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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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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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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안정 속의 변화.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PISA Korea.

꼬리가 몸통을 삼킨 신화를 쓴 스포츠브랜드다.

돌탑 아이스하키팀을 인수하고 나서 류지호는 전략기획실에 스포츠브랜드 인수합병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었다.

2003년경, 황재정은 PISA Korea가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의 투자그룹을 수소문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PISA Korea 사장과 본사 임원 일부는 미국의 헤지펀드 한 곳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황재정이 비집고 들어갔다.

가온그룹이 나서면 적대적 인수합병이란 신호를 줄 수도 있기에 류지호 개인자금을 운용하는 가온투자파트너스를 내세웠다.

결국 미국의 헤지펀드 대신 가온투자파트너스가 PISA Korea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고, MBO(내부경영자 인수 방식)를 통해 일개 한국 지사가 본사를 인수하는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어 냈다.

인수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PISA그룹이 유럽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3.5억 달러라는 크게 부담 없는 금액에 PISA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할 수 있었다.

최근 PISA Korea의 경영진으로부터 가온투자파트너스가 가진 PISA의 지주사 지분을 사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어서 류지호가 직접 PISA Korea 본사를 찾아왔다.

PISA Korea의 모든 임원이 현관까지 나와 영접했다.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거물의 행차다.

그들로써는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회의실에서 마주한 PISA Korea 경영진을 향해 류지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지주사 지분을 넘길 의향이 없습니다.”

“.....!”


기대를 품고 있던 경영진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참에 PISA National까지 인수해 버립시다!”

“....!”

“룩셈부르크 법인을 인수하면 전 세계 사업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PISA Korea의 대표이사인 박용수 사장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1991년 PISA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인물이 바로 박용수 대표다.

처음에는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를 시작했다.

꽤나 인기를 얻게 되면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연봉 22억 원을 받는 스타 외국계 회사 CEO로 발돋움했다.


“작년 글로벌 매출이 8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압니다. 누적적자도 1억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맞습니까?”

“그런 것으로 압니다.”

“브랜드 로열티니 같은 잔수 쓰지 말고. 직진하죠?”


PISA Korea 경영진은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PISA 브랜드 정상화와 글로벌 사업권 인수를 위해 브랜드 로열티를 이용한 금융기법으로 26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지역 사업자들에게 PISA 브랜드 사용보장기간을 5년에서 반영구적으로 연장해주는 대신 로열티의 절반 정도를 선금으로 받아 차입금 상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한때 누적된 적자와 매출 불확실성으로 인해 Timely Comics가 사용하려던 금융기법이기도 했다.

이 시기 한국의 기업들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다.

나름 선진적인(?) 금융기법을 도입해 PISA를 완전히 PISA Korea로 흡수하려고 했다.


“글로벌 사업권까지 사들여서 전 세계 70개 국가를 컨트롤 해보세요.”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대주주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가온그룹 총수가 자회사 임원들에게 명령하듯 할 순 없다.


“......”


PISA Korea 임원들로서는 미국계 헤지펀드와 함께 할 걸 했나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헤지펀드는 이익실현이 되었다고 판단되면 손을 털어버리니까.

여우와 손을 잡는 것을 마다한 대가로 맹수를 끌어들인 꼴이 아닌가.

하지만.


“가온그룹의 자회사와 계열사 지배 원칙이나 미국의 JHO가 어떻게 독립경영을 영위하는지 여기 계신 분들이 모를 리 없겠죠. 내가 소유한 투자회사가 PISA Korea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이 동의하면 나는 PISA의 지주사 지분을 가온그룹에 넘길 의향이 있습니다.”


즉 PISA Corp.을 가온그룹에 편입시키고 싶다는 말이다.


“가온그룹에서 PISA의 이사회 멤버 구성이나 그 밖에 경영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정기적인 감사보고서와 재무상황 변동만 보고 하면 됩니다.”


독립경영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이다.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말한 황재정의 감언이설은 이제 와서 의미가 없다.

박용수 사장은 1991년 PISA 한국지사장을 맡기 이전부터 25년이 넘게 근무하며 누구보다 훤히 회사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PISA그룹이 스포츠브랜드를 매각하려고 할 때 인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헌데 죽 쒀서 개줄 판이다.

