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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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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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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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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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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성수동 공단지역.

한때 만물공단이라고 불리며 수제화 산업의 메카였다.

현재는 공장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낡은 창고와 오래된 건물만 남아 있다.

그랬던 지역에 최신공법과 모던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21층 고층 빌딩과 부속건물들로 이루어진 다솜미디어센터가 들어섰다.

우중충한 공단지역에 모던한 고층빌딩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흡사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개관기념식에 가온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그룹이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어서 떠들썩한 행사나 언론 홍보를 가급적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온갖 매스컴에서 찾아오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도 잔뜩 날이 선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지상파 수준의 위용을 자랑하는 사옥을 갖추게 됨으로써 케이블 업계의 공룡기업 탄생 선포라고 보기 때문이다.

류지호와 래리 킴 회장, 박건호 대표를 비롯해 그룹 최고 수뇌부들이 시설관리팀장의 안내를 받아 건물 곳곳을 둘러봤다.


“11층까지는 두 개 층의 로비층을 제외하면 주로 스튜디오와 기술부서 같은 방송제작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2층부터 20층까지는 방송지원 사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절제된 입방체 형태를 가진 건물 두 채를 연결하고 11층 높이의 부속건물이 하나의 단지를 이루는 모양새다.


“조망이 좋은 맨 위층에 직원 레스토랑과 피트니스 센터 같은 임직원 편의시설을 위치시켰습니다.”


대체로 최고층은 높은 사람들 차지일 경우가 많다.

다솜미디어센터는 그 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임직원들의 공용 복지시설로 제공하도록 배려했다.

이런 기조는 차후 상암과 아리울(새만금)에 지어질 사옥들에도 똑같이 적용될 예정이다.


“창이 필요한 사무공간과 창이 없어야 할 제작공간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건물의 특성상 외관의 창의적 구성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었습니다. 건축가는 마치 픽셀(Pixel)을 연상시키는 듯한, 혹은 직물의 패턴을 연상시키는 듯한 전력계통망(grid) 콘셉트로 하여 창이 필요한 부분에는 유리를 쓰고 창이 없어야 할 부분에는 알루미늄 패널을 끼워 외관상 통일감과 변화를 줬습니다.”


류지호가 아는 체를 했다.


“알루미늄 패널이 보는 각도나 시간에 따라 색상이 변하겠군요?”


시설관리팀장이 아부를 떨었다.


“맞습니다.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해의 높이와 방향에 따라 그리고 어느 방향에서 건물을 보느냐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12층에서 시작하여 건물 지붕까지 이어지는 채광정(light well)은 사무공간에 자연광을 비추고, 여러 장르의 예술품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디테일을 살렸습니다.”


류지호가 본부 건물 외에 부속건물과 독립건물을 차례로 가리켰다.


“어느 쪽이 공개홀로 사용될 곳입니까?”

“오른쪽 독립건물이 KM뮤직 공개홀이고 왼쪽이 홈쇼핑 스튜디오가 가동됩니다.”


재밌는 것은 두 건물의 하단이다.

대림창고 같은 적색벽돌 창고와 낡고 볼품없는 기존의 공장 벽을 그대로 놔뒀다.

지상에서 보는 사람의 시야로는 성수동 공장지대의 빈티지한 동네다.

고개를 조금만 들어 올리면 최첨단 공법으로 시공된 세련된 현대식 고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용(adaptive reuse)이란 도시 재생의 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콘셉트다.

적응적 재사용이란 개념인데, 보존 가치가 뛰어난 건물의 외관을 보존하여 지역의 역사성 및 문화성을 보존시키되 상황에 맞게 재활용하자는 도시재생 방법 중에 하나다.

옛 건물을 그대로 존치시키는 방식이 있고, 다솜미디어센터처럼 건물의 외관만 남겨두는 방식이 있다.


