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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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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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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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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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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안정 속의 변화.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온그룹 안팎에서 오너의 오른팔이자 죽마고우 황재정을 본사로 복귀시킬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온웨딩 컴퍼니를 바닥부터 키운 것으로 평가되는 외삼촌까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많이 섭섭하시죠?”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류지호가 외삼촌 심재우를 위로했다.


“큰물에서 논다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외삼촌이 할 일이 많아요.”

“다울재단도 있는데, 꼭 그룹에 재단을 따로 둘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울은 저희 가족의 재단이고. 이번에 외삼촌이 책임질 재단은 기업차원의 공익재단이고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산하에 두고 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기도 한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가온재단은 명백히 후자가 되어야 했다.


“선인재단도 아니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만들려고 해?”

“일단은 여주 가온타운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립학교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여주 가온타운을 둘러본 류지호가 학교 법인을 구입하라고 지시한 바가 있다.

작년 연말에 21억 원을 들여 사학재단 하나를 구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를 통해 여주에 직원들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립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사학법인은 나중에 외가에 넘겨줄 생각도 있다.

외가쪽 후손들이 가온그룹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바라지 않고 사학재단을 통해 안정된 삶을 살도록 배려해주려는 것이다.


“병원은 또 뭐야?”

“종합병원 수준이 되면 좋겠죠.”

“도대체 자금을 얼마나 쏟아 부으려고 그러는 건데?”

“여주 가온타운의 직원들에게 자녀 교육과 의료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인 것 같더라고요. 여주를 시작으로 가온의 대형사업장이 있는 지역에 적어도 유치원과 초중고 정도는 설립하고 싶어요.”

“솔직히 오버 아니냐? 그런 짓은 오성이나 경일그룹도 안 해.”


대한민국 1위 기업이라는 오성그룹은 4개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명성에 비해서 그리고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재벌의 공익재단들은 대부분 자산 규모 대비 공익사업 지출이 많이 떨어진다.

금액만을 지원하는 등 사업도 단순하다.

공익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말만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이다.

일부 재벌 재단의 경우 공익사업보다 수익사업을 활발하게 벌여서 공익성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공익사업도 엄연한 사업이에요.”

“나도 알아. 아는데.....”

“단순히 기업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고, 신사업을 펼칠 때 저항을 줄일 수 있죠. 게다가 직원과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고요. 장학사업을 통해 배출한 인재들을 가온그룹이 선점할 수도 있잖아요.”

“뜻은 좋지. 그런데 매년 200억씩 공익사업에 퍼붓는다는 건 좀.....”


재계 서열 1위라는 오성그룹 계열 공익재단이 한 해 지출하는 공익사업 예산은 자산의 1~2%에 불과하다.

이 시기 국내 30대 그룹이 운영 중인 26개 공익재단들이 한해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금액을 모두 합하면 2,000억 안팎.

10% 해당하는 액수를 가온그룹 혼자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차츰 늘려가야죠.”

“수익사업이라도 펼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면 되잖아요.”


대표적인 부자기부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은 출연한 재산(기본재산)에 손댈 수 없다.

필요경비는 모두 수익사업으로 충당해야 한다.


“위험이 따르는 사업은 거의 불허되어 있을 걸? 예금이자 이외 방법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안다.”


저금리 쇼크라도 오게 되면, 재단 유지마저 어려울 수가 있다.

연 2%의 저금리로는 운영비 마련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별도의 수익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버지가 다울재단 운영하시는 거 보니까 현행법상에서 법인 설립목적과 본질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수익사업을 허용하는가 보던데요?”

“사업마다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영리 성격의 사업 승인은 거의 내주지 않는 것으로 안다. 손실 발생 시에 원상복구 각서까지 요구하나 봐. 재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


때문에 대기업 공익사업은 의료법인, 학교법인, 문화예술법인 등을 통해 수익사업과 공익사업을 동시에 병행하는 편이다.

참고로 미국의 JHO Foundation의 경우 미국 정부가 재단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재단 이사회가 위험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자꾸 너와 매형이 돈을 못 써서 안달이니까, 개나 소나 다 호구로 알아.”

“저와 아버지 정도 되면 능력 있는 호구 아니에요?”

“호구가 좋은 게 아니잖아.”

