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2,989
추천수 :
274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4.26 09: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3쪽

죽음을 피하는 방법(4)

DUMMY

탑이 생기기 이전, 영생에 대해서 연구하던 윤화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말이 영생이지 건강하고 오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연구라는 것이 그가 하는 연구에 대한 외부적인 모습이었고, 평가였다.


그 또한 왜 이런 연구를 하냐는 질문에 늘상 하던 답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그건 자신이 하는 연구와 잘 어울리는 변명이었고 한 편으로는 자신의 진심을 숨기기 좋은 대안이었다.


동시에 평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윤화의 모습이 그녀의 말에 신빙성을 더하면서 윤화는 ‘마음이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람’이 되었다.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윤화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딱히 상대를 비웃을 생각도 무시할 생각도 없었지만.

단순히 앞에 있는 것 밖에 보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랬던 그녀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되묻는 윤화의 물음에 남자의 어깨가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뭔가 그게 전부는 아닌 거 같아서.”


보고서를 살피며 말하는 모습이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윤화는 내심 충격을 받았다.


이곳에도 똑똑한 사람이 있기는 있구나.


순수한 감탄에서 나온 충격이었고, 이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의 오랜 갈망이잖아요. 그걸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신으로 모시지 않을까요.”


아주 오래전에 자신이 처음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런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자신도 아직은 한낱 인간이 아니던가.

시간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지.


그런 대답에 상대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표정으로 말이다.


“신이라. 멋지네.”


그 당시에 느꼈던 윤화의 감정은 아주 특별했다.

가능하다면 평생토록 간직하고 싶은 것이었으나 능력이 생긴 이후로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


아주 오래 살아온 존재처럼 불과 몇 년 전에 있었던 일들조차도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기억 속의 색이 바랬고, 소리에는 잡음이 섞였으며, 냄새는 희미해져 갔다.


오랜만에 과거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언덕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갔다.


“흐음...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분명 자신에게 중요했던 사람이라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 남자는 윤화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다가오지도 않았다.


넘을 수 없는 선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걷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윤화는 그런 점이 좋았다.


좋았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짧았던 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간략하게 요약되었고 지금은 아주 잠깐의 순간 정도로만 기억난다.


탑이 생기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마법진이 나타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윤화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능력이 생겼다며 동료들이 연구소를 나가든, 마법진에 갇혀 생을 마감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러던 중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밌는 능력을 가지고 있네.]


누군가 머릿속에 들어와 직접 말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통하지 않고 들리는 소리에 윤화는 마음이 들떴다.

어쩐지 자신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란 걸 무의식적으로 느꼈을 지도 모른다.


[자. 내 이름은 스모어. 너에게 능력을 주고 싶은데...]


상대는 말을 이으면서도 고민이라는 듯이 말을 끊었다.


이 존재가 세상에서 말하고 있는 신이라는 존재인가?


[너는 아주 특별한 인간이야. 그렇기에 결정할 기회를 줄게. 위에 존재들이 탐낼 수 있으니까 말이지.]


물론 당시의 윤화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때 지금 받을래?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더 강한 힘을 받을래.]


상대는 자신보다 더 위의 존재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세상을 이루는 중심이기에 더 강한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 당신은 신인가요?”


[일단 인간들은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


“그렇다면 왜 제 의사를 물어보는 건가요?”


신이라면 인간 하나 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는 스모어라는 신은 이상했다.


[뭘 그런 걸 물어.]


정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되묻는 말에 혹여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인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 다음 말이 이어졌다.


[사랑하니까.]


사랑한다.

그게 무슨 소리일까.


[인간들을 사랑해. 인간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너희가 오래도록 이 말도 안 되는 장난질 속에서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저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한 평생 살면서 못 들었던 소리를 한 순간에 모두 다 들었다.


[좋아. 내가 네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줄게.]


“내... 꿈?”


이후 능력이 생겼다.

그에게 받았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에 이만큼 적합한 능력은 없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윤화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초코가 묻은 막대 과자에 마시멜로를 끼어 먹고 있는 스모어를 보며 물었다.


“스모어 님.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뭔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그는 평범한 인간처럼 말한다.

그의 목소리가 평범하게 귀를 통해 들렸다.


“능력을 받은 이후로 기억에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아서요.”

“그거~”


한 봉지를 뜯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봉지를 뜯으며 말하는 그에게서 짙은 단내가 퍼졌다.


“그런 능력이라서 그래. 이게 모티브는 어쩔 수가 없더라.”

“그런가요.”


무슨 소리인가 잠시 생각해본 윤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겠네요.”

“서우는 만나봤어?”

“... 아직이요.”


또 그 이름이었다.


“그 아이는 특별해. 우리의 뜻을 이어줄 수 있을 거야.”

“이미 충분하지 않나요.”

“이 고집스러운 장난질이 끝나면 나는 너희에게서 손 떼야지. 그때 나를 대신할 아이야.”


그런 소리 하지 마요.


“그렇군요.”

“만나지 않아도 서로 알고는 있을 테지만 그래도 인간 세상에서는 얼굴보고 하는 걸 중요시하잖아?”


세 번째 마시멜로 봉투까지 던져버린 스모어는 조금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너무 단가요? 커피라도 한 잔 올리라고 할까요.”

“...”


순간 스모어의 눈이 매섭게 윤화를 향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보지 말아요.


“죄송합니다.”

“더 먹고 싶어.”

“준비하겠습니다.”


