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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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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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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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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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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 영주권자는 미국의 세법에서 거주지와 상관없이 매년 4월마다 전 세계 수입에 대해 미국국세청(IRS)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고의 혹은 실수로 신고하지 않더라고 미국국세청에서는 실질적으로 그 누락사실을 찾아낼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

즉 보고의무는 있으나 그 실질적인 구속력은 약한 편이다.

이 당시 미국 세무당국은 해외 금융계좌의 미신고를 원천적으로 막지 못했다.

70년대부터 행정처리와 기타 여러 문제들로 사실상 사문화된 신고의무였다.

이젠 아니다.

2001년에 벌어진 9·11 테러 때문이다.

미국 애국자법(US Patriot Act)을 계기로 해외수입신고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류지호의 회계담당자들은 매년 소득과 그에 따른 세금부과 부분까지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고 있었다.

미국은 세금 부분에서 매우 엄격하다.

문제가 생길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류지호의 회계담당자들은 꼼꼼하게 신고를 하고 있다.

국제 세법은 세법 분야 중 아주 복잡한 분야에 속했고, 관련 법규가 광범위하다.

그래서 이 부분의 전문가가 아니면, 일반적인 세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스는 왜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만들지 않지?”

“역외탈세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매스컴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보스는 미국 시민도 아니잖아.”

“9·11로 인해서 전체주의 시대로 회귀할 조짐이 보이잖아. 애국법이란 것이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보스의 행보에 장애가 될 수도 있어.”


류지호의 회계담당 비서와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조세피난처를 통해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를 면제받거나 줄이자고 꾸준히 건의해 왔다.

도널드 제이콥 수석참모 선에서 번번이 기각됐다.

미국에서도 국제 세법 전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반면에 세금 관련해서 민형사상 처벌 규정이 아주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에 류지호처럼 소득이 많고 분야까지 방대한 부자의 경우는 회계가 무척 복잡했다.

전 세계에서 소득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수입의 종류, 사업체의 종류에 따라서 각각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세법에 정통한 전문가가 필수다.

류지호의 경우는 미국 영주권자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의 법률 모두에 적용받는다.

더욱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었다.

간혹 미국이민자들 가운데 단순히 이민법 변호사에게 세금문제를 맡겼다가 영주권 취득 후 세무제도를 늦게 파악해 영주권을 취소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JHO 이사회의장 비서실에는 국제 세법, 미국 세법, 이민법, 한국 세법에 정통한 전문가를 각각 따로 두고 있다.

또한 세계 4대 회계법인 KPGM International Cooperative와도 따로 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인들은 모든 업무를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편이다.

특히 류지호처럼 부자의 경우 세무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를 필수로 고용해야 한다.


“JHO는 2000년에 들어와서 매출 신장이 정말 눈부시네.”


JHO Company Group의 회계를 현미경처럼 파악하고 있는 곳이 이사회의장 비서실이다.

연결회계로 잡히지 않는 계열사와 특수관계사, 류지호 개인 소유회사의 회계까지 검토하는 유일한 사람들이 류지호의 회계담당 비서들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 네트워크가 없음에도 작년에만 매출 247억 달러를 넘어섰고, 영업이익이 43억 달러이니 말 다했지.”

“북미 복합미디어기업 빅7의 매출 합계가 얼마나 되지?”

“1,700~1,800억 달러 사이.”

“매출만 놓고 보면 JHO가 빅7에서 네 번째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건가?”

“영화 사업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넘버원을 다툴 정도가 됐어.”


참고로 영화사업만 놓고 보면 복합미디어 기업 빅7 중에서 소닉-콜롬비아스가 말석이다.

전통의 메이저 스튜디오 MSM Studios는 규모가 상당히 줄어서 이젠 미니 메이저에 간신히 턱걸이 할 정도다.

그럼에도 영화 저작권이 워낙 방대해서 두 차례 파산보호를 거치고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나저나 Mr. LOG라 불리는 마이크 아이즈만이 LOG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제2의 LOG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자기 손으로 LOG의 르네상스를 끝장내버리게 생겼네.”


회계담당 비서들이 킥킥 웃었다.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를 인수할 때 LOG Company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LOG 성장 정체가 시작된 1990년대 후반이 아닌 그 이전의 모습이다.


