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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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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DUMMY

모든 몬스터에게는 공략법이 존재한다.

아무리 흉악한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공략법을 알고, 그에 능숙해진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잡을 수 있게 된다.


그건 몬스터한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리라.

인류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생존법 또한 하나의 공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측면으로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아직까지 이런 세계에서 살아남은 것은 어쩌면 무언의 공략법에 대한 적응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걸로 끝인가?”


첫 번째 드래곤을 처치 후 로운의 지시 하에 승주가 발을 묶고 있던 드래곤을 풀어 주었다.


처음에는 입 속에 들어가는 것이 껄끄러운지 기회를 틈타던 서우는 세 번째, 네 번째 드래곤을 잡자 다섯 번째 부터는 입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정녕 저런 방법밖에 없는 건가 싶었지만...


그러자 마지막 남은 드래곤은 기겁을 하며 서우가 다가오는 것을 피해 도망 다녔다.


다른 사람보다 감정이 둔한 서우의 강점이라면 강점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리라.


두려움은 생존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잔인한 인간들!!


마지막 드래곤이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외치며 빛이 되어 사라졌다.

가볍게 바닥으로 내려온 서우는 기지개를 피며 주변을 둘러봤다.


“언니는 참...”


승우의 치료를 받고 있던 미혜도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네?”


하지만 정작 서우 본인은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나래 씨는...”

“나래 누나는 잠드셨어요.”


대충 닦기는 했지만 얼굴과 옷 곳곳에 핏자국 흔적을 모두 지울 수는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능력이란 이런 거군요...”


그 모습을 보던 승주가 낮게 읊었다.

부디 이전에 승우에게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일단 그럼 쉬었다 가는 게 좋겠네요. 온도가 낮아져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로운이 우리 주변으로 두꺼운 얼음벽을 세웠다.

평소보다 온도가 낮은 얼음 벽 주변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났다.


“으아. 살 것 같다. 대표님 고마워요. 승우도 고마워.”

“별 말씀을요.”


미혜의 회복을 끝낸 승우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살피러 일어났다.


“나보다 서우를 도와주오.”

“아. 네!”


몇 번이나 단단한 드래곤의 피부를 공격했던 것이 무리가 되었던 건지 헤나투의 팔에는 긴 금이 가있었다.


그런 헤나투 조차 먼저 챙기고 있는 서우의 상태는 어떠한가 하면.


목덜미와 날개뼈 부근은 어느 불길에 스친 것인지 옷은 타있었고 피부는 화상을 입은 듯 했다.

팔 곳곳에는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심각했을 상처들이 자잘하게 있었다.


용케 얼굴만 피해 다녔는지 얼굴만 봐서는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안 아프셨어요?”


상처 부위를 살피던 승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상대가 느꼈을 고통에 공감하는 듯 했다.


“아... 그러게요. 심하네! 으악 아파요!”


승우가 상처를 살피며 말해주자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눈치챈 건지 서우가 과장되게 소리를 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 언니도... 참 이상한 것 같아요. 그렇죠 아저씨?”

“고서우는 언니라고 하면서 나한테는 왜 아저씨라고 하는 건데.”

“...어... 서우 언니는 동안이니까요.”

“...”


뭐라고 더 대꾸를 할까 하다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얼굴에 있는 그을음을 보고 입을 닫았다.


“좋을 대로 해라. 아마... 쟤는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이 폭주한 걸 거야.”

“흐음... 그렇구나.”


미혜는 설명을 들어도 딱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인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나래 씨의 곁으로 가 누웠다.


“나도 뭐... 공감은 안 간다만...”


죽는 것보다 지루한 것이 싫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못 된다.


“조금만 쉬었다가 갑시다.”


두 번째 구간에서부터 벌써 이 정도의 난이도라면 다음은 더 어려울 테니까.

미리 휴식을 취해두는 게 좋다.


