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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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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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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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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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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흩어지는 미로(5)

DUMMY

“이게 뭐야...”


바닥으로 내려온 소원과 나래를 반겨준 것은 제법 큰 물기둥이었다.


“또 무슨 짓을 하고 계셨던 걸까...”


이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그런 세계였고, 그런 사람들이었다.

과학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던 사람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물속으로 들어갔나 본데요.”

“...”


침착하게 말하는 소원을 보며 나래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데 있어서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그런데 왜...”

“글쎄요...”


물론 상황을 침착하게 마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물을 헤치며 파고 들어간 덕분에 갈 곳을 잃은 물들이 서우의 바람을 타고 물기둥이 되었다.


그가 깊이 들어갈수록 물기둥의 높이는 높아져만 갔다.

아직은 괴물의 크기에 비해서 작은 물기둥이었지만 충분히 시선을 끌만한 크기였다.


“쟤도 대단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기둥은 괴물의 관심을 갖지 못했다.

자신의 정수리 위에서 수없이 창으로 찌르고 있는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어어엉


어딘가의 언어 같기도 하고, 그저 괴물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래는 울음소리의 진동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귀가 웅웅 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대답하듯 헤나투가 뭐라고 하는 소리도 얼핏 들려왔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 나래에게 믿을 수 있는 구석은 소원뿐이었다.

말없이 괴물과 싸우는 헤나투를 보던 소원이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네?”

“굳이 말하자면... 고대의 언어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고대의 언어요?”


소원의 날개가 가볍게 펄럭이더니 반짝이는 가루를 털어냈다.

그러자 나래의 귀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가라앉았다.


“제가 아는 몬스터의 언어는...”


소원은 몬스터에 대해 말할 때면 간간히 이렇게 짧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게 자신이 겪은 일들과 앞으로 몬스터로 살아가야 하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고 나래는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이며, 그녀의 상처를 건들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대로 물어본 적은 없었다.


그건 나래뿐만 아니라 소원의 침묵을 눈치 챈 모두가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 보편화된 언어라고 생각해요. 몬스터도 인간처럼 발전을 이루고... 몬스터들의 언어도 그러하니까요. 아마도 탑이 지구상에 나타난 이후에 생긴 변화가 아닐까요.”

“고작... 몇 년 만에요?”

“고작 몇 년이 아닐 수도 있어요. 아주 오랫동안 인간 앞에 나타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요.”


나래는 무엇에 대한 설명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기다려도 이어지는 말이 없었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던 물줄기가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물을 정신이 없었다.


물줄기로 솟아오른 많은 물이 얕은 물웅덩이의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정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물줄기가 있던 곳에서 한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우아. 어? 안녕하세여? 좀 도와주시겠어요?”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서우가 나래와 소원을 발견하고는 아주 얕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나래의 마력에 따라 서우의 몸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그의 왼팔에 걸쳐있던 사람의 모습도 나타났다.


“미혜야!”


서둘러 맨바닥에 둘을 내려둔 나래는 바로 미혜의 상태를 살폈다.


힘이 축 늘어져서는 숨을 거의 쉬고 있지 않았다.


“인공호흡을...”


당황하면서도 학창 시절 배웠던 응급처치 방법을 떠올리며 미혜를 살피던 나래의 얼굴로 물줄기 하나가 뿜어져 나왔다.


물총으로 물을 쏘듯 제법 힘이 있는 물줄기가 한동안 나래의 얼굴에 쏟아졌다.


“으악...”


미혜가 숨을 크게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 모습에 자신의 얼굴뿐만 아니라 옷까지 모두 젖은 것도 잊고 미혜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어?”

“아... 언니가 왜 여기 있어요?”


그제야 나래와 소원을 발견한 미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기에 나래에 대한 질문은 다른 이가 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물이 아니고 마력으로 만들어진 물이라서 다행이었어요. 크게 문제가 될 정도로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미혜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듯 소원의 머리에 난 더듬이가 천천히 움직였다.

더듬이뿐만 아니라 느린 속도로 펄럭이고 있는 날개 주변으로 빛나는 고운 입자들이 그녀가 능력을 쓰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모습이었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래는 상상해 보고는 한다.


만약 내가 몬스터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염력을 쓰는 몬스터가 뭐가 있더라?


“나래 씨?”

“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크고 둥근 눈이 나래를 향했다.

흰자가 보이지 않아 더욱 동그랗게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여긴 대체 뭘까요?”


특정 구간에 들어서면 안내창이 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무슨 사자...하는 몬스터의 이름만 뜰 뿐 그 외의 정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빠르게 닫느라 거의 보지 못했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누워있던 미혜가 서우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 녀석 자신의 몸을 액체로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액체...”


미혜의 말에 서우가 따라하듯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원할 때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 같은데... 조건이랄까. 정말 ‘원할 때’만 능력을 쓸 수 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나래와 소원의 시선이 목이 긴 괴물을 향했다.

괴물의 머리 위에서는 여전히 헤나투가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헤나투는 빠지지 않는 거지?”


서우의 말에 미혜의 시선도 괴물의 머리 위에서 싸우고 있는 헤나투를 향했다.


