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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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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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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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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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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장문식이 건들거리며 용산구의 서민동네를 걸어가고 있다.

팔자걸음으로 건들건들 걷는 폼이 여전히 건달 시절의 버릇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자, 손에 은단통이 만져졌다.

내친김에 은단통을 꺼내 몇 알 덜어내 입안에 털어 넣는 장문식이다.


“쓰읍...”


장문식이 입안에서 은단을 녹이며 동네 슈퍼마켓으로 걸어갔다.


“오셨습니까?”


슈퍼마켓 앞 간이의자에 앉아 있던 30대 후반의 남자가 가볍게 거수경례를 했다.

누가 보면 군인이거나 관련 공무원인 줄 알겠지만, 남자는 나래안전 시스템 특수영업부 저작권보호과 팀장이다.


“오냐~”


장문식이 박 과장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아주고, 슥- 눈으로 동네를 훑었다.


“짜바리 엉아들은?”

“막 공장으로 갔습니다.”

“딴 데도 짜바리 엉아들 다 출동했대?”

“예. 이사님.”

“이번에는 어디어디냐?”

“이태원하고 하남입니다.”

“하여간 짝퉁 업자 새끼들은 바퀴벌레도 아니고 말이야. 밟아도 밟아도 기어 나온다니까... 쯧.”


장문식이 혀를 가볍게 차고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현장에 가보시게요?”

“멀리서 함 구경이나 해보게. 어디냐? 안내 해.”

“옙!”


장문식이 과장의 안내를 받아 동네의 한 빌라에 도착했다.

용산경찰서 생활질서계 승합차와 112 순찰차가 보였다.

이어 손목에 수갑을 찬 남자들이 형사들에게 이끌려 빌라에서 나왔다.

장문식은 동네사람들에 섞여 승합차에 태워지는 범인들을 구경했다.


잠시 후 -


순경들이 DVD가 가득 담겨있는 상자를 빌라에서 승합차로 날랐다.

검거된 이들은 기업형 불법 DVD복제유통 업자들이다.

이날 검경 합동 단속반은 서울 용산, 이태원과 경기도 하남에 있는 불법복제 DVD 제작공장을 급습해 유통 차량에서 불법복제 영상 DVD 1만4714점과 제작기 등을 거둬들이고 불법 제작·판매업자 다수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이들 불법복제 영상 DVD를 정품 가격으로 환산하면 3억2천여만 원에 달했다.

적발된 제작·판매업자는 주택가 2층 건물을 고친 불법 제작공장에 DVD 61장을 동시에 복제할 수 있는 기기를 설치하고 컴퓨터에 영상 727점, 음악 4317점, 표지 8263점을 저장해 불법 DVD를 만들었다.

주로 용산, 이태원, 청계천 등지에서 장사하는 노점상들에게 공급해 왔다.

파인소프트웨어를 필두로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한국 사법당국에 꾸준히 압력을 행사해서 정기적으로 단속을 벌이고는 있다.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것이 불법복제다.

가장 최근에는 1999년과 2001 두 차례에 걸쳐서 검찰의 대대적인 저인망식 수사로 1만 명이상이 적발됐고, 업자들에 대한 고강도 수사와 입수한 장부를 토대로 불법복제 사범들을 일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50일 집중 단속, 100일 집중 단속.

말은 그럴 듯했다.

헌데 그때뿐이다.

불법복제물의 수요가 있는 한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것이 짝퉁업자들이다.

미국의 파인로소프트와 국내의 한글과소프트, 큰사람 등이 잇달아 수십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 불법복제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특히 파인소프트는 ‘복제 천국’으로 알려진 용산전자상가 등 대형 컴퓨터매장에 대해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그런 움직임에 가온그룹도 동참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검찰이 움직였다.

나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올 들어 전국적으로 모두 1만9백50명의 지적재산권 침해사범을 적발, 이중 700명을 구속했다.

이밖에 저작권법 위반 4,662명(구속 19명),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3,100명(구속 345명), 음반·비디오물 등에 관한 법률위반 1,612명(구속 286명), 특허법·의장법 등 위반 754명(구속 4명) 등의 성과를 거뒀다.

사실 검경이 이 정도까지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서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빅보스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치?”

“화가 나실 만도 합니다.”

“하여간 저것들은 재주도 좋아.”

