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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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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개관식 일주일 전부터 다솜미디어센터가 가동을 시작했다.

성수동 센터에는 KM뮤직, 스포츠, 버라이어티, 영화 채널 PP 외에 케이블 방송 송출 업체 다솜파워캐스트, 경인본부, 본사 경영지원 부서들이 입주했다.

상주 직원만 1,100명에 이른다.

이 당시 지상파 MBS 사원수가 1,500명 안팎이니 다솜미디어가 얼마나 큰 회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게임 채널은 기존 강남 플라자를 고수하기로 했다.

류지호와 다솜미디어 고위직이 회의실에 모였다.


“오는 2006년까지 10개 채널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호준 대표가 물러나고 새롭게 다솜방송 CEO로 임명된 나준규가 야심만만하게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서울 도봉·강북 지역의 MSO에 처음으로 디지털 케이블TV 방송을 위한 시설 변경허가를 했습니다. 조만간 방송위원회에 요금승인을 요청한 뒤 가입자를 모집해 내달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 수출 실적은 어때요?”


나준규가 영업과 마케팅을 지휘하는 최성만 상무를 쳐다봤다.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최성남 상무가 설명을 시작했다.


“283편이 수출되었습니다. 대만이 24.5%, 일본이 19.0%, 중국이 18.6% 등 아시아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의장님께서 주로 머물고 계신 미국의 경우 재미 교포가 많이 모여 사는 시카고와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워싱턴, 뉴욕 등지의 방송국은 영어 자막을 단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데, 이 방송에 교포뿐만 아니라 미국인 시청자들 반응도 꽤 좋다고 합니다.”


굳이 위성방송이 아니더라도 미국 대도시 몇 군데는 케이블TV로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미국 시청자들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접하게 되는데,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홈드라마나 <태조 왕건> 같은 사극을 주로 시청했다.

유의미한 시청률은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한류' 열풍을 이끌던 대만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아시아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방송계가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드라마 수출 최고가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올인>이 편당 2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대만에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고요?”

“그 때문인지 한국 드라마에 대한 분위기가 조금 나빠졌습니다. 물론 드라마 한편의 영향으로 한류가 급격히 식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계속해서 묻지마 식의 수요 때문에 한국에서 무분별하게 TV프로그램을 가져다 팔았습니다. 적어도 대만에서는 한류 열풍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연가‘ 시리즈로 인한 한류 드라마 열풍으로 몇 년간 대만의 한국 드라마 수요가 팽창해왔으나 2003년 하반기를 지나면서 '한류'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했고 단지 시기의 문제로 여겼습니다. 아시아국가 중 한국 드라마 열풍이 가장 먼저 불었던 대만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는 것.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만이 자체 제작 능력과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한 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동안 대만 방송국은 일본이나 한국 드라마를 단순 수입해 방송해 왔다.

이제는 자체 제작을 통해 현지화하고 있다.

한국 쪽에서 검증되지 않은 드라마들까지 마구잡이로 밀어 넣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드라마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대장금>이 해외에 팔렸던가요?”

“아직 판매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고 수출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입니다.”


MBS 드라마 <대장금>은 올 3월 최고 시청률 55.5%를 기록하고 평균 시청률은 41.6%를 기록했다.

KBC ‘연가’ 시리즈는 중국·대만·일본 등 10여 개국에 수출돼 192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고 MBS의 <인어아가씨>는 중국·베트남·대만 등 6개국에 182만 달러에 팔렸다. <대장금>은 올해 한류를 주도할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응급실>은 문의가 좀 있습니까?”

“케이블TV 드라마 특성상 바이어 반응은 그리 뜨겁지는 않습니다. 다만 홍콩TV마켓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화자찬이지만, 현재 아시아에서 이 정도 수준의 드라마는 어느 나라도 못 만드니까요.”


의학전문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 든다.

다솜미디어는 WaW종합촬영소에 만들어진 고정형 병원 세트를 활용할 수 있고, 고증과 자문도 철저히 받아서 다양한 의학적 행위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완성도까지 뛰어난 편이다.

단 하나 걸림돌이 한류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른 연기력을 펼치는 배우들을 대거 투입했기에 미드 마니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조건 현지어 더빙을 위해 음향·효과(M&E)를 분리해 제작·판매하도록 합시다.”

“지상파 자회사들이 그렇게 함으로써 효과를 보고 있긴 합니다.”

“<응급실> 최고 시청률이 2.7%라고요?”