“성수동 공단 특유의 긴 시간, 그 역사성은 만들어내고 싶어도 만들어낼 수 없어요.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는 영화나 드라마 로케이션으로도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겁니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의 대형커피숍과 스펙트럼조이숍, 서점, 기념품 숍도 인근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한 것은 아니다.

다솜미디어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관계자들을 위한 근린서비스 시설이다.


“KM뮤직 공개홀의 전면부가 스카라 극장이죠?”

“예. 스카라 극장의 전면부 외벽을 통째로 뜯어왔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가능한 손상 없이 가져와 공개홀 안에 고스란히 재현했습니다.”


쉽지 않았다.

돈이 무척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했다.

류지호의 고집으로 밀어붙였다.

왜?

서울 시내 근대 건축물 중 하나이자,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건물이 스카라극장이다.

그런 역사성을 가진 극장을 건물주가 헐어버리려고 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얌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건물주로서는 자신의 재산권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장사 안 되는 극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헐어버리고 초고층 빌딩을 세우면, 조물주보다 더 위대하다는 건물주가 되어 몇 대를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니까.

서울시나 문화재청으로써도 도리가 없다.

법적으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가온그룹이 서울시, 문화재청 등 유관부서와 긴밀하게 협조해 건물주를 압박했다.

이왕 헐어버릴 것이라면 가온그룹에 외관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내부를 넘기라고.

건물주는 욕심을 부렸다.

공짜로 가져가지 말고,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가온그룹은 언론 플레이로, 서울시는 특별세무조사 등 합법적인 방식으로 건물주를 압박했다.

건물주로서는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가온그룹은 스카라극장을 뜯어 다솜미디어센터에 적응적 재사용의 방식으로 활용했다.


“국도극장은 어떻게 되고 있답니까?”


시설관리팀장 대신에 문지열 전략기획실장이 대답했다.


“스카라 극장의 예가 있었기에 제안을 하자마자 바로 응했습니다.”

“문화재청과 시민단체가 아쉬워했겠군요?”


재사용이 되어버렸기에 근대문화재를 그대로 보존할 수 없게 됐다.


“근대문화유산 등록이라는 것이 뚝딱하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등록예고를 하고, 관련법에 의거해 행정절차를 밟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근대문화재의 최종 등록은 소유주가 동의해야 가능하고, 재개발을 위한 무단 철거 행위를 규제할 법규는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가온그룹에서 외관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시설 일부를 통째로 뜯어 보존한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다솜미디어센터는 스페인의 유명 건축 복원 및 보수전문 회사에 이 프로젝트를 맡겼다.

통째로 뜯어서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조각조각 분해해서 운반한 후, 그대로 복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단성사는....”


류지호가 짜증이 치밀어 인상을 구겼다.

WaW 엔터테인먼트 박건호 회장을 통해 단성사 매입을 타진했다.

단성사는 첫 한국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의리적 구토>가 상영했으며, 첫 필름 영화인 <아리랑>이 공개되었던 곳이고, 최초의 유성영화 <춘향전>을 상영했던 유서 깊은 극장이다.

최초 설립 이후 한국전쟁 등으로 몇 차례 리모델링을 하긴 했지만, 한국영화 역사가 담겨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류지호는 멀티플렉스 시대에도 단관극장으로 남겨 LA 차이니즈극장처럼 춘사영화상 시상식 및 각종 영화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하는 특별상영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박건호 대표의 간곡한 매각요청에도 불구하고 단성사 소유주가 극장을 헐어버렸다.

그곳에 고층 건물을 신축해버렸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개인이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는 게 쉽지 않네요.”


아쉬워하는 류지호를 박건호 회장이 위로했다.


“좋게 생각하십시오. 전근대적인 충무로가 종말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현 서울시장 정의국은 보수당 소속이다.

도시 재생보다는 재개발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온그룹이 도시 재생으로도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역사와 시간을 담은 건물의 외형만을 그대로 남겨두고 그 위로 고층 빌딩을 올리면 되니까.

비록 건축설계와 시공비가 좀 더 들긴 하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


“문 실장....”

“예. 의장님!”

