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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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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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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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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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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아이콘스는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애니콘과 <꼬마펭귄 또로또로>라는 방송용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하고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했다.

이 약정에 의하면 애니콘은 캐릭터 디자인과 시나리오, 연출 등 주로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하는 업무를, 아이콘스는 자금조달과 기획, 후반제작, 마케팅 및 상표 등록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 당시만 해도 저작권 관련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프로젝트가 잘되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저작권 다툼이 벌어졌다.

류지호는 다온로펌을 통해 해당 저작권을 매끄럽게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다온로펌의 중재로 서로가 윈윈하는 쪽으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애니콘이나 나중에 방송사와 저작권을 공동 소유하는 건 아쉬워하지 마세요.”

“저작권이 그렇게 복잡한 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게 끝이 아닐 겁니다. 추후 아이콘스와 다온로펌은 <또로로> 관련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수많은 사건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법적인 문제는 다온에 맡기고 김 대표와 직원들은 좋은 콘텐츠 개발에만 매진해 주세요.”

“예!”


경일그룹 산하에 있을 때도 대기업 계열사이니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가온그룹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에서 수직계열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기업이다.

모회사에게 개별 콘텐츠에 대해 설득은 할지언정 따로 애니메이션 분야를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좋은 아이템만 발굴하기만 하면 된다.


“Hues & Rhythm에서 작성한 ‘도깨비’ 프로젝트 리뷰는 읽어봤어요?”


류지호가 FIXART 풍으로 기획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혹시 우리 말 더빙이 아니라 영어로 제작하시려구요?”

“둘 다요. 도깨비들의 언어가 다르다는 설정이죠.”


처음 ‘도깨비’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민중의 적>을 촬영하면서 <슈퍼베드>의 스핀오프 <미니언즈>가 떠올랐는데, 그때 ‘도깨비’ 프로젝트를 모두 갈아엎었다.

애니메이션 <도깨비>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았다.

삼국시대(사실은 시대불명) 포악한 왕이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에게 제단에 바칠 신성한 검을 만들어 바치라는 명령을 내린다.

포악한 왕은 8척 장신에 요괴까지도 홀로 사냥한 엄청난 전사다.

감히 명을 거역할 수 없다.

이에 대장장이는 밤낮없이 명검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불이 문제다.

낙담한 대장장이 부모님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효심 깊은 아이들이 나선다.

절대 꺼지지 않는 불, 도깨비불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숲속에서 온갖 모험을 겪으며 도깨비 마을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어린 도깨비들과 우정을 쌓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도깨비불을 구해오게 되고, 어른들은 명검을 제작해 왕에게 바친다.

여기까지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같은 내용이다.

포악한 왕은 산에 제단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도깨비들의 터전인 숲을 엉망으로 훼손하게 된다.

왕과 구원(舊怨)이 있던 도깨비들은 복수를 다짐하고 있던 차였는데, 왕이 숲에 불까지 지르게 되자 도깨비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결국 포악한 왕이 제단에 명검을 바치는 순간!

모닥불에 숨어 있던 도깨비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거대한 축제가 엉망진창이 된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포악한 왕의 진실한 정체가 만인 앞에서 까발려진다.

용맹하고 멋진 인물로 알려진 왕은 사실은 키 작고 볼품없는 외모의 못난이였던 것.

진면목이 들통 난 왕은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원래 애니메이션의 재미는 악당을 혼내주는 것에 있다.

권선징악의 주된 악당은 포악한 왕이나 군주가 단골메뉴다.

겉으로는 어린이들에게 자연보호, 불조심(?)을 일깨우는 것 같다.

한편으로 폭력숭배에 대한 풍자와 권력을 조롱하는 코드가 숨겨져 있어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아이콘스가 관심이 있다면 해도 됩니다.”

“혹시 투자는....?”

“WaW일수도 있고,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될 수도 있고.”

“원안 그래도 가져가야 하는 겁니까?”

“도깨비 설정만 빼고 다른 건 다 갈아엎어도 상관없어요.”