“마지막 회 시청률입니다.”


케이블TV 시청률 3%를 대박이라고 칭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케이블 채널 시청률 1%를 지상파 10%라고 계산했다.

이유는 매우 허무하고 단순하다.

케이블 시청률 집계는 2000년도부터 시작했다.

당시 케이블 가입가구가 지상파의 10%에 불과했다.

 그래서 케이블 시청률에 10을 곱하기도 한 것이다.

사실 올바른 계산법이 아니다.

실제로 지상파와 케이블TV 시청률 조사방식과 집계방식이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때문에 실제 시청률은 그냥 1%가 맞았다.

그런데 왜 굳이 곱하기 10을 하고 있을까.

광고 때문이다.

케이블TV가 출범하고 시청률을 집계하지 않았을 때는 광고금액 평가 기준이 없었다.

시청률이 집계되면서 비로소 광고를 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광고주들이 시청률 자료를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케이블TV 규모가 커졌기에 시청률 집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됐다.


“광고주들이 케이블TV에서 점유율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입니다. 케이블 채널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정도를 봅니다. 일례로 시청률이 1%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도 케이블 채널 안에서는 점유율 15%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재방 때문이군요?”

“정확하십니다. 보유한 채널이 많은 케이블 방송사는 공격적인 편성이 가능합니다. 한 프로그램을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방송한다던가, 재방을 넘어 5~6방까지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시청률을 다 합치면 웬만한 프로그램은 10%가 넘습니다. 인기 케이블 프로는 웬만한 지상파 프로보다 훨씬 많이 본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런 것들로 광고주에게 어필할 수가 있습니다.”


지상파 자회사 케이블 채널들이 주로 이 방식을 쓰고 있다.

다솜, 올리온, BS 등 메이저 케이블TV가 공격적으로 채널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이유다.


“다솜 재방채널이....?”

“스펙트럼 에브리데이입니다. 클래식 영화부터, 다솜 버라이티 채널에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및 다양한 떼토크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재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부 편성에서 지상파의 철지난 프로그램을 사다 틀기도 합니다. 본방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가 재방 시청률도 높습니다. 스포츠 경기 재방 시청률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은근슬쩍 스포츠 채널 런칭을 끼워 넣는 최성만 상무다.


“활동성이 좋은 봄·가을에는 시청률이 대체로 낮습니다. 반대로 겨울·여름에는 가장 높은 시청률이 집계됩니다. 요일의 영향도 큰데, 당연히 평일보다 주말 시청률이 높게 집계됩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월요일보다 화요일이 대체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응급실>도 재방이 나가고 있겠군요?”

“띠 편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시즌 2가 방영을 시작하기 직전 줄 편성을 할 예정입니다.”


일명 몰아보기다.

1회부터 마지막 방영분까지 연달아 방송하는 방식이다.

본 방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어도, 이 같은 줄편성을 통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실제 122개 PP 전체가 올린 총 순익 500억 원 가운데 지상파 계열 PP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상파에서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의 재방송 덕분이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늘려가면서 적자가 늘었을 것 같은데...”


류지호가 시선을 나준규 사장에게 뒀다.


“버틸만 합니까?”

“사실 게임 채널과 홈쇼핑을 제외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광고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3년 후에는 계열 PP 전부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상파와 달리 대형 케이블 업체는 광고 외에 초고속인터넷 사업(ISP)과 수신료라는 다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실제 다솜미디어 계열 각 PP들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업계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영업이익을 가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미디어 분야 수직계열화를 하려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케이블TV 분야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바로 광고상품 결합 문제다.

다솜미디어는 광고매출 극대화를 위해 인기 프로그램 광고와 비인기 프로그램 광고를 묶어서 판매한다.

이 같은 패키지 상품은 가온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채널과 결합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자회사 주공테크의 컴퓨터 하나를 홍보하더라도 각종 다솜방송 채널은 물론 홈쇼핑, 게임(본격 타이틀 출시 전), 영화, 극장 등 다양한 비즈니스 인프라와 연계해 광고가 가능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협찬이나 PPL, 매체 광고,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한꺼번에 묶어서 저렴하게 제공하니 프로모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가온그룹의 인프라가 제공하는 복합상품은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뷔페를 차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상파로서는 투자나 규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요.”


아직 가상광고가 등장하지도 않은 시기다.

가상광고까지 가능해지면, 광고 매출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홈쇼핑 매출은 어떻습니까?”

“후발주자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96년 34억 원이던 거래량에서 올해 4조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사업 전망도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이 높지요?”

