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1 09:05
연재수 :
897 회
조회수 :
3,821,300
추천수 :
118,501
글자수 :
9,933,002

작성
23.09.18 09:05
조회
2,367
추천
100
글자
23쪽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무주리조트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류지호와 레오나가 한남동으로 돌아왔다.

새해 첫날을 가족들과 함께 맞이하기 위해서다.

새벽 운동을 다녀온 류지호가 거실에 놓여 있는 신문을 발견했다.

아버지 류민상이 읽던 신문인 모양인데, 주요 일간지와 함께 경제지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나래안전 시스템이 추징금 8억 원을 모두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이래 가장 큰 추징금 규모지만 당초 천 억 원대를 웃돌 것이란 전망에 비하면 추징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은 액수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 마저 다툼의 여지가 있어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세무조사 기간 각종 억측들이 난무했던 것을 감안해 빠르게 사안을 일단락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년 가까운 세무조사에 시달렸던 가온그룹은 한결 홀가분한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 경제투데이.


[소문, 뒷말 무성하더니....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조사4국까지 동원해가면서 찾은 내용이 ‘손익거래 회계 기재 오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인력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 겨레일보.


특별세무조사가 끝난 지 언제인데, 추징금 완납 사실을 두고 뒷북이다.


[가온그룹은 재계 30대 그룹 중 관료 출신 계열사 사장과 관료 출신 비중이 높은 편이다. 모 기업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가온그룹은 총 29명의 사외이사 중 무려 18명(62.1%)이 전직 관료 및 교수 출신이다.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무 5명, 공정거래위원회 3명 등의 순이다. 한국의 3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는 30명에 불과한데, 이중 경일자동차그룹이 7명을, 가온그룹이 3명을 무더기로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흔히 사외이사는 로비 및 보험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에서 지난 1998년 최초로 도입된 이후 시민단체, 경제학자 등이 선출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세청, 검찰, 금융위 등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 제일신문. 사회부.


한국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보통 거수기 역할이다.

로비를 맡기도 한다.

그룹 개편을 앞두고 가온그룹 산하 건설사와 금융 계열에서 금융감독위 고위급 인사를 영입했다.

특별세무조사와 금융위 출신 사외이상 영입을 결부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가온그룹에 대해 거액의 세금 추징 이외에는 국세청이 따로 조세포탈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와 별개로 조세범칙조사도 병행했음에도, 조세포탈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세무업계 일각에서는 가온그룹과 오너 류지호 의장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5개월 간 진행하고도 거액의 세금 추징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5개월에 걸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고, 그 와중에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는 것은 검찰 고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부과된 세금이 계열사 매출 규모에 비하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제로 검찰 고발 없는 세금 추징은 소리만 요란했던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류지호 의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설령, 알고 있더라도 관련 내용을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백원일보. 경제부.


재계와 세무 업계에서는 추징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헌데 보수를 표방하는 언론사만 ‘거액‘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흠집을 내려 애썼다.

특별세무조사 결과가 기대한 대로 최소 수백억 원에서 천억 원대가 되었어야 선정적인 기사들로 며칠을 우려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서 아쉬웠을까.

경제부 기자들도 관련 기사를 여러 개 써놓았다가 폐기처분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신년인사차 전화를 건 문지열 전략기획실장과 김우영 비서실장을 한남동 집으로 호출했다.


“특별세무조사의 결과로 우리가 얻은 게 뭐에요?”


그룹 내 기강 다지기 등 소기의 성과는 이미 확인했다.


“일단... 지난 특별세무조사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정부 인사들을 인사조치하기로 했습니다.”


기분이 상했을 류지호를 다독거리는 차원의 인사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범위가 어떻게 된답니까?”


문지열 전략기획실장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소상히 설명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 재정경제부 국장급 두세 명, 구서평특수 비자금 수사검사... 서울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팀장과 참여정부 경제고문 중에서 강성 재벌개혁주의자 몇 명, 금융위 간부도 징계에 포함된다고 들었습니다.”


파고들면 거론 된 인물들의 뒷배들이 꽤나 복잡했다.

모피아에 속해 있는 관료도 있고, 모 언론사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연루 된 이도 있고, 딴에는 재벌개혁이란 대의명분을 내세운 진보경제학자도 있다.


“재정경제부 관료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 가온그룹을 타깃으로 특별세무조사를 도모한 것 같진 않습니다.”