그의 지분은 4%도 안 된다.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임원들의 지분을 모아 대항해볼 수도 없다.


“내가 소유한 스포츠그룹이 LA다저스를 소유하고 있지요. EPL 여름 이적시장 전에 프리미어 팀 한 곳을 더 인수할 것 같습니다. E-스포츠 분야는 사실상 가온그룹이 주도하고 있죠.”


매튜 그레이엄이 제임스 파커와 함께 NFL팀 소유를 작당모의 중이다.

JHO Sports Group은 NFL 구단주 금지조항 때문에 NFL팀을 소유할 수 없기에 류지호의 장인이 될 예정인 제임스 파커를 끌어들인 것이다.


“PISA는 세계적인 프로팀과 스폰서쉽 계약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미국에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에요. 내가 입었던 서핑복이 화제가 되었던 것 혹시 압니까?”


PISA Korea가 가온그룹에 편입되면 류지호와 가족들은 PISA 브랜드를 애용할 수밖에 없다.

매일 파파라치 사진이 찍히는 류지호다.

그 사진들이 전 세계 각종 매체로 전파된다.

수십 억 원을 주고도 계약할 수 없는 유명 인사를 공짜로 전속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소유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뭔 줄 압니까?”

“......”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한다는 겁니다. 사실 PISA의 전문화 분야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손색이 있지요.”


90년대 초반까지는 운동화 부문도 괜찮았다.

90년대 말부터 PISA그룹 실적이 악화되면서 R&D 투자가 지지부진했다.

당장 신상품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다.


“여러분들이 다솜의 스포츠채널을 시청하는지 모르지만. 일 년 365일,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가온 원더러스 경기가 재방영되고 있어요. 지겨울 정도로. 여러분 눈에는 한국의 아이스하키 리그가 하찮게 보이겠지만, 원더러스와 현물지원 스폰서십을 맺게 되면 일 년 내내 다솜 스포츠채널에서 PISA 브랜드가 노출이 될 겁니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사실 스포츠브랜드가 비인기 종목에 후원을 해줄 경우, 다양한 종목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노려볼 수 있다.

또, 어려움이나 한계 극복을 강조하는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존재감도 부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희는 현재 두진베어 프로야구팀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MLB나 EPL 유니폼 독점계약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현재의 PISA Korea로서는 꿈도 못 꾼다.

MLB 유니폼과 야구화 스폰서십 계약은 연 간 최소 1억 달러다.

최대 10년짜리 계약을 가정하면 10억 달러 +α다.


“PISA Korea가 가온그룹의 가족이 되면 3년 전부터 시끄러운 국제상사 문제에 관여해볼 의향도 있습니다.”

“프로스펙스 말씀이십니까?”

“언젠가는 Mercury Sports와도 합병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스포츠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한 나와 가온은 적당히 할 생각이 없습니다. 세계 최고는 못 되더라도 두 번째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가온투자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지분을 사들이려다가 더 큰 숙제를 떠안게 된 PISA Korea 경영진이다.

폭탄을 하나 던져준 류지호는 PISA Korea를 떠나기 직전 박용수 사장에게 한 가지 정보를 귀띔해줬다.


“올 시즌부터 모두 4시즌 동안 다솜 스포츠채널에서 MLB 중계방송을 할 겁니다. 아직 공식발표가 나가지 않았으니까, 서둘러 광고계약 협상에 나서보세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움직여야 좋은 타임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스포츠중계방송에 들어가는 광고는 연간 단위로 계약한다.

MLB에서 갑자기 여러 명의 한국인 선수가 활약하는 시기에 맞춰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먼저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광고의 노출 순서에서 좀 더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류지호는 PISA Korea가 가온그룹에 속하게 되면 좋은 점을 대보라면 적어도 다섯 가지를 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걸 꺼내놓진 않았다.

아직은 신뢰가 없는 사이다.

맛있는 막대사탕을 벌써부터 쥐어줄 이유가 없다.


‘영민한 양반이니까, 나와 함께 해서 좋은 점 열 가지는 찾아내겠지.’


❉ ❉ ❉


다음날 집무실로 출근한 류지호에게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보고서를 내밀었다.


