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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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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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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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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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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0월 00일 무비서비스 강은석 대표가 가온투자파트너스 사무실에서 투자조인식을 체결했다. 벤처투자사인 가온투자파트너스는 총 398억 원(269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영화제작·투자 및 배급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무비서비스의 지분 41.7%를 확보함으로써 최대주주가 됐다. 또한 무비서비스는 지난 2000년 5월 한국영화사로는 처음으로 외국계 금융자본인 워버그핀커스로부터 200억 원의 외자를 유치해 안정적인 제작자본을 확보한데 이어 가온투자파트너스로부터 추가로 150억 원 규모의 투자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영화 투자·제작·배급사, 무비아트서비스, 영화아카데미, 촬영소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 못지않은 위용을 갖춰가길 원하는 강은석 감독으로서는 신규 투자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다음 달 공식 출범하는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비서비스는 할리우드 배급사 ParaMax와 영화배급 계약을 함께 체결, 개봉영화 라인업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WaW 엔터테인먼트, BS 엔터테인먼트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무비서비스로서는 큰 원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일부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이번 계약으로 극장에 대해서도 훨씬 큰 파워를 갖게 돼 외국영화와 한국영화 간에 차별적인 부율(입장 수익을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류지호 의장 소유로 알려져 있어 WaW와 무비서비스 간의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영화 시장의 절반을 잠식하고 있는 WaW 엔터테인먼트가 충무로에 유일한 초강자가 된다면 군소 투자배급사가 몰락하고 프로덕션도 투자배급사에 종속되는 등 독점의 부작용이 쉽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시네마21 여현주 기자.


또 한 번 류지호가 충무로 역사를 뒤틀었다.

본래대로라면 무비서비스는 폐업신고를 하고 로터스 홀딩스와 합쳐 플래닛 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켜야 했다.

류지호가 중간에 끼어들어 무비서비스의 미래를 바꿔버렸다.

재정적으로나 경영적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무비서비스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처음 <실미도>를 기획한 한맥 픽처스가 미국의 몇 개 메이저에 시나리오와 투자의향서를 보냈다.

그 가운데 한 곳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였다.

트라이-스텔라에서는 <실미도>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소닉-콜롬비아스가 투자를 하겠다고 의사를 내비쳤다.

그때 강은석 감독이 <실미도>를 연출하겠다고 나섰고, 투자 또한 무비서비스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소닉-콜롬비아스 투자가 불발이 됐다.

그 틈을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비집고 들어갔다.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지만, 로터스와 관계를 끊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스트로의 차 대표처럼.”

“가온그룹 자회사로 들어오라는 건가?”

“아니요. 무비서비스가 계속해서 독립적인 메이저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네는 우리 사정을 몰라서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야.”

“로터스가 이야기 하는 호주 투자사, 그들한테서 500억 들여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림도 없어요.”

“.....?”

“코스닥에 우회 상장한 로터스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요. 딴에는 외형을 불려서 포장을 멋지게 했지만, 투자사는 바보가 아닙니다. 영화산업은 흥행에 따라 실적 등락이 심해요. 충무로는 시장 성숙도, 부가시장 같은 수익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간을 보기 위해 워버그 정도 수준 이상은 안 들어올 겁니다.”

“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WaW와 무섭게 성장하는 BS와 경쟁하려면 도리가 없어.”

“무비서비스 키워서 비싼 가격에 매각하시고 싶으세요?”


강은석 감독이 버럭 화를 냈다.


“미쳤나? 내가 왜 무비서비스를 팔아!”

“그렇다면 워버그의 지분율을 낮춰야 합니다.”


무비서비스가 투자를 받은 워버그 인베스트는 1939년 뉴욕에서 창업한 유서 깊은 투자회사다.

창업자의 아들이 CEO로 취임한 후로는 사모투자 분야로 사업방향을 전환했다.

1980년대 1억 달러를 사모펀드로 처음 조성한 후 한국의 외환위기 시기 국내 기업 7개에 투자했는데, 현재까지 한국에 투자한 누적자금이 대략 3.5억 달러에 달했다.


"워버그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는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은 관심 없어요. 그들이 한국에 처음 투자 한 것이 98년 경영난에 처한 언더우드랜드에 500억 원을 투자한 겁니다. 기업을 회생시킨 뒤 보유한 전 지분을 다시 언더우드랜드에 매각하는 바이아웃을 최근 성공했죠. 그럼 서로 잘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죠. 결국 워버그만 웃었어요. 기업 회생 과정에서 이익을 거둔 건 워버그 밖에 없어요. 진짜 잘 된 케이스고요. 무비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플래닛 극장 체인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당장 경쟁회사에 매각하자고 할 겁니다.“

“그걸 어떻게 단언해?”