“주씨 집안과 오성이 연합했다는 루머는 뭐에요?”


제일신문과 백원일보 사주가 류지호를 고깝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증권가 찌라시 단골 메뉴다.

어린놈이 되먹지 못해 되바라졌다는 내용이 항상 따라다녔다.

상류층들이 모이는 행사에 가면 류지호가 다소 뻣뻣한 태도를 취하기는 한다.

류지호가 거만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여의도와 재계 안팎에서는 저희 그룹의 가파른 성장세가 외부 견제로 이어졌고, 그것이 탈세와 비자금이란 의혹에 휩싸인 배경이라고 분석하긴 합니다만. 그것이 메이저 언론사의 설계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검찰의 내사가 혹시 주씨 집안 막내아들과 연관 있습니까?”

“특수부 수뇌부는 김경원이란 자가 수사하는 걸 한 발 물러나서 지켜보자는 쪽이었답니다.”


만약 주씨 집안이 가온그룹을 흔들기 위해 뒤에서 조종했다면, 꽤 사안이 심각하다.

제일신문 사주인 주씨 일가는 창업자의 큰딸이 오성그룹 회장 아내이고, 장남이 제일신문 회장이며, 셋째 딸은 5공 시절 위세 높았던 전 안기부장 집 며느리이며, 막내아들은 검찰 고위급 인사다.

제일신문 회장이 일을 벌이려 했다면 당연히 매형인 오성그룹 회장과 교감이 없을 수 없고.

즉 오성그룹이 가온그룹에 대한 검찰내사와 특별세무조사를 사주했다면 전쟁선포나 마찬가지다.


“제일신문 일가는 아니란 거죠?”

“차라리 야당 쪽에서 부추겼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지긋지긋한 청군홍군 편 가르기다.

내 편인지 적인지.

보수 정치권에서 가온그룹에 대해 피아식별을 확실히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온그룹이 새만금간척사업 문제로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는 여당인사들과 접촉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알게 모르게 친가온 성향의 인사들이 꽤 많이 국회에 입성했다.

류지호는 고유현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각별하게 챙기는 뉘앙스를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니 다음 대선 승리를 염원하는 야당에서 류지호와 가온그룹을 견제하는 것도 일견 타당해 보이긴 한다.

이 시기 즈음부터 보수정치권에 검사출신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다.

누군가 재벌-보수정치세력-족벌언론-검찰-모피아로 이어지는 거대한 기득권 연합을 구상이라도 한 것일까.

공교롭게도 17~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수정당에서 비례대표포함 15~17명의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정치권에 대거 데뷔한다.

진보정당에서 뒤늦게 검사출신들을 영입하긴 하는데..... 모든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

오랜 세월 군인에게 권력을 쥐어주었던 정치인들이 나중에는 검사에게까지 권력을 쥐어준다.

누군가는 그렇게 한국 정치가 한 발 앞 서 나가다가 한 번 멈춰서고, 또 다시 한 발 딛고 그렇게 더디지만 나아간다고 위로했는데.... 개소리다.

하루하루 전력질주로 살아가는 국민들은 정치도 자신들처럼 전력질주로 앞서 나아가길 바란다.

한번 씩 멈췄다 다시 나아가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암튼 2005년 정기국회 첫 회기부터 친가온 성향의 초선의원모임이 공수처법, 부패방지법,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분리) 그 외에도 배심원제 확대, 촉법소년 기준 하향 개정, 사학법 등 온갖 개혁입법을 쏟아낼 예정이다.


“혹시 금융위 출신을 대유가온증권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과 연관이 있어요?”

“저희가 재정경제부 쪽으로 조금 취약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대유가온증권을 통해 경제관료쪽과 라인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

“그룹 회장실에서 주도했어요?”

“기획조정실에서 실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온그룹은 한국 재계서열 10위권(매출 기준)이다.

한국의 온갖 기득권 이해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원전마피아와도 라인이 닿아 있다.

대유건설 때문이다.

1991년 월성 3·4호기의 주설비공사로 원전 건설 시장에 진출한 대유건설은 설계부터 시공, 성능개선, 폐기물처리, 원전해체에 이르는 전 사이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2020년 기준 국내외 30여 개의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했었다.

특히 대유건설은 류지호의 지시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원전해체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참고로 2020년 기준 전 세계 영구정지 원전은 204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다.