“미국의 친구들이 제게 그래요. 호구가 될 것이냐 위너가 될 것이냐. 그 둘 사이에서 적당이란 없다고.”

“내 말이!”

“각자 방식이 있어요.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다르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정한 가치를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언제부터인가 제가 정한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윌리엄 파커가 가르친 삶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기분이랄까.


“가끔 인생이란 게 각자의 삶의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봐요. 남들이 보기에 호구처럼 보일지라도 내 모든 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수 있는 가치와 이유들로 채워진 인생이라면 그게 진정한 위너의 삶이 아닐까 싶어요.”


도저히 말로는 당해낼 수가 없는 조카다.

영화감독이니 말발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제게 주어진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는 삶을 추구했어요. 그것으로 삶을 후회하지 않을 거란 믿음 때문에요. 저의 숨 가쁜 시간들과 바꾼 반대급부가 돈만은 아닐 겁니다. 저울에 올릴 황금 말고도 많은 가치들을 얻었고 또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고요. 제 기준에 맞는 것이라면 기꺼이 호구가 되려고요. 이것저것 재기 바쁘고 탐욕스러운 사람에게 운명의 여신이 웃어줄 것 같지 않으니까요.”


호구의 유행어적 의미는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순진한 사람이다.

세계적인 부자들은 탐욕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탐욕의 화신이 누군가를 등쳐먹었으면 먹었지 이용당할 리가 없다.

따라서 글로벌한 억만장자가 ‘호구‘소리 듣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공익적 호구는 좋은 사람이란 의미가 될 수도 있기에.

일명 착한 부자 이미지다.

누구나 알고 있다.

베풀고 나누는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한편으로 두렵다.

호구가 되지 않을지, 오지랖이라고 핀잔을 받지 않을지, 돈과 에너지 낭비로 끝나지 않을지....

공익적 호구가 되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지호야.... 혹시 나중에.... 훗날 네 지분 가온재단에 기부할 거냐?”

“글쎄요. 때 이르지만 고려하고 있긴 해요.”

“하지마라 그거. 한국에서는 영 못할 짓이더라.”

“증여세 때문에요?”

“공익재단에 기부 좀 하겠다는데 무슨 지분 5%가 넘으면 과세폭탄이냔 말이야.”

“공익법인이 출연자의 지주회사로써 간접지배에 이용되거나 상속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잖아요.”

“법과 제도가 기업가와 부자가 더 많은 주식을 출연하도록 장려하지 못할망정 이를 막고 있더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려고 해도 혜택은커녕 되려 막대한 세금을 납부해야하니 누가 기부를 하려고 하겠어. 너처럼 주식부자가 잘못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네 재산 다 털어서 증여세 물어야 할지도 몰라. 아예 한국에서 기부할 생각 말어.”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과 규제도 언젠가 바뀌겠죠 뭐.”


올해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브에서 해피빈이라는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아고라를 기반으로 한 희망해, 아름다운재단의 개미스폰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주식거래소 등이 줄줄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모금을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기부금품법에 따라 1,000만 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할 때는 모금 목적과 목표액, 방법, 기간 등을 지방자치단체나 안전행정부에 사전 등록해야 한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이 성장하는 데 큰 제약이다.

예상치 못하게 모금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게 되면 모금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해피빈은 처음부터 모금액수를 1,000만 원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류지호는 그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젠 체념했다.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다울재단은 네가... 아니지, 너희 가족들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가족재단으로 가고. 가온재단이 다른 대기업들이 하는 기업공익재단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거지?”

“미국과 한국 공익재단 모델을 혼합해야겠죠.”


기업 돈으로 공익재단을 세우는 것은 한국만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오너나 최대주주가 개인 사재를 출연한다.

후진국의 기업들에게는 사회공헌이란 개념 자체가 없고.

기업재단의 의사결정에는 오너의 권한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정에서 모기업 의존도가 높아서 긴 안목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

실제 대기업들은 기업실적이 조금만 악화되면 재단기부금부터 가장 먼저 줄인다.


“일단 학교재단은 가온그룹 사업장이 모여 있는 도시에 어린이집과 유치원부터 무조건 설립하고, 보육교사는 무조건 최고대우로 인원도 넉넉하게 뽑도록 하세요.”


