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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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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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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호 사단.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화 제작사들이 메이저와 투자회사를 얼마나 바쁘게 들락거리든지.

충무로가 어떻게 개편이 되든지.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영화가 개봉된다.

7월 둘 째 주 금요일.

류지호가 연출한 <복수의 꽃>이 전국 8개 Eye-MAX 상영관(63빌딩 포함), 6개 디지털 상영관, 280개 일반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한국영화로는 <아유 레디?>, <폰>. <라이터를 켜라>, <긴급조치>가 있었고, 외국영화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맨 인 블랙Ⅱ>, <스타워즈 에피소드Ⅱ> 등이 있었다.

한동안 뜸했던 애니메이션이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대거 극장에 내걸렸거나 걸릴 예정이다.

월드컵 공식 애니메이션 <스페릭스>가 5월에 2002 한일 월드컵 개막과 함께 선보인 데 이어 6월에는 <지미 뉴트론>이 개봉되었다.

특히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 일본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국내 개봉에서 번번이 흥행 부진을 겪었던 재패니메이션의 한국 증후군을 깨뜨릴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작년 <슈렉>으로 LOG의 아성을 무너뜨린 DreamFactory는 <스피릿>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맞서는 LOG 애니메이션은 <릴로와 스티치>다.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에 식상한 관객들을 위해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도 개봉이 잡혀 있다.

Hues & Rhythm Studios의 자회사 Azuresky가 야심차게 준비한 애니메이션은 8월 초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2만 년 전 빙하기 동물들의 모험극을 그린 <아이스 에이지>는 당초 3D Eye-MAX DMR로 제작될 예정이었지만, 제작비와 제작공정상의 문제로 일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후속편을 제작하게 되면 3D Eye-MAX DMR 버전을 제작하기로 했다.

화제작답게 <복수의 꽃>은 첫 주말 서울 주요 상영관 매진을 기록했다.

류지호와 주요 출연진들은 매진소식에 즐거운 마음으로 홍보활동을 벌였다.

무대인사도 빼놓지 않고 다녔다.


- 똑같은 한국영화인데, <복수의 꽃> 화면은 왜 그런 거지? 몬가 반짝반짝한 느낌??

┖ 그러게요. 떼깔 정말 미쳤죠. 카메라를 좋은 거 써서 그런가?

┖ 한국영화 중에 파나플렉스 쓴 영화도 있었음. 근데 화질은 일반 카메라로 찍은 거랑 별 차이 없었음.

┖ 화질이 문제가 아니져 결국 미장센 문제인데 한국영화 감독들은 화면구도 같은 것이 매우 부족하죠 뭐가 좀 촌스럽고.


- 내가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알겠어. 스토리와 영상 모두 대박.

┖ 대단하니까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을 줬겠지.

┖ 솔직히 스토리는 별 거 없던데... 복수 하는 거 빼고 나중에 안동하회탈 나와서 뭔가 있어보이는 거 말고 잘 모르겠던데....

┖ 복잡한 이야기라고 해서 좋은 이야기는 아니고 단순한 이야기라고 해서 나쁜 이야기도 아닙니다 단순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진짜 연출이죠.

┖ 독일 평론가가 그랬죠. 롱 샷 클로즈업 롱테이크의 교과서 같은 활용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 뭐가 교과서 같단 건가요?

┖ 저도 잘은 모르는데 익스트림 롱 샷이 인물이 느끼는 쓸쓸함이나 상실감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해요. 류지호 감독은 거기에 존재의 나약함까지 함께 표현했다고 하네요. 또 컷 편집이나 몽타주 기법 없이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 서사를 풀고 감각의 반전을 줬다고 하고. 이미지를 충돌시켜서 서사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전문적인 이야기라서 저도 설명을 잘 못하겠네요.

┖ 그 글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 씨네필 가보면 한글로 번역해 놓은 거 있어요 좀 길고 말도 어려워서 감안하고 읽어보세요.

