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13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6.17 09:00
조회
11
추천
0
글자
12쪽

서로 다른 존재(1)

DUMMY

“아, 저 구멍 하나 더 봤어요. 문 같은 거...?”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한 사람을 향해 나머지 넷의 시선이 모아졌다.


“미혜야. 문 같은 거라니?”


아무리 둘러봐도 이 공간에 위, 아래를 제외한 곳에는 구멍이랄 것이 없었다.

의미가 모호한 그림들만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근데 저도 확실하지는 않은데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미혜가 올렸던 손을 내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까 의식을 잃기 전에 아주 잠깐... 본 것 같아요. 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요.”

“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이번에는 다섯 명의 시선이 동시에 괴물이 몸을 담고 있는 물웅덩이를 향했다.


“물속에 문이 있다고?”

“있어도 거기도 물 속 아닐까요... 만약에 문이 아니라면...”

“다 같이 익사하겠네요.”


서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그런 장난 할 때에요? 음... 소원 언니.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나요?”


이제는 서우가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말을 해도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게 된 미혜가 소원을 향해 물었다.


“무력화라...”


조금 전의 능력을 사용하며 튀어나온 더듬이가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 탐색이라도 하듯이 움직였다.

네 개의 시선 속에서 허공을 더듬던 더듬이가 멈췄다.


“재워볼게.”


소원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환각 가루를 통해 상대의 시선을 자신들에게서 거둘 수도 있었고.

마비 가루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최대한 조용히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니 재우는 방법이 가장 무난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근데 꽤 깊은데 거기까지 헤엄쳐서 가야하나?”


미혜가 조금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듯이 눈을 감았다.

꽤 오랫동안 가라앉았다고만 느꼈을 뿐.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서 문을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내려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영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바라보니 나래의 시선이 서우를 향했다.

시선을 받은 서우 조차도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까 서우 씨가 쓴 능력을 쓴다면 그 사이로 제가 여러분들을 데리고 갈 수 도 있고.”


나래의 말에 소원의 더듬이 가볍게 두 번 흔들렸지만 다른 이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었다.


미혜는 의식을 잃고 있었고, 헤나투는 아래에서 일어난 일을 살필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서우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이 나래는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아까 서우 씨가 미혜 구하러 가셨을 때 그 뒤로 뭐랄까... 이렇게 바람으로 물을 가르는 것 같은 구멍이 생겼었거든요.”


나래가 양손으로 둥근 기둥 모양을 만들며 설명했다.


“뭐... 대충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겠어요.”

“내가 그랬다고요?”


자신의 자각도 없이 능력을 썼다는 것이 의아해 보이는 서우였지만 잠시 입을 다물더니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사람이 다급하면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일을 해내기도 하는 법이다.

그게 나쁜 쪽으로 사고를 친 게 아니니 된 게 아닐까?


“무슨 느낌이었는지 알 거 같으니 재워주시면 해볼게요.”

“...”


서우의 말에 소원이 몸을 돌려 괴물을 바라봤다.

괴물의 시선은 일행들을 향하고 있었지만 아까처럼 공격을 해오지는 않았다.


괴물은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이 받은 명령은 이곳에 들어온 인간을 막는 것이었다.

죽일 필요도 없이 가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그렇게 몇 개월일지, 몇 년일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지났다.

아무것도 없이 홀로 남은 이곳의 시간은 자신이 원래 있던 곳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고 괴물은 점차 심심해졌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마주한 인간에게 장난을 조금 칠 생각이었는데...


‘인간... 그리고 나머진...’


하나는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과 비슷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이가 왜 여기서 인간들과 저렇게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인간들은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을 이길 순 없었다.


그건 누군가 가르쳐 줘서가 아닌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굳이 무리해서 공격할 마음도 사라졌기 때문에 그들이 조용히 이곳을 떠났으면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인간도 아니고 동족도 아닌 이가 자신을 보고 섰을 땐 희미한 호기심마저 들었다.


소원은 눈을 감았다.

스킬은 이미지다.

상상해내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커다란 존재를 재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가루가 필요할까.

감은 눈 안으로 천장 가득 꽃이 피어났다.

보기에 흉한 꽃이 자신의 마력을 양분 삼아 피어나 천장에 꽃밭을 이루었다.


봉오리가 피어난 꽃들은 이내 활짝 피며 눈처럼 가루를 쏟아낼 것이다.


“꽃가루가 닿지 않게 해주세요.”


소원의 말에 뒤에서 가벼운 바람이 불었다.

마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난 바람이 넷을 구처럼 감쌌다.


소원은 서우의 마력을 느끼고 상상 속에서 괴물이 가루에 취해 잠드는 모습까지 떠올린 다음에야 감은 눈을 떴다.


그러자 천장에서 손바닥만한 가루들이 눈이 내리듯 쏟아져 내렸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괴물이 주변을 살폈지만 공격 의사도 악의도 없는 능력이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를 재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능력이 누군가를 죽일 수는 없었다.


괴물은 점차 눈이 감겼다.

태어난 이래로 잠이란 것을 잔 적이 없었다.

자신은 그런 존재로 태어났고, 불필요한 일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밀려오는 졸음은 괴물에게 낯선 것이었다.

속수무책으로 감기는 눈에 자신의 시야가 점차 흐릿해져가더니 간간히 끊겼다.


완전 잠에 빠지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고작해야 5분 정도에요.”


소원이 괴물이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자 쏟아지듯 내리던 가루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가루와 함께 넷을 감싸고 있던 바람도 멈췄다.


“어후 힘들어.”


서우가 땀을 닦으며 고생했다는 듯이 자신의 양팔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러면 가볼까요.”


다시금 마력의 소용돌이가 서우의 주변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소원은 그런 서우를 보며 가끔 놀라고는 했다.

