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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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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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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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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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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People Not Profit!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북미 프로모션을 무사히 마친 류지호는 배우들과 함께 한국으로 날아가야 했다.

그 전에 뉴욕에 들렀다.

레오나 파커를 픽업하기 위해서다.

롱 아일랜드의 파커 저택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져다 놓을 필요가 없다.

저택의 아름다운 정원수에 색색의 전구가 치장되면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마치 산타클로스 마을처럼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원을 류지호와 레오나가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사촌들과 이 동화 같은 정원을 탐험했었어.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할아버지가 정원 곳곳에 선물을 숨겨놨었거든.”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생 좀 했겠다고 생각하는데.


“수십 년 째 파커와 거래하는 업체가 있는데, 12월이 되면 그 해 장식할 전구와 콘셉트를 정하려고 저택을 방문해.”


뉴욕의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업체는 백화점, 교회, 관공서 등에서만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뉴욕주의 수많은 부자들의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및 장식을 따내기 위해 연초부터 경쟁을 벌인다.

관련한 시장규모도 상당하다.


“작년까지는 할아버지가 일일이 결정하셨는데.....”


올해는 며느리인 캐서린이 파커 저택의 트리 장식을 결정했다.

윌리엄 파커의 건강이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오나 파커의 목소리가 촉촉해질 기미가 보이자 류지호가 화제를 돌렸다.


“벨에어 주택도 이곳처럼 산타클로스 마을을 꾸며 볼까?”


레오나 파커가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이나 뉴욕에서 보내야지.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려고?”

“겨울에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나....?”


미국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그리고 한국의 최대 명절 추석 및 설날.

뿔뿔이 흩어져 바쁜 일상을 보내던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중요한 날이다.

레오나 파커는 적어도 명절만큼은 류지호가 가족과 보내길 바랐다.


“혹시.... 인도의 제약회사에 투자할 생각은 없어?”

“유망한 기업이야?”

“글리벡 알지?”

“Novusartes에서 판매하는 백혈병 치료제?”


Novusartes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거대 제약기업이다.

세계 1위 농약 판매 기업이기도 한데, 2001년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만든 후 더 유명해졌다.


“인도의 제작회사에서 글리벡의 제네릭인 비낫(Veenat)을 개발했거든. Novusartes가 판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서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얼마에 파는데?”

“글리벡은 2,700~4,000달러. 비낫은 75~175달러.”

“복제약이 저렴한 거야 당연한 거고. JHO는 Karl Pfizer & Co와 다른 미국계 글로벌 제약회사 주요 주주야. 인도의 제네릭 제약사는 흥미가 동하지 않아.”

“사실은....”


레오나 파커가 긴 설명을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유명한 소년이 있는데, 에이즈에 걸린 음코시 존슨이란 소년이다.

소년은 에이즈 보균자인 어머니로부터 수직 감염돼 에이즈 환자로 세상에 태어났다.

소년이 유명해진 것은 200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3차 세계 에이즈 총회 연설 때문이다.

이 에이즈 총회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남아공 정부를 상대로 낸 ‘프리토리아 소송’ 때문에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당시 남아공은 40만 에이즈 환자 중 겨우 1만 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10년 간 300만 명이 죽음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결국 만델라 정부는 에이즈 치료제 특허를 무시하고 자국민을 위해 생산하거나 인도에서 값싼 복제약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다국적 제약회사 39개가 단결해 남아공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프리토리아 소송’의 시작이다.

에이즈 치료제는 1998년에 개발됐다.

하지만 당시 남아프리카를 비롯해 인도와 태국, 브라질 등 저소득국가에서는 매일 수천 명의 에이즈 환자가 사망하고 있었다.

특허를 가진 일부 제약회사들이 제조와 공급을 독점했던 탓이다.

연간 1만5,000달러(약 1,740만원)나 되는 약값을 지불할 만한 여력이 없는 이들은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음코시 존슨이 총회에서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했다.

연설을 들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구호가 터져 나왔다.


"People Not Profit!"


그때부터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는 전 세계 의료관련 집회 및 시민운동에서 외치게 될 유명한 구호가 됐다.

국제여론이 들끓으면서 제약회사들은 소송을 취하했다.


“프리토리아 소송은 의약품 접근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사건이야.”


류지호는 계속해보라는 듯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얼마 안 가서 또 하나의 역사적 판결이 나왔어. Novusartes가 인도 소송에서 패배한 거야. 인도 대법원이 성분만 살짝 바꿔 글리벡 특허를 ‘영원히’ 유지하려는 Novusartes의 탐욕에 제동을 걸었거든.”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적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나 가격이 문제다.