“제 소유의 금융회사 모든 전문가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니까요. 무비서비스를 지키고 싶으시면 로터스나 워버그의 지분율을 낮추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무비서비스의 우호지분이 되어 드릴게요.”


무비서비스의 지분율은 워버그 47%, 강은석 23%, 로터스 14%, 기타 16%였다.

가온투자파트너스가 지분율 사들이고 신주를 사들이면서 가온 41%, 워버그 27%, 강은석 14%, 로터스 8%, 기타 10%로 변했다.

강은석 감독은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 산업 분야에서나 그렇다.

그 분야를 벗어나면 세상에는 날고 기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끼어들기 전 시점에서 워버그 인베스트는 로터스와 무비서비스의 완전 합병을 논의하고 있었다.

로터스와의 전략적 제휴관계에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 물밑에서 오가고 있었던 것.

류지호가 기억하기도 넷게임스까지 합병하는 수순이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덩치가 몰라보게 커지게 된다.

기업 가치에서 무비서비스는 넷게임즈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지주회사 지위도 로터스에서 넷게임즈로 변하게 된다.

지분 10% 미만을 보유하고 있는 강은석 감독은 회사 내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전문가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다.


“자네.... 한국영화판을 지배하고 싶어졌나?”

“지배하지 않으려고 감독님을 밀어주는 겁니다.”

“동우의 왕 회장이나 차 대표가 아니라, 나를?”

“왕 회장님은 국내 사업보다 아시아 영화 사업 위주로 나가실 겁니다. 차 대표는 BS 엔터테인먼트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작은 강 감독은 A-라인 쪽으로 완전히 체계를 갖출 것 같고. 만약 작은 강 감독이 나가떨어지고, 차 대표까지 무너지면, 순수 토종 메이저는 무비서비스밖에 남지 않지요. 메이저에 영화인 출신은 박 대표님과 강 감독님만 남아요. 자칫 한국영화가 돈의 논리가 최우선인 대기업 손아귀에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죠.”

“자네가 있지 않나?”

“WaW는 토착 한국영화 자본입니까? 아니면 할리우드 자본입니까?”


강은석 감독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말은 한국영화 자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강은석 입장에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BS, 광성, 올리온, 외국계 자본.... 그들이 WaW와 감독님처럼 초기투자비용으로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서 종합촬영소를 만들고 포스트프로덕션 인프라 깔 것 같아요? 그들이 멀티플렉스에 진출하는 것이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해서 일까요?”


전혀 아니다.


“그 사람들, 한국영화 맷집 키우는 데 별로 관심 없어요. 오로지 사업적 실적만 중요하죠.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위해 그러는 거잖아요. BS는 내년에 중국에 멀티플렉스 진출해요. 그들은 한국영화를 전체적으로 한 단계 성장시키는 영화, 의미 있는 영화, 돈은 안 되지만 꼭 필요한 영화에 투자 절대 안 해요. 오로지 돈 되는 영화만 할 거고, 권력자들의 뜻에 반해서 용기 있는 영화 안 만들어요.”

“그렇다고 해도.... 로터스와의 합병은 무비서비스의 아주 좋은 기회야.”

“기회이자, 고난의 길이죠.”

“자네도 다양한 기업을 인수합병해서 수직계열화를 구축했잖아.”

“감독님이 로터스 이사회 안에서 10%도 안 되는 지분으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영화 사업 부문은 독립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보장을 해준다고 계약서에 명시해 주기로 했네.”

“다른 주주들이 모두 무비서비스를 매각하자고 하면요? 아니 로터스를 BS나 광성 같은 대기업에 합병시키자고 하면요?”

“나중에 되찾을 수 있도록 조항을 명시해야지.”

“그걸 저들이 받아들일 것 같아요?”

“관철시켜야겠지.”

“암튼 선택은 감독님이 하시는 겁니다.”


현재 무비서비스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었다.

강유석은 류지호의 제안에 흔들렸다.

한편으로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불러들이는 것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가온투자파트너스는 2008년까지 무비서비스에 모두 500억을 투자할 겁니다. 100억 이상 예산이 소요되는 고예산 영화 외에는 간섭을 전혀 안 할 거고요. WaW와 무비서비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할 수도 있겠죠.”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무비서비스는 늘 위기였다.