“8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메이저 3사의 점유율이 워낙 막강하기도 하고, 중소기업 지원 대책으로 인해 신규 홈쇼핑 채널들은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을 높게 유지해야하는 제한도 있다.


“국내 주요 TV홈쇼핑사 중 유일하게 저희 다솜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 비중 80%를 내외를 유지하고 있지만, 틈새시장 공략의 측면에서 후발주자의 불가피한 출발선이라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후로 나준규 사장은 홈쇼핑 업계의 해외진출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다.

다솜홈쇼핑도 가온그룹의 해외망을 등에 업고 아시아지역 진출을 하고 싶다는 어필이었다.


“남들 한다고 우리도 덩달아 쫒아 다니지는 맙시다. 해외진출을 하기 전 다른 계열사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움직이는 걸로 하세요.”

“해외진출 테스크 포스를 꾸려도 되겠습니까?”

“세세한 전략을 일일이 내게 확인 받을 필요 없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오래 갈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네요.”


남은 시간 류지호는 아이디어 회의를 빙자한 잔소리를 열심히 늘어놓았다.

유명한 예술가나 학자들을 초청한 미니 인문학 강의.

래퍼들이 온갖 체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랩 가사를 쓴 후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리얼리티 쇼로 보여주기.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상급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악동클럽>을 변형한 <내 맘대로 프로듀서>.

아이돌 팀원부터 시청자 ARS 투표로 뽑고, 작곡가가 만든 곡도 시청자가 결정하며, 트레이닝을 하는 전문가까지 시청자가 투표로 결정한 후, 최종 앨범 발매까지 시청자가 결정하는 리얼리티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건강, 레져, 요리, 여행, 법률 상담 등의 떼토크쇼.

정치인, 사회 저명인사, 대기업 임원이 험한 일을 체험해보는 <언더커버 보스> 스타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다양한 종목 스포츠 선수들의 다큐멘터리 등.

이전 삶에서 유행했던 리얼리티 쇼와 미국에서 봤던 것, 최근 떠오른 것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임원들은 류지호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까 열심히 받아 적었다.


“내가 말한 것들을 반드시 하란 것이 아닙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했던 것처럼 다솜미디어 임직원 모두가 직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심의에 걸리지 않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보세요. 대관령 목장을 하루 종일 생방송으로 보여줘도 됩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낚시터를 롱샷으로 해질녘까지 타임랩스로 촬영해 내보내도 됩니다. 뭘 해도 시청률 0.5%를 못 넘긴다면 이왕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라는 말입니다.”

“.....?”

“대신 프로그램에 다솜만의 가치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

“순우리말 다솜이 뭡니까?”

“사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애, 자연사랑, 지구사랑, 나라사랑, 남녀 간의 사랑....”

“....!”

“뭐든지 다솜 브랜드에 가치를 담아주세요.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게 다입니다.”


말은 참 쉽다.

그것이 간단하게 되는 것이었으면, 다솜미디어는 아시아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송사가 된다.

암튼 다솜미디어센터 재개국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각 언론사로 뿌려졌다.

YNTV에서 하루 종일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성수동 다송미디어 방송센터. 그곳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케이블TV가 가동을 시작했다. 임직원만 참석한 이날 개관 기념식에서 류지호 회장의 특별한 연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사회적 문제들과 특별 세무조사 등 내외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고려해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류지호 의장이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행보 뒤에 거대한 야망과 결연한 의지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수십 개의 자회사, 손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집단 가온그룹의 총수라는 직함과 호칭이 더 어울린다. 임직원을 향한 특별 강연에서도 가온그룹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야심만만한 미래, 그의 거대한 비전을 강하게 암시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 ✻


그룹 행사에 류지호가 참석한 것을 잠행을 깬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때문에 보자는 사람도 와달라는 행사도 물 밀 듯이 몰려왔다.

영화 작업을 핑계로 대부분의 요청을 거절했다.

수송동 YNTV 본사 스튜디오에 온 류지호가 송일성에게 대뜸 툴툴거렸다.


“특별 세무조사 받고 있는 민감한 시기인데, 무슨 총수가 더 잘 어울립니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할 걸?”

“정치하시게요?”

“내가? 미쳤어!”

“근데 왜 국민을 팝니까?”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화가 날 표현이냐?”

“그룹이나 경영 관련 질문이 하나라도 나오면 그냥 박차고 나올 겁니다.”

