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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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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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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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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의 영화사업은 상당부분 류지호의 손을 떠났다.

류지호의 기억에 의지하지 않아도 이젠 잘 돌아간다.

반면에 한국은 사업은 여전히 류지호의 힘이 필요했다.

한국을 자주 오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에서 첫 번째 일정은 미장센단편영화제 개막식 참석이었다.

신촌점 건물에 초대형 현수막에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장르의 상상력에 도전한다!’는 미장센단편영화제 캐치프레이즈가 걸려있다.

본래 대형 현수막이나 래핑광고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단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 지정된 일부 건물들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GOM 영업점은 건물 외벽을 이용해 광고를 할 수 있다.

암튼 이 당시만 하더라도 단편영화라고 하면 일단 어렵고 실험적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단편영화제로 관객을 불러 모으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바로 단편영화에도 장편영화처럼 장르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서 경쟁부문을 5개의 장르로 구성하면서 각 섹션의 장르 명칭을 영화 제목에서 빌려오기로 했다.

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의 섹션 명칭을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에서 빌려오고, 멜로드라마 섹션 명칭은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코미디 섹션의 명칭은 차우싱치 감독의 <희극지왕>에서 빌려왔으며 공포, 판타지는 ‘절대악몽’이라고 결정했다.

류지호가 명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액션·스릴러는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를 변형해 ‘4만 번의 구타’라 명명했다.

첫 회 출품 편수는 500편이었다.

이 가운데 총 49편의 단편영화가 본선에 올랐고, 각 장르별로 10편 내외의 작품들이 수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각 장르를 대표하는 다섯 명의 감독이 각 부문의 집행위원으로 참여해 영화의 심사를 맡았는데, 류지호를 비롯해 세 명의 감독이 명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감독의,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심사와 시상이다.

각 장르를 담당하는 2인의 심사위원 감독이 그 섹션의 최우수 작품상을 결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기본적인 심사기준은 있었지만, 순전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감독들의 취향, 주관, 고집에 의해 결정되었다.

3대 국제단편영화제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미학이니 예술성이니 따지지 않는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감독들은 자신의 주관과 취향이 듬뿍 반영된 영화를 선택함으로써 무난한 영화가 아니라 발칙한 상상력을 앞세운 개성 넘치는 영화를 격려하고 지지하고자 했다.

집행위 감독들은 그것이 장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 믿었다.

대상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 중 여타 수상작을 넘어서는 상상력과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심사위원 감독들이 만장일치로 인정했을 때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여담으로 1회에서 대상이 나온 이후 무려 7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대상 작품이 선정되게 된다.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객관성이나 작품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작품이 수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감독들은 낙심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감독들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뿐이니까.

GOM신촌점에서 4일간 진행되는 미장센단편영화제는 오전 11시 첫 회가 상영되었고, 입장료는 1회권 2천원, 5회권 7천원, 10회권 1만 2천원을 받았다.

개막작은 영화배우 성우정의 감독 데뷔작 <LOVE b(플랫)>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앨범에 실려 있는 3곡의 뮤직비디오를 한편의 영화처럼 구성한 것이 특징인 단편영화다.

또한 안재석 감독의 <회색도시>와 류지호 감독의 <Help Me Please>도 개막작으로 함께 상영되었다.

1986년에 만들어진 <회색도시>는 국내 단편사상 최초의 액션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당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절도 있는 액션과 속도감 있는 편집 등 80년대 단편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놀라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한국 단편영화의 전설과도 같은 <Help Me Please>는 말할 것도 없고.


우르르.


GOM신촌점 로비를 서성이던 단편영화 감독들과 관객들이 한쪽으로 몰려갔다.

그들이 몰려간 곳에는 류지호가 집행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찰칵찰칵!


순식간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고우찬이 반사적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아서려 했다.


“고 대리, 괜찮아요.”


고우찬이 물러섰다.


“감독님, 사인 좀 해주세요!”


몰려든 사람들이 급하게 종이와 팬을 내밀었다.

류지호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물어보며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한참 사인을 해주고 있는데, 날카롭게 갈라진 중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정이 키가 줄어들었나 했다.”


