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091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4.22 09:05
조회
3,473
추천
122
글자
27쪽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명수 감독이 <데어데블> 스크립트를 손봤는데 개빈 페이지가 크게 만족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A-List 배우들에게 스크립트가 전달되었지만, 톱스타 대부분이 고사를 했단다.

류지호의 친구인 벤틀리 애플렉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도.


“밴이 AC가 아니라 Timely 팬이었나?”


립서비스인지 알 수 없지만 특히나 데어데블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했다.

LA로 복귀하면 두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폴라 익스프레스>.


Rock Castle Entertainment가 기획하고 있는 최초의 3D Eye-MAX 애니메이션이다.

동명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산타클로스가 있는 북극행 증기기관 특급열차를 주인공이 타고 가면서 겪는 여정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토머스 행스가 처음 기획했다.

트라이-스텔라 자회사인 Rock Castle Entertainment가 관심을 보이면서 제작이 본궤도에 올랐다.

무려 1.6억 달러가 투입될 프로젝트다.

모션 캡처를 통해 사람 캐릭터를 실제 인간과 흡사하게 표현한 3D 애니메이션이 될 예정인데 토머스 행스가 주연을 포함해 1인 5역을 맡기로 했다.


“AMT에 Eye-MAX 상영관을 늘려달라고 푸쉬 좀 해야겠네.”


<폴라 익스프레스>는 처음부터 Eye-MAX 3D로 기획되었다.

일반 상영관에서 보면 다소 심심할 수 있다.

따라서 Eye-MAX 상영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의 선셋가 스튜디오 시설 외에 Sunset Bronson Studios를 구입했는데, 올해 안으로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과 IVE Entertainment를 그곳에 입주시켜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 Sunset Gower Studios의 텔레비전 부문 오피스들은 Timely Studios가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DALLSA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Origin 시리즈 전문 렌텔숍도 입주할 예정이다.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트라이-스텔라는 전설의 애니메이션 <AKIRA>의 판권인수를 위해 수 년 간 공을 들여왔다.

그 판에 워너-타임이 뛰어들었다는 내용의 보고가 있었다.


“오토모를 다시 한 번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겠어.”


<AKIRA>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대형 영화사에서도 수년 전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

<매트릭스>부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까지 할리우드 VFX 실력이 확인되면서 워너-타임이 확신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일본의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영화화 권리를 할리우드에 잘 내놓지 않는다.

할리우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공각기동대>는 포기할 마음이 있었다.

<AKIRA> 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류지호다.

류지호의 계획은 2010년 즈음 영화를 개봉하거나 2013년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전 삶에서 2011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던 해이고, 2013년은 일본 우익의 최종 보스가 집권 1년 차가 되는 해였다.

그때 즈음이 <AKIRA>를 통해 일본사회에 대해 통렬한 풍자를 하기 적기인 셈이다.

<아키라> 개봉 당시에는 해외에서의 반응이 좋아 돈을 벌었다.

정작 일본 국내 개봉에서는 적자였다.

일본에서 외면 받고 해외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그 의미는 둘 중의 하나.

일본 사회에서 공감을 얻지 못했거나 혹은 불편해서 피하고 싶었던가.

후자에 힘에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스토리는 모종의 사건으로 폐허가 된 도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거대한 폭발로 일본이 망해버린다는 점에서 2차 세계대전 끝자락의 일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작품이 진행되며 밝혀지는 폭발 원인이 부국강병(군국주의)을 위해 연구하던 초능력자의 폭주 때문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고.

아키라는 일본의 부흥을 위한 존재다.

그런데 통제되지 않는다.

결국 아키라는 자폭하고 만다.

일본이 자기 자신으로 인해서 무너지는 꼴이다.

<AKIRA>>의 해석을 놓고 일본에서와 서구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건 류지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네오도쿄의 지배층(군국주의 일본)이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것에 손을 대고, 결국 과거처럼 대 폭발로 인해 망하게(패전) 된다는 것.

일본 우익의 허황된 야욕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족했다.

류지호는 <AKIRA>에 화이트워싱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할리우드 자본을 투입한 일본영화로 만들 생각이다.

그래야 온전하게 상징과 은유들을 다 담아낼 수 있을 테니까.