강은석 감독은 언제나 외줄 타기를 했다.

무비서비스, 아스트로, 넷게임즈, 로터스를 합쳐서 플래닛 엔터테인먼트라는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만들 때부터다.

그는 토착 자본이 대기업을 이겨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언제 손 털지 모르는 대기업에 한국 영화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면서.

그래서 코스닥 상장으로 덩치를 불려가며 자생력을 키우려고 했다.

안타깝지만, 플래닛 프로젝트는 무비서비스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되자 BS 엔터테인먼트가 강은석과 빅딜을 시도했다.

영화계의 판도를 좌우할 만한 협상이었다.

강은석은 제안을 받지 않고 계속해서 외줄 타기를 선택했다.

결국 <실미도>에 올인 했고,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외줄 타기의 연속이었다.

연 달아 <천년호>부터 <아라한장풍대작전>과 <혈의 누>까지 수십 편의 영화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실미도>로 번 돈을 다 날렸다.

<한반도>에 다시 한 번 올인했다.

쫄딱 망했다.

그나마 남은 돈을 <황진이>와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 몰아줬지만, 또 망했다.

그 여파로 무비서비스는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심기일전해 <민중의 적> 시리즈를 부활시켰다.

집문서와 땅문서까지 저당 잡혔다.

그 외에도 빌릴 수 있는 돈은 다 빌렸다.

간신히 <민중의 적> 리부트가 흥행에 성공하며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그것이 다였다.

2010년대 이후로는 BS 엔터테인먼트에 모든 걸 넘겨주며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무비서비스의 안일함, 제 3자의 농간, 우월한 위치의 대기업 배짱 튕기기 등 많은 악재가 겹쳤다.

그 같은 일들은 없는 일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류지호가 끼어들었으니까.

플래닛 엔터테인먼트 합병, 넷게임즈에서 물적 분할, BS 엔터테인먼트와 진흙탕 분쟁도 벌어지지 않게 되었다.

강은석 감독은 충무로에서 욕도 많이 먹지만, 자기 사단이 있는 제작자다.

대기업에 한국 영화계가 잠식당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건재했던 강은석 사단이다.

수많은 한국영화 감독과 프로듀서들에게 큰형님이었다.


“류 감독... 영화는 사람이 하는 거야. 사람을 버리고 잘되는 영화는 없어. 돈 있으면 뭐 하나. 난 주변 사람들한테 차 한 대씩 다 뽑아줬어. 그러고도 남으면 영화 만들 때 투자했지. 그게 내가 하는 일이야.”


강은석은 스스로 외줄을 탄다고 강조했다.

외줄을 타는 이유를 대의명분에서 찾았다.

후배 영화인을 위해서, 한국 영화를 위해서, 없이 사는 사람을 위해서.

결국에 강은석 감독은 충무로에서도 가진 자가 됐다.

가진 자여서 적도 많이 생겼다.

대기업과 충무로 사이에서 외줄을 타면서 천신만고를 겪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그가 외줄을 타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다.

한국영화도 자신이 잘 되어야 챙길 수 있다.


“내가 정말 무서운 게 뭔 줄 아나?”

“....?”

“어느 대기업에서 나를 영화투자 책임자로 불러들이는 거야. 어쩌다 내가 거기에 가기로 하는 거지. 그러면 내 마음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겠지. 그렇게 살게 된다면 무슨 삶의 낙이 있겠어.”

“......”

“사람들이 그래. 나더러 영화만 찍으래. 감독만 하래. 그러면 난 아마 외롭고 지루해서 못할 것 같아.”


사실 류지호도 그랬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재산이 늘고 있다.

여유롭게 영화감독만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듀서로서의 욕심을 좀처럼 내려놓지 못했다.

처음에는 기억 속의 영화들을 선점해 미국과 한국의 영화사가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제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

류지호 소유 영화사들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좋은 시나리오 혹은 될 것 같은 시나리오를 골라내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지 않았다.

게다가 해마다 다루는 영화 편수가 어마어마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게 되었다.


‘한 편이라도 더 찍고 싶다.’


류지호가 감독으로써 찍을 수 있는 영화는 평생 20편 내외다.

열심히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삼년에 두 작품이다.

미친 듯이 저예산 영화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나 그렇다.

류지호는 영화에 대한 한(恨)이 있다.

<타이타닉>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처럼 잘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떠먹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이 차린 밥상의 결과로 오스카를 들어 올리고 싶었다.

아카데미는 민주주의 가치(자유, 평등, 박애)를 강조한 영화를 선호한다.

