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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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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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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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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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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Only One을 향하여!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무...물...”


심영숙이 안쓰러운 한편 한심함을 담아 혀를 끌끌 찼다.

류지호가 어머니가 건네준 꿀물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벌컥벌컥.


혈당이 올라서인지 숙취가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다.


“몇 시에요?”

“11시.”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몸 축나게.”

“이 사람 저 사람 권하는 술을 마시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폭탄주가 문제였다.

마실 때는 부담이 없었다.

제작진뿐만 아니라, 축하를 위해 참석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권하다보니 한 잔이 두 잔 되고, 세잔... 스무 잔... 나중에는 셀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적당한 타이밍에서 빠져서 그렇지.

새벽까지 달렸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했다.

류지호가 침대를 빠져나왔다.


“좀 더 누워있지. 왜 일어나.”

“LA로 날아가야 해요.”

“미국으로 가기 전에 촬영을 미리미리 끝내놓으면 좀 좋아....”

“그나마 서울에 눈이 와서 다행이죠 뭐.”

“뭐라도 먹고 가. 엄마가 얼른 해장국이라도 준비해 줄게.”

“비행기에서 먹어도....”


심영숙의 표정을 보게 된 류지호가 말끝을 흐렸다.


“샤워하고 내려와 북어국 끓여줄게.”

“예.”


심영숙의 낙중에 하나가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자식들 밥 챙겨주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장성한 아이들에게 해줄 것이 없다.

류지호가 샤워를 하는 사이 심영숙이 손수 북어국을 끓였다.

한남동 주택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만 세 명이다.

그럼에도 자식들 식사는 직접 챙기는 심영숙이다.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니 남은 술기운마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도 어제처럼 술 많이 마시고 다녀?”

“어쩌다 한 번 정도요. 자주 그러진 않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어련히 알아서 할까마는. 알겠어. 1절만 할 게.”


아침인지 점심인지 불분명한 식사를 마친 후, 고우찬과 함께 운동을 하며 땀을 뺐다.

정오가 막 지나서 한남동 집을 나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전용기를 타고 LA로 날아갔다.


'전용기가 생겨서 무리한 일정을 잡는 것인지.... 무리한 일정을 전용기 때문에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인지.‘


미국으로 날아가는 동안 류지호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난제에서 허우적거렸다.


❉ ❉ ❉


<REMO : ....or Maybe Dead!>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빠져드는 영화가 아니다.

캐릭터 영화에 가까운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영화다.

오락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Eye-MAX와 3D라는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관객도 딱히 묵직한 메시지나 진지한 스토리텔링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 진지한 척 메시지를 강조해봐야 쓸데없다.

관객들이 웃다가, 깜짝깜짝 놀라다, 통쾌했다가, 끝에 가서는 조금이라도 코끝이 시큰했다가 결국 비싼 티켓값을 지불한 만큼의 만족감을 느끼고 극장을 나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1960년대 후반 이후 할리우드에서 3D영화 맥이 끊겼다.

80년대 Eye-MAX의 등장 이후로 70mm 3D영화가 간간이 만들어지곤 있지만, 필름 무게와 영사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최대 40~5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만 제작되었다.

류지호가 Eye-MAX Corp.에 연구개발비를 넉넉하게 지원하면서 새로운 필름 플레이트 장치와 필름 로딩 승강기가 개발되어 2시간 이상 장편영화 상영이 가능해졌다.

Eye-MAX 3D 시스템은 두 대의 프로젝터를 필요로 한다.

두 대의 프로젝터가 쏘는 영상을 스크린에 겹치게 상영하는 방식이다.

Eye-MAX 프로젝터 한 대의 가격이 7억 원을 훌쩍 넘긴다.

두 대를 한 개 상영관에 설치하는 것은 메이저 멀티플렉스 브랜드도 쉽지 않다.

또한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Eye-MAX 필름 프린트다.

배급과 관리가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영업방식을 바꿨다.

