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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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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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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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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
26쪽

민중의 적 : EMBARGO. (1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주호씨, 연구원들 리액션 다음에 곧바로 연기에 들어가지 마세요. 충분히 마를 두세요.”


호흡으로 연기 밀당을 하란 주문이다.

악당은 위협적인 대사를 주절거리고 폭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상대의 호흡을 빼앗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지고 노는 것만으로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다크나이트> 조커의 클리프 레저 연기다.


“급하지 말자구요. 아무도 간섭 안하니까 본인 호흡대로 가세요.”

“알겠습니다. 감독님.”


전주호가 몰입하기 쉽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스태프들이 노력했다.

부담감 때문인지 의욕이 넘쳐서인지.

전주호는 캐릭터에 온전히 빠져들지 못했다.

다이얼로그 연기를 할 때도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투로 해달라고 주문하곤 했다.

지나치게 또박또박 대사를 치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시녹음팀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주호가 미심쩍어 물었다.


“나중에 대사가 안 들려서 후시녹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류지호가 동시녹음팀을 돌아봤다.

동시녹음 기사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답답해서 내쉬는 한숨이다.

한국영화에서 배우의 대사가 안 들리는 것은 전적으로 녹음 잘못이다.

한편으로 촬영현장에서의 비협조로 동시녹음 사운드가 백퍼센트 품질로 담기지 않고, 배우들이 후시녹음을 꺼려하며, 사운드 믹싱에서 센터 볼륨보다 쓸데없이 서라운드 볼륨에 집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류지호의 할리우드 영화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있는 라이언 클라이스는 채널도 많이 쓰고 사운드도 상당히 풍부하게 가져간다.

어떤 현란한 사운드 디자인을 해도 다이얼로그가 언제나 최우선이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이 들어가더라도 다이얼로그가 무조건 우선적으로 들리도록 디자인한다.

한국에선 안 그런다.

풍부하고 웅장한 사운드와 ‘빵빵‘한 사운드는 전혀 다른 것인데, 둘을 혼동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다.

투자제작사가 개념이 없어 ‘빵빵’한 사운드를 요구하면 사운드 디자이너는 어쩔 수 없이 기본을 무시하고 오로지 청각을 자극하는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는 극장의 음향시스템에 맞는 매뉴얼을 패키지마다 따로 보내온다.

극장 브랜드마다 심지어 같은 브랜드 극장의 상영관의 음향시스템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그런 거 없다.

극장 상영관의 음향시스템이 아니라 녹음실 기준 매뉴얼을 보낸다.

각 극장이 영화별로 사운드를 섬세하게 만져주면 좋지만, 보통은 매뉴얼대로 한다.

배우들도 문제다.

한국영화 연기의 대세가 소위 ‘생활연기’가 되면서 배우들이 다이얼로그 연기에서 너도나도 중얼중얼 댄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하는 둥 마는 둥 하세요.”


연극에서 넘어오는 배우들에게 류지호가 하는 조언이었다.

무대연기 경험이 풍부한 배우가 영화나 TV드라마로 넘어오면, 뭔가를 더 하려고 한다.

무대와 다른 환경에서 연기하는 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톤‘이란 이상한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영화는 현실을 카메라에 담는다.

현실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가 ‘생활연기‘ 즉 일상 밀착형 연기다.

동시녹음 오디오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또 생활연기가 대세라고 해서 다이얼로그 연기를 무시해선 안 된다.

다이얼로그 연기는 매우 중요한 연기 기술이다.

한국영화에서 그것을 최초로 관객에게 인식시킨 배우가 <닥터 봉>의 허정원이다.

성우출신인 허정원은 어절을 절묘하게 끊어서 분명하고 힘 있게 발음했다.

<넘버 쓰리>의 송대호는 엇박자 사투리의 리듬에다가 호흡을 미묘하게 바꿔버리는 충격적인 다이얼로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연기는 종합예술이다.

좋은 영화연기는 대사를 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상대가 말을 웅얼거리면 우리는 단번에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배우는 관객이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웅얼거릴(?) 줄 알아야 한다.

