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1 09:05
연재수 :
897 회
조회수 :
3,821,290
추천수 :
118,501
글자수 :
9,933,002

작성
23.09.16 09:05
조회
2,395
추천
106
글자
25쪽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보다 일주일 늦은 23일에 한국에서 <REMO : ....or Maybe Dead!>가 개봉이 잡혀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 특수를 겨냥해 목요일에 개봉하는 강수를 두었던 것.

프로모션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REMO : ....or Maybe Dead!> 관계자들은 22~23일 양일 간 한국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무대인사, 기자회견, 각종 방송출연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마지막 일정은 류지호 혼자 소화했다.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류지호 역시 크리스마스이브를 가족과 보낼 수 있었다.


- 안경(입체영화 전용)을 쓰고 두 시간 동안 영화를 관람하는 건 곤혹이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 세 번 깜짝 놀랐다. 영화 관람 시 팝콘 먹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 10년 후에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왜 하필 지금 이 영화를 만들어야 했는지 감독에게 묻고 싶다.

┖ 나 역시 몇 년 후 새로운 시리즈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 이대로 끝내버리기에는 아쉽다.


- 전형적인 좀비 액션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이 될 뻔한 영화를 샘 L 잭슨이 살렸다. 아주 큰 역할을 했다.


- 좀비떼와 맞서는 레모는 훨씬 노련해 졌고, 다시 돌아온 치운의 독설은 여전했다.


-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 월가에서 매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감독이 스스로를 천박한 자본가로 격하시키는 아이러니.


- 영화가 다 따로 논다. 특히 엔딩의 샘 L 잭슨 장면은 다소 유치하기까지 하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류지호는 재능 낭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 당신은 류지호의 <Help Me Please>를 볼 필요가 있다. 그가 십대에 만든 좀비 영화는 스티븐 아들러의 <듀얼>을 하찮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 재능을 과시한다.


- Jay는 연이어 히트작을 내놓고 있다. 할리우드 최고 흥행 프로듀서에서 흥행 감독에 대한 야망이라도 갑자기 생길 것일까.

┖ 그는 학생 신분으로 토론토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감독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겠지.


- 감독의 나르시즘을 2시간 동안 지켜보고 있는 건 지금까지 내 영화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 흔하디 흔한 액션영화라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것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 재밌기만 하구만. 당신은 도대체 무슨 영화를 원하는 것인가?


- 난 좀비영화 안 좋아해. 하지만 이번 영화는 좀비영화 같지 않았어.

┖ 그 전까지는 예술감독 흉내를 내서 불편했다. 류지호는 딱 이런 영화와 어울리는 것 같다. 어설픈 예술영화는 앞으로 찍지 말기를.


- 영화 보는 내내 오! 마이! 갓! 이 세 단어만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걸로 끝.


- 치운 반갑다!!!!


- 레모와 치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


- 할리우드는 입체영화 좀 많이 만들어라. 어린이들이나 보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꽤 볼만했다.


- 앞으로 좀비영화는 시시해서 못 볼 것 같다. 기준이 너무 높아질 것 같다.


- 난 Eye-MAX만 봤는데. 3D도 봐야 하나?

┖ 조금 어지럽긴 하지만 3D도 보길 추천함.

┖ 일반 극장에서 재미없었다면 eyemax 3d를 강력하게 추천함. 끝내 줌!!!


- 3D 버전으로 보려면 캐나다로 가야 하나?

┖ 뉴욕, LA, 시카고.... 대도시 Gom과 AMT 일부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 두 극장체인 홈페이지 들어가면 북미 상영관 나와 있다.

┖ 젠장. 우리 주에서는 입체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 디지털 영화, Eye-MAX 화면비, 입체영화. 이제 류지호에게 그 모두를 합친 영화만 남아있다. 그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전 세계 Eye-MAX 상영관은 <REMO>가 독점했다.

개봉 시기에 맞춰 상영관 스케줄을 비워놨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자칫 입소문을 타지 못했다면 Eye-MAX가 손해를 볼 뻔했다.

다행히 2D로 관람한 관객들이 3D 재관람을 하면서 연일 매진 행진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6개 Eye-MAX 상영관에서 3D를 볼 수 있었다.


- 진짜 다들 영화 볼 줄 모르네. 류지호가 어떤 감독인데.

