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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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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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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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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죽음을 피하는 방법(2)

DUMMY

“네... 저는 죽었습니다.”


+++


저는 작가 지망생이었어요.

제가 쓴 대본으로 연극을 하는 게 꿈이었죠.

꿈을 좇으며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하는...


어쩌면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특별했어요.


제 남편은 제 글을 좋아해주었거든요.

그 사람이 있었기에 마지막까지도 ...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정말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랬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어느 날과 같았던 날.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받은 연락이 마법진에 갇혔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랬죠.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거예요.

평소처럼 살다가 그렇게 느닷없이 세상을 뜨는 일이 흔했을 때에요.


이후에 능력자들이 마법진으로부터 사람들을 도와주었다고 했지만.


그때는... 그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너무 이른 시기였고,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니까요.


그렇게 이제야 한 살이 된 아이와 남아버렸어요.


일도 할 수 없었고, 하루하루 사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이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와 제가 둘이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제겐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아이가 있잖아요... 어떻게 모든 생활을 포기하겠어요.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아이와 같이 먹었어요.

시간이 남는 모든 시간에는 글을 썼어요.


이제는 읽어줄 사람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없는 글을 쏟아내듯이 써낸 거죠.


그렇게 몇 개월을 또 살아냈어요.

살려고 하니까 살아지더라고요.

근데 왜 이 세상은 저에게 모든 걸 빼앗아 가려고 하는 걸까요.


아니에요. 제가 아이를 데리고 나간 게 문제였어요.

평소처럼 장을 보러갔는데 마법진이 나타났어요.


아주 잠깐 ... 정말 잠깐 눈을 뗐는데 그 사이에 저와 제 아이 사이에 빛이 생겼어요.


바로 앞에 있었지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저는 아이를 잡을 수 없었어요.

아이도 제게 오려다가 부딪친 벽을 신기해했어요.


그 상황에서도 그런 표정을 짓던 예쁜 아이였는데.

운이 나빴던 걸까요... 아니... 운이 좋지 않았던 거겠죠.


아이의 뒤로 몬스터가 소환됐어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눈치 챘겠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숨을 죽이고 몬스터의 시선을 끌지 않고 조용히 있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뒤에서 차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어요.

검은 차 한 대가 벽을 향해 돌진한 거였죠.

마법진이 나타나서 당황한 사람 같았어요.


차에서는 차만큼이나 까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 건물 사이로 흩어졌어요.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요.

소리가 나는 순간 저는 무서웠거든요.

그 소리에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제 아이를 눈치 챘으니까요.


그 뒤는... 말하지 않을래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어요.


이후에는 기억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의 언어도 아닌 것 같은 소리였어요.

우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렇게 의식을 잃었던 것 같아요.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눈을 떴을 땐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한 여자가 옆에 앉아 있었어요.

저를 바라보고 있었죠.


“정신이 좀 드시나요?”


여자가 안심하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어요.

그 미소가 너무 부드러워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거든요.


하지만 곧 아이가 생각났고 소리 지르는 저를 여자는 당황하지 않고 진정시켰죠.


“저는 윤화에요. 서 윤화. 쓰러져계셔서 데려왔어요.”


윤화 씨는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던 저를 달래서 이야기를 들었죠.

무슨 정신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누구에게라도 말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모양이에요.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잃은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저도 참... 못났죠.


윤화 씨가 이야기를 모두 다 들었을 쯤에는 저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어요.

아니 진정이 되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죠.

저는 제 모든 것을 잃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윤화 씨는 고민하듯 말을 끌었어요.


제가 살면서 봤던 사람 중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검은 색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 윤화 씨가 조금 고민하더니 말하기 어려운 걸 말한다는 듯이 입을 열었죠.


“아이와... 함께 살아갈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하실래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남편 분은 너무 늦었지만 아이까지라면 가능할 것 같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요...”


당시에는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 뒤로 아이와 절대 헤어지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탑을 이용한다면 죽지 않고 아이와 살 수 있어요.”


탑? 탑을 어떻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제가 어떻게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죠.


답을 들은 윤화 씨는 정말 예쁘게 웃었어요.

흔히들 말하잖아요. 위험하게도 아름답다고.


물론 그건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에요.

그 당시에는 그런 걸 생각할 여력이 없었죠.

다만 그런 상황에서 조차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어요.


아니면 그 뒤로 바로 윤화 씨의 손에 죽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곳이었어요.


여기서는 제가 무엇을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행복하게 미소 짓는 아이가 제 옆에서 자고 있었어요.


저는 그거면 됐어요.

그렇게 아이와 이곳에서 살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아이가 크지를 않더라고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말이에요.


그럼 뭐 어때요.

저는 지금 여기서 행복하고 아이도 있으니까요.


물론 윤화 씨는 함께 ‘살아갈’ 방법이라고 했지만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


물 흐르듯 자신의 말을 쉬지도 않고 토해낸 이유정의 옆에는 한 아이가 곤히 자고 있었다.


저게 아마도 내가 기억 속에서 봤던 그 아이이리라.

