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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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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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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민중의 적 : EMBARGO. (1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온그룹이 국세청으로부터 8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업계 내에선 지난 5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실시한 특별세무조사의 결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공시자료에 따르면 가온그룹은 매출 기준 9~10위권이다. 2분기(4~6월)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10억 원, 1분기 5,863억 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유 중 하나로 건설 부문의 해외 수주를 들었다. 가온그룹은 어떤 종속 자회사가 얼마나 세금을 추징당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주)나래안전시스템 혹은 스펙트럼 엔터테인먼트 등이 세금을 추징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월부터 가온그룹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특별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기업의 탈세 혐의나 비자금 조성 등 혐의가 있으면 증거 확보 또는 확인 조사를 위해 사전통지 없이 실시되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다. 한 달도 안 돼서 핵심 계열사로까지 추가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계열사 부당 지원 또는 탈세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을 국세청이 지난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파악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지만 금융업을 제외하고 거의 전 부문에서 비상장상태인 그룹의 특수성으로 회계장부 상에 비밀이 많을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따라서 국세청은 계열사의 비리혐의가 일부 드러나면서 특별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온그룹 관계자는 “내년 3월이 정기조사 시기”라면서 “1년 앞당겨 조사를 강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말씀드릴 수 없음을 이해 해달라"고 말했다.]

- 대한경제 경제1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보통 3개월 동안 조사를 실시한다.

가온그룹과 종속 자회사 및 계열사에 대해 두 달을 더 연장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장 기자들이 G-Tower로 몰려들었다.

외부 일정을 나가던 래리 킴 회장을 붙잡고 질문을 쏟아냈다.


- 조사4국이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배임 등 특정혐의가 포착됐을 때 조사에 착수한다는 점에서, 오너의 자금 흐름이 조사대상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이번 세무조사는 4~5년마다 받는 정기조사는 아닙니다. 그 이상 얘기할 것이 없습니다.”

- 계열사 간 부당내부 거래와 세금 탈루로 인한 추징금이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통지받은 추징금을 기한 내 납부한 후 부과 금액에 포함된 항목 중 일부 쟁점이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검토 후 대응 예정입니다. 또 이번 추징금 부과는 주로 회사의 손익거래에 대한 세법인식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향후 법적 구제절차를 통해 부과 금액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 쟁점이 되는 내역이 정확히 뭡니까?

"부과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기자들도 기대하고 래리 킴 회장을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특별한 내용이 없다.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가온그룹의 대규모 인사이동과 그룹 개편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가 있었다.

래리 킴 회장은 무시하고 제 갈 길로 가버렸다.


“이거 더 조져야 돼. 이번에는 한 번 빨아줘야 돼?”

“5개월 털어놓고 고작 8억이면 엄청 선방했네. 4개 국 차원에서 달려들었다면서?”

“솔직히 류 의장이 가온그룹으로 비자금 조성하고 역외탈세 해서 뭐해? 할리우드에서 영화 한 편 찍으면 50억 받는다면서? 분기별로 배당받는 것도 몇 천 만 달러라고 하고.”

“지난 번 JHO에서 5억 달러 배당받아서 이것저것 투자하고 2,000만 달러인가 기부했다고 하지 않았나?”

“누구 류 의장이 한국에서 얼마나 기부했는지 아는 사람 없어?”

“몇 년 전에 240억 정도 된다고 했던 것 같아.”

“겨우?”

“30대 재벌기업 총수 중에서 법인명의가 아니라 개인이 200억 이상 기부한 사람 있으면 이름 대봐.”

“5대 기업 회장은 200억은 훨씬 넘지 싶은데?”

“수십 년 동안 재벌 해먹으면서 200억도 기부를 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거 아냐?”

“류지호가 그 정도 기간 재벌 해먹으면 한 1조 쯤 기부할지도 모르지.”

“어디랑 인터뷰 한 거 보니까 자기가 쓸 돈은 자기가 벌어서 쓴대.”

“매년 따로 수백억 벌잖아. 그 친구가....”

“류지호가 홍 기자 친구였어?”

“친구 먹고 싶단 뜻이야.”

“하여간, 난 놈은 난 놈이다.”

“그러게. 재벌 털어서 먼지만 날린 건 오래만인 것 같은데?”


8억의 추징금.

조사4국이 마음먹고 털어서 나온 금액치곤 너무 하찮았다.