원하는 극장에 한해서 Eye-MAX 3D 시스템을 구축해 주고 수익을 분배 받는 방식이다.

그로 인해 <REMO : ....or Maybe Dead!>가 망하면 Eye-MAX Corp.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D-Cinema 스크린이 몇 개입니까?”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배급총괄이 즉각 대답했다.


“750개가 넘은 것으로 압니다.”

“디지털 3D 패키지를 더 늘립시다.”

“월드와이드 개봉시에 말입니까?”

“디지털 상영관에서도 3D 판을 볼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음.”

“일단 북미부터 서둘러 D-Cinema 패키지를 보내도록 하세요.”


<REMO : ....or Maybe Dead!>는 광역개봉이 아니라 북미 6개 Eye-MAX 상영관에서 제한상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연말 개봉작 특유의 꼼수 개봉이다.

마르틴 스콜체제 감독의 <에비에이터> 역시 같은 날 북미에서 먼저 개봉하고,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이 발표될 즈음에 영어권 국가로 확대되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 순차적으로 전 세계 개봉에 나서게 된다.

당연히 아카데미를 의식한 개봉 방식이다.

오스카를 노리는 영화들은 그처럼 12월 안에 LA를 중심으로 제한상영으로 시작한다.

아카데미 후보작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다.

즉 LA지역 7일 이상 상영이란 조건을 채우기 위해 12월 안에 극장에 영화에 거는 것이다.

<REMO : ....or Maybe Dead!>는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시각효과상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REMO : ....or Maybe Dead!>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 미술, 편집, 분장, 음향편집, 음향효과, 시각효과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다.

시각효과 부문에서 <스파이더맨Ⅱ>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Hues & Rhythm Studios의 조너선 휴즈가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다.

<스파이더맨Ⅱ>의 VFX 역시 Hues & Rhythm Studios에서 작업했다.

겨우 시각효과상 하나 수상했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아카데미 트로피는 무조건 흥행 프리미엄이 붙는다.

7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시각효과 수상은 모든 포스터에 자랑스럽게 해당 표시가 눈에 잘 띠게 박힌다.

관객들은 아카데미 수상작품이란 보증을 믿고 영화관을 찾게 된다.

아카데미 프리미엄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를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 ✻ ✻


12월 둘째 주 류지호가 LA로 돌아왔다.

<REMO : ....or Maybe Dead!> 개봉을 앞두고 배우들과 함께 프로모션 투어에 매달렸다.

NBC와 ABC 각각 한 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라디오에도 출연했다.

인구가 많은 주와 대도시를 위주로 북미 프로모션 투어를 돌았다.

지금까지 아이오와주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프로모션을 한 적이 없다.

영화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프로모션을 진행한 후 텍사스주로 향하던 류지호의 전용기가 아이오와 디모인에 들러 짧게나마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본래가 영화 프로모션 투어는 시간 단위로 쪼개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번 영화는 이전에 작업한 어떤 영화보다 강행군이었다.

최종 순제작비 1.6억 달러.

프로모션 투어에 잡힌 홍보마케팅 예산만 2,500달러에 달했다.

최종 마케팅 비용은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손익분기점은 무려 4.1억 달러다.

감독인 류지호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잠을 줄여가며 영화 프로모션에 애를 쓸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 투어를 도는 사이 류지호가 출연한 대담 프로그램이 ABC 방송망을 타고 미국에 방영되었다.

몇 달 전 파이널 믹싱 차 LA를 방문했다가 조지프 루카스, 제이미 캐머론, 롭 저메키스, 로비 잭슨 등과 디지털 영화 및 입체영화에 대해 두 시간 동안 나눈 대담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본래는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적 발전을 진단하고 예술로 어떻게 승화될 수 있을지 명감독들의 고견을 듣는 자리였다.

류지호가 대담의 진행자 겸 패널로 출연했다.