┖ 어떤 감독인데?

┖ 니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감독이다. 영화 세 번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엄청 까는 영화다.

┖ 이런 영화를 무슨 세 번씩이나 보냐?

┖ 난 다섯 번 봤다. 코엑스 3D만 세 번. 영화 볼 돈 없으면 짜져.

┖ 나도 좀 보게 돈 좀.

┖ 거지는 꺼져!


- 영화 내내 성조기가 펄럭이는구만 무슨 미국을 깐다고 그러지?

┖ 이래서 영화가 너무 고급지면 안 된다니까.

┖ 좀비가 뛰어다니는 게 고급진거냐?

┖ 좀비가 건물 벽을 타고 오르기도 함. 샤우론 몬스터 군단인 줄.

┖ 우웩 바퀴벌레 같았어.


- CG는 진짜 그럴듯하지 않냐?

┖ 돈을 처발랐다고 함. 1억 5천만 달러.

┖ 허걱. 1800억!!!!


- 다 떠나서 티켓값 너무 비싸.

┖ 독점 때문에 그럼.

┖ 류지호 돈 독 올랐어. 배신자!

┖ 전 세계 Eye-MAX 상영관은 다 비쌈. 뉴욕 런던 일본은 20달라 넘는다.


- 도대체 eye-max는 뭐가 좋은 거냐?

┖ 일단 화면이 딥다 끔. 시원시원함.

┖ 화면도 밝아 눈이 안 침침해. 사운드 빵빵하고.

┖ 매국노들. Eye-MAX 영화 보면 니들 돈에서 로열티 엄청 빠져나가는 건 모르지?

┖ 위엣님 바부 아님? Eye-MAX 회사 류지호 꺼 모름?

┖ 주인이 한국인이면 뭐 해. 회사가 캐나다 회사인데.

┖ 졸라 아는 척 쩌네. 돈 없으면 보지 마. 보고 싶으면 알바 두 탕 뛰든가.


한국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았다.

평단과 관객 반응이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비평과 흥행이 비교적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비평과 흥행이 따로 노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에서 <REMO : ....or Maybe Dead!>에 대한 비평은 혹평이 주를 이뤘다.

긍정 평가는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

반면에 관객들은 대체로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치운 캐릭터가 다시 전면에 부상한 것만으로 ‘애국‘ 마케팅이 저절로 됐다.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다양한 영화들 속에서도 가장 핵심은 실낱같더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희망이다. 영화 <REMOⅢ>는 블록버스터로 즐기기만은 어려운 다소 무거운 주제가 존재한다. 물론 천하무적인 두 주인공의 무용담과 입체영화까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는 분명 존재한다. 아니 그 요소가 압도한다. 다만 9/11 이후 미국이 보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태도와 미국이 얼마나 악랄하게 아랍 국가와 단체들을 이용하고 분열시키고 차 버리고 침략했는지, 그에 대한 부메랑이 미국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를 암시함으로써 ‘제 2의 9․11’을 예고해 주는 시사점이 있다. <REMOⅢ>가 직설화법으로 때론 암시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호불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담겼다고 평하기 이전에, <REMOⅢ>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선함일 것이며 지옥을 벗어난 맨해튼에 따스하게 내리쬐는 빛일 것이다. 그 빛이 쓰라린 것은 차치하고.....]

- CineFeel.com. 김동욱 영화평론가.


❉ ❉ ❉


<REMO> 최종편은 북미에서 총 25주 간 상영된다.

북미에서 기록하게 되는 최대 스크린 숫자는 3,412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발표 직후 대규모로 극장이 늘었다가 아카데미 시즌이 끝난 2주 후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1년 후 집계된 월드와이드 합산 박스오피스는 6.2억 달러.

중국 개봉을 했다면 7억 달러를 훌쩍 넘겼겠지만, 괴물(좀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수입쿼터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Eye-MAX 3D, Eye-MAX, D-Cinema 3D의 비싼 티켓값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수익을 거뒀다.

여담으로 <REMO : ....or Maybe Dead!>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인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너도나도 Eye-MAX 3D 영화 기획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기획단계에서 폐기된다.

극장흥행 성공에 힘입어 미국내 텔레비전과 케이블TV 판권 경쟁입찰에서 '대박'을 터뜨린다.

