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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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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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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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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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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안정 속의 변화.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유니벌스뮤직그룹은 락음악 레이블이 강세인 편이다.

소속 락밴드와 헤비메탈밴드들이 앨범 재킷이나 공연의상에 일본전범기 혹은 그것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수시로 노출시켰다.

심지어 마케팅에도 활용했다.

일부 산하 레이블 래퍼도 일본기 전범문양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아직은 직접적으로 굿즈를 만들어 파는 단계는 아니다.

한국인 오너 입장에서 계열사에서 무분별하게 일본의 전범기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전범기를 활용한 마케팅을 삼가라고 주문했다.

서구권 록밴드나 래퍼들은 일본 전범기 디자인이 멋지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의상을 입거나 소품으로 활용한다.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전범기가 나치의 문양과 같다고 설명해주어도 믿질 않는 서양인도 많다.

UCLA 재학시절, 류지호는 미국 친구들에게 욱일기라고 불리는 것이 일본제국주의 전범기라는 걸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단 한 명도 알고 있는 친구가 없었다.

나치문양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하면, 다들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아시아 역사를 깊게 다루지 않는다.

2차 대전에 관해서도 미국과 관련된 서구의 관점 위주로 배운다.

현대사에서 일본이 묘사되는 부분은 난징대학살, 진주만 공습 정도가 전부다.

게다가 많은 미국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일본 콘솔 게임을 즐겨왔고, 사무라이 문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음악시장이 큰 나라다.

락음악 마니아도 탄탄하다.

음반사에서 의도적으로 욱일기(전범기)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스테이지 배경에 일본 전범기를 암시하는 문양이 나오는 걸 그저 멋진 디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가라데 키드> 같은 영화에서 백인 청소년이 전범기 머리띠를 두르고 나와도 그 의미까지 따지지 않는다.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군이 바로 그 문양이 세겨진 깃발을 휘날렸음에도.


“특히 메탈리카는 조심하라고 일러두세요.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른 주제에 전범국가를 옹호하는 듯한 깃발 문양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One>이라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 인간내면의 나약함을 노래했던 메탈리카다.

그런 이들이 전범기 문양이 새겨진 굿즈를 팔아먹는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저항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노래가 위선이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 아티스트 개개인의 옷이나 액세서리까지 일일이 관여할 수 없네. 그래서도 안 되고. 다만 앨범 디자인과 공연 포스터, 자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네.

“일단 그 정도에 만족해야겠죠.”


류지호가 오너가 아니었다면 덱스 모리스가 귓등으로 들었을까.

잘 못 된 것을 바로잡으려면 힘이 있고 볼 일이다.


- 아, 그리고 MJJ Music에서 래퍼 M&M의 저작권을 모조리 구입했던데... 자네 뜻인가?

“비밀을 지킬 수 있겠어요?”

- 내막이 있는 것인가?

“덱스만 알고 있다는 전제로 말하자면 MJ의 부탁을 받았어요.”

- 혹시 <Just Lose It> 뮤직비디오에 대한 뒤끝인가?


작년 9월이었다.

래퍼 M&M이 새앨범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Just Lose It> 뮤직비디오에서 마이키 잭슨의 소아성애적 성향을 조롱하고, 마돈나 등의 팝가수들을 패러디했다.

도를 넘는 마이키 잭슨에 대한 조롱 때문에 많은 팝가수 동료들이 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마이키 잭슨은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다.

토크쇼와 음악매체 인터뷰에서 점잖게 타일렀을 뿐.

대신에 MJJ Music을 통해 <Just Lose It>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래퍼 M&M이 발매한 거의 모든 곡의 저작권을 사들였다.

앞으로 래퍼 M&M은 자기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저작권료를 마이키 잭슨에게 지불해야 했다.

정확하게는 류지호와 50:50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MJJ Music에게 떼 줘야 한다.


[백날 짖고 까불어봐라. 네 노래는 다 내꺼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백날 떠들어봐야 래퍼 M&M만 띄워주는 꼴.

마이키 잭슨은 자신을 조롱한 래퍼 M&M을 비난하는 것 대신, 그의 히트곡 전부를 자신이 소유함으로써 엿을 먹인 것이다.

때에 따라서 MJJ Music이 허락하지 않으면, 래퍼 M&M이 자신의 공연에서조차 자기 노래를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다.


- 혹시 MJ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M&M의 노래들을 사들일 거라고 하던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MJ의 재산이 마르지 않는 한 계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후우.