2020년대 중반부터 원전해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원전 한 기당 해체비용은 대략 9,000억~1조 원으로 추정된다.

대유건설이 원전 마피아의 일원이 되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새만금간척지개발 사업만으로 2030년까지 국내 건설 프로젝트가 마를 날이 없기도 하고.


“전유림영화사 대표가 성접대로 구속되었고 함께 재벌 후계자 놀이하던 자들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위반, 상습도박 및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게 될 것이고....”

“그래봐야 집행유예로 나오는 거 아니에요?”

“혐의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최소 3년의 징역을 살게 될 거라고 합니다.”

“모 재벌그룹 회장 조카가 외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면서요?”

“국내에서 마약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태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현지 애인들과 문란한 생활을 했는데, 이번에는 운이 없었는지 사망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관없는 거죠?”


장문식 팀이 작업한 것이 아닌지 묻는 것이다.


“전 대유영상사업단장 등과 함께 상습해외도박과 외환관리법으로 검찰에 고발이 들어갔답니다.”


여기까지가 장문식 팀이 한 일이다.


“불의의 사고로 그렇게 되면서..... 가족들이 황급히 사건을 종결시킨 것으로 봐서는 현지에서 떠도는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차피 실족사 한 재벌가 망나니는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할 운명이었다.

이전 삶과 시기·장소가 달라졌지만.

재벌가 자손 중에서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가 한 둘 일까마는.

그의 죽음은 오랜 시간 미스터리로 남아 있게 된다.


“정부 차원의 징계가 그룹에 무슨 도움이 됩니까?”

“새만금개발 프로젝트의 민간주도를 반대하던 참여정부 내 관료들이 대폭 물갈이 되었거나 될 예정입니다. 야당에서도 당초 기업도시법을 적용하려던 태도를 바꿔서 저희 개발안대로 특별법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에 찬성하기로 했습니다. 첫 회기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룹 기강 다잡기 차원에서 특별세무조사를 내버려두었다.

헌데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큰 것을 양보 받게 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새만금간척지개발 특별법에 대해 딴죽을 걸 수가 없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찬성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몇 바퀴 돌면 모르지만.

그때는 이미 쌀이 밥이 되어 뜸까지 들인 후일 터.


“내년에 납세의 날에 의장님께 모범납세자 포상을....”

“됐다고 그러세요. 그룹을 몇 달 동안 털어놓고. 뭐요? 오너한테 모범납세자 표창을 한다고요. 이 사람들이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딴에는 류지호의 체면을 살려주겠다는 것 같은데.

어디서 되도 않는 수작질인지.

금관문화훈장을 준다고 해도 거절 할 판에.


“특수부도 연루되었다면서 겨우 담당 검사 좌천으로 끝이래요?”


레임덕도 아닌 대통령에게도 대드는 검찰이다.

일개 민간기업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더한 보복을 하면 했지.


“아시다시피,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을 수뇌로 모든 검사들이 한 몸으로 묶여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없어지기는 했지만, 무늬만 없앴지 인사권 등을 통해 원칙은 남아 있습니다. 검찰총장 한 사람만 내 편으로 만들면 사실상 검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셈이죠.”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게 좋은 면도 있다.

어떤 범죄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도시마다 다르거나, 농촌과 도시가 다르면 안 된다.

즉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담보하는 장치였다.

딱 그 정도 장점밖에 없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위계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정치권력에 복무하려고 잘 못 활용하는 것이 문제다.

일부 정치검찰의 잘못을 전체 검찰의 잘못인 것처럼 매도하면 안 된다는 항변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선의의 검사들도 검찰조직 전체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사동일체 원칙 하에서 그들 역시 침묵하고 동조했으니까.


“미림팀의 불법녹취록이 돌고 있다죠?”

“예.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인데 이제야 시중에 돌고 있습니다.”


90년대 안기부 내 비밀도청팀 미림팀의 활동은 정보 관련 업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정계와 언론에서는 몰랐는데, 최근 찌라시를 통해 조용히 퍼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림팀이 두 차례에 걸쳐 해체 되었다.

그로 인해 소속 정보원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일부는 나래안전 시스템까지 흘러 들어왔다.

실업자가 된 당시 미림팀 정보원들을 통해 일명 ‘안기부 X파일’이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이전 삶에서 ‘오성X파일’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오성특검으로 이어졌던 단초였다.


