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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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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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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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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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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인천 신흥동의 옛 물류창고 터.

현재는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포토 스튜디오로 탈바꿈한 상태다.

입구 아치형 구조물에 ‘STUDIO JUN‘이란 상호가 고딕체로 달려있다.

7,000여 평 부지, 중앙 공터를 둘러싸고 있는 여섯 개의 크고 작은 벽돌 건물들.

김철민이 외아들 김준우를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둔 포토 스튜디오다.

독일유학 7년 만에 돌아온 김준우다.

항상 세련된 옷차림이었던 과거와 달리,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헐렁한 느낌의 옷을 겹쳐 입었고, 스페인 풍의 이국적인 무늬의 셔츠를 입어 보헤미안 스타일이다.

스타일만 보면 예술가 혹은 영락없는 집시다.

그런 김준우와 대비되게 황재정은 깔끔한 정장을 빼입고 있다.

확연하게 상반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이 포토 스튜디오를 돌아보고 있다.

김준우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투덜거렸다.


“스튜디오가 왜 이 모양이야?”

“번잡스럽게 보이지?”

“스튜디오가 무슨 물류창고냐? 화학공장이야?”


충분히 투덜거릴 만 했다.

붉은 벽돌의 창고 건물 사이를 온갖 종류의 파이프라인이 마치 화학공장처럼 건물 벽면을 가로지르고, 또 각 건물들 사이를 연결하고 있다.

곳곳에 철망 펜스도 있고, ‘STOP' 표지판이 걸린 거대한 철망 출입구도 있다.

창고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철제 구름다리와 계단도 설치되어 있다.

겉모습만 봐서는 인더스트리얼 느낌이 물씬 풍겼다.


“당장 느와르 영화 찍어도 되겠지?”

“....?”

“광고, 뮤직비디오, 드라마, 영화 촬영장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래.”

“누구 맘대로.”

“지호 맘대로.”

“그런 거냐?”

“싫다고 할래?”

“못하겠지?”

“해도 돼.”

“진짜?”

“여기 네 거야. 지호도 네 작업이 먼저라고 했어.”

“내 개인 스튜디오치고는 지나치게... 오버한 거 아니냐?”

“아버님이 네 몫으로 마련해 주신 거니까. 이거로 상속은 퉁 치실지도 모르겠다.”

“여기 유지비 장난 아니겠는데?”

“그러니까 상업사진도 많이 찍고, 장소 임대도 해야지.”

“누가 예술만 한데?”

“아저씨하고 박 선배는 너한테는 셀럽 웨딩 촬영만 맡기기로 했다더라. 가끔 광고사진도 좀 찍어.”

“나를 뭐... 엄청난 사진작가라고 알고 있나봐?”

“....자식.”


김준우는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을 더 유럽에 머물렀다.

그 시간 유명 잡지에 실릴 사진을 몇 개 작업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신진 포토그래퍼로 나름 인지도가 있었다.


“지호가 직접 디자인한거야?”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촬영장들의 장점만 이곳에 모아 놨다고 하는데, 보는 그대로지 뭐.”


70년 세월의 붉은색 벽돌 건물들이 많아서 국내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옛스러움이 있었다.

게다가 영상 분야 종사자에게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간구성이 좋았다.

야외 분위기만 보면 교도소와 중소기업 공장 촬영도 가능했다.

심지어 미술만 약간 첨가하면 아포칼립스나 SF 분위기까지도 가능해 보였다.

두 사람이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도 있네?”

“외부 손님은 받지 말고, 대기 고객과 웨딩 촬영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했어.”

“은근히 돈 많이 들었겠는데?”

“뭐 별로.”

“얼마나 들었는데?”

“우찬이 아버님이 싸게 공사해주셨어.”

“돈 진짜 열심히 벌어야겠다.”

“통장 확인 안 했냐?”

“무슨 통장?”

“매년 네 계좌에 꼬박꼬박 배당금 입금 되었을 걸?”

“배당금도 있었냐?”

“나중에 확인 해봐.”

“지호가 따로 전하는 말은 없고?”

“노름에 손대지 말 것. 걸리면 손모가지 내놔야 하고. 개나 소나 술 사주지 말 것. 알코올 중독치료 센터에 확 보내버릴 것이고. 특히 선후배나 친구 보증 서주지 말 것.”


푸하하.


김준우가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만약 어기면 친구고 뭐고 끝이래.”

“내가 한국에 선후배나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있다고.”

“동문회 한 번 나가봐라. 너와 친해 보겠다고 일렬종대 백 명은 모일 걸.”

“사진 찍는 놈하고 친해봐야 뭐가 나오나....?”