눈짓으로 문 앞에 서있는 자를 바라봤다.

‘이제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는 윤화의 명령대로만 움직였다.


문을 열고 나간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시멜로가 담긴 봉투를 세 개 더 가져왔다.


“이거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렇죠.”


빠르면 1년 늦으면 3년 내에 지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인류가 새로운 터전을 만들기 위해 기존에 있던 것들을 치워버릴 테니까.


“서우는 뭐 하고 있으려나. 요즘 재밌는 녀석이랑 놀러 다니는 거 같던데.”

“...”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내면서 왜 항상 그 이름을 달고 사는 걸까.

가장 가까이서 자신의 뜻을 잇고 있는 것은 자신인데 왜 그러는 걸까.


윤화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말을 참았다.


“난 너의 그런 점이 참 좋아.”


그런 속내를 안다는 듯이 씨익 웃어 보이는 모습에서 순진무구함이 묻어나왔다.


순수한 아이의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과자를 집어 먹는 모습이지만 그는 그녀의 생각을 모두 듣고 있다.


그렇기에 더 말하지 않는다.

윤화 또한 그런 점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너희들이 사이좋게 이 세상을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네.”

“네.”


너희들이라고 했지만 그가 말하는 이가 서우라는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은 고서우를 스모어의 대리인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럴 뿐이지만... 역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는... 너무 의존적이라 그래.”

“의존적이요?”


“그래.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너의 재능은 전세계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어. 그건 내가 장담할게.”


마시멜로를 입으로 옮기기에 집중하면서 무던히 말하는 모습이 누군가가 떠오를 것 같았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지만 신이란 홀로 존재하지 않으면 안 돼. 의지가 되어야 하는 존재지 의지를 해서는 안 되거든. 애초에 누군가한테 의지를 하고 싶은 마음조차 안 들지만.”


새로 가져온 봉투도 모두 비운 스모어가 그제야 윤화를 바라봤다.


“그러니 너는 내가 될 수 없어.”


그의 만족스러운 웃음과 반대로 윤화는 입안에 도는 쓴맛에 웃을 수 없었다.


+++


“아저씨 그 아줌마가 하는 말 어떻게 생각해요?”

“너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이러고 있을 재능이 아닌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구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비능력자는 거의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살아가는 세계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커피 능력자라는 모호한 능력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음료를 만드는 정도일 뿐이고.


음료란 게 생각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날이 덥다면 모를까 아직은 뜨겁지 않은 이런 계절이었기에 음료보다는 음식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그런고로 능력은 아니지만 전공을 살려서 밥을 하고 있는 내 옆에서 미혜는 어제부터 저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그런갑다 하는 거지.”

“또또, 솔직하게 말해 봐요. 그래야 오해가 없지.”


처음에는 회유를 하는 것 같다가 지난밤에는 협박을 하더니 이번에는 이러고 있다.


“애초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어. 그대로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

“그럼 인간이 죽지 않을 거라는 소리도 믿는다는 거예요?”

“... 안 될 것도 없지.”


나는 옆에 선 미혜를 살짝 밀치고는 웍에서 막 볶아낸 볶음밥을 그릇에 나눠 담았다.


“이전 같은 세계라면 몰라도 탑이 있는 세계야. 원리는 알 수 없지만 탑은 마력이 몰려드는 곳이고.”

“으응...”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였다.


“몬스터들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항상 생각했는데 탑으로 향한다고 하더라고. 저번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 했었잖아.”

“그것도 그거에요. 단계별로 밟아나가야지 갑자기 진도를 빼버리면 들어도 뭔 소린 줄 모른다고요. 본인들끼리만 신나서 얘기하더만.”


그랬던가...


“흠. 그러니까 몬스터들은 탑에서 태어나. 여기까지는 이해되지?”

“네.”

“그리고 죽으면 다시 탑으로 돌아가. 마력 그 자체가 되어서.”

“음... 네.”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거야. 같은 마력으로.”

“아...?”

“그런 전제하에서 인간을 몬스터 같은 육체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인간도... 죽으면 다시 태어나는 건가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쓴 도구들을 설거지를 위해 모아둔 물에 담갔다.


“그런 게 가능해요?”

“신의 능력과 자신의 지식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하잖냐. 놀라울 것도 없잖아.”

“그렇지만...”

“너의 그 무지막지한 힘도 사실은 말이 안 되는 거거든.”


나는 수십 개의 그릇이 올라가 있는 테이블을 통으로 들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제 인간의 사고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는 끝났다는 거야.”

“...피. 알죠. 아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란 거 아저씨도 알잖아요.”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미혜 뿐만이 아닐 것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는 한편,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고 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다시 살아가야지.”

“뭐... 알겠습니다.”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듯 살짝 웃어 보인 미혜는 그대로 테이블을 들고는 점심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7 빛으로 향하는 길 (4) 24.07.15 4 0 12쪽
216 빛으로 향하는 길(3) 24.07.12 10 0 10쪽
215 빛으로 향하는 길(2) 24.07.10 7 0 12쪽
214 빛으로 향하는 길(1) 24.07.01 8 0 11쪽
213 서로 다른 존재(5) 24.06.28 9 0 11쪽
212 서로 다른 존재 (4) 24.06.24 10 0 12쪽
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8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0 0 14쪽
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0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0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8 0 14쪽
203 싸우면서 크는 거지(5) 24.06.03 10 0 13쪽
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9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8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3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3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2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3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2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3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7 0 13쪽
»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4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