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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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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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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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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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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Action Camera.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어디 외국에서 서핑을 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샌디에이고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다....?”

“혹시 날 알아?”


당연히 모른다.

다만 그가 앞으로 전개하는 사업이 뭔지를 알뿐.


“콜. 오늘 팔아야 할 물건은 이게 다야?”

“다 팔리면 새로 물건을 가져와야지.”

“내가 여기 물건 다 살 테니까. 나와 대화 좀 나눠보겠어?”

“미스터 할리우드와 대화를?‘

“미스터 할리우드는 뭔데?”

“몰랐어? 우리 동네. 아, 내 고향이 샌타클래라야. 실리콘 밸리. 그 동네에서 지호를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러.”


류지호는 미국에서 불리는 별명이 정말 많았다.

그 중에는 인종차별적이고 비하적인 별명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라클 가이나 오늘 처음 알게 된 미스터 할리우드같은 질투심과 경외심이 섞인 별명도 있다.


“미스터 할리우드는 토머스 행스 같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말이고. 암튼, 어때?”

“유명인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영광이지.”


콜린 우드먼과 그의 여자친구가 서둘러 좌판을 정리했다.

류지호가 두 사람을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 ✻ ✻


올해 24살이 된 콜린 우드먼(Colin Woodman)은 액션캠 CamPro의 창업자다.

미시온 비치에서 원가 1.9달러짜리 인도네시아 액세서리를 60달러에 바가지를 씌워 판매하는 이유는 액션캠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난 지호가 졸업한 UCLA에 입학하려고 했어.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도 손꼽히는 서핑 도시인 샌디에이고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지. 그래서 UC샌디에이고에 입학했어.”

“뭘 전공했는데?”

“비주얼 아트.”


콜린 우드먼은 창업의 땅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인물답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신만의 기업을 만드는 것에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은 닷컴사업이었다.

2달러 이하의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창업했다.

의욕적으로 창업에 나선 것과 달리 자금 부족과 유통망 확보 실패로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회사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두 번째 도전은 현금 경품을 미끼로 사용자를 모으는 마케팅 플랫폼이었다.

처음에는 제법 반응이 괜찮았다.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도 함께 급감했다.

결국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콜린 우드먼은 연이은 사업실패의 충격을 떨쳐버림 겸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5개월에 걸쳐 호주,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했다.


“여자친구와 호주와 인도네시아 서핑 포인트를 돌며 서퍼로서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운명처럼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지 뭐야.”


바로 액션캠이었다.


“서핑을 하면서 내 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기존의 카메라로는 서핑 촬영이 쉽지 않은 거야. 며칠 고민을 해보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필름 카메라를 고무밴드로 손목에 묶어서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쉽지는 않지만 이거다 싶더라고.”


구구절절한 사연은 류지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아무리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원가 1.9달러짜리를 60달에 파는 건 너무했어. 비즈니스맨으로 좋지 않은 태도야.”


콜린 우드먼이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수입할 때 각종 세금을 떼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고.”


사실 콜린 우드먼은 금수저에 가까웠다.

아버지가 거물 은행가다.

미국 서부지역 메릴린치 디렉터로 일하며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투자은행을 세울 정도로 성공한 인물이다.

PepSeyCo가 타코벨을 인수할 때도 관여할 정도로, 은행업계 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자산가가 콜린 우드먼의 아버지다.


“그래서... 사기인지 장사인지를 해서 얼마나 모을 생각인데?”

“2만 달러 정도.”

“그것 가지고 액션캠을 개발하겠다?”

“액션캠? 아! 내가 개발하려고 하는 걸 액션캠이라고 불러도 되겠구나.”


아직은 액션캠의 개념이 따로 정립되지 않았다.

1인칭으로 영상을 찍기 위한 시도는 이미 1960년대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상업적 제품으로 개발한 적은 없었다.

광고나 영화 등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스틸 카메라나 캠코더를 용도에 따라 일시적으로 개조하는 수준이었다.

이전 삶에서 액션캠이란 개념이 제대로 정립된 것은 콜린 우드먼이 처음으로 선보인 HERO 프로토타입부터였다.

