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297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5.11 09:05
조회
3,191
추천
111
글자
22쪽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투자자와 벤처기업가로 인연을 맺었지만, 류지호의 친구가 된 동갑내기가 한 명 있다.

풍운아 일론 리브스다.

비록 PayMate 최고 경영자에서 쫓겨났지만, A-Web에 회사가 매각되면서 1.6억 달러라는 큰돈을 손에 쥐게 돼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일론 리브스는 PayMate 매각으로 받게 된 막대한 돈의 일부를 시드머니 삼아 민간우주탐사기업 MARS-X Corp.을 설립했다.

처음 계획은 러시아의 오래된 로켓을 사서 핵탄두를 제거한 뒤 활용하려고 했다.

러시아까지 날아가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직접 우주로켓을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우주탐사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오랜만에 웨스트우드 집무실에서 류지호와 일론 리브스가 마주했다.

일론 리브사가 미심쩍은 투로 입을 열었다.


“나보다 그레이엄 가문의 우주항공회사가 더 가능성 있지 않아?”


이전 삶에서 너무나 유명했던 일론 리브스의 행보를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다.

대니얼 그레이엄이 야심차게 벌이고 있는 우주항공사업보다 이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는 네 꿈과 야망이 더 마음에 들어.”


민간우주기업은 일론 리브스만 생각한 것도 아니고, MARS-X Corp.이 처음도 아니다.

한때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아이디어가 실행되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모두 실패했다.

민간에서 우주탐사를 담당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정부기관이나 군에서 퇴직한 엔지니어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손때가 묻어 벤처캐피탈을 전전하고 있다.

현재도 민간우주기업이 계속해서 설립이 추진되거나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절대다수는 아이디어만 멋있는 흔한 벤처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어쨌든 일론 리브스의 MARS-X Corp.은 이전 삶에서 오랜 역사의 군산복합기업들과 대등한 항공우주기술로 성공신화를 썼다.

그 같은 MARS-X Corp.에 초기투자에 류지호가 빠질 수가 없었다.


“러시아에 함께 간 동료들조차 내가 구상하고 있는 로켓 개발 성공 가능성을 10%도 채 안 보고 있어."

“대형 군산복합체나 우주항공사에서도 성공을 점치기 어려운 분야가 로켓 재사용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친구들에게 내게 투자하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어.”

“.....?”

“왜냐하면 친구들의 돈을 날리고 싶지 않으니까.”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돈 주머니처럼 보였나봐?”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다.

그저 농담으로 응수했을 뿐.

하지만 일론 리브스는 진지하기만 했다.


“넌 내게 둘도 없는 좋은 친구야. 너 역시 괴짜라서 내 꿈과 이상을 이해해 줄 거 생각했어.”

“아부하지 마. 어떤 말을 해도 9,000만 달러 그 이상 더 내줄 수 없으니까.”


류지호는 PayMate를 매각하고 9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그 중에서 9,000만 달러를 MARS-X Corp.에 투자했다.


“일론, 난 네 아이디어에 투자한 게 아니야.”

“....?”

“너라는 사람에게 투자한 거야.”


일론 리브스가 한껏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대중들은 엉뚱하고 붕 떠보여서 사기꾼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일론 리브스는 상당히 용의주도한 성격이다.

고집도 엄청 센 편이다.

류지호에겐 더 없이 차분하고 순한 양이 된다.

또래에서 안 그런 이가 몇이나 될까 싶지만.


“네가 도전을 멈추지 않길 원해.”

“걱정 마. 사람들은 내 성공의 겉모습만 봐. 그 안에서 겪었던 어려움에는 관심이 없지. 너는 내가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 중에 거의 유일한 사람이고. 그런 나를 지지해주는 든든한 지원자이기도 하고.”

“친구잖아.....”


마법의 단어 ‘친구‘는 사기 칠 때도 중요하게 쓰인다.


“어떤 잡지에서 친구의 정의에 대해 응모를 했어. 1등이 뭐였는지 알아?”

“정답을 말해도 돼?”

“친구란 온 세상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류지호도 잘 아는 말이다.

자신의 영화에서 대사로 써먹었던 말이기도 했고.


“나를 찾아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일론 리브스의 화성이주 프로젝트를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준 유일한 친구가 류지호다.