“한 달만 지내봐라. 내 말을 실감할 거다.”

“뭘 한 달씩이나 기다려. 말 해봐. 내가 한국에서 유명해?”


김준우는 원래부터가 인천에서 알아주는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 김철민은 사위와 딸들에게 적당히 사업체들을 나눠주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지금은 류민상의 다울재단 일을 돕거나 평소에는 한량처럼 지내고 있다.

헌데 재산은 계속해서 불어났다.

가온투자파트너스가 김철민의 자금 일부를 신탁받아서 돈을 불려주고, 나래안전에서 IMF 시기 알짜 빌딩을 알선해 주었다.

또 고우찬의 아버지 고성재의 인테리어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 많은 재산이 누구에게 돌아갈까.

외아들인 김준우가 물려받을 것이 자명했다.

이미 인천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역신문과 방송에서 기부를 많이 하는 좋은 부자의 표상으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우찬이는?”

“지호 밀착마크 중.”

“지호 경호원으로 따라다니기로 한 거야? 아저씨 회사 물려받는 게 아니라?”

“51구역에도 다녀왔는지 애가 완전 이상해졌어.”

“뭐가 이상해졌는데?”

“지호 대신 총이라도 맞을 태세야.”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잖아. 지호 껌딱지.”

“도가 지나쳐. 연수프로그램에서 무슨 세뇌라도 받았는지. 아주 이상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거대한 덩치가 스튜디오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복을 입은 고우찬은 경호업무를 볼 때의 절도 있는 모습과 달리 평상시 껄렁한 걸음걸이로 걸어왔다.


“구경 다 했냐? 간만에 신포동 가서 술 한 잔 빨자.”

“저게 어딜 봐서 바뀐 거냐?”


고등학교 시절 오인방 중 고우찬, 김재욱은 파파라치 컷으로 자주 매스컴에 노출된 편이다.

특히 황재정은 젊은 나이에 가온그룹에서 중책을 맡고 있어 언론에서도 주시대상이다.

고우찬은 류지호의 친구이자 경호원으로, 김재욱은 WaW 프로덕션의 라인 프로듀서로, 황재정은 가온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저 마다의 이유로 매스컴에 노출이 되고 있다.

반면에 김준우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가온그룹 지주사의 주주였지만,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나름 유럽 명품 브랜드나 패션잡지와 작업을 했음에도 국내에 소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사진업계에조차 어느 순간 잊혀졌다.

너무나 조용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김준우는 류지호의 재능, 고우찬의 열정, 황재정의 이성을 모두 갖춘 편이다.

스스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지.


“재정이 너는 요새 졸라 잘나간다며?”

“아직 배울 게 많다.”

“어쭈? 어디서 되도 않게 겸손은.....”


황재정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회사 경영 실무를 경험했다.

류지호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강박적인 습성이 있었다.

바로 완벽주의 성향이다.

류지호의 곁에서 항상 보던 것이 그런 모습이서 그런 모양이다.


“지호가 엔터판을 지배할 놈인데, 보좌해야 할 내가 어설프면 안 되잖아.”


어릴 때는 치기어린 생각에 자존심만 내세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상만 좇다가는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법 자존심이 높은 것치고는 이젠 쉽게 굽힐 줄도 안다.

괜히 멋 부리려고 쓸데없는 오기를 부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었다.

보기에 멋지진 않지만, 지극히 합리적인 인물로 변모했다.

황재정이 고우찬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면 물었다.


“지호 말 들어보니까 무슨 특수훈련까지 받았다며?”


JHO Security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은 한국에서의 군생활보다 훨씬 엄격했다.

중간에 탈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원자도 많았다.


“내가 교육에 참여한 유일한 동양인이었거든. 오기로 버텼다 내가.... 쪽팔리잖아. 탈락하면.”


데본 테럴과 자주 대화를 하다 보니, 비로소 알아버렸다.

자신의 친구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지를.

재능 넘치는 잘나가는 영화감독, 부자, 워커홀릭, 대기업 오너, 의리 있는 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류지호는 사람들이 모르는 수 만 명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LA폭동을 막아보려고 어떤 일을 했는지, 삼봉백화점 참사 전에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9·11 수습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류지호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데본 테럴로부터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지호가 한국이 담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더라고. 또 지호의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이 퍼져나가 있는 지도 알게 되었지.”


JHO와 가온이 잘 못되면 회장인 친구 혼자만 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곳에 속한 가족들까지 힘들어지는 것이다.

류지호는 그 모든 걸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새파란 애송이 시절부터.


- 배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 순위가 믿었던 친구다. 만약 네가 보스를 배신한다면 나와 내 사람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네 삶을 파괴할 것이다.