가장 젊은 감독인데다가 상대적으로 말 주변이 좋았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Eye-MAX와 3D영화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담을 이끌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VFX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가진 감독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더 우세했다.

바쁜 와중에도 류지호는 아카데미 위원회로부터 받은 리스트에서 후보작을 선별해 투표했다.

프로모션 투어를 위해 텍사스주 댈러스에 갔을 때였다.


- America's Team을 사들이려고 한다는 루머가 지역에서 돌고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미식축구를 즐기지 않더라도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를 모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물론 미국 한정이다.

미국의 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NFL을 대표하는 구단이 바로 카우보이스였기 때문이다.


“금시초문입니다. NFL의 미국 내 타 프로 스포츠 종목 구단 운영 금지 규칙이 있지 않던가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다저스의 공동 구단주입니다.”


그 외에도 NFL은 기업, 정부, 종교 단체, 비영리 단체 또는 사모펀드 회사와 같은 민간 기관이 팀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한다.

즉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설립한 JHO Sporets LLC는 NFL 구단을 소유하지 못한다.

게다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구단주는 NFL 구단주의 우두머리격의 인물이다.

그로부터 구단을 인수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 램스와 49ers와 물밑에서 접촉하는 이유는 뭡니까?

“난 그 어떤 관계자와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매튜 그레이엄이 NFL팀을 소유하기 위해 몇몇 구단 관계자와 협상 중이지 않습니까?

“그렇던가요? 나는 올해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내가 소유한 투자회사가 유럽축구리그팀들의 주식을 조금 보유하고 있는 것 말고 내가 개인적으로 프로스포츠팀을 구입하는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 영국의 맨유를 인수하는 것은 맞습니까?

“JHO Sporets LLC에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영화를 찍고 와서 곧장 <REMO : ....or Maybe Dead!> 프로모션 투어를 돌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반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류지호가 영화를 찍는 동안 매튜 그레이엄이 어지간히 NFL을 들쑤셔놓았던 모양이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댈러스 카우보이스 매입설까지 떠도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텍사스에서 초대형 테마파크를 짓고 있으니, 댈러스와 휴스턴의 시민들이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류지호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긴 했지만.


- 좀비가 등장하는 B급 장르에 무려 2억 달러 가까운 돈을 퍼부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오스카 석권을 계기로 마이너한 장르에 자신감이 생긴 겁니까?


<월드워Z>가 제작되기 전까지.

<REMO : ....or Maybe Dead!>는 명실상부 최고 예산으로 제작된 좀비영화가 될 것이다.


“나에게는 좀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리즈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면 근사하게 매듭지을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결정적으로 댄이 내게 의미 있는 영감의 단초를 제공했죠.”

- 댄?

“<28일 후>를 보고 이번 영화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댄 보일 감독의 영화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만?

“동의합니다. 첫 번째 Eye-MAX 3D 장편극영화이자, 66년 이후 미국에서 끊어진 입체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영화가 <REMO : ....or Maybe Dead!>입니다. 기존의 35mm 포맷의 영화와 별다를 것이 없다면 뭐 하러 비싼 돈 내고 불편한 안경까지 쓰면서 영화를 봐야하겠습니까? 기대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비록 조악한 완성도였지만, 인도에서는 90년대까지 3D영화가 제작되었다.

구 소련 역시 미국보다 10년은 더 3D를 제작했었고.

Eye-MAX 포맷은 캐나다 기업이 서비스하는 것이다.

미국은 1966년 이후로 사실상 오리지널 3D 장편극영화가 제작되지 않았다.

미국 연예매체에서는 이번에도 류지호가 괴짜다운 행동을 보였다고 평했다.

누구도 하지 않고 또 못하는 걸 해냈으니까.

일주일간의 프로모션 투어 강행군 끝에 LA로 돌아왔다.


마침내 12월 17일.