발성, 화술, 호흡 같은 기본기가 부족하다면 어설프게 생활연기에 도전하지 않는 편이 좋다.


“후시녹음 울렁증 있어요?”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감정이 다르지 않겠어요?”


배우가 자기가 연기한 감정을 잊는다면... 프로가 아니다.


“중요한 감정을 연기한 부분을 후시녹음 하는 감독은 없어요.”


바보가 아닌 한.

피치 못할 상황에서도 배우의 감정과 연기가 증발하기 전에 sound only라고 해서 현장에서 따로 배우의 다이얼로그만 녹음해 둔다.


“발성하면서 호흡을 뒤로 먹는... 웅얼거림만 아니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전주호의 연기 스타일은 마치 강박증 같았다.

TV드라마에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TV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은 대사 전달을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대사전달력이 떨어지는 배우를 매우 싫어한다.

한국에서 롱런하는 배우들 대부분이 다이얼로그 연기가 탄탄하다.

후시녹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류지호를 두고 배우들이 할리우드 스타일이라고 쑥덕거렸다

할리우드라고 해서 모든 영화를 후시녹음 하지 않는다.

유성영화가 탄생한 이후로 영화사운드의 기본은 현장에서 채집된 것이기에.

한국영화 ‘때깔‘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반면에 사운드 분야는 제자리걸음이다.

사운드 디자이너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 외의 부분에서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다.

류지호는 영화 사운드의 이해와 대하는 태도가 많이 아쉬웠다.


✻ ✻ ✻


부우웅.


고급 세단이 낙엽이 수북이 깔려있는 한적한 도로를 달려온다.

전편에서 PPL을 받았던 브랜드는 후속편 협찬을 거부했다.

패륜범이 타는 승용차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나.

다른 독일계 브랜드도 거절했다.

겨우 DM대유로부터 캐딜락 PPL을 얻을 수 있었다.


슥삭슥삭.


한적한 도로에서 청소부가 낙엽을 쓸고 있다.

김현수가 차량 밖으로 빠져나와 담배를 피워문다.

전편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같은 시퀀스를 넣었다.

우리사회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계층의 구성원이 가장 하층의 삶을 사는 이들을 대하는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김현수가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차에 올라타려는데.


[이렇게 좋은 차타고 다니면서 이러면 안 되지. 젊은 사람이....]

[.....]

[꽁초 버려서 쓰레기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낙엽에 불붙으면 큰 불 나. 이 사람아.]

[별 X같은 게.... 어디서 훈계질이야.....!]


김현수의 무례에 대해 청소부는 대거리를 하지 않고 허허 웃는다.

다시 낙엽을 쓰는 것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커트에서....


꽝!


청소부를 쳐버린 캐딜락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다.

전편에서는 나름 공들여서 시퀀스를 구성했었지만, 이번에는 단 4 커트로 정리했다.

연출적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는 늙은 청소부를 길게 보여줄 뿐.


다음 씬에서는 사람을 쳐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집에 온 김현수를 보여준다.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아들이 울먹거리며 맞이한다.

기르던 애완견이 죽었단다.


[괜찮아. 동물도 사람처럼 늙으면 죽는 거야. 울지 마. 뚝.]


김현수의 심정도 아들과 똑같다.

애완견은 김현수도 무척 아꼈다.

아들이 슬퍼하자 아빠인 그도 공연히 울적해 진다.

김현수는 아들과 함께 죽은 애완견을 땅에 파묻는다.

그것도 정성스럽게.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기도 하다.

가증스럽다.

청소부의 잔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차로 치어버리고, 고아가 신약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든 말든, 남의 자식이 죽든 말든,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김현수다.

자기가 키우던 애완견이 늙어 죽는 것에는 아들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비정함을 넘어 냉혹함의 극단을 보여준다.


[안 자?]


아들은 대꾸가 없다.


[아빠가 재워줄까? 이리 와.]


김현수가 아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아들이 아빠의 손을 잡는 대신 폴짝 뛰어올라 김현수 품에 안긴다.

김현수는 그런 아들을 품에 안고 방으로 향한다.

김현수의 진실한 모습을 모르면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 장면은 Life-Plus 연구실에서는 은애에게 몹쓸 짓을 벌이는 것과 교차된다.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은애에게 더 독한 신약을 투약한다.