“뉴욕시장과 서울시장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봐야겠어요.”


정치인이라면 환장할 빅 이벤트다.

온갖 언론이 헤드라인으로 다뤄줄 뉴스니까.


“안건은....?”

“뉴욕시가 추진하고 있는 하이드라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청계천 복원과 함께 성수동 도시재생을 정의국 시장의 치적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이전 삶에서 이선택 시장의 치적이 되어주었던 서울시의 여러 인상적인 사업이 정의국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거기에 성수동 재생사업까지 하나 얹어주면 재선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딱히 뇌물을 주지 않아도 류지호는 정치인을 도와줄 방법이 많았다.

바로 거물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는 것이다.

알아서 활용하는 것은 해당 정치인의 몫이고.


✻ ✻ ✻


꿈의 뉴미디어.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처음 출범할 때 케이블TV를 그렇게 불렸다.

그랬던 케이블TV는, 90년대 경제적 소용돌이 속에서 부침을 거듭했다.

자본력이 약했던 대다수의 초기 사업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판을 접어야 했다.

그럼에도 출범 10년 만에 가입자 1,300만 명 시대가 열렸다.

마침내 케이블TV가 지상파 독과점 체제를 흔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진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케이블TV에 돈이 몰리고 있다.

청와대며 국회, 각 부처들까지 나서 이를 화두로 한 논쟁에 여념이 없다.

이 시기 텔레비전 수상기가 있는 전국의 1,740만여 가구 중 무려 73.4%가 케이블TV에 가입했고, 위성방송 가입 가구도 9.5%나 됐다.

국민 대다수가 유료방송을 본다.

거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도 속속 등장했다.

전체 케이블TV 가입자의 70% 이상이 MSO 소속이다.

국내 최대 MSO인 대광 티브로드는 21개 SO에 275만 명의 가입자가 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다솜미디어로 12개 SO에 가입자 수 178만 명이다.

10개 SO의 C&M커뮤니케이션은 136만 명, BS케이블넷 또한 7개 SO에 124만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가입자가 수가 늘어난 것은 미국의 웰메이드 TV시리즈가 방영되면서 마니아층을 흡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0년 말 1~2%에 머물던 케이블TV 시청률이 3년 만에 10%대까지 치솟았다.

케이블TV가 이렇듯 호시절을 누리게 된 데는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시대적 대세 때문이다.

어렵게 가설한 광동축혼합망(HFC)을 이용,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주요했다.

업계 전체 매출의 30%를 초고속서비스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케이블TV 가입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인터넷전화(VoIP) 사업 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MSO를 중심으로 ‘케이블폰 추진단’도 설립했다.

2006년 초 상용화가 목표다.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세 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이른바 패키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자본이 넉넉해진 케이블TV 쪽에서 아예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도 생겼다.

올미디어에서도 8부작 <가족연애사>와 5부작 <코마>를 기획 중이다.

각각 제작비 10억 원, 25억 원이 투입될 대작이다. 


“시청률에 매몰되지 마세요. 그러면 어떤 시도나 도전 앞에서도 주춤하게 됩니다.”


새롭게 문을 연 KM뮤직 공개홀 무대 위에 서 있는 류지호의 일성이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해 볼까요? 이제 시청자들이 ‘주는 대로 받아먹던’ 시절은 가고 ‘입맛 따라 골라먹는’ 재미에 길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분야 콘텐츠만을 집중 방영하는 케이블 채널식 편성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진 덕분이지요.”


외국 걸작 드라마의 ‘맛’을 본 시청자들이 구태의연한 인물과 줄거리로 꽉 찬 국내 드라마들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미디어 시장에서 발생하는 행위들은 생태계와 많이 닮았습니다. 곤충이 식물을 공격하면 식물은 곤충을 물리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다시 곤충은 식물을 먹는 새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것이 바로 경쟁과 공조를 통한 공진화(共進化)라는 것입니다.”


공개홀 무대에는 틀에 박힌 단상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스테픈 잡스의 MacIntosh 신제품 출시 발표장 같았다.

