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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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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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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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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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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DUMMY

“최대한 모여있지 않도록 조심해!”


아무리 어린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공격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면 위험하다.


다 같이 모여 있다가 전멸하는 길만은 피하는 게 좋았다.

다행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협동보다는 개인행동에 특화된 이들이 더 많았다.


“선배. 머리 쪽도 아닌 것 같아요.”


서우가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돌며 드래곤의 머리 위를 지나 말했다.


“꼬리 쪽도 아닌 것 같아.”


언제 간 건지 모를 제천이 뒤에서 외쳤다.

어쩌다보니 몬스터 한 마리를 다섯이서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 녀석도 저번에 모래 녀석과 비슷한 타입인거 아냐? 공격하다보면 빈틈을 보인다거나.”


제천답지 않게 예리한 의견이었다.


“서우가 시선을 끌어주면 다른 사람들이 각자 보고 있는 곳을 공격해 보도록 하자.”

“선배 요즘 너무 나만 부려먹는 것 같은데...”


조금 거리가 떨어져있었지만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잘 들렸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 서우가 뛰어올라 드래곤의 목덜미에 올라탔다.

정수리 근처에서부터 타오르는 불길은 피했지만 열기는 피하기 어려운 듯 했다.


“아! 뜨거워!”


어디 한 곳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목덜미에서 이어지는 등을 따라 꼬리 근처까지를 오가며 뛰어다녔다.


뜨거워서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해서 한 행동이었겠지만 효과는 훌륭했다.


-크르릉! 인간 따위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인간의 언어를 하지 못했던 신생 몬스터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건가.”


감탄하고 있자니 감탄하고 있는 또 다른 한 명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게 드래곤... 음유시인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이건 정말...”


헤나투가 경외심 같기도 하고 감탄 같기도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곤 들고 있던 창을 수납용 마법진에 넣고는 다른 창을 꺼내들었다.


평소에 들던 것과 다른 모습의 창은 탑에 들어오기 전에 줬던 그것이었다.


“여행자로써 이 영광을 기쁜 마음으로 누리리.”


기도하듯 눈을 감고 낮은 소리로 몇 마디를 읊었다.

그 말이 우리가 하는 언어와는 거리가 먼 그들의 언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을 향해 뛰어드는 헤나투의 주변으로 밝은 빛이 모여들었다.


몇 번인가 그가 싸우는 모습을 봤지만 그의 마력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인간과 달리 반투명한 피부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전신이 환하게 빛났다.


빛은 퍼져 헤나투가 들고 있는 창까지 전해졌다.


드래곤의 뒷다리를 타고 오른 헤나투는 그대로 왼쪽 팔을 베며 내려왔다.


마법도 통하지 않았던 피부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단순해 보이던 공격치고는 큰 데미지인 이었으나 상대는 드래곤이었다.


상처가 생기는 즉시 상처 주변으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이내 상처를 덮은 마력에 의해 새살이 돋으며 상처가 사라졌다.


“뭐야. 재생 능력도 있어?”


놀라는 미혜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드래곤의 시선이 헤나투를 향했다.

접혀있던 날개가 활짝 펴지더니 육중한 육체가 헤나투를 향했다.


유리 조각상 같은 몸이 공격을 피해 몇 발짝 물러섰으나 날아오는 공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굉음이 들리며 뿌연 수증기가 둘을 가렸다.


“아우. 힘이 무식하게 세네. 이제 막 태어난 주제에.”


아무래도 둘이 아니라 셋인 듯 했다.


헤나투를 향하고 있던 주둥이의 위아래를 잡고 있는 미혜의 주변이 환하게 빛났다.


무식하게 힘이 세다는 표현을 미혜가 다른 이들에게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헤나투. 오래 못 버텨. 얘 좀 어떻게 해봐.”

“알았소.”


온 마력을 다해 버티고 있었지만 땅을 디디고 있는 발이 조금씩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미혜가 드래곤의 주둥이를 막고 있는 사이 헤나투는 아까와 같이 뒷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번에는 날개를 공격했다.


비행형 몬스터라면 날개가 약점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낮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


“쳇.”


아무래도 아니었던 듯 창을 들어 회전시키며 날개를 베고 내려왔다.


입을 다물 수 없어 울음소리가 되지 못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저 멀리 있던 다른 몬스터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헤나투! 미혜야! 피해!”


승주가 보고 있던 드래곤 한 마리가 날개를 펴 둘을 향해 돌진했다.


사람의 눈으로는 온전히 확인할 수 없는 움직임이 멈췄다.

드래곤의 움직임을 막고 있느라 움직일 수 없는 미혜의 바로 옆에서.


“미혜야. 괜찮아?”

“어...언니...”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랐는지 미혜의 마력이 흩어지며 돌진하던 드래곤이 그대로 벽까지 날아갔다.


새롭게 난입한 드래곤은 자신을 속박하는 염력에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멀리서 날아오는 소원의 주변으로 검은 마력이 흘러나와 나래 씨가 잡고 있던 드래곤을 묶었다.


발버둥 치던 드래곤은 그대로 몽롱한 눈이 되더니 자신이 날아왔던 길을 천천히 걸어 돌아갔다.


소원에게는 절대 까불면 안 되겠다.


“저... 괜찮으세요?”

