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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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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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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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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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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죽음을 피하는 방법(3)

DUMMY

당장이라도 답을 달라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따가웠다.


“아저씨!”

“어... 응.”


어차피 언젠가는 알아야할 것들이었다.

미혜뿐만 아니다 로운도, 석 씨도 그 외의 함께 탑을 오르는 모두가 알아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사실이기는 할까?


나 또한 서우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와 에스프레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서 생각할 뿐이었다.


“그럼 저 탑은 블랙이라는 곳에서 만든 거예요?”

“그럴 리가. 아니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생각해 봤을 때 블랙은 탑의 주인이 아니다.


탑의 주인은 에스프레소가 아니었나.

그렇다면 블랙은 탑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흠...”


미혜는 생각을 하듯 약간 고개를 숙이고는 손가락 끝으로 턱을 문질렀다.


“그 사람들... 뭔가 연구를 하는 거 같았으니까. 탑에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 거라고 생각해.”

“신인류를 만든다 뭐다 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슨 연구를 하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지 생각에 빠진 미혜의 고개가 점차 아래로 향했다.

굳게 닫힌 입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죽음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죠. 후후. 관심 가져주시니 기쁘네요.”


그때 어디선가 낯설면서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을 가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에 빠져있던 미혜의 고개가 천천히 우리가 지나온 길을 향해 돌아갔다.


몸의 라인이 잘 드러나는 검은색의 정장을 입고 있는 여자는 팔짱을 끼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잘 잡힌 허리 라인 옆으로 길게 늘어트린 긴 검은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

바람 한 점 없는 이런 화창한 날씨에 누군가를 부르는 손길마냥 천천히 그리고 유연하게 흔들렸다.


“당신은... 서 윤화...?”

“저를 알고 계시다니 기쁜걸요. 역시 대화하기 전에는 통성명정도는 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여자는 우리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불쾌한 기색도 없이 천천히 웃었다.


바람이 새듯이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피부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화란 씨의 손길이 떠오르는 감각이었다.

그녀의 손길이 끈적끈적하지만 따뜻한 감각이었다면 이 여자의 목소리는 농도 짙은 향수를 들이마시고 있는 기분이다.


향수의 입자들이 차가운 얼음 조각이 되어 폐를 찌를 것 같은 거부감이 들었다.


“걱정 말아요. 저도 당신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니까요. 미혜 씨도, 지혁 씨도 말이죠. 그 외에 관련된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어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요. 그러니 걱정 말아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작은 목소리가 말을 뱉어냈다.


“오히려 그 부분이 더 기분 나쁜데.”


미혜가 경계에 찬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봤다.


“뭐... 어차피 당신들은 여기서 저를 죽일 수 없답니다. 생포는 더더욱 불가능하고요. 그러니 잠시 대화나 하자는 거죠.”


서윤화는 유감이라는 듯이 자신의 뺨을 만지며 눈을 작게 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봐 주세요. 흔한 기회가 아니라고요.”


너무 경계하지 말라는 듯이 여자는 양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보였다.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으신 건가요. 그럼... 아, 참. 그러고 보니 제 선물은 잘 받으셨나요?”

“선물...?”


여전히 노려보고만 있는 미혜를 대신하여 물었다.


“네. 당신들의 친구. 참 예쁜 모습이 되었죠. 그 친구는 이제 죽지 않을 거예요. 저 탑이 존재하는 한 말이죠.”

“...”


서윤화라는 사람은 지금 우리를 도발하고 있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그 도발에 넘어간 것 같다.


“죽지 않게만 조심해 줘요. 죽지는 않겠지만... 몸이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당하게 된다면 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말하는 미혜의 목소리에서 꾹꾹 눌러 담은 화가 느껴졌다.


“어머. 왜 화를 내실까. 애초에 죽었을 사람을 살려준 건데 저에게 감사해야할 텐데요.”

“애초에 당신만 아니었다면 그런 고생할 필요도 없었어.”


여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일부러 상대를 더 화나게 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고, 정말로 아쉽게도 미혜에게 효과적이었다.


“아저씨. 나 말리지 마요.”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미혜의 팔을 잡았지만 끌려가는 것은 나였다.


“으억. 진정해봐.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런 상황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요?”


답답했는지 화를 내는 미혜였다.

서윤화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반이었다면 미혜가 저 여자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이었다.


“조금만 진정해봐. 마음이 급할수록 일은 그르치기 마련이야. 알잖아.”

“으...”


내 말에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스스로를 이해시키듯이 머리를 몇 번 끄덕인 미혜는 여자를 한 번 째려보고 내 곁에 와 얌전히 섰다.


진정하기 위해 애쓰는 미혜를 확인하고는 시선을 여자에게로 돌렸다.

도망갈 생각도, 공격할 생각도 없는 듯.


정말 이야기를 나누러 온 사람 마냥 여자는 서있었다.

이곳에 자신에게 악의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그만큼 실력에서 자신이 있다는 소리인가.


“이제 질문할 마음이 드셨나요.”

“하고 싶은 말은 많죠.”

“해보세요. 우리에게는 시간이 ... 많을 테니까요.”


후후하는 웃음소리가 거슬린다.

그의 주변으로 희미하게 퍼지고 있는 검은 마력도 거슬린다.

우리를 맛있는 사냥감을 지켜보듯이 훑고 있는 시선이 거슬린다.