“언제까지 기획안이 나와야 합니까?”

“기한 없어요. 이거다 싶으면 그린라이트를 켜지 않겠어요?”

“저희가 좀 만져 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외부유출은 안 되는 거 알죠?”

“보안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습니다.”

“대단한 프로젝트도 아닌데, 내가 뭐만 했다하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원체 많아서.... WaW에서도 박 대표님하고 심선미 피디 외에는 잘 모를 겁니다.”

“궁금한 점은 심선미씨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군요.”

“그러세요.”


정부 관료든 매스컴이든 애니메이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고, 미래지향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 떠들어댄다.

성공했을 때만 가능한 말들이다.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LOG와 DreamFactory, PIXART, 지브리 스튜디오 정도밖에 없다.

만화원작의 원소스멀티유즈라는 허황된 낙관론을 설파하는 이들도 많다.

모든 애니메이션이 다른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 기획하는 단계에서 미리 이것을 완구나 게임, 캐릭터 산업으로 전환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가능한 것이지, 무작정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성공적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확고한 시스템이 없다.

일본처럼 원작만화도 많지 않은데, 시스템은 일본 모델을 따라가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마다 성공한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TV시리즈에서도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보니 캐릭터 비즈니스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방송사 측에서는 일본만화를 보다 저렴하게 수입해서 방영하면 시청률이나 수익성에서 국산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낫기에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을 꺼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모든 면에서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훨씬 더 체계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LO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경우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이 보통 5년이다.

프리 프로덕션만 3년이 걸리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몇몇 성공사례를 떠올릴 필요도 없이 WaW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Azuresky Studios의 <아이스 에이지> 순 제작비는 6,000만 달러다.

Hues & Rhythm Studios의 애니메이션 사업부에서 재작업중인 <타이탄 AE>는 무려 8,000만 달러 예산으로 제작되고 있다.

두 작품의 시나리오 개발비만 500만 달러 이상 들어갔다.

각각의 연출자는 단편과 장편 애니메이션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기존 관행대로 제작하다가는 망할 것이 뻔한데, 무작정 돈을 넣는 건 바보짓이야.’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몇 배나 높은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류지호가 제 아무리 돈이 넘쳐나고 다양한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에서 당장 안 되는 것들이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도깨비>를 한국에서 제작해 보고 싶었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야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고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진단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자 했다.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할 마음도 있고.

만화분야의 한류라 할 수 있는 ‘웹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좋은 IP로 애니메이션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서 완구, 캐릭터 상품, OST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다.


‘<월야의 주민들> 연재도 시작했다고 하던데....’


차라리 <퇴마기록> 후속 프랜차이즈로 <월야의 주민들> 실사영화를 기획하는 쪽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해보는 류지호다.


✻ ✻ ✻


<복수의 꽃>은 베를린영화제 이후로도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다.

4월 초에 개최된 터키 이스탄불 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문 대상인 '골든 튤립 상'(Golden Tulip for Best Film)을 수상했다.

1979년 처음 개최된 이 영화제는 유서 깊은 여성 영화제 중 하나다.

또한 4월 말에 열린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도 최우수해외영화상, 여우주연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올해 처음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한국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 안토니 드니로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국제영화제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9·11 테러로 침체된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의 정신적·경제적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우 안토니 드니로와 억만장자 조던 티시 등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류지호와 인연이 깊은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서도 <복수의 꽃>이 초청이 되었다.

경쟁부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회 매진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류지호가 시간을 도저히 낼 수가 없어 대부분의 영화제는 전하영 피디가 참석해 대리수상했다.

<복수의 꽃>의 해외 수상 소식과 해외 필름마켓에서의 판매실적이 속속 한국으로 전해졌다.

그에 따라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 왜 자꾸 복수의 꽃은 한국형 무협영화라고 홍보하지? 칼 싸움 한다고 다 무협인가?

┖ 무협(武俠)이란 뜻을 모르나 보져...

┖ 옛날에 동사서독이란 영화도 그렇게 홍보했음. 무협영화인 줄 알고 보러갔는데 졸려 뒈지는 줄....