류지호는 자신이 미국에서 펼치는 위성방송 및 TV분야 사업을 직원들 앞에서 설명했다.

훈시가 아니라 일종의 발표회 형식이다.


“모든 미디어 시스템은 기술의 진화와 함께 복잡한 적응 시스템 안에서 공진화합니다. 케이블TV도 본래의 형태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지상파 방송과, 또 IPTV와 공진화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2001~2002년 사이, 이미 케이블 점유율이 지상파를 앞질렀다.

작년과 올해 초, 주 시청시간대 시청률마저도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다.


“케이블TV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지상파가 아닐지 모릅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통신회사가 될 겁니다.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추진 중인 IPTV(인터넷프로토콜TV) 서비스는 케이블TV의 존망을 결정할 수도 있는 핵심 사안입니다.”


이 당시만 해도 IPTV는 방송통신 융합의 대표 사례로 부각되고 있는 뉴미디어다.

초고속인터넷망을 TV에 바로 연결해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 다채널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종국에는 OTT 서비스가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되겠지만.

당장은 IPTV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케이블TV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요? MSO는 전국 77개 구역, 20% 이상을 경영할 수 없으며 외자 비율도 49%를 넘겨선 안 됩니다. 채널 운용과 내용도 방송위원회의 심의를 받지요. 반면 통신사는 전국 대상의 단일 방송망을 꾸릴 수 있고 방송에 적용되는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을 겁니다. 이미 1,200만 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갖고 있는 만큼 마케팅도 식은 죽 먹기죠. 물론 업계가 일치된 목소리로 SO의 방송법 규제를 완화하는 법제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절대 IPTV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로 대표되는 규제 기관 간의 관할다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방송업계나 통신업계 모두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케이블TV 업계뿐만 아니라, 언론 관련 시민단체 역시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성방송, 지상파 방송사, 통신사업자 할 것 없이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케이블TV 운신의 폭을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한 해답... 별 거 없습니다. 콘텐츠입니다. 트라이-스텔라TV는 재방송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잘 만든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오래갑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에 대해 낙인을 찍지 마세요. 실패는 나중에 찾아올 성공을 위한 연구개발 과정입니다. 어떠한 시도도 좋습니다.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세요. 일본이든 동남아시아든 중국이든 팔아봅시다.”


100년의 역사를 써나가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자, 재무적으로 건실한 체제를 구축해 일류기업으로 거듭나자... 판에 박힌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중요한 메시지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거다.

시청률이 안 나왔다고 실패한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케이블TV 역사가 이제야 10년이다.

이제 막 자체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검열을 둘 필요는 없다.

뭐든 시도해야 할 때다.

본래라면 외국의 프로그램을 베끼는데 혈안이 되었겠지만.

다솜미디어 만큼은 저작권을 사다가 떳떳하게 한국판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으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인은 남의 것을 가져다가 별의 별 것을 다 적용해보고, 요상한 방식으로 현지화를 한 다음에, 글로벌에서 통할 또 다른 요상한 걸 잘도 만들어내는 민족이다.

한국의 방송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을 사오는데 부담이 없다.

떳떳하게 사다가 우리식으로 현지화해서 만들면 된다.

비상장기업인 가온그룹은 배당도 거의 안 한다.

대부분의 이익을 재투자하는 편이다.

인수합병의 경우, 금융권 차입은 최소로 하고 유보금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오너인 류지호가 무차입 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부채가 없지는 않다.

무시해도 될 정도다.

워낙에 현금성 유동자산이 충분해서 어떤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니 흑자에 얽매어 관성적인 프로그램 편성을 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류지호는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다.

실적과 성과를 주문하는 것은 래리 킴 회장과 그룹의 최고 경영자들로 충분했다.


✻ ✻ ✻


다솜미디어센터 개관식에 꽤 많은 기자들이 왔다.


- 여기가 그룹 본사가 되는 거야?

