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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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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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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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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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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피로가 풀린 듯 했다.

나른한 목소리로 류지호가 대답했다.


“아시아리그까지는 아니고. 일단 한일통합리그 형식의 시범리그로 진행할 것 같다고 하네요.”

“한국은 이제 실업팀이 두 개밖에 안 남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한국 2개 팀, 일본이 4개 실업팀이 참여하는 모양이에요. 만약 이번에 한일리그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내년부터는 경기 수를 대폭 늘리겠다고 하네요.”


중국까지 끌어들여 극동리그를 출범시킨다는 야심찬 포부도 갖고 있었다.

올 겨울에 시작되는 한일통합리그는 아시아리그로 가기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6개 팀이 참가해 11월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풀리그를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이 일본에 상대가 될까요?”


확실히 한일전 양상을 띠게 되면서 평소 아이스하키에 관심이 없던 가온그룹 내 직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아이스하키 실업리그에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 한·일통합리그다.


“그래서 일본팀은 용병은 한 명 밖에 못 쓰고 한국팀은 3명까지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네요. 그렇게라도 전력 균형을 맞춰야 경기가 될 테니까.”


따라서 가온 원더러스는 캐나다와 체코·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용병을 수소문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연봉을 맞춰 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저... 의장님.”


대외협력부장이 류지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건의할 게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요. 그러라고 이렇게 깨 벗고 함께 탕에 들어온 거 아닙니까.”

“혹시 무주리조트에 스키점프팀과 루지, 에어리얼, 스노보드 같은 동계스포츠팀들이 있었던 건 알고 계십니까?”


알 리가 있나.

딱히 관심도 없었다.


“왕방울개발에 돌탑 아이스하키팀 외에도 또 실업팀이 있었어요?”

“왕방울이 아니라 무주리조트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생각에 지원을 전폭적으로 했습니다.”

“그래요?”


류지호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자, 대외협력부장이 용기를 얻은 모양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조금 붙은 것이 느껴졌다.


“한창 때는 스키 점프팀에만 연간 1억 원 정도가 지원됐습니다. 외국인 코치를 초빙하기도 하고 해외 전지훈련도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었고....”

“과거형이인 걸 보면 지금은 해체됐나보죠?“

“저희 리조트에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비록 노후화되기 했지만.... 암튼 저희 팀에 최 코치라고 있는데, 그 친구가 원래 국가대표 스키점프 감독입니다.”


순간 류지호는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이전 삶에서 2009년 개봉한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영화, 바로 <국가대표>다.

<쿨 러닝> 표절의혹을 받는 작품이지만, 관객 80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었다.


“국가대표팀 코치가 우리 리조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요?”

“예. 의장님.”

“왜 요?”


무주리조트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을 정규직화 했다.

국가대표감독이 스키시즌에만 계약하는 운영팀 아르바이트생도 아니고, 상근 정규사원이라니.

게다가 전직도 아니고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이 근무를 한다는 것이 류지호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법정관리 당시 최 코치는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었습니다만, 본인은 국가대표 수당이 나온다고 자진해서 회사를 나가려고 했습니다. 동료 한 명이라도 해고를 줄이고 싶었다고. 당시 임원분들이 만류했죠. 나중에 리조트를 인수하는 회사에서 동계스포츠팀을 지원할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류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던 <국가대표>의 스토리와 어딘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스키점프팀과 1인용 썰매 경기인 루지팀은 아직 무주리조트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

“사실 여기 무주 말고는 훈련할 곳도 없습니다.”


갑자기 대외협력부장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의장님!”

“뭐가 죄송합니까?”

“스키점프대를.... 그 친구들에게 열어주고 있습니다.”

“.....?”

“그게... 무료로....”


류지호가 온천탕에 함께 몸을 담그고 있는 임원들을 쭉 훑었다.

모두가 고개를 푹 숙였다.

다들 알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정지혁 사장까지도.

악독한 오너였다면 배임행위로 고소를 당할 사안이다.

대외협력부장이 서둘러 변명했다.


