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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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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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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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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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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무럭무럭 커라!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끔 골질하는 기레기.... 야, 기레기라는 말 네가 붙였다며? 기자와 쓰레기 합쳐서.”

“옆으로 새지 말고! 얼른 본론만 말해.”

“검찰의 수사확대 과정에서 명단에 오른 8명의 기자들 가운데 스포츠백원에서 스포츠투데이로 자리를 옮긴 모 부국장이 긴급히 해외에 나갔거든. 도피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고, 최근 또 다른 신문의 부장급 기자도 해외로 도망갔대.”

“뭘 새삼스럽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구만.”

“현재까지 확인된 거로는 1인당 뇌물의 누적 액수가 많게는 수천만 원대라더라. 그래서 단순 촌지 사건을 넘어서 '제2의 윤호식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지.”

“그게 다야?”

“더 큰 게 남아있지.”

“탈세와 제작비 유출이냐?”

“너는 미국에 있어서 잘 몰랐겠지만, 충무로가 좀 개판이었어.”


개판이 아니었던 적이 거의 없는 충무로판이다.

류지호로서는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최근 2~3년간 영화계가 좀 호황이었냐? 그 사이 4,000억 원대의 투자자금이 충무로로 흘러들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거든. 영화계의 경영상의 문제, 수익분배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있을 거야.”


류지호가 보기에 파장은커녕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너야 그런 폭탄이 터지면 좋다고 할 테지만.”

“자업자득이야. 탈세나 경영투명성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아직 산업으로서의 파이가 크지 않았고 영화는 산업이기 전에 문화다라고 외치며 자정 노력을 소홀히 해온 결과지.”

“이게 좀 그런 게. 검찰수사가 공정위의 영화계 불공정행위 조사와 맞물려서 크게 확대되면 연예계가 한 번 뒤집어 질 수도 있거든. 다온로펌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아마 곧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 40곳에 전면적 실태조사가 들어간대.”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표준상영계약서도 만들어지고, 독과점 문제도 좀 손 보고, 영화산업 노조도 좀 출범하고.”


황재정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류지호를 노려봤다.


“남의 일처럼 말한다?”

“자체적으로 자정이 안 되면 법의 힘이라도 빌려야지.”

“매니지먼트 CHAN도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어. 까딱 잘못하면 WaW의 박건호 대표님까지도 검찰 조사 받으러 가셔야 돼.”

“박 대표가 구멍가게 사장이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

“검찰에서 걸겠다면 도리가 없잖아.”

“기껏 부른다면 참고인 조사 정도이겠지.”

“그러면 다행이겠지만.”

“공정위에서 BS를 콕 찍어서 조지고 있다 그거지?”

“잘못하면 판도라 상자 열리게 생겼어.”


류지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판도라 상자씩이나....”


BS그룹 회장은 2년 전 액면가 5,000원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BS 엔터테인먼트 주식 76억 원어치를 구입해 올 2월초 코스닥 상장을 하면서 1,5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낸 것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영화담당기자 뇌물 사건 수사 대상에 오른 주브 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가 주브인베스트먼트라는 대목도 의미심장했다.

주브 인베스트먼트는 구화제약 전환사체(CB)인수 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문제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여당과 금감원이 제1 야당 총재의 아들과 연루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했다.


"검찰이 구화제약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거든. 여기에 특정인이 연루됐다는 비공식문건이 돌고 있나봐.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함께 살펴볼 계획이래.“

“주가조작이라.....”

“주브 인베스트먼트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구화제약 주식으로 약 2억 원어치 사서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 적발됐나봐. 그 사건이 작년에 검찰에 고발됐대. 주브의 대주주이자 구화제약 이사에 대해서 주식소유 변동 보고 위반혐의로 조사 중이야.“


주브 엔터테인먼트는 영화계에서 반 WaW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나래안전의 장문식 이사팀이 관여한 것은 아니었다.