[얼마나 걸립니까?]

- 3일은 모니터해야 합니다.

[뭘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 실험체는 어떻게....?

[소각하세요.]


임상실험의 마지막 희생자가 은폐될 위기다.

누군가는 만행을 멈추게 해야 하지만.

강철중은 은애를 구하는 것보다는 김현수라는 희대의 소시오패스를 혼내주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마나 선영이 은애를 구하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컷! 주호씨 고생 많았어요.”

“고생은요.. 뭘.”


말과는 달리 전주호 배우는 녹초가 됐다.

전주호는 연기가 편하게 보이도록 애썼다.

그를 위해 발버둥 치고 발악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하고 나서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 사력을 다 하고 있다.

보기에는 편해 보이는데, 사실은 에너지를 쥐어짜서 연기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촬영이 끝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류지호가 유난히 몰아붙이는 것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도 배우로서 승부수를 둔 것도 같았다.

이미지만 가지고는 롱런할 수 없다.

오리지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편함은 독창성과 거리가 아주 멀다.

오히려 제한이 생길 때 창의성이 살아나기도 한다.

류지호는 전주호가 성격 좋고 예의 바른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로 오래가길 바랐다.

그를 좋아하고 아껴서가 아니다.

40대 이후에 진짜 연기에 눈을 뜨면 좋은 중견배우가 될 것 같아서다.

피지컬 좋고 마스크도 괜찮고 목소리도 썩 매력적이다.

연기 기본기도 봐줄만 하고.

지금처럼 편하게 연예계 생활해도 큰 문제는 없다.

나름 주연급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항상 똑같은 방식과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사라지게 될 테니까.


“며칠 푹 쉬고 오세요.”

“쉬기는요.”


전주호는 촬영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액션영화도 아닌데 왜 몸을 만드냐고 물어봤다.


“수트 핏 때문에요.”


전주호는 상대역인 설형기와도 경쟁하지만, 전편의 이훈재 배우도 꽤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 ✻ ✻


서울과 횡성을 오가며 촬영하길 어느덧 3주째.

횡성 농업고등학교 기숙사를 고아원처럼 분위기를 바꾸어 촬영하는 것도 마지막이다.

고아원 입구에서 생활관을 쳐다보던 강철중이 툭 하고 묻는다.


[선영이 넌 저게 뭐로 보이냐?]

[보육원이죠.]

[난 왜 어린이들을 가둬놓은 사육장처럼 보이냐?]

[선배 마음이 썩어서 그래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사람이 사람을 실험도구로 쓰냐.]

[.....]

[내 몸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까. 아무리 청결하게 몸을 씻는다 해도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수보다 10배 많은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따위가 우리 몸에 터 잡고 산단다. 그 무게를 다 합치면 2㎏에 이른대. 너 그거....]


귀에 딱지가 앉은 말이라 은근슬쩍 선영이 생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싸가지 없는 새끼. 선배가 말하는데...]


촬영 회차가 진행될수록 강철중과 김현수가 부딪치는 장면이 속속 등장했다.

급기야 불법 임상실험을 끈질기게 취재하는 강철중에게 해결사를 보낸다.

영화 도입부에서 김현수가 선물한 만년필은 고아원을 취재하며 수첩에 메모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종종 동료 기자들에게 자랑도 했다.

그랬던 만년필이 김현수가 보낸 청부해결사의 공격에 맞설 때 무기가 되기도 한다.


[주먹보다 펜이 강하다, 새끼야!]


어쩐 일인지 이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가 미온적이다.

도리어 신변보호를 핑계로 강철중과 선영에게 사복경찰관을 붙여준다.

감시자다.

신변보호를 빙자한 감시자로 인해 강철중의 행동이 위축될 줄 알았겠지만.

누군가 누르면 누를수록 더욱 강하게 튀어 오르는 강철중이다.


[철중아, 아니 강 기자님. 우리 몸의 세균은 퇴치가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야.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유익한 미생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유기농업과 비슷해. 우리 몸은 나와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공존하는 커다란 또 하나의 유기체인 셈이다.]