북미 TV방영권리 낙찰 가격은 영화의 북미시장 최종 흥행액수에 따라 정해지게 되는데, 흥행작의 경우 4,000만 달러 선에서 결정된다.

<REMO : ....or Maybe Dead!>의 경우 북미시장 개봉 한 달 만에 2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기세가 좋았기 때문에 좋은 가격을 받는다.

TV 방영권은 5년짜리로 계약한다.

참고로 2004년 개봉한 Timely Studios의 <스파이더맨Ⅱ>는 PARKsTV와 계열 케이블 채널 FX에 5,00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또한 <REMO : ....or Maybe Dead!>는 미국의 대형 항공사에 850만 달러에 기내방송권리를 팔았다.

북미 비디오 판매 수익은 7,500만 달러, DVD 매출은 3,600만 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Eye-MAX 3D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DVD와 비디오로 1,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영화 사운드트랙도 320만 장이나 팔린다.

마이키 잭슨의 솔로곡이 들어간 덕분이다.

광고 매출도 빼놓을 수 없다.

오성전자, 경일자동차, 미국의 대표 맥주 및 콜라 브랜드가 <REMO : ....or Maybe Dead!>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를 제작했다.

상품과 영화 광고가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이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REMO>를 콘셉트로 광고를 제작했는데 그를 통해 쏠쏠한 로열티를 챙기게 된다.

1,2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비디오게임 <레모 : 더 디스트로이어>는 카피당 49.95달러에 325만 카피나 팔려나간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6억 달러다.

이 당시까지 Timely Comics 기반 게임 중 가장 성공한 게임은 <스파이더맨>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었다.

<스파이더맨2> 비디오 게임의 제작비는 2,000만 달러였다.

<REMO : ....or Maybe Dead!>는 2/3 수준이 제작비로 꽤 짭짤할 수익을 거두게 된다.

Timely Comics에서 발간한 영화판을 기반으로 한 코믹북 <The Destroyer> 판매도 성적이 꽤 좋게 나온다.

그 외 각종 캐릭터 라이선스 수수료도 챙기게 된다.

1년 후 정산한 <REMO : ....or Maybe Dead!>의 최종 매출은 총 11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REMO> 프랜차이즈 3편을 합친 매출은 무려 28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1년 후에 이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각종 언론에서 대서특필된다.

영화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3조 원 넘는 매출을 올렸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

그 같은 기사를 접한 한국의 영화지망생들이 야망을 불태운다.

제 2의 류지호가 되기 위해서.


❉ ❉ ❉


류지호는 크리스마스를 한남동에서 보냈다.

각종 연말행사초청을 모두 거절하고 약혼녀 레오나와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는 전주로 내려가 가온 원더러스 아이스하키리그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류지호가 전주에 모습을 드러내자 무주리조트 사장부터 가온그룹 산하 스포츠팀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빙상경기연맹과 논의는 잘되고 있대요?”


원더러스 사장 겸 가온그룹 스포츠단 대표이사 오정복이 대답했다.


“내년에 피겨 부문을 빙상연맹에서 분리시키기로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스케이팅을 주관하는 대한체육회 소속 경기 단체다.

가온그룹 산하 매니지먼트CHAN은 김예나를 비롯해 어린 피겨 꿈나무를 지원하고 있는데, 파벌싸움으로 시끄러운 빙상연맹에서 피겨 부문만 떼어내기로 하고, 대한체육회, 빙상경기연맹과 1년 간 치열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근 그와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가온그룹은 하계종목에는 육상팀을, 동계종목으로는 아이스하키 실업팀, 피겨, 설상 종목(스키, 스노우보드, 바이애슬론), 썰매종목(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팀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바이애슬론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 명맥만 이어지고 있다.

지난 IMF 시기 상무팀이 해체되며 암울한 상황에 놓였던 것을 가온그룹 스포츠단으로 데리고 왔다.

현역 바이애슬론 선수는 단 세 명이다.

총기를 다루는 특성상 한국에서는 군인 스포츠일 수밖에 없어서 상무팀 부활을 위해 국방부와 논의 중이다.


“빙상연맹 이사회와 이야기는 끝났고, 대한체육회 승인만 남았습니다.”

“빙상연맹 회장사가 오성이던가요?”