가온그룹 정도 규모를 조사했다면 최소 100억 원대가 쏟아져야 정상이다.

100대 기업 중에서 특별세무조사를 받아 400억 대 추징금 얻어맞은 기업이 수두룩했다.

8억 원은 국세청의 체면치례를 위한 최대한의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가온그룹이 법적 구제절차를 밟게 되면 몇 억을 줄 일 수 있다.

다툼의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추징금 납부 통지를 받은 계열사 두 곳은 그 날로 완납을 해버린다.

특별세무조사 건으로 류지호와 래리 킴 회장이 바랐던 그룹 차원의 점검과 기강확립의 성과는 거뒀기 때문이다.

그룹 외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은 이제 막 시작이 되었기에 하루속히 뉴스에서 사안이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기도 했고.


❉ ❉ ❉


특별세무조사가 마무리되고, 언론도 잠잠해질 즈음.

참여정부 제2기 청와대 비서실의 핵심 인사들과 가온그룹 측 인사들의 접촉이 있었다.

래리 킴 회장은 새로운 민정수석, 정책실장 등과 비밀리에 회동했다.

장문식에 이어 가온그룹 정보조직을 이끌게 된 조준열 기획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여당 인사들을 연쇄적으로 만나고 다녔다.

다온로펌의 전관들은 법원과 검찰 고위급 인사들과의 접촉을 부쩍 늘렸다.

지난 총선에서 새롭게 국회에 입성한 여당 의원과 일부 야당 의원들이 경제정책을 토론하는 모임을 결성해 원내 파워그룹으로의 부상을 노렸다.

지역구 의원들이 가온그룹 사업장과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어차피 가온그룹 계열사가 있는 곳에는 다른 대기업 사업체도 많았으니까.

류지호가 한창 영화촬영에 매달리고 있을 때 비서실은 업무와 관련해 보고를 자제하는 편이다.

최근 그룹 안팎의 상황은 보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류지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덜거렸다.


“이 사람들이 병 주고 약 주나?”


뜬금없이 정부에서 WaW 엔터테인먼트에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한국영화 산업에 이바지하고 활발하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한다나.

그간 가온그룹 영화사업 부문은 산업포장은 몇 차례 받은바가 있다.

산업훈장은 처음이다.


“특별세무조사에 대한 위무 차원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병 주고 약 주는 셈인 거다.


“애초에 일 년 기다렸다가 정기세무조사를 조금 빡세게 하면 될 것을.... 재정경제부 일부 관리와 검찰에 놀아나서 일을 키우고 그러냐고.”


참여정부가 또 다시 재벌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수백 억 원 대 추징금도 아니고 겨우 8억 원에, 총수 류지호와 관련해서는 어떤 혐의도 잡지 못했으니까.

야당으로부터 연일 아마추어 정부라는 놀림을 당하고 있다.


“문광부에서는 의장님께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보관문화훈장.

총 5단계로 나누어져 있는 문화훈장 중 3번째의 등급을 가지는 훈장이다.

문화계에서 보관문화 훈장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은 다 받았다고 보면 된다.


“마음 같아서는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드리고 싶다고 하지만....”

“미운 놈 떡 하나 주는데 무지개 떡 주겠어요? 대충 체하지 않을 정도의 떡 던져 주는 거겠죠.”


1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은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겨야만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그렇기에 생전보다는 사후에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임선택 감독이 2002년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영화계에서 또 누가 받는답니까?”

“올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들과 함께 받으실 것 같습니다. 춘사관 개관기념식을 빛내 주십사한다고 꼭 참석해 달라고 어찌나 부탁을 하던지.”


캐나다에서 훈장을 받고, 그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훈장을 주겠다고 난리다.

훈장과 비즈니스를 예쁘게 포장하기 위해서 물밑에서 조율 중인 나라가 몇 개 있다.

주로 유럽 국가들이다.


“언제 열린 답니까?”

“17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열립니다.”

“마침 촬영이 없긴 한데..... 알겠어요. 가죠. 가서 사진이나 한 방 찍고 오죠.”


류지호가 함께 온 조준열 실장에게 시선을 두었다.


“여당에선 어떻게 하겠대요?”


당한 것이 있으면 돌려주는 것인 인지상정지만.

류지호는 보복 대신에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수십 가지 개혁과제에 대해 임기 내에 절대 모두 이룰 수 없으니, 단 한 가지만이라도 목숨을 걸고 결과를 내도록 해보라고 조언했다.


