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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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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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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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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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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편 류지호는 케이아누 립스가 소속되어 있는 밴드 DogStars도 불러오려고 했다.

케이아누 립스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한 밴드 도그스타는 작년에서야 실질적인 데뷔앨범을 냈다.

케이아누 립스의 영화촬영만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매트릭스 Ⅱ·Ⅲ> 촬영을 마치자마자 미국 투어에 돌입했다.

아쉽게도 미국 투어 기간이라며 무주 락 페스티벌 초청을 고사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헤비메탈에 환장하더니 아주 그냥......”

“환장까지 하지는 않았는데?”


황재정이 일행과 멀리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편안 말투로 바꿨다.


“방송부 할 때 점심방송에서 사고를 좀 많이 쳤냐?”

“한 번 밖에 없지 않나?”


헤비메탈 방송사고는 한 번밖에 없다.

대신 최신유행 유로댄스음악을 틀어 점심시간을 뒤집어놓은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신포고 졸업생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자퇴한 후 크게 성공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점심방송으로 여러 차례 사고를 친 것을 기억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무주리조트 락 페스티벌은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보다 4년이나 앞 서 열리게 됐다.


“인천 락페 티켓 가격이 얼마야?”

“3일 권 기준 20만 원. 참고로 부산 락 페스티벌은 무료.”

“무주는 36만 원을 책정했다고?”

“솔직히 Green Day, Dream Theater만으로 36만 원 이상 값어치는 하는 거 아닐까?”

“어차피 Dream Theater는 내한 공연도 잡혀있어서 몸 푸는 격이고, Green Day는 사고나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Green Day는 데뷔 초창기부터 공연 중에 사고를 꽤 쳤다.


“첫 술에 배부를까 싶다.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생각해야겠지.”

“그렇다고 무작정 돈과 경험을 바꿀 수는 없지 않아?”

“본전치기는 하겠지 뭐.”

“인천 락 페스티벌은 망했어.”

“부정 타. 괜한 말 하지 마.”


봄, 여름, 가을에는 특별히 손님을 유인할 수 있는 행사가 없었던 무주리조트로서는 이번 여름에 열리는 락 페스티벌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락페 말고도 재즈 페스티벌, 힙합 페스티벌도 기획하고 있으니까.”


매니지먼트 CHAN의 대형 공연기획 경험도 쌓게 하고, 무주리조트의 수익 모델도 개발하고.


“티켓판매가 부진할 수도 있고, 관중 동원력이 형편없을 수도 있어. 광고도 대대적으로 할 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볼 만해."

“차라리 새만금이 개발되고 난 후에 하지.”

“언제 될 줄 알고.”

“그런가.....?”

“3회까지 적자를 각오해야겠지.”


당장은 비싼 몸값의 전설적인 밴드는 섭외 리스트에 뺐다.

그나마 만만한(?) 해외 밴드들을 섭외해서 반응을 지켜볼 생각이다.

무주리조트 임직원들과 류지호가 작별인사를 나눴다.


“JHO 컨벤션에서 다들 볼 수 있으면 그때 다시 봅시다.”


무주리조트에서의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류지호가 부산으로 떠났다.


✻ ✻ ✻


류지호는 부산의 호텔에서 도착하자마자 미국의 레오나 파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밴드 음악 좋아해?”

- 어떤 밴드 음악?

“메탈도 있고, 얼터너티브도 있고, 펑크도 있고.... 재즈를 좋아했었나...?


생각해보니 가족 같은 사이라곤 해도 레오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같은 배에서 나온 여동생 류아라의 취향도 잘 모르는데, 미국에서 살았던 레오나의 취향까지 아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 중학교 때 너바나, 펄 잼 많이 들었어.

“그랬구나?”

- 근데 왜?

“올 여름에 한국에서 락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함께 보러 올까?”

- 한국? 어디서?

“무주리조트라고 알지? 함께 스노우보드 탔던 스키장.”

- .....무주!

“아참, 여름 학기 신청한다고 했지. 졸업하고 보자. 올 해만 할 건 아니니까.”

- 단정 짓지 마. 아직 시간 여유 있거든.

“무리하진 말고. 공연은 미국에서 봐도 되니까.”


비슷한 시기 LA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에서도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여러 개 열린다.


- 8월까지 한국에 있을 거야?

“아니. 일단은 다음달에 LA로 돌아갈 것 같아.”