- 케이블TV 사옥이라잖아.

- 가온그룹 본사는 도대체 어디야?

- 강남 G-Tower 아니었어?

- 곰사거리 가온빌딩에 류 의장 사무실이 있다며?

- 미국의 JHO 그룹 본사 사옥이 LA 시내가 아니라 웨스트우드에 조그맣게 있지 않나?

- 무슨 대기업이 본사 사옥도 없어?

- 상암동에 본사 사옥 짓고 있다고 들은 것도 같고.

- 기자실 만들어 달라고 홍보실에 미리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냐?


가온그룹은 기자들 사이에서 매우 핫한 기업이다.

기자들 표현으로는 땟감(기사거리)이 쏟아진다.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이 가온 본사와 주요 계열사의 프리패스 비표를 만들어달라는 정신 나간 요구를 했다.

한국 최고 기업이라는 오성그룹에 기자실이 있으니 당연히 가온그룹도 만들 줄 알았던 모양이다.

어림도 없다.

해외에선 기자단 중심 출입처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기자는 국가권력도 하지 않는 짓을 버젓이 한다.

점심시간에 맞춰 과천 종합청사에 가보면, 승합차들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기자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러 가는 것이다.

공무원이 기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은 꽤 오래되었다.

정부청사를 드나드는 대기업 홍보팀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기자실에 점심을 사러 내려오는데, 더치페이하는 기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기자들이 얻어먹는 한 끼 식사는 1인당 3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 일쑤다.

밤에는 룸살롱을 비롯해 성접대 문화가 만연했다.

심지어 국내에서 성접대를 받다가 적발될 것을 우려해 외국 출장을 나가는 김에 대기업 홍보팀에 성접대를 요구하는 기자도 있다.

해외에서 성접대를 받는 이들은 주로 언론사 간부들이다.

정부부처 출입 기자들이 기업의 돈으로 외국 출장을 갈 때 20만~30만 원씩 보도자료에 동봉된 촌지를 받는 경우도 많다.

건설사의 경우 기자들을 아파트 분양 현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보도자료에 10만~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넣어주는가 하면, 스포츠 종목 단체장들은 취임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관례인 양 기자들에게 봉투를 돌리기도 한다.

방송연예계, 영화계는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오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 본사에 버젓이 기자실이 존재한다.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뭔가 터지면 그룹 홍보팀이 기자 여러 명을 한 번에 전부 모아서 접대하는데, 개별로 2차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대기업 홍보팀은 신문의 날과 명절, 생일 등 기념일에 중앙일간지 기자에겐 50만 원, 전문지 기자는 30만 원, 지방지는 20만 원을 주며 관리한다.

가온그룹 계열사 일부도 이런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모두가 다 하는 아주 기본적인 식사 대접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기자들이 죽자고 달려들기에.


“진짜 이럴 거요? 난 몰라. 당신이 책임져.”


다음 날 바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사가 토막기사라도 무조건 나간다.

악의적인 기사가 나가게 되면, 홍보실 직원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검찰에 제보를 하세요.”

“한통속입니다. 그 둘이 결탁하면 그 누구도 맞서지 못합니다. 검찰이 저항하는 것 보십시오. 일국의 대통령도 밀리는 판국이잖습니까?”

“언론이 모두 쓰레기는 아니잖습니까? 특종에 혈안이 된 기자도 많을 겁니다. 그 동안 수집한 전·현직 검사들 비리 터트려버리세요. 검찰 내부의 판공비 촌지관행, 스폰서 검사, 골프접대 관행, 무소불위의 기소권 가지고 장난친 사례들, 수사지휘권 문제도 공론화 시키고. 기존에 메이저 언론이 방송분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언론법도 정비하도록 하고. 고위공직자 부패방지원회 설치와 부패방지법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한국의 기자들 행태를 <민중의 적> 후속편에서 시원하게 까발릴 예정이다.

<민중의 적> 후속편은 송진한이 썼다.

