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1 09:05
연재수 :
897 회
조회수 :
3,821,247
추천수 :
118,501
글자수 :
9,933,002

작성
23.09.26 09:05
조회
2,210
추천
88
글자
22쪽

안정 속의 변화.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굳이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는 없다.


“석유와 가스 탐사도 좋지만, 앞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확보에 힘을 싣도록 하세요.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그레이엄 가문의 광물탐사회사와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해보도록 할 테니.”

“예. 의장님!”


가온그룹은 90년대 내내 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업으로 아등바등 매출 10조에 턱걸이하기 위해 총력을 다 했다.

무역과 건설부문을 인수하고 나니 단숨에 15조를 돌파하더니 이제는 30조를 바라보고 있다.

미얀마를 비롯해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자원탐사 프로젝트가 본격 생산·판매되는 시점이 되면 무역부문에서만 가볍게 매출 10조 원을 달성할 수 있다.

한때 대유그룹 무역부문에만 해외직원 포함 6,000명이 넘는 직원이 소속되어 있었다.

그룹 해체와 가온그룹 인수 등으로 그 절반으로 줄었던 시기도 있었다.

올해부터 신입사원을 많이 뽑기 시작한다면 2010년 전에 그 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문득 류지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사업을 하는데 도대체 왜 회사를 말아먹은 거야?’


간혹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임직원들이 왜 저리도 필사적으로 일을 할까 하는.

가온그룹이 뭐고 회사가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이기에.

물론 직장이란 것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생계를 해결해 나가는 삶의 터전이다.

더해 자기개발을 통해 존재 가치를 실현하는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하고.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것이 맞긴 한데.....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무척 어렵다.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류지호이기에 해 보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직장인들이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던 시절도 끝물이다.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스테픈 잡스가 강연에서 그 같은 속편한 소리를 했다.

전 세계적으로 극한 경쟁에 놓인 기업들은 더욱 악독해져가고 있다.

고도화된 기술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하고 있고.

직장인들은 번아웃 증후군의 시대에서 살아갈 처지다.

그래서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 일은 어렵고, 그래서 더 직장에서의 무언가가 절실할지도 모른다.


“11층부터 스펙트럼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장님.”


가온인터내셔널을 둘러본 류지호가 새롭게 이전한 스펙트럼 홈 엔터테인먼트 본사로 들어섰다.

그룹의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


“조이365가 올해 온라인 서점 오예스25에 이어 업계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조이365는 도서·음반·DVD·오피스몰·외국도서·캐릭터 피규어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웹소설과 웹툰도 새롭게 런칭했다죠?”

“WoW24라는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CineFeel.com 창업멤버인 이태경이 스펙트럼DVD의 OTT 개발부서로 옮겼다.

일종의 사내벤처다.

류지호가 따로 지시한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신사업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옛 대유센터빌딩을 돌아본 류지호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오너가 찾아왔다고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이 업무에 몰두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3년 잘하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쉬면서도 가도 되었다.

오죽하면 노는 것은 대학 가서 하면 된다는 말까지 있었을까.

이젠 아니다.

고등학교 3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학가서 열심히 스펙 쌓으며 취업준비에 죽어라 열심히 해야만 한다.

직장에 입사했다고 만만할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쉴 수 없다.

이른 은퇴자들은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한국인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해선 안 된다.

100m 단거리 스퍼트의 삶이다.

그것도 100m 코스가 뫼비우스 띠처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 단거리 코스를 죽을 때까지 이어달려 하는 삶이다.


“탕비실이 어딥니까?”

“예? 저, 저쪽입니다!”


커피머신이 놓인 위치나 탕비실, 공용편의시설을 위주로 둘러봤다.

인사나 조직관리에 대해 류지호가 뭘 알겠냐마는.

UCLA 재학시절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으며 배운 것이 있다.

일하는 장소에 커피머신이나 탕비실 같은 위치가 구성원 간 의사소통과 유대감, 나아가 업무 효율성 증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배운 것은 써먹으라고, 트라이-스텔라 초창기 커피머신과 탕비실의 위치를 바꿔봤다.

꽤나 효과를 봤다.

부서원들의 유대감이 끈끈해야 할 팀에는 커피머신이나 탕비실을 부서 내에 뒀다.

타 부서와 소통이 중요한 부서는 두 부서 사이에 탕비실을 둬서 부서 간 소통기회를 늘렸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조치였는데, 꽤나 효과가 있었다.

이후로 그룹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해 목적에 따라 탕비실 위치를 조정했다.