사람들을 헤치고 고영수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원한 이마와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충무로에서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몇 없는 감독이다.

류지호가 활짝 웃으며 거수경례를 했다.


“오셨습니까! 중대장님!”

“또. 또. 까분다.”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고영수 감독의 연출부는 군기가 세기로 유명했다.

그의 영화에서 막내생활하고 나면 신병훈병소를 다녀온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 <무사>를 촬영할 당시에 연출부들이 새벽에 기상해 감독과 함께 아침 구보를 한 에피소드를 모르는 충무로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연출부들이 고영수 감독의 명령에 토하나 달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장교출신도 아닌데 중대장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입으로 의리라는 단어를 쉽게 올리진 않지만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성격이다.

대학 동기인 시인 영준과 안현석 PD, 친한 후배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에게 쉽게 말을 붙이거나 장난을 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가서기 힘든 분위기를 풍긴다.


“뭐해? 안 들어가?”


고영수 감독의 말투가 무척 퉁명스럽다.

원래 말투다.

친자식에게도 저러니 오죽할까.

평소 과묵하다가도 입을 열면 매우 시니컬한 스타일이다.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사인 마저 해주고요.”

“연예인이냐?”

“감독이 무슨 벼슬이에요? 무게만 잡게?”


후배가 고영수 감독에게 이렇게 말대꾸하기란 쉽지 않다.

이전 삶에서 인연이 있었던 고영수 감독이다.

전혀 어색하지 않게 편하게 대했다.


‘이 양반이 이때부터 10년 넘게 영화를 연출하지 못하던가.....?’


몇 편의 영화가 여러 이유로 지연되거나 엎어졌다.

류지호는 그 중 한 편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해 고 감독과 함께 각색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자기 연출부를 잘 챙기던 감독이다.


“감독은 가오 빼면 시체야.”


고영수 감독이 이 말을 남기고 먼저 극장 안으로 사라졌다.

여전했다.


‘하긴 저 양반이 부드럽고 살갑게 굴면 닭살이 돋다 못해 통닭이 될지도 몰라....’


나중에는 극장 안에 있던 관객들까지 로비로 나와 류지호에게 사인을 받았다.

그래봤자 서른 명 정도라서 사인을 금방 끝났다.


“10분. 그 이상은 단편에서 필요 없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민낯이 부끄럽다면 영화를 하지 마세요. 장르 영화를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속일 수 있는 사기꾼이 되어야 합니다. 장르 영화는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뻔뻔해 지세요. 남들이 비웃을 걸 미리부터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이 재미없다면 찍지 마세요. 억지로 찍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잘해낼 수 있습니다.”


제1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시상식에서 류지호가 한 말을 정리하면 대강 그런 내용이었다.


- 한국의 단편영화 제작 편수는 곧 미장센단편영화제 출품 편수와 같다.


10년이 지나면 듣게 되는 말이다.

출품된 작품수가 영화제의 위상을 말해 준다고 했을 때, 미장센단편영화제가 단편영화 출품 편수로 항상 1위를 차지한다는 말이며 곧 최고의 단편영화제라는 의미도 된다.


“감독님!”


류지호가 극장을 떠나는 고영수를 붙잡았다.


“왜?”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술이 아니라 밥이냐?”

“막걸리 한 사발 하셔도 좋고요.”

“요새 막걸리 안 마셔.”

“킥킥. 양주 좀 드시나 보네요?”


형편이 좋아졌냐는 의미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프로듀서가 감독과 밥 먹자면 뭐겠어요?”

“다음 영화는 무비서비스에서 투자 받았어.”

“<비트> 판권 구입하실 때 함께 확보해 놓으신 거 있잖아요.”

“....?”

“허 화백님과 구두약속만 해놓으신 상황인가 보네요?”

“눈치는, 아니지 충무로 곳곳에 스파이를 심어놨다고 하더니....”

“가볍게 술 한 잔 곁들여서 이야기 좀 하시죠.”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건데?”

“7월 말까지는 있어요. 다음 달부터는 왔다 갔다 할 거 같고.”

“오라이.”


고영수 감독이 무덤덤하게 돌아섰다.