“생방송이야. 류 의장 제발.... 선배 좋다는 게 뭐냐?”

“감독이라니까요!”

“그래. 류지호 감독님.”

“영화 이야기만 합시다. WaW에 대한 질문까지는 대답하죠.”

“YNTV 대주주잖아. 좀 전폭적으로 협조해야지.”

“대주주 안 할 테니까, YNTV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도로 사가세요.”


송일성은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가온웨딩 컴퍼니가 뉴스전문 케이블 채널 YNTV(구 연합TV뉴스)의 대주주다.

1995년 케이블TV 진출을 할 당시에는 자본금 300억에서 시작했다.

삼봉백화점 붕괴사고 최초 보도 등 전문 뉴스채널로 자리를 잡는가 싶었지만, 매해 운영난에 시달렸다.

개국 첫 해 240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IMF로 인해 광고가 줄고 기자 채용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봉급마저 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살길을 강구하던 차에 송일성이 황재정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너인 류지호는 언론사를 소유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진 않았지만, 사장단과 전략기획실의 생각은 달랐다.

출범 당시 YNTV은 연합통신이 대주주로 왕방울, 관광공사, 민중병원 등을 비롯해 11개 회사가 출자했다.

매년 쌓여가는 적자와 앞으로 얼마를 더 쏟아 부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출자회사들은 증자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때마침 한국전력공사가 인수를 제안했다.

한전이 이미 NO(Network Opreator)로써 케이블TV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YNTV 경영 정상화와 케이블TV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한 것.

그런데 YNTV 노조 측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공기업에 언론사가 넘어가게 되면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한전에 매달리고, 노조는 가온을 설득하는 두 방향으로 YNTV 자구책을 강구했다.

당시에 가온은 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들기 전이었다.

따라서 언론사 소유가 가능했다.

인수협상 시기에는 신문사 밥그릇 챙겨주기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이었다.

이른바 ‘신방법‘이라고 해서 신문사가 방송국을 소유할 수 없는 시기였다.

이미 5대 재벌은 말할 것도 없고, 전경련 회원사 대부분이 신문사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외 중견기업들 역시 돈 잡아먹는 하마인 YNTV에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YNTV 노조에는 송일성 말고도 신포고 출신 기자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가온을 밀었다.

가온이 지분을 보유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당시 가온이 신문사나 지상파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YNTV은 케이블TV PP였기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매우 우려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당시의 가온은 대주주인 연합통신이 한전에 매각하는 것을 원했기에 한 발 물러섰다.


- YNTV이 출자 원금도 다 날리고 빚이 얼만데 뭔 이자까지 챙기려 들어요? 사실 원금만 줘도 감지덕지 아니요? 특히 빚이 700억 원에 이르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니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온까지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인수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상황이었다.

한전은 연합통신과의 협상에서 협박성 공세까지 펼쳤다.

연합통신은 한전의 갑질에 치를 떨었다.

전격적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온웨딩 컴퍼니가 275억 원에 연합통신이 보유하고 있던 YNTV 지분과 기타 지분 51%을 모두 인수했다.

1998부터 2년에 걸쳐 1,100억 원의 유상증자도 약속했다.

그 결과 자본금이 일거에 1,500억 원으로 늘어 만성적자 상황에서 점차 벗어났고, 2000년을 맞이하기 직전 흑자를 달성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남산 서울타워를 인수했는데, 'N서울타워'로 개명할 계획이다.

올해 3월에는 코롱그룹으로부터 무비플러스와 코미디TV를 운영하던 월드와이드넷을 인수해, YNTV 미디어로 사명을 바꿨다.

야심차게 연예채널로 만들었지만 감당이 어려웠다.

결국 무비플러스를 다솜미디어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가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에 되면서 시민사회단체가 YNTV소유와 관련해 들고 일어섰다.

진보성향의 언론에서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때문에 가온웨딩 컴퍼니는 YNTV 지분 일부를 다울재단으로 넘겼다.

또 일정 지분을 YNTV 우리사주조합에 나눠주었다.

따라서 YNTV 주주는 가온웨딩 컴퍼니가 21%, 다울재단 9.3%, 자사주 38%, 우리사주조합 27%, 대유계열 금융사 4%, 기타로 구성되었다.

명목상 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이 됐다.

사실은 가온그룹의 지배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는 한전, 마사회, 담배인삼공사가 YNTV 대주주가 되면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단독 좀 많이 밀어줘. MBS와 KBC만 밀어주지 말고.”