과거에 이스트, 웨스트 갱스터 래퍼들끼리 총질을 해대서 골치를 썩었는데.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들끼리 갈등이 있으니, 덱스 모리스 회장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물론 워낙에 소속 아티스트가 많기에 시도 때도 없이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이런 사건도 잘 포장해서 언론플레이 하는 것이 UMG 마케팅의 능력입니다.”

- LA로 언제 돌아올 예정인가?

“현재로써는 알 수 없어요.”

- 나는 영국과 LA를 수시로 오가고 있다네.

“일정을 맞춰서 LA에서 점심 식사하는 걸로 해 봐요.”

- 알겠네.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 LA로부터 좋은 소식들이 연달아 전해졌다.

GARAM Ventures가 제임스 자나드 Oakley Sports Eyewear와 접촉해 그가 준비 중인 영화용 디지털 카메라 개발사 리드(REED Digtal Camera)에 투자할 수 있었다.

류지호는 50% 지분을 원했다.


“900만 달러를 투자해 31%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관련 보고를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 수석참모의 말이었다.

REED D-Camera에는 프랑스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을 포함해 몇 명의 투자자가 있었기에 원했던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언제든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는 지분은 확보해 두었다.


“DALLSA와의 협력은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CCD만 납품 받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개발의 방향성이 달라서.....”


REED D-Camera는 사소한 문제다.

류지호가 더 중요하고 궁금한 사안을 물었다.


“MSM 인수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보았다지요?”

“총액 62.3억 달러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29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트라이-스텔라가 부담하고, 대주주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이면합의 했습니다.”


미국에서 M&A를 진행하다보면 매번 있는 일이다.

문제는 대주주들이 지나친 금액을 요구했다는 점인데.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다소 상도의를 벗어난 요구이긴 하지만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MSM Studios가 보유 중인 필름 라이브러리가 너무나 탐이 났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부채는요?”

“2억 달러 조금 못 미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주주들이 트라이-스텔라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인센티브 때문이에요?”

“아닙니다. 황무지가 포함된 영화목장을 소닉에서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소닉은 주식교환 방식을 제안했다면서요?”

“커크 케르코니언씨는 이번 기회에 영화사업에 완전히 발을 뺄 생각이랍니다.”


수년 동안 영화사업으로는 재미를 못 봤다.

고령이기도 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영화사업까지 챙길 여력이 없기도 했고.

카지노 사업에만 전념하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다.


“잡스씨가 ParaMax의 제안을 수용했다지요?”


ParaMax와 Pixart는 그 동안 증권거래소 상장폐지를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업공개를 포기하는 것이 Pixart 주주로써는 썩 달갑지 않았다.


“극적으로 타결을 봤습니다. 외부 투자자로부터 간섭을 배제하는데 비공개기업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나머지 주식은 ParaMax가 사들이는 것으로 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먼저 ParaMax의 주식으로 교환한 후에 주주들의 주식을 전부 사들이기로 했다.

이사회에 참여하기로 한 스테픈 잡스는 제외다.


“계약서에 모회사가 Pixart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에 절대적으로 참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하기로 했습니다.”

“경영에도요?”

“감사와 M&A 사안은 모회사의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세부적으로 모회사는 Pixart Animation Studios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에 30%까지 투자할 수 있고, 배급수수료에서 13%만 챙기는 것으로 계약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제작하는 모든 작품에서 권리를 Pixart가 다 갖고 부가시장 캐릭터 라이선스 비즈니스도 자신들이 다 챙긴다는 거잖아요?”

“예.”


딱히 ParaMax Entertainment는 불만이 없었다.

이미 JHO/Working Title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씨가 다른 빅7이 아니라 ParaMax에 마음이 기우는 데는 계열사 CEO들의 역할이 지대했습니다. 알버트 마샬 회장이 직접 잡스씨를 초대해서 Eye-MAX와 StereoGraphics Corp. 등 계열사의 뛰어난 3D 기술을 어필함으로써 Piaxart 주요 수뇌부에게 큰 영감과 함께 확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수전에 류지호는 딱히 한 것이 없다.

한 발 물러나서 진행 소식만 간간이 확인했다.

<민중의 적 : EMBARGO>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암튼 곧 공식발표가 있을 거라니 좋은 소식이다.


“캐머론씨가 <총몽>을 책상 서랍에 넣었다면서요?”