참 정 없이 말하는 사람이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상대방을 대하면서도 친근한 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

그렇다고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은 전혀 아니다.

은근히 불같은 성격이어서 어릴 때는 사고 꽤나 많이 쳐본 감독이다.

충무로 싸움 순위를 논할 때마다 톱 5에 꼭 언급되기도 한다.

확인할 방법은 없다.

워낙 전설의 고향식으로 떠도는 풍문이라서.


“저 감독하고 영화하시게요?”


주차장으로 향하며 고우찬이 물었다.


“아쉬운 프로젝트가 있긴 한데, 이야기를 나눠보고. 드라마를 부탁할 수도 있고.”

“드라마?”

“DCN 드라마 연출을 맡길 수도 있고. 뭐 그래.”

“저 양반, 충무로에서 소문이 좀 그렇던데.... 성깔이 보통 아니라고.”

“연출부만 갈구지 스태프와 배우한테는 안 그래.”

“자기 새끼부터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

“직계 연출부는 잘 챙겨. 잠깐 들어왔다 나가는 연출부까지는 모르겠지만.”


연출부는 강하게 키운다.

고영수 감독의 지론이다.

때문에 고영수 감독 연출부 출신들은 대체로 유능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다음 일정은 뭐였지?”

“최 PD와 미팅입니다.”

“가보자고.”


류지호를 태운 의전차량이 여의도로 향했다.


❉ ❉ ❉


ARAM 프로덕션.

다솜방송과 특수관계에 있는 외주제작사의 이름이다.

프로덕션의 대표이사가 된 최준영은 가온웨딩 스튜디오에서 웨딩비디오 기사로 일하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가가 됐다.

과거의 어리바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이젠 방송 짬을 제법 먹은 태가 났다.

올 한해 공중파 3사의 외주 제작현황을 확인한 류지호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쯧쯧. 5개 프로덕션이 다 해먹네.”


최준영이 씁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 다섯 개 외주제작사 대표들이 방송국에서 한창 잘나갈 때 독립한 PD들이니까.”


JS픽처스(5편), 팬프로덕션(3편), 김영학 프로덕션(3편), 삼호프로덕션(3편), 휴먼프로(3편) 등.

상위 다섯 개 외주제작사가 전체 드라마 70%를 독점하고 남은 30%를 놓고 100여 개의 프로덕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생 제작사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공중파 출신 PD들이 만든 프로덕션들이 방송사 내외적으로 막강한 인맥을 자랑했다.


“뮤직비디오는 좀 찍어?”

“자꾸 단가를 후려쳐서 계약을 해도 남는 게 없어.”

“벌써?”

“케이블TV에서 일감이 쏟아질 줄 알고 너도나도 프로덕션을 만들었는데, 그 쪽은 제작비가 워낙 짜야 말이지...”

“배우들 개런티는 어때?”

“많이 올랐지. 영화 쪽에서 넘어오는 배우들 몸값이 높으니까 덩달아 드라마만 하는 탤런트들 개런티도 오르고 있어.”

“얼마나?”

“보통 톱탤런트들이 회당 200~300만원 받았거든. 작년 <명성황후>와 <여인천하>에서 영화배우 출신들이 회당 500~700만원을 받은 후부터는 톱스타 딱지 붙은 애들은 회당 500만 원부터 시작이야.”

“아직 1,000만 원 받는 배우는 없나 봐?”

“왜 없어. 외주제작사에서 서로 톱스타 데려가려고 몸값을 경쟁적으로 올리다보니까 방송국 PD들만 죽어나지.”


외주제작사가 몸값을 계속해서 올리다보니 방송사 자체제작 드라마는 인기 배우들을 다 빼앗기는 추세다.


“미니시리즈 한 회당 제작비는 어는 정도 수준이야?”

“4,500 정도. 드라마에서 좀 뜨고, 충무로 갔다 톱스타가 된 배우 캐스팅하면 회당 1,000만 원 주고, 이것저것 떼면 실제 프로덕션에 쓸 돈은 얼마 안 돼. 솔직히 톱스타 출연료가 올라가면 제작비도 올려야 되는데....”