흔히 액션캠을 CamPro와 혼동해서 용어처럼 쓰기도 하는데, CamPro는 콜린 우드먼이 창업한 회사이자 액션캠 브랜드다.

정확하게는 액션캠의 한 종류가 CamPro다.


“내 전 재산 3만 달러, 액세서리를 팔아 모으게 될 2만 달러를 합하면 5만 달러. 그 정도면 개리지 스타트업으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해.”


이전 삶에서는 첫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2년의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1인 기업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고 시제품 제작을 자신이 직접 해야만 했다.

액션캠 회사로 창업한 스타트업은 Woodman Labs이란 이름이었는데, 자신의 전 재산 3만 달러에 아버지에게 빌린 14만 달러를 바탕으로 설립했다.

나이 26살 때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매일 18시간씩 일했다.

쉬는 날 같은 것도 없었다.

물을 마시는 시간조차 아끼기 위해 물주머니 가방까지 들고 다녔다.

창업 후 한 동안 콜린 우드먼의 1인 기업으로 운송, 영업, 제품 디자인, 고객지원 등 모든 업무를 자신이 직접 처리했다.

와중에 신제품 개발도 자신이 직접 했다.

몇 시간 동안 일어나지도 않고 앉아서 플라스틱을 주무르며 제품의 기본 설계를 했다.

CAD를 다룰 줄 몰랐다.

샘플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든 후 이를 중국 공장에 보내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했다.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온 제품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몇 번이고 반품해 납득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집념 끝에 2004년 HERO 첫 제품이 출시가 되었고, 첫해 15만 달러의 매출 성적표를 기록했었다.


“나도 액션캠을 고민해 본 적 있어.”

“할리우드에서는 자주 활용하지 않던가?”

“고등학교 때.”

“......?”

“태권도 겨루기 하는 모습을 내 시점에서 촬영해보고 싶었거든.”

“지호가 고등학교 때라면 필름 카메라나 심지어 비디오카메라도 너무 크고 무거울 때지.”

“맞아.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는 스태디캠은 물론이고 원하는 촬영도구는 다 만들 수가 있게 됐지.”

“그렇다면 직접 하면 되잖아. 굳이 내게 투자를 할 필요가 있어?”

“너 자체로 마케팅이 되니까.”

“......?”

“너와 나는 모두 서퍼야. 난 아직 초보자 수준이지만. 그런데 넌 달라.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를 찾아다니며 즐기는 진정한 서퍼지. 내가 꿈도 못 꾸는 하프문 베이의 파도를 타는 서퍼이기도 하고. 그런 네가 개발한 액션캠.”

“......?”

“어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포장하기 나름이지만, 콜린 우드먼은 서퍼이자 모험가다.

그런 이미지를 제품에 고스란히 투영시킬 수가 있다.

창업자이자 아이디어를 제품화한 장본인이 익스트림 스포츠맨이라는 사실은 아주 좋은 마케팅 포인트다.


“액션캠 시장은 매우 작아.”

“전 세계적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한정적이라서?”

“아마 100만 개 이상 팔 수 없을 걸?”


콜린 우드만의 말에 류지호가 조금 놀랐다.

무려 100만 개라는 매출 목표 때문이다.

그것도 서핑, 스키, 스노우보드 마니아 위주로 수요를 잡고 있음에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수요만으로 100만 개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북미에만 그 정도 수요는 있을 거라고 봐.”

“콜.... F1 레이싱카에 장착하는 카메라 대여비용이 얼마나 비싼 줄 알아?”

“글쎄....”

“올림픽 게임의 카누, 요트, 조정은 또 어떻고.”

“.....!”

“스카이다이빙은. 영화·방송·뮤직비디오·광고 분야에서 스턴트 촬영은.”

“.....?”

“단순히 서퍼나 스키어의 손목에 차는 방수 타입 카메라는 아무 것도 아니야. 특히 디지털 기술이 들어간 소형화된 카메라를 쓸 곳은 무궁무진해.”


콜린 우드먼이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입까지 쩍 벌리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콜린 우드먼이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들로 한정할 필요는 없어. 우리의 목표는 전문가급 동영상을 누구나, 어디서나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다목적 카메라를 개발하는 거야.”