암튼 영화기자 촌지사건과 주가조작 사건이 맞물리면서 검찰의 이번 영화계 수사는 상당한 파괴력을 지닌 정치·경제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제2의 윤호식 게이트'이상의 '판도라 상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는 조사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지. 핑계도 좋다.”

“검찰이 회장인 오빠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여동생이 해외 인수합병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냐?”


때에 따라서는 이희경 부회장이 오빠 대신 회사를 책임져야 할지도 몰랐다.


“어떻게 할래? 광성이나 올리온 쪽과 접촉해 볼까?”

“됐어. 나머지 쭉정이들과 합작할 바에야 JHO와 합작하는 게 나아.”

“광성과 올리온이 쭉정이였어?”

“재정아....”


류지호가 황재정을 그윽하게 쳐다봤다.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마 쫌. 징그러워!”

“혹시.....”

“가온 단독으로 되냐고?”

“그런 건 걱정 안 돼.”

“그럼 뭐?”

“전에 오성이 미국에서 회사채 발행했잖아?”

“뜬금없이?”

“가온도 해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얼마나?”

“.....5억?”

“달러?”

“응.”

“미친 놈! 그건 오성전자나 가능한 거고!”

“지금 미국 금리가 1.75%로 40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건 알지?”

“그러지 않아도 전략실에서 양키본드 발행을 검토하긴 했어. 네가 싫어할까봐 보고를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양키본드(Yankee Bond)란 외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행,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달러화 표시채권을 가리킨다.


“내가 왜 싫어해?”

“무차입 경영을 추구하시는 오너 아니셨습니까. 우리 의장님이.”


지난 1997년에 오성전자는 양키본드 1억 달러를 발행한 적이 있었다.

만기 30년짜리 회사채였다.

그 다섯 배에 해당하는 달러화 표시채권을 발행하겠다는 거다.


“현재 그룹의 여유자금은 어때? 혹시 알고 있냐?”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을 걸? 주식에 잠가놓은 돈......”

“그건 건드리는 거 아니고. 올 해 안에 한 번 더 기회가 오긴 할 것 같은데.....”

“무슨 기회?”

“뭐겠어? 다시 한 번 폭락한 주식 쓸어 담을 찬스겠지.”

“그러고 보니, McIntosh 주식이 오를 거라며?”

“안 올랐냐?”

“쭉쭉 빠지고 있어.”

“그럴 리가?”


JHO Ventures에서 마지막 보고를 받았을 때 아이팟이 꽤 잘 팔리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주식이 안 올랐다?


“10달러 아래로 폭삭 주저앉았어.”

“McIntosh은 신경 끄라고 해... 아니 신경 쓰라고 해야겠다. 주가가 계속 빠진다는 이야기는 똥값에 다시 한 번 쓸어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McIntosh는 잡스 할애비도 안 될 것 같은데.....”

“엔론 사태 이후로 글로벌크로싱, 월드컴 이삼연타 때문에 월가가 말도 아니니까.”

“금융위기가 오는가 싶어 얼마나 가슴 졸였는데.”

“아직은 아냐. 암튼, McIntosh는 안 망해!”


McIntosh의 주가는 1998~1999년 2년간 큰 폭으로 뛰었다.

닷컴버블에 힘입어 98년에는 212%, 99년에는 151%나 올랐다.

주가 상승 요인에는 1997년 9월 스테픈 잡스의 복귀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 들어 IT버블이 꺼지면서 McIntosh 주가도 급락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크게 밑돌 것이란 소식과 맞물려 12.88달러로 50% 가까이 떨어졌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주가 추락의 시작이었다.

내년 4월 McIntosh의 주가는 10년래 최저가인 6.56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다시 한 번 류지호를 비롯해 소유 기업들이 McIntosh 지분율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McIntosh는 이후 실적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2007년 12월에는 199.83달러로 치솟게 되고, 다음해 2월에는 부진한 실적 전망과 함께 119달러로 밀려났다가 이후 잠시 반등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치게 된다.

McIntosh의 주가는 2009년 1월 78.20달러까지 떨어진 뒤 급등하기 시작해 2011년 7월 말 400달러 이상까지 치솟는다.