Novusartes는 글리벡 가격을 한 알에 2만4,000원에 팔겠다고 했다.

만성 백혈병 환자들은 하루 4~8알을 먹어야 산다.

한 달에 최소 300~600만 원이 드는 것이다.

‘전 세계 단일 약값’을 고수하는 Novusartes 입장에서 인도는 눈엣가시다.

따라서 Novusartes는 인도 정부에 글리벡 특허를 요구했다.

인도 정부가 인도 특허법을 근거로 거부하자, Novusartes는 인도 특허법 자체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도 특허법은 제약회사가 약 성분을 조금만 바꾸어 특허를 계속 유지시키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을 방지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 때문에 한국에도 도입되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영원한 특허’를 부여하게 됐다.

어쨌든 Novusartes가 인도 특허법을 무력화하려는 소송에 나서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지원했다.

인도 대법원 판결을 며칠 앞두고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미국 의회에서 ‘미국-인도 무역관계 : 기회와 도전들’이라는 공청회까지 열었을 정도다.

말은 공청회지만 협박과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상원의원은 약값 인상이야 말로 인도가 세계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매년 전 세계 1,400만 명이 비싼 약값 때문에 죽어. 이 재앙에 맞서 싸워야 해.”

“누가?”


레오나 파커가 힘주어 대답했다.


“우리가.”


누가 대가문의 손녀 아니랄까봐.

자선사업의 스케일도 남달랐다.

무려 1,400만 명을 구원하겠다니.


“변호사 라이선스 따게 되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기로 마음을 굳힌 거야?”

“예일에서 다양한 사회활동가를 알게 됐는데, 불편하고 불공정한 의약품 시장에 대해 알게 됐어. 예방이 가능하거나 치료 가능한 병임에도 비싼 약값 때문에 수 천만 명이 죽어가. 가장 끔찍한 인류가 저지른 재앙으로 꼽히는 홀로코스트도 600만 명이 죽었는데, 이 시대에는 매년 두 번의 홀로코스트가 의약품 특허 때문에 일어나는 셈이야.”


류지호도 다국적 제약회사에 투자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한 거대 제약회사 10개의 순수익은 다른 490개 회사의 순수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그 비결은 모두 의약 특허권 덕분이다.

특허를 둘러싼 싸움은 생명을 둘러싼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윤인가 생명인가. 우리는 그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인류의 답을 두고 제약회사와 전투를 벌여야 하고.”


야무진 표정으로 결의를 다지는 레오나 파커다.

류지호도 흘려들을 수 없는 문제다.

지난 2001년 한국의 환자와 의료인들이 거리로 나선 일이 있었다.


-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죽을 수는 없다!


그들은 Novusartes 코리아 사옥 앞에서 약값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약가 협상이 이루어지는 건강보험공단 앞에서도 ‘이윤보다 생명’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약값 인하 시위는 3년 넘도록 진행되었다.

그 사이 함께 싸우던 환자 7명이 세상을 떠났다.

Novusartes 코리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글리벡 한 알에 1만7,000원을 고시했다.

Novusartes는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맞섰다.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 한국 정부가 패배해 글리벡 가격은 한 알에 2만3,040원으로 결정된다.

그들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꼬박꼬박 챙겨간다.


“인도의 제약회사에 투자해 약값을 댈 수 없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응.”


레오나 파커 앞으로 두 개의 트러스트 펀드가 남아 있다.

꽤 큰돈이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란 모양이다.


“내가 약을 구입해서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면 되지 않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잖아.”


인도는 복제의약품(제네릭) 제조 강국으로 꼽힌다.

세계 10대 제네릭 제약사 중 4곳이 인도 회사다.

투자해서 나쁠 것은 없다.


“국경없는 의사회 뉴욕지부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인도 제약회사 한 곳과 에이즈 치료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대. 전 세계에서 후원을 받긴 하는데, 연구가 언제 끝날지 과연 기존의 비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 장담 못할 것도 같고.”

“게이츠 재단에서 에이즈 치료제 연구에 9,000만 달러 기부하지 않았어?”


지난 2000년, 다국적 제약회사 MD(Merck Darmstadt)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JHO Company는 JHO Foundation을 통해 1,000만 달러를 에이즈 치료제 연구비에 지원한 바 있다.