┖ 감사요.


- 정말 영화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 정말 우리나라에서 찍은 거 맞나.

┖ 뭔가 좀 고급지죠.


-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다니.

- 섬세하고 압도적인 영상 표현력. 지루할 줄 알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봄.

- 아이맥스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영화.


중국 병법에서는 승리를 천(天), 인(人), 시(時) 세 가지의 조화 속으로 설명한다.

국내영화계 역시 마찬가지.

서울 기준 30만 명이 넘게 들면 작품이 좋은 덕분, 50만 명이 넘게 들면 작품에 운 때까지 맞아든 덕분, 100만 명이 넘게 들면 하늘이 점지해준 덕분이라는 것.


“<복수의 꽃>은 아시바 섰어요!”


박건호 대표는 옛날 사람이다.

아직도 충무로 사람들만 쓰는 은어를 사용하곤 했다.

그 말을 용케 젊은 홍보마케터들이 알아들었다.


- 그 영화 아시바 섰다!


그 영화 흥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박건호 대표가 한창 영화판을 뛰어다닐 때는 극장 간판을 손으로 그리던 시절이다.

보통 영화가 개봉되면 간판이 1단짜리로 시작했다.

그러다 흥행이 되면 1단 위로 하나를 더 얹히게 된다.

주연배우의 얼굴을 크게 한다든지, 영화 카피라든지, <007>이나 <람보> 같은 액션영화일 경우 총이 1단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것을 충무로 사람들이 ‘아시바‘ 섰다고 했다.

단관극장이 대세인 시절에는 장기상영을 점칠 수 있는 신호이기도 했다.


- 이번 영화 보고 알았다. 류지호는 <오아시스> 같은 영화 다시 태어나도 못 찍는다. 영화로 잘난척하는 건 알겠는데 깊이가 없어.

- 어후. 영화 지겨워. 액션 몇 개 빼고 졸려 죽는 줄.

- 전형적인 거품 감독. 장비빨로 영화 찍는 감독.

- 기부하는 재벌이란 이미지 때문에 고평가 받는 것이 사실.


세상 모든 관객을 충족시켜줄 영화는 없다.

류지호는 장비빨로 영화 찍는 감독이라는 댓글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도 맞았으니까.

장비를 잘 쓰는 것도 실력이다.

필모그래피가 쌓이는 사이 장비빨도 일관되게 이어진다면, 그것이 감독의 스타일이 되고, 그만의 표현양식이 된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백인중심적 세계관이 지적받지만 70mm 영화에서 탁월한 영화문법을 보여준 거장으로 칭송받는다.

세계영화사에서 <복수의 꽃>은 어떤 의미에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장편극영화에서 최초로 시도된 Eye-MAX 포맷의 영화였으니까.


❉ ❉ ❉


<복수의 꽃>은 화제작답게 영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시끌벅적했다.

동학혁명계승사업회를 비롯한 일부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의 꽃> 상영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감오농민동학혁명보존회, 동학농민전쟁유족회 등 일부 단체는 영화상영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동학농민운동의 기본이념은 보국안민, 제폭구민, 척양척왜이었다. 이는 반봉건적, 반왜세적 성격을 띤 조선 역사 중 가장 최대 항쟁인 동시에 조선사회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다. 백성이 일으킨 점에선 프랑스 혁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 정신이 후에 3.1 운동 때까지 계승되었으니, 동학농민운동은 후대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그런 민족사의 위대한 투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 정신마저 짓밟았다.”


들고 일어선 단체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WaW 홍보팀에서 동학군 패잔병 일부가 민가를 약탈했다거나, 동학도의 탈을 쓴 도적들이 횡행했다는 역사적 자료들을 제시했다.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검증되지 않았고, 당시 도적들이 농민전쟁에 참여했는지도 불투명하다. 그 외에 전봉준이 전주감영에서 처형되었다고 하는 등 영화는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 문제투성이다. 위대한 투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희화화 시키는 등 물의를 일으키는 영화는 상영을 금지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동학농민전쟁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한국의 역사이고, 각종 시험에도 자주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지만, 정작 내용을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부 단체들이 과격하게 영화와 류지호를 비난하면 할수록 <복수의 꽃>이 이슈화가 되었다.