민주주의라함은 교과서에서 배운 그 가치가 아니라 미국식으로 해석된 가치다.

아카데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선호한다.

주로 미국인이 주인공인 실화다.

백인이면 좋다.

아니다.

남녀 불문하고 백인이여야 유리하다.

아카데미는 예술성이 과한 영화는 꺼려하는 편이다.

대중적이면서 적당히 철학적이어야 한다.

아카데미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영화와 독특한 매력이 있는 영화 사이를 오간다.

류지호는 아카데미 위원회 내부에서 결코 환영받는 인물이 아니다.

백인도 아니며 유대계 권력자도 아니다.

심지어 미국인도 아니다.

백인, 남성, 유대인 중심의 할리우드에서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동양인이 달가울 리가 없다.

누구나 인정하는 압도적인 영화가 아닌 이상 류지호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감독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

30대에 안 되면, 40대에, 그때도 안 되면 50대에...

영화를 하는 한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다.

그깟 미국 영화수상식에 목을 맬 필요가 있겠냐고 누군가 비웃을지도 모른다.

칸영화제 수상은 영화예술가라는 인증인 동시에 명예다.

아카데미 수상은 최고의 솜씨로 빗어낸 명품을 만든 장인에게 주는 메달이다.

두 군데서 모두 수상했다는 이야기는 잘 팔리는 상품을 예술적으로 만들 줄 안다는 의미가 된다.

대표적인 감독이 스콜체제, 핀쳐, 스콧 같은 이들이다.

시네아스트인 동시에 흥행까지 담보되는 거장.

류지호가 바라는 감독의 표상이다.

즉 자신의 영화예술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소수의 작가영화 애호가가 아니라.


❉ ❉ ❉


가온투자파트너스의 무비서비스에 대규모 투자 뉴스가 나가고, 무비서비스의 멀티플렉스 체인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상황은 그리 여의치 않았다.


“기존 극장주의 투자를 끌어내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영화 사업을 주로 챙기는 한종혁 전략1팀장이 설명했다.


“대기업만큼의 자본력이 없으니 비용을 최소로 하기 위해 기존 극장과 연합을 생각한 것 같습니다.”

“성공 여부는 기존 극장주의 동참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렸겠군요?”

“서울극장 라인과 관계가 여전히 돈독하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확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제는 기존 체인들 확장속도가 워낙에 빨라서 쫓아오기 쉽지 않다는 건데....”


무비서비스의 멀티플렉스 브랜드 플래닛 시네마는 기존 극장을 인수·운영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미 운영 중인 광주, 제주, 경주의 극장은 기존 극장을 개보수 없이 그냥 인수하는 형식이어서 본격적인 멀티플렉스 체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올 하반기에 광주 제일극장 4개관, 전주 씨네21극장 9개관, 제주 뉴월드시네마 7개관, 경주의 경주, 아카데미, 대왕, 신라 4개관을 확보하게 됩니다.”


최근 2~3년간 국내 극장업계는 멀티플렉스 간 치열한 세력 확장전이 가속화됐다.

가장 먼저 멀티플렉스에 진출한 GOM Cinemas가 점유율 선두를 굳건히 한 가운데, BGV가 그 뒤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었고, 백화점과 아울렛 같은 업종에 강점이 있는 광성그룹도 자사 인프라를 활용해 상영관을 늘려가고 있었다.

거기에 이전 삶처럼 코엑스몰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적극적으로 영화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올리온그룹과 가온투자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플래닛도 무서운 기세로 세력 확장전에 뛰어들었다.


“GOM이 Loews Cineplex를 인수합병하게 된다면 올리온 계열의 씨네박스의 51%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가온투자파트너스는 플래닛 시네마의 지분 49%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사실상 가온그룹(류지호)이 한국의 극장산업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다.


“현재 국내 총 스크린 수가 어떻게 됩니까?”

“올 하반기에 오픈하는 영업점들까지 포함해서 1,241개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GOM이 전국 17개 도시 370개 스크린으로 독주하고 있고, BGV가 12개 도시 96개 스크린, 광성시네마가 8개 도시 76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수도권 중심으로 직영점을 깔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은 지방극장과 임대 운영 형식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방 극장들의 반발이 거세죠?”


- 향토 극장 죽이는 곰은 물러가라! 가온은 각성하라!


지방의 GOM 직영점 앞에서 들을 수 있는 시위대의 구호다.

영화잡지에서는 가온그룹의 극장업계 장악에 대한 기사를 툭 하면 실었다.

