 지출로 대략 2,000만 달러 수준을 쓰고 있다.

일본은 4,500만 달러대 규모다.

로비공개법으로 공개된 액수가 저렇다.

간접적으로 쓰는 돈은 알 수가 없다.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북핵문제 등으로 향후 10년 동안 로비비용에서 한국이 일본을 역전하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지표일 뿐이다.

실제 미국 조야에 뿌려지는 일본 돈은 한국은 상대가 안 된다.

전 세계 로비에 있어서 일본 정부나 민간기업보다 더한 파워를 자랑하는 것이 사쿠라니쿠(桜肉) 평화재단이다.

일본의 우익 단체는 공식·비공식적으로 미국에서 매년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절대규모 면에서 한국이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일본의 로비력은 투자대비 효과가 낮은 편입니다.”


매년 각종 재단 사업으로 수억 달러를 사용하지만 실제 그것으로 인해 결정적으로 일본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미국 정치권의 결정사항 얻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총영사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일본이 공화당에 돈을 많이 뿌립니까, 아니면 민주당에 돈을 많이 뿌립니까?”

“......”


미국 정가에서 친일적 성향 인사는 민주당 쪽에 많다.

공화당 정치인 대다수가 굳이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아 움직일 정도로 궁색하지 않다.

유대계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기에.

게다가 공화당 정치인들은 부자가 많다.

일본을 지배만 하지 않는 식민지로 여기는 꼰대들도 많다.

반면에 민주당 쪽 정치인들은 의외로 일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선거캠페인을 치룬 이들이 많다.

이전 삶에서는 제44대 행정부 주요 인사들에 친일적 성향 인사들이 꽤나 많이 포진했었다.


“현재 미국 법무부에 등록된 외국인 로비스트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 뒤를 우리가, 다음으로 대만, 중국 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이전 삶에서는 한국 로비스트 숫자가 대만과 중국에게도 밀렸다.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의 주요 재벌들이 한국계 로비스트보다는 현지 대형 로펌(로비업체)과 계약을 맺어서 의회 로비를 벌였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미국 로비예산을 매년 줄였다.

사실 한국계 로비스트들의 네트워크가 미흡하긴 했다.

역으로 그런 로비스트들이 미국 군수업체에 고용되어 한국 정부에 로비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여러 비리사건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온그룹과 다온로펌은 뉴욕의 캐서린&윌슨 로펌과 함께 한국계 로비스트들을 키워왔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로비스트 19명 중에서 9명이 가온그룹과 다온로펌과 관계가 있는 한국계였다.

어쨌든 워싱턴DC에 한국계 재단이 여럿 있다.

하지만 자금력에서 일본 상대가 되지 못했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동호회 수준이었다.

서부의 스탠퍼드, UCLA를 비롯한 UC 계열 대학들에 한국학과 및 아태평화재단 같은 조직이 있었지만, 미국 정치에는 그다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미 협력재단들도 난립하고 있는데, 한국의 정치인들과 유력 인사들이 몇 년 쉬다가는 코스로 전락했다.


“한동안 미국은 전쟁의 늪에 빠질 것 같습니다.”

“...음.”

“지난 걸프전 이상의 군사력을 투사할 것을 상정하는 모양입니다. 그레이엄 가문에서 들은 이야기니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레이엄 가문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다.

실제 조디 워커 행정부에도 그레이엄 가문이 후원하는 고위급 관료가 몇 명 들어가 있다.

반면에 파커 가문은 골수 민주당 지지자다.

류지호로서는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

따라서 양쪽에 적당히 선을 대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연합체인 미국영화협회의 로비력은 전미총기협회 못지않을 정도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열혈 민주당 지지자로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도 소속되어 선거운동을 벌이거나 대중문화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영화사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때는 철저히 미국영화협회와 한목소리를 냈다.


“한동안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거라는 사실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내년 한미경제연구소 지원을 조금 늘려 볼 게요.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정부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가온은 오성과 경일처럼 미국 현지법인이 없어요.”

“JHO 그룹이 있잖습니까?”

“총영사님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류지호는 사의를 표하며 더한 말은 삼갔다.

JHO Company 그룹은 미국 기업이다.

가온그룹이라면 모를까.

한국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거나 의지할 이유가 없다.

이후 대화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총영사로서는 류지호에게 기대했던 걸 어느 정도 얻어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든 국제연구소든 해외사무소 예산은 형편없다.