“아직 한국에 출시되지도 않은 <해리포터> DVD가 버젓이 용산에서 팔리고 있잖습니까. SnowStorm 게임타이틀은 어떻고요.”

“하여간 새끼들 거.... 증말 열심히들 산다.”

“의장님께서는 이 정도에서 멈추실 생각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악질적인 업자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그룹 법률팀이야, 다온이야?”

“다온과 제휴를 맺고 있는 지방법률사무소 다섯 곳이 동원될 거라고 합니다.”


장문식이 휘파람을 불었다.

소송에 참여하는 변호사만 최소 20명이란 이야기다.


“특수영업팀에서 용산전자상가의 불법복제품 유통에 대한 실태조사를 끝마쳤습니다.”

“구속된 업자들한테만?”

“불구속 기소된 상태인 불법복제 업자들에게 1억~2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인소프트와 한글과소프트 등 십여 개 기업들 그리고 영화·음반협회와 함께 불법복제 유통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산전자 점포들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검찰이고 경찰이고 아 뜨거라 난리도 아닌 거구나?”

“국세청도 움직이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의 지적재산권 관련법들은 모두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동시에 피해자의 고소에 의한 형사 소송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이 한국 역시 피해의 실질적인 구제는 당사자 간의 합의나 손해배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피해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했다.

형사상의 처벌은 일종의 압박수단으로 사용되는 편이다.

지난 1999년부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벌금이 현행 3,000만 원 이하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었고, 2000년부터는 '전송권'이 인정돼 컴퓨터상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프로그램을 전송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처벌받게 되었다.

불법복제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직접 손해액을 증명하지 않고도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정통부는 2000년 1월부터 저작권자에게 '전송권'을 부여, 저작권자 허락 없이 프로그램을 전송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강화했다.

이르면 내년에 소프트웨어 저작권침해에 관한 처벌기준인 친고죄가 폐지될 예정이다.

현행 친고죄는 정부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단속하더라도 피해자(저작권자)가 이를 다시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는 단속공무원과 예산을 늘려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처벌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고소를 기다려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업계의 요구로 이 같은 친고죄를 폐지하고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에만 처벌을 하지 않는 것으로 국가기관의 단속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

WaW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국영화배급협회, 음반협회, 저작권협회 등 대중문화 전반의 관련 협회와 기업들을 총망라해서 법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내년에 시행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면 저작권자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상대로 처벌을 면하게 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해 저작권자의 입지가 대폭 강화된다.

때문에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의 상당한 지분을 다국적 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권리만 너무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되면 저작권자의 협상력이 너무 높아져 독점적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액수가 큰 건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음악바다에 저작권침해 소송을 걸어 한창 재판 중이다.

2년 전에는 미국에서 Lapster가 저작권위반혐의로 제소되어 저작권 음악파일 배포 중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기업이 손익상의 문제로 개인에게 소송을 걸 경우 여론이 기업의 편에 서는 일은 좀처럼 없다.

특히 평균연령이 낮은 인터넷상 불법복제와 관련된 소송의 경우 기업들은 순진한 학생들의 지갑을 노리는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힌다.

해외 기업일 경우에 받는 타격은 더 컸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한국에서 장사를 시작하더니 뭐 벗겨먹을 것 있다고 애들 상대로 소송까지 거느냐!”


실제로 파인소프트가 불법복제와 관련된 개인 소송을 진행하면서 주위로부터 무수히 들은 말이다.

때문에 파인소프트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 것처럼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후 물밑에서는 협상을 벌였다.

협상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어쨌든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인터넷 불법 공유에 대해 칼을 빼들었지만, 오프라인 상의 단속에 있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류지호가 칼을 빼들었다.

국내 DVD 불법복제와 P2P공유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곳이 가온그룹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출시된 DVD타이틀은 지난 99년 70여개 정도에 불과했다.

작년에 500개까지 급증했는데 스펙트럼DVD에서 출시한 타이틀이 300여개에 달했다.

한국영화 중에는 <퇴마기록>, <쉬리> DVD타이틀이 국내에서만 1만 장 넘게 팔렸다.

또한 교육용, 다큐멘터리, 해외 라이브공연 실황, 한국 유명 가수의 콘서트 DVD 타이틀 출시도 70여 편이나 된다.