“예. 보스가 원하시는 <행성 880> 프로젝트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 삶보다 1년이나 앞선 결정이다.


“<REMO> 최종편이 자극이 된 모양이네요.”

“영화를 본 직후에 <타이타닉> 3D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Hues & Rhythm와 계약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아바타> 프로젝트는 기획부터 크랭크인까지 최소 3년, 최대 5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에 <타이타닉>을 3D로 컨버팅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 또한 시일이 꽤나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도 하고.


“두 프로젝트는 Hues & Rhythm를 중심으로 Digital dominion과 TreeWeta가 메인 스튜디오로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3D 부문은 StereoGraphics Corp.이 메인이겠죠?”

“예.”


본래는 제이미 캐머론이 페이스그룹이라는 3D 회사를 설립했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 했다.

관련 산업과 기술을 류지호가 소유한 JHO Company가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 3D> 예산은 2,000만 달러다.

<행성 880>은 무려 2억 달러가 잡혀있다.

류지호가 보기에 <아바타>는 무조건 3억 달러는 준비되어야 한다.

VFX 분야에만 최소 2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REMO>를 제작하면서 VFX부문에서 3,000만 달러가 더 지출됐다.

훨씬 거대한 프로젝트인 <아바타>는 기존 예산에서 2~3배가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맞았다.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했는데... 이러다 나중에 20세기 PARKs를 트라이-스텔라가 먹는 거 아냐?’


왠지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트라이-스텔라가 모든 면에서 LOG에 밀릴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절레절레.


이내 고개를 흔들며 그 같은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승낙을 해줄 것 같지 않았다.

NeTube와 StreamFlicks가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승승장구하게 된다면, 온 사방에서 JHO에 대해 반독점 시비를 걸어 올 테니까.


‘그것도 아닌가.....?’


사실 미리부터 반독점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Amazonia.com, Googol, PS, MacIntosh를 비롯해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OTT 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들 테니까.

OTT시장을 JHO Company Group이 PS나 Googol처럼 독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MSM 인수건과 관련해 FCC가 제동을 걸 일은 없겠죠?”

“물론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소위 Big의 칭호가 붙은 메이저 스튜디오는 시기별로 6~7개 사이를 오갔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할리우드가 전 세계 영화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메이저 스튜디오 간의 합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까지 아우르는 복합미디어그룹의 일부분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이전 삶에서 LOG가 20세기 PARKs를 인수·합병할 수 있었던 것에는 중국 자본의 무차별적인 할리우드 공세에 대한 고민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


‘아니야. 로버트 폭스가 그룹을 해체한 후 영화사업을 매각할 때 위성방송만 쏙 빼먹는 것도 방법이야.’


류지호는 미국의 지상파 방송국을 가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20세기 PARKs가 보유한 필름 라이브러리가 탐이 나긴 하지만, MSM Studios를 인수하면서 자체 필름 라이브러리를 7,000편 까지 늘리게 된 이상 크게 아쉬울 것은 없다.

앞으로도 매년 20편 이상은 꼬박꼬박 추가될 것이고.


“데이빗....!”

“예. 보스.”

“BSKYB 주식을 조용히 사 모으도록 합시다.”

“PARKs가 대주주인 영국의 위성방송 말씀이십니까?”

“여러 곳으로 분산해서 10% 이상 모아봅시다.”

“적대적 인수합병....”

“당장은 아니고!”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로버트 폭스 소유 언론사에서 도청인지 해킹인지가 들통이 나서 영국에서 난리가 난다.

로버트 폭스 소유 언론사들의 부도덕성을 빌미로 JHO Company가 영국의 위성방송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 준비할까요?”

“아주 느리고 은밀하게 대략 2010까지?”


류지호의 속셈을 알 리 없는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도 번거로운 일인데, 로버트 폭스 소유의 위성방송을 인수할 수만 있다면 유럽진출과 함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죠.”

“저쪽에서 저희의 의도를 몰라요 하겠군요? 그래서.....?”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필요 없어요. 길게 보고 접근하면 어느 순간 주가가 고꾸라지는 시점이 올 겁니다. 그때 25%까지 끌어올려 보죠.”

“알겠습니다. 매튜 그레이엄 회장과 데이브 보우먼 CEO에게 일러두겠습니다.”


영국의 내각까지 흔들게 될 뉴스오브더월드 전화 해킹 스캔들.

류지호는 그와 관련해 막연한 기억밖에 없다.

