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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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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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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작성
24.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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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싸우면서 크는 거지(4)

DUMMY

+++


미혜와 지혁이 서우를 찾아 떠났다.

한편, 사람들이 떠난 의무실이라고 부를 법한 방에는 손발이 저린 것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로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나름 몇 년이나 봐온 나래 씨였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흡사 큰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혼내는 엄마의 모습 같기도 했다.


“홍제천.”

“...”


조금 전에 서우에게 화를 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자신의 손등만 바라보는 제천이었다.


“얘기해봐. 왜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했는지.”

“난... 쟤 싫어.”


갈라지는 목소리에 담긴 단어들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꽤 친해진 거 아니었어요?”


그간 로운이 봐온 모습에 의하면 그나마 서우가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미혜나 제천이었다.

지혁까지도 포함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로운이 보기에 지혁은 단순히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이에 대해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여 여태 말을 아꼈다.


“친하기는 무슨... 매번 싸우는데.”

“...”


그게 친하니까 가능한 거 아니냐고 묻고 싶은 로운이었다.

자신도 서우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거리를 두고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굳이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로운의 입장에서 서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았으니까.

일단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쉽게 버리지 않았지만...

그건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이야기였다.


팀원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자신이 더 노력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됐다.


그러나 그 범위가 넘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팀 내에 있는 폭탄에 누군가는 다칠 수밖에 없다.

굳이 말하자면 서우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말이다.

지혁이 서우를 감싸지만 않았더라면 진작 두고 갔을 것이란게 로운의 진심이었다.


제천이 이해가 되고, 오히려 지혁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그게 바로 서우였다.


“진짜 싫어하는 사람들은 서우 씨랑 대화도 안 해. 모르겠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래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렇게 듣자니 조금은 불쌍한 것도 같다.


“... 지혁 형은 왜 그런 애를 데리고 가려는 걸까.”

“...”


제천의 혼잣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또다시 나래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너를 데리고 가는 것과 같은 거야.”

“...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소리에는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제천이 반쯤은 노려보듯 나래를 향했다.


“매번 지각하고, 사고치고. 팀에 피해를 주는 걸로 치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지.”

“하지만... 나 요즘엔 안 그러잖아. 많이 좋아졌잖아.”


제천은 억울했다.

물론 피해를 준 자각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나래의 말이 충격이기는 했지만 그간 열심히 노력해왔다.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련도 하고, 강해지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걸 저런 사고뭉치 서우와 비교한다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럼 서우 씨는?”

“...”


되돌아온 질문에 제천은 입을 다물었다.


“서우 씨는 노력 안 하고 있는 것 같아?”

“잘... 모르겠는데.”


대답을 피하며 나래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제천 덕에 이번에는 로운과 제천의 시선이 마주했다.


“서우 씨는 나중에 들어와서 섞여들지 못한 와중에도 자신을 희생하며 싸웠어.”

“그렇게 사고만 치는데 섞여드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


로운은 나래가 무섭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나래가 무서웠고, 나래의 화를 부추기고 있는 제천의 입을 막고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까지는 온화한 모습이었지만 화를 눌러 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넌... 예찬 오빠가 우리에게 맡기고 간 소중한 동생이야.”

“...”

“어디를 가더라도, 어느 팀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나랑 석 오빠가 있는 이상 네가 혼자 있게 두지는 않아.”


항상 온화하게만 보이던 나래의 진심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성격이었기 때문이 아닌,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서우 씨는 아무도 없었어.”

“지혁 형이 있잖아.”

“... 너는 지혁 씨와 서우 씨가 대화를 나누는 걸 들어본 적은 있어?”

“...”


제천의 고개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였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가고, 어쩌면 지금 이런 대화보다도 더 깊고 때로는 엄한 소리가 있었을지 어떻게 알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해? 단순히 둘이 일전에 알던 사이라서 지혁 씨가 감싼다고 생각해?”

“... 아니야?”


밖으로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로운은 어째서인지 나래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가장 가까웠던 일을 생각해보자 그럼.”


화가 나지만 화를 잠재우려는 듯 조금 더 누그러진 목소리로 나래가 천천히 말했다.


“예찬 오빠... 아니... 몬스터가 된 예찬 오빠를 두고 너와 나는 어땠어?”

“...”

“우리는 현실을 외면한다고 도망치기밖에 안했어. 그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나선 사람도 서우 씨야.”

“그런 비인간적인 놈이 가족에 대해 뭘 알아.”


로운은 들었다.

누군가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를.

그렇기에 손을 들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죠. 듣기론... 서우 씨도 이전 사건으로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고 했어요.”

“...”

“티를 내진 않아도 속으로는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말하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결국 그 놈 때문에 사람들이 몬스터가 되는 거잖아.”


이제는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꿋꿋한 제천의 주장을 힘없이 지지했다.


“서우... 씨 때문은 아니죠. 정확히는.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서우 씨가 뭔가 일을 하기에는 우리랑 계속 함께 있었잖아요.”

“발이 빠르니까 틈이 날 때마다 뭔가를 했을지 어떻게 알아.”