“LOG Company가 영화사업 분야의 매출이 전체 그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니까. Mr. LOG가 제국을 완전히 끝장내진 못하겠지.”


LOG Company에서 가장 큰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부문은 지상파 방송사인 ABC와 북미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 등 케이블 TV에서 나오고 있다.

대략 TV·케이블 방송이 전체 매출의 46%, 테마파크와 리조트 부문이 27%, 영화(애니메이션)가 16%, 캐릭터 판매 및 기타가 11%를 차지하고 있다.

JHO Company 계열의 위성방송 JHO/DirecTV 가입자가 이제 1,000만 명이 막 넘어가는 시점에 LOG 계열 케이블 채널 가입자 수는 무려 8,000만 명이었다.

류지호가 ParaMax를 선점하고 몇 개 영화를 가로챘다고 해도 LOG Company 사업에서 생채기도 안 나는 수준이다.


“JHO의 적자기업들이 살아나야 최고의 복합미디어 그룹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고 있는 UFC, OMDb, GMG Lab, Big Daddy 등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지주사와 류지호의 투자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OMDb가 영어권 국가 외에 프랑스, 일본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스페인어권까지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야.”

“StreamFlicks는 블록버스터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더라.”


블록버스터는 북미 최대 비디오 대여업체다.

이전 삶에서는 적자에 허덕이던 StreamFlicks가 매각을 타진했다가 거절당하는 수모를 안겨주었던 공룡 기업이다.


“하반기 중으로 물류시스템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 전역에 DVD 대여 서비스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 적어도 인터넷 대여 서비스에서는 블록버스터와 점유율에서 상대가 안 돼.”

“역시!”

“뭐가?”

“보스가 HODL하면 빛을 본다고 하더니 TIMELY가 약진하고 있잖아.”


이전 삶에서 ‘존버’라는 말이 유행할 때 영어권에서는 hold의 오타에서 나온 HODL라는 표현을 썼다.

주식이나 코인가격이 내려가도 팔지 않거나 손절하지 않고 계속 들고 있겠다는 의미다.


“2년 전만 해도 매출 2,3억 달러 영업 손실이 9,000만 달러였던 회사가 매출 6억 달러를 넘기는 회사로 성장했으니.”


2000년까지만 해도 Timely Entertainment 사업의 순서는 캐릭터 상품 사업-출판업-라이선싱이었다.

90년대 이전의 핵심 사업모델이던 코믹스 판매에서 캐릭터 사업으로 완전히 전환됐다.

JHO Company 계열로 편입되면서 애니메이션, 영화로 사업의 중심이 또 이동했다.

<X-맨>이 흥행에 성공한 작년에는 매출 6.2억 달러, 영업이익 5,300만 달러의 성과를 냈다.


“보스가 조언한 플랫폼 다변화가 올바른 전략적 선택이었음이 증명된 것이지.”

“TIMELY Studios가 성공하면서 미국 내 코믹스 인기까지 되살아나는 추세야.”


TIMELY의 출판사업 매출은 90년대 5,000만 달러 안팎이었다.

<블레이드> 프랜차이즈와 <맨인블랙>, <X-맨>, <스파이더맨> 등 연이은 성공으로 출판 매출까지 15% 성장을 이뤘다.


“덩달아 캐릭터 상품 매출까지 9,000만 달러를 달성했지. 완구회사를 다시 계열사로 받아들인 것도 주요했어.”

“보스의 머릿속에는 계획이 다 있었던 거야.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일부 성급한 할리우드 매체에서는 TIMELY Studios가 트라이-스텔라를 넘어설지도 모른다고 떠들더군.”

“그건 너무 갔어.”

“보스가 그랬잖아. 세계 만화 관련 출판시장에서 점유율 50%, 영화·TV·출판·게임 플랫폼을 통틀어 온·오프라인 독자 3억 명. TIMELY가 달성할 점유율이라고.”

“보스는 도대체... 로버트 폭스 같은 미디어 분야의 황제라도 되고 싶은 거야?”

“행여나 보스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 보스는 폭스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어디선가 헛기침소리가 들려왔다.

도덜드 제이콥의 인기척이었다.


“잡담을 나눌 정도로 한가해?”

“아, 아닙니다!”


JHO Company Group 이사회의장 비서실로 회계결산 보고서들이 속속 넘어오고 있었다.

