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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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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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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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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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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류지호 사단.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국에서 스타에 비해 워크3가 메이저리그로 크지 못한 것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올게임넷의 리그포기, 개스파의 어리석은 판단 등도 크게 한몫했다.


“아직 한 달이 조금 넘는 상황에서 프로 게임 밸런스 운운할 순 없겠지만, 현재 워3의 하드 유저들의 게임 량은 엄청난 상황입니다. 한 달이면 특정 맵에 대한 테스트를 거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선수들이 플레이해서 재미없는 맵은 그 게임을 지켜보는 시청자도 재미가 없어요. Snowstorm 공식 래더맵이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는지, 아마추어 유저들도 맵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한국의 E-스포츠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어바인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어바인에서도 E-스포츠용 래더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인들보다 몇 배의 게임 능력을 보이는 프로들은 일반 맵 가지고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일 수 없을 겁니다.”

“전략적인 맵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한국 프로 게이머들이 보여주는 극한의 마이크로 컨트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전략의 틀을 계획하고, 빌드 오더에 영향을 미치며 컨트롤에 의한 단순한 한타 전투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 상황에서의 전술의 미세한 변화가 경기의 양상을 전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맵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워3에서도 이러한 플레이가 가능하구나..하는 그런 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합용 맵 구성을 잘한다고 해서 극복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류지호는 따로 게임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진 않았다.


“프로리그 게임에 사용되는 모든 맵은 Snowstorm, 심판, 선수협회 대표 외에는 절대 관여하지 못하게 하세요. 공식 경기 맵은 무조건 Snowstorm만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방송사 해설위원들이 쓸데없이 리그에 간섭하거나 맵을 멋대로 만지도록 놔두지 마세요.”

“이미 스타 리그부터 리그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있습니다. Snowstorm 코리아와 다솜방송이 사방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듣긴 하지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모두가 E-스포츠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건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권한을 쥐어주기 시작하면 자꾸 그걸 쓰고 싶어 합니다. 좋은 쪽으로 권한을 쓰면 좋겠지만, 남용하거나 못 된 짓에 쓸 수도 있지요.”


이전 삶에서 E-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었던 류지호조차 승부조작, 맵 조작 등 굵직한 사건사고에 대해 알 정도다.

셧다운이니 게임중독법 같은 헛짓거리를 하는 이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 E-스포츠의 방향성을 정말 잘 정립해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는 사람 관리에 있어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거대한 판 자체를 뒤엎어버린 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Snowstorm 코리아 사장이 힘주어 말했다.


“모든 게임은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부정한 행위가 의심되면 철저히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Snowstorm 게임과 관련해 불온한 행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E-스포츠 리그 공식 맵에 손을 댈 수 있는 건 Snowstorm으로 한정했다.

공식 대회에서는 누구도 마음대로 맵에 손을 댈 수 없게 했다.

물론 개별 게임 대회나 타 방송사에서 맵을 자체 제작하는 걸 일일이 막을 순 없다.

그렇게 진행된 게임 대회는 Snowstorm가 정식 대회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벌어졌던 ‘워3’에서 자행된 특정 맵 조작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시작부터 시스템을 만들어놔야 쓸데없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 거란 판단이다.

밸런스 문제와 각종 버그 패치 지연으로 Snowstorm가 욕을 먹는 것이 조작 사건으로 리그 근간이 흔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스타 리그’는 한국이 종주국이고, ‘워3‘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리그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예. 의장님!”


‘퀘이크’,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전 세계적으로 유저들이 아무리 많다고 할지라도 메이저 게임이 아닌 것은,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청률, 광고, 스폰서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유저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자본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스타리그 만큼의 동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북미에서는 트라이-스텔라TV를 통해 한국의 ‘스타리그’가 방송되고 있다.

북미 게임 대회 방송도 중계하지만, 시청률은 한국 스타 리그가 훨씬 높았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지 않음에도 게임리그를 시청하는 청소년까지 있을 정도다.