이제는 오기였다.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정도면 자신이 화를 내고 억지를 부린 것에 대한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로운은 생각했다.


“홍제천. 똑바로 봐. 이제 어리광을 부릴 형도 없고, 여유를 부리며 살 집도 제대로 없어. 네가 왜 서우 씨를 꺼려하는 지 모를 사람도 없고. 그런데...”


방법을 바꾼 것인지 나래의 목소리가 낮고 건조해졌다.


“아닌 건 아닌 거고, 맞는 건 맞는 거야. 일어난 일들을 그간의 변화들을 제대로 봐. ”

“그건...”

“억지 계속 부릴 거면 서우 씨가 아니라 널 두고 가라고 내가 나서서 말할 거야.”


조금은 강압적인 반응이었지만 듣기를 거부하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


“내 편은 없구나...”


다시 시무룩해진 제천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우리는 네 편이야.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말해주는 거야. 네 편이 아니었으면 서우 씨를 따라갔겠지. 오늘의 훈수는 여기까지. 네 변명도 거기까지. 몸 좀 회복하면 서우 씨랑 다시 잘 이야기 하고 화해 해. 끝.”


그렇게 말하더니 나래는 휙 돌아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형도 나래 누나랑 같은 생각이에요?”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은지 간절한 목소리였지만 이번만큼은 로운도 타인을 위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네. 이번에는 제천 씨가 심했어요. 일단 머리를 식히면서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세요. 다수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닌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런가...”

“그럼 쉬세요.”


그렇게 로운도 나간 방에서 제천은 쓸쓸한 기분에 턱까지 이불을 올려 덮었다.

그러자 발가락 끝에 따뜻함을 잃어 비교적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남아있던 천들을 모아 겨우 만든 이불들이었다.


+++


“아우... 얘는 어디까지 간 거야?”

“애초에 능력을 써서 뛰쳐나간 사람을 어떻게 찾아요. 그... 그 시원한 커피라도 한 잔 주세요.”

“그걸 챙겨올 정신이 어딨어.”

“에이!”


한참을 걸었는데도 서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방향은 분명 이쪽이 맞았는데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미혜가 승질난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발을 굴렀다.


“그나저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싸울 줄은 몰랐네.”

“그러게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


내 말에 미혜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왜?”

“둘은 전혀 친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싫어할 걸요? 매번 진심으로 싸운다고 해도 무방한데.”

“... 너도 많이 싸우잖아.”

“그야 처음에는 싫었지만 나중 가서는 제법 귀여운 구석도 있고. 다들 너무 기력 없으니까 밝은 분위기 만들려고 장난친 거죠.”


그랬던 거구나...

그럼 그동안 서우랑 제천인 진심으로 그렇게 자주 싸우고 있던 거구나.


“아저씨도 가끔 보면 참 눈치 없어.”

“애들 싸움엔 관심 없어서.”

“몇 살이나 차이난다고.”

“매번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미혜가 작게 키득거렸다.


“아저씨도 알잖아요. 서우 언니... 우리 사이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거.”

“...”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함께 지내면서 문제도 많았고, 역경도 극복했다.

그럼에도 서우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골짜기 같은 게 있었다.


그게 뭔지, 왜 그런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첫인상이 너무 나빴던 것일 수도 있고,

서우 쪽에서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일지도, 그 반대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보통이라면 어느 정도는 친해졌을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도 남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서우 언니 찬성하는 거 솔직히 말해서 아저씨랑 나. 그리고 헤나투나 소원 언니 정도 일걸요? 뒤에 둘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


터덜터덜 걸으며 산책길 담소라도 나누듯 미혜가 말을 이어갔다.


“이유가 뭘까...”

“...”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에 미혜의 걸음이 멈췄다.

옆을 보니 정말 모르냐는 듯 한 얼굴이 있었다.


“서우 언니. 실력은 좋을지언정 내 뒤를 맡기기에는 불안한 사람이잖아요.”

“...”


별다른 설명이 없는 말이었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탑은 위로 갈수록 더욱 위험해 져 갈 것인데.

등을 맞대고 있어야 할 사람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 믿을 수 없겠지.


기대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그 자리에 없었고, 적에게 등을 내어주게 되는 상황.

그걸 걱정하고 있는 걸까.


“다들 말은 하지 않아도 어렴풋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난 또... 첫인상이 나빠서 그랬나 했네.”

“...”


이번에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미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첫인상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죠. 요즘 언니는 덜 그러니까.


그때 싫어하던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많이 누그러졌을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믿을 수는 없는 거지.”


미혜는 천천히 말했다.

말에 걸음을 맞추듯 천천히 걸으며.


할 이야기는 끝났다는 듯이 한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긴 설명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나는 그 뒤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언니?”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했던 시선이 내 옆을 향했다.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리니 몇 발짝 떨어져있는 곳에 우리와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서우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기척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싶더니 그렇게 우리의 발걸음에 맞춰 걷고 있었나 보다.


“응?”


대답을 재촉하듯 다시 한 번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완전히 걸음이 멈춘 서우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조금은 서글퍼 보이는 얼굴의 서우가

언제나 같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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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8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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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9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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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9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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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2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1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0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1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2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1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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