그럼에도 로버트 폭스가 해킹 스캔들로 영국의회 청문회에 출석한다는 것은 얼추 기억하고 있다.

<민중의 적 : EMBARGO>를 촬영하며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로버트 폭스라는 언론재벌이 소유한 언론사들의 비윤리적 취재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스캔들이었으니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도 남지.’


얼마든지 인내할 수 있다.

젊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이에 충분히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위기가 닥치고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반면에 공평하게 기회도 몇 번 주어진다.

그런데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그 좋은 기회를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내게 이젠 더 이상 기회는 없어.”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수없이 한탄했었다.

준비되지 않은 자신을 탓했어야 했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런데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듯이 준비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 ✻


황재정이 무주로 내려가기 한참 전이었다.

그는 두 가지 중요한 투자를 진행했었다.

하나가 신포고 선배가 인천에서 시작한 바이오벤처 투자였다.

또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스포츠브랜드 투자였다.


‘아직은 허허벌판이네.’


류지호를 태운 세단이 송도경제자유구역을 가로질러 4공구로 접어들었다.

허허벌판 한 부지에 지난 2003년 공사를 시작한 바이오벤처 기업 셀폴라리스(CellPolaris) 제 1공장 준공식장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의 바이오넥솔과 미국의 백스젠(VaxGen)이 2002년 합작법인으로 세워진 것이 셀폴라리스다.

황재정의 권유로 가온투자파트너스를 통해 투자를 했는데, 지난 해 간척이 진행 중이던 송도경제자유구역에 5만 ℓ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건설을 시작해 마침내 준공을 맞이했다.

셀폴라리스 법인의 큰 축인 미국의 백스젠(VaxGen)은 에이즈 백신기술로 유명한 바이오회사다.

에이즈 치료제의 생산을 위해 2002년에 셀폴라리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백스젠의 에이즈박스가 임상 3상에 실패했다.

그로 인해 5만 ℓ 공장을 건설 중이던 셀폴라이스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 박호식 사장은 또 다른 에이즈치료약으로 유명한 BMS Corp.과 위탁생산(CMO)계약을 체결해 위기를 돌파했다.

BMS Corp.은 골관절염 치료제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었고, 결론적으로 성공했다.

셀폴라리스는 BMS Corp.과 10년간 최대 2조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선진 기술을 조기에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어쨌든, 류지호는 셀폴라리스의 주요 투자자로서 1공장 및 R&D센터 준공식 커팅에 참여해 회사 발전을 기원해주었다.


“미스터 류,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BMS Corp. 한국지사장이 계속 말을 걸었다.

다른 한국인들이 류지호 주변을 맴도는 것과 달리 미국인인 그는 서슴없이 말을 걸었다.


“그러게요. 글로벌 제약사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긴 한데, 한국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바이오벤처에 관심 있으십니까?”

“딱히.... 모험을 사랑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미스터 박과 작은 인연이 있어서 투자한 것뿐입니다.”

“작은 인연이라면?”


류지호는 셀폴라리스 박호식과는 친분이 거의 없었다.

한두 번 밥을 먹을 것을 두고 친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때마침 박호식 사장이 다가왔다.


“류 의장, 이렇게 준공식에 와줘서 정말 고맙네.”


류지호가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매체에서 취재기자를 보냈다.

셀폴라리스로서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두게 됐다.

그러라고 일부러 송도까지 내려온 것이기도 하고.


“고맙긴요. 송도경제자유구역도 확인해 볼 겸 와봤어요.”

“앞으로도 동문끼리 도울 수 있으면 서로 도우면 좋겠네.”


자퇴생인데 왜들 동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 네.”


이전 삶에서 박호식은 중고교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도 많이 내놓고, 동문들을 곧잘 챙겼다.

한국영화에도 투자를 했었는데, 큰 재미는 못 봤다.

체면만 구겼다.

어디에 내놔도 몹시 부끄러운 영화 <자동차왕 엄복동>이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엉뚱한 데 투자한다고 툴툴거렸었다.


“바이오벤처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과 인재 또 개발기술 등의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돈이 바이오벤처와 인재영입 및 개발기술 등을 작동시키는 동력이다.

자금지원을 꾸준히 할 수 있음을 슬쩍 내비쳤다.


“인내가 필요한 부분이지.”