“공직자부패수사처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98년에 야당 총재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당시에는 공직비리수사처라는 명칭으로 신설하려고 했지만, 당시 검찰의 반발로 무위로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아예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유명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의 반발로 톡톡히 망신을 사면서 체면을 구겼고, 법무부장관이 열정적으로 추진하려고 하지만 녹록치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법(일명 김영란법)’까지 들이 밀이서 검찰을 압박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입법기관인 국회에 양도하고 국회에는 선진화법과 의원 특권 축소를 받아낸 후 최종적으로 검찰을 압박하라고 조언했잖아요.”


행정부와 입법부가 각각 권한을 내려놓는데, 감히 검찰 따위가 버틸 수 있겠냐는 논리다.


“초선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법사위원회는 다온로펌에서 책임지고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전경련 해산은요?”

“그룹 차원에서 대한상의, 무역협회, 경총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들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의 측근들을 보호하는 대신에 새만금간척사업 조율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련의 검찰 내사와 특별세무조사에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고유현 대통령의 측근도 연루되어 있었다.

가온그룹의 보복에서 그들을 제외하는 대신에 반대급부를 받기로 했다.


“특별법은요?”

“기업도시법이 아니라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다음 회기 중에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훈장으로 퉁 치려고 했겠지만, 어림도 없다.

류지호는 정부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뜯어낼 생각이다.

새만금간척사업 특별법에 송도국제도시에 준하는 경제자유구역지정, 각종 세금혜택,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법을 비롯해 기업도시특별법에 들어가 있는 불합리한 조항을 특별법에서 모두 제거했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철도사업법, 철도건설법, 토지이용 관련 법률 개정, 고속국도법, 건설기술관리법 개정, 골재채취법 개정 등과 연결해서 새만금간척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었다.

신재생에너지 지원 관련 조항에는 10여년 후 전기차 보조금 지원까지 염두에 두었다.


“2005년 안에는 사업시행이 가능하겠어요?”

“특별법만 조속히 입법이 되면 언제든지 농림부로부터 사업을 인계받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초 새만금 전체를 다 가온이 맡아서 하는 것에서 새만금국가산업단지는 정부가, 나머지 절반을 가온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것으로 조율이 되었기에 사업규모 축소가 불가피해졌습니다.”

“농업용지도 정부 쪽 사업예정지로 몰아주는 겁니까?”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체를 다 개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잘 된 일수도 있겠네요.”


군가산업단지 쪽은 군산비행장 이전 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환경보호주의자들의 갯벌 보호투쟁 등 수년 간 이런저런 이슈들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온그룹 입장에서는 테마파크와 계획도시 아리울 개발에만 전념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당초 기대보다 축소된다고 해도 송도국제도시의 4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매립하지 않는 호수를 빼면 두 배가 훌쩍 넘는 면적이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진 말라고 하세요.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약속 뒤집는 사람들이니까.”

“다온로펌의 고문들과 대형로펌의 검찰고위직 출신들이 가온이 정치를 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로펌의 힘이 전관에서 나오고 검찰의 권력에서 나오니까?”

“가온이 겨냥하고 있는 입법의 대부분이 대형로펌의 힘을 약화시킬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재정경제부와 사법부의 권력을 분산내지는 약화시킨다는 것은 그곳 출신들이 민간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 역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든 로비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온에 대한 검찰 내사와 세무조사를 반복해야 할까요? 가온의 경영진이 매번 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해요?”

“아, 아닙니다.”


김우영 비서실장이 끼어들었다.


“업계에서 저희가 광성과 유통전쟁이라도 벌이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걔 이름이 뭐였죠?”

“장재영이라고 부회장 장남입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버린 자식이라면서요?”


광성그룹 창업자 조카손자인 장재영은 재벌 2세라는 출신 배경보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악동으로 유명했다.

일명 티코 운전자 집단폭행 사건부터 시작해서 음주운전, 마약투약, 각종 폭력사건 등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녀 집안에서도 내놓은 자식으로 취급 받고 있다.


“티코 폭행사건 당시에 중정 출신의 손자가 포함되었음에도 무마되었습니다. 체면 때문에라도 조카손자가 당하는 걸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하죠 뭐. 뭘 할 수 있는지 보게.”


광성그룹의 호텔·백화점 사업과 비교해 가온그룹은 손색이 있었다.