“그러면 뭐해? 그쪽 재단에서 기부하는 자금 가운데 5,000만 달러가 MD를 중심으로 한 인도 제네릭 제약사의 협력사업에 들어갔는데. 게이츠 재단의 기부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봐.”

“만약에 내가 한국의 제약회사를 인수하면?”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바이오회사 공장을 조성 중인 신포고 출신 사장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사람이 못 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분야 외에는 없다고 했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고도 역설했던 기억이 났다.


“전 세계에서 에버그리닝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인도 밖에 없어.”


인도 특허법은 일부 성분만 살짝 바꾸는 약에 대해 새로운 특허를 주는 것을 막고 있다.

기존 약제보다 개선된 효능이 있어야만 특허를 인정한다.

이 법으로 인해 인도가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10분의 1 가격의 복제약 생산을 가능케 하고 있다.

120개국 이상의 가난한 나라에 공급되는 에이즈 치료제의 90%가, 그리고 전 세계 에이즈 치료제의 50%가 인도산이다.

또 항생제, 항암제, 혈압약, 당뇨약 등 전 세계 복제약의 20%가 인도산이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인도를 ‘세계의 약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연례행사로 의약품을 구입해 무상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제약회사를 인수해 값싼 복제약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가에 판다....?’


솔직히 번거로운 일이다.

JHO Foundation이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대량구매와 특별할인 등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해 아프리카 의료봉사 단체에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이다.

거대 제약회사 주요 주주이기도 한 JHO Company가 끼리끼리 담합해서 다 해먹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척을 져가며 인도의 제약회사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고.

세계 제약업계도 딴에는 복마전이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특허권을 무기로 엄청난 횡포를 부리고 있다.

인류의 목숨 값을 담보로 각국 정부와도 정면 맞대결을 펼칠 정도다.


“레오나, 미안하지만.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건 하지 않을 거야.”

“....”


레오나 파커가 몹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너와 아라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이전 삶에서 게이츠 부부가 아프리카에 닭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빈곤을 해결해 주는 것이 JHO Foundation의 노선과도 맞을 것 같았다.


“인간에게 가장 가깝고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크는 가축이 뭘까?”

“.....?”

“닭이 아닐까?”

“...아!”

“ABC의 보도를 본 것 같아.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에선 여성들이 주로 닭을 기르는데 달걀과 닭을 팔아 가계를 꾸려간다고 하더라. 닭을 키워 생긴 수입으로 생존이 가능해지면 건강과 교육면에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는 물도 부족하고, 에이즈와 각종 질병에도 취약하고....”

“그런 일들에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보태고 있잖아. 빈곤퇴치를 위해 식량을 원조하고 생존력 강한 종묘도 보내긴 하지만, 당장 생활을 꾸려갈 것을 마련해 주는 곳은 없는 것 같아. ABC보도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프리카 빈곤지역의 양계 가구가 5%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같아. 그걸 30~40%까지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양계는 비교적 쉽다.

돈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아프리카 빈곤층이 닭을 키우면 달걀을 얻어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고, 키운 닭을 팔아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스스로 자립해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이든 인도산 복제약이든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여력이 생기게 되면,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할 수도 있고.


“너무 이상적인가?”

“그게 뭐가 중요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5년이든 10년이든 장기계획을 세워서 한 5만 마리 정도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

“내가?”

“JHO Foundation 뉴욕 지부에 팀을 꾸려. 아라의 다울재단과도 의논해보고. 아마 에티오피아 가온 지사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을 거야.”

“코리안 빌리지 말하는 거야?”

“응. 남편이 출근하고 일반 가정에서 엄마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양계니까.”


채연지 부부는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농장과 한국으로의 원두 수출만 하고 있지 않았다.

부부는 한국전 참전용사 가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나도 서면보고만 받아서 정확한 사정은 몰라. 한국의 새마을운동 사업이 아프리카에서 진행되고 있을 거야. 새마을운동의 양계 지도사업과 닭이나 염소 지원을 한 데 묶어서 사업을 한다면 꽤 그럴 듯한 지원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도 같은데....”

“아라 언니와 한 번 가 봐도 될까?”

“졸업하고 함께 가자.”

“방학에 다녀오면 안 돼? 많이 바빠?”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좀 안정되면.”

“으이구! 조디 워커 나쁜 놈.”


레오나 파커가 괜히 애꿎은 땅바닥을 발로 차며 화를 냈다.

중동전쟁으로 일부 국가들이 여행금지 내지는 자제국가로 지정되어 있다.

여담으로 이전 삶에서 헨리 게이츠는 개도국 24개국에 총 10만 마리의 닭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가 볼리비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우리가 거지냐고.

