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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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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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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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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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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장기임대가 가능해지는 것이 최소 10년은 지나서 아니었나?’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이 2010년대 초반에 가서야 장기위탁계약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3년 계약에서 25년으로 늘어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물론 프로야구와 축구 경기장과 그 외에 체육시설은 법률이 다르긴 하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등록시설과 신고시설이 구분이 되어 있다.

무주리조트의 스키장과 골프장은 등록해야 하는 체육시설업종이다.

가온그룹의 실업팀 원더러스가 필요한 전용빙상장은 신고체육시설에 속했다.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 부속 아이스링크가 바로 빙상장업 신고를 한 후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경기장과는 개념이 다르다.

지자체 소유 빙상장이 아닌 경우 영리목적으로 관중을 동원할 경우 몇 퍼센트 이내라는 이상한 조항도 들어가 있을 정도로 사실상 민간에서 경기장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법이 만들어져 있었다.

프로야구나 축구를 제외하고 구단 전용경기장을 원하는 곳이 없어서 지금까지 법률개정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나.


“그룹에서 전주시에 제안한 방안은 뭡니까?”

“저희가 가온 원더러스 전용 경기장을 지어 25년 간 사용하고 전주시에 ‘기부체납’ 형식으로 돌려주는 안이었습니다.”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예.”

“그래서요?”

“입장료 수입이나 매점 운영권 등만 받을 뿐, 경기장 광고권·주차장 운영권 등 알짜배기 사업 수익은 지자체가 갖도록 전주시가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그거 프로스포츠에서 하는 방식 아닙니까?”

“맞습니다.”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특혜니 뭐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기존 빙상장이 있는데 또 다른 빙상장 건립은 중복투자라는 주장도 폈다.

한때 이 문제로 전북이 떠들썩했다.

가온그룹은 아이스하키팀 원더러스의 연고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프로스포츠의 불모지 청주시가 대뜸 나섰다.

인천과 강원도도 가온 원더러스 유치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가온그룹은 그들 도시와 논의를 시작했다.

전북도 정관계 및 지역유지들이 화들짝 놀라서 시민 설명회니 공청회니 각종 행사를 열어 여론을 무마했다.


“그 결과 전주시는 서신동의 시소유지를 25년 간 제공하고, 가온그룹은 시소유지에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과 보조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전용사용으로 모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요?”

“다만 법인세와 관련해 시도와 좀 더 조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주시가 결국 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이스하키 리그가 국제대회 성격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은 한일통합리그지만 아시아리그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여론을 반전시켰다.

중앙언론에서도 가온그룹에게 명분을 실어주는 기사나 칼럼을 대대적으로 내보내기도 했고.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한국인에게 한일전만큼 흥행이 되는 경기도 없습니다. 아이스하키 한일통합리그에서 가온 원더러스는 일본팀과 최소 30게임을 치르게 됩니다. 당장 우승은 요원하다고 하더라도 4강에만 진출해도 꽤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룹차원에서 애는 써보겠지만, 인기스포츠가 될 것 같진 않았다.


‘프로농구가 몇 년 동안 삽질을 좀 하지 않던가?’


아이스하키 저변이 워낙 좁아서 프로농구의 빈자리를 채울 순 없을 것 같았다.


“구단 운영비 외에 경기장 운영비까지 감당 가능하겠어요?”


개인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 물음이다.

실내 빙상 경기장은 계속 빙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매달 쓰는 비용도 적지 않다.

전기요금만 4,000만 원에 이른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기장을 짓고, 일 년 운영비로 엄청난 돈을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중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원더러스의 성적이 좀 나와 주어야 그룹차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일본팀을 박살내주면 더더욱 좋겠죠.”


그래야 다솜방송의 스포츠채널에서 방영 예정인 리얼 다큐멘터리 시청률도 나오고, 광고도 많이 유치할 수 있을 테니까.

류지호가 기대하는 것은 아이스하키 드라마나 영화다.

한국의 장르영화 가운데 취약한 부분이 스포츠영화다.

할리우드에서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따로 장르로 구분되어져 있다.

어지간히 못 만들지 않으면 본전치기 이상 한다는 믿음이 있다.