출시한 타이틀이 많으니 불법복제의 타깃이 될 수밖에.

Snowstorm Entertainment의 게임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는 공식적으로 누적판매량이 500만 장(최종 870만 장)을 넘었다.

아네모네 PC방 체인이 정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회귀 전의 두 배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법복제나 CD키 돌려쓰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 불법 타이틀 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신고접수는 미미하다고 합니다.”

“암튼 관련 협회와 보조 잘 맞추고, 짝퉁 감시팀 인원도 더 보강하도록 해봐.”

“예. 이사님!”


나래안전 특수영업팀은 불법복제나 짝퉁 관련 전과자들을 적당히 구슬려 최신 범죄 수법을 익히고, 불법유통계에 직접 직원들을 위장 잠입시켜 복제 공장과 유통망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그런 후에 경찰 혹은 검찰에 정보를 넘겨주는 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은 실적을 올려서 좋고, 나래안전은 가온그룹의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어 좋고.

거기에 다온로펌의 제휴 법률가들이 업자들에 대해 무차별·무관용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업자들이 다시는 불법복제 및 유통, 불법 업로드 바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온갖 소송으로 괴롭혀 줄 생각이다.

이전 삶에서 저작권보호나 짝퉁 단속은 2011년 서울시가 기초자치단체로 처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고 전담 단속반을 구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보다 앞서 2005년에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산하의 저작권보호센터가 만들어졌다.

가온그룹은 훨씬 이른 시간인 2002년 본격적으로 콘텐츠 불법복제와 유통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 ❉ ❉


류지호는 G-Tower에 입주해 있는 SPECTRUM Home Entertainment의 본사를 방문해 우남혁 사장을 만나 함께 점식을 먹었다.

그런 후 구로의 공장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회사의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전부 본관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해도 매번 한결 같았다.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의전이라고 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류지호는 자신을 환영해주는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DVD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류지호는 감회가 새로웠다.

이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DVD 제작 기반이 매우 취약했다.

미국이나 대만에서 DVD타이틀을 제작해 들여왔다.

때문에 물류비용까지 포함되어 제작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스펙트럼DVD는 일찍부터 최신 DVD 제작 장비를 갖췄다.

거기에 미국 JHO Company 계열사 IVE Home Entertainment로부터 정기적으로 기술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한국판 DVD 타이틀까지 스펙트럼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제작원가가 비디오의 경우 한 장당 2,700원, 비디오CD 1,400원 정도인데 비해 DVD는 2.000장을 제작한다고 할 때 9,500원 정도합니다. 여기다 판권료, 케이스, 속지 등 부대 경비를 더하면 2만 원 이하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빠듯하긴 합니다.”


공장장의 설명에 류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외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타 업체처럼 물류비용이 들지 않잖아요. 마진율이 높지 않던가요?”

“그렇습니다만.... 그럼에도 규모의 경제로 봤을 때 최소 1만 장은 제작해야 이익이 남는 구조입니다.”


새삼 미국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1만 장 팔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기본 30만 장에 흥행대작은 수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겨냥해 마케팅을 펴고 있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대여를 선호합니다. 극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소장용으로 DVD를 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서도 StreamFlicks처럼 DVD를 대여해주는 인터넷사이트가 생겼다.

생각보다 호응은 적은 편이다.

영업이사 강경택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DVD 타이틀이 지금보다 더 많이 출시되고, 영화마을 같은 대형 체인점에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 DVD 타이틀 라이브러리를 갖추게 된다면 시장은 한층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통된 기대입니다.”

“DVD 플레이어 가격은 좀 떨어졌어요?”


국내 가전 3사에서 내놓은 DVD 플레이어 가격은 40~80만 원으로 고가에 속했다.


“작년 연말과 올해 오성과 금성에서 30만 원대 새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으로는 10~25만 대 제품도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DVD P 가격이 떨어지면 DVD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타이틀 가격은 어때요?”

“DVD타이틀 역시 2만∼3만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불과 99달러짜리 DVD플레이어가 출시되었다.

그 외에도 세계적인 가전회사들 사이에서 가격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VCD 보급이 활발한 중국시장에는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지요.”

“일본이 아닙니까?”