워낙 벌려놓은 사업이 많다보니 중요 이슈만 확인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검토를 마친 서류철은 다시 고우찬의 보안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 ❉ ❉


류지호와 <복수의 꽃> 관계자들은 산호세에서 일주일 간 열린 시네퀘스트 영화제 행사에 참여했다.

이후로도 몇 곳의 영화제에서 열심히 영화를 홍보했다.

영화제 일정을 소화한 <복수의 꽃> 관계자들은 유럽에서 타고 왔던 비즈니스 제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남아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류지호가 오랜만에 아이오와 주로 날아갔다.

9.11 테러 공격 사태 후 미국 농민과 농업관련 업계도 테러 방지대책과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있었다.

테러리스트가 농업 그 자체에 대해 테러 공격을 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고, 유독성 살충제 같은 화학물질을 비롯해 심지어 비료까지도 테러 공격 무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농업 관련업계에서 테러방지를 위한 보안조치 강화가 최근에 일어난 9.11 테러사태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전에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발생한 연방 정부 청사 폭파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질소비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것이 밝혀졌어. 그 때부터 농약과 비료, 제초제 같은 농업용 화학물질 판매에 관한 보안조치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지. 대량으로 비축하거나 유통하는 업체들에서 특히나 보안조치가 강화되고 있어.”


시카고의 파커필드 본사 보안 책임자 라이언의 설명이었다.

류지호는 JHO Security Services 고위급 임원들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와 있다.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주에 흩어져 있는 파커가문 소유 기업들의 보안업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함이다.

굳이 류지호가 참석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파커 형제들을 만나볼 겸 오게 됐다.

라이언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로 9.11사태 후 미국 전역의 농약살포용 경비행기의 비행이 한 동안 금지된 적이 있거든. 테러리스트들이 농약 살포용 경비행기를 이용해서 세균이나 유독성 화학물질을 공중 살포하는 테러를 자행할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있어서.”

“기존에도 보안에 관해 소홀했던 건 아닌데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거죠?”

“맞아.”


류지호가 데본 테럴을 돌아봤다.


“이미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파커필드 계열사 화학물질 보관창고의 관건장치를 보강하고 관련자 이외의 접근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으며 재고량을 정기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농약 관련 업체에서 농약 비축장소를 매일 순찰하며 모든 종업원 가운데 수상쩍은 사람이나 징조가 눈에 띄면 곧바로 관계자에게 보고하도록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각종 농약과 특히 유독성 살충제 판매대장을 철저히 기록하도록 새로운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농약을 구입하기 위해 농약 사용허가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사용 목적을 규정대로 밝히도록 돼 있다.

데본 테럴은 그 같은 매뉴얼을 더욱 꼼꼼하고 철저하게 시스템화했다.

류지호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혹시 파커가문에서 군것질용 해바라기 씨도 팔아요?”


라이언이 즉각 대답했다.


“응. 먹어봤나봐?”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우연히 보다가 파커 브랜드가 보이기에.”

“미국 농민들이 재배하는 해바라기는 군것질용 씨와 식용유로 공급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용도가 없어. 수익성이 낮은 농작물이라고 할 수 있지. 파커가문 산하 연구소에서는 미연방 농무부 산하 연구소의 과학자들과 함께 해바라기를 천연고무 원료 대체 작물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야. 천연고무 원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파커가문 농민들의 수입증대를 꾀하고 있지.”


파커가문의 연구소에서는 해바라기에 들어 있는 고무 원료인 라텍스 함량을 유전 공학적으로 증가시키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내가 듣기로 천연 라텍스를 만들 식물이 2,500 종이 넘는다고 하던데?”

“텍사스 주 남부 사막지대에서 자라는 과율(guayule)이라는 관목에 고무 원료인 라텍스가 들어있다고 해. 과율에는 해바라기에 비해 더 많은 고무원료가 들어 있지만, 사막지대 혹은 준사막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지. 반면에 해바라기는 미국 거의 전역에서 재배할 수 있잖아.”


미국에서 천연 고무를 이용한 제품이 무려 4만 가지가 넘는다.

그 가운데는 외국에만 의존할 수 없는 전략 품목들도 있다.