마이폰, 아이팟, 마이패드 등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McIntosh 주가 10달러 아래서 계속해서 사들이라고 해.”


류지호가 점지해 주어서 실패한 주식투자가 단 한 번도 없었다.

McIntosh 주식을 사모으라고 하면 따르면 그만이다.


“그래서 Loews Cineplex는?”

“Moviemark의 미첼 회장을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어.”

“미첼 회장은 사이즈가 나오는 사람이냐?”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북미 10위 권 멀티플렉스 체인이야. MovieMark가 Loews Cineplex를 삼키게 되면 단숨에 4위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걸?”


다른 대안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JHO라면 몰라도 GOM Cinemas가 대등하게 합작을 할 수 있을까?”

“돼.”


확신에 찬 류지호의 말에 황재정이 입을 다물었다.


“이번 참에 GOM을 분사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 암튼 Loews Cineplex에 소닉과 워너-타임 지분이 있는데 둘이 합해서 50%가 넘을 거야. 지분을 안 내놓는다면 향후 GOM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그 둘과 함께 할 수도 있겠지. 특히 중국 쪽을 뚫을 때 함께 할 수 있을 면 좋고.”


참고로 Loews Cineplex는 미국에 2,965개의 스크린, 캐나다에 856개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극장체인이다.

1904년 이른바 ‘5센트짜리 극장’(nickelodeon)이라 불리던 단관 극장에서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것에서 출발해 무려 96년의 전통을 다져온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체인이기도 했다.

북미 멀티플렉스의 포화, 그에 따른 치열한 경쟁, 과도한 투자, 수익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불과 1년 만에 무려 8,000만 달러 가까이 부채가 늘어나 버렸다.

결국 Loews Cineplex는 파산 구제신청을 법원에 내리고 하고, 매각도 추진하게 됐다.

자구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365개 극장 중 22개, 캐나다의 114개 극장 중 25개의 문을 닫기로 했고, 앞으로 최소한 50개 이상의 극장을 폐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Carmike Cinemas도 있고 그 보다 작은 중급 규모의 극장체인이 있는데, Loews Cineplex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난 미국의 극장은 별 관심이 없어. 내가 보기에 미국 내 스크린 숫자는 좀 더 줄어야 한다고 봐.”

“얼마나?”

“2,000~3,000개 정도?”


2002년 현재 미국 내 스크린 숫자는 3만7천여 개로 집계되고 있다.

드라이브인 극장과 시골의 낡고 작은 동네 극장까지 포함한 숫자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미국의 극장이 아니야.”

“그럼 뭔데?”

“Loews Cineplex의 캐나다 극장 100개와 멕시코, 스페인 등 해외 극장의 지분이야.”

“한국의 씨네박스 지분도 있잖아.”

“있으나 없으나..... 암튼 GOM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선진국에 직접 들어가기는 여러 모로 부족한 면이 있어. 이미 해당 국가의 대형 체인이 자리 잡고 있고, 미국의 극장 체인도 들어가서 피 튀기는 점유율 경쟁 중이거든.”


GOM Cinemas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제로에 가깝다.

반면에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Loews Cineplex는 유럽 진출에 있어서 한국 브랜드보다 유리하다.


“Loews Cineplex를 얻게 되면 GOM은 스페인을 시작으로 독일을 거쳐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봐.”

“캐나다는?”

“JHO Company와 캐나다 정부 인사들이 관계가 돈독해. 캐나다 토종 기업들의 성장률이 놀랍다면서 툭하면 초청할 정도지.”

“하긴 DALLSA만 해도 최근 몇 년간 신규채용을 많이 했고, 워털루 대학과의 공동연구도 계속 늘려가고 있으니까.”

“특히 JHO 계열 제2 스튜디오를 밴쿠버나 토론토에 유치하려고 엄청 공을 들이는 모양이더라. 때마침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도 캐나다에 현지 프로덕션 시설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캐나다에? 로비 잭슨 감독이 있는 호주가 아니라?”