톱스타의 높은 출연료는 작품의 질로 곧바로 연결된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한정된 제작비에서 한두 명의 배우에게만 높은 개런티를 주다 보면 다른 스태프나 조연, 대본, 작가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결국엔 스타에만 의존한 내실 없는 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함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이 겪어야할 상대적 박탈감 또한 무시할 수 없고.

실제로 톱스타랍시고 회당 제작비 삼분의 일을 가져가는 젊은 배우들에게 중견배우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연기력이라도 뛰어나면 모를까. 하여간... 드라마 한 편 떠서 졸지에 스타가 된 젊은 배우들이 금방 배우병이 들어서는.... 현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기 일쑤래.”


톱탤런트들이 영화로 넘어와 톱스타 대접을 바라다가 미운 털이 박히는 경우도 많았고, 그 반대도 많았다.


“DCN 드라마는 확정 되었어?”

“내년 하반기 <25시>, 내 후년 상반기 <광역수사대>. 이렇게 순서가 정해졌어. 일단은.”


드라마 <25시>는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다룬 메디컬 드라마다.

<광역수사대>는 제목 그대로 광역수사대의 활약상을 그릴 예정이다.

두 드라마의 배경은 인천이다.

<25시>는 인천에 대학병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실존하는 향토 병원을 모델로 했다.

병원이 대학교를 인수 한 후 응급실 인턴으로 들어온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즌제 드라마로 기획됐다.

류지호가 모티브로 삼은 인천의 모 병원은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진료부분의 각종 사건사고 보다는 로비,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의료사고 은폐 및 직원의 진료비 횡령까지.

한때는 전국 최악의 병원이라는 오명도 얻었었다.

드라마는 병원 경영진의 사내정치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맡겨진 응급환자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매일 응급상황과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그리게 된다.

시즌이 계속 될수록 우여곡절을 겪고 사건·사고를 경험하며 인턴에 불과하던 주인공들이 전문의가 되고 부모가 되며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를 담을 예정이다.

한편 <광역수사대>는 인천 지방청 소속 광역수사대 형사들의 일상을 담을 예정이다.

특정 경찰서 소속 형사라면 관할 구역 사건만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광역수사대 형사들은 지방청 직속이라서 관내를 전부 아우를 수 있어 관할에 구애받지 않고 말 그대로 광역 수사를 펼친다.

신고로 접수된 사건이 아닌 경찰 정보요원 및 범죄조직 내부 또는 범죄자 출신 정보원을 활용한 또는 자체 인지 수사 혹은 고소, 고발 사건 등 다양한 사건을 맡기 때문에 자유로운 수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전국을 넘나드는 범인을 수사하는 사건에 광역수사대 형사가 적격이다.

드라마에서는 강력범죄만 수사하는 한 개 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 팀들이 에피소드 별로 경쟁하거나 협조하게 된다.

조직 폭력, 신종 범죄, 장기 미제 사건 등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를 돌며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MBS <수사반장> 이후로 맥이 끊긴 TV수사물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의학드라마나 경찰을 다룬 드라마는 정확한 의학적 사실이나 사건 케이스에 집중한다기보다는, 로맨스나 기타 요소가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DCN에서 방영될 두 편의 드라마 모두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낭만적이고 판타지적인 직업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각 직업의 전문성을 강조할 생각이다.

드라마 <25시>는 류지호의 UCLA 후배 김윤희 작가가, <광역수사대>는 <넘버3>의 송진한 작가가 첫 번째 시즌의 대본을 썼다.

최준영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 이렇게 드라마를 만들어도 돼?”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응. 돼.”

“그러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차피 첫 시즌에 대박을 칠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케이블TV는 어린이 만화 채널과 스포츠채널 말고는 시청률이 하향평준화 되어 있으니까.”


홈쇼핑은 예외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어. 하지만 공중파가 하는 걸 베끼면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수요를 창출하지 못해. 우린 미국 드라마처럼 만들어야 해. 마치 영화 같이.”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광고도 붙지 않을 텐데.....”

“가온 계열사와 협력 업체들 광고 몰아줄게. 걱정 마.”

“아휴. 류 감독은 어떨 때 보면 너무 무모해.”