그런데 볼리비아는 전 세계 부패지수가 상당히 높은 나라였다.

만약 헨리 게이츠가 닭 대신 현찰을 지원했어도 그들이 거지냐고 비난했을까.

게이츠 재단이 볼리비아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성급하게 나선 것도 없지 않지만.

또한 미국, 유럽연합, 브라질 등 아프리카에 닭은 수출하는 국가에서 제동을 걸었다.

아프리카 양계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달걀과 닭값이 추락해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 ✻ ✻


“아프리카에서 켄터키 치킨 사업이라도 벌이게?”


매튜 그레이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재단이 10년 간 2억 달러 운용할 수 있어 없어?”

“2억 달러? 미쳤냐?”

“10년 간 매해 2,000만 달러는 부담 없지 않아?”

“최근에 헨리 게이츠 만난 적 있냐?”

“아니.”

“그럼 에드워드는?”

“없는데?”

“갑자기 기부왕 타이틀이라고 갖고 싶은 거야?”

“레오나가 하고 싶어 하는 자선활동을 돕고 싶은 것뿐이야.”

“파커 재단을 통해서 하라고 하면 되잖아.”

“곧 레오나가 류씨 집안사람이 될 거잖아.”


헨리 게이츠처럼 10만 마리를 지원할 생각까지는 없다.

사실 닭만 컨테이너에 실어다 준다고 끝이 아니다.

백신도 맞춰야 하고, 분배도 문제다.

닭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일부 부족 간에 분쟁이 벌어질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JHO Foundation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다.

여러 아프리카 단체와 연계를 해야 한다.

만만찮은 사업이다.


“내년에도 주주 배당을 해야겠네?”

“나와 JHO가 주요 다국적 제약회사 주주지?”

“안 돼. 제약사 주식은 함부로 파는 거 아냐.”

“그게 아니고. 내가 주주니까 혹시 대량 구매하면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얼마나 사기에 디스카운트를 받아?”

“Karl Pfizer & Co에게는 폐렴구균 백신을 매년 3,000만 달러씩 10년 간 구입하겠다고 해봐. 다른 두 곳 제약사에도 그들이 특허를 가지고 있는 약품을 선정해서 10년 간 구입한다고 하고.”


폐렴구균 백신을 만들고 있는 제약회사는 Karl Pfizer & Co와 GKS 두 곳이다.

그들은 200달러(23만원)에 이르는 백신 가격을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

특허 기간도 많이 남아 있어서 제네릭을 만들 수도 없다.


“갑자기 왜 그래? Pixart와 인수합병도 마무리 하지 못했어.”


사실 ParaMax가 Pixart와의 합병 이후로 우회상장이 이루어진다면, 보유 주식의 5%만 팔아도 10억 달러 가까이 만들 수가 있다.

자선재단이든 뭐든 어떤 것도 다 지원할 수가 있다.


“아프리카는 선의를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지만, 남미와 동남아 국가는 달라. JHO Company가 그들 지역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언젠가 이윤으로 돌아올 수도 있잖아. 언제까지 최빈국일 리가 없으니까. 생명의 값을 돈으로 바꾸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기부가 부자의 의무이자 권리이긴 한데... 액수가 너무 커.”

“......”

“당장 공식발표가 나갈 건 아니지?”

“현재로서는 형과 레오나만 알아.”

“일단 Pixart 문제부터 해결하고 고민해 보자.”

“알겠어.”

“StreamFlicks 외에 자잘한 기업들 모두 자회사나 계열사로 편입이 결정 됐어.”

“반발은 없었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바보라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꼴이지. JHO가 IPO 되는 순간 그들도 돈방석에 앉을 텐데.”

“잡음 없이 처리되었다니 잘 됐네.”

“월가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준비하는 거 아니냐고 해. Berk-Hath 따라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고.”


최근 에드워드 버펫의 Berk-Hath INC는 그들이 투자한 수백 개의 회사들을 하나씩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주회사가 경영에 참여하진 않지만.

에드워드 버펫은 오로지 투자회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100여 개가 넘는 계열사는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류지호가 참고하는 기업 모델 중에 하나다.


“MSM의 쓸모없는 땅까지 떠안기로 했다며?”

“응.”

“에휴. 동생아.....”

“복 달아나 한숨 쉬지 마.”

“영화 한 편 끝내고 나면 꼭 사고를 쳐대니까 그렇지!”

“사고가 될지 사건이 될지는 두고 봐야지.”