LA 유니벌스 시티워크 Eye-MAX와 미국 주요 대도시 다섯 곳의 전용극장에서 제한상영으로 <REMO : ....or Maybe Dead!>가 개봉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Eye-MAX 3D, Eye-MAX, D-Cinema, 일반 극장 등 2,367개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 될 예정이다.

참고로 와이드 릴리즈 첫 주 박스오피스는 4,900만 달러.

Eye-MAX 3D와 Eye-MAX 포맷 상영관 매출 덕분이다.

비평 쪽에서는 혹평이 쏟아져서 류지호를 조금 당황시킨 것 말고는 첫 주 출발은 순조로웠다


✻ ✻ ✻


미국 개봉과 첫 주 홍보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프로모션 투어를 떠나야 했다.

그전에 Playa Vista 지역에 정착한 Tri-Stellar Studios에서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과 티타임 시간을 가졌다.

<REMO : ....or Maybe Dead!> 박스오피스가 기대 이상의 추세를 보여주고 있어 트라이-스텔라 임원들의 표정들이 밝았다.

사실상 북미 매출이 손익분기점 돌파 여부를 결정하니까.


“MSM 인수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어요?”


예상대로라면 가을 즈음 결판이 났어야 할 사안이었다.


“소닉 때문에 협상판이 엉망진창이었지.”

“왜요?”

“그 미련한 자들 때문에 MSM의 주가가 10%나 폭등해버렸거든.”

“시가총액이 얼마나 되는데요?”

“당시에는 32억 달러까지 뛰었지. 지금은 다시 29억 달러 대로 감소했지만.”

“부채는 변동 없고요?”

“응. 늘지는 않았는데, 줄지도 않아서 19억 2,000만 달러.”

“아직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이유가 뭐예요?”

“커크 케르코니언이 꼼수를 부리고 있거든.”

“뭐로요?”

“목장 하나를 끼워서 처분하려고 해. 여우같은 작자지. 다 소닉의 멍청한 짓거리 때문이야.”

“MSM의 웬만한 부동산자산은 다 처분한 것 아니었어요?”

“목장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네. 거래는 가능한데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그런 게 가능해요?”

“케르코니언 그 작자가 MSM과 함께 팔아치우려는 목장에는 50개의 건물들이 보존 건물로 지정되어 있어. 전체에서 절반 이상이 훼손 금지 구역이야. 말만 영화 목장이지. 사실상 촬영시설로 이용하는 것도 까다롭고. 행여나 서부영화를 찍으면 모를까.”

“목장은 얼마나 달라고 하던가요?”

“1.3억 달러.”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겐 부담 되는 액수는 결코 아니다.


“그 금액 때문에 망설이는 거예요?”

“쓸데없는 자산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

“그러다 소닉에서 가져가면요?”

“그 쪽은 목장을 빼자고 강력해 요구하고 있어. 콜럼비아스 스튜디오를 인수할 때 떠안은 대규모 영화목장도 따로 있고 말이야.”

“웃돈을 요구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나 보네요?”

“웃돈은 또 그것대로 원하더군.”

“커크 케르코니언에게만이요?”

“아니. 텍사스 퍼시픽도.”


날강도들이다.

차라리 팔기 싫다고 하는 편이 정직해 보였다.


“협상의 여지는 없어요?”

“당초 예상보다 2.7억 달러를 더 써야 해.”

“StreamFlicks가 되었든 자체적인 OTT로든, MSM의 필름 라이브러리가 화수분이 되어줄 거예요. 그들 페이스에 끌려가선 안 되겠지만, 적당히 밀고 당기기 하는 척 하다가 극적으로 타결을 보는 걸로 해주세요.”

“영화목장은?”

“개발제한 구역 외의 지역에 리조트나 보안회사 훈련장을 세울 수 있는지 알아보죠.”

“데스밸리와 인접해 있어.”

“목장 일대가 국립공원 지역에 포함되진 않았다면서요?”

“그것까지는 자세히 모르겠군.”