대신 물류와 엔터테인먼트는 월등히 앞서고, 홈쇼핑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재계서열은 광성그룹이 몇 단계 위지만, 가온그룹은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광성그룹 경영진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가온그룹과 쩐의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고작 오너 가문의 내놓은 자식 때문에?


“광성도 기업도시개발에 관심이 있답니까?”

“직접 출자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계열 건설회사가 기업도시 한 곳에 돈 되는 아파트 단지 개발에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도시라고 이름은 거창한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기업의 건설 나눠먹기나 다름없다.

마치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포장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부여당과 전경련 그리고 보수진영까지 함께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보고 있자면, 류지호는 일차원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전 삶에도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기업도시 사업은 전라도 지역에 몰아주고, 알짜 공기업과 기관을 경상도 지역에 몰아주기로 말을 맞추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볼 때는 나름의 균형을 맞췄다고 여기겠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에 어울리지 않는 야합에 지나지 않았다.

국가가 미래가 달린 계획을 정략적으로 판단하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 같은 야합으로 이전한 공기업과 정부기관이 지방균형발전을 견인하기는커녕 딜레마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자들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기에 가온그룹이 새만금간척지사업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겠지만.

정치든 행정이든 삼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한심할 뿐이다.


“조 실장은 재벌 2세 떨거지들은 신경 쓰지 말고, 재정경제부와 검찰에 받은 대로 돌려주는 작업에만 집중 하세요.”


떨거지라고 표현한 일당은 장문식이 작업 중이다.

굳이 그룹이 관여할 이유가 없다.


“예. 의장님.”

“특별세무조사와 검찰 내사에 관여한 이들 옷 벗기는 것은 당장의 화풀이일 뿐이에요. 진짜 빅엿을 먹여주는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법, 공직부패비리수사처법, 검찰의 기소권 조정 및 경찰 지휘권 소멸, 국회 선진화법, 재정경제부의 권한 분산, 국회의원 특권 축소 같이 법제화를 통해 그동안 누려왔던 막강한 권한을 내려놓도록 하는 것이에요. 내가 말한 법들 중에 두 세 개만 법제화된다면 이번에 수작을 부린 사람들은 두고두고 원망을 듣게 될 겁니다. 괜히 가온을 건드려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만든 역적일 테니까.”


지금 몇 명 혼내줘 봐야 시간이 지나면 또 기어오르는 놈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아예 권력을 믿고 까불지 못하도록 권력 자체를 축소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


“기존 언론사에 대한 광고예산을 내년에 30% 증가 시킬 계획입니다.”


언론 입막음으로 광고만한 것도 없다.


“임시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새 대표로 선출된 자국당 박 의원측은 본사 회장실에서 전담하고 있습니다.”


보수당의 대표적인 대선주자들의 지지세력에 신흥우파가 있다.

자유무역을 찬양하면서 정작 집권 내내 국산품 애용 등 보호무역 정책을 펼친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하고, 일본의 민족주의에 호응했던 친일파는 옹호하면서 한국의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는 싫어하는 이들이다.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마저도 부정한다.

우파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어떻게 매국적인 가치관과 역사관을 가질 수 있을지 도대체가 납득이 안 간다.

류지호로서는 이해 불가한 집단이다.

이전 삶에서 박영애 대통령은 신흥우파를 내각에 많이 등용했다.

본인의 아버지가 존경해 마지않던 충무공까지 부정하는 학자들을 기용해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려고 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집단을 통해 두 대선후보의 약점을 고발할 예정이다.

큰 반향을 끌지 자신할 순 없다.

다만 기록으로써 의미가 있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한국 국민의 수준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만.


“왠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이왕에 총선에 개입한 김에 밀어 붙여봅시다.”

“예. 의장님!”


지난 총선에 210명에 육박하는 초선의원이 새롭게 국회에 입성했다.

이전 삶보다 20여 명이 더 늘었다.

오물통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전의 파릇파릇한 개혁성향 386출신 의원들도 있고, 노동당도 원내에 입성했다.

순진무구(?)한 초선의원들이 뭣도 모르고 의욕에 차 있을 때, 정의와 공정을 내세워 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나 헌법 개정 같은 거대 담론을 포기해야겠지만.


✻ ✻ ✻


특별세무조사 여파도 완전히 가라앉고, <민중의 적 : EMBARGO> 촬영도 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부천 상동의 공도에서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카 체이스 장면을 위해 미국에서 카 스턴트 전문가 빌링스를 불러왔다.