“오전에 도널드 제이콥이 보내왔습니다.”


류지호가 보고서를 들춰봤다.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들이 담겨있었다.

1,450억 달러.

전 세계 스포츠 의류, 신발 시장 규모다.

이 가운데 닐케가 전 세계 스포츠화 시장에서 33% 차지하고 있다.

2위 아디다슬러는 17%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머큐리, 팬서, 네오밸런스 등 중위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PISA는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축구화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던 아디다슬러가 닐케에게 추월당할 위기에 놓이면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출이 신통치 않은 겨울 스포츠용품 생산부문을 팔아치우고 의류와 신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유행 따라잡기에 민감한 Mercury Sports과 기술력이 강한 아디다슬러가 합병하면 좋은 조합이 될 것 같다라.....”


GARAM Invest의 분석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아디다슬러가 Mercury Sports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2위권 업체들끼리의 합종연횡인가?”

“점유율 격차가 큰 부동의 1위 닐케와 경쟁하기 위해 매출 절반이 유럽에 편중된 아디다슬러가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55%에 달하는 머큐리를 인수해 보완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디다슬러가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모양이군요?”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디다슬러가 2008년 북경올림픽 공식후원업체였나요? 야오밍이 머큐리 전속 모델이었지 아마?”

“향후 3년 간 중국 내 매장을 기존 1,300개에서 4,000개까지 늘려 현재의 매출의 10배인 13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디다슬러와 Mercury Sports의 매출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스포츠화 시장에서만 110억 달러, 대략 26%를 차지할 수 있다.

닐케와 격차가 여전하지만, 북미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가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인수가격일 텐데.....”

“현재 Mercury Sports가 안고 있는 부채는 대략 5억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예상 인수금액 31억 유로(39억 달러)로 보고 있습니다.”

“넉넉하게 달러로 45억 달러는 준비해야 하겠네요.”


가온그룹에게는 조금 부담되는 액수다.

2008년 금융위기를 대비해 안정 속 변화라는 키워드로 경영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M&A를 삼가기로 했다.


“당장 PISA도 건사 못하는 주제에, 빅3 업체에 욕심내다가는 다져놓은 내실이 흔들릴 수도 있겠죠.


류지호는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당장은 PISA Korea가 글로벌 사업권까지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가온그룹에 편입되는 순간 광고 패키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주력인 그룹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에서 PISA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가 있다.

영화, 케이블 TV 프로그램, 극장 광고,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E-스포츠, 비디오게임까지.

유니벌스뮤직그룹 소속 래퍼들과 힙합 디자인 제품을 런칭해도 된다.

그룹이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 PISA 브랜드 제품으로 유니폼을 제작하고 사은품을 증정해도 된다.

향후 광고모델에 세계적인 피겨스타가 될 김예나와 계약해도 되고, LA다저스 소속 유망주들도 널렸다.

가온그룹이 관여하는 E-스포츠 대회의 공식 유니폼이 될 수도 있다.

용품 후원만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절약할 수가 있다.

문득 류지호가 보고서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수화기를 들었다.

전략기획 1팀장 김남표를 전화상으로 호출했다.


- 예. 의장님. 1팀장입니다.

“국제상사라고 알죠?”

- 현일합섬 계열 국제상사 말씀이십니까?

“거기 현재 상황이 어때요?”

-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팀원에게 뭔가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프로스펙스는 류지호에게 한 물 간, 과거 추억의 브랜드일 뿐이다.

PISA와 프로스펙스가 합병한다고 해서 크게 시너지가 날 것 같지도 않고.

다만 국제상사는 여러 번의 부침이 있었음에도 기업 자체는 꽤나 건실했다.

아니나 다를까.


- 아직까지 법정관리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매년 2,000억 대 매출과 300~4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딱히 주인도 없이 법정관리 중에 그 정도 실적을 냈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파워는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전국적인 유통망과 대형건물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거기 지금 시끄럽죠?”

- E-우드 그룹과 소송 중이어서 조금 복잡합니다. 제가 올라가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특별히 궁금하지 않아요.”

- 아, 예.

“전략2팀과 함께 국제상사도 지켜보세요.”