“트라이-스텔라가 인수하세요. 추후 영화목장만 분리해서 JHO Security Services가 매입할 수도 있고요. 나중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도 되고.”

“자네가 그렇다면야... 1월 안에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걸세.”


이런 모습이 기존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다른 점이다.

그들은 M&A에서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이사회에 변경된 안건을 상정해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혹은 CEO가 대주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소닉의 경우, 일본 본사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일본의 의사결정 과정은 지독하게 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JHO Company Group은 오너인 류지호가 동의만 해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 역시 쉽게 MSM 인수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추후 인터넷을 통한 영화 유통에서 저작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Pixart를 ParaMax가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논의 중이라고요?”

“매튜의 아이디어일세.”

“우회상장이라도 하려고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류지호의 결정에 달린 일이다.


“잡스가 이사회에 꼭 들어가겠다고 하던데, 자넨 그를 이사회에 들일 생각이 없지 않나?”


끄덕.


JHO Pictures는 오로지 류지호만을 위해서 또 류지호로 인해 굴러가는 프로덕션이다.

다른 사공은 필요치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ParaMax Entertainment와 지분교환 방식으로 합병해서 스테픈 잡스가 ParaMax 이사회에서 Pixart에 대한 모회사의 간섭을 막아주려고 하는 모양이다.


“MSM은 모든 주식을 매입해 상장폐지 할 생각이야. 20억 달러에 가까운 부채와 자본잠식으로 인해 상장폐지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을 듯싶네.”

“Pixart 주가는 얼마 정도 하죠?”

“올해 마지막 종가 기준 57.26달러.”

“만약 합병하게 되면, ParaMax는 몇 주로 계산하게 된다고 하던가요?”

“Pixart 주당 1.96주.”


1995년 11월 말 IPO를 한 Pixart Animation Studios의 이 시기 시가총액은 69억 달러다.

주식 공개 이전에는 1주당 12~14 달러 수준에 책정되었다.

<토이 스토리> 흥행에 힘입어 공모가 22달러로 주식 시장에서 데뷔했다.

IPO 당일 주가가 무려 59달러로 급등하기도 했다.

지분 80%를 보유한 스테픈 잡스는 주식공개 당일 주가 급등에 힘입어 단숨에 억만장자의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ParaMax Entertainmet는 비상장이지만, 기업가치 평가만으로 Pixart Animation Studios의 두 배 이상이다.

우회상장은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비상장법인이 상장법인에 흡수·합병되고 비상장법인의 주주가 상장법인의 주주로 전환되는 형태의 합병이 있고, 비상장법인의 사업부문을 상장법인에 분할·합병시키는 형태의 분할합병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자산양수도가 있다.

상장법인이 비상장법인의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취득하여 회사로 편입한 후, 주식 취득 전후로 일정기간이내에 비상장법인 최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제 3자 배정 증자를 하는 형태다.


“만약 두 회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잡스씨가 개인최대 주주가 되겠군요?”

“현재 2대 주주가 JHO/Working Title 사장들이네.”

“밥이 그 다음이겠군요?”

“지분율이 워낙 작아서. 만약 우회상장을 하게 되면 지분을 주식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겠지.”


그의 형 하비 웨인스타인은 이전 삶과 달리 B급 영화판을 전전하고 있다.

간혹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류가 되진 못했다.

반면에 친동생은 ParaMax의 장르영화전문제작사 디멘션 필름을 지금까지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다.

형과 달리 사생활적인 부분에서도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다.


“LOG가 달라붙을 일은 없겠죠?”

“관계를 정리할 때 스테픈 잡스가 그쪽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매입했던 모양이야.”

“아, 그래서 지분율이 69%라고 한 것이군요?”

“간간이 통화하는 것 아니었나?”

“Pixart 주식하고 내가 보유하고 있는 MacIntosh 주식을 맞바꾸자대요. 미쳤냐고 화를 냈더니 전화 안 하던데요.”