- 한국 떠나기 전에 꼭 알려줘야 해.

“그럴게.”


레오나와 데이트하는 것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파파라치나 대중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다.

서로 생활권이 다른 것이 문제다.

물론 스캔들도 조심해야 하지만.

레오나 파커는 아직 학생이다.

사귄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문제고 파커가문의 자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문제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사이좋은 오누이로 알려져 있는 편이 좋겠지.’


❉ ❉ ❉


오전에 열릴 예정인 센텀시티 가온타운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온그룹 최고위 인사들이 새벽부터 서둘렀다.

일부 인사는 전날 부산에 내려와 류지호가 묵고 있는 웨스턴호텔에서 숙박했다.

매일 똑같은 기상시간에 일어난 류지호는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래리 킴 회장을 비롯해 백화점, 호텔&리조트, 웨딩, 스펙트럼, 다솜미디어, 건설 등 핵심계열사 사장들과 조찬을 함께 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센텀시티 개발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선경그룹이 발을 빼면서 사업이 표류하다가, 가온그룹을 포함한 십여 개 기업의 컨소시엄이 참여하면서 간신히 재개되었다.

그러던 차에 욕심많은 부산시장이 민간 컨소시엄으로부터 사업권을 빼앗아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온그룹 외에는 토지분양이 지지부진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다.

첨단산업단지 대신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사업을 선회해 특혜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수 년 동안 많은 문제가 터지고 봉합되고 덮어지고 했다.

가온 복합쇼핑문화단지 사업단장 홍현기가 입을 열었다.


“센텀시티 토지분양이 수익보장형 토지 리턴제 시행 이후 다소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류지호가 관심을 보였다.


“토지 리턴제?”

“매각 실적이 높지 않아 시행하는 궁여지책입니다. 마무리단계에 이르러서 일종의 투자손실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역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필지당 319평~1,525평이며, 공급금액은 감정평가액에서 10% 할인된 540만~630만 원선입니다.”


수익보장형 토지리턴제는 토지매수자가 토지환매를 희망할 경우 부산시와 주식회사 센텀시티가 납부 대금 총액에 연 5%의 수익률을 계산해 되사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한국토지공사 부산지사가 작년 한시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장기적으로 이자까지 계산해 되돌려주는 경우는 센텀시티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그래서 성과가 좀 있어요?”

“실시 한 달 만에 대상토지의 8.5%인 3필지를 매각했습니다.”

“뉴월드는 센텀시티에 안 들어온답니까?”

“경일백화점이 확보한 부지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일그룹은 안 들어오는 모양이네요?”

“센텀시티에 신규 점포를 낼 여력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유통기업들은 어때요?”

“오성STOCKWELL이 주식회사 센텀시티와 대형할인점 건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온처럼 이미 토지 대금을 완납한 기업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만 감정가대로 매입한 건 불공정한 처사인데?”

“우리는 평당 650만원에 2만 평을, 610만원에 1만 평을 매입했습니다. 토지 리턴제 시행으로 어느 정도 분양될지 모르지만, 평당 540만~620만 원 선으로 낮아진 분양가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압니다.”

“상응하는 조치?”

“센텀시티 분양이 마무리단계에 이르면 완납에 대해서 대략 15~20% 할인을 적용받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센텀시티 사업이 출범할 때만 해도 2004년까지 35만 평 부지에 벡스코, 백화점, 엔터테인먼트 시설, 유통·상업시설,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현재 파헤쳐진 부지 22만 평에서 벡스코와 공공시설 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가온그룹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온천이 나왔다구요?”

“온천개발팀에서 본격적으로 온천발굴을 위한 굴착 작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 가서 두 곳에서 바로 뜨거운 온천수가 꽐꽐 쏟아졌습니다. 그것도 탄산천과 식염천입니다.”


류지호는 온천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일본으로 직원들을 보내 일본의 온천관련 운영관리를 배워오도록 조치를 취해놓기도 했다.

온천이 실제로 터지게 되자 백화점 내 찜질방 스파랜드 계획을 설계에 담았다.


“저희 사업단에 아이스링크를 입점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이전 삶의 모 백화점 개발 상황과 같았다.

그런데 이전 삶과 규모가 달랐다.

류지호가 판을 더 크게 벌렸기 때문이다.

광성백화점이 차지하고 있던 부지까지 확보해서 복합쇼핑문화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지만, Anchor Tenant라는 말을 UCLA 교양수업 시간에 들은 것 같아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또는 키 테넌트(Key Tenant).