국제상사는 E-우드 그룹과 경영권을 놓고 진흙탕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2002년 시작된 이 소송은 이전 삶에서 법정분쟁은 E-우드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회사 자체는 전혀 엉뚱한 제3자가 인수했었다.


- PISA를 계열사로 받아들이고 그쪽에 합병시키실 계획이십니까?

“두 회사가 합쳐졌을 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시너지가 있을 것인지도 리서치해봐요.”

- M&A 계획을 짜볼까요?

“그러세요.”


국제상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분쟁이 진흙탕이라고 하더라도 가온그룹이 새 판을 깔아버리면 된다.

가온그룹은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다.


“데이빗은 언제 미국으로 가기로 했지요?”

“아카데미 시즌 전에 보스와 함께 돌아갈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을 텐데.....?”

“보스가 영화 촬영을 마치셨잖습니까.”


수석참모 쯤 되는 인물이 한국에서 류지호 보고서나 챙기는 것은 명백히 인력낭비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 촬영을 마친 류지호는 행보마다 빅 비즈니스를 벌이곤 했다.

이번에 그런 조짐을 암시하는 행보가 몇 건 있었다.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바이오벤처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이나.

이탈리아의 스포츠 브랜드를 가온그룹에 편입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나.

한국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M&A 계획수립을 지시한 것까지.

류지호가 원하는 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각 파트들의 소통창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 수석참모의 임무 중에 하나다.

그러니 다음 영화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전까지 곁에서 보좌하는 것이 맞았다.


“데이빗도 감자탕 좋아하죠?”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요?”

“가온의 참모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됐습니다.”

“전략기획실 참모들과 함께 저녁 먹읍시다.“

“저녁식사를 삼겹살로 배 좀 채우고, 감자탕으로 입가심하면 되겠습니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의 너스레에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한국에 상주만 하지 않을 뿐, 자주 한국을 오갈 수밖에 없는 수석참모는 외국인들이 꺼려하는 한국음식도 잘 먹는 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모시는 상관인 류지호에게 맞추기 위해 남몰래 노력한 결과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는 자신의 취향까지도 죽여 가며 맞추려고 애썼다.

그 결과 도널드 제이콥에 이어 류지호라는 거물의 심복이 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곁에 있는 ‘믿는 도끼’다.

경정적인 시기에 발등 찍히는 것은 언제나 ‘믿는 도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윗사람은 너무 쉽게 믿는 도끼에게 발등을 보여줘선 안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 왔다면 누가 감히 그 발등을 찍겠다는 생각을 할까.

믿는 도끼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발등 찍힐 허점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 ✻ ✻


서울역 앞 대유센터빌딩에 대유 간판이 떼어진 후,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일 년 넘게 진행됐다.

최근 빌딩 우측 상단에 새로운 회사 간판이 달렸다.


SPECTRUM.


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개편된 스펙트럼이 옛 대유그룹 본사빌딩에 입주한 것이다.

리모델링 기간 잠시 다른 곳에서 셋방살이를 했던 가온그룹의 무역부문 자회사 가온 인터내셔널도 다시 돌아왔다.

지하3층 지상 23층의 빌딩 전체를 두 회사가 본사로 사용하게 됐다.

가온 인터내셔널은 지난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탐사권을 따낸 쉐(Shwe), 쉐퓨(Shwe Phyu), 미야(Mya) A-1광구에서 진행된 탐사에서 가스전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대유 무역부문을 인수한 가온그룹은 운영권자로서 미얀마 해상 3개 광구의 사업지분 51%를 가지고 있다.

추정매장량은 대략 4조 입방피트,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 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견한 석유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탐사가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략 2009년경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력사업이 무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그룹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밀어주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자원개발 사업의 비중확대를 통해 종합상사에서 종합사업회사로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가온 인터내셔널 사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었다.

아직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등 동유럽 지역을 다니다 보면 대유 브랜드가 가진 파워를 실감하게 된다.

이들 국가의 공항에서는 지금도 한국에서 온 대유직원이라고 말하면 별다른 입국수속 없이 통과시켜 줄 정도다.