그는 가온그룹 홍보맨들을 밀착취재 하며 생생한 경험담을 시나리오에 녹여냈다.

홍보맨 중에는 언론사 출신도 많아서 과거와 현재의 기자행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가 있었다.

류지호 본인도 이전 삶에서 기레기에 관해 취재를 한 경험이 있었다.

연예부 기자도 여럿 상대해 봤다.

두 번째 삶을 살면서 미국과 영국의 진짜 저널리스트도 경험해 봤다.

한국의 기자단 관행은 어디서 왔을까.

당연히 일본 기자실 중심의 출입처 문화에서 왔다.

그러나 일본은 기자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거나 취재보도가 획일화하는 데에 나름 예민해서 한국처럼 일부 기자단이 특권을 누리지는 않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 언론사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각종 취재 특권을 부여해주는 건 공개적으로 뇌물을 주고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민 누구도 기자들 편의 제공하는 데에 세금을 쓰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기자단 관행은 안 없어지고 수십 년이 더 이어진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참여정부에서 기자단 체제를 개편하려고 하지만, 기자와 기레기가 한마음 한뜻으로 저항해서 없던 일이 된다.

이전 삶에서 <민중의 적> 후속편은 검찰을 심하게 ‘빨아주는’ 영화였다.

1편에서 보여주었던 풍자와 해학은 사라지고 소영웅주의만 남은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만 검찰청 홍보 영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흥행에는 나름 성공했다.

류지호는 언론이든 검찰이든 재벌이든 눈치 볼 이유가 없다.

따라서 과감하게 영화를 기획해도 된다.

<민중의 적> 후속편의 강철중은 유력 보수신문 사회부 일진 기자이다.

1편처럼 비리가 몸에 배어 있다.

기자 세계에서 당연시 된 갑질, 접대, 촌지 그리고 공무원-기업-기자로 이어진 커넥션의 가교역할이자 때론 정점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공식적으로 ‘기레기‘라는 신종어를 처음으로 등장시킬 예정이다.


“천박한 조롱보다 풍자를 통한 차가운 비판을 해주길 바래. 그리고 일반화 시키지 말아줘. 대부분의 신문 그리고 기자들은 좋은 사람이니까.”


친분이 있는 LA지역 일간지 기자가 류지호에게 한 충고였다.

그의 충고를 이번에는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언론과 또 그들과 커넥션을 이루는 기득권을 독하게 깔 계획이니까.

한국에서 기자라는 직업은 최상위 권력으로 가는 우대권이나 마찬가지다.

기레기라고 불리는 나쁜 기자들은 대중들의 모욕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슴없이 독자들을 향해 ‘개돼지’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한 줌 권력, 공짜 잿밥에 목매는 사람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엘리트집단 대부분은 그것들에 목숨을 건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 위에서 언론이 군림하도록 누구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

허황된 자조일 뿐일까.


[지식인은 지식과 지혜, 논리로 국민을 길들인다면, 정치인은 쇼맨십과 이념으로 국민을 길들이는 거야. 마치 끼니때가 되면 사료를 주는 것처럼. 언론? 그 둘 사이에서 절묘하게 걸쳐 있지. 가교냐고? NO! 둘 다 할 수 있고 둘 다 하는 사람들이지, 우리 기레기는..... 큭큭. 어때 줄타기 하는 기분이. 죽여주지 않냐, X발! 큭큭큭.]


송진한이 쓴 다이얼로그다.

본래 대사의 1/3이 욕설이었다.

이 시기까지도 많은 작가들이 시나리오에 걸쭉한 욕을 많이 사용했다.

리얼리티라고 생각해서다.

한국영화에서 욕설이 일종의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필요 이상의 욕설은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대사를 욕설로 버무리는 것은 손쉽게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이다.

결코 섬세한 인물 묘사는 아니다.

류지호는 <민중의 적> 후속편에서 욕설보다는 태도나 행동으로 인물을 묘사할 계획이다.

전편과 달리 후속편의 강철중은 먹물로 가득 찬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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