인기 콘텐츠가 되면 자본이 움직인다.

한국의 스타리그 시청률이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각종 광고수익도 증가했다.

북미와 유럽의 게이머들은 각종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한국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상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한국을 동경한다.

왜 그럴까?

바로 방송 리그의 힘이다.

북미 게이머들은 돈은 잘 벌지만 게이머 세계에서나 유명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은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스타다.

모두 방송 리그의 힘이다.

자본이 움직이고, 세계적인 게이머들이 게임을 생중계하는 한국 리그를 동경하고, 그래서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에서 보듯이 어느 나라가 기원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나라가 현대 축구의 형태를 완성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끔 규칙을 제정하고, 체계적으로 행정 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세계 각국에 스포츠 개념으로 널리 보급하는 데 기여한 나라가 한국이다.

종주국으로서 권위와 권한을 갖는 것이 당연했다.

이전 삶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E-스포츠의 종주국 대한민국은 잊히고 미국이 모든 것을 주도했다.

게임시장과 프로리그 모두 중국이 압도했다.

류지호가 관여한 이상 그런 일은 없어야 했다.

축구의 기원이 중국일수도 있고 그리스 로마일수도 있으며 심지어 아즈텍, 마야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지만, 오늘날 축구의 종주국이 영국이란 것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가온그룹이 한국정부와 함께 E-스포츠 리그를 주도하는 한 종주국의 지위가 흔들릴 일은 없어야 했다.


“어떤 해설 위원이 게임 방송에서 그랬다죠. 선수들이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무슨 그런 개소리가 있습니까? 그것이 기사화가 됐더군요.”

“개, 개소리입니까, 의장님?”

“감동을 만들어 주는 건 방송사가 하는 겁니다. 시청자가 승자에게 경의를 보낼 수 있게 하고, 패자에게는 격려와 위로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방송 관계자와 해설자의 역할입니다. 어디서 선수에게 감동을 강요합니까? 자신의 입으로 E-스포츠라고 떠벌이면서 선수에게 드라마를 찍으라고 요구합니까? 그렇게 하기 위해 맵 조작을 하고 승부를 조작하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

“선수는 자기 자신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감동이 나오는 겁니다. 매우 공정하며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에서 말입니다. 만약 방송사가 게임 중계방송으로 드라마나 예능을 찍고 싶다면 E-스포츠라는 말은 입에 담지 말라고 하세요.”


해설자가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을 오해를 살만한 표현으로 했을 수도 있다.

스포츠의 주인공은 선수니까.

문제는 이 시기 각 방송사 PD와 해설자들은 자신들이 게임리그를 만들어 간다는 어떤 사명감이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는 오만함도 엿보였다.

어떤 스포츠에 방송사 PD와 해설자가 개입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축구 경기가 재미없다고 경기장 규격을 수시로 바꾸고, 출전 엔트리를 대회마다 변경하고, 전·후반 경기 룰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타리그’. ‘워크3 리그’에서는 자체 제작 맵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죠. 공정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담보되어야만 컴퓨터 오락이 아니라 스포츠가 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E-스포츠를 보며 감동하는 것은 게임을 제작한 Snowstorm 때문도,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 때문도, 대회를 주최하는 협회 때문도 아니다.

공정하다고 믿는 환경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루는 모습에서 감동한다.

광고수익을 일 순위에 놓는 방송사, E-스포츠 판에서 발언권을 얻어 보려 애쓰는 업체 관계자들, 게임업계 최상위 포지션으로 들어오려고 정치질 하는 일부 초창기 멤버들, 공무원들, 심지어 정치인까지.

밖에서 보면 다른 스포츠와 달리 보잘 것 없는 판에 뭐 먹을 게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이 좁은 판도 꽤나 복잡했다.


‘이 사람들아, 가온과 JHO가 갑이요....!‘


얼마든지 E-스포츠 분야에 들어와 사업을 펼치고 판을 키우는 건 환영이다.

주도권?