투자를 확정하는 표현을 썼음에도 콜린 우드먼은 눈치 채지 못하고 류지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전문가 수준의 동영상을 평범한 아빠, 엄마, 아이들까지 누구나 찍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 있다고 생각해 봐.”

“마치 일회용 스틸 카메라처럼?”

“스키 선수가 아니어도 CamPro로 찍으면 전문 스키어처럼 보일 거야. 우리의 액션캠 캐치프레이즈는 프로가 되자는 뜻으로 ‘Go Pro‘가 될 거야. 난 네가 개발하게 될 액션캠이 어린아이도 갖고 놀 정도로 조작이 간편했으면 좋겠어.”

“그, 그러면 좋겠지.....”


콜린 우드먼이 여자친구를 돌아봤다.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가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중에 한 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을 뿐.


“굳이 전문가를 의식해서 개발하지 말라는 의미야. 처음부터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저절로 늘어나게 돼. 10대들이 쓰는 제품과 의사, 경찰, 농부, 부동산 업자, 방송 제작자가 업무용으로 쓰는 제품, 극한 스포츠 선수들이 쓰는 제품 모두 네가 개발한 액션캠이 된다면 어떻겠어?”

“.....!”

“콜.... 남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시장에 내놓고 있어. 그런데 아날로그 카메라를 팔겠다고? 그렇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으니 두 번의 사업이 망했겠지.”

“나 혼자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할 순 없어.”

“못 할 것은 없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그때까지 네 경쟁상대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디지털 카메라의 눈이자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았을 리가 없다.

현재는 필름카메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


“어쩌면 CCD는 소닉 제품을 쓰게 될지 모르지. 브랜드나 기술력이나 소형 카메라에 들어갈 CCD는 소닉이 가장 신뢰가 갈 테니까. 가장 거대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전자회사의 이미지센서를 받아서 제품을 만들어 팔면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류지호의 말에 콜린 우드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월등히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개리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자신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언젠가 마주하게 될 미래이기도 하고.


“네가 생각하는 액션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작은 부피와 내구성이야. 그런데, 네가 개발하게 될 제품은 핵심 특허나 별도의 원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어. 기껏 디자인 특허 정도겠지. 자 생각해봐. 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모든 열정을 바쳐 액션캠의 시장을 개척하고 그 시장의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었어. 그런데 원천기술도 특허도 없네? 세계적인 카메라 메이커들이 시장에 뛰어 들게 돼. 어떻게 될 것 같아?”

“그때가 되면 내 제품이 시장에 안착해 있을 거야.”

“네 제품의 어떤 특허가 있는데? CCD? 자동초점? 손떨림방지? 뭐 좋아, 네가 100만 개를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고... 어쩌면 나스닥에 상장해 꽤 큰 공모금을 마련했다고 쳐. 앞 서 내가 언급한 기술들을 독자개발하는데 충분할까? 자금과 시간 둘 다? 디지털 카메라의 여러 전자제어 소프트웨어는? 만약 적당한 기술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의 전자업체에서 네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이전 삶에서 고급 품질은 소닉이, 저렴한 제품은 중국산이 CamPro가 차지하고 있던 점유율을 나눠가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콜린 우드먼은 2010년 초반 나스닥 상장으로 바짝 부자가 됐다.

하지만 소닉을 필두로 한 글로벌 전자업체의 액션캠과 경쟁에서 고전하고, 품질은 저질이지만 말도 안 되는 염가로 밀어붙이는 중국산에 밀려 CamPro가 가지고 있던 시장 점유율을 계속해서 잃었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투자를 하면 뭐가 달라지지?”

“많은 것이 달라져.”

“그러니까 뭐가?”


슬슬 콜린 우드먼의 몸이 달았다.


“내가 소유한 JHO Company에는 세계적인 이미지센서 회사가 있지. 영업용 디지털 카메라와 소형 이미지센서를 장착한 고속 카메라 제조사도 가지고 있어. GMG Lab이라고 전자제어 및 IT 분야 전문연구센터도 가지고 있고. 한국에는 자이로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소도 가지고 있지.”

“....음.”

