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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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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27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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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서로 다른 존재(5)

DUMMY

+++


로운의 손끝에서 태극 문양이 벽을 향해 빛을 쏟아냈다.


“호오...”


그 모습을 피트라가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봤다.


“재미있네.”


피트라가 벽에 꽂힌 빛을 보더니 이내 손을 들어 닦아내듯이 움직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이 나타났다.


“잘 가.”


잘가란 말을 마지막으로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테이블 앞에 앉아 차를 마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곳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순전히 두 사람의 시간 속으로 돌아갔다.


저게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온 자들의 모습일까?


“매정하네.”

“굳이 우리에게 정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애초에 이상할 정도로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거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만 가면 돼.”


지금은 다음으로 넘어가서 이번 층을 클리어하는 게 우선이다.

피트라가 열어준 길을 따라 곧게 뻗어나가던 빛은 머지않아 문 앞에서 멈췄다.

굳게 닫힌 문 사이를 빛이 비집고 들어갔다.


“이거 열릴까?”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가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족히 10미터는 넘을 것 같은 문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열 수 없다.


벽에 손을 대자 손가락 끝을 따라 한기가 전해졌다.


“여기 문이 있다면 열라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여기는 탑 안이었다.

못 가게 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게 비록 피트라의 도움이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자 한기가 나릇하게 피부에 눌어붙으며 문이 열렸다.


갈라진 틈 사이로 빛이 비집고 들어오며 문 너머의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여기...”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공간보다 큰 구간이 나타났다.

새하얀 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공간은 어떤 생명체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정적뿐이었다.


무엇보다 공간의 가운데로 뻗어 내려온 빛줄기 하나.

빛줄기를 따라 고개를 들면 그간 있었던 천장을 대신하여, 하늘도 아닌 무언가가 꿀렁거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어찌 보면 살아있는 생명체 같기도 한 움직임이었다.


노란색을 아주 조금 섞은 것 같은 백색의 무언가...


“마력인가...?”

“마력?”


혼잣말에 로운이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게... 마력의 모습... ”

“...”


아무래도 나한테만 보이는 것은 아닌 듯 다른 이들의 시선도 위를 향했다.


“마력이란 거... 예쁘네요.”


승우가 홀린 사람처럼 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작게 말했다.


“그런가?”


아무래도 관심 없는 사람은 제천뿐인 듯 했다.


“저걸 보고 있으니까 왠지... 빠져들고 싶네요.”


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로운이 손을 뻗었지만 당연히 닿지 않았다.

그게 제법 분해보였다.


“아니야. 안 돼. 정신 차려야 해.”


로운의 그런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져 고개를 털어냈다.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위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로운 씨도, 승우도. 정신 차려 봐요. 제천아 이 사람들 좀 말려봐.”

“어? 으응...”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제천을 불러 로운과 승우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초점 없이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에 생기가 돌아왔다.


“아...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그러니까 더더욱 넋 놓고 보면 안돼요.”

“그렇죠...”


이곳과 다른 곳에 차이가 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겼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그게 조심해야하는 무언가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최대한 위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봐.”

“네...”


대답을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는 듯이 승우는 힐끔힐끔 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게 예쁜가? 난 좀 무서운데.”


제천이 승우의 고개를 잡아주며 위를 바라봤다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어찌 보면 제천의 반응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밖이 아닌 탑의 안.

그 안에서 천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보인다면 그건 아주 위험한 무언가 이거나, 하늘이라는 걸 텐데.


둘 중에 무엇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상황은 아닐 테니까.


“어? 저기 누나가 있어요.”


제천의 양손에 보들보들한 양볼을 붙잡힌 승우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로운의 손끝의 목걸이에서 뻗어나간 빛은 중앙의 빛줄기로 모여들었다.

작은 강물이 큰 강물에 합류하듯이.

혹은 잡아먹히듯이 끌어당겨지는 빛줄기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빛이 있었다.


몇 명의 사람이 우리와 같이 넋을 놓고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만...”


하얀 벽에 하얀 빛.

가까이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멀리 있는 일행들의 뒤로 보였다.


희미하고 거대한 마력이 일행들에게서 빠져나와 백색 마력으로 흘러 들어갔다.


“말려야 해요.”

“아... 어. 네.”


거대한 원형의 공간을 가로질러 뛰었다.

단말마 같은 소리에 로운이 고개를 털어내며 내 뒤를 따라 뛰었다.

로운의 뒤로 제천이 승우와 속도를 맞추며 뛰어왔다.


하지만 곧 그게 만족스럽지 않은지 승우를 등에 업고 우리 옆까지 따라붙었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마력을 흡수하고 있어요. 빨리 말려야 해요.”

“흡수라고요?”

“잘은 모르겠지만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아주 천천히 흡수하는 것 같아요. ”

“그러면... 마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눈치 채지 못하겠네요.”


방금 전 나도 모르게 저걸 보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잡아먹히는 줄도 모른 채 아름답다며 홀리듯 바라보고 있었을 테니까.


“미혜야! 정신차려봐.”