┖ 예술영화 아닌 척 하려고.

┖ 블록버스터 영화가 판치는 영화판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 류지호는 <레모> 같은 영화나 찍지 웬 또 예술영화....

┖ 상 받는 거에 맛들려서^^ 베를린에서도 상 받았던데...


- 류지호라면 이번에도 뭔가 보여줄지도.

┖ 한국형 무협영화의 새장을 열 것인가? 그저 그런 액션영화로 머물 것인가?

┖ ‘비싼무’ 같은 영화만 아니길.... 제발~

┖ 류지호가 영화 잘 찍잖아요. 설마 비싼무 같을라구요.

┖ 다 필요 없음. 돈 지랄의 극치임.


- Eye-MAX가 류지호 거임?

┖ 디지털 영화 카메라 만드는 회사도 가지고 있음.

┖ 그 회사가 CCD로 유명한 달사임. 참고로 캐나다에 있는 회사.

┖ 63빌딩에 있는 다큐멘터리 보여주는 그 극장이죠?

┖ 요새는 만화영화만 주로 틀어주던데 LOG 영화 재탕삼탕사탕.

┖ Eye-MAX가 사운드 짱짱.. 묵직... 한마디로 소리는 죽여줌.


- 예술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 님은 보지 마셈. 개봉하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 널렸음.

┖ 목 빠졌는데 어떻게 말하고 잇냐?

┖ 말 안하고 타자 치고 있거등.


- 돈이 하도 많아서 영화로 허세 부리는 중.

┖ 딱 보면 모름? 심심해서 찍은 듯.

┖ 베를린영화제가 우습게 보이나? 허세가지고 알프레드 바우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음?

┖ 유럽에 류지호 팬 존나 많음. 거기서는 예술영화 감독이야 류지호가.

┖ 그냥 돈 많은 할리우드 감독 아니었나? 뜬금 고평가.


- 베를린에서 류지호 영화 보고 왔는데, 사람들 기립박수 치고 난리 났었음. 류지호 감독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거만함. 진짜 카리스마 짱!!!


- Eye-MAX로 보려면 63빌딩에서 봐야 하나요?

┖ 코엑스GOM, 해운대GOM, 인천GOM, 일산, 분당에서 볼 수 있어요.

┖ 대구 추가요.

┖ 여름에 광주도 생긴다고 하던데.

┖ 티켓값 이천 원 비싼 것이 함정.

┖ 돈 독 오른 류지호.

┖ 류지호 감독 베를린에서 제작비 다 뽑았어요. 기사 검색해 보세요.


- 한국영화로 미국에서 흥행하는 거 보고 싶다.

┖ <쉬리>도 망한 데가 미국. 류지호도 별 수 없을 듯....


영화를 비하하거나 빈정거리는 댓글도 눈에 많이 뜨였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많았다.

5월에 접어들면서 <복수의 꽃>에 대한 기사는 수면 아래로 잠겨버렸다.

2002 한일월드컵 때문이다.


❉ ❉ ❉


가온웨딩 컴퍼니는 류지호 사업의 근간이다.

비록 규모면에서 다른 사업부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류지호를 비롯해 창업멤버들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신사동 사거리 대로변에 우뚝 서있는 15층짜리 빌딩.

토탈 웨딩 전문기업 가온웨딩 컴퍼니의 신사옥이다.

기존 압구정 스튜디오는 접근성도 떨어지고 특히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웨딩업체들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상담고객 및 예비부부들의 불편이 커져갔다.

그러던 차에 접근성이 용이하고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교통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신사역에 신축 건물을 올리게 되었다.

가온웨딩은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토탈 웨딩 업체로 성장했다.

여행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의 범주를 넘어섰다.

본사사옥의 규모가 커짐으로써 스튜디오, 웨딩드레스, 메이크업&헤어를 한번 방문으로 편하게 상담 받을 수 있게 됐다.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각 층별로 용도에 맞게 구성을 했다.


“동 시간대에 여러 팀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눠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설계했어.”