“으응...”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승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나래 씨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소원의 난입으로 멈출 수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힘을 써버린 듯 했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드래곤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막은 것이니 그럴 만도 하지.


“쿨럭...”


승우의 치료를 받으면서도 나래 씨는 피를 토했다.

전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그 만큼 위력은 떨어졌다.


그 점은 나래 씨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대형 몬스터에게 직접적으로 능력을 쓰는 일이 없었다.

양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지만 흐르는 피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저거 괜찮은 거예요?”

“... 아니겠지.”


인간이 한계가 넘는 힘을 갖게 되었을 때.

몸은 그 부작용을 견딜 수 없게 된다.


“날아오는 드래곤을 온 몸으로 막은 거랑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그렇구나...”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하던 서우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드래곤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그런 그를 무심하거나 매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떤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사람은 필요하다.

누군가는 감정으로 상황을 마주한다면 누군가는 이성으로 상황을 마주한다.


그 둘 중 하나라도 과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 분산된 집중력의 틈새를 노리고 마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드래곤을 향해 서우가 뛰어가 칼을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동료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래 씨는 승우한테 맡겨. 다들 정신 차려요.”


선두로 나선 서우의 칼이 아슬아슬하게 드래곤의 눈 아래를 스쳐지나갔다.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던 드래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중심을 잃자 갈 곳을 잃은 불길이 그대로 천장을 향했다.


열기에 바위로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되는 천장의 일부가 녹아내리더니 빛이 나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탑의 내부 또한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는 건가.


미혜가 방금의 공격으로 떨어지는 천장의 잔해를 피해 다가왔다.


“아저씨. 나 약점을 찾은 것 같아요.”


그렇게 말했지만 말하고 있는 표정에서 확신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확실하지는 않아요.”

“괜찮아. 확신은 확인해보면 돼.”


물론 그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지는 모르겠다.


방금 전의 소란으로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다.


“입 안에서 빛을 봤어요.”

“입 안에서?”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주둥이를 잡고 있었지...

그때 본 건가?


“근데 좀 이게...”


미혜가 작게 입맛을 다셨다.


“깜빡깜빡하고 있던데요.”

“깜빡깜빡?”

“깜빡깜빡까지는 아닌가. 잠깐 생겼다가 사라졌어요.”

“잠깐 생겼다가 사라졌다라... 타이밍은?”

“음... 저는 계속 앞만 보고 있느라 다른 건 못 봤는데... 헤나투가 뛰어나간 다음이었어요.”


그렇다면 헤나투가 공격을 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공격을 당한 그 순간에... 상처 주변으로 마력이 모였었다.


그 찰나의 순간 변화가 일어났던 걸까?


“역시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겠네. 다음에 또 달려들면 막아줘.”

“음. 노력해 볼게요. 힘이 정말 무식하게 세요.”

“잘 할 수 있어.”


나는 미혜의 머리카락을 대충 흩트리고는 검을 바로 쥐었다.


“내가 시선을 끌 테니까 미혜가 막고 남은 분들은 공격해주세요. 그때 변화가 생긴다면 그게 약점일테니까.”


그게 입 안에 있다는 게 문제겠지만.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서 입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

언제라도 불길이 쏟아질 수 있는 불길 속으로...


아니다. 지금 당장 할 일을 보자.

당장은 미혜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잘 따라와.”

“물론이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이제는 우리의 대화를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는 건지 몬스터의 시선이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나는 서우처럼 높게 뛸 수도 없고, 헤나투처럼 현란하게 무기를 쓸 수도 없다.


주머니에서 음료 하나를 꺼내 마셨다.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효과로 5분간 이동속도가 80만큼 상승합니다.]


안내창과 동시에 온몸에 활력이 돌았다.

누군가 등을 밀어주기라도 하듯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것에 가속이 붙었다.


“이쪽이야!”


칼을 높게 들어 흔들었음에도 드래곤은 그저 눈짓으로 한 번 바라볼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진짜 우리의 계획을 다 들은 것 같다.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면 이보다 황당한 경우가 있겠는가.

가만히 있는데 웬 작은 생명체들이 찾아와서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무기를 휘두른다.

그러더니 눈앞에서 작전을 모두 말하는 상황이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드래곤을 향해 들고 있던 칼을 있는 힘을 다해 던졌다.


마법이나 웬만한 공격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저 두꺼운 가죽은 노려봤자다.

그나마 나를 향하고 있는 세로로 길게 쪼개진 눈동자를 향해 던졌다.


-하루살이만도 못한 인간들이 제법 무모하구나. 그 뜻대로 해주마.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드래곤의 육중한 몸이 가볍게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나를 향했다.


꽤 뛰어온 덕분에 거리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초를 세기도 전에 드래곤의 무식하게 큰 이빨이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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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6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6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7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4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6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6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6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6 0 10쪽
»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8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6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6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6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0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8 0 13쪽
187 죽음을 피하는 방법(3) 24.04.24 7 0 12쪽
186 죽음을 피하는 방법(2) 24.04.22 10 0 12쪽
185 죽음을 피하는 방법(1) 24.04.19 10 0 12쪽
184 역할극(5) 24.04.17 8 0 12쪽
183 역할극(4) 24.04.15 8 0 13쪽
182 역할극(3) 24.04.12 9 0 11쪽
181 역할극(2) 24.04.10 11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9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12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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