“일본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나라죠. 현재 중국 내 VCD 겸용 DVD 플레이어 보급대수가 어림잡아 100만대라고 추정하더군요. 트라이-스텔라 내부적으로 세계 가전업체의 전망을 토대로 올해 중국내 판매 목표를 300∼400만대로 올려 잡았어요.”

“....음.”


한중수교 이후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대위기를 겪었다.

그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 중에 하나가 대중국 시장 개척이었다.

서구 기업들이 간을 보고 있을 때 한국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중국은 한국에게 최대무역흑자 국가가 되어주었다.


“중국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광범위한 시장을 묶어낼 수 있는 유통, 배급 구조가 전무하다는 현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이용해서 불법복제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죠.”


아시아의 불법복제는 할리우드 입장에서 골칫거리다.

1996년에 워너-타임을 시작으로 20세기 PARKs 등이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중국에 진출한 것도 그 같은 사정 때문이다.

올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쪽 협력사와 불법복제와 열악한 유통 구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보고가 올라온 바 있었다.


“한국영화 DVD타이틀의 부록이 많이 부실하지요?”

“1년에 개봉되는 한국영화 가운데 10여 편 정도에만 부록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펙트럼이 출시하는 한국영화 DVD 타이틀에는 무조건 부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창기 한국영화 DVD 타이틀의 부록은 많이 부족했다.

구색 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예고편에서부터 극장판의 삭제 컷들, 특별 편집본, 제작과정, 감독과 배우 코멘터리 등 다채로운 부록이 들어있는 미국산 DVD 타이틀과 많이 비교가 됐다.

이젠 아니다.

스펙트럼DVD가 출시하는 한국영화 DVD 타이틀에는 충실한 부록이 포함되어 있어서 DVD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DVD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영화, 방송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들이 저희 DVD 타이틀의 부록을 강의 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DVD 개념조차 없던 시절 제작된 <하얀전쟁>에는 베트남 로케이션의 생생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감독, 배우, 스태프들의 고생담이 매우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퇴마기록>, <쉬리> DVD 타이틀에는 제작과정과 한국의 특수효과 현주소를 알려주는 다양한 부록이 담겨있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같은 영화에서는 이명수 감독의 영화 철학과 미학에 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당연히 이런 한국영화 DVD 타이틀은 마니아들 사이에게 큰 화제가 되면서 판매량 또한 1만 장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의장님의 <복수의 꽃> DVD 타이틀에는 Eye-MAX 시스템 전반을 소개하는 부록이 들어갈 예정이고, 해외판에도 똑같이 담길 예정입니다. <민중의 적> DVD 타이틀에는 D-Cinema와 Origin Ⅱ 카메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될 예정입니다.”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는 넷튜브에서 온갖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 소개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이 시기만 해도 ‘저런 장면은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거지?’ 하는 의문을 해소할 길이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없었다.

DVD의 부록으로 인해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학의 영화과 시청각자료로 큰 역할을 했다.


“차후 <복수의 꽃>과 <민중의 적>은 특별 증정용도 준비해 주세요.”


우남혁 사장이 말을 받았다.


“프로모션에 사용하시려고요?”

“촬영협회와 감독협회 회원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생각입니다.”

“무료로 말씀이십니까?”

“한국의 모든 영화과 교수들에게 뿌려야겠네요.”

“얼마나?”

“...음. 한 2,000장 준비하면 되지 않겠어요?”


우남혁 사장을 포함해 수행하고 있던 임원들이 깜짝 놀랐다.

단일 타이틀 매출의 20%가 넘는 개수다.


“넉넉하게 준비하면 좋겠죠. 출시하고 곧바로 기증할 건 아닙니다. 출시 후 한두 달 경과한 다음에 기증하는 게 좋겠죠. 그 전에 매출 좀 올려놓고.”

“알겠습니다.”

“다른 업체들 상황은요?”

“올해부터 직배사를 중심으로 타이틀을 쏟아낼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선구자격인 저희는 매달 10편 씩 총 120편 정도를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클래식 무비가 많이 포함되겠군요?”

“예. 트라이-스텔라와 새롭게 40편 가량 판권계약을 체결했습니다. JHO/Working Title Films 그리고 디멘션 필름의 초창기 영화들도 포함됩니다.”


류지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남혁 사장이 말을 이었다.