“저... 지혁 씨 잠시 이야기 괜찮을까요?”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뒤에서 로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물론이죠.”

“다름이 아니라... 역시 이번 층은 조금 이상합니다.”

“아까 말씀하신 그 부분 때문인가요?”

“...”


물음에 돌아온 것은 로운의 대답이 아닌 그의 뒤에 나란히 서있는 헤나투의 끄덕임이었다.


“이렇게 단순 무식하게 때려잡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에스프레소를 통해서 이 탑의 여러 층을 다녀봤다.


층마다 다르기는 했지만 확실히 요구하는 답이 있었다.

특히나 고층으로 올라올수록 그 답은 명확한 색을 띠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구간의 경우에는 공략을 찾아내서 클리어하지 않았나.


“하지만 드래곤은...”

“그건 지혁의 버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오.”

“...”


하려던 말을 끊은 헤나투의 모습은 단호했다.

확실히 편법을 쓴 느낌은 없지 않아 있었다.

언제나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이 방법을 쓰겠지.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체감이 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드래곤이 태어나자마자 바로 공격했다면 가능했을 것이오. 다만 지금보다 피해는 컸겠지만...”


헤나투의 시선이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을 향했다.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귀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이곳은 외부인의 절대적인 무력을 시험하고 있소.”


절대적인 무력...


곳곳에서 작은 소리로 헤나투의 말을 따라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향하는 길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헤나투는 어떻게 말을 끝내야지 모르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가 몇 초간의 침묵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주의하라는 거오. 이곳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소. 이전에 갔던 곳도 그렇고...”


확실히 헤나투가 62층에 대해서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게 블랙 때문이라는 것을 아직 누구도 그에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너무 늦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말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리라.


“걱정 마. 우리는 함께니까.”


묘하게 경직되어있는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한 말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그게 누군가 숨을 내쉬는 소리라는 것은 한 박자 늦게 알아챘다.


“나. 뭔가 이상한 소리했어?”


안심하기를 바라며 했던 말이었는데 어쩐지 김빠지는 소리를 했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이상한 소리는 아닌데. 뭔가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별일 아닌 것 같잖아요.”


미혜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 이상한 말은 아니고 조금 오그라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호탕하게 웃는 제천의 모습이 얄미웠다.

하지만 얼굴이 뜨거워진 탓에 고개를 들고 나무랄 수가 없었다.


“다들 진지하게 들어.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온 것처럼 힘을 합치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거니까.”


놀리기 위해 시동을 거는 애들을 로운이 말렸다.

하지만 그의 말들이 저 아이들에게 더 맛있는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로운은 알까.


이 순간만큼은 로운의 입을 막고 싶다.


“쉬시는데 죄송하지만 다음으로 이동해도 될까요? 제가... 이곳이 좀 어려워서요.”


금방이라도 놀림감이 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서 나를 구원해 준 것은 소원이었다.


소원의 더듬이는 이제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 사이로 자연스럽게 섞여든 탓이었는데.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기 위한 소원 나름의 노력일 것이다.


“그래요. 너무 더운 곳에 오래 있으면 지쳐.”


소원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미혜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옆에서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란히 누워있는 두 아이들을 쌍둥이들이 챙겼다.


“고마워.”


나는 소원의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별 말씀을.”


내가 알던, 오랫동안 보아온 소원의 미소였다.

관심받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소원은 종종 이렇게 도와주고는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런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원은 여전했다.


+++


“우리 꽤 오래 걷지 않았어요?”

“그러게.”


더위와 땀을 닦아낸 미혜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공감하는 바였다.


앞서 첫 번째 구간이나 두 번째 구간까지는 로운의 얼음이 하나 정도면 충분히 도착하는 거리였다.


그러나 세 번째 구간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로운이 만든 세 번째 얼음이 거의 다 녹아 새로운 얼음을 위해 멈췄다.


“대표님도 그사이 꽤 마른 것 같지 않아요?”