Anchor는 ‘닻’을 의미하며, Tenant는 임대계약을 맺고 입점해 영업을 하는 임차인을 말한다.

부동산에서 건물의 가치를 올려주고 임대 수익까지 견고하게 지켜주는 우량 임차인을 이르는 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업종과 업태에 따라 앵커 테넌트와 일반 테넌트로 분류하고 있다.

상권의 ‘닻’을 올리는 임차인 앵커 테넌트는 집객능력이 있는 큰 규모의 입주업체다.

쇼핑센터나 상권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지역 상권이나 대형 쇼핑몰의 대표적인 앵커 테넌트는 일반적으로 백화점이나 대규모 할인점,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이다.


“센텀시티 가온복합타운이 앵커 테넌트로 구분할 수 없는 진화한 형태의 시설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류지호와 달리 반신반의 하는 사람이 많았다.

오로지 부산지역만 들썩하는 분위기다.


“아이돌 그룹 같은 겁니다. 마치 각각의 개성이 다르면서도 조화를 이룬 아이돌 그룹 같이. 가온복합타운에 집적된 다양한 업종들은 넓게 보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타운을 드나드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길잡이 되어 더 적극적으로 고객의 문화와 생활에 개입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근 아파트 주민이나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도 불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센텀시티의 가온복합타운에는 백화점, 면세점, 호텔, 멀티플렉스 심지어 도심형 테마파크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SnowStorm 아시아 총괄 지부, DALLSA D-Cinema 아시아 총판, Hues & Rhythm Studios 아시아 사무실, 그 외에도 수많은 JHO Company 계열사 지사들이 들어오기로 했다.

특히 Eye-MAX DMR 아시아 스튜디오가 들어오기로 했다.

아시아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의 Eye-MAX 디지털 포맷 변환을 캐나다 본사가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부산에서 하게 된다.

복합쇼핑센터, IT, 문화레저, 게임엔터테인먼트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룹 내부에서는 새만금개발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보는 견해도 있을 정도다.

래리 킴 회장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다 좋습니다만, 생각처럼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우려스럽지요.”


그가 보기에는 가온그룹, 부산 전시 컨벤션 센터(BEXCO), 공공지원 시설, 아파트 단지만 가지고 무려 35만 평 규모의 첨단미래형 복합단지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 같지 않았다,


“해보지도 않고 걱정부터 하는 겁니까?”

“3단계로 진행되는 센텀시티 가온타운 프로젝트에 총 1조 원이 투입됩니다. 가온이 진행하는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지요.”


주요 계열사가 모두 동참하는 사업이라서 잘 못되기라도 하면 그룹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래리 킴을 비롯해 그룹 고위직들이 우려할 만도 했다.


“부산은 인구 350만의 대도시에요. 40만의 김해시와 100만의 울산까지 생활권으로 묶이게 되면 가온복합타운의 진가가 발휘될 겁니다.”


장밋빛 청사진이 결코 아니다.

이전 삶에서 뉴월드 백화점은 연매출 1조 8천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꾸준히 전국 백화점 매출 TOP3 안에 랭크되었다.

그보다 더 다채롭고 이색적인 복합 쇼핑·문화·광관허브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연매출 2조 원도 꿈만은 아니다.


“이제 막 1단계 첫 삽을 뜨게 됐습니다. 일말의 실패조차 마음속에서 지우세요. 잘 될 겁니다.”


끄덕끄덕.


함께 조찬을 한 고위 임원진들이 차량용 버블헤드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류지호의 말은 마법이다.

지금까지 류지호의 말을 들어서 실패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으니까.


✻ ✻ ✻


조찬을 마친 임원들이 센텀시티 가온백화점 예정부지로 이동했다.

류지호를 필두로 가온그룹 임직원과 부산 시장,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부산시 관계자들과 부산지역 정치인, 향토 기업인들, 지역 유지들 천여 명이 참석해 가온타운 착공식이 거행됐다.

다채로운 식전 행사가 열렸는데, 동주여상의 고적대와 부산 출신 성악가의 ‘축배의 노래’가 그 중에서 가장 박수를 많이 받았다.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식전행사까지 마치고 가온 복합쇼핑문화단지 사업단장 홍현기가 사업의 진행경과 및 개발요지를 설명했다.