아직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얼굴을 분간할 수 있는 거리에서 미혜의 이름을 외쳤다.


“안 들리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혹시나 서우라면 다를까 싶어서 바라봤지만 다를 것 없이 없었다.


한술 더 떠서 별을 구경하듯 바닥에 드러누웠다.


“고서우는 왜 저러고 있는데! 헤나투는... 헤나투라면.”


눈으로 헤나투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헤나투는... 여기 없나? 일단 깨우죠. 미혜야 정신 차려봐.”

“어...? 아저씨. 아저씨 무사했군요!”

“그래 덕분에. 일단 위는 바라보지 말고 다른 사람들 좀 깨워봐.”

“하지만 아저씨... 저건 마치...”


미혜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이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해 보였다.


“홀리면 안 된다니까.”


다시금 어깨를 잡고 흔들자 미혜가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놀라며 나를 돌아봤다.


“아! 너무 예뻐서 그만!”

“속지 마.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아... 알겠어요. 노력은...”


다시 위로 향하려고 하는 미혜의 고개를 잡아 내리 끌었다.


“안 돼! 정신 차리라고.”


부여잡은 볼살에 눌린 입술이 애매하게 벌어졌다.


“하이마... 아라..쒀허”

“안되겠으면 그냥 눈이라도 감고 있어.”

“혜햡”


대답을 듣고 눈을 감는 것을 본 뒤에야 손을 놓고 서우를 살피러 갔다.


로운은 석 씨를 제천은 나래 씨를, 승우는 승주를 깨우고 있었지만 쉽지 않은 듯 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 거지?

사실은 우리도 금방 깨어난 것은 아닌 게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금방 생각을 털어낼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제천이 있었다.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다면 제천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은...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정신 좀 차려봐. 서우야.”

“으응... 5분만 더요.”

“무슨 소리야. 정신 차려!”


눈을 뜨고 있는데도 잠에 든 사람처럼 입맛까지 다시고 있는 모습이 정상은 아니었다.


“일어나라니까.”


자는 사람을 깨울 때와는 반대로 서우의 눈을 가렸다.

그러자 헤하고 벌어져 있던 입이 닫혔다.


“음냐... 선배? 이거 선배 냄샌데.”

“...”

“커피... 커피 냄새가 나요. 향긋한 커피 냄새...”

“...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돼. 일어나.”


서우의 입꼬리가 가볍게 말려 올라갔다.


“조금만 더. 선배 냄새 좋으니까.”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내 손 위에 작은 손 두 개가 겹쳐졌다.

따뜻한 온기가 손등을 덮었다.


“좋아. 일어나볼게요.”


잠시 그렇게 있던 서우는 내손을 치우더니 눈을 감은 상태로 기합소리와 함께 상체를 일으켰다.


손바닥이 축축하다.

하지만 운거라기에는 너무 멀쩡한 모습이기에...

설마... 땀...인가?


나는 손바닥을 바지에 슥 문질렀다.


“저기 근데. 헤나투는...?”

“여기 있소. 지혁.”


헤나투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우리가 섬기는 존재 앞에서 나는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니까.”

“... 그게 저 빛이라고?”


처음 헤나투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빛을 섬기는 자라고 했었다.


그 빛이 저 빛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애초에 저게 왜 여기 있는데?


“빛... 혹은 이 세상을 유지하는 무언가라고 할 수 있겠소. 다만 빛이 여기 있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왜인지 헤나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갔다.


조금은 곤란하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무던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만약... 빛의 뜻이 당신들을 원치 않는다면... 나의 창이 그대들을 향할지도 모르오. 그러니...”


그러니 우리를 위해서라도 헤나투는 여기서 빠져야 한다.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대들에게 창끝을 세우게 된다면 이것으로 나를 죽여주시오.”


헤나투의 목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손바닥이 펼쳐졌다.

손바닥 위로 검지만한 크기의 투명한 조각이 떨어졌다.


“나는 죽지 않으니까... 다만 내가 죽거든 나를 찾아 주시오. 그대들이 사는 곳에서 그대들과 살아가고 싶소.”


보이지 않았지만 내 손을 잡고 있는 무언가가 작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알겠어.”


이 넓은 탑 안에서 헤나투를 다시 만나는 일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운이 좋다면 다른 인간을 만나서라도 다시 탑 밖으로 나올 수 있겠지.


“지혁. 빛은 세상의 근원. 그것을 등에 업고 있는 자는 쉽지 않을 것이오.”


그 말을 끝으로 헤나투의 기척이 멀어졌다.

그와 함께 환하게 내리치던 빛이 반으로 갈라졌다.


“사람이... 나오네요.”


미혜가 눈이 부셔서 뜰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찌푸리며 앞을 바라봤다.


실루엣만 봐도 몬스터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 저 저 사람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티비에서.”


미혜는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조호완 ... 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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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서로 다른 존재 (4) 24.06.24 13 0 12쪽
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11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2 0 14쪽
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1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11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1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4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2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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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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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3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3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3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4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20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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