스테픈 잡스도 별 의도 없이 한 번 던져본 것뿐이다.

그로서도 JHO Company 혹은 류지호가 MacIntosh 최대주주로 있는 것이 좋았다.

향후 아이튠즈 스토어 사업에서 JHO의 영화사업과 협력할 것이 많았기에.

떡줄 생각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 마시는 꼴이었지만.

상대하기 껄끄러운 스테픈 잡스와는 밀당할 비즈니스 거리를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JHO 계열에서 처음으로 상장기업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

“상장을 찬성하는 거야?”

“ParaMax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로 평가되는지 보면 트라이-스텔라도 예측해 볼 수 있겠죠.”

“굳이 예측이 필요해?”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가치와 실제 가치는 다르다고 하지만 궁금하긴 하네요....”

“MSM을 인수하게 되면 트라이-스텔라는 적어도 영화부문에서는 빅 원일세.”

“하하하. 어디 가서 입 밖으로 내지 마세요. 다른 스튜디오의 집중포화를 당할 겁니다.”


비록 대부분의 자산을 팔아치워 껍데기만 남은 MSM Studios라고 하더라도 필름 라이브러리만 무려 3,000편 이상 보유한 저작권 부자 기업이다.

게다가 트라이-스텔라가 가지지 못한 할리우드 역사성도 있다.

전신 중에 하나인 메트로 픽처스가 1916에 세워졌고, 세 개의 영화사가 합병해 MSM Studios가 된 것은 1924년이다.

1970년 이전에는 당당한 메이저 스튜디오였고, 스타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사장 중 한 명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개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를 만들었다.

트라이-스텔라가 MSM을 인수하면 그 역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순 없지만, 전통의 메이저 스튜디오 역사 일부를 계승했다는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게 된다.

이 당시 가장 많은 필름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메이저는 UOL/워너-타임이다.

대략 6,700편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스텔라가 MSM을 품으면 7,000 편 이상의 필름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게 된다.

역사가 30년도 안 된 스튜디오가 단숨에 IP 부자가 되는 것이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개봉영화 박스오피스 매출 40억 달러를 거두는 영화업계 공룡기업이다.

UOL/워너-타임, LOG Company, 비방디-유니벌스 등과 비교해서 그룹의 연결회계 매출은 적을지 몰라도 영화사업 부문만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빅 원(Big one)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넘버원(number one).

베스트 원(Best One).

최고의 스튜디오에게 붙일 찬사는 많았다.

온리 원(Only One).

경쟁에 있어서 승자독식의 또 다른 표현이다.

기업 생태계에서 온리 원은 가능하지 않다.

해서도 안 되고.

경쟁 없는 독점은 기업과 고객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니까.

그런데 영화감독은 온리 원이 가능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스탠리 큐브릭,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찰리 채플린 기타 등등.

영화 분야의 독보적인 길을 개척했던 이들은 넘버 원(1등 주의)이 아니라 온리 원이다.

오직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영화로 구현한 예술가들이다.

대체 불가한 특별한 무엇인가를 가진 영화인이다.

다른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그 자체가 유일한.

온리 원 영화인.

류지호는 과연 필모그래피에 한 편씩 추가 될 때마다 그 길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자신 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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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세상으로 나가 옳은 일을 하라. +7 23.09.27 2,292 89 23쪽
628 안정 속의 변화. (5) +4 23.09.26 2,211 88 22쪽
627 안정 속의 변화. (4) +5 23.09.25 2,267 93 22쪽
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5 88 23쪽
625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4 94 23쪽
624 안정 속의 변화. (1) +7 23.09.21 2,435 93 27쪽
623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2) +4 23.09.20 2,335 96 25쪽
622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 +10 23.09.19 2,342 103 25쪽
621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23.09.18 2,367 100 23쪽
620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8 23.09.16 2,395 106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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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6 10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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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2 11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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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4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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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39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84 7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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