모두 3일 간 진행될 예정이데, 할리우드 카 체이스 코디네이터가 참여한다고 해서 현역 무술감독들이 촬영현장에 몰려왔다.


“뭐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아!”


Vic & Jay 스턴트 코디네이터가 화를 냈다.

항공촬영에 제약이 많은 것처럼, 공도 촬영에도 온갖 규제가 많았다.

공도 아스팔트 바닥에 스키드 마크가 찍히면 벌금, 영화미술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해도 불법 구조물 부착으로 벌금, 2개 차선만 촬영 허용 등.

도로교통법, 공용 시설물 관리법을 들먹이며 촬영허가 때와 달리 부천시 공무원이 현장에 파견 나와서 간섭을 해댔다.

뇌물을 바라나 싶었다.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 감독님이 이 도로 전체에 새로 아스팔트 깔아준다고 하잖아요!”

“법이 그렇습니다. 제가 말단이라.”

“융통성이 그렇게 없어요?”


김재욱은 공무원을 어르고 달랬다.


“가온그룹이 부천시에 투자하려던 거 다 철회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그것과 이 건은....”

“그냥 철수합니다, 그럼? 야, 제작부 철수! 다시는 부천에서 촬영 하나 봐라.”


공무원이 김재욱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피, 피디님!”

“도대체가 깐깐하게 구는 이유가 뭡니까? 누가 촬영 방해하라고 사주라도 했습니까?”


공무원이 펄쩍 뛰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민원이라도 들어왔어요?”

“딱히.....”

“그럼 뭡니까? 도대체!”

“도로가 훼손되거나 위법적인 사항이 나중에 감사에서 적발되면 제가 경위서를 써야 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TV·영화에서 자동차 사고 장면은 그럼 어떻게 촬영합니까?”

“상동은 좀.... 아시다시피 동네가 그래서..... 제가 옷을 벗을 수도 있기에....”


한국영화에서 도심 카 체이스나 큰 규모의 자동차 사고를 찍기가 힘들다.

공무원이 태클을 건다.

주변 주민들이 민원을 넣는다.

도로교통법 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민중의 적 : EMBARGO> 로케이션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빌딩 숲의 느낌이었다.

빌딩 숲의 대명사인 여의도를 우선적으로 시도했다.

예상은 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부천시 역시 안전사고의 우려 때문에 허가가 쉽지는 않았다.

류지호의 영화가 아니었으면 협조를 받기 어려웠을 터.

공무원은 자신이 책임 질 수 없는 일에는 발을 절대 담그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감히 류지호의 영화에 태클을 걸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

류지호는 깐깐하게 구는 공무원이 무척 신기했다.

김재욱이 간곡하게 말했다.


“감독님, 일단 오늘은 간단한 것부터 찍으시죠.”

“저 공무원 독단으로 태클을 거는 거야?”

“민원이 폭주하고 있어서 저 사람도 난처한 입장인가 봐요. 상동이 중산층과 부유층이 모여 사는 지역이라서.”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크게 복잡하지 않은 장면들을 찍었다.


다음 날.


김우영 비서실장이 부천시청으로 찾아가 시장 면담을 신청했다.

차분한 어조로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

내용은 절대 좋게 받아들일 수 없지만.


“시장님, 부천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부산을 마다하고 왔습니다.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

“다 접고. 그냥 부산으로 가시라고 할까요?”


가온그룹은 부천시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지난 IMF 시기 다솜미디어센터 후보지로 확보한 부지가 원미구에 있다.

2년 전, 부천시가 그 일대를 신규 산업단지로 지정해 개발에 들어갔다.

가온그룹은 수도권 물류기지를 구축하기로 경기도와 논의 중이었는데, 그것을 부천으로 확정할 단계에 와 있다.

물류기지 건설을 철회하면 부천시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이다.


“우리 공무원들이 유도리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김 실장님.”


당장에 부천시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관련 부서에 전폭적인 지원을 명령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곳이 경기도 여주다.

미니 신도시를 알아서 조성해줘,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지어줘,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기부도 많이 해, 지방세 수익도 짭짤해, 산업 인구도 늘어...

가온그룹은 여주시로부터 큰 혜택을 입는 것이 없으면서 지역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다.

전주 역시 가온타운으로 인해 구도심의 공동화를 막았다.

한 마디로, 가온그룹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봉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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