[그래.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90%의 미생물. 근데 현수야. 몸뚱아리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한다는 거잖아. 그러고 보면 인간은 다 기본적으로 더러운 거야, 그치?]

[미생물이 더럽거나 해만 되는 건 아니야.]

[진짜루 그렇게 생각하냐?]


강철중이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김현수를 지그시 쳐다본다.

이죽거리고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연기에서 설형기는 단연 최고다.

자칫 전주호 배우가 그것에 말리다보면 감당이 안 되는 상황.

류지호는 시간 날 때마다 전주호가 밀리지 않도록 격려했다.

때론 지독히 세밀한 디렉션을 주기도 했다.


[대한일보에서 근무하는 기자 중에서 제일 개 같은 게 나거덩. 멍멍. 흐흐흐.]

[내가 운이 나쁜가봐. 너 같은 녀석을 친구라고....]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서 도망갈 길도 많은 것들은..... 퇴로 같은 거 아예 생각을 안 하드라, 그치?]

[자기 콤플렉스를 그렇게 쉽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강철중. 일정 부분 부럽기도 해.]

[.....콤플렉스?]


명문 고등학교 재학 시절 김현수는 이과 톱이었다.

강철중 역시 상위권 성적이었지만, 김현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주먹다짐까지 벌인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다.


[체육은 내가 더 잘했어. 이 씹새야!]


류지호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헌데 배우들은 꽤 재미있다면서 낄낄 댔다.

일단은 살렸다.

편집에서 살릴지 뺄지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한국 참 X같이 신기해. 민주주의니 자본주의 사회라고 떠들면서 많이 가진 건 무조건 죄야. 못 가진 콤플렉스끼리 힘을 모아 부자들을 공격하면서 그게 정의라고 아주... 부르짖기까지 하지.]

[야, 야. 그거? 아부지 피땀으로 부자놀이 하는 애새끼들 때문에 좋은 부자들까지 숨죽이고 사는 거야. 착한 부자가 나 부자다 하고 살게 해줘야지. 그래야 열심히 일해서 정직하게 부자 될 희망을 가져보잖어? 안 그냐 금수저 새끼야?]

[합리적이지 않아. 거기에 몽상적이고.]

[몽상은 니미.... 아유. 그러셨쎄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너 같은 놈이 기자가 되는 이 나라가 진짜 X같다.]

[나 같은 놈도 기자 돼. 왜 되는지.... 너와 라이프 플러스인지 마이너스 인지 조져서 알려 주께.]


갑자기 강철중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야이, 개새끼야!]


강철중이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히죽 웃으며 예의바르고 모범적으로 말한다.


[이렇게 예의바르게 협조해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벤처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해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장시간의 인터뷰에 협조해주서 수고하셨습니다.]


강철중은 전편보다 더 돌아이 같았다.

악당인 김현수보다 차라리 강철중이 사이코패스 같이 날뛴다.

지고는 못 살고,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면 억울해하는 악바리.

기자 세계에서는 칭찬이자 한편으로는 욕이다.

그런데 순수한 마음으로 악바리 근성을 보이면 그 근처로는 사람의 기가 모이게 마련.

그런 근성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데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현실에서 우리가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창작물 속에서 드러낼 때 발현된다.

강철중은 비록 촌지, 뇌물, 향응접대, 골프 접대 등 온갖 비위를 저지르는 악취가 진동하는 기레기이긴 하지만, 한 번도 기자 본연의 소명의식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때로는 막무가내인 강철중에게 어느 순간 관객을 응원하게 된다.


“너도 나쁜 놈이지만. 더 나쁜 놈 좀 네가 어떻게 해 봐라. 제발 좀~”


그런 거다.


❉ ❉ ❉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여주 WaW종합촬영소 민간 소방대가 여주 소방서와 함께 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이 끝나고 참석자들 앞에서 소방안전 시범행사를 벌였다.

소방의 날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민들의 화재예방과 안전에 대한 의식을 환기시킬 겸 그룹 차원에서 나섰다.

그룹 산하의 백화점 계열사에서 소방공무원과 가족을 위한 할인행사를 실시했다.