회계담당 비서들뿐만 아니라, 비서진 전체가 자료 검토와 보고서 정리에 정신이 없었다.

한가하게 잡담을 나눌 겨를이 있을 리가 없었다.


✻ ✻ ✻


개빈 페이지가 웨스트우드 사무실로 찾아와 다짜고짜 요청했다.


“<퍼니셔> 리부트를 연출해 주십시오.”


개빈 페이지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와 함께 온 프로듀서 잭 워든에게 류지호가 물었다.


“잭은 <X-맨> 후속편을 하고 있지 않나?”

“감독에 네이선 헨슬리를 내정했는데....”


네이선 헨슬리(Nathan Hensleigh)는 <다이하드> <쥬만지> <아마게돈>의 시나리오작가였다.

<퍼니셔> 연출 계약을 하게 되면, 감독으로 데뷔하는 셈이다.

말끝을 흐린 잭 워든 대신에 개빈 페이지가 대답했다.


“그는 원작 만화를 정말 열심히 읽었고,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그의 관심은 온통 <더티 해리>에 있습니다. 창작위원회는 현대적인 TCU를 원합니다.”

“창작위원회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거야?”

“그는 <퍼니셔>의 매력적인 빌런 직소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왜?”

“그가 생각하는 퍼니셔는 악당들을 단숨에 날려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무기와 육체 전투를 간결하게 처리하고 교활함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머리를 쓰는 액션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랭크 캐슬에게 무자비한 폭력이 없다면 뭐가 남는다고?”

“그는 매우 현실적인 갱스터 느와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방식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기획의도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매드 맥스>의 맥스 로카탄스키와 <석양의 무법자>, <대부>에서 영감을 얻을 생각이랍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인용해 프랭크 캐슬의 복수의 방식이 질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품격을 갖추는 방식치고는 너무 많이 나갔는데?”


개빈 페이지는 류지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거대한 TIMELY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90년대 마초 건맨인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에 갇혀 있습니다. 프랭크 캐슬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마이크로칩(Microchip) 역시 영화에 등장시키지 않겠답니다.”


원작 만화에서 마이크로칩은 퍼니셔의 든든한 지원자다.

그는 해커이자, 첨단 장비 기술자이자, 정보원이자, 퍼니셔의 재정을 관리해주는 만능조력자다.

류지호가 프로듀서 잭 워든을 향해 물었다.


“CGI 없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가 봐?”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건 싫대.”

“의외네.... 마이크로 칩도 빼고, 직소 역시 싫다고 하면... 혹시 <Welcome Back, Frank>를 기본으로 하고 싶은 건가?”

“응.”


가장 최근 출판된 퍼니셔 코믹스 <Welcome Back, Frank>는 프랭크 캐슬이 평행 우주로 외도를 했다가 인기가 너무 없어서 다시 현실의 뉴욕으로 복귀시킨 첫 코믹스 시리즈다.

이전 삶에서 드라마판 <데이데블>과 <퍼니셔>에 영향을 미친 바로 그 코믹스 시리즈다.


“거대한 세계관의 일부라는 걸 말했는데도?”

“첫 번째 영화의 성공 없이는 후속편도 없음을 분명히 했지.”

“스크립트는 헨슬리 감독이 직접 쓰기로 했고?”

“마이클 프랑이라고 알지?”

“<클리프 행어> 썼던?”

“<007 골든아이>도 썼지. <헐크> 초안도 쓰고.”


류지호는 <헐크> 실사화 프로젝트에 그린 라이트를 계속 미루고 있다.

리안 감독에게 영화를 맡겨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겁고 난해한 리안의 <헐크>는 <어벤저스> 시리즈가 성공한 후에 솔로무비로 내놓고, 해리슨 노튼이 출연했던 <인크레더블 헐크>로 건너뛰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개빈....”

“예.”

“<블레이드 Part Ⅱ>는 극장에서 내려 왔어?”

“이번 주에 북미 극장에서 내려옵니다.”

“박스오피스는 어때?”

“지난주까지 8,2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드와이드 1.6억 달러 정도 보면 될까?”

“리버먼 회장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캐빈 페이지가 힘주어 말했다.


“3주차 3.2억 달러 박스오피스를 기록 중입니다.”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실사화에 있어서 AC Comics에 <배트맨>이 있다면 TIMELY에는 <스파이더맨>이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TIMELY 최고 히어로로 부상했다.