“저희 빼고 오성그룹이 동계 스포츠 지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것도 얼마 안 남았다.

3세가 그룹 경영권을 잡게 되면 대부분의 아마추어 스포츠 스폰서십을 끊게 된다.


“만약 피겨 스케이팅이 빙상연맹에서 분리되면 오 단장이 초대 회장을 맡도록 하세요.”

“제가 말입니까?”

“피겨 스케이팅은 불모지라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할 겁니다. 전현직 빙상연맹 출신은 되도록 받아들이지 말고, 완전 새판을 짜도록 하세요. 필요하다면 캐나다 쪽에서 피겨 스포츠 전문가를 협회 고문으로 초빙해도 됩니다.”


JHO Company Group 캐나다 지사에 문의해도 되고, UCLA 룸메이트인 에이든 해멀스에게 부탁해도 된다.


“컬링은 손 떼시려고요?”

“의성에 전용경기장 건립이 시작되었고, 대구를 중심으로 나름 판이 짜여 있잖아요. 혹시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세요.”

“알겠습니다.”


내부의 곪아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올 내내 빙상연맹이 시끄러웠다.

회장이 나서서 겨우 봉합한 상황이다.

썰매·설상·빙상구기 종목 경기연맹에서 오정복 단장을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다.

피겨 부문이 독립해 따로 연맹이 만들어지게 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류지호는 썩어빠진 빙상경기연맹에는 관심이 없었다.

한국의 동계스포츠에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른들의 탐욕으로부터 어린 영재들을 보호하고 싶을 뿐.

가온그룹 스포츠단은 피겨 부문에서만 김예나 외에도 남자부 주니어 선수 2명과 여자 시니어 선수 1명, 이렇게 4명의 피겨 선수를 육성 및 지원하고 있다.


“전주는 조금 썰렁하네요?”


류지호의 말대로 일본팀과 경기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아니고. 목동 경기는 그래도 관중이 좀 든다던데.....”


오정복 단장이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가온그룹 직원들 덕분입니다. 원더러스에 대한 후원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고. 선수들 모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주말 경기는 관람석 절반은 채웠다.

팀 관계자 외에 서른 명도 되지 않는 관중이 찾았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야구 수준의 흥행을 바라는 팀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류지호조차도 기대 안 한다.

가온그룹 내 아이스하키 동호회와 직원들이 찾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일본팀과의 격차가 여전해 우승을 누릴 정도는 아니지만, 가온그룹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할 팀이 국가대표 외에 하나가 더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다솜미디어의 스포츠 채널에서 주구장창 아이스하키 경기를 방영하고 있다.

틀기만 하면 아이스하키 경기의 재방송이 나온다.

시청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몇 년 간 지겹게 아이스하키 경기를 중계하다보니, 급기야 시청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TV로만 보던 이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생겼다.

아이스하키 리그에게는 다솜미디어가 구세주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본과는 가위바위보 져선 안 된다는 한국인의 심리가 있다.

한일통합리그를 넘어 중국팀과 러시아팀까지 리그에 참여해 아시아 리그로 확장되자,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 자체보다 국제경기 성격의 게임을 응원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룹 외부에 동호회활동이 생겼다지요?”

“예. 양대 포털사이트에 아이스하키 팬카페가 생기면서 직접 링크에서 아이스하키를 배우려는 마니아가 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룹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에서 사회체육 부문에 아이스하키를 넣는 방안을 고심 중입니다.”

“다솜에서 메이저리그 중계권 협상에 나섰다는 건 들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아이스하키나 동계스포츠 중계 편성을 줄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MLB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MBS의 계약이 올해로 종료되었다.

이에 지상파 3사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업체까지 MLB중계권을 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지난 2001~2004년 중계권료는 연간 1,100만 달러 선.

경쟁이 워낙에 치열해서 그 금액으로 중계권을 따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중계권을 따낸다고 해도 인수한 채널을 변경해 내보낼 가능성이 높아요. 아이스하키와 UFC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꼭 3년 안에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성복 단장은 이번 리그에 우승하겠다는 말은 안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너가 오랜만에 경기장을 방문해서일까.

원더러스 선수들이 힘을 냈다.

힘겹게 일본팀을 꺾고 홈 승리를 따냈다.

류지호가 선수단에게 격려금 형식으로 금일봉을 돌렸다.