그나마 한미경제연구소는 약간의 역할을 하지만, 2005년부터 개설되는 국제교류재단 해외사무소는 문화관광부 해외사업과 중복되는 면이 많아서 사실상 무늬만 있는 기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유지되는 대부분의 부속기관이나 관변단체는 공무원들의 퇴임 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치인들도 혜택을 받기에 부조리가 많아도 눈 감는다.

세금을 적게 낼 때는 낭비되는 국가예산에 민감하다.

무척 억울하다.

세금을 많이 내게 되면 국가예산을 개판으로 운영하든 말아먹든지 큰 감흥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다만 내 돈을 받아먹은 자들이 하는 일에는 예민해진다.


‘한국계 로비스트들은 언제 키워서 써먹나.....’


❉ ❉ ❉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미국의 싱크탱크를 주름 잡는 '큰손'을 하나 만날 수 있다.

건물 외관이나 내부를 보면 일본 잡지나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도서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법인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일본에서는 민간단체임에도 일본재단으로 통한다.

한국인 역시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직간접적으로 한 번쯤 도움을 받았을 곳이다.

바로 사쿠라니쿠 평화재단이다.

이 재단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주름잡는 주요 싱크탱크의 돈줄이다.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 치고 이 재단의 지원을 받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오죽하면 ‘화수분’으로 비유될까.

전 세계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이 일본과 관련된 그럴 듯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오면, 도쿄발 지원금이 곧바로 입금된다.

이 재단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전 세계에서 일본 홍보 활동을 펴고 있고, 특히 미국에선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하거나 후원하며 미국 내 친일 네트워크 구축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도시 곳곳에서는 일본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린다.

‘재팬 아니매‘ 관련 행사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교류행사 역시 완전 일본색으로 진행된다.

반면에 한국 관련해서 유럽에서 열리는 행사는 몇 없다.

오죽하면 KPOP이 유럽 십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때도 변변한 행사가 없어서 일본과 중국인들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메인 섹션으로 KPOP 행사가 열렸을까.

암튼 미국의 싱크탱크 기조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급변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A급 전범 용의자의 지원금은 미국의 국익에 어긋나는 돈이었다.

그 같은 과거의 흔적은 글로벌시대라는 명분하에 사라졌다.

독재자나 테러에 관련된 나라나 단체의 자금을 제외한 모든 돈이 미국 내 싱크탱크로 유입되고 있다.

심지어 한때 세계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었던 러시아의 돈까지 받고 있다.

사쿠라니쿠 평화재단은 A급 전범이 설립한 일본의 극우 재단이다.

자신이 저지른 과거에 행동에 관해 어떤 반성이나 사과도 없는 뻔뻔한 자들이 재단 이름에 버젓이 ‘평화‘라는 가치를 담고 있다.

일본 국수주의 사상을 깔고, 여우같은 정치적 행보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고, 정치권력을 가지고, 막대한 부를 창출한 일본 극우 중의 극우파.

이 재단의 임원진들 대부분이 ‘새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일본 교과서 왜곡의 주범 그룹 소속이다.

특히 유명 미국대학에 연구 기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일련의 활동은 일본의 위상을 높이거나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서 친일적인 인사로 만들거나 일본의 역사를 왜곡시키거나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삼으려는 노력에 일환이다.

다만 하버드나 예일 만은 이 재단 자금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사쿠라니쿠 평화재단의 암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1995년 한국 최고 대학 가운데 한 곳에서 이 재단의 연구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 당시만 해도 세계 유명대학은 사쿠라니쿠 재단이 불순한 의도와 석연치 않은 연구 조건 등을 내거는 것 때문에 후원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국의 명문대에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날름 자금을 받아서 사용했다.

그들이 원하는 연구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한국 내에서 대변했다.

일본 A급 전범이라 함은 조선 침략에도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사쿠라니쿠 재단의 자금지원을 받은 학계·정치계 인사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매년 연구지원이라고 쓰고 뇌물이라고 읽는 자금을 받아왔다.

한국의 지식인 중에 일제강점기가 있었기에 우리나라 경제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열의 아홉 사쿠라니쿠 재단의 후원을 받은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 돈을 받은 사람들에게 보수주의자·진보주의자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한국의 이익보다는 일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일 뿐이다.

더 웃긴 사실은 한국의 모 대통령이 사쿠라니쿠 재단의 설립자에게 훈장까지 수여했다는 것이다.

미 통합 참모부가 A급 전범으로 규정하고 맥아더 사령관에게 체포 명령까지 내려져 재판까지 받은 국제적인 범죄자이자 한민족의 적에게.