“캐나다 달러가 미 달러에 비해 약세잖아. 할리우드 영화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밴쿠버에서 많이 작업을 하고 있어. 거기 스튜디오와 인력들 수준도 우수한 편이고. 메이저 스튜디오의 일부가 옮겨간다는 것은 대규모 고용이 발생한다는 말이야. 때문에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제시하며 메타보이 회장을 꼬시고 있는 모양이더라.”

“Playa Vista는 어떻게 하고?”

“거기는 본진, 캐나다는 제1 멀티, 제2 멀티는 아시아 한 곳, 제3 멀티는 유럽의 한 곳....”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묶어서 제4 멀티쯤 되지 않을까?”

“지호야....?


황재정이 류지호가 지었던 것과 똑같은 표정으로 그윽하게 쳐다봤다.


“그 재수 없는 표정은 뭐냐?”

“진짜 내 친구 맞지?”

“식상해!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냐? 대가온그룹의 차기 전략실장님아?”

“정말 실감이 안 난다.”

“가온그룹의 넘버 쓰리라는 게?”

“넘버 쓰리는 아니지.....”

“대유그룹 전 회장이 그랬잖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내가 돈과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하고 싶은 건 더럽게 많다.”

“네가 돈이 왜 없어? 비공식 한국 최고 부자인 주제에!”

“우찬이는 왜 자꾸 뒤를 돌아봐. 할 말이 있어?”


조수석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고우찬이 움찔거렸다.


“아닙니다!”


황재정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어쭈? 저 놈은 또 웬 존댓말?”

“시끄럽고! 다솜방송에서는 꼭 홈쇼핑을 해야겠대?”

“그렇대.”

“홈쇼핑은 기존 대기업이 꽉 잡고 있어서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을 텐데....?”

“어차피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봐. 백화점과 향후 대형할인점, 그리고 인터넷서점과 DVD 대여서비스까지.... 통신판매하고 물류로 함께 묶기 딱 좋잖아.”

“그래도 택배까지 건드리는 건 너무 간 거 아냐?”

“문어발 확장이 아니라 수직계열화야.”

“말이 좋아 수직계열화지. 다 해먹겠다고 달려들었다가 거덜 나는 수가 있어.”


대유그룹 무역부문의 물류팀은 역사대로라면 종업원 지주회사로 분사해야 했다.

가온그룹이 (주)대유를 인수합병하면서 물류업무와 세관업무를 통합해 물류사업부로 독립시켰다.

가온그룹 물류분야에서는 3PL(배송, 보관, 유통가공 등 두 가지 이상 물류기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복합운송, 물류센터운영, 육상운송 업무를 하고 있고, 세관업무를 주요 업무로 해서 벌크선, 시멘트선, 자동차선, 탱커 등 해운선사 업무까지 하고 있었다.

여담으로 이전 삶에서 포항제철그룹이 무역부문을 인수한 후로 자원개발도 했다.

가온그룹 무역부문이 해외자원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였다.


“지금이야 택배회사가 대여섯 개 밖에 없지만, 갈수록 신규사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피 튀기는 출혈경쟁이 벌어질 걸.”

“안 그런 분야가 어디 있겠냐?”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서비스를 도입한 KAL그룹을 필두로, 한국통운, 경일로지엠, GLS 등이 택배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오성HTH, 유진, 로젠, 동부, 패밀리택배, 쎄덱스 등까지 모두 10여 개의 택배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여담으로 2006년부터 택배시장에 M&A 바람이 불며 본격적인 택배산업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대기업 간의 경쟁 심화와 후발기업들의 무리한 시장 확대 전략으로 인해 전체 택배시장의 수익성이 계속해서 악화된다.

2010년 중반에는 국내에만 줄잡아 20여 개의 택배회사가 영업을 하며, 시장 규모는 3조 2천억 원, 택배 물동량으로는 13~15억 박스로 성장하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망 업종이긴 했다.

백화점부터 인터넷서점 사업까지 벌이는 가온그룹 입장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류시스템에 택배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나쁜 전략은 아니다.