게다가 류지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행운의 부적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의 투자를 받지 않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PayMate를 거치며 일론 리브스는 경영권에 대해 큰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사업을 함에 있어서 자신의 경영권을 절대적으로 보장받기로 굳게 다짐했다.

단 류지호는 예외다.

얼마든지 지분을 양보할 수 있다.

자신의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고 있으니까.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한 분야에서 최고 정점에 올라서면 된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는 10%도 안 된다.

그 10% 중에서 한국계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수인종 중에서도 소수인종이란 의미다.

그런 듣도 보도 못한 나라 출신이 할리우드 파워맨이 되었다는 것은 인종과 상관없이 다른 레벨로 취급받는 것이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서른도 되기 전에 실리콘밸리 최대투자회사와 복합미디어 그룹을 소유한 유일무이한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은 덤이다.

닷컴버블 열풍을 타고 미국에서 억만 장자가 된 청년 사업가가 꽤나 많아졌다.

일론 리브스 역시 ZipⅡ와 PayMate의 지분을 매각한 것만으로 2억 달러대 자산가가 되었다.

류지호와 일론 리브스는 이른 나이에 크게 성공한 청년 사업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대중들은 알지 못한다.

크게 관심도 없다.

세상에 운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과정보다 결과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은 외면하곤 한다.

사마천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예양이란 자객의 일화가 나온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나오지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말은 따로 있다.


[내가 모시는 사람을 두 마음을 갖고 모시면 안 된다.]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다가 돌아서면 돌변해 욕해대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 됐다.

그런 면에서 일론 리브스에게 류지호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만든 우주선이 무사히 지구를 벗어나는 날이 온다면 첫 번째로 우주로 여행하는 건 Jay, 바로 너야. 약속 해.”

“기대할게. 부디 내가 살아 있을 때 화성으로 보내줘.”


일론 리브스는 PayMate 매각 후 MARS-X Corp. 이듬해에는 전기자동차 회사 Wardenclyffe Motors, 2004년에는 태양광발전 회사 Solar energy Corp.을 연달아 창업한다.

2008년까지 MARS-X Corp.의 로켓발사가 세 번 실패한다.

Wardenclyffe Motors는 같은 해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부도 직전까지 몰린다.

그 같은 악재들을 극복하고 결국 성공신화를 쓴다.

사실 MARS-X Corp.이 우월한 기술력을 쌓았기에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일론 리브스는 MARS-X Corp.의 성공을 위해 지독하게 행동한다.

NASA로부터 입찰 기회를 얻기 위해 수년에 걸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Googol 퇴사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회사를 LA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임직원들을 마른수건 쥐어짜듯 엄청난 업무강도로 내몬다.

어쨌든 일론 리브스는 미국의 높으신 분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뿐만 아니라 NASA의 은혜를 입게 된다.

현실적으로 민간우주개발 시장에서 NASA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훨씬 전부터 민간 부문에서 로켓과 우주선의 청사진이 넘쳐났다.

이들을 물리치고 NASA의 간택을 받은 경쟁력 자체가 일론 리브스의 역량이다.

누가 뭐라고 하던지 비즈니스맨으로서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은 것만은 틀림없다.


‘괴짜라기보다는 거침없는 전략가에 가깝지.’


외골수적인 성향이지만 그 만큼 강력한 추진력이 일론 리브스를 끝내 성공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일론 리브스가 전기차와 기타 비즈니스에서 롤러코스터 경영을 하더라도 항상 믿음직했던 것은 MARS-X Corp.라는 히든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좌충우돌하는 비전가 일론 리브스와 조화를 이루며 MARS-X Corp.를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을 만든 일등 공신 그윈 로울리(Gwynne Rowley)가 대관과 재무업무를 보는 한은 류지호가 이번 투자에서도 실패할 리가 없었다.


❉ ❉ ❉


한일월드컵이 막 개막할 시기.

캐나다에서 반가운 친구가 웨스트우드 사무실을 찾아왔다.

또 하나의 대형 비즈니스를 함께 하기 위해서.


“헤이, Jay~"


류지호가 사무실로 들어와 인사를 건네는 남자를 껴안았다.


와락.


“하하. 어서 와라!”


UCLA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에이든 해멀스(Aiden Hamels)다.

신입생으로 만났을 때는 뽀얀 얼굴, 아담한 체격, 안경잡이 십 대 소년이었다.

10년을 훌쩍 넘겨 삼십 대가 된 에이든은 지적이고 샤프한 비즈니스맨이 되어 있었다.