“축하해, 개빈.”

“감사합니다만... 무엇을 축하해주는 건지....?”

“<스파이더맨>이 <X-맨> 박스오피스 기록을 깰 것이 확실해 졌잖아. 이제 누구도 개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위원회와 함께 만든 겁니다. 보스가 조율을 잘 했고.”

“안 어울리게 겸손은.... 3편까지 샘이 계속해서 하도록 내버려둬. 프로덕션에 깊이 간섭하지 말고.”

“위원회도 디렉터 레이미가 구현한 피터 파커를 좋아합니다.”

“그럼 다행이고.”


이전 삶에서 사무엘 레이미 감독에 대한 소닉-콜롬비아스의 간섭은 매우 악명이 자자했다.

특히 삼부작의 마지막 편에서는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

결국 사무엘 레이미는 연이어 시리즈를 히트시켰음에도 3편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소닉-콜롬비아스와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기예르모는 3편까지 연출 계약이 돼 있는 거지?”

“예.”

“마음에 안 들어? 감독을 교체하고 싶은 거야?”

“2편에 대해 전 세계 팬들이 보여준 다소 엇갈리는 평가를 봤을 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 쓰지 마.”


<블레이드Ⅱ>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걸렸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이미 1편에서 코믹스의 이미지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더 좋은 속편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혹평도 있었다.


“팬들이 보여준 엇갈린 평가를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어. 하지만 우리는 90년 대 프랜차이즈가 걸어왔던 길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브룩스는 그만의 세계가 있어. 무리해서 톤을 바꾸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만약 <블레이드>의 세계관이 바뀌어야 한다면 차후 크로스오버 영화에서 시도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류지호는 이전 삶의 <블레이드 Ⅲ> 기획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전 삶에서 <퍼니셔>와 <블레이드Ⅲ>의 공통점은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다.

두 편 모두, 연출 미숙과 제작사의 간섭에 휘둘리다가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렸다.


“내가 네이선과 마이클을 차례로 만나볼게. <퍼니셔> 문제는 그 이후에 다시 논의해 보는 걸로 하자고. 개빈은 JHO Pictures가 제작하는 영화보다 <X-맨>과 TCU에 더 집중하도록 해. 각각의 영화 개봉이 엉키지 않게 조절을 잘해야 할 거야.”


개빈 페이지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반면에 잭 워든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REMO>를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퍼니셔>에서 채우고 싶었다.

류지호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커리어에 상당한 도움이 되니까.


‘이러다 다들 내게 망한 프랜차이즈 설거지 시키는 건 아니겠지?’


말이 씨가... 아니 생각이 씨가 된다고 했다.

곧바로 앨런 포스터가 비슷한 제안을 했다.


“<REMO> 감독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 없어?"

“<REMO> 후속편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팬들 반응이 심상치 않아.”

“어떤데?”

“네가 돌아오길 원한다는 반응이 많아.”

“영화팬들 아니면 비평 쪽에서?”

“둘 다.”

“영화가 나쁘지 않은데도?”

“액션 시퀀스에서 전편과 차별점을 주려고 하다가 다시 할리우드 스타일로 돌아갔던 것 같아. 그게 원작소설 팬들과 전편을 좋아했던 관객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고.”

“....음.”

“치운의 분량을 줄인 것도 판단 미스였던 것 같고. 사실 프로덕션 과정에서 빅키팀과 감독 사이에 액션 시퀀스를 두고 갈등이 조금 있었어.”


처음 듣는 이야기다.


“빅키팀은 이전 편에서 치운이 보여줬던 코리안 스타일의 안무와 결합한 마샬아츠를 레모 윌리엄스가 중요한 순간에 펼치길 원했어.”


이전 편에서 양반춤이나 부채춤을 믹스시킨 치운의 액션 안무를 말하는 것 같았다.


“감독은 레모 윌리엄스가 스승이자 아버지 치운을 뛰어넘는 걸 보여주려면 이전 편의 모습을 똑같이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 빅키는 레모의 각성은 치운을 따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주장했고.”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감독이 이전 편을 계승하는 것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영화에 각인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했고.

류지호가 추구한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여백이라든가 리듬이라든가 호흡 같은 것들을 호주 출신의 감독이 완벽히 이해하기도 어려웠을 터.