“실패하면 제작비만 날리는 거고. 만약 성공하면 제작비를 건지는 걸 넘어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거야.”

“그래도 인천 유니버스라니?”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의 드라마다.

드라마 한 편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데, 동시에 4편을 기획하겠다니.

그것도 한 도시를 배경으로 다양한 직업군들의 이야기를 날줄과 씨줄로 엮어 복합적인 에피소드로 구성한단다.


“뭐 어때? 한 도시를 배경으로 여러 기관과 직업 세계가 서로 얽히면 이야기와 드라마가 풍부해지고 좋지. 백마 탄 왕자, 신데렐라 이야기 이제 식상하잖아.”


인천 유니버스.

이전 삶에서 미국 NBC에서 방영한 시카고 유니버스 TV시리즈를 벤치마킹했다.

2012년 NBC에서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시카고 파이어>에 이어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시리즈 <시카고 PD>를 내놓았다.

이어서 의학 드라마 <시카고 메드>를 방영하고, 마지막으로 검사 이야기를 다룬 <시카고 저스티스>까지 방대한 세계관을 함께 공유하는 독특한 TV드라마를 방영했다.

미국 TV시리즈에서 <CSI>시리즈처럼 스핀 오프로 에피소드가 겹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스토리가 다른 관점으로 자주 연계시키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같은 감독과 제작사가 만든 여러 개 작품을 한 세계관에 묶은 기획은 개미지옥처럼 미국 시청자를 시카고 세계관에 빠지게 만들었다.

류지호는 그 같은 기획방향을 참조해 대학병원 응급실, 119 구급대, 광역수사대, 지방검찰청이란 직업세계를 TCU처럼 묶어서 연결시키는 일명 ‘유니버스’를 구성했다.

내년 하반기 의학 드라마 <25시>를 시작으로 <광역수사대>, <검사전기>, <119 긴급출동> 등이 차례로 방영된다.

최소 각각 12개 에피소드 2개의 시즌으로 기획했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톱스타는 전혀 출연하지 않는다.

무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할 생각이다.


“올 가을에 미국에서 <CSI>의 새로운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하더니,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CSI 마이애미>는 스핀오프고, DCN에서 방영할 드라마는 유니버스라니까. 119 구급대가 응급환자를 데려오면 응급수술로 환자를 살려내, 그러면 광역수사대가 붙어서 그 사건을 파헤치지, 그 사건의 범인은 검사에 의해 법정에서 죄가 낱낱이 까발려지고. 4개의 드라마의 배역들은 다른 드라마에도 출연하면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거야.”


절대 한국의 지상파에서는 시도 하지 못하는 기획이다.

물론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BS E&M도 못한다.


“제작비가 엄청날 텐데....”

“그래서 첫 시즌은 사전 제작으로 6부만 만들잖아. 첫 번째 시즌 시청자 반응을 보고 후속 시즌을 손 봐야겠지. 시청자들에게 매력 없다는 평가를 받는 캐릭터를 보강하고, 흥미를 끄는 에피소드를 분석해 추후 시즌에서 살려야 하겠지. 물론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고.”

“남들은 외국 드라마나 예능 베끼는데 혈안인데, 류 감독은... 드라마를 영화처럼 만들겠다고 하니 이거야 원..... 너무 앞 서 가면 시청자가 따라오지 못할 텐데....”


사실은 류지호도 남의 것을 베낀 것이다.

이전 삶에서 히트한 미국 TV시리즈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으니까.

비록 이번 삶에서는 아직 방영되지 않았고 기획조차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TCU 방식을 한국 드라마에 적용했다고 둘러댈 생각이긴 하지만.


“쌈마이 트렌트를 쫒느니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하면 좋지 뭘.”


한류를 이끈 <동화> 시리즈나 <대장금> 같은 사극은 지상파에서 만들라고 하면 된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좀 더 도전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시도해야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다.

류지호는 한국의 창작자들의 고정관념들을 깨고 싶었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도록 북돋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금기시 되었거나 제작비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소재들을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설사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망했다고 해서 실패가 아니다.

그 실패를 거름 삼아 내일은 화려한 꽃을 피울 테니까.


“형은 어떤 시리즈를 연출할지나 결정 해.”