다울재단은 공무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교육비 지원 등 처우가 부족한 소방공무원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가온그룹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 소방서에 류지호의 이름으로 최신 소방 장비를 선물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민간 구조대를 보유한 곳은 오성그룹이다.

가온그룹이 두 번째로 민간 구조단을 발족했다.

오성그룹처럼 당장 응급 구조헬기, 병원까지 연결된 종합적인 구조 활동을 시행할 순 없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가온그룹의 성장과 함께 국내 2호 민간 구조대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당장은 여주를 중심으로 경기도, 전북도의 산악인명 구조 활동과 산림화재감시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다.

11월 중반까지 한국의 언론 지면이 류지호와 가온그룹의 소방관련 미담으로 수놓아졌다.

말경에는 류지호가 관심을 보일 법한 사건사고도 나왔다.

그런데 일부 뉴스는 하루가 지나서 일제히 자취를 감추면서 석연찮은 구석을 남겼다.


[서울 남부지청 형사5부는 20일 필리핀과 마카오 등지에서 상습적으로 거액의 도박을 벌인 혐의(상습도박 등)로 김씨를 구속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1년 12월 중순부터 올해 10월 초순까지 마카오 카지노 호텔과 필리핀 H 호텔 카지노에서 모두 12차례에 걸쳐 미화 137만여 달러로 ‘바카라’ 도박을 벌인 혐의다. 김씨는 또 필리핀 H 호텔 한국인 고객모집책 강모씨로부터 39만 달러를 불법적으로 빌려 도박에 쓴 혐의(외환관리법 위반)도 받고 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김씨가 투자한 멀티플렉스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핵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은 보강 증거 성격이며 관련 진술과 현지 경찰의 협조로 기소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IMF 위기로 그룹이 해체된 모 그룹의 자손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에는 대마초 흡입혐의로 불구속입건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서평특수건과 가온그룹 특별세무조사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일을 벌인 일당 중에 전 전대유영상사업단 단장이 원정도박과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필리핀 H 호텔의 한국인 모집책은 행방불명 상태다.

도박에 쓴 돈의 규모가 100만 달러가 훌쩍 넘어 중형이 예상되었다.


[재벌 2세를 상대로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유림영화사 대표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성 전 대표를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성 전 대표는 유림영화사 대표시절부터 재벌 2세들과 어울리며 연예인 지망생 혹은 일명 텐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말일에 성 전 대표를 불러 9시간 조사를 했으며 C 마담을 비롯해 한때 연예인 생활을 했던 유흥업소 관계자 등 10여 명도 소환해 성매매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대표의 성접대에 불려간 연예인이 증권가 소식지에 무차별 유포되고 있는데, 광역수사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동석과 악연으로 엮여 있고, 딴에는 가온그룹에 수작질을 부리며 의기양양해 하던 성영대가 성접대 혐의를 입건되었다.

그 외에 마약과 도박도 별건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어서 혐의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일당 중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재벌가의 망나니 장재영이었다.


[광성가(家)에 비보가 전해졌다. 리조트 사업을 위해 필리핀에서 체류 중인 광성그룹 부회장의 장남 장모씨가 필리핀 세부의 한 콘도의 베란다에서 실족사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씨는 한 달 전 후배와 함께 태국에 머물다 이 주 후에 리조트 사업을 하는 현지인과의 미팅을 위해 필리핀으로 이동해 콘도를 빌려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 졌다. 미팅을 하기로 한 이와 만나기 하루 전 사망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경찰은 실족에 의한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다. 비보를 접한 장씨 가족이 세부로 날아갔고,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운반되기를 원하는 가족의 뜻에 따라 현지에서 장씨의 시신은 화장됐다. 시신을 그대로 운반해 올 경우 그 절차가 까다로워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지에서 화장하게 됐다는 게 장 부회장 측의 설명이다. 장씨는 재벌가에서도 알아주는 말썽꾸러기로 유명세를 떨쳤다. 집단 폭행사건, 음주뺑소니 등 수차례 사고를 쳤고, 가장 최근에는 동거녀와 함께 대마초와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사실상 가문에서 버린 자식을 취급을 받던 장씨는 해외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 뉴스는 광성그룹이 발 빠르게 손을 썼는지 하루가 지나고 매스컴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지에서는 추락사가 아니라 타살당한 것으로 소문이 퍼졌다.