“탕비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아네모네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몰랐던 사실이다.

아네모네가 가온그룹 전 계열사 사내식당을 책임지는 것은 알아도 간식과 음료까지 담당하는 줄 몰랐다.


“경영지원팀, 인사팀, 총무팀 소속 담당자가 하던 때에 비해 직원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본래는 사내 벤처로 시작된 비즈니스 모델이 그룹 내 전 업장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알고 있습니다.”


아네모네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는 각 계열사나 업장마다 간식 수요를 파악하고, 간식을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어서 이를 운반해 업장마다 진열하고, 마지막으로 뒷정리까지 한다.

국내 기업 중에 처음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아네모네에서 간식을 비치하는 선반이나 냉장고까지 제공해 줍니다.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는 간식은 교환하거나 비용에서 일부 차감도 해줍니다.”


대유그룹 무역부문을 인수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통망과 물류시스템이 더 넓어지고 촘촘해졌다.

제조사에서 싼값에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와 그룹의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배송하니 기존 편의점 대비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간식과 음료 서비스일 뿐이지만, 그룹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니 윈윈이었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자회사로 독립했다.


“가온그룹 첫 사내벤처 분사가 되겠군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잘 키운 사내벤처가 M&A보다 나을 수도 있다.

신사업 진출에 M&A가 좋은 수단이지만, 인수 후 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결과를 내기 십상이다.

그런데 사내벤처는 대기업 특성상 획득하기 쉽지 않은 혁신역량을 사내 스타트업 통해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도전적으로 사내 벤처 창업에 임할 수 있도록 창업 휴직 제도 같은 걸 고안해 봐요.”

“어떤 아이디어이십니까?”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3~5년 내 회사로 복귀하면 받아주는 것 같은 제도를 전략기획실과 함께 만들어 보세요.”

“알겠습니다.”


사내벤처를 넘어 창업지원은 너무 이른 감이 없진 않다.

그런데 오늘 확인한 아네모네 간식 큐레이팅도 그렇고, 이태경이 시작한 스펙트럼 산하의 OTT 사내벤처도 그렇고, 사내 독립기업인 CIC(Company In Company)는 신시장 개척과 동시에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다.

무엇보다 꾸준함을 유지해야 한다.

실패를 성장 과정의 한 단계로 인정하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제안, 평가, 검증 등을 통해 사업화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된다면 가온그룹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투자하고 기다려주는 것은 류지호의 특기다.

될 때까지 밀어줄 수도 있고.


✻ ✻ ✻


모든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욕도 많이 먹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설에 오른 사안이 다솜미디어의 MLB 중계권 계약이다.

이전 삶에서는 IBS라는 업체가 지상파를 따돌리고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그로인해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솜미디어가 메이저리그 중계권(2005~2008년)을 사들여 화제가 되는 한편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중계권료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올렸다면서 지상파 3사가 폭풍처럼 언론플레이를 쏟아냈다.

다솜미디어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다.

지상파 3사는 자기들끼리 암묵적으로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었다.

헌데 IBS 같은 스포츠 마케팅업체들이 끼어들면서 극한의 경쟁이 붙었다.

그 경쟁에 동조한 것도 지상파 3사 본인들이었다.

결국 다솜미디어가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MLB 중계권을 따내긴 했지만, 4년 동안의 독점 중계로 수익을 뽑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류지호는 LA 다저스 주인이면서 조국에 바가지를 씌워?

- 있는 놈이 더 해!


일반 대중들은 그럴 수도 있다.

MLB 중계권 시스템을 자세히 알지 못할 테니까.

미국의 메이저리그 중계권은 전국 방송과 지역 방송으로 나뉜다.

메이저리그 개별 구단은 지역 방송과 중계권 협상을 할 수 있다.

전국 방송과 해외 판매는 오로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권한이다.

따라서 LA다저스는 해외 중계권에 어떤 관여도 할 수 없다.

게다가 MLB 중계권료 가격 상승은 이미 예정된 일이다.

1998년 경인방송이 2000년까지 연간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01년에 MBS는 2004년까지 연간 800만 달러를 지불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MLB의 중계권료는 연간 1,2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다솜미디어는 독점 중계권료로 총액 3,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10년 남짓 만에 40배가 오른 것이다.

MLB 중계권은 사실 계륵이다.

이전 계약자 MBS는 MLB 중계 부분에서 90억 상당의 적자를 보았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활약했던 계약 첫 해 반짝 흑자를 보고 이후부터 내리 적자였다.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광고 수익이 급감한 것이다.