“아직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오려면 멀었으니까 조금 더 관객과 평단의 반응을 지켜보는 걸로 해.”

“시나리오를 션 블랙과 함께 썼으니, 복귀하는데 문제는 없잖아?”

“개빈과 잭은 내게 <퍼니셔> 연출을 의뢰했어. PARKs와 Tigers Gate에서도 의뢰가 들어왔다고. 나는 영화를 찍는 기계가 아니야.”


20th PARKs Film Corporation에서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Tigers Gate Entertainment에서는 <로드 오브 워>의 스크립트를 류지호에게 보내왔다.

그 외에도 트라이-스텔라에서 보내오는 스크립트도 있다.

한국에서도 시나리오가 들어온다.

A-List 감독들이 많은 시나리오를 받는다지만, 류지호는 정도가 지나쳤다.

류지호가 감독인 동시에 최고의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씩 해결해 보자. 개빈?”

“예. 보스.”

“선셋 스튜디오로 출근해?”

“그렇습니다.”

“오늘 저녁에 뭐 해?”

“특별한 스케줄을 없습니다.”

“저녁에 밴과 디릭터 이명수를 벨에어로 초대했어. 함께 저녁 먹을까?”


일명 ‘Kingpin'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 <데어데블>의 감독과 주연배우다.


“기꺼이 참석하겠습니다.”

“앨런이 개빈을 픽업해서 함께 오면 되겠지?”

“알겠어.”


그 날 저녁.

류지호는 이명수 감독, 밴틀리 애플렉, 두 사람의 에이전트, 통역을 도와 줄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 앨런 포스터, 개빈 페이지를 벨에어로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다.

만찬을 즐기며 <데어데블>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명수 감독은 밴틀리 애플렉 캐스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연기력 때문이다.

밴틀리 애플렉은 그의 친구 매트 데이만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깊은 내면 연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앨런 포스터는 할리우드 데뷔작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인지도 있는 배우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며 이명수 감독을 설득했다.

류지호가 보기에 밴틀리 애플렉은 <진주만>의 성공 이후로 약간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타병은 아니었다.

급격하게 상승한 배우로서의 위상에 얼떨떨해 보인다고 할까.

삐끗하는 순간 배우로서 나락갈 수 있는 조금 위험한 순간이다.


‘영화배우로서 순수한 열정은 여전하지만......’


이명수 감독에게 자신이 얼마나 <데어데블>의 팬인가를 열심히 어필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밴틀리 애플렉은 <굿 윌 헌팅>의 시나리오를 쓸 정도로 스마트했고, 이전 삶에서 제2의 클린턴 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감독으로도 기대를 받았다.

영화의 핵심을 잘 짚었다.

제니퍼의 통역을 전해 듣는 이명수 감독도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벤틀리 애플렉이 지나가는 말로 류지호에게 말했다.


“제작비를 올려줄 순 없는 거야?”

“출연료 덜 받질 그랬어. 그랬다면 좀 더 많을 걸 해볼 수 있을 텐데.”


이전 삶에서 <데어데블>의 제작비는 대략 8,000만 달러였다.

앨런 포스터는 류지호의 <REMO> 1편 예산규모로 맞췄다.

기획 초반에는 각본가로 활약했던 마크 S 존슨이 원작 팬을 자처하며 감독 자리까지 노렸다.

어림도 없었다.

그는 이전 삶에서 <데어데블>부터 <엘렉트라>, <고스트 라이더>까지 TIMELY 영화를 줄줄이 망쳐놓았던 장본인이다.

그 같은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가 그에게 연출 기회를 줄 리가 없다.

러닝타임도 R등급으로 맞추라고 지시했다.

이전 삶에서는 투자배급사 20세기 PARKs가 PG-13등급에 맞는 러닝타임을 원해서 폭력적인 장면이 모두 삭제되었고, 한 시퀀스는 통째로 날아가기까지 했다.

앨런 포스터는 R등급의 리스크를 감안해 예산을 5,500만 달러로 맞췄다.


‘감독님이 R등급 영화를 만들 리는 없겠지.’


현실적이고 어두운 톤을 영화에 담긴 하겠지만, 만화적인 연출이 특기기도 한 이명수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라 류지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전 삶에서 시각장애인인 주인공이 초능력 수준의 청각으로 구성한 공간 감각을 멋지게 시각적으로 구현한 업체가 바로 Hues & Rhythm Studios였다.