어디로 봐도 살아있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이유정의 이야기에 따르면 둘 다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 사람들이 탑에 들어올 때는 아이를 밖에 두지 않기로 했어요. 위험하니까요. 물론 여러분들이 첫 손님이지만 말이에요.”


손님이라...


“역겹네...”


옆에서 미혜가 낮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


그에 이유정이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아줌마 말고요.”

“아줌마라니...”


미혜의 단호한 말에 조금은 상처를 받은 표정인 것 같았지만 부인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이유정은 고개를 돌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소리였지만 미혜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아니 더한 말을 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었다.


이유정은 윤화라고 하는 여자에게 이용당했다.

그를 이곳의 보스로 쓰기 위해서 윤화라는 여자는 일부러 소리를 내서 아이를 죽게 했다.


그리고 아이를 빌미로 사지에 몰린 이유정을 죽였고... 이런 곳을 만들었다.


아마도 그들은 블랙일 것이며...

윤화는 여제라고 불리던 여자의 이름일 것이다.


“아무튼 저는 이 생활에 만족해요. 여러분들에게 이런 시련을 드리게 된 것도 죄송해요. 하지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


이유정의 말에 나래 씨는 미묘하게 얼굴을 구겼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 듯 했다.


“여러분들은 이제 나가셔도 돼요. 탑도 얼마 안 남았거든요.”

“이 탑에 끝이 있다는 거예요?”

“아.”


이유정은 해서는 안 될 소리를 했다는 듯이 뒤늦게 입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저는... 저는 말해줄 수 없어요. 말했다가는 저도 아이도지옥에 떨어질 거예요.”


이곳이 지옥이 아니라면 이유정이 말하는 지옥은 얼마나 지독한 곳일까.


“뭐... 알겠습니다.”

“대신 나중에라도 또 궁금한 게 생기신다면 다시 와주세요. 저는 계속 여기 있을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이를 소중하게 안은 이유정에겐 일말의 거짓도 없었다.


이곳의 삶에 만족했고,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일단... 나가죠.”


승주와 승우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곳에 남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서우는 의식을 잃었고, 나는 다리를 쓸 수 없다.


차라리 탑에서 나가서 다음을 준비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유정 씨는...”


나가는 포탈 앞으로 선 사람들 사이에서 나래 씨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네?”

“이곳의 삶이 행복하신가요?”


나래 씨의 질문에 이유정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싱긋 웃어보였다.


“당연하죠. 더 이상 죽음의 공포가 없는 걸요. 죽는 게 무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그렇군요.”


생각하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던 나래 씨는 이내 이유정과 같이 싱긋 웃었다.


“잘 지내요.”


그러더니 휙 돌아서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이유정은 우리 모두가 밖으로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끝까지 지켜봤다.


+++


“으악! 내 아이템!”


깨어난 서우는 클리어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거 똑같은 층에 다시 들어가면 들어갈 때 줘.”


난리를 치는 서우가 신기한지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던 능력자 중 하나가 말했다.


“마력을 다 쓰고 기절해서 나올 때가 많아서 알거든.”


그걸 어떻게 아냐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에 그 능력자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당장 다시 가겠어요!”

“미쳤어? 정신 차려 이 언니야.”


미혜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서우의 팔을 잡았다.

나름 힘이 넘치는 아이였지만 미혜의 힘은 이길 수 없는지 팔과 다리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시무룩해진 서우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아이템 받아도 쓸 곳도 없잖아. 나중에 다시 가.”

“...”


미혜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는지 버둥거리던 서우는 얌전하게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암튼 얌전히 쉬어. 멀쩡하게 돌아다니면 일손으로 잡혀가니까.”


읏챠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난 미혜가 스트레칭을 하듯 몸을 풀었다.


“아저씨는 가야 해요. 다리 이제 완전 괜찮잖아?”

“어. 근데 고서우도 멀쩡할 텐데.”


투덜거리듯 말하니 미혜의 날카로운 눈빛이 돌아왔다.


“쉬어라.”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건물을 나왔다.

밖의 모습은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비해 눈에 띄게 발전되어 있었다.


단층으로 이루어졌던 집들은 이제 곳곳에 2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2층이라고 하더라도 테라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좀 걸을까요?”


미혜는 할 말이 있는 듯 한 발 앞장 서 걸으며 말했다.


“아저씨. 블랙은 왜 그런 실험을 하는 걸까요?”

“...”

“아저씨는 알고 있죠?”

“왜 그렇게 생각해?”

“왠지 그럴 거 같거든요. 뭣보다. 쟤랑 관련된 일이기도 하니까.”


미혜가 눈짓으로 방금 우리가 나왔던 건물을 가리켰다.


“단편적으로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텀이 너무 길었잖아요. 뭔가 아저씨는 알고 있을 것 같거든. 저 감 좋아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말에 뼈가 있었다.


“눈치 빠른 거야 알지.”


그에 나도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까 이야기 해달라고요. 블랙이 원하는 게 뭐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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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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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2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0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2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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