교육을 수료하고 귀국하기 전, 데본 테럴이 고우찬에게 했던 충고를 가장한 협박이었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조금은 나아지게 마련이다.

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

고우찬은 그 뜨거운 열망을 JHO 교육프로그램에서 품게 되었다.

불알친구 류지호를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망이 발현되고 나서 발전했다.

어릴 때 약속했던 것처럼.


❉ ❉ ❉


미국 LA의 Kozak Theatre.

올 초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류지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류지호가 오랜 만에 Kozak Theatre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REMO partⅡ>의 제작자로서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한 것.

차분한 스타일링의 류지호가 배우들과 함께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했다.

류지호는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도 해줬다.

<REMO partⅡ> 월드 프리미어가 중요한 행사이지만, 오랜만에 미국 매스컴 앞에서 선 류지호를 취재하기 위해 CNN을 비롯해 헐리웃리포트, PARKs 뉴스, LA 타임즈 등 메이저 언론사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


팬들 가운데 한복을 입은 교포와 유학생들이 얼핏 보였다.

아마 <REMO partⅠ>에서 한복을 입고 등장한 치운에 대한 코스튬 플레이를 선보인 것 같았다.


‘갓을 쓰고 나오면 갓이 유행하고, 곰방대를 피우면 곰방대가 유행할까?‘


<해리포터>급 박스오피스를 거두면 가능할 것 같기도....

어쨌든 류지호는 포토존에서 <REMO part Ⅱ> 주인공들과 포즈를 취했다.


찰칵! 찰칵!


쏟아지는 질문 중에서 적당한 질문을 골라 대답했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데,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윌리! 당신은 Jay가 제작하는 영화 두 편을 연달아 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것도 프랜차이즈 시리즈입니다.”


윌리 워커는 망설이지 않고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Jay는 내가 새벽에 경찰서 유치장에서 전화를 해도 단숨에 달려와 꺼내줄 친구입니다. 그가 불러만 준다면 어느 영화에나 출연할 것입니다.”


류지호도 그에 대한 답을 내놨다.


“나는 윌리가 슈퍼스타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함께 서핑을 할 때는 조금 벅찬 친구이지만.”

- 서핑은 윌리에게 배운 겁니까?

“서핑 스승입니다.”

- 태권도는 Jay가 가르쳤습니까?

“아쉽지만, 윌리는 주짓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윌리는 파도를 탈 때는 매우 민첩한데, 애석하게도 매트 위에서는 그리 날렵하지는 않습니다.”

“뭐라고?”


발끈한 윌리 워커가 류지호를 향해 주짓수 기술을 거는 시늉을 했다.

류지호가 껄껄 웃으며 그걸 받아줬다.

사진기자들이 좋아하는 쇼맨십이다.


찰칵찰칵.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다.

두 사람이 사전에 말을 맞추고 한 행동이다.

시사회 전 행사를 모두 소화한 후 류지호는 극장 안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주변으로 JHO Pictures 주요 인사들이 모여 앉았다.

무대인사 없이 곧바로 시사회가 시작되었다.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뜨는 영화사 로고 중에서 'TIMELY STUDIOS'가 다른 것으로 바꿔서 들어갔다.


TIMELY KNIGHTS.


주로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사용하던 로고다.

퍼니셔, 데어데블, 대거, 고스트 라이더 등이 임시로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에서 팀 명칭처럼 사용되기도 했지만, ‘에벤져스’처럼 공인된 팀 이름은 아니다.

향후 TIMELY의 어두운 캐릭터나 안티히어로들을 다룬 영화들은 ‘TIMELY KNIGHTS’ 로고를 달 예정이다.

암튼 배급사인 트라이-스텔라 관계자들과 JHO Pictures 임원들은 <REMO partⅡ> 최종편집본에 만족했다.

반면에 류지호는 조금 불안했다.


‘애매하네....’


관객들은 1편처럼 시원시원하지만 생각할 거리도 있는 전개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터.

그런데 비밀임무, 감시, 스파이들 간의 정보전, 은밀한 움직임, 비열한 뒷거래, 정보조직의 관료화, 정치적 이해관계 등 2편은 지나치게 스파이 장르에 충실했다.

레모 윌리엄스가 ‘언데드‘라는 초현실적인 현상을 파헤치는 가운데 스파이 세계까지 함께 보여주려고 했다.

1편에 비해 제작비가 2,000만 달러 이상 더 투입되면서 스펙터클은 더 거대해지고, 더 폭발력이 있었지만.

전 편에서 맨손 격투로 펼쳐졌던 판타지적 액션은 최소화 되었다.