북미에서 매년 제작되는 스포츠 장르 영화가 여러 편이다.

대부분이 실화를 바탕을 했거나 모티브로 한다.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많이 만들어지는 줄도 잘 모른다.

한국의 영화 기획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부러운 점이다.


“의장님... 혹시 아이스하키, 피겨, 스키점프, 스노우보드, 스키.... 실업팀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까?”

“설상종목이 좀 더 늘 수도 있지 않겠어요? 외환위기 이후로 그 종목들... 완전히 초토화되었다고 하던데.”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까요?”

“무주리조트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하자구요.”


설상과 썰매 종목은 10년 후에는 스포츠를 넘어 선수 개개인의 인생드라마를 만들게 되는 종목들이다.

영화가 스포츠 흥행에 도움을 주게 되었든, 혹은 그 반대가 되었든.

류지호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 ✻ ✻


루지(Luge)는 프랑스어로 썰매를 뜻하는 고유명사다.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중 하나의 명칭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터보건(Toboggan), 독일어로는 로델(Rodel) 등으로 불린다.

이런 루지 썰매에 바퀴를 달아 사계절용으로 변형한 무동력 레저 스포츠가 있다.

류지카트(Luge Cart)다.

레저 스포츠 루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관광 놀이시설로 일정한 트랙을 따라 무동력 바퀴로 내려오는 일종의 바퀴달린 썰매다.

동계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오래인 루지는 동유럽 선진국에서는 야외 레저로 각광받고 있다.


Skylineride Corp.


1985년 뉴질랜드에서 설립된 루지 카트와 트랙을 시공하는 업체다.

JHO Company Group은 호주 법인을 통해 작은 공방 수준이었던 Skylineride Corp.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Tri-Stellar Theme Park에 들어갈 놀이시설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다.

여담으로 JHO Company Group 호주 법인에서는 로비 잭슨의 특수효과·소품 전문 회사인 TreeWeta Workshop에도 투자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 VFX로 유명한 TreeWeta Studios의 자회사다.

류지호는 동물 CG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Hues & Rhythm Studios를 소유하고 있다.

거기에 군중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MASSIVE의 TreeWeta Studios에도 투자하고 있다.

영화 VFX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와 디자이너 양쪽까지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호주의 대형 영화관 체인 Hoyts&Morgan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류지호가 일단의 서양인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사람들이 Skylineride 엔지니어들입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지열 실장이 대답했다.


“예. 의장님.”


Skylineride Corp.의 루지 설계사들이 무주리조트를 실사하기 위해 방문했다.

국내 두 번째로 무주리조트에 루지카트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Skylineride Corp.은 뉴질랜드와 캐나다에 바퀴달린 무동력 루지카트 테마파크를 선보인데 이어서 싱가포르에서도 2005년 개장을 목표로 MOU를 체결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 루지카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강화와 통영에도 만들어져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 일등공신이었다.

류지호는 통영의 루지 카트를 경험했었다.

본래는 새만금개발 프로젝트의 관광레저 프로그램 중 하나로 변산반도국립공원의 한 자락에 도입하려던 아이디어였다.

새만금개발 프로젝트가 표류하고 있어서 무주리조트에서 시범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오너가 관심을 가진 프로젝트다.

이사회의장 직속 전략기획실 차원에서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내년 여름에는 무주리조트에서 바퀴 달린 썰매로 숲 속 공간을 달리는 색다른 재미를 고객들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동계올림픽 종목이 아닌 레저스포츠로써 루지카트는 트랙 경사도가 완만하다.

그럼에도 곡선 코스가 반복되는 설계로 인해 속도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보호구만 착용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저 스포츠다.

무주리조트의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루지카트를 시작으로 여름철 야외 수영장, 천체 관측 프로그램, 각종 이벤트와 파티 등이 계절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이드디쉬는 메인디쉬를 보조하는 것입니다. 반찬 맛있다고 맛집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겉이 화려할수록 본연의 것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무주리조트 본연의 모습은 스키장이다.

스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우선이다.


❉ ❉ ❉


가온그룹은 사회적인 책임활동을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수익 환원이라는 소극적인 의미의 사회공헌 활동에 안주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상적인 사업활동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업 초창기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매일 영위하는 사업의 방식으로 정의했다.