전부터 태국과 필리핀 등지를 자주 갔던 장재영은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는데, 별의 별 소문이 다 돌았다.

그 중에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마약과 문란한 여성편력에 대해 교민들 사이에 많은 말이 돌았다.

광성그룹에서 언론을 통제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내용이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장재영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마리화나 흡입과 코카인 흡입한 전력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관련 혐의로 구속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적이 있다.

이 때문에 마약에 취해 콘도 베란다에서 실족을 한 것이 아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 것.

일반적으로 타국에서 죽음을 당할 경우 가족들이 제대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게 마련인데, 부검 등 태국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실족사를 인정한 것도 석연찮은 의심을 불러왔다.

가족들의 장재영의 죽음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사망사고 이후 사건이 서둘러 종결됐다.


“영대, 이 개새끼!”


DH 픽처스 전대훈 대표가 발작을 일으켰다.

서울광역수사대로부터 참고인 조사 출석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접대’ 사건과 관련한 수사에 연루된 것이다.

첫 출석은 참고인이지만, 얼마든지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니 전전긍긍할 수밖에.


“혹, 혹시... 가온 쪽에서 손을 쓴 거 아닙니까? 어떻게 유림영화사 멀티플렉스에 투자한 멤버들이 차례로.....”


며칠 사이에 김경원 검사의 얼굴도 반쪽이 되었다.

중견그룹인 처갓집에 금융적인 압박이 들어오고 있고, 검찰 인사시즌이 아님에도 특수부 물갈이 소문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씨바....ㄹ."


여당과 야당의 일부 초선 국회의원들이 ‘공직비리부패수사처’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첫 대상이 검찰이 될 것이며 특수부가 타깃이 될 거란 이야기가 법조계에서 파다했다.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을 향해 옥쥐어오는 것만 같았다.

워낙에 구린 것이 많았기에 일련의 일들이 자신을 타깃으로 하는 것만 같았다.


“만약에 조사를 받거나 할 때 가온의 ‘ㄱ‘도 꺼내지마.”

“그럼 진짜 가온이 우리를....?”

“미친 새끼야! 걔들 지금 20조짜리 사업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데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있겠냐?”


김경원이 나름 검사 인맥을 동원해 장문식과 그의 정보라인을 확인해 봤다.

장문식이 좌천성으로 해외 사업장으로 파견 나갈 예정이란다.

그룹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처지에 자신들에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성접대는 영대가 다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너는 지훈이하고 마약 부분을 나눠.”

“장 사장님은.....”

“그 새끼, 현지 여자랑 호텔에서 사이좋게 뽕 맞고 맛 가서 실족사 한 거 맞대. 괜히 입 털어서 광성의 심기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저는 한국에 들어와서 한 번도 안 했습니다. 검사해도 깨끗하다구요!”


전대훈이 펄쩍 뛰어보지만, 김경원은 막무가내였다.

자신부터 살고 봐야 했으니까.


“이 새끼야. 그게 싸게 먹혀. 초범은 징역형에 집행유예야 무조건. 동종 전과가 있어도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고. 성매매 알선이 훨씬 센 거 몰라서 그래!”


기본 형량을 보면 투약과 단순소지는 징역 6개월, 매매·알선이 8개월, 수출입과 제조는 징역 10개월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 자가 복용·유통·거래·소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기 스스로 마약류를 투약하는 행위와 타인에게 강제로 마약류를 투약하는 행위를 다르게 처벌할 규정이 없다.

즉 이들이 접대부 혹은 연예인 지망생에게 강제로 마약류를 투약하고 성행위를 했다고 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가 투약의 행위만 처벌 받는다.

김경원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죽어서 말이 없는 장재영을 제외하고 나머지 패거리의 입을 맞췄다.

이번 사달에는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

헌데 공수처가 발족되고 난 후 검사로서는 처음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이른바 ‘오성(안기부)X파일’의 물타기를 위해 김경원이 희생양이 된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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