“언론과 진보시민단체에서 ‘안기부’로 프레임을 씌우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무조건 ‘검찰’이 표적이 되어서 이번 기회에 그들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켜야 합니다.”

“예. 의장님!”


가온그룹 내부인사 중에서 검찰을 개혁시킬 것이 아니라 말 잘 듣는 칼로 쓰자는 주장을 펴는 임원도 있다.

검찰은 정치화되어 있어서 보수정치권, 언론, 재벌과 한통속이다.

가온그룹이 그 사이로 비집기 들어가려면 류지호가 원하지 않는 결정을 여럿 해야만 한다.

그 중에 하나가 여동생을 그들 패거리에 시집을 보내는 것이다.

50년 이상 서로의 뿌리가 엉켜있는 이들이다.

그들 사이에서 동등한 위치로 행세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전 삶에서 오성그룹이 전현직 검사에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떡값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파장이 엄청났다.

특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검사문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성그룹 역시 끄떡없었고.


“어차피 오성그룹은 빠져나가게 되어 있어요. 이참에 귀찮게 달라붙는 국정원과 검찰의 힘을 빼놓는 게 가온에게도 좋아요.”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김우영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라는 것이 여당이 향을 피웠다고 자기 부모님 제사상까지도 뒤집어놓을 준비가 된 야당 아닙니까?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제사상을 뒤엎는 겁니까?”

“그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주제에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다.

주권자를 향해 무소불의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뇌물과 향응을 받는 것은 물론 심지어 성접대까지 받은 것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법과 원칙’이 얼마나 위선적인 이중 잣대인지 알 수 있다.

단적인 예가 검사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매우 관대한 처분이다.

음주운전 검사의 처분은 감봉 이하 경징계다.

한 명도 예외 없다.

그런데 그런 검사가 수사지휘를 하는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면직 처분을 받는다.

아랫사람(?)은 중징계를 받는데, 수사지휘하고 기소하는 검사는 왜 관대한 처분의 혜택을 입는 것일까.

그것이 그들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맞는 걸까.

류지호는 ‘오성X파일’을 ‘검찰X파일’로 명명해 대대적으로 이슈를 키우길 바랐다.

그를 통해 그들의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 ‘공수처’가 일찍부터 만들어지길 바랐다.

부패방지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그 외 사법개혁 법안은 모두 미끼다.

어차피 통과 못하는 법들이다.

검찰과 언론 그리고 야당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개혁법안 발의를 모두 방어하지 못하고 몇 개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 중에 ‘공수처법‘이 포함되길 바랐다.

그래서 훗날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혹시나 탄생하게 되더라도, 그의 집권 전에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차례 보완되고 개정된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공수처’가 그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다.

또한 도를 넘어선 뇌물이나 향응접대 요구에 가온그룹이 시달리지 않도록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의 힘을 빼놓을 작정이다.


“기획예산처와 재정부의 통합에 대해서는.....”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된 지 10년이 지났다.

외환위기 책임론의 영향으로 잠시 모피아가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다.

다음 정권이 본래 역사대로 보수정권이 차지한다면, 반드시 고개를 쳐들게 되어 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란 측면에서는 분명 그룹에 좋기는 할 텐데....”


류지호는 경제부처의 통합 문제에 대해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로비 창구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

어차피 한 편이니까.

이전 삶의 이선택 정부는 기획예산과 재정을 통합한 거대한 경제부서를 탄생시켰다.

결국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았다.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고유현 대통령이 자주 한 말이다.

기획재정부가 탄생하게 되면 예산은 물론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걷을지 조세업무도 가지고 있고, 경제정책과 금융 등 국가경제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도 기획, 수립한다.

예산권을 가지고 각 부처들을 관할한다.

기재부가 재정이라는 정책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생태계의 주요 정책결정자 가운데 대통령과 그 비서실 다음으로 막강해진다.

개별 정책 사업에 끼치는 실질적인 힘은 어쩌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을 대통령은 물론 비서실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산의 기획과 편성을 모두 틀어쥐고 있기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 검찰이 형사사법 분야에서 무소불위 힘을 발휘하는 것과 비슷하다.


“재벌들이 날뛰는 모피아를 관리할 수 있겠어요?”


차후 출범할 지도 모를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기 때문에 때로는 대기업의 목숨줄을 쥐고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연기금, 국책은행 자금이 투입된 수많은 대기업들이 있다.