인간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 몸이 되고나자 보이거나 느껴지게 되었다.


그중 가장 큰 차이가 마력이었다.

지혁과 같이 어떠한 형체로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각이 마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각자의 마력은 개성을 지니고 있다.

나래의 마력은 섬세했고, 지혁의 마력은 희미했으며 미혜의 마력은 단단했다.


각자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서우의 마력은 특이했다.

인간의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특한 느낌의 마력은 언제나 가공되지 않은 듯 폭발적인 힘을 보여줬다.

마치 누군가 힘을 실어주고 있듯이 강력한 힘이었다.

그것이 서우로 하여금 자유로운 능력을 사용하게 해주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유가 뭘까... 설마 지혁과 같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 보이지 않았기에 소원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털어냈다.


“다 됐어요.”


서우의 말과 함께 다섯 명의 몸이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라 물을 가르는 구멍 속으로 향했다.

직선으로 뻗어나가던 기둥은 조금 깊어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또 미로야...?”

“문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요. 방향만 잡으면 다시 뚫을 수 있어요.”

“아마... 잠깐만 내가 이렇게 내려왔으니까... 저쪽이다.”


기억을 잃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방향을 잡은 미혜가 한쪽을 향해 손가락을 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아래의 벽면에 거대한 검은 색 문이 있었다.


앞에 도착해서 보니 밀 엄두도 나지 않는 사이즈에 다섯 명은 입을 벌렸다.


“밀리긴 하나.”


미혜가 시험 삼아 힘을 줬지만 문은 벽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빨리 방법을 생각해요. 곧 깨어날 거예요.”


괴물이 잠에서 깨어난다면 갑자기 사라진 일행들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물을 향해 뚫려있는 구멍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어려워질 것은 서우의 힘으로 물속에서도 숨을 참을 필요가 없었던 자신들이리라.


“다들 여기로 들어가 보겠소?”


방법을 고민하던 이들 사이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나투의 옆으로 사람 하나 정도는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마법진이 나타났다.


“어떻게 하려고...”

“이 문은 인간의 힘으로는 열 수 없는 것이오.”


헤나투의 시선이 문의 표면으로 향했다.

검은 문에 얕은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가 있었다.

알고 보면 글자로 보일 수 있겠지만 모르고 보면 문양과 다를 바가 없는 형태였다.


“고대의 언어오. 나를 믿어 보시오.”


진지한 분위기의 헤나투였지만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 방법이 없으니까.”


가장 먼저 마법진으로 들어간 것은 서우였다.

그 뒤를 미혜가 따랐다.


“시간이 없소.”


무엇을 고민하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발이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소원과 나래의 시선이 만났다.


“서우가 들어가면서 정말로 시간이 없소!”


다급하게 외치는 헤나투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주인을 잃은 마력이 형체를 잃어갔다.

바람이 밀어내고 있던 물이 공간을 메우며 셋을 향해 밀려왔다.


“내가 모시는 빛의 뜻을 걸고 그대들에게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게 하겠소.”

“...”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무엇보다 헤나투는 믿을만한 존재였다.

그간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음에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으로서 갖는 자연스러움 두려움이리라.


“...가요.”


소원이 나래의 손목을 잡고 끌어 마법진 안으로 발을 디뎠다.

마법진의 안은 햇빛으로 가득 찬 듯이 따스했다.

물속에 있는 동안 서늘했었음을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둘까지 마법진 안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헤나투는 마법진을 닫았다.

밀려오는 물도, 잠에서 깨어난 듯 기척을 찾아 물속을 헤엄쳐 오는 괴물의 존재도 혼자 보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헤나투였다.


‘봤다면 무서워했겠지.’


길고 긴 인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다.

끝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 헤매는 본능을 가진 일족에서 태어난 자신이 세계 밖으로 나오게 된 것에 순전히 지혁과 서우 덕분이었다.


그 둘에게는 언제라도 감사를 표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둘을 따라와 인간과 살게 되며 자신이 몬스터라고 불리는 존재라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함께 하고 있는 지금의 일행들을 지키는 것은 헤나투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인간들에게 몬스터라고 불리는 존재가 헤나투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 또한 몬스터니까.’


함께 살아가게 된 것에 감사했고,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감사했으며.


자신을 위해 노력한 지혁에게도 감사했다.

그렇기에 더 확실히 인지해야만 했다.

인간과 몬스터는 다르다.


바로 지금만 하더라도 위협적이게 입을 벌리며 당장이라도 자신을 집어 삼키려고 하는 이 존재에 대해.

헤나투는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두렵다. 두렵지만 그건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에 비한다면 아주 찰나의 희미한 감정이리라.


그러니 문에 적혀있는 문구 때문이라고는 하나 이런 선택을 아무렇지 않게 할 리가 없었다.


괴물의 입이 닫히며 유리처럼 투명한 그의 팔에 금이 가고, 조각이 났다.

더 이상 잘게 쪼개질 곳이 없을 때 그의 몸이 빛나는 가루가 되어 물속을 떠돌다가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7 빛으로 향하는 길 (4) 24.07.15 9 0 12쪽
216 빛으로 향하는 길(3) 24.07.12 12 0 10쪽
215 빛으로 향하는 길(2) 24.07.10 9 0 12쪽
214 빛으로 향하는 길(1) 24.07.01 9 0 11쪽
213 서로 다른 존재(5) 24.06.28 14 0 11쪽
212 서로 다른 존재 (4) 24.06.24 14 0 12쪽
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12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2 0 14쪽
»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2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12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2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5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3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10 0 14쪽
203 싸우면서 크는 거지(5) 24.06.03 14 0 13쪽
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11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11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6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4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4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3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4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4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20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