이를 회사 사명 선언서에 명기하기까지 했다.

무주리조트 인근 농촌과 연계해서 농산물 수확 체험, 장수풍뎅이 관찰 등 다양한 농촌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또한 설천호수 주변으로는 포장마차, 푸드트럭이 성수기 한정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상가 구역에는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 코트도 들어서게 된다.

의장 직속 전략기획실장이 불쑥 찾아와 브리핑 한 내용을 들으며 무주리조트 임원진들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양한 것들을 쏟아냈다.


“의장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이 모든 걸 하려면 예산이....”

“그룹 전략기획실에서는 무주리조트가 정상화되기만 기다렸어요.”

“이제 막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작년에 흑자를 낸 것은 의미 없습니다. 다만 IMF의 찌든 떼를 벗겨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전략기획실장 문지열이 입을 열었다.


“저희 기획서는 중장기 실천계획의 일부일 뿐입니다. 실행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무주리조트의 몫입니다.


누가 가온그룹 이사회의장 직속 전략기획실장의 기획을 무시할 수 있을까.


“아마 그룹에서 신규 호텔, 콘도, 펜션 건설 계획이 내려왔을 겁니다. 가온 호텔&리조트 실무진과 함께 검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류지호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자, 그럼 나는 이만 부산으로 가봐야겠습니다.”


황재정이 슬쩍 다가와 일정을 정정해줬다.


“스키점프장 둘러보고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나....”


정지혁 사장이 얼른 따라붙었다.


“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정지혁 사장은 열린 자세로 아랫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류지호에게 반해버렸다.

그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유형의 재벌 후계자의 모습이었다.

물론 나이만 그렇다는 거다.

한국의 재벌 후계자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불세출의 청년 기업가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 레저와 숙박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출중해서 새만금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 허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 ❉ ❉


“하나 둘 셋 넷!”

“균형 잘 잡고.... 점프!”

“집중 안 할래! 균형 잃고 떨어지면 다치는 거 몰라!”


눈도 없는 스키점프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애잔해 보였다.


“여름에도 스키점프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은 저기 서머 매트 덕분입니다. 매트 위에 물을 뿌리면 눈 위에서 훈련하는 느낌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의욕이 넘쳤다.

류지호가 전지훈련 부활까지 약속하자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그거 아십니까?”


훈련 중인 스키점프 선수를 바라보던 류지호가 정지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나라 스포츠종목 관련해서 제일 특이한 현상이 국제대회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그 종목의 선수가 늘어나기는커녕 소수 정예만 남아 더 초라해진다는 겁니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왜 운동부가 없어지겠습니까? 올림픽 메달을 따도 학교나 회사에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쇼트트랙은 잘나고 있지 않아요?”

“그 종목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도 만들어졌고 후원도 빵빵하잖습니까?”


벌써부터 고인물화 돼서 파벌싸움에 온갖 비리가 판을 치고 있긴 하지만, 겨울 스포츠 가운데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종목이 쇼트트랙이다.


“의장님께서 미국에서 공부를 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스포츠선진국에서는 프로스포츠선수가 아닌 이상, 국가대표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운동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국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대부분의 사회지도층과 지식인이 최소 고교까지는 운동선수 출신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재벌 3세 중에서 학창시절에 운동을 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구권 상류층에서 학창시절의 스포츠 경력을 본다는 걸 알기에 한국의 재벌들도 자녀들에게 운동을 시키고 있다.

외국대학 유학에도 반드시 스포츠경력이 있어야 하고.

그로인해 일부종목에서 부정입학이나 특혜시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주로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수인 종목에 한정되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잘 보십시오. 허울뿐인 국위선양이라는 대의 때문에 대표선수들을 국가공무원화 시켜 돌봐주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실업팀 아마추어선수 80% 이상이 공공기관 소속입니다.”


앞으로 그 비율은 더 심화되어 90%에 육박하게 된다.

엘리트 스포츠화가 아니라, 스포츠맨 공무원화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게 된다.