게다가 1경기당 2,000만 원 가까운 방송위성 사용료, 인건비와 제작비 등을 감안할 경우 누적 손실액은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갖고 싶은 것이 MLB 중계권이다.


- GOM만이 한국에서 Eye-MAX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당하다!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 한 목소리로 G.O.M Cinemas를 성토했다.

<REMO : ....or Maybe Dead!>의 흥행이 배가 아팠던 모양이다.

어쩌랴, Eye-MAX 방침이 1개 국가 1개 브랜드인 것을.

Eye-MAX Corp.은 중소기업이다.

전 세계 모든 Eye-MAX 상영관과 MPX관은 Eye-MAX 본사가 기술지원을 한다.

전용 프로젝터와 사운드 시스템만 팔고 끝이 아니다.

Eye-MAX 포맷 전용 스크린, 사운드 시스템 심지어 좌석 경사 각도까지 일체를 시공한다.

전용 상영관 하나 만드는데, 비용이 제법 든다.

때문에 극장에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채택한 마케팅 전략이 국가마다 독점 극장체인에 MPX 일체를 제공하고, 영화 상영에 따른 입장료 수익을 분배받는 방식이다.

Eye-MAX 회사 자체적으로 수요를 감당 못하는 것도 있고, 독점이란 혜택을 극장에 주어야 수익 분배에서도 이롭다.


‘어차피 10여년이 흐르면 Eye-MAX 독점 브랜드 정책이 뒤죽박죽되긴 하겠지만.’


Eye-MAX 독점권을 가진 대형 극장체인들이 전 세계 각 국가에 진출하면 자연스럽게 특정 극장만의 독점이 아니게 된다.

현재 북미만 해도 AMT와 G.O.M 인터내셔널 계열 극장이 Eye-MAX MPX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유럽에도 두 극장 브랜드가 진출해 있기에 현지 독점 브랜드와 함께 점차 Eye-MAX MPX가 늘어나는 추세다.

적어도 북미, 남미, 유럽권에서 독점의 폐해는 없다.


‘한국은 좀 다르겠지만.’


외국계 극장 브랜드가 아닌 합작형태로 극장사업을 벌이는 대기업 계열들은 G.O.M Cinemas가 Eye-MAX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Eye-MAX MPX 상영관을 가질 수 없다.


‘계약할 때부터 분쟁을 염두에 두고 임대료를 넉넉하게 책정했구만.....’


최근 G.O.M Cinemas가 코엑스몰과 임대료 분쟁이 발생했다.

G.O.M 코엑스몰은 개관 첫해 7개월 남짓 동안 3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3년 만에 105억 원으로 129%나 증가했다.

현재 G.O.M 코엑스점은 평일에도 80% 이상 관객이 드는 국내에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극장으로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복합상영관인 G.O.M 코엑스몰 점은 하루관객 3만1,372명의 관객이 몰려 세계에서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입장객이 몰린 극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엑스몰 입찰에 성공해 계약을 맺을 때 영화관 영업 개시일로부터 20년간을 기본적인 임대차기간으로 하고, 양쪽의 별다른 의사가 없으면 기간을 10년간 자동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임대차 보증금은 170억 원으로 정했다.

연간 임대료는 매출액의 5.04%를 지급하기로 하고 적어도 13억4,800만원은 보장하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G.O.M 코엑스몰이 해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코엑스 측에서 작년부터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말도 되지 않는 요구였다.

당연히 G.O.M Cinemas 측은 응하지 않았다.

임대보증금 뿐 아니라 임대료율에 대해서도 다툼이 일었다.


“지난해 GOM으로부터 받은 임대료는 26억 원인데, 이중에서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10억 원이 남았다.”


G.O.M Cinemas가 알 바 아니다.


“코엑스몰의 극장 부분 시설비로 1,000억 원을 투자했던 무역협회가 10억 원에 불과한 임대료 순수입을 얻는다는 것은 너무 적은 수준이다. GOM 측이 236억 원을 투자해 한해 100억 원이 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가져가는 것을 감안하면 불공평하다.”


코엑스측은 임대료율 수준을 7% 내외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고, G.O.M Cinemas는 이를 거부했다.

코엑스는 서울중앙지법에 보증금 100억 원 인상과 임대료율 인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인지대만 4,000만 원에 가까운 대형 소송이다.


“우리는 당시 IMF임을 감안해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초기에 적은 부담을 주고 차차 이를 시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경영성과가 좋은 만큼 계약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


코엑스 측은 영업이익이 계약 당시와 비교할 때 130% 이상 증가한 것을 감안해 보증금을 약 100억 원 인상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명백히 허위였다.