쥘 만한 역량 있는 곳에서 잡아도 별 불만이 없는 류지호다.

어떤 사회가 되었든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문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는 법이다.

개판으로 돌아가는 E-스포츠 판을 보느니 차라리 엎어버리든가.

뒤도 안 돌아보고 발을 빼든가.


‘솔직히 가온이 E-스포츠판까지 해먹는 건 좀 반칙이긴 해.’


Snowstorm 게임은 국내 PC용 게임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켰다.

해외 타이틀은 수십만∼수백만 장이 팔리지만, 대부분의 국내 타이틀은 1만장도 팔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개발사로 손꼽히는 손놀이가 지난 해 내놓은 대작 '화이트데이'의 경우 3만장을 팔지 못했고, 맥스소프트의 '마그나카르타'도 타이틀 당 10만장이 넘게 팔린 자사의 '창세기전'에 비해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돈 되는 온라인게임 제작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거기에 국산 온라인게임업계는 Snowstorm의 다음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Snowstorm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내년 혹은 후년에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WOW 판권확보전이 치열하다구요?”


Snowstorm의 게임은 SPECTRUM Home Entertainment가 국내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대 기대작으로 평가되는 ‘WOW'에 대해 은빛소프트와 NLC 소프트가 사활을 걸고 판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심지어 오성전자까지 판권 확보를 위한 신청서를 냈다.

게임잡지에서 알려진 곳이 세 곳일 뿐.


“국내 게임 유통사는 모두 Snowstorm에 판권 구매의향서를 보내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헛물을 켜는 것이다.


“어바인에서는 어떻게 하겠대요?”

“국내 서비스는 Snowstorm 코리아가 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 되었습니다.”

“내년에... 힘들죠?”

“그럴 것 같습니다.”


2001년 9월, 영국의 컴퓨터 트레이터쇼(ECTS)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시네마틱 트레일러와 게임플레이 영상이 최초 공개된 이후로, 전 세계 게임 유통사와 팬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Snowstorm Entertainment는 느긋한 입장이다.

류지호가 보기에 뻔뻔해 보일 정도다.


“듣기로는 2004년이 되어야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하니까, 그 전까지 한국법인에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세요.”

“예. 의장님!”


류지호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데.


“지호 형!”


경기장 입구에서 서른 즈음 나이로 보이는 부스스한 꼴의 청년이 아는 체를 했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머리 좀 식히려고....요.”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려던 청년이 얼른 말투를 바꿨다.

Snowstorm 코리아 사장이 류지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청년은 김석민의 서울대 전자공학과 후배 이태경이다.

CineFeel.com 초창기 멤버로 현재는 게임개발사 Mirinae Games에서 Timely Entertainment의 <X-맨>을 바탕으로 한 AOS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Aeon of Strife가 막 유행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따라서 AOS라는 게임 장르가 나타날 시기가 아니다.


“그냥 워3 월드에디터로 게임을 만들었으면 편했을 텐데, 괜히 몇 년 동안 날고생 했어.”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둘 만 있었기 때문에 스스럼없는 말투로 바뀐 이태경이다.


“자식이. 날로 먹으려고 들어. 게임을 처음부터 개발해 봐야 실력이 늘지.”

“형님, 날 Snowstorm에 입사시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에서 일해 보는 게 제 꿈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석민이한테 지금 한 말 똑같이 전해줘도 되겠냐?”

“당장 Snowstorm으로 꺼지라고 할 걸?”

“Snowstorm에서 너 따위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의 근거는 뭔데?”

“내가 어때서? 미리내에서 내가 빠지면 개발팀 안 돌아가.”

“그럼 미리내에 있으면 되겠네. 쭈욱~”

“하여간 Snowstorm 게임 진짜 잘 만들어. 석민이형이랑 우리 개발자 모두가 워3 해보고 좌절했잖아.”

“너희들도 할 수 있어. 쫄지 마. 형이 팍팍 지원하잖아.”