“알겠어. 나도 동의하는 걸로 할 게. 대신 추후 사업성이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매각할 거라고 전하고.”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 있다면 무조건 매각해야지.”

“너도 래리 아저씨 닮아 가냐?”

“물건만 사고파는 건 아니잖아? 기업도 필요에 따라 사고 팔 수 있는 거지.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황재정이 은근슬쩍 류지호의 기업 인수합병 경향을 꼬집었다.


“스탠퍼드에서 미국물 좀 먹었다 이거지?”


황재정이 창밖을 돌아보며 말했다.


“벌써, 전주에 도착한 모양이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실 한 번 들르지 않고, 서울에서 논스톱으로 달렸다.

전주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거리 곳곳에서 나부끼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붉은 깃발이었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것치고는 도시가 너무나 차분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직까지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주시민들조차 영화제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다.

외부인들만의 축제로 비춰지기도 했다.


✻ ✻ ✻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은 한국소리문화 전당이다.

시설 좋고 훌륭한 야외무대를 갖추고 있다.

다만 영화의 거리에서 떨어져 있는데다 셔틀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가 불편했다.

차창 밖으로 난감한 모습의 영화제 팬들이 여럿 스쳐지나갔다.

심지어 택시를 잡으려 해도 한참을 멍하니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다른 상영관에서 다음 영화를 예매해 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보였다.

황재정이 받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첫인상은 처음 열린 영화제 같다는 것이다.


“전주는 부산처럼 되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시작부터 삐걱거렸으니까.”


원래 신생 영화제들이 자리를 잡아가는데 3회까지의 여유를 둔다.

그렇다고 해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어느 때보다도 한산해 보였다.

본부 호텔인 가온타운 내 가온호텔로 향하면서 확인한 전주 극장가는 영화의 거리로 명명되는 곳에 극장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내부시설이나 전반적인 규모 면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였다.

때문에 구코아호텔 부지에 들어선 가온타운의 GOM Cinemas에 관객들이 붐볐다.

GOM전주 1관은 국내 10대 밖에 없는 디지털 영사기가 설치되어 있다.


- 대안, 디지털, 독립영화!


전주국제영화제가 표방하는 캐치프레이즈다.

전주의 핵심 극장부터 디지털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 당연했다.

영화제 메인 행사장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이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예술극장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외관을 갖추고 있고, 내부시설도 수준급이다.

그곳에서 초청객 인식표와 안내책자를 받은 류지호는 황재정과 고우찬만 대동하고 주요 행사장을 둘러봤다.

메인 행사장에는 디지털 툴박스(Digital Tool Box)라는 공간을 마련되어 있었는데, 온라인을 통해 좀 더 생생한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도하는 첨단기술을 선보였다.


“전주시 소재 공주영상정보대학과 계원조형 예술대학 등의 영상계열 학생들 약 80여 명으로 구성된 JIFF 기자단이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영화제 각종 행사를 촬영하고 디지털 툴박스에서 편집, 전국으로 방송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미리 대기라도 하고 있었는지 조직위 고위관계자가 류지호를 졸졸 쫓아다녔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빨리 이동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류지호가 한국소리문화전당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영화제 관계자뿐만 아니라, 팬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얼른 자리를 피해 본부호텔인 가온호텔에 짐을 풀었다.


✻ ✻ ✻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베를린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상 수상작 <복수의 꽃>이었다.

전주GOM에는 Eye-MAX 상영관이 갖춰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일반 상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꽤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국제영화제에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관객들을 전주로 끌어들였다.

반면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결정짓는 나머지 단편 영화·디지털 영화들은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는 객석의 곳곳이 비었다.

전주 시민과 외부에서 온 영화팬들 모두의 관심을 끌만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흥행에 실패했다.

류지호는 영화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렸다.

저녁에는 젊은 영화들과 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여 조촐한 회식자리를 가졌다.

<복수의 꽃>이 상영한 날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디지털 영화와 관련된 세미나에 연사로 나서 강연을 했다.