이에 갖가지 트집 잡기가 온라인과 신문 기사로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당시 여성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없었다는 사실과 고려장 풍습에 관한 오해였다.

이런 이슈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있다.

<그것이 알고 싶지>, <시사매거진2080> 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 ‘동학농민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일제에 의해 왜곡된 풍습들’ 같은 내용을 긴급하게 편성한 것.

사실 류지호는 흥행대박이 터지지도 않은 영화를 두고 공중파에서 이렇듯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직접적으로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잘 몰랐거나 잘못 알려진 것들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언젠가 류지호가 한국어로 된 영화를 연출하기를 기다렸다. <복수의 꽃>은 그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복수의 꽃>은 기본적으로 복잡한 설정과 여성의 나체가 나오지 않는 오랜 만에 만나는 시대물이다.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눈을 즐겁게 하는 미술, 훌륭한 배역과 담백하게 풀어낸 이야기.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맞춰 한국의 가을을 영상에 담았다는 감독. 하지만 이번 영화 역시 류지호스럽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서 이 땅에서 살아갔던 민중들의 절망이 꽤나 역설적이다.]

- 시네마21.


[황진이가 옷고름을 풀지 않아도, 옹녀가 변강쇠를 유혹하기 위해 계곡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도, 판소리가 없어도, 조선의 왕이 나오지 않아도, 민란의 영웅이 없어도, 한국에서 사극영화가 가능하다는 걸 류지호가 보여줬다.]

- 무비스트.


온·오프라인 영화전문잡지 씨네필에는 별점이 없다.

로튼토마토처럼 평론가 관객 지수를 표기했다.

로튼토마토는 평점이 아닌 신선도(fresh) 지수라는 개념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가 비평가들로부터 신선함(fresh) 또는 썩음(rotten) 평가를 받았을 때 신선함(fresh)이 60% 미만이면 썩은 토마토(rotten tomato) 아이콘을 받게 된다.

60% 이상이면 괜찮은 토마토 아이콘을 받게 되며, 그 중에서도 추가적인 기준을 충족했을 때에는 인증된 토마토 아이콘을 받게 된다.

즉, 비평가들의 점수 평균값이 아니라 평론가들의 fresh or rotten에 대한 비율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로튼토마토 지수 50%를 평점 평균 5점 영화라고 잘못 이해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로튼토마토는 평론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평가를 구분하고 있는데, 누적된 평가로 인해 계속해서 변동된다.

일반 관객 평가는 토마토가 아닌 팝콘으로 표시된다.

CineFeel.com 영화 평가지수는 좋아요, 글쎄요, 별로, 세 단계를 선택할 수가 있다.

단 무분별한 좋아요 혹은 별로 클릭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 줄 이상의 평을 반드시 작성해야만 자신의 평가가 영화 지수에 반영된다.

평소 CineFeel.com 영화 지수는 크게 인기가 없었다.

엄청난 화제작 혹은 대박 흥행작에서 간간이 1,000명 이상 유저가 한줄 영화평 댓글과 함께 평가에 참여했다.

그랬던 CineFeel.com이 오랜만에 북적거렸다.

다양한 한줄 평 댓글과 함께 좋아요 별로 클릭이 이어졌다.

개봉 후 2주간 <복수의 꽃> 신선도 지수는 비평가 85%, 관객 70% 대를 유지했다.

<REMO>가 90%대였던 것에 비해 관객 지수는 많이 낮았다.

어쩔 수 없었다.