“석민이형이 1년만 출시 연기하자고 할지도 몰라.”

“개발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갈아엎고 싶지만, 지금까지 들어간 개발비 때문에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캐릭터 스킬 일부를 다시 조정해야 할 것 같아. 맵 디자인도 기존 스타 필 나는 것에서 좀 더 Timely 코믹스답게 바꾸고.”

“Timely에서 무슨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왔어?”

“그런 건 아니야. 그 쪽에서는 우리 게임 기획이 신선하다고 좋아하더라고.”

“내가 봉이냐? 배워도 꼭 못된 것만 배워.”


이태경은 면목이 없는지라 슬쩍 화제를 돌렸다.


“워크래프트 온라인 게임은 더 죽여주겠지?”

“낸들 아냐?”

“형이 모르면 누가 알아?”

“Snowstorm 개발자들이 알겠지.”


‘워크래프트3‘ 월드 에디터는 매우 강력했다.

오죽하면 이를 토대로 유즈맵이 아닌 아예 새로운 게임까지 만들어냈을까.

Timely Studios는 자사 IP를 처음으로 외국 게임개발사에 맡겼다.

바로 SPECTRUM Home Entertainment 자회사 Mirinae Games가 주인공이다.

<X-Man : Xavier's School for Gifted Youngster>라는 타이틀이 붙은 게임은 류지호가 기획에 참여했는데, 떠올린 게임이 이전 삶의 ‘League of Champion'이었다.

유저는 영웅 유닛 하나만 제어할 수 있고, 맵은 크게 양측 끝의 기지와 3개의 선형 공격로로 구분되고, 유저의 영웅 유닛과 한 편인 병력들이 공격로로 행군해 상대 오브젝트와 영웅을 공격하고, 아군 기지의 핵심 시설이 파괴되면 패배한다.

그 같은 기본만 설정해 주고 류지호는 빠졌다.

<X-맨>과 지금까지 실사화로 소개된 Timely Comics 캐릭터를 골라서 전장에서 5:5 대전을 벌이는 관계로 별다른 설정이나 스토리가 없었다.

이전 삶처럼 처음부터 거창하게 스토리를 도입했다가 점차적으로 비대해지는 스토리를 추가해야하는 압박이나 방대한 캐릭터간의 연계를 짜다가 생기는 설정 오류로 인해 생기는 스토리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설정만 가지고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신규 캐릭터가 추가될 때 유저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합류 스토리는 만들 예정이다.

기본적인 설정은 다음과 같다.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존재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고, 이를 간파한 자이비어 교수와 매그니토가 악마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뉴욕주 세일럼 센터에 설립한 자이비어 영재 학교(Xavier's School for Gifted Youngster)와 매그니토 진영의 멤버를 모아서 악마에 대항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공간창조 능력이 있는 뮤턴트와 과학기술을 동원해 만들어진 일반/협력/친선/공성 등 1:1부터 5:5까지 전투나 능력 제어에 미숙한 능력자들이 훈련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엉성한 설정이지만, 언제든지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주었다.

대적불가의 적이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다가오는데, 지구인 사이에서 선과 악, 일반인과 뮤턴트의 구분 따위는 문제가 되질 않았고. 심지어 빌런들까지 등장시켜 훈련이란 명목으로 대결을 펼치게 만들 수가 있다.

일단 탄탄한 코믹스팬이 게임 구매 일 순위 타깃이다.

영화팬에게는 ‘울버린이 나온다‘ ’사이클롭스 나온다‘는 정도로도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Timely Comics 기반 게임들은 주로 대전 격투 위주로 만들어졌다.

<X-Man : Xavier's School for Gifted Youngster>는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전 삶의 ‘League of Champion'처럼 10개의 캐릭터가 동시에 맵에 입장해서 실시간으로 정신없이 전투가 벌어지고, 심리전, 전술 등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은 다양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라고?”

“워3 아레나 테스트를 도와주고 있어.”

“주로 뭐하는데?”

“뭐 하긴. 게임 하지.”