“한국 들어올 때마다 제일 먼저 YNTV 출연해주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류 감독, YNTV 네 회사나 마찬가지잖아. 여기 신포고 출신도 많아.”

“내가 신포고 졸업생입니까? 백번 양보해서 신포고 선배가 아무리 YNTV에 많아도 MBS와 KBC보다 많아요?”

“지상파에 있는 진골들과 우리 같은 독립군하고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아휴, 옛날에는 착하고 사려 깊었던 놈이 깐깐해져서는....”

“다 들립니다. 마음의 소리는 안 들리게 하세요.”

“그럼 MSM 건만 하나 공개해줘. 내가 이렇게 부탁 좀 하자.”


송일성이 무릎을 꿇기라도 하려는 시늉을 해보였다.

당연하지만, 무릎 안 꿇는다.

YNTV 사회부장 쯤 되면 어깨에 힘주고 다릴 수 있다.

어지간한 대기업 간부와 고위공직자들도 쩔쩔 맨다.


“안 됩니다. MSM, Pixart 관련 질문 절대 하지 마세요.”

“류 감독.....”

“인수합병이 결렬되면 YNTV이 책임질 겁니까? 아니잖아요!”

“오! 거의 다 왔나보네?”

“나도 모릅니다. 소닉이 MSM을 먹어야 속이 시원하겠습니까?”

“우리가 지원할 수도 있잖아.”

“지원은커녕 방해만 됩니다.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거니까 제발 설레발 좀 치지 말아주세요.”

“언제 쯤 결론 나냐?”


벌떡.


류지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곧장 대기실을 나섰다.


“어디가?”

“오늘 출연은 없던 걸로 하죠.”


류지호가 휴대폰에 대고 지시를 내렸다.


“고 실장, 차 빼요. 합정으로 갑니다.”


송일성은 류지호가 액션을 취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천만에 말씀이다.


“선배... 재벌총수란 호칭이 어울리게 행동할 테니 잘 수습해 보세요.”


주차장으로 내려온 송일성은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 수밖에 없었다.


“생, 생방송이야!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해! 류 회장, 류 의장님! 류 감독! 지호야~”


류지호는 진짜 YNTV 본사를 떠났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냐오냐‘ 해주면 모르는 사람보다 더 만만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류지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YNTV을 떠나버렸다.

그 날 생방송을 펑크내버렸다.

당연히 YNTV가 발칵 뒤집어졌다.


작가의말

소설 속 성수동 방송센터는 대략적으로 상암 MBC 글로벌 미디어센터 규모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느새 여름도 끝물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면서 새로운 한 달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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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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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재밌어 질 것 같네.... (1) +8 23.09.28 2,195 104 25쪽
629 세상으로 나가 옳은 일을 하라. +7 23.09.27 2,292 89 23쪽
628 안정 속의 변화. (5) +4 23.09.26 2,210 88 22쪽
627 안정 속의 변화. (4) +5 23.09.25 2,267 93 22쪽
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5 88 23쪽
625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4 94 23쪽
624 안정 속의 변화. (1) +7 23.09.21 2,435 93 27쪽
623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2) +4 23.09.20 2,335 96 25쪽
622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 +10 23.09.19 2,342 103 25쪽
621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23.09.18 2,367 100 23쪽
620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8 23.09.16 2,395 106 25쪽
619 비평가들이 싫어하면 관객이 좋아해. +4 23.09.15 2,318 108 24쪽
618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6 103 23쪽
617 우린 괴물이 아닙니다! +13 23.09.13 2,340 111 28쪽
616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1 112 24쪽
615 살아줘서 고맙다..... +8 23.09.11 2,383 105 29쪽
614 민중의 적 : EMBARGO. (14) +5 23.09.09 2,321 100 25쪽
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4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611 민중의 적 : EMBARGO. (11) +6 23.09.07 2,169 97 24쪽
610 민중의 적 : EMBARGO. (10) +4 23.09.07 2,016 83 23쪽
609 민중의 적 : EMBARGO. (9) +4 23.09.06 2,217 97 23쪽
608 민중의 적 : EMBARGO. (8) +3 23.09.06 2,091 85 23쪽
607 민중의 적 : EMBARGO. (7) +6 23.09.05 2,227 92 25쪽
606 민중의 적 : EMBARGO. (6) +2 23.09.05 2,134 86 22쪽
605 민중의 적 : EMBARGO. (5) +7 23.09.04 2,299 87 24쪽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193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39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84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17 105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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