“명색이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는데, 땅바닥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영.... 그래도 연습장조차 없어 아스팔트에서 연습해야 하는 루지팀보다 스키점프팀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무주 스키점프대는 세계대회까지 치를 만큼 훌륭하니까요. 저희가 금전적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경기장은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나 공짜로 스키점프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나.

뭐가 다르다는 건지.


“그 친구들 기록이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을 얻을 정도입니다. 실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무료로 스키점프대를 내주는 문제는 당장 중요하진 않았다.


“대한스키협회나 대한체육회는 뭐 합니까? 국가대표 지원 안 해줘요?”

“최소한의 신경을 써주곤 있다고 하지만,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처지입니다.”

“조금 전에는 해외전지훈련도 가고 외국인 코치도 붙여주고 엘리트 코스를 단계별로 밟았다면서요?”

“왕방울그룹이 부도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습니다.”

“현재 그 선수들 지원수준이 어떻기에....?”

“무적 선수가 되었지만 명색이 국가대표입니다. 연간 360만 원인가 협회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매달이 아니라, 연간?”

“예. 듣기로 경기복 한 벌에 70만 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대회라도 나가려면 본인이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캐나다에서 보니까 스키점프복에 각종 스폰서 마크가 덕지덕지 붙어 있던데....?”


대외협력부장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나라 비인기종목 선수들 유니폼에는 오로지 태극기뿐입니다.”

“법적으로 안 됩니까?”

“스폰서가 없습니다.”


TV를 통해 어렴풋이 비인기종목의 설움에 대해 접하긴 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국가대표이지만 사실상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국가대표 선수 중에 두 친구는 여기 무주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망주로 발탁돼 대한체육회에서 육성된 선수죠. 안타깝지만 IMF로 체육부예산도 대폭 깎이고 지원범위도 대폭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IMF로 차입한 외환은 다 갚았다고 하던데, 점차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래봐야, 예전처럼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류지호가 직접적으로 대외협력부장에게 물었다.


“무주리조트에 다시 실업팀을 꾸리고 싶은 겁니까?”

“그저.... 무주에 남아있는 스키점프팀과 루지팀에 제대로 지원해 주고 싶습니다.”

“지원이라?”

“한 해 1억 원 정도만 지원해도 지금보다 훨씬 풍족하게 훈련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1억 원이 작은 돈은 아닙니다만.”


정지혁 사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스키점프장의 인조잔디는 물을 뿌려야 합니다. 물값에다 리프트를 움직이는 전기료, 사무실 비용 등을 다 따지면 적지 않기는 합니다만. 리조트 전체 운영비에 비하면 소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대외협력부장이 간곡하게 말했다.


“지난 97년에 모기업이 부도 난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했던 친구들입니다.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큰 은혜를 입고 있다면서 정말 죽을 둥 살 둥 훈련하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열정 하나만 가지고 해보겠다고 하는데.....”


류지호는 대외협력부장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영화 <국가대표>와 관련한 기억들과 올해부터 시작되는 아이스하키 한일통합리그에 참여하는 가온 원더러스의 리얼 다큐멘터리가 지배했다.

다솜방송은 이전 삶의 경인방송에서 방영했던 <불타는 그라운드> 포맷과 유사한 아이스하키팀 버전의 리얼 다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류지호가 기획했다.

다큐멘터리를 외주제작하고 있는 Aram 프로덕션에서는 용병 스카우트를 위해 해외에 나가있는 스카우트팀에 한 대의 VJ카메라를 붙였고, 전지훈련 중인 캐나다에도 VJ 두 명을 파견했다.

방영은 아이스하키 한일통합리그가 시작되기 직전 11월 초순으로 잡혀있다.

시청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시즌3까지 방영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만약 무주리조트가 스키점프와 루지 실업팀을 창단하게 되면 <국가대표>가 안 만들어지는 거 아냐?’


지원을 시작하면 시시하게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억만장자 소리 듣고 있는 입장에서 연간 1억 원 던져주고 생색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류지호가 탕 안을 둘러봤다.