가온웨딩 컴퍼니의 사장 심재우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구체적인 공간구성이 어떻게 되요?”

“웨딩드레스 피팅룸 세 곳과 동시 8명이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분장실을 준비해두었고, 턱시도 피팅룸까지 갖춰 놔서 고객들이 대기하는데 시간을 쓸데없이 소비하지 않도록 동선도 잘 짜두었어.”

“상담실은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웨딩컨설팅까지 서비스하기 때문에 상담실과 고객센터를 통합해서 규모도 키웠어.”

“외주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한다고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기업들은 콜센터를 외주로 돌리기 시작했다.

외주화 물결은 민간기업도,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였다.


“외주는 전문성이 많이 떨어져서. 암튼 유명한 수입브랜드 7곳, 국내 유명디자이너 브랜드 15곳과 업무제휴를 새롭게 갱신했고, 고급 신상품 웨딩드레스를 시즌 전부터 대대적으로 전시하고 있어.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다양한 웨딩드레스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발품의 시간까지 아껴주고 있어 만족도가 특히 높아.”


이미 예비신부들에게 가온은 가장 유명한 웨딩업체다.

웨딩촬영만 할 때부터 추가요금이 없는 서비스를 지향해 오고 있는 점 또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요소였다.

기존 웨딩컨설팅 업체의 경우 2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예비부부들에게 결혼준비를 진행하지만, 막상 계약 후에는 사진 원본파일 구매, 각종 전시용액자 강매, 앨범 페이지 수 변경, 혼주화장, 헤어피스, 드레스 변경 등을 비롯하여 여러 항목에서 각종 추가비용을 부담케 한다.

결국 신랑신부로 하여금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케 함으로써 폭리를 취했다.

가온웨딩 컴퍼니는 처음 계약한 상품금액과 구성을 추가금액 없이 제공해 오고 있다.

기존 업체들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추가부담이 없기 때문에 사기는 당하지 않는다.


“남들이 뭘 하든 우리는 불필요한 추가항목 다 없애고, 품질을 높이는 데만 힘쓰고 있어. 물론 럭셔리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쎈 편이지만.”

“요새 업계가 다시 엉망진창이라면서요?”


외환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싶으니까, 예전의 악덕상술이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서비스라는 것이 고객과의 약속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지켜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각종 명목의 추가비용으로 업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서 걱정이다.”

“암튼 IMF를 잘 넘겨서 다행이에요, 외삼촌.”

“우리야 초창기부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잘 유지했고, 고객에게 뒤통수 안치는 그런 평판관리를 잘했잖아. 결혼할 때 가온하고 했던 예비부부들이 아기 백일사진 찍기 위해 재방문 하고, 부모님 모시고 가족사진도 찍으러 오고. 그 고객들이 해외여행 갈 때 고스란히 우리 여행사로 오더라.”

“요즘 예식홀 사정은 전반적으로 나아졌어요?”

“IMF로 많이들 나가떨어지고, 버틴 곳들끼리 피 터지지.”

“해외지사 성과는요?”

“난 좀 성급하지 않았나 싶어.”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이나 생활서비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수시장이 침체되거나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게 되면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

또한 해외 진출을 통해 신규 투자를 받거나 수익원을 다원화할 수 있으니,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래서 현지 매출보다는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에 주력하자고 했잖아요.”

“우리는 그나마 괜찮은데, 몇몇 대형 웨딩 업체가 섣부르게 도전했다가 망하기 직전에야 다들 철수했어.”

“해외 지사는 어디에 있어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괌, 하와이, LA, 뉴욕.”


당연히 한국의 신혼부부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포들도 많이 찾는 웨딩업체가 됐다.

현지인들의 예약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였다.

국가별로 결혼 문화, 선호하는 서비스가 제각각이다.

가온웨딩의 해외사업부는 수년 전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고 달려들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많은 해외 진출 기업이 간과하는 것이 한국식 서비스만 강조하다 해당 국가 고객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쫓겨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업체 사장들을 몇 명 만났는데. 가만 보면 현지에 대한 언어, 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없이 후진국으로만 생각했다 큰코다쳤더라고. 뒤늦게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야.”