“다음 주부터 일본 원정입니까?”

“예.”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홈으로 복귀하길 바랍니다.”

“좋은 성적과 함께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는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몰아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홈경기를 몰아서 치르고, 일본으로 넘어간 후에 일본팀 경기장을 순회하고 돌아오는 방식이다.

한국 실업팀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실 한국의 아이스하키 실업팀은 단 둘 뿐이다.

다행히 두 곳 다 대기업이라서 원정비용에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팀 프론트 입장에서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생팀이라도 새롭게 리그에 참여하게 된다면, 일본 원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원더러스 홈경기 승리를 만끽한 류지호는 레오나와 함께 무주리조트로 옮겨갔다.


티롤호텔 류지호 전용 객실에서 묵으며 국내 최장거리 6.2km 실크로드 슬로프에서 각각 보드와 스키를 즐겼다.

중급자 이상만 올라갈 수 있는 코스라서 조금 한산할 줄 알았다.

천만에 말씀이다.

고수들이 즐비했다.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개장이 일주일 정도 늦었다.

그 때문인지 온 무주리조트가 스키어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두 사람은 얼굴을 꽁꽁 싸매고 돌아다녔다.

그렇다 보니 스키장에 있을 때는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고우찬과 경호팀 역시 위장경호로 전환했기에 눈에 잘 띠지 않았다.

향적봉을 왕복하는 관광곤도라도 타봤다.


“연예인이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깜짝 놀라 외쳤다.


“연예인 아닌데?”

“TV에서 많이 나오잖아요.”


<REMO : ....or Maybe Dead!> 프로모션으로 크리스마스 전후로 TV에 많이 노출되긴 했다.

맞은편에 앉은 소녀의 엄마가 물었다.


“혹시.... 류지호 회장님 아니신가요?”

“영화감독 류지홉니다.”

“어머나 세상에!”


소녀의 아빠도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사인 받아야 되는데, 종이가 없어서....”

“휴게실에서 해드릴게요.”


무주리조트에서 향적봉까지 케이블카로 20여분이 소요된다.

덕유산 눈꽃은 정말 멋졌다.

아름답다는 차원을 넘어 황홀할 지경이다.

동유럽의 겨울도 경험해봤다.

캐나다와 캘리포니아 북부의 스키장에도 가봤다.

그곳들과 다른 멋이 있다고 할까.

웅장함은 그곳들이 한 수 위일지 모른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나무에 눈꽃이 피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단연코 덕유산에 미치지 못할 거라 자신했다.

류지호 자신 소유 기업이 터를 잡고 있어서 더 그럴지도....


“감독님은 좋겠어요. 다 공짜로 이용하시겠네.”


20여 분 함께 케이블카를 타며 친근해졌을까.

소녀의 남편이 부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다른 회원들하고 똑같아요. 사비로 연간회원권 끊고 이용합니다. 해외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아 연간회원권을 다 쓰진 못하지만.”

“....그러신 줄도 모르고.”

“무주리조트는 내 개인 소유가 아니라 가온 거니까요.”

“아, 네.....”


오너인 류지호가 혜택을 받지 않아야 무주리조트 직원들이 편하다.

회원권과 편의 제공 청탁하는 사람이 오죽 많아야지.

오너도 사비를 들여 이용한다고 하면, 힘 좀 쓰는 자들이 꼬리를 말 수밖에 없다.

간혹 멋도 모르고 압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도 있다.

그들의 임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권력을 잃을 때가 반드시 온다.

정치적 권력은 임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온그룹의 금력은 임기가 없다.

중앙정계의 다선의원조차 무주리조트 사장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지방정계에서 힘 좀 주는 인사들이 까불어봐야 눈 하나 깜짝할 리가 없다.

가온그룹은 왕방울처럼 역사가 오래된 향토 기업은 아니다.

그런데 전북도에 사업체가 여럿 존재한다.

직원 가족 및 연관된 사람이 몇 명인데.

까불다가 그들이 돌아서면 다음 선거는 보나마나다.


“......!”


설천봉을 둘러보는데, 어느새 류지호의 출현이 알려진 모양이다.

관광객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류지호는 연예인 못지않은 사인세례에 시달리는 영화감독이다.


“모두 해드릴 테니까. 한 분씩 오세요.”