<복수의 꽃>은 이전 작품보다 덜 상업적이었고, 여성 영화 성격을 가진 것도 관객반응에서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여성 원톱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긴 했다.

실제 성공한 영화보다 실패한 영화가 훨씬 많기도 했고.


- 모든 감독이 열심히 하겠지만 류지호 감독은 진짜 진심 최고!

┖ 무슨 영화에 서사도 없고 스토리텔링도 없냐?

┖ 영웅서사를 거부하는 영화니깐.

┖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감정이입이 안되는 건?

┖ 영화속 인물들을 익명화 했으니까 그렇지 민초를 다룬 영화라잖아.


- 무슨 영화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 류지호 감독 특기가 현장성이잖아. 마치 관객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만드는 거.


- 나도 한 백억 있으면 저렇게 찍을 수 있다. 돈 많으면 다냐?

┖ 그러게 영화에서까지 돈 자랑 좀 안 했으면....


- 한국감독한테 돈 주면 다 저렇게 찍을 수 있다. 오버하지 말자.

┖ 에휴. 올해 개봉한 한국 블록버스터라는 영화 보고 댓글 다는 거냐? 다 망했다.


- 돈지랄로 영화 만드는 유사 영화감독.

┖ 류지호가 니들 평생은커녕 니 자손 씨가 마를 때까지 못 버는 돈 벌고 있으니 배가 아프긴 한가보다.

┖ 그래 니는 몇 살이고 니 인생사는 몇 년 동안 뭐 했냐 류지호 떼만큼은 벌었냐 댓글 열심히 다는 너는 그럼 댓글중독환자냐 그래도 인생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 임마 알겠지?

┖ 영화사 직원이냐? 왜 흥분하고 그래.

┖ 말투가 류지호 동생 같은데?

┖ 컨셉 잡아도 치고 빠지기를 잘하던가 몇 절까지 댓글 다냐?


- 류지호가 돈에 눈이 멀었으면 할리우드 영화 찍지 왜 한국영화 찍겠냐? <민중의 적> 계약금 만원 받았단다. 모르면 닥치고 있어.


- 필름이 아까운 감독.

┖ 디지털로 찍었다. 모르면 닥쳐. (1)

┖ <복수의 꽃>은 아이멕스로 찍었다. 너나 닥쳐.

┖ 아 죄송... <민중의 적> 말 한 거 였음.

┖ 아이멕스가 뭔 줄은 아냐? 모르면 닥치셈. (2)


- 한 마디로 정리해 주마. 복수의 꽃 한국영화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다. 보면 안다.

┖ WaW에서 찍었는데, 뭔 할리우드 영화?

┖ 위에님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세련됐다고 말하고 싶었나 봄.


- 10년 안에 <복수의 꽃> 같은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면 내 손에 장지짐.

┖ 지금 지지셈. 무슨 10년씩이나.


꽝!


류아라가 분해 죽겠다는 듯 키보드를 몇 번 더 내려쳤다.


꽝꽝.


류아라가 인터넷 댓글들을 확인하며 다시 한 번 분통을 터트렸다.


“아이, 약 올라!”


류아라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고릴라 오빠한테 얘기해서 확 담가버리라고 할까?”

“류아라!”


짜증이 한껏 오른 류아라가 고개가 꺾일 듯이 뒤를 돌아봤다.

심영숙이 생과일주스를 쟁반에 받치고 서있다.


“못하는 말이 없어... 그런 흉한 말은 어디서 배웠어?”


심영숙이 건네주는 주스를 받아 단숨에 마셔버린 류아라가 입을 열었다.


“영화에서 배웠지. 어디서 배웠겠어.”

“하여간 깡패 나오는 한국영화가 애들 다 버려놓는다니까.”

“엄마 장남이 그런 영화 만드는 사람이유.”

“지호는 그런 영화 안 찍잖아.”

“오빠 영화도 욕 엄청 많아. 이번에 <복수의 꽃> 못 봤어? 거기서 나오는 욕들 저기 남쪽 사람들이 옛날에 쓰던 욕이야.”