“게임 좀 하냐?”

“보안 때문에. 이 경기장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서 극소수만 출입할 수 있잖아. 내부인을 찾다보니까 내가 워3를 제일 잘한다고 하더라고.”

“게임 개발은 안 하고 타사 게임만 했냐?”

“좋은 게임은 배워야지.”

“출시일 연기하는 게 타사 게임하는데 정신 팔려서 그러는 거 아니겠지?”

“일요일도 반납하고 회사 나와서 죽어라 일만하고 있습니다. 형님!”

“테스트는 언제까지 하기로 했어?”

"언론에 공개할 시점에는 진짜 워3 고수를 불러다가 테스트하겠지 뭐.“

“고생해라.”

“우리 회사에는 안 와? 회식 한 번 거하게 시켜주죠?”

“바빠.”

“우리 회사도 좀 이뻐해줘봐요. 씨네필하고 미리내에는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알아서 잘하는구만. 그럼 일 봐라.”

“형님도 수고하셔.”


류지호는 한국과 미국 양 쪽에서 메이저 게임개발·유통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Snowstorm Entertainment과 SPECTRUM Home Entertainment다.

온라인 게임 ‘혈맹’으로 유명한 NLC 소프트의 최대주주이고 하다.

류지호는 게임 분야는 잘 모른다.

사실상 그 분야 사업은 방목하고 있다.

게임 개발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경영 부분에는 간혹 참견을 하긴 하지만.

암튼 Halve Games Corp.이 내년에 디지털 관리 멀티플레이어 플랫폼의 초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초기 서비스는 Halve Games의 출시 게임 ‘하프라이프’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자동 업데이트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서든 자사 게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직은 PC 게임의 표준 플랫폼으로서의 VALVE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지호도 굳이 그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생각이 없었다.

1~2년 간 더 Halve Games Corp.의 운영을 지켜볼 생각이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회사 구성원들의 성향과 태도를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류지호가 경험한 게임 개발자들은 영화인들 못지않게 자기 철학이 명확했다.

고집이 무척 세다.

게임의 개발 방향과 철학이 맞지 않거나, 창작에 지나친 간섭이 들어오면 얼마 안 가 회사를 떠나버리기 일쑤다.

특히 미국 쪽 개발자들이 그런 면이 강했다.

한국의 개발자들은... 노예다.


‘바짝 조여야 할 사람이 있고, 자유롭게 풀어놔야 뭔가 나오는 사람이 있는 법이지.’


JHO Company Group은 자회사와 계열사가 중구난방인 편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문화나 분위기가 다 제각각이다.

굳이 기업문화를 통일시킬 필요는 없었다.

소속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 일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튼튼한 조직문화만 만들어놓는다면 기업의 성장이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류지호는 믿었다.

좋은 콘텐츠는 창의적인 개발자들에게서 나온다.

창의력은 천재적인 인재 개인에게서도 나오지만, 우수한 기업문화 속에서도 발현된다.

좋은 기업문화를 보유하는 것 역시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직원들을 위한 사내 복지도 중요하지만 공통적인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JHO와 가온그룹의 사업의 목표와 목적은 단순하다.


사람들을 더 즐겁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혹은 오락(娛樂)을 제공하는 기업.

류지호가 벌이는 사업은 매우 단순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인간의 기본 욕구로서 즐기고 싶다는 기본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 ❉ ❉


<민중의 적> 포스터 촬영이 있다고 해서 류지호가 인천 신흥동에 위치한 포토스튜디오를 찾아왔다.

포스터 촬영에 비싼 몸값의 김준우 작가를 기용했다.

한국영화가 포토 스튜디오에 모여서 따로 포스터용 촬영을 하는 것이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WaW 픽처스가 투자·배급했던 <결혼이야기>가 사실 상 첫 시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영화 포스터는 영화 현장의 스틸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결혼이야기>때 처음으로 광고홍보 기획에 포스터가 들어갔다.