이전 삶에서 대중들에게 셀폴라리스하면 공매도, 공매도하면 셀폴라리스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셀폴라리스에 대한 공매도가 집중된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셀폴라리스를 공격하려는 배후세력이 있었다는 루머가 끊이질 않았다.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오성그룹이다.

오성은 2010년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선정하고 셀폴라리스에 인수제의를 했다.

불발 됐다.

그 와 관련해 루머가 만들어졌다.

또 다른 배후세력으로 거론되는 것이 외국계 투자은행들이었다.

글로벌 대형 증권사들이 틈만 나면 셀폴라리스에 대해 후려치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던 것.

셀폴라리스는 글로벌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와 전쟁을 벌이면서 공매도와 전쟁을 치렀다.

사실 기업의 성장성이 확실하고, 결과로 보여주면 공매도 리포트도 막을 수 없다.

결국 실적이 공매도에 대한 방어이자 공격이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고 합니다. 자극적인 부분과 언론플레이에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에 중심을 잡고 나아가다보면 외부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겠죠.”


적당한 언론플레이는 필요하다.

경영보다 언론플레이에 몰두하다 사기꾼의 오명을 쓴 벤처기업가가 수두룩한 것도 현실이다.


“....좋은 조언이네.”


셀폴라리스는 류지호가 투자한 기업이다.

때문에 잔챙이 공매도 세력은 끼어들지 여지가 사라졌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 역시 셀폴라리스를 호구로 여기고 때마다 수작질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정 신경 쓰이면 가온이 인수해서 상장폐지 시켜도 되고.’


류지호의 음흉한 속내를 알 리 없는 박호식 사장이 직접 주차장까지 배웅했다.


“차후에 황재정 실장과 자리 한 번 마련하겠네.”

“한 달 전에는 연락을 주셔야 시간을 낼 수 있어요.”

“알겠네. 조심해서 올라가시게.”


바이오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의·약학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른바 3色 바이오 시장이라고 해서 레드 바이오는 생명공학이 의·약학 분야에 응용된 개념이고, 그린 바이오는 생명자원 및 정보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하여 농업, 식품, 자원 등에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화이트 바이오는 탄소자원을 활용하여 탄소중립 구현 및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산업 소재의 안정적 생산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신시장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생물공학 기반의 에너지·화학 바이오 분야다.

바이오산업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투입 비용이 매우 높다.

특성상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구조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생산설비 구축 시 높은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할 경우 대규모 자금 투자가 발생해 경제성을 하락시킬 수 있다.

또한 바이오산업 선도 국가와 그 외 국가의 기술격차가 상당하다.

진입문턱이 상당히 높다.

마지막으로 낮은 사업화 확률이다.

그럼에도 류지호가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있는 분야다.

이전 삶에서 2020년 기준 전 세계 바이오산업 전체 시장규모는 11조 3,183억 달러였다.

직접 사업을 영위하든,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든.

가온이나 JHO가 그 산업에 안 끼어들 이유가 없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33 레이군
    작성일
    23.09.23 10:46
    No. 1

    셀***은 분식회계를 비롯해 문제많은 기업입니다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33 레이군
    작성일
    23.09.23 10:46
    No. 2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아가엘
    작성일
    23.09.23 11:29
    No. 3

    주인공이 거대 기업 총수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반말로 편하게 하대 하네요?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다르 기업 총수 만나면 그렇게 못할거 같은데 말이죠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9.24 11:31
    No. 4

    주인공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반말) 부분에서 사적으로 친밀한 경우, 상대방만 친하다고 오해하는 경우, 꼰대식서열의식, 안하무인 등.. 딴에는 인물별로 구분해서 맛을 살려본다고 하고 있는데, 의도와 달리 많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좀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루시오엘
    작성일
    23.09.23 14:56
    No. 5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9.23 15:57
    No. 6

    바이오 사업은 국제 거대기업들이 영향으로
    들어 기기 힘들죠.
    한국도 나름 한다고 히지만 기술투자 금액이
    외국 기업 들과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작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9.24 09:55
    No. 7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nu******..
    작성일
    24.03.04 01:57
    No. 8

    오오 아티스트 개개인의 옷이나 악세사리를 강제항수 없다며 메탈리카를 옹호하는데 그럼 나치 전범기나 인종차별을 해도 오케이라는 뜻인가??? 잘 전개하다가도 기부는 무조건 주인공 맘대로 진행하면서 이런 이슈있는건 살살 지나쳐가는 건 도대체 무슨 마인드인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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