“요즘에 안 쓰는 욕이라면서? 그럼 됐지 뭐.”

“영화가 뜨면 유행어 돼서 사람들이 엄청 따라 할 걸.”


모녀는 아직 <민중의 적>를 보지 못했다.

만약 부모님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류지호를 조용히 불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지도 몰랐다.

주인공이고 조연이고 단역이고 말끝마다 욕이 나오니까.

아들의 정신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지 않았나 염려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욕설이 난무한다.

류지호가 욕설을 최대한 걷어냈다고 하지만, 양아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애드리브 욕이 많이 나온다.

암튼 류아라는 틈이 날 때마다 각종 사이트에 접속해 악플에 맞서 싸웠다.

역부족이다.

댓글이 많으면 많을수록 악플 역시 많이 달릴 수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사람만큼 안티도 많은 것이 류지호다.

이전 삶에서 데뷔작은 댓글을 30개도 채 받아보지 못했다.

악플도 관심 받는 인물, 사안, 뉴스에나 달리는 것이다.

류지호처럼 대중과의 교감이 중요한 직업에게 무관심은 치명적이다.

비난을 하든, 욕설을 싸질러 놓든.

류지호는 개의치 않았다.

다만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법률담당 비서가 철저히 가려내고 있다.

류지호 역시 가족을 건드리는 건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악플러가 판을 치는 시기가 아니다.

포털사이트 댓글 아이디가 공개되기 때문에 욕설이나 억지주장을 펴기도 힘들었다.


❉ ❉ ❉


GOM 강남점.

국내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이곳에는 PC방, 노래방, 당구장, 식당 등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다양한 업종이 입주해 영업 중이다.

언젠가부터 강남에서 만남의 장소로 GOM강남점 앞이 자리 잡았다.

특히 2층에 자리한 커피전문점 데이지(dayZ)가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그룹에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답게 꽃 이름인 데이지(daisy)에서 브랜드를 따왔다.

커피전문점 데이지(dayZ)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달리 일반 점포는 없었다.

오로지 가온그룹 사업체에만 입점한 독점 커피 브랜드였다.

특히 전국 GOM 극장 체인점에는 예외 없이 입점해 있다.

초창기에는 강남점과 신촌점 외에는 매출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극장체인이 자리를 잡자 덩달아 커피전문점 데이지(dayZ)의 고객도 늘어났다.

GOM 극장은 전국 주요도시 시내 중심가에 위치했다.

때문에 약속장소로 커피전문점 데이지(dayZ)를 정했다가 시간이 남거나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경우 같은 건물의 멀티플렉스로 올라가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극장과 커피숍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처음 GOM 극장 로비에 매장을 오픈할 땐 싸지 않은 커피 가격으로 인해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직은 커피에 환장하는 종족특성이 완전히 개화한 시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아네모네 프랜차이즈를 통해 에티오피아에서 커피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커피전문점들은 커피 원두를 보통 브라질 등 남미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주요 수입국 가운데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아네모네 창업자 채연지 사장이 남편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떠났다.

한국에 커피 원두를 수출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으로 커피를 보내는 것뿐 아니라, 현지에서 직접 가공까지 하는 문제도 해결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취업기회도 제공할 생각이다.

아네모네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도모하면서 보훈사업까지 연계하려고 했다.

그런 사연이 숨겨져 있는 커피전문점 데이지(dayZ)에 UCLA에서 돌아온 김윤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온 후 데이지(dayZ) 강남점을 찾는 일이 잦았다.

커피 맛도 좋았고, 실내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지(dayZ) 강남점은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커피숍으로 쓰기 때문에 넓고 쾌적했다.

김윤희처럼 책을 읽거나 간단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윤희는 책을 펼치는 대신 손목세계를 확인했다.

뒤편 테이블에서 여자들의 수다가 들려왔다.