“당신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음... 질문이 모호하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시겠어요?”

“원하는 게 뭐야.”

“그 또한 모호하지만 조금 전보다는 낫네요. 저는 말이죠.”


여자는 감격에 찬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하늘을 바라봤다.


“인간이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그에 의한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뭐 저런 인간이 다있어.”

“후후.”


정말 경멸에 찬다는 듯이 말하는 미혜에게도 서윤화는 그저 가볍게 웃기만 했다.


“저는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는 한 연구원이었어요. 죽음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했죠.”

“죽음을 피하는 방법...?”


“맞아요. 인간은 언젠가는 죽어요. 하지만 안 죽을 수는 없을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모든 게 다 바뀌어도 뇌만...”


서윤화가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툭툭 쳤다.


“뇌만 남아있다면 온 몸이 다 바뀌어도 살아남는 게 아닐까.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걸 이루고 싶었어요. ”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가능하지 못한다면 어때요. 내 평생을 그거에 받칠 준비가 되어있었고. 내가 못한다면 우리의 후생에도 계속해서 연구하다보면 언젠간 되겠죠.”


허 하고 기운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지하게 말하는 여자에게서 은은한 광기가 느껴졌다.

아마 미혜도 그 광기에 질려 나온 소리리라.


“아무튼... 기적이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탑을 위험하고, 정복해야하는 존재로만 생각하는데... 참 아쉬운 관점이에요. 저걸 이용한다면 우리가 이루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천천히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호흡을 이어가며 말하는 여자의 말에 우리의 말문이 막혔다.

탑을 이용한다.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해봐야 탑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얻고자 했지 저런 비상식적인 일을 시도해보는 사람이 있었을까.


“물론 제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들처럼 말이죠.”


눈을 가늘게 뜨며 웃는 모양에서 진심으로 비웃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씩 스멀거리며 나타나던 검은 마력은 이제 꽤나 뚜렷해져서 여자를 따라 두꺼운 윤곽선을 두르고 있었다.


미혜의 앞을 가로막고 뒤로 보냈다.


“아저씨?”

“...”


“그분께서도... 저와 함께 한다면 좋을 텐데. 왜 당신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분이라면 서우를 말하는 걸까?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신의 대리인이란 뭐지.”

“오. 좋은 질문이에요. 당신에게도 탐구심이라는 게 있긴 한가 보네요.”


또 한 번 비웃는 것 같은 눈웃음과 함께 여자는 말을 이어갔다.


“신의 대리인. 그건 선택받은 인간들을 뜻해요.”

“선택 받은... 인간.”

“맞아요. 당신의 연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그분께서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분은 서우... 일까?


“헷갈려하시는 거 같네요. 신께서는 모든 걸 알고 있어요. 특히 당신에 대해서는요.”

“...”

“이야기가 자꾸 딴 길로 세네요. 당신도 관련된 힘에 대해 연구했으니 아시겠죠. 인간이 쓰는 힘은 신의 힘을 희석한 것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너무 강한 약물은 희석해서 쓰는 것과 비슷한 거죠.


신의 대리인은 그 강함에 내성이 있는 사람들을 뜻해요.


어떠한 제약도 없이 신들의 수족이 되어 힘을 쓸 수 있는 선택받은 인간들.


고서우씨는 사실은 대리인은 아니죠. 신의 사랑을 받고, 신에게 선택되었을 뿐 그에게는 재능이 없어요.


왜 내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꽤나 단호하게 말하고 있는 모습에 어쩐지 불쾌한 구석이 느껴졌다.


투기 같기도 하고, 불만 같기도 한 감정이.


“뭐... 대리인이 신과 완전히 동일해지면 곤란하니까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그분의 뜻을 한낱 인간인 제가 이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겠죠.”

“그런 이야기를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해주는 거야.”

“...”


방금 전까지 열심히 움직이던 입이 멈췄다.

여자의 시선 또한 날카롭게 바뀌었다.


“이제 가볼 시간이네요. 굳이 답하자면 저 또한 별로 오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인간은 신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뒤를 돌아선 여자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아저씨? 괜찮아요? 왜 그래요.”

“어...”


미혜는 보지 못했을 테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희미하게 보이던 검은 마력이 우리를 감싸던 것이.


그리고 짓누르기 위해 몸집을 키워가던 것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잡아먹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무엇보다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서있는 것이 고작인 내 자신을 보았다.


“위험한 사람이야.”

“그래요...? 뭔가 위험하다기 보다는... 사람 잘 꼬실 것 같은 인상이긴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있잖아요. 이성을 꼬시려는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느리다고 해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여자의 감 같은 거?”


확실히 이상할 정도로 느렸지만 원래 그런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미혜가 말하는 무언가를 느끼지는 못했다.

오로지 당장이라도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압박감을 느꼈다면 모를까.


“아저씨... 연애는 못하겠다.”

“...”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


자신의 이름보다 여제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는 윤화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을 내려다 봤다.


다 부서졌던 곳에 새로운 것들이 쌓여 가고 있었다.


“인간의 생명력은... 참 좋네.”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그랬는데 어느새 보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윤화는 인간의 위대함이라든가 생명력의 아름다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제... 구인류는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


윤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늘 또한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따르는 그의 지시였을 뿐이었다.


윤화는 구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악착같이 새로운 삶을 이루려고 애쓰고 있는 이곳이 제법 불쾌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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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1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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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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