당연히 여러 대학과 민간기관에서 천연고무원료를 얻을 수 있는 유전자 변형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유전자변형 해바라기 품종이었다.


“천연고무 함량이 높은 유전자 변형 해바라기 품종의 개발이 10년 안에 완료될 수 있다고 자신하더구만.”


류지호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

MLB 중계방송을 보다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던 것 뿐.

암튼 류지호는 디모인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파커형제를 만나기 위해 류지호가 농장지대로 떠난 사이 데본 테럴이 디모인 소재 중급 경비보안업체를 하나 인수했다.

지점을 세우는 것보다 업체를 인수해 거점을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JHO Security Services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로 활동하는 경비보안업체로 북미를 중심으로 18개국에서 3만 3천여 명의 직원이 활동 중이다.

매출 5.9억 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참고로 미국 내에는 7,000여 개의 보안서비스 기업이 있으며, 9,000여 개 연방 건물 보호를 위해 30개 보안회사의 1만여 명의 경호원이 근무하고 있다.

보안서비스 중 상업보안 경비서비스가 전체 시장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조사서비스(15.9%), 보안차량(6.7%), 특별경호(4.4%) 순이다.

현재 미국 보안시장은 연 100억 달러 규모로 매년 무서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중반에 가면 시장규모 300억 달러로 성장하게 되며, 1만 개의 보안서비스 회사가 활동하게 된다.


“일선에서 물러날까 합니다.”


류지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도널드 제이콥으로부터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질을 받았다.

데본 테럴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새 십년이 훌쩍 넘었다.


“아직 정정한데 왜 물러나려고 하는데요?”

“.......”

“혹시 미 행정부로 들어가게 됐어요?”

“결단코 아닙니다.”

“그런데 왜요?”

“저처럼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최고경영자로는 JHO의 비전이 없습니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CEO가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음.”

“보스만 허락한다면 이제 자문으로 물러나 후진 양성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후임은 생각해 뒀겠죠?”

“수석참모 도널드 제이콥을 보내주시면 감사합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CIA전략분석관 출신인데다가 그간 류지호를 보좌하면서 기업경영에 대해서도 시야가 넓어졌다.

데본 테럴은 옛날 사람이다.

정보통신기술과 물리경비경호의 융합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반면에 도널드 제이콥은 류지호가 투자하는 다양한 IT기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미래의 보안산업은 첨단 ICT 기술이 접목될 수밖에 없다.

십여 년 후가 되면 CCTV 기반 영상보안에 있어서 5G, AI, IoT센서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보안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결국 물리적 보안을 넘어 디지털 보안까지도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LA로 돌아가면 Don과 함께 의논해 봐요.”

“예. 보스!”


환갑을 넘어서도 규모가 큰 기업을 경영하는 전문경영인도 많다.

데본 테럴은 급변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기 버겁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나이를 먹게 되면 시력은 나빠진다.

대신 시야가 넓어진다.

류지호는 데본 테럴이 계속해서 자신을 보좌하며 지혜를 빌려주길 기대했다.

결론적으로 데본 테럴은 수석참모 도널드 제이콥에게 JHO Security Services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이후로 류지호의 보안자문 겸 JHO Security Services 연수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수석참모는 남아공 출신의 데이빗 브레이텐바크를 승진시키고,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에 의전비서 제니퍼 허드슨을 승진 발령한다.

두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에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첫 번째 비서인 제나 그레이스를 제외하고 류지호 직속으로 오랜 시간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심복 중에 심복들이었으니까.


❉ ❉ ❉


[지호 류는 디지털 영화에 대한 불신이 많던 1997년, <Escape>를 처음 디지털 영사시스템 으로 상영했다. 그리고 5년 만인 올해 5월에 2,000여개의 스크린에서 또 한 편의 본격적인 D-Cinema를 선보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Ⅱ>가 그 주인공이다. 필름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정부 정책, 연간 20억 달러의 필름 영화 배급비용을 줄이겠다는 영화사들의 의지가 순풍처럼 불고 있는 이 시기, 본격적인 D-Cinema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7대 메이저 스튜디오가 결집해 디지털 시네마 표준화를 논의하는 협의체인 DCI(Digital Cinema Initiative)를 만들었으며 2년 간 활동한 후 DCI 표준안(권고안)을 발효할 계획이다.]

