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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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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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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60
추천수 :
274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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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DUMMY

“이 열기 어딘가 익숙하다.”

“익숙하다면... 화산 여행 같은 곳에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역시나 표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지혁 씨.”

“알아요. 하지만... 이 열기. 대한민국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열기는 아니니까요.”


아무리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이 덥다고 하더라도 용암이 흐르는 화산에 들어온 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얼음이 없으면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의 열기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제 겪어 볼 수 있겠는가.


“아는 능력자 중에 이런 열기를 가진 힘을 쓰던 이가 있다. 그가 이 층의 보스라면 쉽지 않을 거다.”


석 씨의 시선이 녹아버린 껌처럼 누워있는 제천을 향했다.


“설마...”

“그 사람이 이 층의 보스라고 한다면 확실히 쉽지 않겠네요. 일단 우리 쪽에서도 쉽지 않을 거고.”


“예찬은 뛰어난 능력자였다. 부와 명예에 관심이 없어 유명해지기 위해 능력을 쓰지도 않았고, 탑에 오르지도 않았다.”


역시나 했던 이름이 석 씨의 입을 통해 나왔다.


“단 한 번... 인가 탑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예찬의 능력은 밖이 아닌 밀폐된 공간에서 힘을 발휘한다.”

“지긋지긋하네요...”


나의 혼잣말에 셋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주어도 없이 느닷없이 떨어진 말이 오해를 불렀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급하게 손을 저었다.


“예찬 씨가 탑에서 보스를 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만든 놈들이... 지긋지긋해서요.”


몬스터가 아닌 이상 탑의 보스가 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죽은 줄 알았던 예찬 씨를 몬스터로 만들어 이곳에 넣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 뿐이니까.


“...”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다른 것보다...”


석 씨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제천을 향했다.


“걱정된다. 예찬은 나에게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였지만... 그가 몬스터가 되어 길을 막는다면 어쩔 수 없이 헤쳐나가야겠지.”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전해졌다.

이미 지나간 이들이 아닌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챙기겠다는 그의 생각이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제천이 상처받는 건 예찬도 바라지 않을 테니까.”


찾아 다녔던 형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천은 한 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전에 그의 꿈속에서 봤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지금도 괜찮은 척을 하고 있을 뿐일 텐데...


이제 와서 몬스터가 되어버린 형을 보고, 그가 죽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면...


제천은 다시 탑에 오를 수 있을까?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래.”


답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지는 않다.

평소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조금 알 것 같다.


지금 석 씨는 63층의 주인이 홍 예찬 능력자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제천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데 말이야.”


한 겨울 아랫목에 누워있는 것처럼 녹아 있는 애들을 하나 둘 떼어냈다.


“우으... 조금만 더. 녹아내린다아...”

“일어나라고오오.”


한층 더 바닥에 눌어붙는 미혜의 양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봄날의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그렇지... 그렇지...”


잠에서 덜 깬 아이마냥 미혜는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미혜의 뒤를 따라 하나 둘 걷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느렸다.


“이상하네요.”

“그냥 오랜만에 따뜻하게 쉬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의아해하는 나를 향해 나래 씨가 답했다.

확실히 최근에는 등 따뜻하게 지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겨울이 다 끝나서 춥지 않을 뿐이지 따뜻한 환경은 아니었다.

겨우 배고프지 않을 정도가 최선이었다.


“가끔은 쉬는 시간도 필요한 건데... 그럴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비척거리며 걸어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래 씨의 시선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럴 수 있겠네요.”


첫 번째 구간을 벗어나 통로를 조금 걷자 이전과 같은 열기가 다시 올라왔다.


“형! 얼음. 얼음을 만들어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는 듯이 드러눕는 시늉을 하는 제천을 미혜가 얇게 뜬 눈으로 바라봤다.


“너는 불 능력자가 이 정도 더위도 못 견디냐.”

“너라고 했냐 지금?”


두 사람은 열을 내며 싸우다가도 그 열에 지치는 지 얼마가지 않아 말을 말았다.


문제는 그걸 몇 번인가 반복했다는 게 문제일 뿐.

저 정도 했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할 법도 한데 말이다.


“슬슬 만들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로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들고 가는 얼음은... 동상에 걸릴 수 있으니까요.”

“아...”


확실히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들고 있는 사람들은 추울 것이다.

그게 동상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른 방법이라...”


다른 방법은 많을 수 있다.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자면 여기에 흐르고 있는 용암을 모두 얼려버린다거나 하는 방법 등이.

하지만 그랬다가는 로운의 마력이 동이 날지도 모른다.


“끈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을 흐리며 헤나투를 바라보자 허공에 마법진 하나가 나타났다.

마법진 속으로 손을 넣고 휘젓자 헤나투의 손끝에서 긴 무언가가 나왔다.


“이런 거?”

“완전 그 ... 말할 수 없는 만화 속 너구리 같아요.”

“고양이겠지.”


감탄하는 미혜와 딴죽을 건 제천을 뒤로 하고 헤나투는 끈을 우리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걸로 무얼 하려 그러오?”

“동상이 고려된다면 안 만지면 되니까.”