심재우의 미간에 골이 패였다.

그룹에서 직원 자녀까지 돌보는 것이 썩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후부터 직원의 주거와 자녀 돌봄까지 신경을 써주는 회사로 젊은 인재들의 지원이 몰릴 거예요. 궁극적으로 회사가 보육의 일부를 부담해 주면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친구만 가온그룹이 싹쓸이 할 수도 있어요.”

“혹시... 대학도?”

“새만금에 계획도시가 들어서게 되면 국내대학이든 외국대학 캠퍼스든 유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미국대학의 한국 캠퍼스를 유치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한국의 대학은 재단에서 적당한 대학의 운영권을 구입하는 걸 추진해주세요.”

“그 모든 학교들이 가온그룹에서 기부하는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가능하면 등록금을 무료로 하고 싶지만, 학교재단의 재정자립도를 봐야겠죠.”

“장학금은 나도 지인들 통해서 많이 유치해보도록 하마.”

“상도 하나 만드세요.”

“무슨 상?”

“오성에서 창업주 호를 따서 6개 부문에서 상을 주잖아요.”

“네가 따로 호가 없으니까 류지호 어워즈....”

“그냥 가온상으로 해요. 암튼 과학, 공학, 의학, 문화예술, 사회봉사 부문에서 매년 시상하고 상금으로 2억 이상 주는 걸로 해주세요. 위원회는 사회 각 분야 저명인사들로 구성하는 것으로 해서 재단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시고요.”

“한국의 노벨상이라도 만들게?”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에게 경제적인 보탬을 주고 싶을 뿐이에요.”

“문화재단은 주로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할 거냐?”

“아니요.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학사업과 함께 문화·예술 사업 지원을 하면 좋겠어요. 외국과 문화 교류도 해볼 수 있으면 좋구요.”

“복지재단은 다울과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면 되는 거지?”

“저소득층, 소외계층 대상으로 한 사업을 펼쳐야겠죠. 대신 서로 중복되지 않게 집중할 분야를 잘 선택해야 할 거예요.”


류지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왠지 끝이 아닐 것 같다?”

“교육환경이 열악하거나 사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중학생들에게 대학생이 참여하는 영어, 수학 수업을 해줄 수 있는 야학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강사로 선발된 대학생들에게는 소정의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하고요. 장학사업과 교육사업을 융합한 형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주중·주말교실이나 무주 혹은 그룹 산하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방학캠프 프로그램 정도?”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중학교의 신청을 받아도 되고, 교육부가 추천하는 곳의 몇 배수로 받아서 선정해도 되고요.”

“가온봉사단은 뭐냐? 다울재단에서 이미 봉사단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가온그룹 계열사별로 직원 자체 봉사단체가 여럿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룹 외부 단체 지원이 아니라, 우리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팀을 꾸렸으면 좋겠어요.”

“그걸 다 하려면 매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 같은데?”

“10년 내 자산을 1조가 되도록 할 생각이에요. 당장은 매년 200억 원 정도 예산으로 운영되겠지만.”


심재우가 입을 떡 벌렸다.

1조라는 엄청난 액수 때문이다.


“당장 100억 원 정도를 대유가온증권 혹은 가온투자파트너스에 맡겨 펀드형 상품에 가입해도 되고, 미국 IT기업 주식에 투자해도 되겠죠. 아마도 10년 후가 되면 금융자산만으로 1조를 훌쩍 넘길 수가 있을 것 같아요.”

“......”

“매년 200억 원이 지원되는 대신 90%는 무조건 해당 년도에 쓰여야 해요. 남은 부분으로 재단 운영과 직원 월급 해결하시고.”


그해 신고한 예산의 70% 이상을 소모하는 것이 공익재단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후우.


심재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에서 쫓겨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카가 명예퇴직을 시킨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시키려고 가온웨딩 대표이사직에서 쫓아낸 모양이다.

왠지 가온웨딩 스튜디오 초창기처럼 일복이 터질 것만 같았다.


“외삼촌을 잘하실 거예요.”

“그래... 참.... 힘이 나는 구나.”


그간 가온그룹은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왔다.

문제는 중구난방이었다는 점이다.

재계서열 10위권에 진입할 때부터 안팎에서 제대로 된 공익재단 설립이 대두되었다.