“절반이 황무지라니까! 선인장 한 그루 없는 먼지만 풀풀 날리는.”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주 사막 한 가운데 세워졌어. 그곳의 10분지 1이 될까 말까한 곳에 뭐라도 못해보겠어?”

“거기서 뭘 하고 싶은데?”

“몰라 아직.”

“뭐?”

“주지사를 만나봐야 뭔가 답이 나올 것 같아.”

“대규모 투자로 개발제한을 풀어보게?”

“훼손금지 구역은 그냥 두고, 황무지를 개발해야겠지. 도로를 포함해 기반 시절 지원 정도는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미추홀 파크인가 뭔가 대공사를 벌여서 발칵 뒤집어 놓더니, 이번엔 카지노냐?”

“카지노라니! 뭐가 되었든 인류를 위한 투자가 될 거야.”


매튜 그레이엄은 자신의 의동생 머릿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영화를 찍고 나면, 뭔가 꼭 하나씩 일을 벌였다.

계획된 것인지, 충동적인지 분간도 잘되지 않았다.


“우리에겐 <해리포터>가 있고, <반지의 제왕>이 있고, 터미네이터가 있고, <WoW>가 있으며 <스타크래프트>>가 있어. 스파이더맨과 X맨도 있지. MSM을 인수하면 <벤허>와 <007> IP도 활용할 수 있게 돼. 우린 어떤 경쟁 스튜디오에 뒤지 않는 황홀한 쇼를 보여줄 수 있고, Pixart까지 우리 가족이 되면,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도 준비가 되네?”


절대 미국식 비즈니스가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부족한 사업영역을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해 보완한다.

류지호처럼 레고를 조립하듯 차근차근 블록을 준비해서 한꺼번에 조립해서 쌓아올리지 않는다.


“지금 네가 벌이는 모든 것들이 미리 준비되고 계획되었던 것들이야?”

“MSM이 시장에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Pixart는 운대가 맞아 떨어진 것이고.”


스테픈 잡스와 관계가 틀어질 각오를 하고 잔소리를 한 덕분에 이전 삶과 다르게 암수술을 일찍 받게 만들었다.

그로 인한 인연이 인수 논의까지 이어졌다.


“하여간 미라클이란 닉네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니까....”

“기적이라고 생각해?”

“이 형은 너의 성공과 비즈니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내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JHO Company가 잘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행운도 잡을 수 있었겠지. 만약 형이나 메타보이 회장 대신 내가 잡스나 케르코니언을 상대했다면, 인수협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잖아. 솔직히 난 그 방면으로는 애송이니까.”

“됐고! 오랜 만에 술이나 한 잔 하자.”

“아참. 시애틀의 한국인 선수 트레이드는 어떻게 됐어?”

“약간의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고 단장이 앓는 소리를 해댔는데, 비교적 순탄하게 데리고 온 모양이야.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전 삶과 달리 LA 다저스에서 추추트레인이 뛰는 걸 볼 수도 있다.

LA 다저스 프론트에서도 트레이드에 꽤 만족감을 표시한 모양이다.

여담으로 추추트레인은 2005년 시즌 팀 외야수 브래들리가 팬에게 물병을 던지고,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몸싸움을 벌여 오클랜드로 트레이드된 후에 전격적으로 빅리그 데뷔를 하게 된다.

이전 삶에서 LA다저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디어가 후반기 트레이드 되어 오면서.... 외야 상황이 복잡해진다.

또 한 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빅초이는 내년 시즌 플래툰 시스템에 들어가게 됐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인가....?’


성공적으로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는 본인들 하기 나름이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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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59 루시오엘
    작성일
    23.09.14 10:03
    No. 1

    잘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9.14 12:58
    No. 2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9.14 22:50
    No. 3

    남 아프리카 공화국은 부자 입니다.
    다수 흑인과 일부 백인이 가난하지만
    상위 지도층이 돈이 있는데도 담치고 전기철조망 치고
    자기들 끼리 잘살고 안돌보는 자국민을
    왜 외국인이 도와야 하는지요?
    당장 팬데믹 때도 우리나라 공장들 습격 당해
    다 도둑 맞고 불탔다는데요.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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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7 103 23쪽
617 우린 괴물이 아닙니다! +13 23.09.13 2,340 111 28쪽
616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2 112 24쪽
615 살아줘서 고맙다..... +8 23.09.11 2,383 105 29쪽
614 민중의 적 : EMBARGO. (14) +5 23.09.09 2,322 100 25쪽
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4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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