“내 투자를 받고, JHO Company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면 CMOS와 소프트웨어를 지원받을 수 있겠지. 네 꿈이 훨씬 이른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단 의미야.”


콜린 우드먼이 어리다고 얕보면 안 된다.

딴에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었다.


“넌 당장 디지털 액션캠을 만들 수 있잖아. 왜 내게 투자를 하려고 하지?”

“말했잖아. 서퍼이자 익스트림 스포츠맨인 네 이미지가 액션캠과 잘 매칭이 된다고. 브랜드라는 것은 제품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받아들이는 이미지도 매우 커. 소닉은 전자제품 잘 만드는 회사야. 품질이 네가 개발한 것보다 뛰어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네가 만든 액션캠은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이면서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 돈 주고 살 수 없는 이점이야.”


이전부터 휴대폰을 만들던 모토로라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놓으면 새로운 전화기가 나온 것뿐이다.

그런데 컴퓨터와 운영체계를 만들던 McIntosh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놓으니 혁신이라며 휴대폰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추앙을 받게 된다.

McIntosh의 스마트폰이 치열한 휴대폰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제품의 성능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심어져 있는 그 같은 이미지도 크게 작용했다.

최연소 억만장자이며 영화감독이 만든 액션캠도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너무 영업용 이미지가 강하다.

동영상과 크게 연관이 없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맨 이미지가 있는 콜린 우드먼은 어떻게 포장하는가에 따라서 혁신이란 마케팅 전략이 가능하다.

게다가 나이까지 어리다.

실리콘밸리 벤처 이미지까지 함께 가져갈 수가 있다.


"액션캠만 팔아선 안 돼. 파도가 귓가를 스쳐가던 기억, 눈을 맞으며 스키를 타던 기억, 스카이다빙을 할 때의 그 짜릿함... CamPro는 고객에게 그걸 팔아야 해. 신나는 경험과 추억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 CamPro!“


콜린 우드먼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아!”


자신이 개발하려던 액션캠의 정체성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그저 작고 조작이 간편한 카메라를 이용해서 보다 생생한 영상을 담는 것만 생각했다.

헌데, 이 미친 작자는 소형 액션캠의 핵심과 마케팅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지호, 넌... 넌 진짜 천재야!”


류지호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가 그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콜린 우드만 때문이다.

그가 최초의 상업용 액션캠을 출시하지 않았다면 NeTube 같은 동영상 플랫폼 활성화가 몇 년 늦어졌을 수도 있었다.

CamPro로 대표되는 액션캠에서 드론으로 또 다시 스마트폰으로.

10여 년이 흐른 후,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영상물을 제작하고, 편집하고, 인터넷에서 유통할 수가 있게 된다.

프로부터 일반인까지 자신의 일상, 경험, 추억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액션캠을 통해 촬영한 동영상으로 돈까지 번다.

류지호가 천재라서 그런 게 아니다.

2010년대를 살다가 과거로 돌아오게 되면 누구나 그처럼 정의할 수 있다.

액션캠과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콘텐츠의 제작이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온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투자자로서 비전과 장밋빛 청사진이야. 그렇다면 조금 현실적이고 가혹한 투자조건을 말해볼까?”


콜린 우드먼은 갑자기 목이 타는 기분을 느꼈다.


꿀꺽.


콜린 우드먼이 음료수로 목과 입안을 적실 수 있도록 류지호가 잠시 기다려주었다.


“넌 아이디어가 있어. 두 번의 실패로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걸 실천할 성실함도 갖추고 있을 거야. 하지만 매출 1억 달러의 회사를 이끌어 갈 경영 능력이 있을까?”


콜린 우드먼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명백히 자신을 무시하는 말이었으니까.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설립자 통제에 대한 강박 관념, 즉 오너 경영은 대개 나쁜 결과를 불러오곤 하지.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많은 벤처 창업자들의 한계가 드러났어. 나는 그 모습을 곁에서 똑똑히 지켜봤고.“

“....!”

“내 투자조건은 단 하나야.”

“....!”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게 되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서 그에게 경영을 맡길 것. 창업자인 너는 회장이든 의장이든 액션캠의 상징적 인물이자 개발팀의 총지휘를 맡고 대외활동을 주로 할 것.”