스포츠신문 연예 면에서도 가온그룹의 극장업계 횡포(?)를 지적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감수해야죠. 시위하는 사람들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진 마세요.”

“직접적인 업무방해만 아니면 딱히 신경을 쓰고 있진 않고 있다고 합니다.”


가온그룹이 영세한 극장들을 죽이는 건 명백했다.

그렇다고 전국의 모든 극장주들에게 멀티플렉스로 리모델링하라며 가온그룹이 돈을 마구 퍼줄 수도 없다.

어쨌든 가온그룹이라는 막강한 포식자로 인해 국내 극장업계는 훨씬 이른 시간에 멀티플렉스로 개편되고 있다.


“충무로도 개편이 진행 중이라고요?”

“다양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빠른 속도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개편바람이라고 하면 가온투자파트너스의 무비서비스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무비서비스는 로터스 연방으로부터 분리되어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다.

작년에 아스트로 픽처스가 분리된데 이어 또 하나의 메이저 영화사가 떨어져 나가자, 로터스의 벤처연방에 합류했던 영화사들도 속속 독자노선을 모색하고 있었다.


“무비서비스와 한 몸처럼 움직이던 영화사와 중소투자배급사의 이탈도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또 2000년 설립된 Eye 픽처스가 창업투자회사 한곳과 공동으로 100억 원 규모의 영화투자전문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혹시 MVP 창투영화펀드?”

“맞습니다. 모두 10편의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전 삶에서 조감독과 입봉을 놓고 한창 고민할 시기였다.

입봉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무로로 들어오는 자본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고.


“차 대표의 아스트로는 올리온 계열 투자사에서 기획비를 받고 있겠네요?”

“맞습니다. BS와 밀착되었던 것에서 한 발 떨어진 모양새입니다.”

“양성규 감독 쪽은 계획대로 창투사들과 연합을 했답니까?”

“오성벤처투자, KBT 외에 몇 개 창투사와 1,000억 원대의 영상펀드를 조성하고 공동 배급망을 구축했습니다.”

“A-Line?"

"예. 양성규 필름에서 제작하는 영화, KBT가 투자하는 작품, 오성벤처투자가 수입하는 외화까지 매년 20편 정도 배급할 계획이랍니다.“


류지호는 따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이 시기 충무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양성규 감독이 독자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니까, 그 간 논의되고 있던 <태극기 휘날리며>는 WaW의 손을 떠났겠군요?”

“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썼던 프롭을 들여오는 문제는 어떻게 됐대요?”

“백지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쯧.

류지호가 혀를 찼다.


“어째 비즈니스를 칼로 무를 자르듯이 싹둑 자른답니까. 답답하네.”


협력이 무산되었다고 해도 여지를 남겨두어야 할 법도 한데.

양성규 프로덕션은 마치 전선을 가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다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세트 중에서 평양시내 같은 주요 세트는 여주 WaW종합촬영소 야외 세트장에 짓기로 했습니다. WaW 스튜디오가 세트 공사비를 분담하기로 했습니다.”

“합천이 아니고 여주에 짓겠대요?”

“합천에서는 터만 무료로 지원하고 터조성비 5,000만 원만 지원하겠다고 했답니다. WaW 종합촬영소는 터를 따로 닦을 필요도 없고 군산 세트장을 약간만 손보면 평양시내로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일단 서울에서도 출퇴근이 가능하기도 하고.”

“종합촬영소는 잘 가동되고 있답니까?”

“올해 스테이지 예약은 모두 찼다고 합니다.”


무비서비스까지 스튜디오를 만들어 국내 종합촬영소가 3개나 된다.

여주의 WaW 종합촬영소 세트장 예약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우였다.

외환위기로 떨어졌던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세트장 수요도 늘었다.

대작영화들이 많이 기획되면서 3개월 이상 임대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그 같은 수요를 양수리 종합촬영소만으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물론 양수리 종합촬영소가 WaW 종합촬영소보다 여러모로 가격이 싸다.

하지만 숙박시설, 식사, 촬영여건 등 모든 면에서 WaW 종합촬영소가 압도적으로 우수해서 고예산 영화들 대부분이 몰려들었다.

어땠든 이 시기 등록되어 있는 영화사는 1,000여 개다.

실제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영화 제작사는 300개 남짓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거는 제작사는 절반도 안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기 저기 줄을 대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대부분의 영화사들은 WaW 엔터테인먼트의 제휴영화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들에게 안 된 일이지만, 문턱이 생각보다 높았다.

좌절감을 맛볼 정도로.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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