“스포츠선진국이란 게 결국은 스포츠저변이 넓어져 그 자체로 선순환 스포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으로는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할 겁니다.”

“내가 태권도도 하고 서핑도 하고 조깅도 합니다만. 서구인들이 일상에서 규정하는 스포츠라는 것이 인간답게 살 권리의 한 부분인 것 같더군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의장님.”

“한강변이나 근린공원에 만들어 놓는 운동기구가 과연 스포츠 시설일까요? 제가 볼 때 그것은 복지시설이고 도시 인프라의 일종이에요. 문화체육부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예산을 통해 시민들을 위해 스포츠 기반을 조성해줘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봐요. 대학 교양수업 중에 어떤 교수님이 그랬죠. 스포츠는 유희와 경쟁성을 내재하고 신체활동을 동반한 조직적 활동이라고. 아침마다 동네를 뛰는 것은 운동이지 스포츠가 아니고.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유의미하기 때문에 대학입시에서도 중요하게 보는 거라고.”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체육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나라 교육부 산하에 체육과 관련해서 담당 부서조차 없다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래요?”

“현재 교육부는 1장관, 1차관, 3실, 4국, 10관, 49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교체육을 다루는 곳은 어디도 없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의 체육활동을 관장하는 하나의 과조차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국(局)은 몰라도 최소한 1개의 과(課)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잠자코 듣고만 있던 전략기획실장이 슬쩍 대화에 합류했다.


“의장님... 사실 우리나라에는 스포츠와 관련된 법들을 총괄하는 우월적 지위의 모법(母法)이랄 것이 없습니다. 군사독재시기에 국민체육진흥법에 국위선양이란 규정이 명문화 되면서 선수 및 지도자에게는 체육연금, 포상금, 각종 훈포장 제도를 도입했는데 국제대회 메달 획득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를 강조하며 선수는 메달 따는 운동기계로, 지도자는 그 기계를 양성하는 기술자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차별이 없이 스포츠를 기본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 위주로 사고를 하는 문지열 다운 의견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일본에서 2011년에, 한국에서는 2021년 스포츠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중앙체육단체가 주도자로 참여하는 국가주의 체육이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스포츠에도 최소한의 시장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자립이 어려운 종목은 경기장 건설도 투자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규모, 국토,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 모든 종목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체육회도 종목평가에 있어 저변이 넓은 종목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합니다. 공공이 모두를 먹여 살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지혁 사장이 반론을 펼쳤다.


“스키점프팀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결국 스포츠생태계 부재가 문제입니다. 저변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변이 있어야 최소한의 생태계가 작동됩니다. 스포츠정책도 스포츠생태계 복원과 생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니까요. 스포츠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이제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국민 아무도 즐기지 않는 비인기종목을 지원해서 메달을 딴 들 그것이 국민들에게 무슨 이로운 점이 있겠습니까?”

“당장 인기가 없다고 해서 그 스포츠에 가치가....”


류지호가 손을 들어올렸다.

즉석 토론을 벌이던 전략기획실장과 정지혁 사장이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체육단체장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니죠?”

“절대 없습니다!”

“꿈에도 생각 안 해봤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선에서 아마추어 스포츠에 접근합시다.”

“예. 의장님.”


이날의 토론이 계기가 되어 누군가의 말년이 바뀌게 된다.

그는 류지호의 부탁을 받아 동계스포츠 체육단체장에 출마하게 된다.

협회장이 되어서는 무자비한 개혁의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먼 훗날의 일이다.

아직은 비인기종목 선수에 대한 연민으로 인해 약간의 지원을 해주는 정도에 만족할 뿐이다.


성큼성큼.


류지호가 스키점프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행원들이 우르르 따라오려고 하자.


“전략2팀장만 따라오세요.”


류지호가 황재정만 대동하고 대형매트가 깔려 있는 잔디밭으로 걸어갔다.

스키점프대 착지점이 위치한 평지는 97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이 열렸을 정도로 널찍한 공간을 자랑했다.


“97년에 관중석이 몇 석이나 설치되었을까?”

“3만 석은 안 되고 대략 2만 5천 석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잔디까지 관중을 받으면 5만은 너끈하겠지?”