폭발, 카체이스, 총격전, 전투기와 헬기 공격 같은 물량 위주로 액션 시퀀스가 짜여졌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공식에 충실했다고 할까.

감독이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를 연출하면서 비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CIA 내부에서의 CURE의 존재이유와 관료사회의 갈등 같은 정치적인 상황도 많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보니 치운의 분량이 대폭 축소되었다.

때문에 레모 윌리엄스와 콘 맥클리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

1편의 반항적인 아들(레모)과 꼬장꼬장한 아버지(치운)의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 충돌에서 오는 갈등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그런 면이 대폭 사라져버리고 홀로 서는 아들의 좌충우돌이 부각됐다.

1편에서 치운이 레모 윌리엄스에게 무예를 수련시키거나 꾸짖는 과정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는 과정처럼 보였다.

그 속에서 일반 가정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가치관의 충돌도 읽어낼 수 있었다.

아들을 만날 혼내는 아버지와 반항기에 접어든 아들 같은 모습들.

레모 윌리엄스는 스승이자 아버지의 품안에서 틈만 나면 달아나려고도 한다.

이런 모습이 홀아버지 품에서 자라는 질풍노도의 외동아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REMO>의 재미 중 하나가 이런 투덕거리는 둘의 훈훈한 모습이었다.

후속편에서는 아버지이자 스승인 치운의 그늘에서 벗어난 힘 센 아들 레모 윌리엄스가 각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레모는 불길하다는 치운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

치운의 만류에도 덜컥 임무를 맡아 다시 동유럽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언데드의 왕과 싸우다 죽음 직전까지 가는 위기에 내몰린다.

언데드 왕의 지배하에 놓일 위기에 처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미국인 영웅 레모는 보스니아 내전에서 인종청소라는 비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른 자들까지도 구원한다.

그리고 1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름 없는 전사로 나타나 영웅적인 행적을 남기고 조용히 세르비아를 떠난다.

할리우드 영화가 늘 그렇듯 무고한 세르비아인의 희생을 막고 베오그라드를 구원한 주인공은 CIA, 그곳을 품고 있는 미국이다.

죽을 위기에도 처해보고, 선량한 보스니아계 빈민에게 도움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레모는 언데드의 왕을 처리한다.

사부인 치운의 도움 없이.

비로소 한 명의 전사로 다시 태어난다.

에필로그는 북한 신안주에서 위기에 빠진 치운을 보여준다.

치운 일족의 터전이 북한 당국에 발각된다.

북한의 독재자는 치운 일족의 마을로 군대를 파견하게 되고, 얼마 남지 않은 일족의 남자들이 맞서 싸운다.

아무리 엄청난 무예를 수련한 일족들이더라도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군대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치운이 홀로 무용을 뽐내보지만, 북한은 방사포 화망까지 동원해 시난주 일족을 토벌하려고 한다.

핵 발사가 슬쩍 암시되기도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레모 윌리엄스가 잠수함과 함께 바다에 나타난다.

그렇게 영화가 끝이 난다.

영화는 분명 부제목 그대로. 디스트로이어(Destroyer)의 면모를 보여준다.

난폭하고 사정없이 파괴하고 때려 부수는 영화이긴 했다.

한편으로 고민하는 007 영화 향기가 너무 짙었다.

물론 영화는 세련된 액션영화다.

1편의 유머 역시 고스란히 계승했다.

워커와 잭슨 버디가 구사하는 유머 부분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다.

<다이하드> 콤비 혹은 <리셀웨폰>의 콤비를 떠올리게 했다.

스파이 영화에 판타지를 버무렸다는 것 말고 딱히 신선한 것이 없어보였다.


‘잘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비평을 듣게 생겼는걸.’


<REMO> 프랜차이즈는 그래픽 노블, TV시리즈, TV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까지 기획을 해 놓은 상황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 류지호다.

여지없이 엔드 크레디트 중간에 쿠키 영상이 나왔다.

레모 윌리엄스가 언데드의 왕과 대결을 펼쳤던 불길한 사원을 보여준다.

아직 레모 윌리엄스의 임무가 완수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짝짝짝!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REMO partⅠ> 때와 같은 열렬한 환호는 없었다.

그렇다고 관객들이 시큰둥하다거나 의례적으로 박수를 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영화 완성도는 세련되고 훌륭했으니까.


‘만만치 않다니까.’


할리우드 영화 라인업은 비수기에도 무시무시했다.

올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개봉되는 영화 면면이 상당히 화려했다.

<REMO partⅡ>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화려한 라인업을 피해 개봉하게 되는데, 비슷한 시기 망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스타워즈 EP2 : 클론의 습격>이 개봉한다.