“저희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것인지 DVD사업을 위해 워너-타임이 홈비디오 회사를 설립해 지난달부터 50편을 무더기로 출시했습니다. 매월 서너 편씩 출시해 우리 다음으로 많은 DVD타이틀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워너-타임 코리아는 현재 2만5천∼2만7천원인 타이틀 가격을 1만6500∼1만9500원 정도로 내려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LOG의 브에나비스타, 20세기 PARKs, UPI 직배사의 홈비디오 자회사도 시장전망을 살피며 DVD 타이틀을 쏟아낼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었다.


“특히 브에나비스타는 상반기 중에 DVD 타이틀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데 셀스루 시장(소비자 직접판매)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국내 업체로는 스타맥스에서 의욕적으로 DVD 사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거기가 일본의 오메가가 사실상 주인이었죠, 아마?”

“맞습니다. 영화로는 <링>, 아이돌 ‘십대의 승리’의 라이브 콘서트 등 스무 편을 출시한 바 있는 스타맥스는 올해만 50편을 쏟아낼 계획이랍니다.”

“스타맥스가 신촌 가온백화점 건너편에 샘플숍을 열었다면서요?”

“예. 오성계열의 비트원 비디오는 BS 엔터테인먼트 배급작품 중심으로 20여 편을 출시할 예정이고, 무비아트서비스는 6편의 출시가 잡혀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정대로 출시된다면 모두 얼마나 되는 겁니까?”

“올해까지 한국 전체 누적 DVD 타이틀 수가 대략 1,000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DVD플레이어 시장은 지난 1999년 고작 1만여 대 규모에 불과했다.

1996년 금성전자가 국내업체 중 처음으로 DVD플레이어를 출시한 이후 5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시장규모는 불과 5만여 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외업체들의 중저가형 DVD 플레이어 출시, DVD타이틀 공급확대와 함께 업체들의 다양한 판촉활동에 힘입어 2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은 DVD 시장이 매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올해 DVD 판매는 10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는데 2000년의 84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극장의 영화티켓 판매 수입은 94억 달러에서 정체되고 있는 반면 DVD나 VHS 비디오의 판매 및 대여 수입은 245억 달러로 극장수입의 2.6배다.

DVD 판매 및 대여 수입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VHS 대여 및 판매 수입은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북미 박스오피스 상위권 영화들의 경우 DVD 타이틀이 1,200만 장 이상 팔려나갔고, 트라이-스텔라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해리포터>의 경우 무려 2,000만 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래리 킴 회장으로부터 들었죠?”

“어떤....?”

“1~2년 간 영업이익을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예.”

“3,000편 이상의 DVD타이틀이 목표입니다. 오프라인이 되었든 온라인이 되었든 빌려 볼 타이틀이 있어야 DVD 시장이 돌아갑니다. 판권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 주세요.”

“예. 의장님!”


이전 삶에서는 국내 DVD 업계와 할리우드 직배사가 따로 놀았다.

이번에는 아니다.

류지호라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오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업 부문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산업적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 수익증대를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가온그룹 산하의 SPECTRUM Home Entertainment는 국내외 업체들 사이의 불협화음을 적절히 조정하며 부가시장의 한 축인 DVD시장을 이끌어나고 있었다. 천하의 류지호도 한국의 부가시장을 일본처럼 안정적으로 만들어 낼 순 없다.

건강하고 안정된 시장을 만드는 것에서 공급자 책임만 물어선 안 된다.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도 함께 따라와 줘야 한다.

누군가의 창작물이나 제품은 공공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불금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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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9 116 24쪽
510 MUJU Rock Festival! +2 23.05.25 3,142 127 21쪽
509 류지호 사단. (5) +4 23.05.24 3,178 118 23쪽
508 류지호 사단. (4) +12 23.05.23 3,153 146 26쪽
507 류지호 사단. (3) +9 23.05.22 3,198 119 25쪽
506 류지호 사단. (2) +11 23.05.20 3,231 107 25쪽
505 류지호 사단. (1) +5 23.05.19 3,255 117 24쪽
504 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5 23.05.18 3,141 118 24쪽
503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2) +10 23.05.17 3,154 131 26쪽
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6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5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0 134 24쪽
499 Action Camera. +5 23.05.13 3,133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1 125 25쪽
497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1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1 119 25쪽
495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7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9 120 24쪽
493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20 111 23쪽
492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3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7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0 115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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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1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20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8 12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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