- The Hollywood Reporter 찰스 로이드팩 기자.


3월에 접어들면서 D-Cinema에 관한 표준화 논의가 촉발되었다.

미국영화협회 소속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의 투자를 받아 합작회사 Digital Cinema Initiatives, LLC(DCI)가 출범했다.

DCI의 존속시간을 2년으로 정해졌으며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배급과 상영이 가능할 것을 전제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만 연간 10억 달러의 배급비용을 줄이기 위해 트라이-스텔라를 주도로 D-Cinema 시스템 보급을 추진해왔다.

극장 업계 역시도 고화질 DVD 같은 홈엔터테인먼트 기기 출현으로 영화 관람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D-Cinema 도입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업계 표준을 정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트라이-스텔라의 주도로 1년 넘게 메이저 스튜디오들과의 조율을 한 끝에 연구기관을 출범할 수 있게 됐다.


“DCI 출범이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된대요?”


류지호의 물음에 D-Cinema를 주도했던 모리스 메타보이가 대답했다.


“일단 단일 규격을 결정하고 국제 표준화를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기술 표준을 위해 산업계의 대표 주체로 설립된 SMPTE에 제안하기로 했어.”


영화·텔레비전 기술자 협회(Society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Engineers)는 1916년 미국에 설립된 국제적 표준화 기구다.

수백 개의 표준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매일 텔레비전 방송 개시에 앞서서 수상기 조정용으로 내보는데, 그때 나오는 테스트 카드(test card)의 표준을 정한 곳이 바로 SMPTE다.

이미 1999년에 D-Cinema 기술위원회를 만들어 표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연합해 만든 DCI는 배급 매체 분야에서는 디지털 영화의 해상도, 사용되는 색 공간, 이미지의 압축 시스템, 사운드 샘플링 주파수, 사운드 채널 수 등에 대한 표준과 심지어 디지털 영화의 제목을 부여하는 방법도 제정하게 된다.

상영장비 분야에서는 DCP를 재생하기 위한 서버장비의 요구사항, 디지털 프로젝터의 최저사양, 보안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표준을 정하게 된다.

DCI의 인증제도를 만들어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유럽 쪽 움직임은 어때요?”

“유럽의 경우 Europe Digital Cinema Forum(EDCF)를 설립하기로 했어. 비할리우드적인 기술적 모델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아. 특히 영국에서는 British Film Council에 국가적 차원의 테스트 베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

“확실히 영어권 국가들의 움직임이 신속하군요?”

“영국은 극장 리모델링에 거의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하지. 250개 디지털 상영관 배급망 구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네.”

“아시아는 일본이 치고 나간다지요?”

“일본은 올해 안에 Digital Cinema Consortium를, 중국은 내년 전영과학기술연구소(CRIFST)를 중심으로 자국 내에 적합한 시스템 규격 및 포맷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조사 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들었어.”


민간차원에서 D-Cinema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는 곳은 JHO Company 그룹이다.

류지호의 졸업작품 이후로 2000년에는 ParaMax에서 <바운드>을 시작으로 독립영화 중심으로 D-Cinema 배급을 시험하고 있었다.


“기술 문제가 끝이 아닐 겁니다.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공정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으니까. 주도권이 관련된 정치적 문제도 있고.”


아무리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영화사업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흥행 대기록을 수립하고 있다고 해도 메이저의 말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른 메이저들이 D-Cinema의 주도권을 트라이-스텔라에 순순히 내줄 리가 없었다.

게다가 D-Cinema 표준이 만들어져 기술적인 장애가 제거된다 해도 영화사와 극장 측이 상영 시스템 설치비용을 놓고 갈등을 빚을 것이 뻔했다.


“게다가 영화사는 새로운 상영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관객이 감소할 극장 측에서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 내세울 것이고, 극장 측은 배급비용 절감 효과가 큰 영화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겠죠. 그것까지 넘어서야 탄력을 받을 겁니다.”


스튜디오들이 연합해서 공개적으로 DCI를 지원하는 한편에는 기술 지향형 실용주의와 품질 지향형 이상론 사이의 불일치가 존재했다.

즉 기술 발전을 바라는 마음과 만족할 만큼의 품질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하는 두 개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었다.