모두가 자신만 쳐다보고 있다.

아니다.

눈치를 보고 있다.


“아, 미안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동계올림픽을 꼭 하고 싶습니다.”


정지혁 사장이 훅 치고 나왔다.

류지호는 한숨이 삐져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눌렀다.

이럴 때 점입가경이란 표현을 쓰던가.


“무주리조트는 U-대회 때처럼 나설 수 있는 처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의장님!”

“......”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기장이 무주나 전주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가능하다면 실내경기장은 경상도에, 크로스컨트리장은 충청도에.... 이런 식으로 쪼갤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곳 덕유산은 다섯 개 도가 만나는 곳입니다.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온천탕 안에 들어와 있는 임원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픽은 대륙을 돌며 치러진다.

2010년 동계올림픽은 아시아 차례다.

일본은 이미 두 차례나 대회를 치렀다.

중국은 뜻이 없어 보였다.

북한이나 구소련 연방국들은 대회를 치를 능력이 없었고.

결국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유치를 바라는 이들의 생각이다.


“무주는 지난 U-대회를 치르느라 마련한 국제규격의 경기장도 있습니다.”


대외협력부장이 즉각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필요한 18개 경기장 가운데 11개는 무주리조트의 기존시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아드롬, 봅슬레이 경기장 등이 필요하고, 아이스하키와 쇼트트랙을 비롯한 빙상경기를 치룰 수 있는 국제 규격의 실내경기장이 필요하긴 하지만.


“전라북도는 이미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한 유치위원회가 열심히 평창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회가 치러진다면 2,800억 원 정도의 흑자가 예상됩니다.”

“올림픽으로 무주리조트가 전 세계에 홍보되는 효과는 또 어떻고요.”


임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떠들어댔다.

1997년 무주리조트가 법정관리가 되면서 전라북도의 유치희망이 사라졌다.

최근 들어 강원도를 중심으로 동계올림픽 유치를 재추진하는 상황이다.

류지호는 동계올림픽에 관해 어떤 관심도 없었지만, 무주리조트는 달랐다.

돌연 정부에서 강원도와 전북의 공동개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운동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그에 따라서 강원도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강원도와 전라북도는 동계올림픽 단독유치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무주리조트 임원들은 가온그룹 차원에서 전북에 힘을 실어주길 바랐다.


“끝났어요.”

“뭐가 말입니까?”

“동계올림픽은 한국의 평창 단독 개최... 유치로 정리가 될 겁니다.”


임원들이 억울함과 부당함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류지호가 낮은 음성으로 임원들을 진정시켰다.


“전북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미련 갖지 마세요.”

“하지만.....”

“당장 루지와 스키점프팀에 집중해 봅시다. 다시 한 번 자세하게 현실을 말해 보세요.”


평창은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유치하고 더 나아가 올림픽유치까지 야심차게 노리고 있다.

사실상 올림픽유치에서 멀찍이 떨어져 나간 전북이 뒤늦게 진흙탕 싸움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무주리조트가 가온그룹에 인수되면서 경기장 건립에 민자 유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전북 정치인들이 헛물을 켜고 있다.

가온그룹의 새만금개발 프로젝트 천명까지 맞물려서 전북의 정관계와 지역유지들의 정신세계가 화려한 장미 꽃밭으로 수놓아진 상황이다.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이라면 모를까 무슨 올림픽....?’


류지호는 올림픽 행사에 얼굴을 내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나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닌 이상 어지간한 규모의 스포츠팀은 류지호 사비로도 몇 년은 거뜬히 운영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스포츠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수십 년째 하고 있는 태권도조차도.

하등 쓸모없는 체육계 파벌 싸움에 발을 담기 싫어서다.

정치판 못지 않지 않게 지저분한 분야가 체육계다.

국내 체육계 정치질은 IOC 같은 국제단체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다.


‘힘을 가지면 자꾸 쓰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뿌리 깊은 체육계의 불공정·불합리한 관행을 류지호 본인이 나선다고 해서 근절될 것 같지도 않았다.


“일단 선수들부터 만나봅시다.”