게다가 그 설립자는 평화재단을 설립하며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파시스트’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인물이다.

자기 입으로 파시스트라고 밝힌 인물에게 훈장을 수여한 민주주의 신봉 국가 대통령이라니.

게다가 사쿠라니쿠 재단 설립자는 2010년대 장기 집권하게 되는 일본 총리의 외조부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미래에는 일본 총리와 사쿠라니쿠 재단이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된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치우는 곳이 21세기 싱크탱크다.

싱크탱크 본산이자 ‘21세기 로마’인 워싱턴DC를 사쿠라니쿠 재단이 항상 주목하는 곳이다.

해가 갈수록 엄청난 돈을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들에 퍼붓고 있다.

일본 외무성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하는 곳이 사쿠라니쿠 재단이다.


후우.


류지호의 깊은 한숨을 터져나왔다.

류지호의 아버지 류민상은 선비 기질이 농후한 인물이다.

그런 성향이 자선재단을 운영하는데 장점이자 단점이 되고 있다.

옳다고 믿는 것에서는 타협이 없다는 거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고집이 무척 세다.

몇 년 전 TV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사쿠리니쿠 평화재단이 한국의 대학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까발린 일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시청한 류민상은 무척 분개해 했다.

주요 명문대에 돈을 뿌려서 친일파 교수들을 관리하고 있다니.

따라서 다울재단의 예산을 조금 빼서 미국 본토에서 사쿠라니쿠 재단에 대항해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재단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아들 몰래 준비한다고 생각했겠지만, 가당치도 않았다.

류지호 모르게 뭔가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버지, 꼭 하셔야겠어요?”

“일본 우익 놈들이 역사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미국에서 한국에 불리한 수작질을 벌이고 있다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어.”

“걔들 자본금과 일 년 예산이 얼마인 줄 아세요?”

“돈으로 미국 유력자를 구워삶을 줄 알겠지만, 어림도 없다. 올바르고 정의로운 것이라면 미국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해줄 것이라 믿어.”


류지호가 검지로 뺨을 긁적거렸다.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작가의말

메이지시대에 소고기 나베 또는 스키야키 요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비싼 소고기 대신에 말고기를 써서 손님을 속였다고 합니다. 손님으로 가장해서 마치 물건이 좋고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위장하는, 우리말로 하면 바람잡이를 당시 일본에서는 사쿠라라고 불렀다고 하죠 바람이 한번 휙 불면 벚꽃 잎이 후두둑 떨어지듯 북적댔다가 싹 사라진다 해서 벚꽃에 비유했다는데, 진짜 손님인 척 사람들을 속이는 바람잡이처럼 소고기인 척 사람들을 속이는 말고기에 사쿠라니쿠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에 비유해서 사사X와 재단을 일본 극우의 바람잡이로 비유해 봤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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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3.03.29 09:40
    No. 1

    사쿠라 하니 갑자기 영어식 표현이 떠오르네요 체리픽커ㆍㆍ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건나라
    작성일
    23.03.29 10:43
    No. 2

    삼봉봉괴나
    붕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3.30 20:05
    No. 3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29 14:32
    No. 4

    일본 전범 기업들이 돈이 많아서
    우리나라 대학교수들 까지 받아먹었는데
    미국 가서 말한들 뭐합니까?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29 17:50
    No. 5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3.03.30 14:59
    No. 6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 자원수탈, 인권유린에 어떠한 반성도 하지않았는데
    한국이 먼저 용서하고 일본을 우대해야 한다는 사람이 최근 특히 많아졌습니다.
    그것도 우익이라던 정재계, 학계 사람들이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47 ma******..
    작성일
    24.04.15 22:58
    No. 7

    뉴라이트...
    30년 전에도 뉴라이트 돈 받는 지식인들 많았죠
    젊은 지식인들에게는그때는 일본 돈 받아먹고 일본개될 거냐고 욕하면 좀 껄끄러워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그 돈 받던 그 시잘 젊은 지식인들이 지금은 늙어서 다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나라가 일뽕이지
    근디 외국뽕 중에서 특히 일뽕들은 일본을 향한 마인드가 종놈같은 게 신기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9 별작
    작성일
    24.04.26 04:05
    No. 8

    가온그룹만 유별난 것이다 >> 유별난 것이 아니다
    앞뒤 문장 문맥상 유별난 것이 아니다가 맞는 걸로 보여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4.28 13:21
    No. 9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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