“강남에 올 때 한두 번 와봤지만 데이지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줄 몰랐는데?”

“오전 시간은 한산한데. 점심시간하고 출퇴근시간 때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 매장이 이렇게 넓은데도 자리가 없어서 20분이나 기다렸다니까.”


수백 평에 이르는 넓은 매장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세련된 유니폼을 입은 채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도 이젠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때 입구에 신소연과 공다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희가 둘을 발견하고 손을 들어보였다.


잠시 후-


신소연과 공다연이 커피를 주문하고 김윤희에게 다가왔다.


“일찍 왔어?”

“나도 조금 전에 막 왔어.”


공다연이 투덜거렸다.

“여기는 올 때마다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하네.”

“WaW가 제작하는 영화에서 커피전문점만 나오면 데이지잖아.”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에서 데이지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 또한 부쩍 늘어났다.


“지호는?”

“시간 맞춰 오겠지.”


공다연이 입구에 시선을 던지면 말했다.


“양반되긴 글렀다.”


모자를 푹 눌러쓴 류지호가 고우찬과 함께 걸어오고 있다.

그 뒤를 호리호리한 남자가 뒤따르고 있다.

류지호가 앉기도 전에 고우찬이 대뜸 말했다.


“모두 일어나. 안쪽으로 가게.”


고우찬이 일행을 이끈 곳에는 강화유리로 분리된 단체석이 마련되어 있다.

미리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미팅룸이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자 류지호가 함께 온 중년 남자를 소개했다.


“인사해. 다솜방송의 장운영 PD.”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40대 중반의 장운영은 MBS에 공채로 입사했다가 SBC 개국과 함께 옮겨가 교양, 예능을 두루 거친 베테랑 PD다.

올해 초에 다솜방송의 버라이어티 채널에 합류했다.

신소연이 입을 열었다.


“백만 넘었다며? 축하해.”


류지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윤희가 선수를 쳤다.


“언니. 겨우 백만 가지고 축하할 건 아니야. 선배는 500만은 해야 된다고.”

“500만이 쉬워?”

“홈그라운드잖아. 해외 판매보다 더 벌어야지.”


공다연이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지. 지호는 할리우드가 홈그라운드잖아.”


수다가 이어질 것 같아 류지호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바쁜 처지에 본론으로 들어가자.”

“너만 바쁘거든.”

“다연이는 대학로에서 낮술 한 잔 하고 왔냐?”

“아니.”

“근데 왜 틱틱거려.”

“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그런다, 왜?”

“두 번 반가웠다가는 욕 날리겠다?”

“흥. 나는 욕 할 줄 모르거든.”

“만담은 나중에 맥주 한 잔 하면서 하는 걸로 하고. 요즘 연극이나 뮤지컬 하는 거 있어?”

“아직은 없어. 드라마 하나 할 것 같아. 혹시 그거 네가 꽂아 준거야?”

“무슨 드라마인데?”

“Aram 프로덕션에서 의학드라마 준비한다던데? 최 PD님이 오디션 보러 오라더라.”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혹시 윤희 네가 추천했냐?”


도리도리.


김윤희가 고개를 저었다.


“역할은 뭔데?”

“의사.”

“윤희 네가 볼 때, 다연이 어때?”

“다연 언니라면 나쁘지 않죠.”

“드라마는 최 PD와 윤희 네가 알아서 하고. 소연이는 내 제안 생각해 봤어?”

“교양에서 예능으로 옮긴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내게 프로그램을 맡길 수 있겠어?”


류지호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응.”


그때 장운영이 입을 열었다.


“신 PD는 타방송사 직원이었지만, 교양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지요. 얼마 전 프로그램이 폐지되었지만, 꽤 아쉬운 기획이었다고 생각해요.”

“혹시 장 PD님이 다솜방송 제작국장으로 오시는 거예요?”