직간접적으로 기획재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원화 해 갈 텐데.... 군인들이 정권을 잡아 계획경제·관치금융으로 키워낸 경제 괴물들이 혁신과 창조가 키워드인 21세기에 제대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경제의 실패는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국민 모두의 문제다.

재벌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오죽하면 보수정부에서조차 모피아의 힘을 빼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할까.

민주주의의 기본은 분권과 견제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모피아 경제가 당장은 재벌에게 이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래의 경쟁력을 당겨서 쓰는 꼴이다.

국가경제의 성장이 정체되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대기업에게도 부정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더러 모피아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을 고민해 보라고 하세요. 만약 검찰과 모피아가 결합하게 되면 이 나라 경제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한국이 이어받게 될 수도 있다.

특정 품목 또는 특정국가의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은 대외 환경 변화에 의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기에.


“알겠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여야 싱크탱크 쪽에 뜻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한국 정계에 회오리바람이 불수도 있다.

각종 이슈에 가온그룹이 기름을 부어버릴 테니까.

이전 삶에서 여시해행(與時偕行)이란 국가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가 있었다.

족벌언론사의 회장이 이사로 있으며 좌지우지 했던 정치모임이었다.

가온그룹은 비공식적으로 제17대 국회의원 여야 초선을 중심으로 결성된 정치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각종 입법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첫 번째가 새만금간척지개발 특별법 통과다.

이어서 각종 개혁입법을 정신없이 몰아칠 생각이다.

한번 굴리는 게 어렵지 일단 구르기 시작한 돌은 쉬이 멈추지 않는 법이다.

류지호는 어떤 한 세력이 손을 쓰지 못할 정도의 위치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원하는 모든 것을 뜻대로 다 이룰 순 없다.

추진하는 것 중에서 절반 만 이뤄내도 성공이다.

경제가 아닌 분야에서 오지랖을 떠는 것을 장문식은 ‘정의의 용사’ 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글쎄... 내 가족 누군가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


모피아(Mofia)와 법비(法匪)가 손을 잡고 해코지하려고 마음먹으면, 제 아무리 막강한 금력을 가지고 있는 류지호라고 하더라도 가족 모두를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카르텔의 동업자가 될 생각은 없다.

본인이 새로운 카르텔의 중심이 된다면 모를까.

따라서 그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제동장치를 걸어둘 생각이다.

힘이 있으니까 힘을 쓰는 것이다.

그 힘을 빼놓으면 된다.

혹은 반대편에 힘을 실어주어 견제를 할 수 있도록 만들던가.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행복한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0 재밌어 질 것 같네.... (1) +8 23.09.28 2,195 104 25쪽
629 세상으로 나가 옳은 일을 하라. +7 23.09.27 2,293 89 23쪽
628 안정 속의 변화. (5) +4 23.09.26 2,211 88 22쪽
627 안정 속의 변화. (4) +5 23.09.25 2,267 93 22쪽
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5 88 23쪽
625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5 94 23쪽
624 안정 속의 변화. (1) +7 23.09.21 2,435 93 27쪽
623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2) +4 23.09.20 2,336 96 25쪽
622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 +10 23.09.19 2,343 103 25쪽
»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23.09.18 2,368 100 23쪽
620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8 23.09.16 2,396 106 25쪽
619 비평가들이 싫어하면 관객이 좋아해. +4 23.09.15 2,319 108 24쪽
618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7 103 23쪽
617 우린 괴물이 아닙니다! +13 23.09.13 2,340 111 28쪽
616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2 112 24쪽
615 살아줘서 고맙다..... +8 23.09.11 2,383 105 29쪽
614 민중의 적 : EMBARGO. (14) +5 23.09.09 2,322 100 25쪽
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4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611 민중의 적 : EMBARGO. (11) +6 23.09.07 2,169 97 24쪽
610 민중의 적 : EMBARGO. (10) +4 23.09.07 2,017 83 23쪽
609 민중의 적 : EMBARGO. (9) +4 23.09.06 2,217 97 23쪽
608 민중의 적 : EMBARGO. (8) +3 23.09.06 2,091 85 23쪽
607 민중의 적 : EMBARGO. (7) +6 23.09.05 2,228 92 25쪽
606 민중의 적 : EMBARGO. (6) +2 23.09.05 2,135 86 22쪽
605 민중의 적 : EMBARGO. (5) +7 23.09.04 2,300 87 24쪽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194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39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85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17 105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