UCLA에 다닐 때만 해도 수줍은 소년 같았지만, 사실은 캐나다 퀘벡주 최대 투자회사 Hamels Capital Management 오너 가문의 외아들이자 상속자다.

시간은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던 소년을 어엿한 청년으로 변모시켰고, 사회생활의 풍파는 냉철하고 단단한 심장을 선사했다.

에이든의 가문이 운영하는 Hamels Capital Management는 Life Financial, Home Capital, Home Trust, Investment와 같이 보험, 부동산, 투자, 신탁을 망라한 종합투자신탁회사다.


“바쁠 텐데 오라고 해서 미안해.”

“아니야. 합작사업에 나를 끼워줘서 내가 고맙지.”


한국의 BS 엔터테인먼트는 류지호의 Loews Cineplex 인수합병 컨소시엄 참여를 거절했다.

그 대안으로 친구 에이든을 끌어들였다.

에이든은 UCLA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가문의 사업과 자신의 진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부모님은 에이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한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류지호가 캐나다의 기업들을 입수·합병하는 걸 지켜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다.


“투자회사 업무는 할 만해?”

“그럭저럭. 그동안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게 됐어.”

“친구.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버릇은 좋지 않아.”

“난 퀘벡이란 작은 땅에 머물러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나봐.”


에이든의 말투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소심하고 부끄럼쟁이였던 눈빛도 보이지 않았다.


“넌 퀘벡의 아이야.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이유 때문에 간혹 사람들이 퀘벡을 국수적이고 대단히 보수적인 곳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퀘벡은 다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포용하기 위해 무척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걸 난 알아.”


류지호는 캐나다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다.


“네가 살아가는 퀘벡주 몬트리올은 캐나다 금융의 중심이잖아.”

“네 덕분에 견문이 넓어진 것 같아.”


한창 방황하고 있던 에이든을 류지호가 불러다가 GARAM Invest 인턴으로 넣어주었다.

의형인 매튜 그레이엄에게 에이든을 따로 가르치라고 부탁도 했다.


“견문이라... 견문보다는 널 감싸고 있던 껍질이 벗겨졌다고 하는 말이 맞겠지.”


그동안은 에이든은 부모님으로부터 과보호를 받고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어. 난 확실히 스티나 테런과 달리 안전한 삶을 꿈꿔왔던 것 같아. 정말이지 뉴욕과 유럽에서의 생활은 환상적이었어. 네 말처럼 세상은 정말 넓고 할 일은 넘쳐나더라.”


GARAM Invest 인턴으로 근무할 때만 해도 자신 없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젠 아니다.

열정이 느껴졌다.


“많이 깨달았어. Jay, 아니지 chairman 지호 류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완벽하게 알 수 있었으니까.”


에이든의 입에서 의장이란 호칭이 나왔다.

사실 GARAM Invest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에이든은 친구 류지호에게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이 다이아몬드 수저 출신이었으니까.

딱히 류지호가 어떤 지위에 있든 개의치 않았다.

이젠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류지호의 내밀한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까.


“그런 표현은 참아줘. 나중에 스티에게 잔소리 듣지 않으려면.”


룸메이트였던 스티브 데이커는 류지호의 카투사 근무 당시 마이클 모하임과 함께 면회를 왔었던 친구다.

이후로 Snowstorm North의 개발자로 근무했다.


“스티는 아직 샌프란시스코에 있어?”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을 거야.”

“네 조국에서?”

“한국의 게임 회사에 파견 나가 있거든. 내년에 Snowstorm으로 복귀할 걸?”


스티브 데이커는 Snowstorm North에서 <디아블로> 시리즈를 개발하다가 SPECTRUM Home Entertainment 산하의 게임개발사 Mirinae Games에 파견 나가있다.

그곳에서 개발하고 있는 TIMELY의 <X-맨> 실사영화의 비디오게임 슈퍼바이저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총감독(Creative Director)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랬구나. 테리는?”

“헌츠빌에.”

“미사일 만들어?”

“설마 그러겠어?”


공돌이었던 테렌스 월킨스(테리)는 미국 4대 방산기업인 Americal Appliance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군수기업이지만 교통신호 통제장치나 민간공항 관제 장치 등도 개발하고 있었는데, 테렌스 월킨스는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다녀온 소감은 어때?”