"백화점과 전문점 등 쇼핑몰을 핵심 테넌트로 개발하고 온천수를 이용한 아쿠아 랜드, 실내 아이스링크, 비디오게임랜드, 멀티플렉스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추가돼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쇼핑타운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센텀시티 가온타운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매출 2조원 규모에 고용인원이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지역 최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나친 과장이다.

그럼에도 적당히 부풀려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부산 지역사회가 만족하니까.

가온그룹의 전략기획실의 예측에 따르면 가온타운으로 인해 부산지역이 고용과 건설경기, 관광 수입 등으로 1조원이 넘는 직접적 효과를 거두고, 전체 산업과 연관된 경제효과는 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단계인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센터 가온백화점은 2006년에, 2단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센텀시티GOM과 디지털 센터는 2007년에, 3단계 가온호텔은 2010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후 2010년 초반에 최종 단계 사업인 도심형 테마파크가 마무리 된다.

가온백화점이 면세사업자 특허허가를 얻게 되면 면세점도 들어설 예정이다.

암튼 인사말은 가온그룹 회장 래리 킴이 했다.


"가온그룹이 부산에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센터를 개발하는 것이 유통과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서 가온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사회봉사, 환경친화사업, 장학사업 등 여러 부문에서 해운대구 더 나아가 부산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미래상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주요 참석자들의 축사들이 이어졌다.


“가온이 부산의 인력·기술·자재를 보다 많이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해운대 관광특구와 더불어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자리 잡길 기대합니다."

"사업부지에서 온천수가 발견된 것은 성공을 예견케 하는 길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순조롭게 건립되어 부산지역 경제 활성화와 부산의 문화휴식공간 확대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인사말도 축사에도 나서지 않은 류지호는 주요 인사들과 함께 기공식 발파버튼을 눌렀다.


꽈과광!


가온타운 부지가 흙먼지가 비산하면서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축하드립니다. 의장님!”

“드디어 숙원사업인 센텀시티 개발의 포문이 열리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류지호와 악수를 나눠보고 싶어 몰려들었다.

얼굴을 도장이라도 찍어볼까 해서 기웃거리는 이들도 많았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악수를 못해서 안달들이다.


‘정치인들이 하도 악수를 많이 해서 손금이 다 없어진다고 하더니....’


발파식 이후에는 테이프커팅 대신에 축하떡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했다.

진행요원들이 축하떡을 참석자에게 나눠주었다.

가온그룹에서는 착공식을 기념해 참석자들에게 쌀과 떡을 나눴다.

전부 여주·이천 쌀로 만든 떡이다.

또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차원에서 행사참석 주민과 지역 영세민 등에게 10톤의 쌀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착공식 소식은 한국에서 화제가 된 것은 물론이고 특파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타진됐다.

아시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싶지만, 그 사업을 벌이는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류지호라면 국제뉴스로서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세계적인 경제신문에서는 거물 투자자 류지호가 왜 부산에 수 조원짜리 복합공간을 만드는지 분석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부산 센텀시티 개발, LA Playa Vista 개발, 정식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텍사스 주에 만들어질 테마파크까지.

한국의 매스컴도 아니고 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경제전문지 기사에서 ‘새만금’과 ‘아리울’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 기사를 국내 언론이 인용해서 내보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여담으로 센텀시티 가온백화점이 완공되면 연면적 10만여 평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백화점(연면적 6만46평)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우뚝 서게 된다.


✻ ✻ ✻


대전은 수십 개의 정부 출연 기관과 민간 연구소가 모여 있는 대덕연구단지를 보유한 과학도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덕연구단지는 연구·학원 특화도시로 생산시설이 허용되지 않았다.

1999년 대덕연구단지관리법 개정을 통해 연구 성과의 실용화 및 벤처기업 입주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0년 9월에는 대덕연구단지를 산·학·연 복합단지로 발전시킨다는 취지의 대덕밸리 선포식을 가졌고,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을 대덕연구밸리 안의 기업에 즉각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대덕연구단지에 가온그룹 산하 R&D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특수영상산업 육성을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로 삼고 더해 남들은 HD시대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을 때, 홀로 UHD 시대를 내다보며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R&D센터다.

단지 내 5만 6천 평을 확보해서 DMC(디지털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중심으로 IP(지식재산권)센터, 소프트웨어센터, 디자인센터, AI & Data Intelligence 센터, Life Care & New Experiences센터, Security R&D 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가온그룹의 미래 사업역량 강화에 핵심 기능들이 모여 있는 셈이다.