당시 WaW 엔터테인먼트는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임대료 갈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시설공사비도 더 많이 부담하고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도 정상적으로 부담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당시 계약조건에 크게 만족한 것도 코엑스측이었다.


“종전 보증금의 배가 넘게 인상한다는 것은 횡포다.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끝까지 이 문제에서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다.”


코엑스몰은 평일 유동인구가 10∼15만 명, 주말 유동인구가 20∼30만 명으로 국내에서 상권으로 가장 목이 좋은 곳이다.

G.O.M 코엑스점의 실적은 당연히 이 같은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어쨌든 양측 모두 법정 밖에서는 따로 임대료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어떻게든 법원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법원이 임대 보증금인상 쪽으로 판결을 내릴 경우 코엑스에는 적어도 17년이라는 긴 계약기간 동안 천문학적 액수의 보증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파급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엑스몰의 대형 사업장인 극장에 대한 보증금 및 임대료율 인상은 다른 입점업체 임대비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엑스 측이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다.

양측 이해가 극명하게 다른 상황에서 1심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어느 한쪽은 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송은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이어지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향후 G.O.M은 센텀시티의 대규모 복합몰에 입점하게 되며, 두 번째 도시는 송도국제도시가 될 예정입니다.”


오랜 만에 G.O.M 코엑스몰점을 둘러보는 류지호를 조승민 상무가 수행했다.


“지금까지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 멀티플렉스 1개 이상을 진출시켰습니다.”


전국 극장 수는 330개, 스크린 수는 1,522개로 스크린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크린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년 극장수가 감소하는 것은 단관극장이 감소하고 대형 멀티플렉스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스크린 수는 전체 스크린 수의 7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소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개 정도의 상영관연합체를 멀티플렉스로 정의하지만, 국내에서는 7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하거나, 스크린 수가 적더라도 G.O.M, BGV, 프리머스, 무비박스, 광성시네마 등 체인으로 묶여있다면 멀티플렉스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올 해 말이 되면 전국의 스크린 수는 1,600개를 넘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류지호가 예상했던 것보다 멀티플렉스 개관 속도가 빨랐다.

가온그룹의 확장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대기업 계열 극장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이다.


“한국에서 제2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BGV는 현재 270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483개를 운영하고 있어 쉽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봄에 센텀시팀점이 오픈하면 가볍게 500개를 넘기겠군요?”

“G.O.M Cinemas KOR은 가온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영역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략에 입각해 향후 가온 복합타운에 입점하는 형식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마케팅 기법 중에 샤워효과라는 것이 있다.

쇼핑 시설 최상층에 집적효과가 뛰어난 복합상영관이나 식당가 등이 위치하면, 상층부에서 여가를 즐긴 고객이 쇼핑몰 아래로 내려오면서 준비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한다는 개념이다.

즉 샤워기의 물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빗대어 만든 마케팅 용어다.

가온그룹은 샤워효과로 만족하지 않았다.

부산 센텀시티의 가온복합쇼핑문화타운처럼, 고객이 타운에 한 번 방문하면 기본 3시간 이상을 머물게 만드는 각종 시설들을 집적하는 전략을 펼친다.

극장, 쇼핑, 대규모 식당가, 아이스링크, 실내 수영장, 골프연습장, KM뮤직 미니 공개홀, 도심형 테마파크, E-스포츠 경기장 등.

대형화, 집적화 전략으로 일부 지역(부산, 송도, 아리울)은 호텔도 함께 짓는다.


“특히 가온복합몰의 G.O.M MPX는 Full Eye-MAX 화면비 1.43:1 화면비로 감상할 수 있게 400석 25m x 18.5m 이상으로 들어설 계획입니다.”


이전 삶의 용아맥(624석 스크린 크기 31m x 22.4m) 정도를 가온복합타운마다 입점 시킬 계획이다.

새만금간척지에 들어설 계획도시 아리울에는 세계 최대 스크린 사이즈를 자랑하는 Eye-MAX 전용관을 지을 생각도 가지고 있다.


“센텀시티 복합타운이 영업을 시작하고 2년 간 잘 관찰해 봅시다. 그걸 토대로 송도를 비롯해 여타 도시들에게 대한 계획을 보완하도록 하고.”

“예. 의장님.”


말을 마친 류지호가 발권시스템으로 걸어갔다.

터치스크린 스타일의 발권시스템에는 나래테크(NARAE TECH) 회사마크가 박혀있다.