올 여름 시즌 JHO Company 계열 영화 라인업은 예년과 달리 매우 화려했다.

<레모Ⅱ>, <스파이더맨>, <본 아이덴티티>, <마이너리티 리포트>, <맨인 블랙Ⅱ>, <사인>까지 5~8월 사이에 10편의 영화가 잡혀있었다.

주요 경쟁작으로 <스타워즈 : 클론의 습격>, <오스틴 파워Ⅲ>. <스콜피언 킹>, <썸 오브 올 피어스>, <레인 오브 파이어>, <로드 투 퍼디션>, <스튜어트 리틀Ⅱ> 등과 애니메이션 <스피릿>이 있다.

만만한 영화가 없다.

심지어 같은 JHO Company 계열 영화사끼리 치열한 흥행 경쟁을 벌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2002년 여름 시즌 승자는 따로 있다.

인디 영화의 반란.

바로 토머스 행스가 제작한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다.

미국·캐나다 합작 영화인 이 영화는 제작비 500만 달러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3.7억 달러 수익을 거두게 된다.

<스파이더맨>은 8.2억 달러, <스타워즈 : 클론의 습격>은 6.5억을 벌어들이지만, 제작비 1억 달러를 가볍게 넘긴 영화들이다.

수익률은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 압도적으로 높다.

류지호는 토머스 행스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트라이-스텔라TV가 방영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시청률도 매우 잘 나왔다.

올 초 발매 된 <밴드 오브 브라더스> DVD 매출은 JHO Company 계열 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록을 써가고 있다.

토머스 행스의 Play Ton Pictures와 제휴를 맺고 있진 않았다.

다만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투자·배급을 ParaMax가 했다는 사실.

어지간한 북미의 독립·작가영화는 인디영화 배급계의 큰 손 ParaMax Entertainment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예산영화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미니 메이저 스튜디오로 분류되고 있다.

암튼 2003년 여름에 가서야 2002년 박스오피스 최종 집계가 발표된다.

그때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JHO Company가 투자·제작·배급한 영화 7편이 랭크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이른바 ‘박스오피스 줄 세우기’가 실제 벌어지게 된다.


‘역시 거저먹을 순 없는 건가....?’


1년 후의 박스오피스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당장은 <REMO partⅡ>의 흥행이 쉽지 않아보였다.

그렇다고 불안한 태를 낼 순 없었다.

월드 프리미어 뒤풀이까지 성대하게 치르고, 감독과 배우들이 한 달에 걸쳐 북미와 전 세계를 돌며 월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 떠났다.


[<REMO part Ⅱ>의 LA 월드 프리미어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영화 팬들이 몰려 화제작의 면모를 증명했다. <REMO part Ⅱ>는 최고의 스파이를 꿈꾸는 주인공 레모 윌리엄스가 유럽에서 벌어진 불길한 사건에 투입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이다. <긴급명령>, <패트리어트 게임> 등을 연출한 호주출신 감독 필리프 노이스가 메가폰을 잡아 견고한 연출력은 물론 대중적인 재미까지 선사한다. 최근 <분노의 질주>를 통해 스타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윌리 워커와 샘 잭슨은 안정된 배역을 소화한다. 전작에서 기록한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3,2억 달러 기록을 <REMO part Ⅱ>가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The Hollywood Reporter.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PS. 늦었습니다. 뮤뮨님, 니름님 후원감사드립니다. 성실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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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51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9 116 24쪽
510 MUJU Rock Festival! +2 23.05.25 3,142 127 21쪽
509 류지호 사단. (5) +4 23.05.24 3,178 118 23쪽
508 류지호 사단. (4) +12 23.05.23 3,152 146 26쪽
507 류지호 사단. (3) +9 23.05.22 3,197 119 25쪽
506 류지호 사단. (2) +11 23.05.20 3,230 107 25쪽
505 류지호 사단. (1) +5 23.05.19 3,255 117 24쪽
504 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5 23.05.18 3,140 118 24쪽
503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2) +10 23.05.17 3,153 131 26쪽
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5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4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0 134 24쪽
499 Action Camera. +5 23.05.13 3,133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0 125 25쪽
497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1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0 119 25쪽
»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6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8 120 24쪽
493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19 111 23쪽
492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3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6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0 115 25쪽
489 무럭무럭 커라! (2) +4 23.05.02 3,351 109 26쪽
488 무럭무럭 커라! (1) +4 23.05.01 3,420 114 27쪽
487 자원이 남을 때는 멀티를 건설하라.... +3 23.04.29 3,467 114 25쪽
486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0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20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7 12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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