영화제를 축하하는 광대들의 창작 판소리 공연을 구경하며 가족을 떠올렸다.


‘레오나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걸....’


가족부터 떠올리던 류지호는 더 이상 없었다.

좋은 곳과 즐길 거리가 생기면 연인이 된 레오나 파커가 먼저 떠올랐다.

전주영상위윈회장이 말을 걸어왔다.


“서울로 돌아가십니까?”

“무주에 잠시 들릴 것 같네요.”

“혹시 시간 되시면 차를 대접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류지호는 전주를 떠나기 전, 전주 시내 전통찻집에서 영화계 인사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전주영상위원회장이 입을 열었다.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새해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사업이 상당 기간 시행이 불투명할거랍니다. 가온에서 전폭적으로 협조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많이 서운하시겠습니다.”

“아쉽긴 하네요. 관련 제도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데 어쩔 수 없죠.”


영화진흥위원회가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통합전산망 사업이 제도 미비와 극장 측의 비협조로 시작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통합전산망은 전산발권 시스템을 갖춘 전국 극장을 전산망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발권, 예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국 및 지역 관객수 집계 및 각종 통계자료를 만들 수 있어 한국영화산업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사업이다.

그러나 현재 통합전산망 참여 의사를 밝힌 극장은 가온그룹 산하의 GOM Cinemas뿐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인 BGV와 광성 등 주요 극장이 빠져 있어 올해 안에 정상적 운영이 힘들 것으로 보였다.

영화제에 참석한 젊은 감독이 류지호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참여하는 극장에 조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줄 것을 추진 중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가온에게는 불공평한 것은 아닐까요?“

“스크린쿼터 20일 감경만 해도 감지덕지지요.”

“요 몇 년 WaW 투자배급 영화들이 선전하고 있어서 극장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을 것 같은데요?”

“뭐든 갈등은 있는 법이죠. 독재국가나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잖아요.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죠. 서울시극장협회와 계속 논의하며 입장 차이를 좁힌다고 하던데, 잘되겠죠 뭐.”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사업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와 극장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극장주들이 문체부에 보내기까지 했다.

쟁점 사안은 발권 정보의 실시간 처리 문제.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발권 데이터를 매일 주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극장주들 사이에서 대세였다.

매일 발권 데이터를 주면 경영상 비밀이 모두 노출된다는 논리다.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관객을 집계해서 자료를 줄 수는 있지만 실시간 정보 처리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발권 정보가 공개되면 마케팅 전략 노출 등 경영상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긴다나.


‘개소리지.’


극장주들이 겉으로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속내는 스크린쿼터 일수를 며칠 더 감경 받거나, 조세혜택 외에 또 다른 당근책을 기대하며 버티는 것이다.

지방 극장주들은 대형 극장이 참여하는지 본 후에 결정할 생각에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고.

류지호에게 영화계 현안에 대해 하소연을 할 줄 알았다.

주로 통합전산망 사업이 주된 화제였다.

몇몇 감독들이 영화제 개막 직전 조직위에 참석 불가를 통보해 영화제 관계자들을 당황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 공식행사를 소화해준 류지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영화제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전주영화제위원장을 비롯해 영화인들이 우르르 찻집 밖으로 따라와 류지호를 배웅했다.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어려운 걸음 해주신 것만도 고맙습니다.”


류지호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경호원들과 함께 무주리조트로 떠났다.

이사회 의장이라고 해서 사업을 챙기는데 게으름을 피워선 안 된다.

전문경영인들이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경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정아, 너 언제 크냐?”

“놀리냐? 성장판 닫힌 지가 언젠데!”


류지호의 바람은 래리 킴 회장, 황재정 부회장 체제다.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이 가온그룹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된다면, 수집한(?) 기업들의 영상기술을 이용해 영화를 찍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있을 텐데.


“무럭무럭 커라 쫌!”

“다 컸다니까!”


작가의말

대유 계열사를 주인공 한국사업에 추가함으로써 오리지널에 비해 확정성이 넓어졌습니다. 오리지널에 비해 재계 순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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