“일단 CP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CP(Chief Producer)는 PD를 10여년 거친 후 맡을 수 있는 직책으로 PD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송국에서 차장급 혹은 국장급 PD로 프로그램을 총책임진다.

제작국에 할당된 프로그램을 맡은 PD들을 조율하고 관리하며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는다.

기획·관리자의 역할이어서 실전 연출보다는 데스크 업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저한테 어떤 프로그램을 맡기실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장운영이 슬쩍 류지호를 돌아보며 허락을 구했다.

류지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영국의 ‘팝 아이돌(Pop Idol)’이라는 프로그램 혹시 알아요?”


알 리가 없다.

이 시기는 주로 일본과 미국 프로그램을 리서치해서 두 나라 쇼·오락 프로그램을 베끼는데 열중하던 시기였으니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불금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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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8 이자금
    작성일
    23.05.19 10:16
    No. 1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은
    왕 왕족 양반들의 조선이죠 지배층 기득권층

    조선의 왕과 양반들은 자신들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쇄국을 택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게 사대주의 쇄국이죠
    외부는 사대주의를 택함으로서 명에 의존하고
    쇄국을 통해 백성들을 통제해 수탈과 착취를 하는 발판을 만들죠
    노비법을 바꾸어 노비를 늘리고
    세금을 내지않고 병역도 지지않으면서 부를 늘려가죠

    이렇게 백성들을 수탁 착취 성적착취까지 하면서 이들의 분노를 풀 상대를 줍니다
    바로 천민입니다 적은 소수지만 백성들이 분 풀이를 할 상대를 준거죠

    시간이 지난면서 백성은 줄어들고 노비가 늘어나
    최대 전체 인구의 50-60%까지 노비였다는 연구도 있더군요
    유랑민 풀 흙 나무껍질을 먹으면 굶어 죽어갔죠

    지배층의 곡간에 곡식이 썩어나는데 말이죠

    그래서 만들어진게 화 입니다
    아무리해도 바뀌지 않는 부모가 배우자가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에
    탄식하듯 소리칩니다
    아리랑이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백성들이 옷을 입고 있죠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백성들이 무슨 돈으로 옷을 사서 입을까요
    세금은 면포로 내는데 세금 낸 면포도 없어 도망가는데 말이죠

    굶어죽고 얼어죽고
    가슴에 화가 생기고 탄식은 아리랑이 되었죠

    조선의 왕 왕족 양반들은 사대와 쇄국을 통해 조선을 망칩니다
    물론 자신들은 대를 이어 호의호식 부를 누렸지만

    청자를 만들려면 코발트가 필요합니다 조선에는 없습니다 수입이죠
    쇄국을 하다보니 교역이 안돼 코발트가 없어 청자를 못 만듭니다
    분청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재고가 완전히 떨어지자 분청마저 못 만들자
    백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도공들도 왜 예쁘고 화려한 도자기를 만들고 싶지 않겠습니까
    원료가 없는데 어떻합니까 백자나 만들어야죠
    그래서 조선 초기 중기 도자기가 다른겁니다


    찬성: 2 | 반대: 2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5.19 16:05
    No. 2

    중국과 일본도 마찬 가지 입니다.
    거기도 역사를 보면 조선 이상으로
    굶어 죽는 사람 많습니다.
    일본 서민들은 거의 벌거벗고 있죠.
    옷을 만들 천도 없어요.
    조선만 그런게 그시대 모든 국가가 그렇습니다.
    세계사 좀 공부 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5.19 16:09
    No. 3

    전에 일본 NHK 에서 일본 역사 드라마
    실화 실사로 만들었습니다.
    시청률 개 작살나고 일본인들 저건 밀본이
    아니다 라고 자기 위안들 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5.19 18:01
    No. 4

    일본영화찍을것도 하나있을텐데. 현실에선 폭망했던 이니셜d언급이 있어서 그걸 찍을지 머찍을지궁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5.22 19:44
    No. 5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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