전국의 모든 G.O.M 극장의 자동발권기는 모두 나래안전 시스템의 자회사 나래테크가 제작하는 기기를 설치했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영화 예매사이트와 연동되어 있는 유일한 자동티켓발매기다.


“통합전상망은 다 갖춰진 겁니까?”

“저희 극장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저희 고객들은 씨네필과 맥스씨네 두 곳 모두에서 관람 20분 전까지 예매 또는 취소를 할 수 있습니다.”

“팝콘도 한 번 먹어볼 수 있겠어요?”

“카페 가 계십시오. 얼른 가서 종류별로 가져오겠습니다.”

“그냥 같이 가 봐요. 뭐 찔리는데 있어요?”

“어, 없습니다. 가시죠!”


류지호는 극장에서 파는 각종 음료와 간식거리까지 먹어봤다.

덤으로 위생상태도 확인했다.

불시에 방문한 것이라, 극장 직원들이 눈속임을 펼 시간이 없었다.


“센텀시티나 송도 또는 수년 후 아리울에 더 크고 더 화려한 극장이 들어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강남점과 코엑스점은 G.O.M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잘 관리될 것이라 믿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크게 지적할 건 없었다.

그럼에도.


‘올해도 가온은 참 바쁘겠구나....’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올해는 코엑스와 소송, 웹하드 업체와의 전쟁, 연예인 X파일 소동, 한양반도체 특허소송 등의 법정 분쟁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중국 극장 사업 진출, 새만금간척지 사업 인계, 송도경제자유구역 복합몰 사업, 상암미디어시티 그룹 본사 입찰 등.

각 종 대형 계약 건도 대기하고 있다.

그룹 외적으로는 장문식팀이 해체되기 전에 한국에 뿌려놓은 불씨들.

그것들이 발화해 대한민국을 펄펄 끓게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이 여러 사건들로 시끄럽든 말든....

류지호는 자기 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류지호에게 ‘세상 편한 오너’라고 부러워한다.

가온그룹 총수인 주제에 이사회 의장 직책으로 경영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오너리스크다.


‘내 평판이 떨어지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겠지.’


작가의말

아시안 게임 기간입니다.

축구, 야구, 롤 정도 빼곤 관심이 안 가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0 재밌어 질 것 같네.... (1) +8 23.09.28 2,195 104 25쪽
629 세상으로 나가 옳은 일을 하라. +7 23.09.27 2,292 89 23쪽
» 안정 속의 변화. (5) +4 23.09.26 2,211 88 22쪽
627 안정 속의 변화. (4) +5 23.09.25 2,267 93 22쪽
626 안정 속의 변화. (3) +8 23.09.23 2,375 88 23쪽
625 안정 속의 변화. (2) +3 23.09.22 2,294 94 23쪽
624 안정 속의 변화. (1) +7 23.09.21 2,435 93 27쪽
623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2) +4 23.09.20 2,335 96 25쪽
622 다 해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 +10 23.09.19 2,342 103 25쪽
621 포토라인에 서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23.09.18 2,367 100 23쪽
620 모른 척 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8 23.09.16 2,395 106 25쪽
619 비평가들이 싫어하면 관객이 좋아해. +4 23.09.15 2,319 108 24쪽
618 People Not Profit! +3 23.09.14 2,306 103 23쪽
617 우린 괴물이 아닙니다! +13 23.09.13 2,340 111 28쪽
616 Only One을 향하여! +6 23.09.12 2,331 112 24쪽
615 살아줘서 고맙다..... +8 23.09.11 2,383 105 29쪽
614 민중의 적 : EMBARGO. (14) +5 23.09.09 2,322 100 25쪽
613 민중의 적 : EMBARGO. (13) +4 23.09.08 2,204 92 26쪽
612 민중의 적 : EMBARGO. (12) +3 23.09.08 2,029 79 23쪽
611 민중의 적 : EMBARGO. (11) +6 23.09.07 2,169 97 24쪽
610 민중의 적 : EMBARGO. (10) +4 23.09.07 2,016 83 23쪽
609 민중의 적 : EMBARGO. (9) +4 23.09.06 2,217 97 23쪽
608 민중의 적 : EMBARGO. (8) +3 23.09.06 2,091 85 23쪽
607 민중의 적 : EMBARGO. (7) +6 23.09.05 2,228 92 25쪽
606 민중의 적 : EMBARGO. (6) +2 23.09.05 2,134 86 22쪽
605 민중의 적 : EMBARGO. (5) +7 23.09.04 2,299 87 24쪽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193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39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84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17 105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