“스탠드석이라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동계 U-대회가 열렸던 이곳에서 올 여름부터 락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열리는 락 페스티벌은 인천 펜타포트, 부산 해운대 락 페스티벌이다.

무주리조트가 락 페스티벌을 열게 되면 세 번째가 된다.


“CHAN이 단독으로 공연을 소화할 수 있대?”

“베테랑 콘서트 기획자와 실무자를 대거 영입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라이브공연 슈퍼바이저를 초빙해 올 예정인 것으로 압니다.”

“스폰서는?”

“주로 가온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사들입니다. 휴대폰 메이커와 음료 브랜드들과 지속적으로 접촉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내로라하는 밴드가 총출동하고, 가까운 일본의 유명한 밴드와 대만 밴드 그리고 유럽 밴드 등 라인업이 꽤나 화려했다.

특히 국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Green Day, Dream Theater를 섭외하는데 꽤나 고생을 했다.


“사실 해외 아티스트 섭외는 어려우면서 쉽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잖아?”


류지호는 공연기획팀에 Godsmak, Rob Zombie, Fuel을 추천했다.

롭 좀비는 뮤직비디오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인데, 디멘션 필름과 호러 영화를 계약해서 류지호와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적도 있었다.


“의장님이 추천한 Nickelback은 국내 팬들에게 생소하다고 하던데, 꼭 불러와야 하는 겁니까?”

“알아서 하라고 해.”


Metallica나 Bon Jovi 같은 슈퍼밴드라면 모를까.

굳이 류지호가 나서서 라인업에 관여할 생각까진 없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78 모란
    작성일
    23.05.05 13:00
    No. 1

    스키잠푸, 한번도 안해봐서 궁금하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5.05 15:43
    No. 2

    스키점프를 해본 사람은 거의 멊을 겁니다.
    저도 초보자 존 에서 놀다가 끝났으니까요.
    루지는 해보고 싶더군요.
    자동차 운전보다 스릴 있을것 같던데
    다칠까뵈서 시도는 못해 봤습니다.
    도로에서 하는게 있던데 그건 잘만하면
    상용화 가능할것 같던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5.07 02:04
    No. 3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범패
    작성일
    23.05.07 07:28
    No. 4

    니클백 한 때 앨범사서 주구장창 들었는데 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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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류지호 사단. (3) +9 23.05.22 3,198 119 25쪽
506 류지호 사단. (2) +11 23.05.20 3,231 107 25쪽
505 류지호 사단. (1) +5 23.05.19 3,256 117 24쪽
504 영화를 하는 한 도전은 계속된다! +5 23.05.18 3,141 118 24쪽
503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2) +10 23.05.17 3,154 131 26쪽
502 권력은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 (1) +5 23.05.17 3,137 111 26쪽
501 실사화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걸 증명할게. +12 23.05.16 3,115 121 27쪽
500 미래는 정해져 있다? +23 23.05.15 3,191 134 24쪽
499 Action Camera. +5 23.05.13 3,134 125 22쪽
498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4) +9 23.05.12 3,201 125 25쪽
497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3) +4 23.05.11 3,193 111 22쪽
496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2) +6 23.05.10 3,192 119 25쪽
495 너한테 나는 친구 맞지? (1) +4 23.05.09 3,237 109 23쪽
494 소중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 +7 23.05.08 3,329 120 24쪽
493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3) +3 23.05.06 3,420 111 23쪽
»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2) +4 23.05.05 3,264 112 21쪽
491 그 정도 돈은 써도 돼. (1) +10 23.05.04 3,247 111 21쪽
490 저희 리조트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9 23.05.03 3,251 115 25쪽
489 무럭무럭 커라! (2) +4 23.05.02 3,352 109 26쪽
488 무럭무럭 커라! (1) +4 23.05.01 3,421 114 27쪽
487 자원이 남을 때는 멀티를 건설하라.... +3 23.04.29 3,468 114 25쪽
486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3) +4 23.04.28 3,331 110 24쪽
485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3 23.04.27 3,431 116 26쪽
484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1) +9 23.04.26 3,420 108 25쪽
483 어쩌면, 혹시, 설마 했던 일. (2) +3 23.04.25 3,428 12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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