내 말에 로운이 알겠다는 듯이 튼튼한 밧줄의 위에 큰 얼음을 만들어냈다.

이후에 끈을 단단하게 묶어 두 개의 손잡이를 만들어냈다.


“미혜야 한 번 끌어봐.”

“네~”


석 씨와 미혜가 양쪽에 있는 끈을 각자 잡고 당기자 가볍게 끌렸다.


꽤 큰 얼음 덩어리임에도 바퀴 달린 캐리어를 끌듯이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괴력 능력자는 무서운 거구나...”

“너도 조심해. 저 주먹으로 맞으면 살아남지 못할 거야.”


내 말에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서우였다.


얼음의 크기가 커지니 녹는 속도가 줄어 냉기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우리는 로운 형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누구라도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거야.”


제천의 말에 로운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렇긴... 하지?”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는지 제천은 조금 속도를 늦춰 석 씨의 옆에 서서 걸었다.


“왠지 조금 진지해보이지 않아? 평소에도 진지하기는 했는데 오늘은 조금 더 한 것 같네.”

“...”


자신의 옆에서 소곤거리는 제천을 향해 석 씨는 어떤 대답도 없이 묵묵히 걸었다.


얼마쯤 더 가자 좁았던 통로가 끝나고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통로보다도 더 묵직한 열기가 통로의 끝에서 통로를 향해 들어왔다.


“숨을... 숨을 제대로 못 쉬겠어.”


산소가 있기는 한 건지 의아할 정도의 열기에 무의식적으로 소매로 입을 가렸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두 번째 구간에 있을 몬스터를 살폈다.


타원형 모양의 무언가가 둥글게 놓여있었다.

검붉은 색을 띠고 있는 그건 얼핏 봐서도 무언가의 알이었다.

6개 정도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다만 그 알의 높이가 족히 1m는 될 것 같다.


“무슨 알이 저만해...”


알의 정체가 짐작도 되지 않는 건 나 혼자 만은 아닌 듯 함께 살피던 이들의 고개도 사선으로 기울었다.


“확실한건 저 정도 크기의 알에서 뭐가 나오든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거겠네요.”


나래 씨의 말에 다른 이들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쪽 끝에 있는 알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금이 갔다.

작았던 금은 순식간에 알 전체로 퍼졌고 금이 조각이 되어 하나 둘 떨어졌다.


모두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봤다.

누군가의 침사키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정적이었다.


알의 조각이 떨어지고 점차 타원형의 형태가 무너져 내렸다.


“저거는...”


첫 알이 깨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알들도 금이 가면서 그 안에 있는 것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전에 본 적 있는 존재였다.

아마 그들이 자라면 우리가 봤던 것으로 성장하리라.


파충류 같은 피부에 불을 머금고 길게 늘어진 꼬리.

아직은 펴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퍼덕거리는 작은 날개의 끝에 불길이 피어났다.


-꺼억


첫 번째로 나타난 녀석이 하늘을 향해 소리를 내자 작은 불길이 피어났다.


“해츨링이야 설마?”

“저게 바로...”


술렁거림이 일행들 사이를 헤집었다.

이전에 레드 드래곤을 봤던 이들의 충격은 비교적 적었다.

다만 그렇지 않은 이들의 충격이 너무 컸을 뿐.


탑이 생기고 이상한 생명체들이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그 중에서 드래곤은 없었다.


드래곤을 닮은 무언가가 나올지 언정 드래곤 자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던 것이다.


“그래도 아기 드래곤이면 할 만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저런 자신감을 가진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기세에 눌려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하지만 갓 태어난 저 아기 몬스터 주변으로 모여드는 황금빛의 마력은 뭘 의미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생각을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마력을 흡수한 해츨링의 몸집이 커졌다.


방금 갓 태어난 몬스터였는데, 순식간에 사람의 키를 넘어서더니 3m는 훌쩍 넘어 버렸다.


“...”


그 모습을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말없이 바라봤다.


한 마리도 아닌 여섯 마리의 고속 성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말을 잃었다.


-쿠허허허


좀 전까지 라이터 불 같았던 불길은 온데간데없고 화염 방사기 같은 불길이 몬스터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전에 봤던 레드 드래곤에 비하면 더없이 작은 크기였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런 위협이 여섯 마리나 된다.


“그래도 저기서 성장을 멈춘 게 다행이네요.”


어느 정도 자란 해츨링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몬스터의 주변으로 몰려들던 마력의 흐름도 멈춘 것으로 보아 저게 지금 할 수 있는 최대 성장인가.


“못해도 두 명이서 하나는 맡아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게 해준다면 말이죠.”


비행이 가능한 몬스터의 속도를 인간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

게다가 드래곤은 지능이 높은 몬스터다.

우리 계획대로 움직여주진 않겠지.


“감전 시키는 건요?”

“... 시도는... 해봐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른 몬스터도 아닌 드래곤이다.

그나마 막 알에서 나온 상태에서는 어떻게 해볼 법도 한데 순식간에 눈앞에서 폭풍 성장을 해버렸다.


마법이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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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0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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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9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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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1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0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2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2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6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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