“동남아시아에서 떠오르는 개도국들은 인구구조가 젊어요.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웨딩산업도 진출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봐요. 문화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법률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보도록 하세요.”

“미국에서 인테리어 공사나 보수공사를 할 때 못 하나, 문고리 하나 바꿔 달아도 그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더라. 이런 제약 때문에 우리 다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웨딩 업체 한 곳이 미국 진출 후 계약기간 1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철수했어.”


국산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뉴욕 1호점을 열려고 계획했으나 인테리어 과정에서 뉴욕시청의 허가가 더디게 떨어져 1년이나 미뤄지는 일도 있었다.


“제가 그랬잖아요. 그런 현지 상황을 모른 채 한국식으로 밀어붙였다가는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현지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거죠.”

“상표권도 문제야. 아마 이게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일 것 같아.”


대부분의 나라가 상표권을 먼저 등록한 사람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선 등록주의’ 체계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프랜차이즈 Siren이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정부에 이미 상표가 등록돼 있어, 중국 상표권자에게 돈을 주고 상표권을 되찾은 일화는 유명했다.

한국에 월튼마트가 들어올 때 역시 같은 이유로 진출이 1년가량 늦어진 사례도 있었다.


“우리가 괌하고 하와이에 지사를 내고, LA로 진출하려고 보니까 가온웨딩이라는 상표가 먼저 등록되어 있더라. 보니까 하와이를 방문했던 현지 교포가 먼저 등록했더라고. 그거 소송하느라 8만 달러 들었어. 뉴욕에 진출할 때 프랜차이즈 진출을 타진하던 업체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인 교포나 경쟁업체가 미리 상표권을 다 걸어놔서 할 수 없이 상표권을 구입했다고 하더라고. 눈탱이는 같은 한국인이 친다고 하더니 해외 나가면 한국인끼리 아주 그냥....”


한 나라에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대략 5,000달러.

소규모 업체가 모든 나라에 상표권을 등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 일이 있고난 후로는 진출 가능성이 있는 나라 위주로 일단 상표권을 모두 등록하고 있어. 모든 걸 다온로펌에 맡겨버릴 수도 없고.... 정부가 국내 상표권을 보호하는 협약을 국가마다 마련해주면 좋은데 말이지.”

“KOTRA에는 문의해 봤어요?”


심재우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쪽 대답이야 뻔하지. 지적재산권 도용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매번 강조하지만 가온이라는 브랜드 빼고 다 바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해요.”

“발리 쪽에 럭셔리 해외결혼식을 올리는 중국 커플이 한둘 나타나고 있단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 커플이요?”

“부유층 자제들인 모양이야. 유의미한 숫자는 아닌데, 중국에서 6~8시간 정도 걸리는 인도양의 발리-몰디브-모리셔스 쪽으로 중국의 대형 웨딩업체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단다. 그리스 산토리니도 중국인 20~30대 젊은 신혼부부가 선호한다는 보고도 있고.”

“....음.”


중국의 고급 혼례 트렌드인 해외웨딩은 중국 전통의 복잡한 예식과정을 간소화해서 해외에서 치르는 결혼식이다.

이전 삶에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젊은층에서 성행했었다.

현재는 부유층 자제 일부가 고향에서 중국식 혼례를 치루고, 신혼여행 겸 해외로 나와서 다시 한 번 럭셔리 웨딩을 치루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의 신혼부부가 결혼식 전 미리 발리에 도착해서 결혼식을 준비하고 이틀 정도 더 머무르며 웨딩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는 식이이야. 한국의 젊은층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웨딩을 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고.”


해외웨딩은 여행, 의복, 미용, 사진 등 관련 산업에 연쇄 효과를 발생시킨다.

해외지사가 자리 잡은 업체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만 놓고 보면 웨딩산업은 미래비전이 별로 없다.

한류열풍과 결합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했다.