참고로 2005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순위에서 25조의 포항제철그룹이 재계서열 9위, 24조의 대한주택공사와 광성그룹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잠룡으로 평가되는 가온그룹은 23~24조 원으로 10위 입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7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다솜미디어와 G.O.M Cinemas의 사업 확장 그리고 CA미디어를 비롯해 계열사 개편으로 장부상 자산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성그룹은 100조원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5대 기업이라 불리는 다른 대기업들 역시 50조 원대로 여전히 가온그룹과 격차가 컸다.

2000년대 초에 형성된 ‘재계 5대 그룹‘ 체제의 틀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재계순위가 곧 경제 권력의 크기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계의 서열은 기업의 자존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기업에 대해 상호출자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재계 서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에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에서 산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해 3월까지의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그룹을 대상으로 재계 서열을 발표하고, 매달 그룹 소속 회사의 변동사항을 점검한다.

이 시기는 30위까지 지정토록 되어 있다.

때문에 매스컴에서는 5대 재벌과 30대 재벌의 표현이 주로 사용된다.

시가총액으로 서열을 매기기도 한다.

주로 미국의 경제지들이 그렇게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에서는 매출과 자산총액에 따른 서열을 좀 더 선호한다.

그룹 순위 변화는 해당 기업의 성장을 의미한다.

 가온그룹의 도약은 공격적인 투자에 있다. 

그룹순위가 뒤로 밀린 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을 수도 있다.

기업들이 미래업종이라 예견되는 사업을 통해 수익창출을 시작하면 재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기업가치의 상징인 주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우리 그룹에 대해 정부, 재계,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어. 한국 대기업의 성장 과정을 단 10년 만에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 기업이니까.”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재계서열에서 활력이 크게 없었다.

10년 내 100대 기업에 새롭게 등장한 기업이 가온이 유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가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는 이유에요. 한국 경제가 잘못 흐르면 일본을 따라갈 수도 있어요. 망해야 할 기업은 망해야 하는데 일본의 대기업은 안 망해요. 기업이 맞아야 할 매를 일본정부가 대신 맞아주면서 기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있거든요.”

“그러게 말이다. 우리 그룹이 IMF에서 자유로웠다고 해서 하는 말은 아닌데, 우리 경제에 IMF 위기가 백신을 놔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경쟁력 없는 기업이 도산하고 엔화를 빌려다가 돈벌이에 치중하던 종금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잖아. 우리 기업들이 체질을 단련하는 계기가 됐어.”

“이제 일본은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의 스승이죠. 일본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배워야 할 롤모델이 되어야 하겠고. 과연 그들이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지만.”

“그건 그렇고. 우리 가온도 저 대단하다는 재벌들과 이제야 비벼볼 만한 위치에 올라섰구나.”


재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재벌이 아니다.

재계 서열은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재계 안팎의 모임은 물론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재계 서열대로 악수 순서와 자리 배치가 이뤄지고, 이 장면이 고스란히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다.

이번 대한상의 주최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과 류지호, 래리 킴 회장의 악수 순위와 자리배치가 재계에서 주목받은 바가 있다.

재벌 총수들의 반응과 대접 역시 해가 지날수록 달라지고 있다.

그걸 본 가온그룹 직원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물어보나 마나다.

그처럼 재계 순위는 임직원들에게 긍지를 심어준다.


“그 만큼 사회공헌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되죠.”

“알았다. 기존의 그룹이 하던 공익사업 점검해보고 빠른 시간 내에 5대 기업 못지않은 공익재단을 만들어보마.”

“잘 부탁드려요, 외삼촌.”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 불린 1997년 IMF 사태는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대그룹을 하나 둘 무너뜨렸고, 이후에도 시대와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업의 속도와 방향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언제든지 침몰했다.

왕자의 난으로 경일자동차그룹은 분열했고, 높은 재계 순위를 유지했던 기업들이 침몰하며 재계 판도를 급변시켰다.

이후 두진 그룹, 금성그룹 등 형제의 난을 거치며 차례로 분할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대기업들은 반도체, 가전, 이동통신, 전기차배터리 등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내 한국경제를 뒷받침한다.

2000년대 재계 서열 변화를 보면 그룹의 흥망성쇠와 함께 향후 재계 판도가 보인다.