“1... 1억 달러?”

“응.”

“네가 JHO Company에서 하는 것처럼 경영보다는 비전과 전략 수립을 하라는 거지?”

“많은 글로벌 기업 오너들이 그렇게 하고 있잖아.”

“만약 회사 내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면..... 내가 통제할 순 있는 거지?”

“당연하지.”


사실 젊고 혈기왕성한 창업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조건을 관철시킬 생각이다.

승승장구하던 액션카메라의 성장세는 언젠가 한풀 꺾이게 되어 있다.

곧바로 업계 1위인 CamPro의 위기로 이어질 터.

소닉, DJI, 카오미(cao mi) 등 경쟁사들은 액션카메라가 주력 사업이 아니다.

여러 사업 중에서 곁가지로 함께 하는 분야에 불과해서 액션카메라 시장 축소가 기업 전체 매출에 심대한 타격을 주진 않는다.

반면에 CamPro는 오로지 액션캠과 관련 액세서리만 제조하는 기업이다.

시장 축소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고급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강력한 방수·방진 성능을 갖추기 시작하게 되고, 여기에 익스트림 스포츠 촬영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짐벌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가 등장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용자들에겐 액션카메라가 더 유용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경우는 찍은 영상을 바로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어서 편리성마저 액션카메라보다 뛰어나다.

류지호가 보기에 그 같은 위기생황을 콜린 우드먼이 대처하지 못할 것 같았다.

실제로 콜린 우드먼은 이전 삶에서 자신의 의도대로만 회사를 운영했다.

제품 다각화, 액션카메라에 치중되어 있는 회사 구조 재편, 경쟁사 인수·합병 등 다양한 옵션이 있었지만, 전혀 실행하지 않았다.

보통은 실적이 안 좋으면 주주와 투자자들이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CEO를 구해 앉힌다.

하지만 CamPro에서 콜린 우드먼은 전체 의결권의 77%를 보유한 지배 주주(오너)였다.

새 CEO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과 주주의 의견을 무시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이니 본인이 경영해야 한다는 고집으로 인해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회사에 오는 것을 막은 셈이다.

결국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보이던 CamPro는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류지호가 테이블 위에 명함 한 장을 꺼내놓았다.


“내 개인 명함이야.”

“......!”

“투자를 받길 원한다면 웨스트우드로 찾아오도록 해.”

“만약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네가 직접 액션캠을 만들 거냐?‘


차마 콜린 우드먼은 그 같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뭐 일단은 네가 만든 액션캠을 사용해 볼 거야.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겠지. 내가 직접 만들던가. 아니면 다른 메이커에 투자하든가.”

“......”

“만약 소닉이 액션캠을 만든다면? 네가 소닉을 이길 수 있을까?”

“......”

“콜, 명심해. 핵심 특허나 원천기술이 없는 네 액션캠은 디자인과 액세서리 빼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콜린 우드먼과 헤어진 류지호는 새로운 서핑 포인트로 이동했다.

사실 CamPro에 크게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투자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아쉬울 것 없는.

만약 CamPro에 투자하게 된다면, DALLSA Corp.의 고객이 하나 더 생기게 될 수도 있다.

CamPro가 자체 센서를 개발하더라도 대만의 TSMI로 보내지 않고 DALLSA Corp.에 위탁생산을 맡길 수도 있고.

JHO Company 전체로 보면 자잘한 비즈니스다.

반면에 DALLSA Corp.과 CamPro에게는 빅 비즈니스다.

누가 간절할지는 정해져 있었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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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7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5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1 134 24쪽
» Action Camera. +5 23.05.13 3,134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1 125 25쪽
497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1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2 119 25쪽
495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7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9 120 24쪽
493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20 111 23쪽
492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3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7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0 115 25쪽
489 무럭무럭 커라! (2) +4 23.05.02 3,352 109 26쪽
488 무럭무럭 커라! (1) +4 23.05.01 3,420 114 27쪽
487 자원이 남을 때는 멀티를 건설하라.... +3 23.04.29 3,468 114 25쪽
486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1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20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8 12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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