“사람들이 다 친절하더라. 내가 TV에서 보던 것과 실제 경험한 한국은 너무 달랐어. 사람들이 전쟁 때문에 긴장하며 살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매우 밝고 역동적이더라고.”

“어째 유머가 많이 는 거 같다?”

“유머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사실 한국에서 가온 컴퍼니를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잘못된 판단을 할 뻔했어.”


‘영화 사업은 가온 그룹의 일부일 뿐이란다.‘


에이든이 한국에서 보고 온 것은 WaW 엔터테인먼트와 극장사업뿐이다.


“오성그룹의 가족 회사가 영화사업에 들어왔다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영화산업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진 않아.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미국의 JHO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도 않았다면서?”

“운이 좋았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때 과감하게 움직인 것이 주요했지. 현재 한국의 영화사업을 총괄하는 분이 베테랑이기도 하고.”


가온그룹의 영화사업은 류지호의 참견 없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aW의 박건호 대표와 극장체인의 오동석 부사장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 풍부한 경험이 없었다면 회사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영화 시장은 1,000억 정도로 작았다.

대기업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인프라에 투자한 것은 밑바닥에 돈을 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화진흥공사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해야 할 것까지 오지랖을 부렸으니까.


“나한테까지 겸손 떨지 않아도 돼.”

“건설과 증권사 M&A나 그런 부분도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판단하고 결정한 부분이라서. 말하고 보니까 딱히 내가 한 일도 없네.”

“뛰어난 전문경영인들 덕분이라. JHO의 성장도?”

“당연하지. 너도 뉴욕에서 일하는 사람들 경험해봐서 알잖아.”

“한 명 한 명이 엄청난 연봉과 인센티브를 챙겨가더라.”

“나라고 놀고만 있진 않았지만. 그러면서 실패도 해보고, 그걸 교훈 삼아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뭐 진부한 이야기지.”

“일이라면 나도 밤잠을 자지 않으면서 열심히 했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거나 풀리지 않더라. 근데 넌 달라.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손대는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잖아. 솔직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에이든은 류지호의 모든 걸 배우고 싶었다.

나름 조사도 해보았다.

주식시장에 공개된 회사들이 아니었기에 정밀한 기업분석을 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류지호가 소유한 회사 중에서 적자로 고생하는 곳은 없었다.

심지어 이번에 합작하기로 한 한국의 가온그룹도 무차입경영에 가까운 기업운영을 하고 있었다.

에이든이 조사한 한국 재벌 대기업들의 평균 부채율은 450%가 넘었다.

류지호가 소유한 가온 컴퍼니만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성공한 것은 아니야. 실패는 잘 알려지지 않으니까. 내 성공 비결을 알고 싶다면 한 가지만 말할 게. 나는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믿는 편이야.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야. 내가 먼저 신뢰를 보여야 상대도 마음을 열더라고. 믿음의 판을 깔아주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더라고.”


미래를 알고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대응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끝까지 믿고 모든 걸 맡긴 것 또한 사실이고.

류지호가 실패할 수 없는 이유 중에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 휘하의 사람들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끔 판을 잘 깔아주는 것도 있다.


“사람을 믿는다.... 그랬어. 넌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번 친해지면 친구를 의심하지 않았어. 동정심과 연민이 많은 친구였고.”

“......”

“그런데, 난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야. 이십대에 이미 대기업을 일군 너의 비밀이 궁금했어. 세계 어딘가에는 너처럼 자수성가로 엄청난 성공신화를 쓴 사람도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도 2차 대전 이전에나 가능했던 일이었어. 미친 생각일지는 몰라도 난 네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니까”


한때 사람들은 파커가문과 류지호의 영화 같은 스토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영웅 마케팅을 한다고 여기기도 했다.

유대계 입김이 워낙 막강한 할리우드에 진입하기 위해 미국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를 입혀서 영화 비즈니스의 얼굴마담으로 삼았다고도 했다.

그럴 정도로 류지호의 성공은 이론으로 또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세기의 천재‘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음모론에 심취한 자들은 한국의 권력자의 막대한 부를 파커가문이 세탁해준다는 소설을 쓰기도 하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자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는 사람까지도 있다.

벼락부자가 곧잘 탄생하는 미국에서조차 불가사의한 성공신화라서 온갖 설들이 난무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성공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긴..... 하하.”


류지호는 웃음으로 말끝을 흐렸다.