온천을 마친 류지호가 대외협력부장만 대동하고 리조트 내 창고 같은 장소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루지와 스키점프팀 선수들을 찾아갔다.

선수 본인들로부터 직접 처한 상황에 대해 들었다.

긴 말 필요 없이 그룹 차원에서 실업팀을 창단하기로 약속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봉 2,0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자, 류지호를 생명의 은인 대하듯 했다.

한 명의 코치와 다섯 명의 스키점프 선수뿐인 작은 팀이다.

이전 삶의 <국가대표> 영화처럼 선수들은 루저도 말썽꾸러기도 아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다만 한국의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만큼은 엘리트들이다.

엘리트 체육인으로써 사명감도 있고, 무엇보다 스키점프를 좋아했다.

노력은 언젠가 재능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열 방울의 땀을 흘렸는데 열 한 방울만큼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열 방울의 땀을 흘렸는데 아홉 방울만큼 발전하는 일도 없다.

정확하게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고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한편으로 세상은 자로 잰 듯 정확하지 않다.

노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수억 명이다.

안타깝지만 그들은 천재를 이길 수 없다.

천재를 보며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이들도 수억 명이다.

노력이란 건 정말 어렵다.

노력에는 어느 정도라는 기준이란 것이 없다.

만족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노력만큼은 절대로 부정해선 안 된다.

보상 없는 노력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모르지 않으니까.


‘노력 같지도 않은 노력을 노력이라고 착각하는 놈들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적어도 무주리조트에 남아 운동을 하고 있는 루지와 스키점프 선수들은 노력을 넘어 인생을 자신의 분야에 건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후원하고 응원하는 일 역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류지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열정을 다하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즐거웠다.

윌리엄 파커가 말했던 남을 도움으로써 얻는 즐거움에 한 발 다가서는 느낌이랄까.


‘다만 저들의 운전기사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겠지.’


자신의 삶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방향을 알려주고 약간의 여비를 챙겨줄 순 있지만, 그들을 태우고 갈 순 없다.

온라인게임 용어로 '버스 태워' 줄 순 없었다.


[니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그래서 절대로 꼴등이 아니야!]


영화 <국가대표>의 유명한 대사다.

류지호는 이기적인 프로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을 생각했다.

말로는 명예와 영광 운운하지만, 결국 군대면탈을 목적으로 국가에 부름에 응답하는 고액 연봉선수들.

국가대표로 차출되려고 부상을 숨겼다거나 실력이 부족함에도 뽑혔다거나... 팀을 위해 어떤 보탬도 되지 않고 응원만 하다 얼떨결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프로 선수들.

뻔뻔하게도 부끄러움은 잠깐이지만, 군대를 가지 않는 것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막대하다고 떠벌이는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

두 번의 군생활을 한 류지호로서는 그런 이들을 좋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호 너도 국가대표잖아.”


황재정의 말에 고우찬이 맞장구를 쳤다.


“맞네. 한국 국가대표 영화감독!”

“웬 헛소리들이야?”

“맞잖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대표. 너 말고 또 있냐?”

“한국계 배우도 많거든.”

“만날 은메달만 따지 말고 금메달 좀 따서 국위선양 좀 해봐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자거든!”


친구들의 헛소리를 흘려들으며 류지호는 티롤 호텔 스위트로 향했다.


❉ ❉ ❉


아이스하키 한일통합리그 출범을 앞두고, 가온 원더러스의 전용경기장 문제가 대두되었다.

당연히 U-대회를 치룬 전주 제2빙상경기장이 후보로 떠올랐다.

그런데 전주시가 시민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개방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팀의 전용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통보를 해왔다.

그 동안 홈경기장으로 잘만 사용했다.

한일통합리그를 앞두고 전용경기장 불허 통보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경기장 건설에 대한 방안을 급하게 논의했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국의 현행법은 민간이 스포츠경기장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반적인 상업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고 협약을 맺은 대기업 프로스포츠 구단이 경기장을 짓고 적극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다.