최근 류지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액션스턴트 특수 장비와 아쿠아 스튜디오를 보유한 액션영상연구실이다.

이 연구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시각특수효과(VFX) 분야의 특수촬영에까지 시야를 확장하고 있는데, 과학도시 대전의 특수성을 살릴 생각이다.

가령 ‘리모트컨트롤 수중촬영장비’라든가, ‘게임엔진 기반 프리비즈 시스템’ 그리고 ‘스마트 와이어액션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촬영 특수 장비에는 자이로, 모터, 자동제어, 스마트 기술 등이 융합되고, 수중촬영용 하우징과 크레인은 D-Origin 카메라 규격에 맞춰 개발 중이다.

한국우주항공연구소에서 무인항공기 개발을 본격 착수했다.

민간부문에서는 아직 손 댈 수 없는 분야다.

장난감용 드론은 일부 허용되긴 했지만, 영상 촬영용 드론은 규제 때문에 제작할 수 없어 시험비행조차 여의치 않았다.

류지호를 수행하고 있는 가온 R&D 캠퍼스 연구소장 유영기가 입을 열었다.


“모든 걸 저희 연구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진 않습니다.”

“대전 지역 대학과 협조가 잘 이루어지는 모양이군요?”

“일부 연구는 대학들에게 연구용역을 주고 있습니다.”

“용역을 주고 있는 연구분야가 뭐가 있습니까?”

“대표적으로 전자제어 와이어액션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대덕연구단지의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촬영현장에서 배우나 스턴트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고난도 액션을 연기할 때 인력을 동원해 줄을 잡아끄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겁니다. 안정성이 뛰어난 모터가 마치 사람이 직접 잡아끌 듯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와이어 조종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류지호는 가타부타 말을 삼갔다.

연구소장의 생각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도 비슷한 와이어액션 시스템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 촬영현장에서는 잘 쓰지 않았다.

스턴트팀이 가진 수십 년의 노하우에 비해 스마트 제어라는 것이 너무나 기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뒤집어 지는 것이라든가, 사람이 수십 미터 공중에서 낙하하는 것 같은 위험하고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기술이 될 것 같긴 했다.


“영화 <매트릭스>가 보여준 플로모션 촬영기법을 응용한 모션캡쳐 시스템을 통해서 향후 게임엔진 기반의 프리비즈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프리비즈(Previs)는 사전시각화 작업을 이르는 용어다.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기존 CG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연구소장은 류지호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려주었다.

가온 디지털연구실이 준비 중인 모션캡처 등 가상스튜디오 시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보였다.

상인물이나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영화, 드라마 제작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으로 게임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


“디지털연구실은 연구 개발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용 스튜디오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와 같은 가상캐릭터와 가상공간을 활용한 영상제작에 있어서 제대로 된 파이프라인도 없습니다. 영상기술들이 집적된 전용 스튜디오와 한국영화에 최적화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 한국영화 소재 선택의 폭도 넓히고 제작 능력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소장은 과학자라기보다 정치인이나 관료 같았다.

어찌나 입에 꿀을 바른 듯 말을 잘하는지.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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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51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9 116 24쪽
510 MUJU Rock Festival! +2 23.05.25 3,142 127 21쪽
509 류지호 사단. (5) +4 23.05.24 3,178 118 23쪽
508 류지호 사단. (4) +12 23.05.23 3,153 146 26쪽
507 류지호 사단. (3) +9 23.05.22 3,198 119 25쪽
506 류지호 사단. (2) +11 23.05.20 3,230 107 25쪽
505 류지호 사단. (1) +5 23.05.19 3,255 117 24쪽
504 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5 23.05.18 3,141 118 24쪽
503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2) +10 23.05.17 3,154 131 26쪽
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6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5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0 134 24쪽
499 Action Camera. +5 23.05.13 3,133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0 125 25쪽
497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1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0 119 25쪽
495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7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9 120 24쪽
»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20 111 23쪽
492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3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7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0 115 25쪽
489 무럭무럭 커라! (2) +4 23.05.02 3,352 109 26쪽
488 무럭무럭 커라! (1) +4 23.05.01 3,420 114 27쪽
487 자원이 남을 때는 멀티를 건설하라.... +3 23.04.29 3,467 114 25쪽
486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0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20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8 12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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