험악한 인상의 고우찬이 한 마디 하자, 위장경호를 하던 경호팀이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몰려드는 행렬이 약간 줄어들었다.

졸지에 휴게소가 팬사인회장이 되었다.

쉼터에서 잠시 시간을 지체한 류지호 일행이 향적봉에 올랐다.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덕유산 각 봉우리는 모두 하얗다.

흰 눈을 잔뜩 뒤집어 쓴 구상나무의 앙상한 가지들.

눈꽃으로 뒤덮인 설경이 류지호의 가슴을 차분하게 안정시켜주었다.

하늘에서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있다.

더 높은 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꽃 풍경은 어떨까.

한 때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일 때가 있었다.

자유공원에서 감상에 젖었다가 내려오는 길에 어린 레오나를 교통사고에서 구할 수 있었다.

어느 새 사업에, 영화에 매인 몸이 되어버렸다.

후회?

안 한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


 덕유산의 장중한 주능선은 지리산에 비견되기도 한다.

 그런 덕유산이 구두를 신고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관광케이블카 때문이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위해 새롭게 슬로프를 개발하면서 최고봉인 향적봉 턱밑까지 곤돌라가 들어섰다.

 당시는 거센 환경파괴 논란을 불렀다.

 지금에 와서는 노약자도 산정에 올라 고산의 장관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구상나무 군락지를 훼손하고 그 자리에 들어선 스키 슬로프는 전북도와 무주리조트의 이기심의 흔적이다.

비록 가온이 인수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천리포 수목원과 함께 구상나무 군락지를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슥.


따뜻했다.

류지호의 패딩 주머니 속에 들어온 레오나 파커의 손이.

마치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 말했다.


“인간이 자연을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다면. 짧은 시간 안에 문명이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고. 삶의 충족이 지금보다 낮았을 거고, 삶의 질이 훨씬 내려갔을 거야.”

“지금까지 자연파괴를 해왔으니 이제부터라도 보존을 해야 하겠지?”

“응.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자기합리화 같은데?”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앞으로 잘하면 되잖아.”

“앞으로도 계속 자연을 파헤치라고?”

“으이구!”


이런 상황에서 꼬집거나 눈을 흘기는 것이 일반적.

레오나 파커는 사내처럼 류지호의 등을 손바닥으로 ‘팡팡‘ 때렸다.

꽤 손이 매웠다.

일말의 죄책감과 잡념을 모두 날려버릴 정도로....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0 재밌어 질 것 같네.... (1) +8 23.09.28 2,195 104 25쪽
629 세상으로 나가 옳은 일을 하라. +7 23.09.27 2,292 89 23쪽
628 안정 속의 변화. (5) +4 23.09.26 2,211 88 22쪽
627 안정 속의 변화. (4) +5 23.09.25 2,267 93 22쪽
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5 88 23쪽
625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4 94 23쪽
624 안정 속의 변화. (1) +7 23.09.21 2,435 93 27쪽
623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2) +4 23.09.20 2,336 96 25쪽
622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 +10 23.09.19 2,343 103 25쪽
621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23.09.18 2,367 100 23쪽
»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8 23.09.16 2,395 106 25쪽
619 비평가들이 싫어하면 관객이 좋아해. +4 23.09.15 2,319 108 24쪽
618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7 103 23쪽
617 우린 괴물이 아닙니다! +13 23.09.13 2,340 111 28쪽
616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2 112 24쪽
615 살아줘서 고맙다..... +8 23.09.11 2,383 105 29쪽
614 민중의 적 : EMBARGO. (14) +5 23.09.09 2,322 100 25쪽
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4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611 민중의 적 : EMBARGO. (11) +6 23.09.07 2,169 97 24쪽
610 민중의 적 : EMBARGO. (10) +4 23.09.07 2,017 83 23쪽
609 민중의 적 : EMBARGO. (9) +4 23.09.06 2,217 97 23쪽
608 민중의 적 : EMBARGO. (8) +3 23.09.06 2,091 85 23쪽
607 민중의 적 : EMBARGO. (7) +6 23.09.05 2,228 92 25쪽
606 민중의 적 : EMBARGO. (6) +2 23.09.05 2,134 86 22쪽
605 민중의 적 : EMBARGO. (5) +7 23.09.04 2,300 87 24쪽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194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39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85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17 105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