따라서 DCI가 표준을 만든다고 해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는 류지호다.


“혹시 대학들의 움직임은 없어요?”

“어떤 대학? 모교는 매우 협조적인데?”

“D-Cinema 제작에 관한 매뉴얼의 작성이라든지, 전문 교육 개설 움직임은 없어요. 대학원 과정에라도?”

“자네와 소닉이 UCLA와 USC에 디지털 영화 시스템을 기부한 것 외에는 다른 미국 내 대학의 디지털 실습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소닉은 자사 디지털 캠코더를 두 대학에 기부해 학생들이 디지털 영화를 실습작품으로 찍을 수 있도록 했다.

류지호는 한술 더 떠서 디지털 포스트프로덕션 시스템을 마련해 줬다.

연내 미국의 5대 영화과를 보유한 대학에 DALLSA Origin 카메라를 기부할 생각도 있었다.


소닉이 쥐고 있는 방송계, 그리고 ARiCH가 쥐고 있는 영화계가 얼마 안가서 DALLSA Origin으로 인해서 판도가 바뀌게 될 것임을 자신했다.

류지호의 <Escape> 이후로 미국 내 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소닉의 디지털 캠코더 대신 Origin 시리즈로 다양한 영상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방송용 디지털 캠코더에 비해 훨씬 뛰어난 화질과 주요 시네마 렌즈가 호환되는 D-Origin 시리즈로 새로운 영화의 방향성을 찾고 있었다.

심지어 상업영화가 외면하고 등한시하는 디지털 영화 미학을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Origin은 판매할 계획이 없어?”

“당장은 파나플렉스처럼 직영점 렌탈만 하기로 했어요.”

“얼마나?”

“D-Cinema 표준도 정해지지 않았잖아요. 아직은 대규모 투자를 할 때가 아니죠 뭐.”

“예상 판매가도 없어?”

“조지가 <스타워즈>에서 사용한 HDW F900가 9만 달러라고 하죠. 아마 D-OriginⅠ은 7만 달러 수준에서 정해질 것 같아요.”

“그렇게 싸단 말이야?”

“브랜드 거품이 가격에 안 들어가잖아요. 아마 표준 정해지고 본격적으로 D-Cinema가 활성화 되면 더 저렴해질 겁니다. 당장은 시장의 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필름 카메라 가격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이에요. DALLSA에는 표준이 정해지기 전까지 5만 달러까지 낮출 수 있는지 노력해보라고 하긴 했어요.”


류지호와 조지프 루카스가 제작한 영화 모두 D-Cinema라 불리는 방식을 통해 필름 대신 HD 카메라로 촬영돼 디지털 데이터로 제작됐고, 위성 등의 통신망을 통해 배급된 뒤에 DLP 프로젝터라 불리는 프로젝터로 상영되었다.

DLP란 'Digital Light Processing' 약자로 D-Cinema 기술에서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는 핵심 원천 기술이다.

이러한 DLP 시스템을 본격적인 영화 상영 전문 시스템으로 개발한 것을 'DLP Cinema'라고 부른다.

DLP 원천기술은 Dallas Instruments가 가지고 있고, 극장용 DLP 프로젝터는 Cristie, Baraco, JEC 세 개 업체가 로열티를 지불하고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D-Cinema‘와 ’DLP Cinema'는 업계에서 같은 용어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디지털 프로젝터가 DLP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DLP 프로젝터보다 훨씬 우수한 디지털 프로젝터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닉과 DALLSA가 독자 개발해 일부 디지털 상영관에서 테스트 중인 프로젝터가 있다.

아직 DCI에서 디지털 상영방식의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DI를 중심으로 한 독점적 DLP 카르텔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이전 삶에서는 DCI의 인정을 받은 DLP 시스템이 세계 유일의 표준이었다.

따라서 Dallas Instruments를 중심으로 한 독점적 카르텔이 형성됐었다.

사실 DCI가 내놓게 될 표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일종의 권고안이다.

무조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2K의 Digital Light Processing 원천기술을 Dallas Instruments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인증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2K DLP 영사기를 제조·판매 할 수가 없다.

4K부터는 다르다.

DALLSA와 소닉이 집중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레이저를 포함한 4K 영사 기술이다.