그 후로 한동안 기존 방식대로 영화 스틸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과 포스터를 기획해서 찍는 방법이 섞여서 진행됐다.

WaW가 배급하는 영화 대부분에서 포스터를 기획하면서 다른 배급사들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영화 포스터도 심의를 받는다.

현업 종사자들조차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심의를 하는지 헛갈리기 일쑤다.

오락가락한 심의로 인해 폭력이나 정사 수위가 센 영화의 포스터의 경우 수차례 심의용 포스터를 제작해야만 했다.

이런 수준의 정부를 가진 대중문화예술인들이 SteamFlicks 기준 최대 시청수 TV시리즈와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불가사의다.

암튼 초창기 영화포스터를 막 시작할 때는 많이 열악했다.

지금처럼 스타일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의상을 사전에 준비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정상급 상업사진 작가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웠다.

당시 WaW는 가온웨딩 스튜디오에 유명인 웨딩촬영 경험이 풍부한 포토그래퍼가 다수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매우 양질의 포스터 사진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이 부분까지 류지호가 의도한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면 의외의 분야가 서로 협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박성우 작가나 가온웨딩 스튜디오의 실장급 포토그래퍼들이 포스터 촬영을 하기도 했고, 웨딩포토 전문 작가가 포스터 사진 분야로 완전히 전업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찰칵.


김준우가 연신 ‘오케이!’를 외쳐대며 셔터를 눌러댔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자유분방했던 보헤미안 스타일은 자취를 감추고 곱슬곱슬한 헤어스타일만 유지한 채 깔끔한 외모로 돌아와 있는 김준우다.


찰칵찰칵.


<민중의 적>의 두 주인공이 김준우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취해보였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촬영 당시에 펼쳤던 대립하는 연기를 실제로 재현했다.

강철중의 굉장히 시니컬한 표정, 때로는 신경질적인 표정.

조규환의 건조하고, 무감정한 표정.

그런 표정이 극단적인 콘트라스트로 필름에 담겼다.

또 다른 포스터에 들어갈 사진에는 조규환이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고 추레한 차림의 강철중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들어갔다.

강철중이 처음으로 조규환과 마주치는 빗속 장면 스틸 컷이 들어간 포스터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판초우의를 입고 돌아보는 조규환과 비에 젖은 생쥐 같은 몰골의 강철중을 한 앵글로 잡아낸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는 티저다.

배우의 얼굴이 강조된 두 개의 포스터가 개봉 전후로 해서 공개될 본 포스터라고 할 수 있다.

WaW의 홍보마케팅팀, 홍보대행사 ‘무브인’, 디자인 회사 ‘보석’, 포토그래퍼 김준우가 머리를 맞대 포스터 시안을 만들었다.

처음 만난 사람의 이미지를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라고 한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찰나에 만들어진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고 그 사람을 계속 따라다닌다.

영화에 첫인상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단연 포스터다.

매주 수 십 편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포스터와 예고편은 작품의 속살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자 길잡이이자 설명서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감독님의 카피가 정말 메시지와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WaW 기획실 초창기 멤버였던 송미선이 아줌마가 되어 나타났다.

류지호와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프로듀서 전하영 아래서 영화 기획홍보 일을 하다가 독립해 홍보대행사 ‘무브인‘을 차렸다.

WaW에서 꾸준히 일감을 얻어 영화 홍보대행을 하고 있다.

넓게 보면 충무로의 류지호 사단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엿 같고, 나쁜 놈은 많다.]


류지호가 제안한 영화의 카피였다.


작가의말

잡설 : 조회수는 신경 쓰지 않는데... 연재편수가 쌓이는 만큼 조회수도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이미 완결해봤던 소설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조회수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습작에 비해 글이 더 좋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습작 때보다 건강상으로나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번 공모전에 기업물을 내볼까 했습니다만 건강을 잃어가며 두 편을 연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이르면 하반기 공모전에 경영물이나 본격 영화감독물을 연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가 되는 상황을 보면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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