“나머지는?”

“영화감독에게 맡길 생각이야.”

“드라마를 찍으려고 할까?”

“왜 안 찍으려고 하는 줄 알아?”

“사전 제작이 아니어서?”

“그것도 그렇지만, 의사결정 권한이 감독보다 대본을 쓴 작가에게 더 많기 때문이야. 현재 한국의 TV드라마는 대사로만 이야기를 전달하잖아. 그런 게 영화감독에게는 재미가 없어. 뻔한 콘티와 타이트한 제작관행. 만약 <ER>이나 <CSI> 같은 드라마를 사전제작할 거라고 영화감독에게 말하면 열의 일곱은 메가폰을 잡겠다고 나설 걸. 특히 영화 연출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는 감독은 더더욱.”

“드라마 잘 찍는 PD도 많은데 굳이 영화판에서 밀려난 감독에게 연출을 맡겨야 할까?”


물론 드라마 잘 찍는 텔레비전 연출자 많다.

그런데 드라마 PD에게 영화처럼 만들어달라고 하면 못한다.

삼류영화감독이라도 드라마 PD보다 미장센이나 디테일 면에 월등하다.

드라마 PD를 류지호가 낮춰봐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매체의 특성이나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같지만 영화가 좀 더 높은 밀도를 요구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TV로 넘어가 잘 될 가능성이 TV에서 영화로 넘어오는 경우보다 높다.

그것은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둔 감독은 있어?”

“일단 정우영 감독.”

“<블랙 잭> 이후로 작업을 한 편도 안하고 있는데?”

“자전거 배우면 타는 거 까먹어? 짬밥은 어디 안 가. 사전제작이니까 미진한 부분은 보충 촬영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스케줄에서 자유로운 무명 배우들을 대거 발탁할 생각이고.”


절레절레.


못 말리겠다는 최준영이 고개를 저었다.


“웨딩비디오 찍을 때부터 알아 봤지만, 류 감독은 뭐든 남 다른 것 같아.”

“이게 끝이 아니야.”

“또 있어?”

“4개의 TV 시리즈를 제작하려면 수많은 배우가 필요해.”

“똘똘한 캐스팅 디렉터를 찾아봐야지.”

“공개 오디션을 해보려고.”


최준영은 이제 더는 놀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형 이벤트는 이제 시작이다.


“그 과정을 리얼리티 쇼로 제작해서 다솜방송 버라이어티 채널에서 방영할 거야.”

“배우 오디션을 촬영해 보여준다고?”

“뛰어난 연기 트레이너들 데려와서 아이돌 훈련시키듯이 프로그램 기간 동안 빡시게 돌리고, 놀고 있는 영화감독 선배들도 불러 모아서 코칭 겸 심사위원으로 초빙하고.”


얼핏 듣기만 해도 돈지랄이 예상된다.


“그걸 사람들이 볼까?”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알아?”

“대강은.”

“영국에서 작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Pop Idol>이란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어.”


아직은 <Britain's Got Talent> 포맷이 방영되기 전이다.

전 세계적으로 포맷 판매가 가장 많이 된 쇼오락 프로그램은 1998년 영국에서 제작되어 방송을 시작한 <Who wants be a Millionaire?>다.

100여 개 국가에 포맷이 팔려나갔다.

2008년에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오네어>가 인도에서 방송되는 이 게임쇼를 배경어로 했다.

또한 1999년에 베로니카 TV(네덜란드)에서 처음 방송된 <Big Brother>는 국제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유래한 것으로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 프로그램 포맷 역시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됐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를 찾는다면 1999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Popstars>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가 언급한 영국의 <Pop Idol>은 바로 그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프로그램 타이틀에 ‘Pop'이란 표현이 사용되어서 법적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소송까지는 가지 않고 두 프로그램 제작사가 합의를 봤다.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은 <Pop Idol>의 미국 포맷 권리를 구입해 놓은 상태다.

<American Idol>을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이 제작할 가능성이 높았다.

포맷을 판매하지만 않는다면.

어쨌든.


“그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우린 서바이벌 배우 오디션 쯤 되겠지.”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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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7 11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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