이전 삶에서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Hues & Rhythm Studios가 이명수 감독이 구현하고자 하는 비주얼 그 이상을 만들어줄 것이란 사실도 의심하지 않았다.

영화음악은 <타이탄AE>에 참여한 그램 레벨이 맡았다.

뉴질랜드 출신의 음악가로 1989년 호주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L.A로 이주한 이후 〈차이니스 박스〉로 베니스 영화제 오리지널 주제곡상을 수상한 실력파 영화 음악가다.

'Industrial Music'과 'Micromusic' 장르의 창시자이며 컬트 음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가 작업한 수많은 영화 가운데 한편이 다크히어로 무비 <스폰>이었다.

류지호는 그 같은 음악풍이 <데어데블>에서 발휘되길 기대했다.

참고로 그램 레벨은 할리우드 영화 음악가 중에서 엄청나게 다작을 하는 작곡가다.


“셰인이 트라이-스텔라TV로 프로젝트를 가지고 갔는데 거절당했다더라. 알았어?”

“셰인이 누군데?”

“LivePlanet의 셰인 베일리 몰라?”

“......?”

“내 친구 매트, 크리스와 함께 프로덕션 만든 건 알지?”


끄덕.


“셰인 베일리는 그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야.”


몇 년 뒤에 LOG Studios의 프로덕션 사장이 되는 인물이다.


“무슨 프로젝트였는데?”

“TBO에서 방영한 <프로젝트 그린라이트>라고 알아?”

“영화 제작자를 선발한다는 리얼리티 쇼였지 아마....”

“TBO와 계약이 끝났거든. 네게 찾아가 보라고 했어.”


류지호에게 보고가 올라 온 적이 없다.

친구라는 인맥이 비서실에서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괜찮겠어?”

“뭐가?”

“<진주만> 이후로 일을 너무 많이 잡는 것 같아서.”


밴틀리 애플렉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최근 팝스타 제니 로페즈와 염문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다.

올해 약혼하고 결혼까지 약속한다.

하지만 2년 후 파혼을 하게 된다.

결국 17년 후에 결혼을 하게 되겠지만.

원래라면 그렇게 흘러간다.


“간섭이나 충고라고 생각하지 마. 친구로서 걱정이 드는 것뿐이니까.”

“별 게 다 걱정이다. 사람들이 날 불러주는 게 즐겁고 행복해.”

“그렇다면 다행이고.”


류지호는 할리우드에서 사귄 친구가 정말 많다.

많은 사람들이 류지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기도 하고.

그들 모두가 흉허물까지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진짜 친구인지는 알 수 없다.

아니다.

류지호는 잘 알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란 걸.

목적을 가지고 친근하게 구는 사람을 어찌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지고 들자면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된다.

류지호는 악취 나는 속셈을 숨기고 접근만 하지 않으면 그럭저럭 친구로 대해주기로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란 이름의 친구로.


작가의말

아마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블레이드> 마지막 편까지 연출했다면 초창기 각본이라고 알려진 뱀파이어들이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데 성공한 후의 블레이드의 처절한 투쟁으로 마무리가 될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실제 역사를 바꿨습니다. 소설 속에서 액션 안무도 계속 견자단팀이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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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일
    23.05.10 09:43
    No. 1

    이전 삶에서 제2의 클린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5.10 20:42
    No. 2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5.10 14:05
    No. 3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5.10 14:06
    No. 4

    세상일이 내마음대로는 안되죠
    더군다나 다른 사람은 더욱더...
    실패한 영화 배우 감독 바꿔찍기도
    훌륭한 유희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5.10 14:45
    No. 5

    왜 쥔공은 망한영화 설거지를 떠안아야하나.. 명작이라할만한것중에 쥔공이 하고싶은 영화는 없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린덴바움
    작성일
    23.05.10 23:48
    No. 6

    주인공 성격상 성공한 명작이라 할만한 작품을 빼앗아서 자기가 연출하지는 않을듯하네요. 아쉽고 망한 영화들을 재창작하면 했지.
    그런데 롱테이크 좋아하고 여백의 미와 미장센을 좋아하는 주인공 특성 상 가장 어울리는 건 역시 스릴러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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