가온 인터내셔널은 옛 대유의 동유럽에서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흡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온그룹이 대유의 무역부문을 떠안을 때 1.3조 원이 넘는 부채와 940%에 이르는 부채비율로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저희는 모그룹의 가이드라인인 부채비율 200%에 맞추기 위해 작년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해외 영업망 활성화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옛 대유실업은 과장급 이상 인력 중 약 80%가 외국 근무 경험이 있다.

이들이 필사적으로 해외 거래처의 이탈을 막았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류지호의 신용을 팔아가며 외국 지사와 투자업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의장님의 명성과 신용을 조금 팔긴 했습니다만.....”

“하하. 내 신용이 먹히던가요?”

“투자의 신이라는 버펫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의장님께서 가온 인터내셔널의 오너라는 사실이 거래처에게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가온 인터내셔널은 47개 지사와 53개 외국 투자법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외국 자원 개발, 곡물, 중소기업 수출 대행에는 국내 선두를 유지 중이다.


“미얀마 A-1 광구 탐사성공은 물론이고 중국의 목단강 제지, 산동 시멘트 등은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 상장도 고려중입니다. 전성기 시절의 거래처를 모두 지켜낼 순 없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6,000개 이상의 거래처를 유지중입니다.”


류지호의 처가가 될 수도 있는 미국의 파커 필드와 새롭게 곡물무역 계약을 체결했고, 그레이엄 가문이 운영하는 광물탐사 프로젝트에도 한 발 걸치기 시작했다.

옛 대유그룹과 달리 서비스업이 주력인 가온그룹 특성상 무역부문에서 중소기업 수출 분야를 더욱 특화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 수출대행 전문회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전체 물품 공급원 중에서 중소기업이 75%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 제품 수출에 탁월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그룹이 요구한 조건을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만족시킨 가온 인터내셔널이다.

작년부터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며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2004년 매출은 7.1조 원, 영업이익 1,340억 원을 기록했다.

악성부채도 조기상환하면서 2003년부터 경상흑자로 돌아섰다.


“그룹 해체라는 절망적인 상황과 새로운 둥지로의 이동이란 혼란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가온 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옛 대유그룹 계열사들의 부활에 채권은행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이 큰 힘이 됐다.

그럼에도 채권은행의 출자전환과 구조조정만 있다고 모든 부실기업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본래가 강한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회사들이었고, 한국 재벌기업들의 병폐 중에 하나였던 부실 계열사와 얽혀 있던 지급보증 문제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다시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가 있을 예정입니다.”


가온 인터내셔널 사장과 임원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작가의말

오리지널 연재 당시에서 국제상사와 X복까지 인수하자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리메이크하면서 기업을 더 키우기로 했고 관련 업종에서 사업도 더욱 확대될 것 같습니다

일교차가 심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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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 속의 변화. (4) +5 23.09.25 2,267 93 22쪽
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4 88 23쪽
625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4 94 23쪽
624 안정 속의 변화. (1) +7 23.09.21 2,435 93 27쪽
623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2) +4 23.09.20 2,335 96 25쪽
622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 +10 23.09.19 2,342 103 25쪽
621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23.09.18 2,367 100 23쪽
620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8 23.09.16 2,395 106 25쪽
619 비평가들이 싫어하면 관객이 좋아해. +4 23.09.15 2,318 108 24쪽
618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6 103 23쪽
617 우린 괴물이 아닙니다! +13 23.09.13 2,340 111 28쪽
616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1 112 24쪽
615 살아줘서 고맙다..... +8 23.09.11 2,382 105 29쪽
614 민중의 적 : EMBARGO. (14) +5 23.09.09 2,321 100 25쪽
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3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611 민중의 적 : EMBARGO. (11) +6 23.09.07 2,169 97 24쪽
610 민중의 적 : EMBARGO. (10) +4 23.09.07 2,016 83 23쪽
609 민중의 적 : EMBARGO. (9) +4 23.09.06 2,217 97 23쪽
608 민중의 적 : EMBARGO. (8) +3 23.09.06 2,090 85 23쪽
607 민중의 적 : EMBARGO. (7) +6 23.09.05 2,227 92 25쪽
606 민중의 적 : EMBARGO. (6) +2 23.09.05 2,133 86 22쪽
605 민중의 적 : EMBARGO. (5) +7 23.09.04 2,299 87 24쪽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193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39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84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16 105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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