“뭐... 워낙에 아는 게 많으신 분이니까요.”


만약 헤나투가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를 자신들에게 모두 공개했더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됐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탑을 올랐을 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서 눈치 있는 사람들은 얼핏 느끼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묻지 않는 것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탑에 살던 존재.

그런 존재가 혹여 압박에 기분이 상해서 다시 탑으로 돌아가 버린다면 곤란할 지도 몰랐다.


정보가 아니더라도 헤나투의 존재는 팀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전 62층에서 증명되지 않았던가.


62층을 클리어 한 이후로 헤나투가 팀에 합류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은 없어졌다.

마을에서도 헤나투의 존재는 제법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 경계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적의는 많이 사라졌다.


“여기 공략법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가서 물어볼게요.”


서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 영향으로 힘겹게 유지되고 있던 미혜의 상체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오! 고서우!”


분노와 친근함이 섞인 짜증이었다.


“언니만 믿어요. 제가 금방 해결하고 올게요.”


그에 서우 또한 장난스럽게 되받아 치며 뛰어갔지만 이를 장난으로 알아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 언니라고 한 거야? 완전 어이없네.”


+++


세 사람을 뒤로 하고 뛰어 오른 서우는 단숨에 헤나투의 곁에 섰다.


정확히는 헤나투의 옆에 떠있었다.


반복적으로 바람을 불어 허공에 떠있을 뿐이었고,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애써 중심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해보니 웬만하면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멋이 나지 않았다.

굳이 말하면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서우?”

“헤나투. 공략을 알고 있는 거죠? 알려주시면 전달할게요.”

“...”

“...?”


서우의 말에 헤나투는 말없이 창을 휘둘렀다.


“설마 따로 공략이 없나요?”

“없소.”

“어... 그럼 지금 어떻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

“하지 않으면 미혜가 위험했을 것 아니오.”


사실 헤나투 본인도 어떠한 생각이 있어서 뛰어 내린 것은 아니었다.


작은 틈 사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서우와 괴물의 몸을 통해 희미하게 가라앉고 있는 존재가 보였다.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개인이 가진 마나의 기운으로 어느 정도 구분은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서우가 미혜를 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라앉지 않고...”


서우의 시선이 헤나투의 발밑을 향했다.

불안정하게 물컹거리는 감각에 힘이 들었지만 서있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아마도 이것 때문일 것이오.”


그렇게 서우의 눈앞에 내밀어진 것은 반투명한 창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서우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처음 헤나투를 봤을 때 그가 들고 있던 창은 저것과는 달랐다.


“선배가 준 무기에요?”

“이 창에서 사슴 우두머리의 기운이 느껴지오.”


사슴과 헤나투가 괴물의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서우는 최대한 빠르게 상황과 들은 내용을 조합하여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슴들의 우두머리에게는 상대의 힘을 무력화하는 힘이 있소. 이 무기를 만든 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부분을 잘 살린 거라고 생각되오.”


이해할 수 없다는 서우의 표정을 읽은 헤나투가 움직이는 괴물을 창으로 찌르며 답했다.


확실히 찔리는 그 순간에 근육이 경련하는 것 같이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알고 보면 알지만, 그렇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움직임.


“이것만으로는 이 자를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소.”


헤나투의 말 따라 공격을 받은 괴물은 날뛰었고, 공격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 둘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서우가 위로 올라왔을 때처럼 유연한 움직임으로 다시 내려갔다.

그 뒤를 헤나투가 따라 뛰어내렸다.


아무리 스탯이 생기고, 신체가 강화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이 높이에서는 쉽게 뛰어내릴 수 없다.


그만큼 높은 곳을 헤나투는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헤나투 씨! 아는 분인가요?”


나래의 질문에 헤나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는 건 공략법도 알고 계신 게 없다는 거겠네요.”


소리 없는 대답에 소원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너무 의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런 거구를 앞에 두고 생물체로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리라.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공략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잠시 생각을 하듯 말이 없던 헤나투가 내뱉은 말이었다.

이에 고개를 애매하게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혜의 작은 탄식 소리가 들렸다.


“그렇긴 하네요. 여기 들어올 때 머시기를 하는 머시기 사자라고 했으니까.”


미혜의 말에 서우가 그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올려보다가 이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애초에 여기는 클리어를 할 필요가 없는 곳이었네요.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지 서우의 말끝이 흐려졌다.


“여기서 나간다 한들 방법이 있을 까요? 또 끝도 없는 길을 걸을 것 같은데.”

“그래도 여기서 기다리다가 맞아죽으나, 길을 찾다 굶어 죽으나 비슷하지 않겠어요?”

“으음... 묘하게 설득력 있네요.”


쿵짝이 맞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둘을 보며 나래의 머릿속에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그럼 어디로 도망가요...?”


지금 도망갈 수 있는 구멍은 서우와 미혜가 나온 바닥에 난 구멍과 나래네가 나온 천장의 구멍이었다.

아래로 가면 물이 넘쳐올지도 몰랐고, 천장으로 가기에는 너무 높았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더라도 또다시 끝없는 길을 걸을 것이다.


“아, 저 구멍 하나 더 봤어요. 문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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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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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4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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