“그럴 리가.”


미혜의 말에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로운이 가볍게 웃었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웃음이었지만 확실히 조금 초췌해 보이기는 한다.

그게 얼음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인지, 더위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전 구간에서 무리라도 했던 건지.


“힘들면 말해요. 아직 통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쉬었다 갈 수 있어요.”

“지혁 씨까지 그러시기에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짓궂은 장난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손사래까지 쳤다.

하지만 진심으로 힘들어 보이는데.


“근데 지금 대표님만 힘든 게 아닐걸요? 확실히 온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더.”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미혜와 마찬가지로 땀을 닦아내며 말하는 서우와 달리 제천은 확실히 덜 더워보였다.


“그거 멍청해서 그런 거 아냐?”

“평소에 너무 뜨거운 거 아니에요?”


그런 제천을 향해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미혜와 서우가 맞받아 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다툼.

이걸로 몇 차전인 걸까.


“확실히 서우 씨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로운 씨 안색이 안 좋은 거도 맞는 것 같고.”


나래 씨까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온도는 둘째 치더라도 로운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로운 성격상 상태가 안 좋다고 직접 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혹시 로운 씨... 평소 더위를 잘 타시나요?”

“아... 그렇죠? 그런 것 같아요. 아마도.”


평소답지 않게 말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다.

정상적인 더위가 아님에 대해서 부정할 이는 없었다.


다만 제천은 그렇다 치더라도 승우나 승주도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로운이 이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니.


혹시 개인이 가진 능력은 단순히 능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성질마저 바꿔버리는 걸까.


“자 다 됐어요.”

“고생했어요. 여기 앉아서 가실래요? 고생하셨으니 저희가 태워드릴게요.”

“됐네요.”


완성된 얼음에 끈을 묶던 미혜가 얼음 위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얼음 위에 그대로 눕는 건 조금 차갑지 않을까.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얼음에서 나오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삼켰다.


“어? 벌써 다 만들었어?”


다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자니 제천이 우리가 가야할 길에서 걸어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세 번째 구간이 나와. 아니면 로운 형 안색 안 좋으니까 조금 시원하게 쉬었다 가던가.”


그 사이에 앞에 가서 길까지 보고 온 건가?

더위에 강하다고 해도 이정도 열기에 체력도 좋다.


“그래요. 저 멍청이까지 저렇게 말하는 거 보면 진짜 안 좋은 거라니까.”

“진짜. 진짜 괜찮아요. 갑시다.”


로운은 적당히 하라는 듯이 말을 끊으면 앞장 서 걸었다.

그 뒤를 석 씨와 미혜가 얼음을 끌고 따랐다.


“저러다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야?”

“그러게요...”


그 뒷모습을 뒤에 남은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제천의 말대로 얼마 가지 않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세 번째 구간은 운동 경기장처럼 직사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기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곽과 중앙으로 용암이 흐르는 통로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경기장?”


특이하게 생긴 공간과는 달리 보이는 생명체는 없었다.

몇 번인가 당한 탓에 누구도 섣불리 발을 내딛지 않았다.


“여기는...”


제천의 시선이 벽면을 향했다.

그제야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래된 복도형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파트 그림이라니 이상하네요.”


탑 안에서 보기에는 이질적인 그림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림보다도 더 이질적인 것은 제천이었다.


“뭐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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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6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6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6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7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4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7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6 0 14쪽
»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7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7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8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6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7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6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1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9 0 13쪽
187 죽음을 피하는 방법(3) 24.04.24 7 0 12쪽
186 죽음을 피하는 방법(2) 24.04.22 10 0 12쪽
185 죽음을 피하는 방법(1) 24.04.19 10 0 12쪽
184 역할극(5) 24.04.17 9 0 12쪽
183 역할극(4) 24.04.15 8 0 13쪽
182 역할극(3) 24.04.12 10 0 11쪽
181 역할극(2) 24.04.10 11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9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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