아시아 젊은층에게 한국문화가 선망의 대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웨딩분야까지 그 수혜를 입을 수가 있다.

실제로 2010년에 접어들면 중국, 싱가포르, 홍콩 같은 국가의 예비신랑신부들이 한국의 웨딩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고, 업계에서도 이를 틈새시장으로 공략하여 발 빠르게 웨딩관광상품으로 만들게 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고객유치는 장기 비전을 가지고 접근해 주세요. 만약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것처럼 한류가 열풍 정도가 아니라 태풍이 된다면 준비된 가온웨딩이 치고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항해에 있어서 때가 있어서 밀물을 타면 운이 트이고, 게을러 기회를 놓치면 난관에 봉착할 수가 있다.

만조 때 물의 흐름을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을 잃게 된다.


“중국 현지진출은 절대 서두르지 마시고요.”

“서두를 생각은 없어. 일단은 그쪽 시장조사와 협력할만한 대상을 선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K-pop이 중국 본토에서 큰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인기가수들이 중국 측에서 전용기를 보내주며 모셔가는 추세다.

드라마 부분에서는 ‘동화‘ 시리즈 한류드라마가 일본에 상륙해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부문에서는 WaW가 <풍운아>를 중국과 합작했고, 흥행작 몇 편을 수출했다.

중국 수입사가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퇴마기록>의 경우에는 아시아권에서 흥행했음에도 중국에는 수출조차 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의 검열 때문이다.

현재는 요괴나 미신과 연관된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중국 개봉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은행나무 침대>와 <퇴마기록>>은 중국에 소개조차 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WaW 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의 <엽기적인 그녀>와 BS 엔터테인먼트의 <무사>가 중국 본토에서 30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한다는 것 정도.

두 영화 모두 판권 일괄 판매가 아니었다.

흥행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 갖는 방식의 계약이었다.


‘한류 없었으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떻게 먹고 살았나 몰라....’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한류열풍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 또 생활 서비스 업계가 체감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웨딩산업만 놓고 볼 때, 2010년대로 접어들면 한국웨딩산업학회와 중국 측 웨딩협회는 공동으로 학회를 개최하거나 웨딩박람회를 자주 열게 된다.

또한 중국의 많은 성에서는 웨딩테마파크라는 주제로 규모가 큰 단지를 할애해서 한국식 웨딩을 소개하고, 한국 웨딩콘텐츠를 중국에 도입하려는 열의를 보인다.

심지어 처음부터 한국을 내세워 홍보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지금부터 10여년이 흐르면 한류 붐을 타고 한국식 메이크업, 한국식 드레스, 한국식 리허설 촬영 등 한국의 것이라 하면 브랜드 보지 않고 달려드는 해외시장 고객도 생겨난다.

그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웨딩산업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준비가 되지 않은 업체는 쓴맛을 보게 되지만, 몇몇 브랜드는 그런 바람을 타고 한 단계 도약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웨딩업계도 전문가가 부족한 것 같아. 직업학교나 대학에 웨딩 관련 학과가 개설된 곳이 있나?’


관련 자격증 체계도 미비한 상황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개설한 대학이 있을 리가 없다.


“외삼촌, 우리 포토그래퍼들 영정사진 찍어주는 봉사는 언제 가요?”

“왜?”

“오랜만에 참여해볼까 해서요.”

“기자들 좀 불러서....”

“그냥 조용히 포토그래퍼들하고 다녀올게요.”


아쉬워하는 외삼촌을 뒤로 하고 류지호가 가온웨딩 컴퍼니 신사옥을 나섰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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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4.27 12:09
    No. 1

    중국은 디즈니처럼 이미지 버리고 돈만벌거
    아니면 패스가 정답 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4.28 23:32
    No. 2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ma******..
    작성일
    24.04.16 11:25
    No. 3

    동사서독 ㅎㅎㅎ 키노 구독자라서 내용 알고 있는데 친구들에게는 왕가위표 무협영화라고 사기?쳐서 같이 보러갔었지
    영화 보고 나와서 술사는 걸로 용서받음ㅎ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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