앞으로 한국 재계는 격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중심에는 무섭게 재계순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가온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 ❉ ❉


류지호는 2월 말 일본으로 출국이 예정되어 있다.

그 전에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는 사이 류지호는 유니벌스뮤직그룹 덱스 모리스 회장으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

시급을 요하는 사안인 줄 알았다.

평소 개인적으로 전화를 하는 인물이 아니었기에.

현재 유니벌스뮤직그룹은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접은 상황이다.

부실한 준비와 엉터리 같은 서비스 품질도 문제였지만, 지난 2001년의 연방 반독점 조사와도 연관이 있다.

당시 유니벌스뮤직과 소닉에픽뮤직이 손을 잡고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시작한 것과 동시에 워너-타임 역시 비슷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비롯한 온라인 서비스를 방해할 목적으로 음반사들이 담합했는지 연방 반독점 수사관들이 수사를 벌였다.

조사는 무려 2년이 넘게 걸렸다.

작년 가을에 와서야 미 법무부가 가격담합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성명서를 냈다.


-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의 99센트 정책에 대해 협상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지.


그간 음반사들은 MacIntosh에 대한 음원 제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결국에 MacIntosh에 음원을 내줘야했고, 그들의 가격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MacIntosh의 뮤직 스토어가 온라인 디지털 음원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왜 관계당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이해를 못 하겠네.

“과점에 대해 경고를 줄지언정 독점은 아니라던데요?”


어쨌든, 유니벌스뮤직그룹의 덱스 모리스 회장 입장에서는 MacIntosh를 견제할 만한 음반사 중심의 온라인 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 자네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겐가?

“서비스는 언제든지 열 수 있을 정도 수준이긴 해요. 가격정책과 아티스트와의 이익분배, 유통방식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기에 당장 뭔가를 할 순 없다고 알고 있어요.”

- 시일을 자꾸 늦추다 보면, 모든 주도권이 MacIntosh에게 넘어갈 걸세. 물론 자네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어차피 JHO가 온라인 음원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UMG의 저작권을 우리끼리 독점할 순 없어요. 알잖아요.”

- 자네 조언대로 전 세계 음반 생산시설을 줄여가거나 계약을 종료하고 있긴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변화가 급변하고 있으니 원....

“90년대만큼의 매출은 거둘 순 없겠죠. 온라인 음원 유통이 자리를 잡게 되면 다시 반등할 겁니다. 조급해 하지 마세요.”

- 세계 최대 음반사의 지위를 잃을까봐 그러지.

“다른 메이저 매출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아는데... 아니었어요?”

- 그렇긴 하지만... 업계 전체 고민이 커.

“LP시대는 거의 끝물이지만, CD시장은 오래 가지 않을까 싶어요. 슈퍼스타들의 DVD 시장 매출도 여전할 것이고.”


마이키 잭슨의 편집앨범은 공연실황이나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DVD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상당한 편이다.

그럼에도 소장가치를 고려하며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불법복제물 때문에 여간 골치를 썩고 있지 않지만.


“일본 전범기와 관련한 마케팅은 모두 철회했습니까?”

- 자네 입장은 이해하지만, 우린 좋은 마케팅 기법을 잃게 되었네.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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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9.22 11:22
    No. 1

    지방에 사람이 모이게 하고 가족 들이 내려와
    살게 하려면 일자리와 학교 병원 같은 기반시설이
    필요 합니다.
    옜날에는 섬마을 까지 학교 짓더니 지금은 적자
    난다고 있는 학교와 병원도 폐업시킵니다.
    공공재에 자본주의 논리를 적용하면
    나라의 존재이유가 없습니다.
    원주나 울산 부산 등에서 절은이들 가족단위 인구가
    빠져 나가서 텅비고 있다고 하더군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9.24 09:44
    No. 2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nu******..
    작성일
    24.03.04 01:53
    No. 3

    기부하면 세금폭탄 맞는데도 언젠간 바뀌겠죠 라는 마인드. 뭔가 힐링 소설을 추구하는듯한데 정말 나쁜 사람이나 시스템은 안보이는 유치원생용 동화 스토리. 현실을 삽시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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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5 88 23쪽
»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5 94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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