“아마 DCI에서 2년 안에 표준과 규격을 내놓지는 못할 거야. 그것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걸세.”

“Moe가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렇겠죠. 트라이-스텔라는 지금처럼 하던 대로 해주세요.”

“R&D 비용이 꽤 많이 들었는데 괜찮겠나?”

“D-Cinema는 앞당길수록 영화의 진입장벽을 확 낮출 겁니다. Moe와 트라이-스텔라는 그를 통해 재능을 뽐내는 감독을 데려다가 영화를 맡기면 되고. 그렇게 돈을 벌면 되겠죠.”

“자네가 괜찮다면 괜찮을 거겠지.”


JHO가 D-Cinema의 선구자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Kozak, 소닉을 포함한 일본 전자기업들, 80년의 기술역사를 자랑하는 저력의 ARiCH, Panaflex, 4년 후 갑자기 튀어나올 RED까지 만만한 경쟁자는 하나도 없었다.


‘근데 왜 하고많은 포맷 중에 MPEG2000이냐고....!’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DCP(Digital Cinema Package) 파일포맷은 JPEG의 후계자인 MPEG2000이었다.

출시 당시에 코덱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보급에는 실패한 포맷이다.

또 음성 포맷은 무손실 무압축 포맷인 WAV를 사용했다.

파일의 크기도 매우 컸다.

일반 2시간 러닝타임 영화는 보통 120GB 정도였다.

<아바타> 같은 영화의 DCP는 총 154GB였다.

프레임별로 나눠진 사진 파일과 음성 파일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자막, 타이틀, 보안 등 많은 파일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 DCP이기는 하지만.

파일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실시간 전송 상영이 쉽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휴대용 하드디스크에 담아 운반해 극장 서버에 연결해 파일을 옮기기도 했고, USB의 용량이 커진 후에는 저예산 영화의 경우 128GB USB에 담아 배급하기도 했다.

이전 삶과 달리 파일 포맷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표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었다.


“Jay!"


뉴욕에 있어야 할 매튜 그레이엄이 컬버시티 트라이-스텔라로 찾아왔다.


“형이 갑자기 무슨....?”

“한국에서 안 좋은 소식이 왔어.”


벌떡!


류지호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뭔데? 무슨 안 좋은 소식!”

“병길 아저씨가 위독하단다.”

“뭐?”


천리포수목원의 민병길은 지난해 위암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병상을 박차고 나와 천리포수목원에서 나무와 꽃을 돌보고 있었다.

향년 82세다.

떠날 날이 다가오는 걸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자식 같은 나무와 꽃을 눈과 가슴에 담고 있으리라.


“당장 한국으로!”


이미 매튜 그레이엄의 비서가 류지호의 항공편까지 예약을 해 놓아서 한국으로 떠나는데 문제는 없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류지호의 머릿속을 채운 노랫말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과거로 돌아와 류지호는 올해로 만 31살이 됐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두 번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마치 처음 이별을 경험하는 것처럼.

가슴이 무겁고 뻐근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이상한 거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보다 이별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작가의말

편안하고 차분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51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9 116 24쪽
510 MUJU Rock Festival! +2 23.05.25 3,142 127 21쪽
509 류지호 사단. (5) +4 23.05.24 3,178 118 23쪽
508 류지호 사단. (4) +12 23.05.23 3,152 146 26쪽
507 류지호 사단. (3) +9 23.05.22 3,197 119 25쪽
506 류지호 사단. (2) +11 23.05.20 3,230 107 25쪽
505 류지호 사단. (1) +5 23.05.19 3,255 117 24쪽
504 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5 23.05.18 3,140 118 24쪽
503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2) +10 23.05.17 3,153 131 26쪽
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5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4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0 134 24쪽
499 Action Camera. +5 23.05.13 3,133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0 125 25쪽
497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1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0 119 25쪽
495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5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8 120 24쪽
493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19 111 23쪽
492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3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6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0 115 25쪽
489 무럭무럭 커라! (2) +4 23.05.02 3,351 109 26쪽
488 무럭무럭 커라! (1) +4 23.05.01 3,420 114 27쪽
487 자원이 남을 때는 멀티를 건설하라.... +3 23.04.29 3,467 114 25쪽
486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0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19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7 128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