“누군가 네 성공스토리를 낱낱이 분석한 후 연구해 줬으면 좋겠어. 그 연구결과로 성공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교재로 사용할 수 있게.”

“사업이든, 이루고자 하는 무엇이든 나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걸까? 만약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걸. 시기와 운도 따라야 하니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할 줄 알고 사업의 시기도 좋았다는 거야. 그리고 운도 따랐고.”

“네 말대로라면 넌 정말 천운을 타고난 것이네. 아니면 능력이 뛰어난 것이거나. 운만으로는 지금의 네 모습이 설명이 안 되니까....”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에이든의 어깨를 툭 쳤다.


“미안하다. 너에 대한 질투와 내 넋두리만 늘어놓은 것 같네.”

“친구야.... 너 자신을 위해 성공을 열망하는 거야? 아니면 다른 누구를 위해서?”

“.....”

“남들이 네게 주입한 성공이란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난 월가의 지인도 많고, 실리콘밸리 벤처 창업가들도 많이 알고 있어. 그들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야. 실패는 그들에게 벗이자 스승이지. 나도 마찬가지야. 지난날의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매일매일 나에게 충고하거나 엄하게 꾸짖고 있어.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과거의 실패들이야.”


에이든은 류지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에이든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류지호는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


GARAM Invest에서 경력을 쌓은 에이든은 가문으로 돌아가 퀘벡 최대 금융회사로 옮겼다.

회장인 할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룸메이트가 지호 류라고 하지 않았어?”

“1년 동안 함께 생활했어요.”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예.”

“그와 친교를 나누며 배울 점이 있으면 배워. 성공한 사람의 좋은 점과 사고방식을 훔치는 건 좋은 도둑질이다.”


할아버지이자 가문의 큰 어른의 조언을 빙자한 명령이었다.


‘이 녀석은 대학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도 없지....’


에이든은 새삼 UCLA 재학 시절 류지호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떠올려봤다.

문득 엔지니어의 길 대신 금융가로 진로를 바꾼 것은 류지호에 대한 질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에이든이 차를 홀짝이고 있는 류지호에게 사과했다.


“아, 미안”

“에이든.....”

“응?”

“아직 네 시간이 오지 않았을지도 몰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기회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기회라... ”


그런 말이 있다.

기회란 거북이처럼 찾아오고, 토끼 같이 사라진다는.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니면 기회가 아닐지도 몰라. 수많은 경우의 수와 매혹적인 제안이라도 그것을 기회라고 착각하면 안 돼.”

“충고 고마워.”

“친구끼리 뭘....”

“이번 합작 건 멋지게 처리할게. 이 인수합병 건을 완벽하게 마무리 한다면 그것도 기회일지 모르지.”


사적인 대화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이야기로 전환됐다.


“회장님께 허락 받았어?”


에이든이 힘차게 대답했다.


“응! 투자하시겠대.”


작가의말

Wardenclyffe - Tesla, Inc

워든클라이프 탑(Wardenclyffe Tower)에서 따왔습니다. 니콜라 테슬라가 세운 실험적인 무선송시설이었다는데, 미국에서 영국까지 전신, 전화, 화상 전송 심지어 무선으로 전력 전송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했다고 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52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9 116 24쪽
510 MUJU Rock Festival! +2 23.05.25 3,142 127 21쪽
509 류지호 사단. (5) +4 23.05.24 3,179 118 23쪽
508 류지호 사단. (4) +12 23.05.23 3,153 146 26쪽
507 류지호 사단. (3) +9 23.05.22 3,198 119 25쪽
506 류지호 사단. (2) +11 23.05.20 3,231 107 25쪽
505 류지호 사단. (1) +5 23.05.19 3,256 117 24쪽
504 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5 23.05.18 3,141 118 24쪽
503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2) +10 23.05.17 3,154 131 26쪽
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7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5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1 134 24쪽
499 Action Camera. +5 23.05.13 3,134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1 125 25쪽
»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2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2 119 25쪽
495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7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9 120 24쪽
493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20 111 23쪽
492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3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7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0 115 25쪽
489 무럭무럭 커라! (2) +4 23.05.02 3,352 109 26쪽
488 무럭무럭 커라! (1) +4 23.05.01 3,421 114 27쪽
487 자원이 남을 때는 멀티를 건설하라.... +3 23.04.29 3,468 114 25쪽
486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1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20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8 128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