프로스포츠를 관람하는 관중은 안전시설은 물론이고 쾌적한 관람 환경 속에서 경기를 관람해야 할 권리가 있다.

선수들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그라운드 조건이 필요하다.

야구·축구·농구 등의 인기 종목은 물론, 실내 체육관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기준에 못 미친 상태에서 실업구단이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걸 통제하는 법률.

기업이 대규모 체육시설을 건설 및 운영하기 힘든 구조다.


“프로구단의 모기업은 모두 재벌이다. 그 정도 돈은 써도 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공통의 생각이다.

일반 시민들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시설’로서 시민들이 관람하기 좋고 선수들이 경기하기 좋은 경기장으로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예산 부족과 우선순위 등을 이유로 경기장 유지 보수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관리 주체를 ‘시설관리공단’ 혹은 ‘경기장관리재단’ 형태로 만들어 경기장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장을 말 그대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는 공공기관이다.

경기장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팬 서비스를 꾀하고자 하는 프로구단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금 프로구단을 소유한 모그룹은 굳이 경기장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전날 급하게 무주리조트로 호출한 문지열 전략기획실장이 단언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현행법과 조례 때문입니다.”


현행법상으로 기업 혹은 개인이 경기장을 소유할 수 있다.

법적으로 소유를 금지시킨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경기장을 직접 지어서 소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기장을 소유한 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아마 세금 때문이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세법상 스포츠 경기장은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 됩니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지방세법과 법인세법상 중과세 대상입니다. 부동산 유지비가 경기장 건설비와 맞먹기 때문에 모기업과 구단들이 경기장을 따로 소유하지 않는 것입니다.”

“굳이 큰 돈 들여 경기장을 소유하지 않아도, 지자체에서 경기장 임대권을 연고구단에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고.”

“맞습니다.”

“경기장 임대는 몇 년까지입니까?”

“최대 3년입니다.”

“법률개정은?”

“필요하다면 대통령으로 시행령을 만들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임기 말의 대통령에게 부탁한다고 들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과는 새만금프로젝트라는 더 큰 이슈로 담판을 지어야 했다.

새정부에 자잘한(?) 사안으로 신세를 질 순 없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99 글램스
    작성일
    23.05.04 09:24
    No. 1

    어렵죠 경기장문제. 공공체육시설은 토지수용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경기장 수익 얻으라고 무턱대고 수용해주고 근린생활시설로 허가해주면 결국 기업들 부동산 수익을 공공의 돈으로 얻어주는 꼴이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5.04 10:18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5.04 10:18
    No. 3

    공장지을때처럼 기업이 토지를 사서 경기장을 지어서 운영하면 공공의 돈으로 얻어주는게 아니죠
    문제는 글에 나오는것처럼 비업무용 토지세로 이중과세를 한다는겁니다 그래서 세금피하려고 기부채납하고 대신 임대료를 내고 운영권을 얻는데 지자체에서 관리를 안한다는거죠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3.05.04 10:20
    No. 4

    경기장 문제 해법은 이번 SXG 인천 스타필드 돔구장을 참고하면 될 듯.
    문화(공연), 쇼핑, 호텔과 연계된 부대시설로 짓고 인천시에 기부체납,
    그 후 경기장만 무기한 무료 대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심루
    작성일
    23.05.04 11:01
    No. 5

    축구경기장 잔디상태보면 울화통이 나죠. 정말 관리가 개판인 경우가 많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8 모란
    작성일
    23.05.04 11:17
    No. 6

    경기장은 결국 기업들이 돈이 안되서 안한다가 정답이긴 하죠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5.04 13:05
    No. 7

    경기장 문제 는 답이 없네요. 답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하몽즈
    작성일
    24.03.20 00:56
    No. 8

    너무 염치도 없고.. 주제도 모르고 욕심만 가득한거 아닌가 싶네요. 관리도 못하고 죽어나던 리조트에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별작
    작성일
    24.05.16 21:02
    No. 9

    막대하다면 떠벌이는 >> 막대하다면서 or 막대하다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5.20 11:42
    No. 10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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